비바 라스베가스 - 슈즈홀릭이 반해버린 미국 캠핑카 여행
도린 오리온 지음, 신선해 옮김 / 시공사 / 200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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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종일 파자마 차림으로 방안을 헤매고 다닌다 해도 전혀 아쉬울게 없던 정신과 의사 도린에게 거부할 수 없는 제안이 들어온다. 중년의 위기를 겪고 있던 남편 팀이 안식년 삼아 버스를 타고 미국을 한바퀴 돌아보겠다는 야심찬 프로젝트를 꺼낸 것, 200켤레의 명품 구두의 소유자답게 프린세스의 우아한 삶을 고집해왔던 도린은 갑자기 눈 앞이 깜깜해진다. 성을 내면서 절대 안 된다고를 외칠려는 순간 평생 남을 위해 열심히 일해 온 그녀의 남편이 눈에 들어왔다고 한다. 환자를 성심껏 돌보고--그녀의 남편 역시 정신과 의산데, 그녀 말에 의하면 자신과는 달리 정말로 신실한 의사였다고 한다.--- 거기에 조금은 부산스런 자신과 아무소리 없이 살아 준 고맙고 착한 남편이 아니던가? 그가 휴가가 필요하다는 말에 그녀는 말없이 따라야 겠다고 마음 먹었다고 한다. 아무리 내가 싫다고 해도 따라가주자... 그것이 바로 이 책이 나오게 된 계기가 된다. 그렇게 1년 동안 고양이 둘과 개 한마리 그리고 슈즈 홀릭인 그녀와 그녀를 사랑하는 남편이 10평 남짓의 버스를 타고 미국을 횡단한 이야기를 풀어놓은 것이니 말이다. 여행할 당시 도린이 블러그를 운영했었다고 하던데, 아마도 그때의 기록들을 보면서 새롭게 글을 쓰지 않았는가 싶었다. 

