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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재들의 실패
로저 로웬스타인 지음, 이승욱 옮김 / 한국경제신문 / 2009년 3월
평점 :
구판절판
LTCM (롱텀 캐피털 매니지먼트--회사명을 쓰고 보니 재밌네. 왜냐면 이 회사는 결코 롱텀이 되지 못했기 때문이다.) 이 설립하게 된 배경과 그들의 눈부신 성공, 그리고 뒤에 이은 처절한 몰락을 분석하고 있는 책이다. 투자계의 달인과 노벨상을 받은 경제학자 둘, 그리고 내노라 하는 학계의 고수들을 모아 설립한 LTCM은 조용하고 은밀하게 투자 시장에 뛰어든다. 백만장자가 아니라면 그 존재조차 알기 힘들었다던 그들은 곧 400% 라는 꿈의 수익을 내면서 승승장구하게 된다. 감이나 동물적 감각이라는 구시대적인 도구가 아니라 정밀하고 수학적인,그리고 한치의 오차도 허용하지 않는 기계적 시뮬레이션에 의해 투자를 감행하던 그들, 한마디로 천재적인 머리를 최대한 이용해 돈을 긁어 모으던 그들의 투자기법은 점차 사람들의 신뢰를 받으면서 거부들과 은행들의 돈을 싹쓸이 하기 시작한다. 눈부신 성장세로 주위의 부러움과 시샘을 받던 그들은 상상치도 못하게 빨리 그리고 엄청난 규모로 몰락이 진행되면서 다시한번 세상의 주목을 받게 된다. 절대 자신들은 실패할리 없다고 굳게 확신했다던 그들, 하지만 주로 빚으로 선물투자를 감행했던 그들은 러시아에 모라토리엄이 진행되고 세계 경제가 죽을 쑤자 미처 돈을 빼내지 못해 철저히 파산하고 만다. 그들이 진 빚만 무려 1조원이었다니, 그들에게 돈을 빌려준 은행들이 연쇄도산을 막기 위해 미 연방은행장을 위시한 행장들을 모아 대책을 간구하게 되었다니 그들이 도박이 얼마나 대단했는지 짐작이 되실 것이다. 우스운 것은 대마불사라고 너무 엄청난 규모의 빚에 놀란 은행장들은 각자 추렴해서 그들의 빚을 청산하는 것으로 경제 파국을 막았다고 하니...어째 지금 상황과 맞물려 데쟈부 현상을 보는 듯 친숙했다. 이 책의 저자는 그들의 성공과 실패를 분석해 보면서 왜 자신만만한 그들이 실패할 수밖엔 없었는지를 논증해 나가고 있었는데, 이 책을 보면서 든 느낌은...
1. 주식은 도박이 아닐 수도 있을지 모르나, 트레이더들은 도박사들이다.
2. 경제를 이해하고 통제하는 완벽한 시스템은 불가능하다.
3. 노벨경제학 수상자도 실물경제엔 젬병일 수 있다.
4. 이왕 벌릴 거면 크게 벌리는게 좋다(?)
5. 선물 투자등 복잡한 투자 기법을 만든 사람들은 일종의 사기꾼이다.
6. 웨렌 버핏의 균형 감각은 역시 탁월했다. 존경스럽다. 그리고 세계 최대 부자로 산다는 것이 꽤나 골치아픈 일일 수도 있음을 깨달았다.
7. 작년의 경제 상황을 생각해보니, 인간은 대체로 과거의 경험에서 별로 배우는게 없다는 사실을 추론할 수 밖엔 없었다.
인간은 언제나 요행을 바라는 동물이고, 일단 사고를 치고 보는 종족들이며, 자신에게 책임이 가지 않는다면 무슨 짓이라도 할 존재들인데다, 왠만하면 자신이 책임지지 않을거라 추측하고, 성공하면 거만해지는 단순한 동물이라는것도...
왜 내노라 하는 투자의 달인들이 모였음에도 결국 실패할 수밖엔 없었는지 연대별로 이해하기 쉽게 서술한 것이 장점이나, 뒤로 갈 수록 질질 끄는 경향이 있는 점이 눈에 거슬렸다. 실패를 지나치게 드라마틱하게 강조하려다 보니 그런게 아닌가 싶었는데, 저자가 기대한 만큼 드라마틱하게 여겨지지 않았으니 그다지 성공한 것 같지는 않는다. 이 책을 보고 새삼 다시 느꼈다. 투자는 아무나 하는 것이 아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