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생의 연인이었던 아내와의 사별 후, 살던 집에서 쫓겨나 요양원에 들어가게 된 칼 프레드릭슨은 생활을 꾸려 가느라 미처 떠나지 못한 남미로의 모험을 해보기로 결심한다. 풍선장수였던 그는 자신의 장기를 살려 거대한 풍선을 매달아 통채로 집을 하늘로 날려버린다. 이제서야 자신의 뜻대로 일이 펼쳐나가는 것에 저의기 만족한 칼, 커튼을 돛대 삼아 바람을 가르며 평화로이 하늘을 날던 그는 밖에서 "똑똑똑" 하는 소리가 들리자 자신의 귀를 의심한다.
속는 셈치고 대문에 나섰던 칼은 불청객 하나가 무임승차했음을 알게 된다. 그는 바로 며칠전 칼의 집에 나타나 "노인 공경 뱃지"를 타야 한다면서 도와줄 일이 없냐고 묻던 8살짜리 소년 러셀이었다. 자칭 황야의 탐험가로 수많은 체험 뱃지를 탔지만 실은 야외에 한번도 나가본 적이 없고, 텐트를 쳐 본 적도 없으며, 밴드를 어떻게 붙여야 하는지도 모르는, 한마디로 아는 것은 많지만 경험은 전무한 이 소년 훼방꾼은 칼의 요청대로 '도요새'를 쫓아 다니다 본의 아니게 칼의 모험에 끼여들게 된 것이었다. 당황한 칼은 어떻게 해서든 러셀을 떨궈 놓으려 하나, 곧이어 나타난 거대한 적난운에 휘말려 그만 러셀을 돌려보낼 시기를 놓치고 만다.
폭풍에 휘말렸다 간신히 정신을 차린 칼은 안개가 걷히고 눈앞에 펼쳐진 풍경에 놀라고 만다. 그가 오랫동안 꿈꿔왔던 그 남미의 폭포가 건너편에 있는게 보였기 때문이다. 폭포 위에 집을 짓고 싶어하던 아내의 꿈을 실현하기 위해 칼은 죽는 한이 있어도 집을 끌고 폭포앞으로 가기로 결심한다. 마치 전생에 엄청난 잘못이나 저지른 듯, 풍선이 매달린 집을 끌고 한발 한발 폭포쪽으로 걸어가는 칼과 러셀, 만약 그들에게 더 이상의 불청객이 없었다면 칼의 소원은 보다 일찍 이뤄졌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그 엄청나게 먼 남미에서도 그들을 반기는 일단의 무리가 있었으니....
초코렛을 매개로 친구된 새 케빈과 러셀은 곧 환상의 짝을 이룬다. 칼은 어디서 나타났는지 모르는 생전 처음 보는 새 케빈을 돌려 보내기 위해 애를 쓰나 오히려 케빈은 그를 놀리려는 듯 열심히 쫓아다닌다. 케빈을 떨쳐내려 애를 쓰고 있는 사이 말하는 개 더그가 나타나 일행의 진로는 한층 더 정신사나워진다. 목에 찬 개 통역기를 통해 인간의 언어를 사용할 줄 아는 더그는 실은 개 무리에서 멍청이로 통하는 왕따 신세, 더그는 새를 잡아가면 주인에게 칭찬을 받는다면서 케빈에게 "포로"가 되달라고 애처롭게 애걸한다. 둘이 다 싫다면서 따라오지 말 것은 주문하는 칼, 하지만 그가 어디로 가든 어디에 있든 그 둘이 한발 앞서 기다리고 있자 칼은 절망에 빠진다. 과연 칼은 이 구박을 받아도 꿋꿋한 낙천주의자들이자, 가는 곳마다 사고다발인 러셀 일행을 따돌리고 집을 폭포에 갖다 놓을 수 있을 것인가?
