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른 알약 - 증보판 세미콜론 그래픽노블
프레데릭 페테르스 글.그림, 유영 옮김 / 세미콜론 / 2014년 4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이런 책을 읽다보면 정말 인연이란게 있긴 한가보다 싶다. 십대의 끝 무렵, 열아홉의 저자는 두살 연상의 카티를 스쳐가듯 만나게 된다. 나중에 둘의 인연이 어떻게 될 거라곤 상상도 못한 채 ... 나중에 우연히 카티와 해후를 하게된 프레데릭은 그녀가 에이즈에 걸렸으며 그녀의 아들 역시 에이즈 양성 보균자라는 이야기를 듣게 된다. 놀람과 회피와 동정과 연민 사이에서 순간적으로 갈등하던 그는 우선 호기있게 그녀를 잡고 본다. 그렇게 에이즈에 대한 두려움을 수면 아래에 감춘 채 사랑을 시작한 두 사람, 주변의 걱정에도 불구하고 그 둘의 사랑은 깊어져만 간다. 조심스럽게 사랑을 키워 나가던 두 사람은 연인으로써 에이즈와 함께 살아나간 다는 것이 쉽지만은 않다는 것을 새록새록 알게 된다. 하지만 그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함께 가족이란 이름으로 용기있게 한발 한발 앞으로 나가던 모습들이 잔잔하게 그려진 만화다. 저자 자신의 이야기를 흑백 거친 화면속에 솔직하게 담아낸 것이 특징. 처음엔 그림이 --아니 솔직하게 말하면 끝까지---거칠게 느껴지지만, 읽어내려 갈 수록 메시지를 전달하기엔 딱 적당한 톤이라는 생각이 든다. 고르고 골라 진심만을 담은, 어떻게 표현을 해야 독자들이 저자의 의도를 오해없이 받아들일지 고민 많이 해서 만든 작품이란 느낌을 받았다. 에이즈 환자로써의 고충이나 세상의 편견을 고발하기보단, 그들도 다른 사람들과 똑같은 인간이라는 메시지를 자연스럽게 전달한 점이 특히나 좋다. 병에 대한 선입견을 물리치는데는 오히려 그게 낫다고 보기 때문이다. 카티의 아들에 대한 사랑과 죄책감, 두 모자를 받아들이면서 거대한 그림을 그리기보단 괜찮을거란 직감으로 나아가던 저자의 진솔한 모습, 성마르고 다혈질이나 그 어떤 의사보다 환자의 마음을 잘 읽어 내던 주치의, 견딜수 없는 절망이 엄습을 해도 서로를 다독이면서 나아가던 부부의 모습이 기억에 남는다. 다만 병자가 에이즈 환자다보니 콘돔에 대한 이야기가 많은 부분을 차지하더라 하는 것은 별로였다. 책을 내려 놓으려니 이 세 사람은 지금 어떻게 살고 있을까 궁금해진다. 무엇보다 아이가 건강할지가... 마지막 장면에서 환하게 웃으며 여행을 떠나던 셋의 모습이 떠오른다. 그들이 앞으로도  괜찮을 거란 생각이 들게하던 장면이었다. 비록 푸른 알약이 그들을 징그럽게 따라다닌다고 해도...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미들마치 - 지만지고전천출 363 지만지 고전선집 363
조지 엘리엇 지음, 한애경 옮김 / 지만지고전천줄 / 2009년 4월
평점 :
품절


그러니까 이 나이에 축약본을 읽고 싶은 생각은 추호도 없다. 만 2천원이나 하는 책을 사면서 그 책이 축약본일거라 생각하는 사람이 과연 있을까? 좀 더 알아보지도 않고 번역본이 나왔다는 말에 덜컥 사버린 내가 무모했다는 것은 인정한다. 하지만 정말 요즘 같은 시대에 축약본이 나올거라곤 상상도 못했다.책을 받아 들고는 너무도 얇은 두께에 우선 얼굴이 하얗게 질려 버리고 말았으니...어, 설마... 축약본인게야??? 그런게야?