결론만 말하면 호들갑이 유난한 아줌마의 여행 일지라고 보면 되겠다. 나름 성실하게 썼지만 완전히 공감이 가지도 이 작가에게 매력을 느끼기도 애매하게 말이다. 포스트 빌 브라이슨이라고 하던데, 그건 말도 안 되는 이야기고...여자라서의 한계였다기보단, 그저 글을 빌 브라이슨만큼 잘 쓴는 작가는 아니었다는 뜻이다. 그럼에도 갸륵했던 것은... 그렇게 여행을 싫어하면서도 꾸역꾸역 남편 따라 나서는 그 모습이었다. 남편에겐 휴가가 절실하다. 그러니 이번엔 내가 한번 맞춰주자. 평소에 남편이 나를 맞춰주었으니 한번 정도는 크게 인심 써도 되지 않겠는가 라며 불평하면서도 여행에 따라 나선 모습이 귀여웠다. 슈즈홀릭을 자처하는 약간은 자신이 공주인 줄 아는, 하여 종종 얄미운 구석이 없지 않은 이 여자를 남편이 그렇게 사랑하는 이유를 알것 같았다. 책은 뭐 그다지 재밌진 않았지만 그래도 부부의 다정한 모습만은 인상적이었다. 앞으로도 두 분 평생 그렇게 행복하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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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마리 고양이 마라톤 대회 11마리 고양이 시리즈
바바 노보루 글 그림, 이장선 옮김 / 꿈소담이 / 2007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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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마리 고양이 시리즈중 하나라서 11마리 고양이 마라톤 대회인지 모르겠으나 실은 21마리가 처음에 달린다. 21마리 고양이가 마라톤을 시작해서 결승점에 11마리가 남게 되기까지의 다양한 모습들을 그린 것으로, 책을 쫘~~~악 펼쳐들 수 있도록 하나로 묶은 것부터가 맘에 든다. 거실이나 방에 장난처럼 책을 펼쳐들고 마라톤 코스를 쭉 따라가면 되는 것인데, 조카와 함께 일일히 코스를 따라가는 재미가 쏠쏠했다. 마치 마라톤을 뛰는 것처럼 신났다고나 할까? 내가 마치 마라톤 중계를 하거나 보는 듯 신기했다. 책을 하나로 펼쳐들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아이에겐 매우 흥미로운 일이었지만 이 책의 장점은 비단 그것만이 아니다. 글자 하나 없이 그림만으로 보여주는 갖가지 풍경들... 아마도 아이가 보는 최초의 만화책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 같다. 마라톤 코스를 가로질러 가는 아이를 잡으려는 엄마, 마라톤 구경하라며 할아버지를 끌고 오는 손자,베란다에서 구경하는 사람들, 목마를 타고 구경하는 아이, 마라톤이 무엇이더냐, 난 노는게 더 좋다고 말하는 듯한 놀이터의 아이들... 처음엔 웃는 표정으로 달리기에 나선 선수들은 점차 기운이 달리면서 표정들이 가관이다. 순위 싸움을 하는 선수들, 빨간색 운동 바지가 자꾸 벗겨지자 바지를 잡고 뛰는 선수,학학데는 선수를 밀고가는 선수, 결국 지쳐 실신하는 선수, 넘어지는 바람에 바지가 벗겨진 선수,오리가 지나가자 잠시 달리기를 멈추는 선수와 뒤에 따라오는 선수를 때려서 쳐지게 만드는 선수등... 다양한 선수들의 갖가지 이야기가 힘내라 힘 ! 이라는 플랭카드와 함께 펼쳐지고 있었다. 마라톤을 흥겹게 감상할 수 있는 점이 장점이지만 무엇보다 이렇게 갖가지 이야기를 꼼꼼히 담아낸 저자의 성실함이 돋보였다. 아마도 봐도봐도 새로운 이야기를 찾아낼 수 있지 않을까 장담한다. 요즘 심심할때 가끔 들여다보지만 그때마다 새로운 고양이를 만나는걸 보면 한동안 이 책 하나만으로도 심심하지 않을 것 같다. 하니 아이들뿐이 아니라 잠시 동심의 세계에 빠져 시간을 잊고 싶은 어른들에게도 강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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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렉스와 나 - 천재 앵무새
이렌느 M 페퍼버그 지음, 박산호 옮김 / 꾸리에 / 200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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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재 앵무새였다는 알렉스의 이른 죽음을 계기로 그녀와 함께한 30년 세월을 추억한 글.  대학에서 화학을 전공한 저자는 우연한 동물과의 소통이라는 연구가 활성화 되고 있다는 이야기를 접하고는 자신의 진로를 바꾸고 만다. 당시엔 유인원과 돌고래, 갈 가마귀등 동물들이 실제로 의사소통을 할 수 있다는 연구를 진행하던 초입이었다. 인간만이 언어를 쓰는 것이 아니라 그들도 마찬가지로 의사소통을 한다는 과학자들의 논문들이 속속 발표되는 와중에도 그것은 사기일뿐이라는 반박도 만만치 않았다고 한다. 외로운 어린 시절과 피터지게 공부하던 대학시절 앵무새를 키우고 대화하며 용기를 얻곤 했던 저자는 동물들도 인간과 마찬가지로 의사표시를 한다는걸 경험으로 알 수 있었고, 곧바로 자신의 천직이 무었이었는지 깨닫게 된다. 바로 앵무새를 통해 인간과 커뮤니케이션이 되는지 연구한다는 것... 화화 전공자라는 경력이 몽땅 쓸모없게 되었음에도 생물학 분야에 헌신하기로 한 그녀의 결정은 그러나 쉽사리 길을 내주지 않는다. 무엇보다 화학이 전공이라는 점이 발목을 잡았다고 한다.학생들에게  기초 생물학을 가르칠 수 없는 전공으로는 대학의 어느 분야에서도 자리를 잡기 애매했기 때문이다. 하여 그녀의 연구는 연구기금을 타내고 계약직과 강사직을 전전하는 피나는 과정속에서 이뤄지게 된다. 하지만 그런 고난 속에서도 그녀에게 힘이 되어주는 존재가 있었으니 바로 이 책의 주인공인 회색 앵무새 알렉스다. 

