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비의 마지막 로맨스 - Last Chance Harvey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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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영종료


딸의 결혼식에 참석하기 위해 런던에 온 하비 샤인은 (더스틴 호프만 분) 냉랭한 전처의 반응에 심사가 불편하다. 한때 잘 나가던 광고 음악 쟁이였으나 이젠 디지털의 공세에 떠밀려 퇴출 일보직전인 그는 런던에 와서도 상사에게 전화를 걸며 자리 보전에 혈안이다. 이혼 후 서먹해진 딸, 그럼에도 결혼이란 중차대한 예식에 앞두고 있기에 민망함을 감추고 있던 그는 계부가 식장에서 자신을 인도할거란 딸의 말에 마음이 상하고 만다. 식장에만 겨우 참석하고 뉴욕으로 떠나려던 그는 비행기를 놓치고 설상가상으로 해고 통지까지 받자 좌절한다.

 

한편 히드로 공항에 근무하는 케이트는 엄마에게서 끊임없이 걸려오는 전화를 받느라 연애도 제대로 못 해본 노처녀다. 노처녀다운 무채색의 날들을 보내고 있던 그녀는 공항 식당에서 우연히 하비를 만난다. 자신이 얼마나 끔찍한 하루를 보냈는지 털어놓을 상대가 필요했던 하비는 까탈스럽게 받아치는 케이트 덕분에 속이 좀 풀린다. 하루를 더 런던에서 체류해야 했던 하비는 케이트의 뒤를 졸졸 따라다니고, 그런 그가 싫지 않던 케이트는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하며 시간을 보낸다. 하비가 딸때문에 맘이 상해 있다는걸 눈치 챈 케이트는 하비를 부추켜 딸의 피로연에 참석시킨다. 신부 아버지의 축사가 있겠다는 사회자의 말에 계부가 일어서자, 늘 뒤로 물러서있던 하비는 자신이 아버지라면서 일어난다. 감동적인 축사를 하고나서 마음이 풀어진 하비는 케이트에게 감사를 하면서 내일 만나자는 약속을 한다. 약속 시간에 나간 케이트는 하비가 오지않자 실망을 하는데...

 