 

맞습니다. 그랬던 것입니다. 1/13의 축약본이라는군요. 이게 도무지 얼마만에 읽어보는 축약본이냐? 감개무량과 정반대의 감정으로 울분을 삭이느라 애를 먹어야 했다. 미들마치, 번역서를 읽다보면 심심찮게 거명되는 이름이라 궁금해하던 차에 내 드디어 읽어보나 기대 잔뜩 했더니만... 역자분이 나름 정성들여 옮기느라 애를 썼다고는 하나, 아무리 그렇다 한들 원작과 같을 수 있겠는가? 줄거리만 이해해보면 이렇다. 젊고 아름다운 장래가 촉망되는 처자가 단지 자신은 지적인 면이 모자란다는 생각에 자신보다 27살이나 많은 학자와 결혼을 한다. 주인공은 곧 그것이 잘못된 선택이었다는걸 깨닫지만 우아하게 불행을 견디다 마침내 사랑을 찾아간다. 그 외에 다양한 사람들의 갖가지 사연의 사랑과 결혼이 19세기 풍속도와 함께 그려진 소설인데, 골자만 봐도 재밌는 작품일거란 생각이 든다. 들려오는 명성에 의하면 작가가 탁월한 여성작가라 심리를 통찰하는 면이 특히나 출중하다고 한다. 아, 정말 읽고 싶었는데...그나저나 드라마로 만들면 딱일 것 같던데, BBC는 뭐하나? 이건 아직 드라마로 안 만들었을까? 충분히 만들고도 남았을만한 소설인데... 언젠가 번역서가 나올거란 기대는 이참에 아예 접어 버리고, 드라마로나 혹시 만들어진게 없는지 찾아봐야 겠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단지 유령일 뿐
유디트 헤르만 지음, 박양규 옮김 / 민음사 / 2008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작가의 근거지인 베를린을 떠나 여행을 간 사람들의 이야기 일곱편을 묶은 단편집이다. 아마도 작가는 베를린이란 도시만으로는 갑갑했던 모양이다. 아이슬란드로, 미국으로 ,이탈리아, 프랑스, 체코, 노르웨이 등으로 여행을 떠난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를 쓴 걸 보면 말이다. 나이도 성별도 떠난 이유도 다 제각각인 소설속 주인공들이 들려주는 일곱가지 색깔 이야기, 닮은 듯 다른 이야기를 한데 묶어냈다는 것만으로도 작가의 역량이 짐작된다. 그런데 왜 작가는 여행을 소재로 글을 쓴 것일까? 그 질문에 답을 하려 보니 자연스럽게 우리는 왜 여행을 하는 것일까에 대한 의문이 떠오른다. 그렇다. 우리는 왜 떠나는 것일까? 혹 이방인이 되고 싶어서 떠나는 것은 아닐까? 나와 다른 나를 연기해도 얼마든지 믿어주는 사람들이 있는 곳으로 말이다. 너저분한 일상이나 어딘가 버렸음 딱 좋겠을 책임과 의무들, 마주치고 싶지 않아도 만나야 하는 사람들을 잠시 피해서, 오로지 진정한 나 자신을 찾을 수 있다는 기대를 안고 떠날 수 있는 것이 여행 아니겠는가. 마음껏 내 자신이여도 좋고, 또는 마음껏 내가 아니여도 상관없는 자유가 주어지는 것, 그것이 여행의 묘미가 아닐까 싶다.

 

이 단편들의 특징을 꼽자면 지극히 일상적이고 담담한 톤으로 그려냈다는 점을 들어야 하겠다. 작가에게 여행은 거대한 이벤트가 아니라 (악!!! 나 드디어 여행가요! 가 아니라는 말씀) 그저 일상의 연장으로써의 의미밖엔 없어 보였다. 그저 사물을 좀 더 객관적이고 심층적으로 관찰할 수 있는 닫힌 장소로써 쓰여다고나 할까? 물론 감각이 깨여있다는 점은 일상과는 달랐다. 주로 느른하고 소심하며 말을 내뱉기보단 삼키길 잘하는 사람들이 주인공들이다보니-- 아마도 작가가 그런 성향의 사람이 아닐까 싶었다.--그들에게 무슨 말을 시키려면  여행이라는 조치가 필요했던 모양이다. 그래서 그들이 대단한 것을 발견했냐고? 아니, 그렇지는 않았다. 작가는 한 치도 높아지지 않는 톤으로 그들의 여정을 설명한다. 그리곤 잡힐 듯 말 듯 그들이 느낀 것들을 풀어놓는다. 너무 미묘하게 풀어놓은 통에 그들이 어떻다는 것인지도 알아차리기 쉽지 않다. 그들이 행복해졌냐고? 그들이 깨달음을 얻었냐고? 본질적으로는 그들이 달라졌냐고? 글쎄. 어쩜 그들은 굉장한 것을 손에 넣었을 수도 있다. 아님 아무것도 얻지 못한 채 그저 돌아왔을 뿐이거나... 우린 여행을 통해 어떤 것을 얻기를 바라지만 실제로 아무것도 얻지 못할 수 있고,  반대로 아무 것도 기대하지 않았지만 많을 것을 얻었을 수도 있으니 말이다. 어떤 것도 해석이 가능하다. 작가가 말하려는건 그들이 무엇을 했고, 말하던지간에 우리의 본질을 흔들어 놓는 사건은 우리 내면에서 일어난다는 것을 말하려 하는게 아닐까 싶었다.