처음 둘의 만남은 그저 덤덤했다고 한다. 연구용으로 구한 것이기에 정을 붙일 생각을 하지 않았던 그녀로써는 인상적이지 못했던 만남이 아마도  부담이 덜했을 것이다. 하지만 알렉스의 매력은 저자가 단지 그녀를 연구용으로 삼겠다는 생각을 순식간에 뒤집어 놓는다. 천천히 자신의 새로써의 천재성을 드러내놓는 알렉스를 보면서 희열에 젖던 저자는 한편으로 그녀의 개성에 푹 빠지고 만다. 미안하다, 사랑한다는 말을 적절히 구사하는 앵무새에게 어떻게 정이 안 갈 수 있겠는가? 나중엔 화나 나서 씩씩대는 저자를 향해 "진정해!" 라고 말하는 알렉스에게 벌컥 " 나한테 진정하라고 말하지 마 ! " 라고 호통을 질렀다니 그 둘의 관계가 어떠했을지 대강 짐작이 되실 것이다. 단순히 연구 대상 이전에 누구보다 소중하고 사랑하는 친구였던 알렉스와의 작별은 너무도 갑작스럽고 일찍 찾아온다. 100년이라는 앵무새의 평균 수명을 절반도 채우지 못하고 "착하게 있어, 사랑해"라는 말을 마지막으로 작별을 고하게 된 알렉스, 그의 갑작스런 죽음에 정신을 차리지 못하던 저자는 이 책을 쓰면서 비로서 그녀와의 세월을 되돌아보게 된다. 그리곤 알렉스를 알게되었다는 것이 축복이었음을 깨닫게 된다. 비록 이른 이별로 가슴이 아플지라도 사랑했음으로 감사해야 한다는 것을... 

동물과의 교감이나 소통에 대한 이야기라고 말할 수도 있을 것이다. 저자와 알렉스의 관계가 바로 그런 연구의 중심점에 있었으니 말이다. 이 책에서도 중심적으로 들려주는 이야기는 바로 알렉스가 이런 것을 했다 저런것을 했다. 거의 5살 수준의 언어 구사력과 숫자 개념을 지니고 있었고, 유머 감각과 제왕적인 카리스마를 지닌 앵무새였다는 것이었다. 그래서 알렉스가 특별했다고 저자는 말을 하고 싶었던 것 같다. 하지만 동물을 사랑하게 되는 것은 그들이 어떤 특별한 재능을 가져서는 절대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비록 그것이 남들에게 왜 그들을 우리가 그토록 사랑하는지 설명하는데 유용하긴 하나---설득하기가 쉬워진다는 말씀--하지만 누군를 어떤 상대를 사랑하게 되는건 정말로 그들이 어떤 재능을 가져서는 아니다. 그보단 보낸 세월이라는 말이 더 적당할지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우리에게 온기를 나눠준 세월, 우리가 낙담하고 기뻐하고 슬퍼할때 우리 곁에 늘 함께 했었던 세월, 어쩌면 우리가 그들을 잊지 못하는 것은 바로 그런 세월의 소소한 일상때문이 아닐까 라 는생각을 해봤다. 그런면에서 단지 연구적인 성과로써의 알렉스를 강조하기보단 ,그녀와 함께 했던 일상을 재치있게 풀어나갔더라면 보다 감동적인 책이 되지 않았을까 라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과학자인 그녀에게 그런 것을 주문한다는건 무리일지 모르겠다. 그녀로썬 익숙하지 않는 감상을 나열하기보단 과학적인 데이타를 제시하는 것이 더 편했을테니 말이다. 