삶이 전반적으로 잘 풀리지 않은채 훌쩍 중년이 되어버린 두 남녀가 서로를 위로하다 사랑에 빠지게 된다는 줄거리다. 어울리지 않는 배경의 두 사람이 만나 마음을 열어가는 과정들을 잔잔하게 풀어나가고 있었는데, 딸의 결혼을 바라보는 이혼한 아버지의 복잡한 심리가 더스틴 호프만의 열연에 힙입어 쉽게 공감이 가는게 볼만하다. 20대 청춘의 로맨스처럼 낯뜨겁거나 뻔뻔하지 않은 것이 좋았고, 어쩜 인생에 마지막일지 모르는 기회를 잡으려 용기를 내는 두 중년의 사랑도  감동적. 단지 살짝 현실성 없어보인다는 점이나, 낯선 이방인들이여야 하는 두 남녀 주인공들이 한 20년은 족히 함께 산 부부같이 느껴진다는 점이 아쉬웠다. 엠마 톰슨과 더스틴 호프만, 키 차이만 빼곤 너무 잘 어울린다. 어쩜 영화속에서 자주봐서 그렇게 느끼는 것인지도 모르지만서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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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격을 읽는 기술 - 자신있는 인간관계를 위한 성격의 심리학
알란 카바이올라.닐 라벤더 지음, 한수영 옮김 / 비즈니스맵 / 200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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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부제엔 <자신있는 인간관계를 위한 성격의 심리학>이라고 쓰여져 있던데, 회사생활하면서 만난 이상한 성격자들의 유형과 그 대처법에 대해 쓰고 있는 책이다. 이 책을 읽기전에 몰랐다. 회사에 이렇게 많은 성격장애자들이 포진하고 있을 줄... 하긴 사회생활하면서 만난 사람들이 다들 천사같기만 하다면 누가 월요일에 회사 나가기 싫다고 비명을 지르겠는가? 회사를 보고 들어가 상사를 보고 나온다는 말이 있듯이, 직장에서 함께 일해야 하는 사람들이 어떤 인간인가는 너무 중요한 문제다. 사람은 좋아도 병이 나지만 싫어도 병이 나니 말이다. 어찌보면 싫은 사람때문에 생긴 병이 더 심각할 수도 있겠다. 상처도 오래가지만 전염병처럼 무기력도 남겨주고 가니까. 하니 기억하시라. 왜 내가 이런 사람하고 어울려야 하지?라는 의문이 저절로 머리속에서 모략모략 떠올라 가셔지지 않는다면 이 책을 보시라고. 내가 몰랐던 그나 그녀의 이상 성격이 따악하고 명료하게 쓰여져 있을지도 모르니 말이다. 이 책에 등장하는 성격 장애자들을 유형별로 나눠 보자면, 자기애성 , 연극성, 반사회성, 경계성, 강박성, 의존성, 수동공격성, 분열성, 회피성, 편집성등으로 망라된다고 한다. 다들 한 성격들 하시는 분들이니 궁금하신 분들은 각자 알아서 읽어보시고, 저자가 강조하는것은 이렇다. 이런 성격을 갖고 계신분들은 절대 안 변한다는 것, 정신과 의사들도 바꿔놓지 못한다고 한다. 하니 그런 분들을 쓸데없이 붙잡고 어떻게든 인간 만들려 시간 없애긴 보단 대책을 간구해 해결하는 편이 인생에 더 도움이 되지 않겠나 싶다. 내 개인적으로는 경계성 성격 이상자를 한번 만난 적이 있었는데, 지금 생각해도 어이가 없을 정도로 끔찍한 체험이었다. 내가 아직도 이해 못하는 것은 그런 사람과 같이 사는 사람들은 과연 기분이 어떨까라는 것이다. 잠깐의 만남으로도 남의 삶을 엉망으로 만드는데 부족함이 없던데, 그 파괴력을 가족들은 어떻게 견뎌내며 사는 것일지 이해가 가질 않는다. 혹시 너무 둔해서 무엇인지도 모른채 사는 것은 아닐까? 그럴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어쩜 그게 더 나을 수도 있고... 예민해서 모든걸 느끼고 산다면 도저히 제 정신으론 못 살테니 말이다.

 

