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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레인 섹스 - 일하는 뇌와 사랑하는 뇌의 남녀 차이
앤 무어.데이비드 제슬 지음, 곽윤정 옮김 / 북스넛 / 2009년 4월
평점 :
책을 읽는데, 도무지 왜 내가 애초에 이 책을 읽으려고 했는지 생각이 나질 않았다. 브레인 섹스라는 제목 때문이었까? 아마도 부제 때문이지 않을까 싶다. 일하는 뇌와 사랑하는 뇌의 차이,바로 남녀의 차이를 단적으로 설명하고 있으니 말이다. 가입되어 있는 독서 카페에서 책 제목을 검색했더니, 해당 단어가 금칙어라 검색이 되질 않는단다. 브레인이란 단어 때문일 리는 없고, 섹스란 말 때문인 모양이다. 아니면 브레인하고 섹스를 함께 붙여놔서던지... 어쨌거나, 책 내용을 생각하니 웃음이 실실 나왔다. 과학적으로 남자와 여자의 뇌가 다르다는 걸 설명하고 있는 대체로 성적이지 (non-sexual) 않은 책을 검색도 안 되게 할 필요는 없을텐데... 그러니 책 제목에 반감을 가지시는 분들은 일차적으로 이 책이 성에 관련된 야한 책이 전혀 아니란 점을 알아주시기 바란다. 그저 인간을 포함한 이 세상 모든 종들에게서 남녀간 성 차이가 발견된다는 일반적인 이야기를 하고 있는 책이니 말이다.
몇년 전 유아 프로인 텔레토비의 보라돌이가 본의 아니게 물의를 일으킨 적이 있었다. 핸드백을 들고 다니던 보라돌이가 동성애자임이 틀림없다면서 녀석의 하차를 주장하는 미국 골수 보수 기독교 목사의 발언때문이었다. 보라돌이의 행동이 순진무구한 아이들의 성 정체성에 혼란을 줄 수 있다는 말에 하도 어이가 없어 크게 웃은 기억이 난다. 그런데 재밌는 것은 내 이야기를 들은 친구의 반응이었다. 아이를 키우는 사람으로써 그 목사의 말이 옳다고 하는데 어찌나 기분이 상하던지...정나미가 뚝하고 떨어지는 소리가 아마 제주도까지 들렸을 것이다. 친구야, 우린 그렇게 태어나는 거지, 학습되는게 아니야, 라고 말을 했지만 그녀는 믿으려 하지 않았다. 아이들은 아무것도 없는 빈 공백이라 우리가 어떻게 보여 주는가에 따라 다르게 행동한다면서, 보라돌이에 익숙해지면 아들은 커서 동성애자가 되고, 딸은 동성애자에 너그러워져 안된다고 하는데 기가 막혔다. 아니, 보라돌이 때문에 남자아이들이 동성애자가 될거라는 말은 제쳐 두고서라고, 여자들이 동성애자들에게 너그러워져 안된다니.... 그들도 같은 인간인데 좀 너그러워 지면 안되냐? 이해할 수 없는 논리를 펴는 친구가 안타까웠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성은 학습되는 거라는 그녀의 말에 체계적으로 반박할 수 없어 슬펐다.
아, 그때 이 책이 나왔으면 좋았으련만... 이 책의 저자에 의하면 남녀의 차이는 성기 뿐만이 아니라 뇌에 의해서도 차이가 난다고 한다. 태어날 때 이미 우리는 평생 어떤 성으로 살 것이고 행동을 하게 될 것인지가 이미 내재되어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 프로그래밍에 따라 사용하는 뇌의 구조나 부위도 달라진다고 하니, 바로 그런 이유로 남녀의 미묘한 또는 현격한 차이가 생겨나는 것이었다. 남자가 공격적이라든지, 수학을 잘 한다거나, 일 중독자일 경향이 농후하거나 바람둥이 기질이 있다면, 여자들은 언어에 유능하고 관계 지향적이며 평화를 선호한다는 것이 다 뇌의 차이로 설명 가능하다고 한다. 그외에도 동성애자가 생기는 이유로 엄마의 자궁 속에서 노출된 호르몬 때문이라는 학설도 조심스럽게 과학적인 분석을 통해 제기하고 있었다. 놀라운 사실인가? 글쎄. 내겐 별로 그렇지 않았다. 이미 대충 알고 있는 사실이었기 때문이다. 사실 난 남녀가 다르다는걸 알기 위해 이런 책이 필요없는 사람이다. 경험으로도 차고 넘치기 때문이다.
남자 형제 셋 사이에서 성장한 나는 남녀간에는 차이가 있다는 것을 믿어 의심하지 않는다. 내 부모가 공평하게 키웠음에도 우린 저절로 달라졌기 때문이다. 가령 내 남자 형제들은 다 차를 좋아하고 운전을 잘하며 길을 잘 찾지만, 난 아니다. 남동생이 버찌를 따겠다면 나무에 올라가면 밑에서 떨어지까봐 불안에 떨고 있는 사람은 나였다. 조카가 태어났을때 금세 아기를 다루는 법을 익히는 쪽도 나였고, 집안에 더러워지면 신경이 날카로워 지는 것도 나였으며, 인형 놀이를 재밌어 하는 사람도 나였다. 대신 칼 싸움을 좋아하고, 운동경기에 환호하며, 바퀴벌레를 콱 밟아 죽이는 사람은 내가 아니었다. 난 남녀의 차이 때문에 이 사회가 더 재밌고, 풍요로우며, 안정적이 된다고 생각한다. 무엇보다 남녀는 경쟁하는 사이가 아닌 서로 보완해가는 사이라고 본다. 가끔 사회적으로 성공한 사람들이 대부분 남자들이란 사실 때문에 좀 배가 아프긴 하지만, 여성들이여, 감옥을 보라. 거기도 대부분 남자들이 가 앉아 있다는걸 생각하면 그리 부러워 할 필요는 없지 않을까 한다. 하여간, 말이 두서가 없긴 한데, 남녀가 성차에 따라 왜 다를까가 궁금하신 분들은 한번 들여다 보시면 되겠다. 아님, 말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