 

일곱개의 단편들 중 친구의 애인과 바람이 나면서 친구에 대한 자신의 생각과 자신에 대해 알아가는 한 여자에 대한 이야기나 (루스) 일생일대의 사랑을 만났으나 한마디로 하지 못한 채 보내버린 가이드의 이야기 (차갑고도 푸른 ), 취소된 카니발에 초청가수로 세상 끝 마을에 도착한 두 남녀가 일상에 지친 한 부부와 조우하게 되면서 벌어지는 소동을 그린 단편(아리 오스카손에게 향한 사랑)등이 인상적이었으나 , 이 책의 백미를 꼽으라면 단연 < 단지 유령일뿐>이었다.  닳고 닳아 아무 것도 남지 않는 연인이 미국 사막으로 여행을 간다. 더 이상 운전을 할 수 없다는 이유로 머문 마을에서 그들은 이상한 체험을 하게 된다. 손바닥만한 마을, 빈방있다고 선전하는 모텔, 혼자 사막을 걷는 여인을 두고 지나치지 못하는 트럭 기사, 마치 <바그다드 까페>를 연상시키는 술집, 유령을 잡겠다며 요란스런 기구를 들고 찾아온 중년의 여성, 카리스마 넘치는 술집 여주인, 사막에서 한번도 떠난 적이 없다는 한 사내를 그들은 하루밤 사이 만나게 된다. 아내를 더 이상 사랑하지 않지만 아이의 엄마기에 그녀를 떠날 수 없다는 사내와 그런 그를 강렬하게 바라보는 술집 여주인을 보면서 둘은 마음이 풀어진다. 유령 사진을 찍겠다고 나선 정신나간 여인의 소원을 진지하게 받아들이는 사막 거주자들의 인정에 휩쓸려 버린 두 사람, 결국 모두와 함께 사진을 찍는 것으로 하루를 마감한다.  다음 날, 마치 오랫동안 인적이라고 없어 보이는 술집 앞에 선 그 둘은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길을 떠난다. 그리고 그 둘 만의 인생을 시작한다는 것이 줄거리다. 눈이 번쩍 트였을 만치 돋보이는 수작이었다. 그냥 그대로 영화로 만들어져도 손색이 없을 만큼 탄탄한 이야기에 기승전결이 뚜렷한 구성, 신비롭고 흥미가 동하는 사람들, 지도상에도 존재하지 않는 사막의 외진 마을의 버려진 듯한 분위기, 그 속에 살아가는 사람들의 좌절과 절망, 그들이 말하는 희망과 삶의 끈기, 별종에 대한 다정한 관심등이 세련된 묘사로 그려져 있었다.  단지 일상적인 디테일만으로 이야기를 드라마틱하게 꾸며 내던 이야기꾼으로써의 작가의 역량이 탁월해 보인다. 작품을 읽으면서 다소 심드렁했던 자세를 한 순간에 고치게 만든 단편으로, 이 한편만을 위해 이 책이 존재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하니, 혹  다른 작품들을 읽으면서 취향에 안 맞는다고 실망하신 분들이라도 꼭 <단지 유령일뿐> 만은 읽고 넘어가시라고 권하고 싶다. 