이 책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을 들자면 정신과 의사들은 < 밥에게 무슨 일이 생겼나? What About Bob?>라는 영화를 끝까지 긴장하면 본다는 것이었다. 실제로 그런 환자들을 종종 대하기 때문에 절대 웃음이 안 나온다니, 우습다. 난 엄청 웃으면서 본 영환데, 실은 내가 좋아하는 영화중 하난데 말이다, 종사하는 업종에 따라 그런 애환이 있는가 보다 싶어 실실 거리면서 웃고 말았다. 어쩜 그래서 이 세상엔 완벽함이란 없다고 하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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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의 사생활 아이의 사생활 시리즈 1
EBS 아이의 사생활 제작팀 지음 / 지식채널 / 200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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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인가 EBS에서 <아이의 사생활>이란 다큐를 했었다. 육아에 대해 누구보다 관심이 많은 나였음에도 진행속도가 너무 느려 챙겨보다 말았는데, 책이 나왔다길래 올다커니 하면서 읽게 됐다. 책으로 보니 역시 빨라 좋다. 책 하나 읽는데 시간 걸릴게 뭐가 있겠나, 시간 낭비를 줄인다는 면에서 다큐보단 책이 훨 나아보인다. 쓸데없는 사설이 길어져 버렸는데, 본론으로 들어가 내용을 보자면 아이의 행복을 위해 어떻게 아이를 키워야 하는가 과학적으로 설명해주고 있는 책이다. 현대는 바햐흐로 과학의 시대, 요즘은 엄마들이 하도 교육을 많이 받아서 그냥 막연히 이게 좋아요,라는 말로는 설득당하지 않는다고 한다. 엄연한 과학적 데이타를 제시해줘야 불안감이 줄어든다는 것이다. 하여, 과학적 데이타와 실험으로 무장한 이 책이야말로 엄마들을 설득하기엔 적당하지 않는가 한다. 내 아이의 운명을 결정짓는 혁명적인 책이라고 자못 거창하게 부제가 붙어있던데, 그 정도는 아니라도 대충 알아두면 손해날 것 없는 정보들로 가득했다. 나는 누구일까를 알아가는 유아시절부터 뱃속에서 시작되는 남녀의 차이, 타고 태어난다는 다중지능의 의미, 그리고 또 하나의 경쟁력으로 심어줘야 하는 도덕성의 문제, 아이가 살아가는데 꼭 필요한 감성인 자존감을 심어주는 것등등... 아이를 행복한 사람으로 키워내는데 유용한 정보들로 가득했다. 하지만 이 책을 읽고 난 의문 중 하나는 아이의 운명이 과연 부모가 하는 것에 따라 조건지어질 것인가라는 것이었다. 내 어린 시절을 되돌이켜보면 어느정도는 배운것보단 타고 태어난 것들이 나를 좌지우지 한다는 생각이 들어서다. 자존감같은 경우는 분명 부모의 영향이 지대한 것 같지만 도덕성 같은 경우는 부모와 천부적인 것 둘 다의 영향이 어느정도 있는 것이 아닌가 싶어 하는 소리다. 하여간 아이를 잘 키운다는건 쉬운게 아니다. 우리의 보통 상식으로 대했다간 아이가 상처입기 일쑤고... 하니 배우자. 어른들이여.  그리고 아이에게 사랑과 자율과 존중을 무지막지하게 퍼부어주자. 그들의 미래가 우리의 희망 아니겠는가? 그에 앞서 우리의 책임이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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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들면 안 돼, 거기 뱀이 있어 - 일리노이 주립대 학장의 아마존 탐험 30년
다니엘 에버렛 지음, 윤영삼 옮김 / 꾸리에 / 200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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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때문에 집어든 책이다. " 잠들면 안 돼, 거기 뱀이 있어 "  왠지 뭔가 있어 보였다. 알고보니 그건 브라질 아마존의 피다한 원주민들의 인삿말이란다. 맘에 든다. 아침에 만나자마자, 잠들면 안돼...라면서 인사를 하면 어떨까 상상해봤다. 사람들은 눈을 동그랗게 뜨면서 뭐? 어디어디? 뱀이 있다고? 하면서 주변을 두리번 거리겠지.  음...사람들과의 사이도 더 좋아지지 않을까 싶다. 적어도 염려 한다는 뉘앙스는 제대로 풍겨주니 말이다. 아니 그보단 왕따를 당할지도 모르겠지만서도... 어쨌거나 피다한 사람들은 우울증을 모른다고 하던데 이해가 간다. 이렇게나 지극히 현실적인 문장에 유머감각까지 실린 말이 아침인사라니, 우울할새가 어디 있겠는가.

 

현재 일리노이 주립대 학장인 다니엘 에버렛이 자신의 아마존 탐험 30년을 기록한 책이다. 10대 시절의 방탕한 생활을 기독교 신자로 거듭나면서 청산했다는 그는 신학교를 거쳐 본격적으로 선교 활동에 나선다. 선교사 집안의 딸이었던 아내와 세 아이를 대동한 채 아마존 피다한 마을에 도착한 그는 그들과 어울리는 것이 쉬울 것이란 생각이 얼마나 큰 환상이었는가 곧 알게 된다. 아내가 말라리아에 걸려 사경을 헤메자 허둥지둥 도시로 나와야 했던 그는 그의 등뒤로 소리치는 파다한 사람들의 소리를 들을 수 밖엔 없었다고 한다.

 " 성냥 꼭 사와! 담요도 사와! 마니옥 분말도 사오고, 고기 통조림도 사와!" 

