빙 줄리아 - Being Julia
영화
평점 :
상영종료


연기를 너무 잘 하는 나머지 인생 자체가 연기가 되어 버린 배우 줄리아(아넷 베닝 분)는 무대 안에서건 밖에서건 연기 하느라 바쁘다. 어떤 사람이건  자신의 매력이 먹힌다고 생각하는 그녀, 하지만 아무리 아름답다고 한들 이제 중년의 나이인 그녀는 심드렁한 결혼생활에 따분해진 나머지 미국에서 날라온 20대 청년 톰과 바람이 난다. 사랑에 빠져 기운이 펄펄 나는 줄리아, 하지만 가난한 청년 톰과의 사랑은 오래가지 않는다. 톰이 젊은 여배우 미스 필립스에게 빠져 줄리아와 양다리를  걸치고 있다는 사실을 눈치챈 줄리아는 그녀를 자신의 새로운 연극에 추천한다. 미스 필립스의 연기가 너무 좋다면서 연극의 촛점을 필립스에게 맞춰주는 줄리아...줄리아의 남편마저 불안하다고 털어놓을 정도로 착해진 줄리아, 과연 그녀의 꿍꿍이는 무엇일까?

 

아넷 베닝의 매력이 철철 흐르던 영화였다. 중년의 위기 한 가운데 있는 매력적인 여배우가 젊은 청년과의 사랑에 따른 고통을 겪으면서 자신의 정체성을 확립해 간다는 내용이었는데, 처음엔 언뜻 싸가지 없이 자신만 아는 배우 같아 보였던 줄리아가 끝날 즈음 되면 왜 그녀를 모든 사람들이 그렇게 사랑하는지 이해가 될 정도로 설득력 있게 그린 것이 마음에 들었다. 아들뻘 되는 청년과 사랑에 빠지면서도 그의 속물 근성에 스멀스멀 멀미를 하고, 자신을 깍아 내리는 관객들에게 재치 있는 독설을 날리며, 배우로써 연기에 목숨걸고 ,삼페인이나 와인보단  맥주를 고집하는 그녀가 너무도 인간적이었기 때문이다. 특히나 젊은 두 연놈들에게 복수를 하는 마지막의 연극 초연 장면이 압권... 아넷 베닝을 좋아하시는 분들이라면 한번 보심도 좋을 듯. 연기도 연기지만, 여전히 그녀는 아찔하게 매혹적이었다. 부러울 뿐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노트 온 스캔들 - Notes on a Scandal
영화
평점 :
상영종료


정년 퇴임을 1년 앞두고 있는 교사 바라라(주디 덴치 분)의 유일한 낙은 사람들의 은밀한 비밀을 일기에 적어 놓는 것이다.  학생들에 대한 애정 나부랭이가 있는 척도 하지 않는 그녀, 자신이 남들과 다른 특별한 사람이라고 생각하는 통에 인기가 없는 그녀의 지루한 일상에도  미모의 미술 선생님 쉬바가 부임해 보면서 변화가 생긴다. 투명한 피부에 신비로운 분위기를 풍기는 쉬바, 언뜻 완벽해 보이는 쉬바의 집에 초대되어 간 바라라는 그녀가 늙다리 남편과 되바라진 십대 딸, 그리고 다운 증후군 아들을 돌보느라 형편없이 지쳐있다는 것을 눈치챈다. 꽉 막힌 결혼생활에서 벗어나고 싶었던 쉬바는 자신의 15살 제자와 불륜에 빠지고, 그 사실을 알게 된 바라라는 비밀로 해주는 댓가로 쉬바에게 집착하기 시작한다. 시도 때도 없이 쉬바를 불러대는 바바라, 영문을 모르는 가족들은 그런 바바라가 끔찍하기만 한데...