 

<밑줄 그은 말> 

 

나중에 나는 그의 말을 바로 알아차렸어야 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다고 사실이 달라졌을지, 내가 다른 결정을 내렸을지는 모르지만, 그렇다고 하더라도 나는 그의 말을 의심없이 들었어야 했다. 그가 "넌 내가 생각하고 있는 사람이니? "라고 물었을 때 나는 그가 뜻한바와는 전혀 다르게 이 말을 이해했다. 그런데도 그는 나를 바로 알아보았다. 그는 사실 이렇게 말했다. " 너한테 중요한 건 아무것도 없고, 너는 어떤 약속을 받아낼 수도 없는 그런 배신자니? "그는 "나 때문에 루스를 배신할 거니?하고 물었고 나는 " 그래. "라고 대답했다.--54

 

몇년 뒤 그녀는 펠릭스와 함께한 그 시간을 통해 적우도 한 가지는 배운 게 있다고 생각할 것이다. 사람에게 아무것도 강요할 수 없다는 것, 특히 사랑 같은 것은.우스꽝스러운 깨달음이긴 하지만 그런데도 위로가 되었다.--193

 

버디는 그의 아내가 아름다움을 한꺼번에 잃어버렸는데, 어쩌면 여기 오스틴에서의 삶 때문이거나, 아니면 삶 자체가 그런 건지도 모르겠다고 했다. 그는 아이의 엄머니라는 사실 하나만으로 그녀를 사랑할 것이라고 했다. 그는  "난 그녀를 사랑해. 그녀는 내 아들의 엄마잖아."라고 말했는데, 이 말은 그들 사이에 머물러 있었다.엘런이 애니를 향해 몸을 돌려 포도주 한 잔을 시킬 때까지, 한참 동안.

 

"넌 어딘선가 나온 말이나 문장들, 소위 순간들에 너무 매달려 있는 경향이 있어." 펠렌스가 엘렌에게 언젠가 말한 것이 있다.--202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탠저린 청소년문학 보물창고 5
에드워드 블루어 지음, 황윤영 옮김 / 보물창고 / 2009년 4월
평점 :
절판



아빠 근무지를 따라 캘리포니아 탠저린 카운티로 이사온 폴 피셔는 전학 간 중학교에 축구부가 있다는 소식에 반색한다. 법적으로 장님판정을 받을 정도로 시력이 나쁜 폴, 하지만 그 장애도 그가 축구를 좋아하는 것을 막지는 못한다. 친구들이 외계인이라 놀려도, 대기 선수로 벤치에 앉아 있어도, 함께 축구를 할 수만 있으면 상관없다는 폴의 간절한 바람은 장애인은 축구부 가입이 안 된다는 학교 규정에 막혀 좌절되고 만다. 한편 그가 살게 된 탠저린 카운티는 (귤을 의미, 작가가 오렌지 카운티를 패러디함.) 한때 과수원이었던 곳을 무자비하게 갈아엎어 세운 곳으로 겉으로 보기엔 부촌이었지만 안으로 많은 문제들을 안고 있었다. 땅이 가라앉고, 저절로 생겨난 들불은 검은 연기를 모락모락 피워대며, 날마다 벼락이 치는데다, 흰 개미가 떼거리로 공격을 하고 , 보석 도둑이 판을 치는등 마을은 늘 사건 사고로 소란스럽다. 땅이 가라앉는 바람에 교실이 없어진 폴의 중학교에선 학생들에게 전학을 허용하게 되고, 폴은 기회는 이때라면서 근처 탠저린 중학교로 전학을 간다. 라틴계열의 빈촌 아이들이 다니는 탠저린 중학교는 갱단과 폭력이 난무하는 학교로 소문이 나 있었다. 주위의 편견은 아랑곳하지 않고 새 학교에 등교한 폴은 그곳 친구들도 마찬가지로 착하다는걸 알게 된다. 남녀 혼성으로 구성된 탠저린 축구부에 가입한 폴은 시합을 계속하면서 실력을 점차 쌓아나간다.

 

한편 고교 미식 축구계의 스타로 부모의 관심과 기대를 한 몸에 받고 있는 형 에릭은 새 고등학교에서도 인기를 몰고 다닌다. 에릭이 명문 대학에 스카웃 되기 위해 작전까지 짜가면서 뒷바라지는 하는 아빠, 폴은 그런 아빠와 에릭이 다 못마땅하기만하다. 형이 자신을 죽이려 한다는 환영에 시달리는 폴은 왜 자신이 그런 생각을 하게 됐는지 의아해한다. 어릴적 사고로 눈을 다친 폴은 그것이 에릭이 연관되어 있을거란 추측은 해보지만 기억이 나질 않자 답답해한다. 잔인한데다 제멋대로인 에릭은 집에 놀러온 폴의 친구를 가난한 동네 애들이라면서 괴롭히지만, 폴은 그가 두려운 마음에 맞서지 못한다. 그 일로 친구들로부터 왕따를 당하는 폴, 부자인 너희들은 너희들끼리 살라며, 넌 우리와 어울리지 않는다는 친구의 말에 자신은 에릭과 다르다면서 항의를 해보지만, 그의 진심은 받아들여지지 않는다. 탠저린 카운티에 한파가 몰려오자 탠저린을 살리기 위해 폴은 자진해서 농장으로 간다. 탠저린의 미래를 위해 인생을 건 친구의 삼촌을 존경스럽게 바라보던 폴은 며칠뒤 그가 죽은 채 발견되었다는 소식에 깜짝 놀란다. 그의 죽음에 에릭이 관련되었다는 걸 알고 있던 폴은 이번만큼은 입 다물고 있지 않겠다고 이를 앙 다무는데...