와아~~~ 나라면 서러운 마음에 눈물이 찍 하고 나왔겠다. 아니 그 정도가 아니라 이건 인간들이 덜 된게 분명하다면서 다시 돌아갈 용기를 못 냈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다행히도 에버렛은 기독교를 믿는 독실한 신자고, 또 아마존 원주민에 대한 이런저런 이야기를 익히 들었던 터라 그저 문화상의 차이일거라 자신을 다독이며 다시 그곳으로 돌아간다. 그리곤 천천히 그들의 문화와 언어를 배워 나가기 시작한다. 언어학자로써 자부심도 있겠다, 지식도 있겠다, 열정도 넘치겠다, 쉽게 피다한 원주민의 말을 배울 수 있을거라 짐작했던 그는 배워가면 배워 갈수록 거대한 벽처럼 그를 막아서는 피다한 족의 언어에 마주쳐야 했다고 한다. 그의 그런 좌절감과 피다한 원주민이라는 어디에도 존재하지 않는 사람들을 알아가면서 얻게 된 행복과 성찰등을 삶, 언어, 깨달음이라는 세 부분으로 나뉘어 적어 내려가고 있었다.

 

세 파트 중 가장 재밌던 것은 단연 첫번째 파트인 "삶" 부분이었다. 아마존에서 살면서 겪거나 생긴 일들을  적은 것으로 생소한 환경에 적응해 살아가는 원주민들과 부대끼면서 살았던 이야기를 맛깔나게 풀어놓고 있었기 때문이다. 우선 저자는 피다한족을 우리와 똑같은 인간이라는 것을 강조한다. 아마존의 상인들에게 그들이 원숭이와 같은 유인원족으로 취급받는 것에 놀란 그는 행여나 독자들도 그렇게 생각할까 노심초사했던 것이다. 아니러니한 것은 그가 조심스럽게 그들이 인간임을 강조하는 것과는 별개로 그가 그들과 함께 지내면서 겪은 이야기를 대충 들어보면 아마존 상인들의 주장이 그다지 틀리게 다가오지 않는다는 점이었다. 6개월을 가르쳐도 1+1=2임을 모른다는 그들, 아니, 아예 숫자의 개념을 익히지 못한다는 사람들, 부모와 형제를 빼곤 온 마을 사람들과 성관계를 맺고, 아동성폭행이나 강간에 대한 개념이 없는 아예 없으며, 술에 취해 집단으로 그를 죽이겠다고 몰려왔던 사람들이니, 어찌 그런 생각이 안 들지 않겠는가? 흥미로운 것은 피다한 사람들은 과거나 미래가 없이 단지 현재만을 사는 사람들이라는 점이었다.  오래된 과거나 아주 먼 미래, 허구적 내용과 같이 경험하지 못한 사건에 대해서는 이야기를 하지 않으니 결국 다른 민족들에겐 흔한 민담이나 설화, 신화, 조상들에 대한 이야기마저 전무하다는 말에 의외란 생각이 들었다. 저자가 관찰한 바를 종합해보면 피다한 족은 " 딱 3세 이전의 유아기에서 벗어나지 못한 어른들"을 집단으로 모아놓은 것 같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정글에서는 살아가는데는 그 어떤 천재보다 영특한 적응력을 보여준다고는 하지만, 그건 원숭이도 마찬가지 아닌가? 라는 생각이 스쳐지나간다. 아마 그들이 원숭이와 다른 점이라곤 그들에게 식별 가능한 언어가 사용된다는 것이 아닐까 싶던데, 만약 원숭이의 말을 이해하는 학자가 나오게 된다면 그 둘의 경계는 어떻게 될까 미심쩍어졌다. 제인 구달만 봐도 그녀는 원숭이의 말을 이해하고 따라 하는 듯 보이던데 말이다. 피다한 족 사람들의 언어도 처음 듣는 사람들에겐 원숭이의 울부짖음처럼 들리며, 백인인 저자가 그들의 말을 따라하는걸 보고 다들 입을 쩍 벌린다고 하는 말에, 과연 이 저자와 제인 구달이 한 일 사이에 어떤 차이가 있을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자신들의 관찰 대상에 애정을 갖고 좋게 봐달라고 강조하는 점까지도 비슷했으니 말이다. 하여간 어떻게 전달하는가에 따라서 듣는 사람에게 다르게 받아들여진다는건 좀 멋쩍었다. 그들을 우리와 한 인간으로 봐달라는 저자의 애원을 이렇게 해석해서 미안하기도 하고...뭐, 그렇다고 그들이 우리와 다른 유인원이라는 것은 아니니 오핸 마시길...