 

인생을 그다지 잘 살지 못하고 있는 두 여인에 관한 영화였다. 외로움에 질린 노처녀로 상대에게 너무 집착한 나머지 그들을 몰아 내는 바라라와 암담한 결혼생활에 숨이 막혀 자신의 어린 제자와 바람이 나는 쉬바. 영화는 쉬바의 일탈과 그 일탈을 알게 된 바바라가 쉬바의 인생을 파멸로 몰아가는 과정들을 탄탄한 심리묘사를 통해 보여주고 있었다.  바바라의 일기를 통해  자신의 몰락의 전모를 알게 된 쉬바가 그녀에게 " 당신은 사랑이 뭔지도 몰라." 라고 말하던데, 어떻게 보면 둘 다 사랑이란게 뭔지 모르는 사람들이 아닐까 싶었다. 영화의 압권이라면 단연코 극단적인 성격 이상자들의 드라마를 너무도 설득력있게 그려내는 두 여배우들의 연기를 들어야 할 것이다. 주디 덴치나 케이트 블라쉬 둘 다 어떤 역을 맡겨줘도 그 인물 그대로 진짜처럼 연기하는데 소름이 돋을 지경이었다. 참 ,연기 하나는 탁월하게 잘 하지 싶다.

 

그런데 이 영화를 보면서 의문이 든 것은 쉬바가 피해자로 그려진다는 점이었다. 물론 바바라의 성격이 워낙 삐뚤어져서 둘을 굳이 비교하자면  바바라에게 정신적인 문제가 더 크긴 했지만, 15살자리 제자와 바람이 난 선생님을 딱히  피해자로 봐야 하는 것일까? 만약 쉬바가 남자 교사고, 그 15살짜리 제자가 여자라면 두 번 생각할 것도 없이 커다란 죄인데도, 제자가 남자아이란 이유로 별 일 아닐 수도 있는 일을 크게 만든다는 뉘앙스를 풍기던데  도무지 이해되지 않았다. 흠. 서양사람들이라 역시 섹스에 관대한 것일까? 아님 남자 아이의 성을 보호해줘야 할 이유가 없는 것일까? 과연 쉬바는 악랄한 바바라의 희생양에 불과한 것인지 보고 난 지금도 의문이다.

영화를 보고난 교훈--제발 , 정신 차리고 삽시다.인생 후딱 지나가면 그만 아닐까요? 남에게 협박 당할 일 하면서 살 필요가 있을까 싶네요.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천사의 나이프 밀리언셀러 클럽 98
야쿠마루 가쿠 지음, 김수현 옮김 / 황금가지 / 2009년 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아내가 삼인조 십대에게 살해된 뒤 딸을 키우며 살고 있던 커피점 주인 히야마 다카시는 3년이 지난 지금에도 범인들에게 원한이 깊다. 잔인하게 한 가정의 엄마와 아내를 앗아갔음에도 나이가 어리다는 이유로 제대로 처벌조차 받지 않은 그들을 용서하기가 쉽지 않았던 것이다. 형사 법정에서 죄를 물을 수 없다면 민사로라도 법의 심판을 받게 하고 싶어했던 히야마는 그것도 여의치 않다는 것을 알고는 절망에 빠진다. 아내가 죽었음에도 아무것도 할 수 없다는 것을 알게된  히야마는 분노와 무기력감에소년범들을 죽여 버리겠다고 공언을 한다. 하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3년전의 일...딸을 키우면서 어느정도 안정을 찾은 그는 아내를 죽인 소년범들이 차례로 살해되어 발견되자 놀란다. 더군다나 경찰이 그들의 살해범으로 알리바이가 석연잖은 그를 지목하자 평소 그들이 법의 취지대로 새 사람이 되었는지, 사람을 살해했다는 것에 대해 죄책감을 느끼거나 진심으로 후회한적이 없을지가 궁금했던 히야마는 그들의 궤적을 쫓기 시작한다. 그 도중에 히야마는 그들이 아내를 살해한 것이 타인의 사주에 의한 것이라는걸 알아 내고는 경악한다. 선량하기만했던 아내는 도대체 어떤 죄를 지었길래 교사 살해를 당한 것엇일까? 아내에게 모종의 비밀이 숨겨져 있을거라 짐작한 히야마는 아내의 과거를 캐다 놀라운 사실을 알게 되는데...