 

마치 잘 된 영화를 보는 듯 속도감있게 잘 쓴 성장소설이었다. 형이 자신을 죽이려 한다는 환각에 시달리는 동생 폴, 그런 동생을 애벌레 보듯 경멸하는 형과의 갈등이라는 다소 극단적인 소재를 쓰고 있음에도 그걸 어찌나 자연스럽게 풀어내던지 마치 내 주변에서 일어나는 사건을 보는 듯 생생하기만 했다. 단순하지만 모순없는 캐릭터 선정, 스포츠를 둘러싼 암투와 열정, 자연스러운 상황전개, 이야기를 더 설득력있는 만드는 뒷 배경과 속도감있는 전개, 군더더기 없는 묘사, 다음을 궁금하게 만드는 영리한 구성등으로 단숨에 읽어치울 수밖엔 없었다. 작가의 데뷔작이라는게 믿겨지지 않을 정도로 노련하다. 제목만 보곤 별로일거라 짐작한 나로써는 뜻밖의 수확이었으니, 오랜만에 제대로 된 성장 소설을 읽는 즐거움에 밤을 꼴딱 샜다. 무엇보다 재밌다. 즐거움과 감동을 원하는 독자들에게 강추!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실격사원
에가미 고 지음, 김주영 옮김 / 북하우스 / 2009년 4월
평점 :
절판


10계명을 테마로 해서 회사 사원으로 살아가면서 겪을 수 있는 일들을 소재로 쓴 소설이다. 약육강식, 음모와 계략, 이기주의와 파벌주의가 판치는 회사에서 살아남기 위해 안간심을 쓰는 사원들의 어려움과 애환, 그들의 성공과 실패를 그린 것인데, 회사 생활을 하면서 겪었거나 들었던 이야기를 군더더기 없이 설득력있게 그린 것이 장점이다.  저자가 은행에서 20년간 일한 덕분인지 은행에서 일어난 이야기들이 대부분이었는데, 보통 사람들은 잘 모르던 은행의 내부사정을 들여다 볼 수 있던 점이 재밌었다. 할당량을 채우기 위해 고객의 빼돌리던 영업담당 주임, 아부와 눈치와 음모로 드디어 바라던 은행장에 올랐으나 그 이상은 어떻게 해야 하는지 몰라 당황하는 은행장 비서,성희롱을 감시하는 감사부 소속임에도 자신이 회사직원과 불륜에 빠지면서 함정에 빠지는 사람, 힘들때 자신을 돌봐준 야쿠자 두목을 배신해야 하는 처지가 되자, 은혜나 정의냐 사이에서 갈등하는 호텔사장, 부하의 공적을 훔치고 가로채는 능력있는 (?) 선배의 봉이 되어버린 후배 이야기등 회사에서 벌어지는 별별 더러운 이이기들을 담고 있다. 이런 책을 보면 세상은 언제나 공정하고 공평하게 돌아간다는 말을 믿는다는 것은 현실과 담을 쌓는 사람만이 가능한게 아닐까 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현실은 그보다 더럽고 유치하며 불공정하고 무책임한데다 혼란 그 자체이며 언제나 선이 악을 이긴다는 말 역시 공허한 꿈에 불과할 지도 모르는데 말이다. 그럼에도 보다 나은  사회를 위해 이런 것들이 나쁘다고 까발려주는 사람이 있다는 것이 그나마 다행이라면 다행같다. 이 책을 쓴 저자처럼 말이다. 알고보니 저자는 고객을 위해 일하자는 구호로 일하다 은행에서 잘렸다고 한다. 양심을 지키려는 사람은 결국 내몰리듯  물러나게 되어 있는 것이 이 사회의 구조인걸까 싶어 씁쓸했다. 하지만 그렇다고 이 책이 씁쓸한 책인가 하면 그런것은 아니니 오핸 마시길...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