 

흥미로운 점은 피다한 사람들이 저자를 아무리 좋아해도 그는 언제나 이방인일 뿐이란 것이었다. 물론 이런 그들의 태도는 언젠가 공동체 구성원으로 받아들여질거라 믿었던 저자를 무척이나 섭섭하게 만든다. 하긴 뭐, 그들과 살려면 섭섭한 일이 한 두 가지여야지... 그보다 더 섭섭한 일은 선도하겠다는 그의 집념이 무위로 돌아간 일이었다. 야심찬 전도프로젝트가 경계와 주관이 뚜렷한 피다한 사람들의 반대에 부딪히게 되면서 오히려 그가 종교를 버리는 계기가 되었다니 재밌는 일이다. 널 좋아하지만, 그렇다고 예수나 신이 믿겨지는건 아냐! 라고 말하는 피다한 사람들을 보면서 저자는 그들에게 기독교 교리가 끔찍하게 다가왔을 거라는걸 깨닫게 되었다니,  그런면에서 보면 이 저자 참 따스한 인간성을 지니신 분 같다. 자신이 옳다는 생각을 버리는 유연함은 쉽게 가져지는 자질은 아니니 말이다. 내가 보기엔 종교를 버렸을지라도 인간을 사랑한다는 점에선 그에게 별 차이가 생기지 않았을거라 본다. 물론 골수 기독교 신자들 입장에선 엄청난 차이겠지만서도...

 

그외 3부에선 문화가 언어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그의 견해와 노암 촘스키의 학설이 맞지 않았던 피다한 족의 언어에 대한 분석, 그 차이를 해석하는 주류 견해와 그가 내놓은 해석과의 차이에 대해 설명하고 있었다. 저자는 촘스키는 책상머리 학자지만, 자신은 현장 학자라 자신의 견해가 더 옳다고 주장하고 있던데, 어떤 것이 옳은가는 나중에 밝혀지겠지 싶다. 재밌는 책이긴 하지만 처음 1부 ' 삶' 부분의 박진감에 비해 후반부로 가면서 지루해지는 것이 단점이다. 다 읽고나니 내가 꼭 피다한 사람들의 어떻게 사는지 알아야 했을까 뭐, 이런 후회도 밀려 오고. 그래도 남이 하는 모험이라 재밌긴 했다. 적어도 내가 죽거나 다치거나 하는 일은 없으니 말이다. 아마존인들의 생존 방식이나 그들의 삶의 태도가 궁금하신 분들은 봐도 좋을 듯... 웃기고 기발하고 기막히고 애잔하고, 기타등등이 다 있으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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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의 거대한 기차 - '칭짱 철도 건설' 프로젝트에 가려진 통일 제국을 향한 중국의 야망
아브라함 루스트가르텐 지음, 한정은 옮김 / 에버리치홀딩스 / 200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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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객을 위해 산소 호스가 지급되는 열차가 있다고 한다. 바로 이 책의 주인공인 칭짱 철도다. 비행기를 타면서도 한번도 산소 마스크를 사용해본 적이 없는 나로써는 그 이야기에 켁켁 웃고 말았다. --원래 기발한 이야기를 들으면 난 그렇게 반응한다.--단지 땅위만 오고 가는데 산소 호흡기가 필요하다니 재밌지 않는가? 하지만 그 철도가 놓여진 곳은 가장 높은 곳이 해발 약 5072미터 높이다. 굳이 비교하자면 우리나라 백두산의 두배 높이 더 된다. 평균 해발고도 4500미터, '하늘 길' 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산소가 희박할 거라는 것은 당연지사, 어쩜 놀라운 것은 열차 안에 산소 호스가 있다는 것이 아니라 그런 철도를 건설해 냈다는 점일 것이다. 중국 대륙에서 티벳에 이르는 길, 희박한 산소 덕분에 숨 쉬기도 버겁다는 곳, 현지에서 태어난 사람이 아니라면 고산병에 걸려 곧바로 죽음에 이를 수 있다는 곳에 철로를 개설하고 열차를 운행하고 있다니, 말만 들어도 기가 질린다. 언젠가 스위스의 알프스 산악지대에 철도가 올라가는 것을 보곤 인간의 힘은 얼마나 대단한가--다른 말로 하면 인간은 얼마나 극성맞은가?--생각한 적이 었었는데, 이 철도 역시 그에 못지 않다는 생각이 든다. 하긴 중국 사람들이 누군가? 6.25를 몸으로 겪으신 할머니는 중국인들을 가리켜 떼놈이라고 부르곤 했다. 떼거지로 뭉쳐 다니면 그 누구도 당해낼 자가 없다는 뜻이었다. 이 책은 바로 그 떼놈들이 티벳을 어떻게 왜 삼키려 애를 쓰고 있으며 그 과정이 어떻게  전개되고 있는가를 칭짱 철도를 중심으로 설명하고 있는 것이었다. 쉽게 말해 중국과 티벳의 정치적이고 역사적인 관계를 한 서양 기자 개인의 시선에서 분석하고 있던 책이라고 보심 되겠다.