 이 책을 보면서 가장 인상 깊었던 것은--물론 천재 앵무새 알렉스의 행동도 귀엽긴 했으나--앵무새는 4살짜리 아이와 같아서 하루종일 새장안에 가둬만 두면 정신병에 걸린다는 이야기였다. 동물조차 정신병에 걸리지 않게 하려면 놀아줘야 함에도 인간인 아이들과 놀아줄 필요가 없다고 생각하는 어른들이 많다는걸 생각하니 한숨이 나왔다. 어찌보면 논다는 것은 관심이다. 어른들이 생각하는 것처럼 시간 낭비가 아니고 말이다. 바쁘게 돌아가는 세상이지만 아이들이나 애완 동물들에게 관심을 베풀 줄 아는 넉넉한 마음과 이해가 있는 어른들이 많아졌음 하는게 이 책을 읽은 내 바람이었다. 결국 우리가 그들과 함께 한 만큼 우리의 마음도 따뜻해질 거라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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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스터즈 : 거친 녀석들 - Inglourious Basterds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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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란티노가 이제와서 나찌를 단죄하겠다는 나섰다. 이거 참 신기한 일이다. 그에게 역사 의식이 있다거나 심지어 역사에 관심이 있을 줄은 상상도 못했는데 말이다. 딱 삼류 영화에 걸맞는 이야기만 조물락 거리는 감독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뭐라고라? 타란티노가 2차대전에 대해 할 말이 있다고라... 아까운 배우 (브래드 피트) 하나 버리는게 아니겠는가 하는 심정으로 영화를 봤다. 물론 이 영화에 나오는 배우 하나가 칸느 남우주연상을 받았다는 말을 듣기는 했지만 한귀로 듣고 한 귀로 흘려 버린 상태, 그나마 버리는게 아닌가 걱정했다는 브래드 피트에게 지대한 관심이 있었는가 하면 것도 아니었다. 하여 내가 왜 이 영화를 봤는지 나도 이해가 안 가는 상황에서 내린 결론은 보길 잘 했다는 것이다. 재밌었기 때문이다. 타란티노식 단죄는 어찌나 단순하고 극명하던지... 평소에 나찌와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과 아라크와 이란과 아프가니스탄과 티벳과 기타등등 제노사이드가 벌어지는 현장의 이해관계를 복잡한 심정으로 헤아리고 있던 나로써는 하나도 골치 아플게 없는 그의 단순함에 박수를 보내고 싶을 정도였다. 세상에, < 눈에는 눈, 이에는 이> 라는 함무라비 법전의 계명이 이처럼 속 시원한 것인지 잊고 있었다. 내 비록 점잖은 척하면서 ' 인간이 어찌 다른 인간을 단죄한단 말이요,' 라고 근엄을 떨고는 있었지만 마음 속에선 그런 놈들은 찢어 발겨 죽어도 싸지라는 분노가 잠재해 있었던 모양이다. 그래도 그들에게 남모를 인간성이 존재했을겨, 잘 살펴보면 이해할만한 구석이 있지 않겠남, 내진 내가 그들의 입장이라면 다를거란 보장이 있을까 라는 생각때문에 머뭇댔던 내 나약함이 한방에 날라가는 듯했다. '네가 날 한대 때렸다 이거제? 그럼 너도 한대 맞아야 하지 않겄나?' 라는 지극히 단순한 그의 논리는 너무도 설득력 있어 반가울 지경이었다. 아. 이래선 안되는 건데 하면서도 어쩔 수 없었다. 우린 지성적인 현대인이고, 야만적인 상대를 만나 똑같이 야만적으로 나오면 지는 것이라고 누누히 들었음에도, 눈에 보이지 않는 복수는 성에 차질 않았던 모양이다. 과연 그런 지성적이고 차분한 복수가 어떤 성과가 있겠는가 라는 회의적인 시선도 한 몫 했을 테지만서도... 하여간에 연쇄 살인범이건 가정 파괴범이건 갱단 두목이건 나찌건 간에 못 된 놈들은 지구끝까지라도 가서 손을 봐주고 말겠다는 그의 신념에 통쾌함을 느낀 것은 사실이었다. 그런 뻔뻔한 신념을 아무렇지도 않게 내뱉는 그의 단순 무식함에 미소 짓고 있는 내 자신을 계면쩍게 의식하면서...
 

 
<줄거리> 뭐가 좋은지 싱글 거리고 있는 이 사내가 바로 알도 레인 중령이다. 독일을 주름잡고 다니는 레지스탕스의 대장으로써, 우린 포로 따윈 잡지 않는다는 모토하에 보는 족족 나찌를 죽여대는 그들을 가리켜 독일군인은 < 막가파 녀석들--일명 바스터즈>라고  부른다. 미국 유대인인 그가 독일에서 설치게 된 데는 나찌 만행에 힘입은 바 컸다. 독일인들이 하는걸 보아하니 그들에겐 휴매니티( 인류애 )가 없다. 하니 우리도 그들을 인간 대접하지 말자는 단순 명쾌한 논리로 8명의 부하들과 함께 나찌군 처단에 나선 그는 과감한 살해방식으로 인해 곧 악명을 떨치게 된다. 킬링 나찌에 있어선 프로라는 자부심을 갖고 있던 그들은 독일 내의 아마추어 킬러들을 흡수하면서 점차 조직으로써의 면모를 갖추게 된다. 최대한 많은 나찌를 죽여버리자는 그들의 사명감은 하늘을 찔러 죽음에 대한 공포심마저 없는 그들은 대범하기만 하다. 전시가 아니었다면 정신병원이나 감옥행을 예약했다고 봐도 과언이 아닌 그들의 행보는 과연 앞으로 어떻게 전개될까?
 