과거 전설적인 탐험가였던 찰스 먼츠는 자신이 남미에서 가져온 새 화석이 가짜라는 추문으로 사회에서 매장된다. 기필코 그 새를 찾아내 자신의 결백을 증명하려 한 그는 일단의 개 무리와 함께 남미 동굴에서 칩거하고 있었다. 개 무리에 쫓겨 절체절명의 상황에 빠진 칼 일행은 다행히 먼츠를 만나 구조된다. 개 주인이 어릴 적 자신의 영웅 먼츠라는 걸 알아본 칼은 매우 기뻐하나, 그가 찾고 있는 새가 케빈이라는 사실을 눈치채고는 잽싸게 도망간다. 새를 잡겠다는 먼츠의 의지는 이제 거의 강박 수준, 그가 찾는 새가 러셀의 애완새라는걸 알게 된 먼츠는 칼 일행의 뒤를 쫓는다. 칼과 러셀은 케빈과 더그의 도움으로 간신히 먼츠의 손아귀에서 벗어나지만 그 도중 케빈은 다리를 다치고만다. 새를 잡겠다는 먼츠의 집념이 도를 더해가는 가운데, 러셀은 다리를 다친 케빈을 케빈의 아가들에게 데려다 주자고 주장한다. 마지못해 따라 나선 칼, 과연 칼 일행은 무사히 케빈을 집에 돌려 보낼 수 있을 것인가? 폭포 옆에 집을 짓고 싶다는 칼의 꿈은그렇게 점점 멀어져만 가는데...
이 영화를 두 마디로 정의하자면 "허를 찌르는 유머와 참신함"을 들 수 있을 것이다. 군더더기 없는 전개에 재치있고 맛깔난 대사들, 아귀 딱딱 들어맞는 구성과 주인공들의 개성 넘치는 행동 하나하나에 곁들여진 유머, 일관성있고 설득력있는 주인공들의 성격때문에 만화 영화임에도 그다지 거짓말이라는 생각이 들지 않았다. 그만큼 자연스럽게 이야기를 끌어나갔다는 의미다. 칼의 어린 시절부터 시작된 아름다운 부부애, 칼이 풍선 집을 만들게 된 사연과 러셀의 등장, 그리고 본격적으로 시작된 탐험등 어찌나 정신 사납게 관객들을 끌고 다니던지... 웃고 ,감동하고, 공감하고 다시 웃어대느라 시간 가는 줄도 몰랐다. 올해 본 영화 중 가장 재밌고 기억에 남는 영화였는데, 누가봐도 귀엽고 깜직한 주인공을 내세운게 아니라 공감이 가는 등장인물들을 내세운 것이 무엇보다 맘에 든다. 사랑하는 아내와 사별한 뒤 더 이상 잃은 것이 없다는 심정으로 모험이 나선 괴팍한 칼 할아버지, 그 팍팍한 인상 뒤에 그리도 찐한 정이 남아 있을 줄 누가 알았으리요. 러셀 일행 덕분에 팔자에도 없는 할아버지 인디애나 존스가 되어버린 그를 보면서 힘이 솟는 듯했다. 귀여운 구석이라곤 찾을래야 찾기 힘들지만 알고보면 선하고 딱한 사정을 가진 러셀은 또 어떤가? 영화가 끝날 즈음엔 그가 그 어떤 만화속 주인공보다 귀엽게 느껴졌다. 그외 천방지축이라는 단어가 딱 어울리는 도통 말이 안 통하는 괴짜 새 케빈, 여차하면 망신용 때깔을 쓰고 벌을 받는 왕따 개지만 충성심만은 누구 못지 않는 개 더그등 네 명의 주인공들이 벌이는 하모니가 뛰어났다. 사회에서 소외된 사람들에게도 진실로 사랑스런 면이 있다는 점을 설득력있게 표현하고 있었던 점이나, 생각지도 못한 세대를 뛰어 넘는 가슴 벅찬 우정, 무엇보다 그들이 자신의 희망과 꿈을 찾아가는 모습은 감동적이었으니, 비록 보는 내내 한없이 정신 사납긴 했지만, 마음 따스해지는 장면들로 끝을 맺던 영화이자, 놀랍도록 선명한 그림에 힘입어 프레임 하나하나가 입이 딱 벌어지도록 아름답던 영화로 오래도록 기억에 남을 것 같다. 단 아주 어린 아가들이 보기엔 좀 무서운 장면들이있다는 점을 알려 드리고 싶다. 하늘로 나는 장면이라든지, 폭풍에 집이 휩쓸려 간다는지, 절벽 앞에 서 있는 장면이나, 케빈을 구조하기 위해 하늘에서 벌이는 소동들은 어른인 내가 보기에도 아찔했으니 말이다. 객석에서 간간히 "아빠, 무서워...."를 외치는 아가들의 소리가 들려 오던데, 비록 내 관객들과 함께 웃긴 했지만 충분히 이해가 가는 상황이었다. 그런데 도무지 이걸 3D로 보면 기분이 어떨까? 혹 고소공포증이 있는 사람은 멀미를 하는건 아닐까? 조만간 확인해볼 생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