 

칭짱철도는 2006년 7월 1일 개통되었다고 한다. 워낙 외지고 고산지대에 위치해 있어 강한 집념을 가진 사람이 아니라면 그 누구도 쉽게 접근할 수 없었던 티벳이 이제 중국에서 열차를 타면 직행으로 갈 수 있는 곳이 된 것이다. 티벳 인들은 아마도 그런 가능성을 예전에 짐작하고 있었던 것 같다. "길이 열린다면 ,정말 친한 벗 혹은 최악의 벗이 우리의 방문자가 되리라" 는 티벳 고대 격언이 있다고 하니 말이다. 쿤룬 산맥이 버티고 있는 바람에 천혜의 금단의 땅이었던 그곳이 이제 개나 소나 쉽게 들어갈 수 있는 곳이 되어 버렸다니 과거와는 다른 패러다임으로 사회가 돌아갈 거라는 것은 안봐도 한 일, 이 책의 저자는 과연 그 철도가 티벳인들에게 축복일 것인가 저주가 될 것인가를 묻고 있었다.

 

우선 철도를 개설하는 과정이 만만치 않았다는 것을 저자는 설명하고 있었다. 그 철도는 40여년전 중국 공산당이 티벳을 합병한 이래 줄곧 품어온 꿈이었으나 여러가지 사정으로 말미암아 좌절되었다고 한다. 정치적인 점도 있긴 했으나 무엇보다 철로를 개설하기에 적합한 지반인가 라는 연구가 미흡했었던 것이다. 지반이 무너지는 곳에 철도를 건설했다간 대형 사고가 날 것이 분명했으니 말이다. 그런 우려는 2001년 오랫동안 티벳 고지를 떠돌며 연구 한 연구원의 야심찬 발언을 계기로 불식되면서, 칭짱철도 건설은 급물살을 타기 시작한다. 그로부터 서양 사람들은 감히 상상도 할 수 없는 전광화석의 속도로 철도 건설이 이뤄져 2006년 개통에 이르게 된 것이다. 인간이 해냈다기엔 너무도 위대한 업적이라 저자 자신도 책 제목을 "China's Great Train" 으로 짓고 있었다. 중국인들이 정치, 경제적인 음흉한 속내를 가지고 건설된 철로긴 하나 대단한 일을 해 냈다는 것은 틀림없으니 말이다. 철도가 개통된 이후 예상했던 대로 티벳에는 많은 변화가 도래했다고 한다. 더 많은 관광객, 새롭게 지어지는 호텔, 대박을 바라고 들어온 많은 한족 상인들, 중심 시가지에서 밀려나가는 티벳 원주민들, 그리고 중국의 강력한 통제정책에도 불구하고 꺼질줄 모르는 민주화 자유화 독립에 대한 티벳인들의 열망등... 저자는 여타의 것들을 현지에 잠입해 몰래 보고 듣고 취재하면서 과연 앞으로 티벳이 어떻게 나아갈지 점쳐본다. 그리곤 그도 짐작할 수 없다고 고백하고 있었다. 철도가 가져온 경제적 이득이나 개방이 티벳인들의 민주화를 앞당길지, 아니면 영원한 종속민으로 남게 되는 계기가 될지 신이 아닌 이상 알 수 없으니 말이다. 