 
유대인 사냥꾼으로 악명높은 랜스 소령에게 가족들이 학살당한 과거를 지닌 쇼산나는 몇 년 뒤 파리의 극장 여주인으로 변장해 살고 있었다. 아름답고 냉정한 그녀의 인생은 독일 병사 프레드릭이 관심을 갖게 되면서 다시 한번 꼬이게 된다. 독일군의 전설적인 저격수인 프레드릭은 쇼산나의 매력에 반해 그녀가 원하지 않는 일들을 벌이고 다닌다. 그가 출연한 전쟁 영화의 개봉을 그녀의 영화관에서 하도록 주선해주는 프레드릭, 처음 그의 관심이 마뜩잖았던 그녀는 상영일에 많은 나찌 장교들이 모일거란 소식에 쾌재를 부른다. 평생 벼르고 있던 복수를 할 기회가 왔음을 직감한 그녀는 애인과 짜고 상영일에 영화관을 불살라 버리기로 계획을 세운다. 하지만 계획을 실천하기엔 너무 많은 변수들이 포진해 있기만 한데, 과연 연약한 그녀가 자신의 복수를 끝마칠 수 있을 것인가?
 


 
치명적인 아름다움과 매력을 겸비한 독일의 여배우 브리짓 하버마스크는 2년전부터 연합군을 돕고 있는 첩자다. 독일 영화 개봉일에 히틀러를 비롯한 많은 나찌 고위급이 올거란 소식을 접한 브리짓은 영화관을 폭파하는데 일조하기로 한다. 바스터즈들과 접선을 위해 파리 근교의 지하 술집을 접선 장소로 택한 그녀는 마침 술집에 놀러온 독일 군인들로 인해 곤욕을 치른다. 바스터즈들의 어색한 독일어 억양으로 시작된 소란은 그녀의 재치있는 기지에도 보람없이 서로에게 총질을 하는 것으로 끝이 난다. 부상을 입은 채 혼자 살아남은 그녀에게 의심의 눈초리를 보내는 바스터즈의 레인 중령, 그는 무슨 일이 있어도 히틀러만은 잡아야 한다면서 부하들과 함께 이태리 카메라맨으로 변장해 영화관으로 향한다. 나찌의 눈치빠른 유대인 사냥꾼 랜스 대령이 그들을 기다리고 있다는 것도 알지 못한 채... 드디어 복수를 위해 칼을 갈던 인물들과 나찌들이 한자리에 모인 가운데, 결말을 위한 시나리오는 점점 긴장의 도를 더해 간다. 과연 유쾌하고 귀여운 바스터즈 일행의 운명은 어떻게 될 것인가? 그들도 결국 랜스의 제물이 되고 마는 것일까?
 


 
영화를 본 사람은 안다. 이 장면을 빼놓고 이 영화를 논하면 심히 섭할 거란 사실을... 예술을 하고 있는 알도 중령과 이를 감상하고 있는 부하의 모습을 잡은 것인데, 다소 잔혹한 장면임에도 브래드 피트가 연기를 해서인지 카타르시적인 속 시원한 웃음이 터져 나왔다. 이 영화야말로 브래드 피트에게 딱 적격의 역이라는 말이 있던데, 진짜로 그랬다. 그가 연기를 잘 한다는건 알고 있었지만 이 영화에서만큼 인상적이었던건 못 본 것 같다. 감독의 의향을 정확히 꿰뚫는 두뇌에 배역을 마치 존재하는 사람인양 만들어 내는 상상력, 대사를 자유자재로 감칠맛나게 전달하는 표현력등 그의 연기를 보면서 왜 내노라 하는 감독들이 그를 캐스팅 하려 애 쓰는지 충분히 이해가 갔다. 그건 그가 잘생긴 배우여서만은 아니었다. 영화를 살리는 연기를 해내는 능력 있는 배우라서 그렇지... 대본이 어느정도 받쳐 주기만 한다면 영화가 사는건 문제도 아니겠다 싶어 그가 출연한 영화들을 되짚어 보니 과연 그가 등장한 장면들은 다 빛이 났던 걸로 기억이 난다. 그 영화 자체의 완성도에 상관없이 말이다. 영화속에서 빛이 나는 배우니, 뭐 사람들이 열광하는것도 무리는 아니지 싶다. 앞으로도 그가 출연한 영화는 그를 보기 위해서라고 봐야 겠다 싶었다.
 