아마도 그건 흑심을 가지고 철도를 건설한 중국 정치인들도 알 수 없는 일일 것이다. 어쨌거나 중요한 것은 주사위는 이미 던져졌다는 사실, 그 주사위로 인해 앞으로 어떤 일일 벌어질지는 두고봐야할게 될 일 일 것이다. 인간인 우리가 미래를 통제할 수는 없는 것이고, 티벳과 중국이란 관계는 워낙 변수가 많아서 추측이란게 금물이지 않겠나 라는게 이 책을 읽고 난 내 소감이었다.

 

언젠가 중국 사람들이 티벳에 집착하는 이유가 궁금했던 나는 동생에게 물어본 적이 있었다. "아니 왜 한쪽 구석에 몰려있는 쬐그만 나라에 그 난리를 피는거야? 숨쉬기도 힘들다매? " 동생 말이 " 바로 그 쬐끄만 땅 밑에 엄청난 광물이 숨겨져 있거든 ." 그렇다. 땅 밑에 너무 많은 보물이 숨겨져 있으면 위에 살고 있는 사람들이 그렇게 고생을 한다. 티벳인들이 고문을 당하고 검열과 죽음과 잔인한 진압을 당하는 것도 다 그 이유 때문이다. 그래서 중국이 나쁘다고? 물론 나쁘긴 하다. 그런데 그런 나라가 한둘이냐? 미국은 안 그랬나? 소련은? 중국이 잘 하고 있다는게 아니라, 결국 힘의 논리가 지배되는 세계에서 힘이 약한 자가 고생을 한다고 떠들어봐야 별 소용이 없다는 뜻이다. 앞으로 티벳인들이 자신들의 운명을 어떻게 헤쳐 나가게 될지 나 역시도 걱정이 되긴 하지만 이 저자가 생각하는대로 중국의 중화주의란 사상때문에 이 모든 일이 벌어진거라는 것엔 동의할 수 없었다. 그리고 중국인들은 가해자고 티벳인들은 철저히 피해자라는 시각도. 물론 그렇긴 하지만 그런 역학관계가 설정된 것은 역사가 시작된 이래 그들만이 아니었다. 그러니 억울해 하지 마시길. 달라이 라마가 현명한 해결책을 언젠가는 내어놓기를 바랄 뿐이다. 자주 독립만을 외치고 있을때는 아닌듯 하니 말이다. 중국, 특히 티벳에 집착에 가까운 관심이 있으신 분이라면 한번 봐도 좋을 듯하나, 기자로써의 시선이 다소 티벳쪽에 편향되어 객관성을 잃어버린 점, 정치서인지 역사서인지 여행서인지 헷갈리는 서술, 중국과 티벳에 대해 서양인들보단 우리들이 더 많이 알고 있다는 점, 기차를 중심으로한 미시사란 점등을 감안해 애매작으로 넣었다. 저자가 엄청난 열정을 기해 만든 책이라고 하던데, 이런 평가를 내릴 수밖엔 없어 아쉬울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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