 
그리고 또 빼놓아선 안 될 인상적인 인물로 유대인 사냥꾼으로 나오는 랜다 대령을 언급하지 않을 수 없다. 잔인하고 편집적이며 살인을 하면서도 친절한 미소를 흘려대는 이 남자가 어떤 장면에선 귀엽기 그지 없다는걸 어떻게 설명해야 할까? 하지만 그는 정말로 그랬다. 한 인간 안에 존재하는 극과 극의 비정상적인 심리를 너무도 설득력 있게 표현하는걸 보면서 칸이 그에게 상을 준 것도 이해가 갔다. 여기에 브리짓을 연기하는 다이앤 크루거나 독일인을 잡는 독일군으로 나오는 틸 슈바이거의 연기도 멋졌으니, 독일 배우로써 나찌를 학살하는 영화에 출연하는 것이 썩 내켰을라나 궁금하긴 했지만, 뭐, 타란티노의 말대로 그들을 영화를 찍는걸 사랑하는 사람들이니까, 상관 있었을까 싶다.
 
한마디로 환타지로 보려하면 얼마든지 환타지로 봐도 되는 영화다. 내 평생을 살아오면서 바스터즈라는 레지스탕스가 있다는 말은 들어본 적이 없다. 거기에 당시 미국 유대인들은 나찌의 만행이 사실일라 없다는 생각에 무시했다고 들었다. 무엇보다 히틀러가 극장에서 영화를 보다 타 죽었을리 없으니 이 영화는 전적으로 허구다. 허구를 넘어서 환상 수준이다. 그런데 문젠 이 영화가 환상이라 한들 상관없다는 것이었다. 통괘했으니 말이다. 결국 패하긴 했으나 그전까진 인간 잔혹의 끝을 보여주던 나찌에게 누군가 복수를 했다는 설정만으로도 맘에 확 들었다. 내 정치관이 어떻건, 이 영화가 실제건 아니건간에 그냥 받는대로 주었을 뿐이라는, 그것이 인지상정이 아닌가라고 묻는 감독의 말에 고개를 끄덕일 수밖엔 없었다. 유쾌하고 건들거리는 유머에 배우들의 능청스런 연기가 볼만 했지만, 간간히 잔혹한 장면이 등장하니 비위가 약하신 분들은 주지하시길 바란다. 괜히 눈 버렸다고 하소연 하지 마시고 말이다. 다시 말하지만 감독이 타란티노다. 뭘 기대하면 안 되는지 감 잡고 보시면 불평할 일이 없을 것이다. 그는 변한 것이 없으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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흰옷을 입은 여인
윌리엄 월키 콜린스 지음, 박노출 옮김 / 브리즈(토네이도) / 200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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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가인 주인공은 대 저택에 가정교사로 들어간다. 그곳에서 만난 친절하고 영리한 이복 자매를 만난 그는 열의에 젖는다. 하지만 무엇보다 그의 마음을 사로잡은 것은 동생, 결혼을 앞두고 있다는 그녀를 본 화가는 그만 사랑에 빠지고 만다. 고결한 동생 역시 그와의 사랑에 전전긍긍하다 결국 약혼을 깨기로 마음 먹는다. 돈과 작위를 얻기 위해 그녀와 혼인할 생각이던 동생의 약혼자는 사랑따위는 상관없다면서 결혼을 강행한다. 사랑하는 여인이 결혼한다는 소식을 들은 화가는 외국으로 떠나고, 신혼 여행에서 돌아온 동생은 비참한 결혼생활에 시들시들 병들어간다. 오랜만에 고국으로 돌아온 화가는 그동안 사랑하던 여인이 사망했다는 소식에 깜짝 놀란다. 그녀와의 마지막 추억을 그리기 위해 무덤을 찾아간 그는 애인의 무덤앞에 선 여인을 보곤 기절할 듯 놀란다. 그것은 바로 그녀가 죽었다던 그 애인이었기 때문인데...과연 죽은 이는 누구이며, 그가 마주친 그녀가 그의 애인이 맞는 것일까? 의문들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발생하는 가운데, 사랑하는 여인을 지키기 위해 화가는 지혜를 짜내는데... 

 너무도 고색창연한 소설이었다. 이야기 전개 자체엔 별 불만이 없었지만 어찌나 점잖게 이야기를 끌고 가던지... 있는대로 격식을 갖춘 귀족들의 정식만찬에 초대되어 저녁을 먹는 듯한 기분이었다. 한마디로 과하다. 현대에 지어졌다면 아마 책 부피가 반정도는 줄지 않았겠는가 싶다.쓸데없는 묘사들을 다 잘래내서 말이다. 과거의 한 부분을 읽는 기분으로 읽는다면 뭐, 그다지 실망하시진 않을 듯하나, 이야기가 질질 끄는걸 못 참아 하시는 분이라면 좀 지루할 수도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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