 

소년범을 처벌하지 않는 법망을 이용해 살인을 저지른 범죄자들을 어떻게 바라봐야 할 것인가를 묻고 있던 추리 소설이었다. 소년범들은 다른 일반 범죄자들과는 달리 교화 가능성이 있다는 이유로 특별한 취급을 받게 된다. 소소한 범죄라면 우리의 일반 상식으로도 이해가 가는 취지지만 , 우리의 간담을 서늘하게 하는 소년범죄를 만나게 되면 과연 그것이 옳은 것일까 의문부호가 자동적으로 떠오를 것이다. 이 책에서 작가는 다양한 십대 소년범들의 예를 보여주면서 우리에게 생각할 것을 주문하고 있었다. 우발적인 살인을 하고는 평생 죄책감에 시달리며 산 경우, 십대 살인범이라는 과거에서 성공적으로 벗어나긴 했지만 엄밀히는 과거에서 한발자욱도 벗어나지 못했던 경우, 어이없는 이유로 살인을 저지르긴 했지만 속죄하기 위해 노력한 경우등... 저자는 여러 소년범들의 가면 이면에 숨겨진 실체를 보여주면서 과연 그들을 어떻게 처리해야 하는게 옳을까에 대해 질문을 던지고 있었다. 대답하기 힘든 질문이다. 또 이런 소설 하나를 읽고 감히 정의 내릴 수 없는 질문이기도 하고. 이 책을 읽으면서 들었던 인상은 작가가 소년범이라는 주제에 대해 피상적인 이해만으로 책을 쓴 것이 아닌가 하는 점이었다. 저자는 다양한 사연을 가진 소년범들의 예를 늘어 놓으면서 독자들에게 흥미와 분노, 그리고 이해를 동시에 구하고 있던데, 정리가 되는 느낌이 아니라 오히려 더 혼란스러웠다. 주제를 아우를만한 선명한 통찰력이 없는 채로 선정적인 사례만 늘어놨으니 당연한 일일 것이다. 그래서 소년범들에 대해 뭐, 어쩌라고? 저자는 말이 없다. 그가 대답하기엔 너무 엄청난 질문이었기 때문이다. 진지하게 파고 들었다면 괜찮은 추리 소설이 될 수 있을만한 소재였는데, 작위적인 사건 전개와 흥미위주로 꾸며진 티가 나는 이야기, 그리고 어디서 본 듯한 진부한 등장인물들에 짜맞춘 듯한 복선등으로 치밀함과는 거리가 먼 작품이었다. 데뷔작이라 그런것인지 아니면 작가의 역량이 부족해서인지는 모르지만 소재를 건드리는 정도에서 그친게 아닌가 싶다. 물론  데뷔작이 이 정도면 대단한거라고 말할 수도 있겠지만, 내가 박수를 치는건 완성작품이지, 완성되어 가는 과정이 아니기 때문에 격려의 구호는 생략하기로 한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펭귄의 실종
안드레이 쿠르코프 지음, 양민종 옮김 / 솔출판사 / 2008년 12월
평점 :
절판



전편 <펭귄의 우울>에 이은 후편으로 전편에서 펭귄 미샤 대신 남극으로 도망친 빅토르는 우여곡절끝에 죽어가는 러시아 은행가의 신용 카드와 여권을 가지고 8개월만에 우크라이나 키에프로 돌아온다. 자신의 목숨을 구해준 펭귄 미샤를 그리워하던 빅토르는 미샤가 실종되었다는 사실에 충격을 받는다. 미샤를 구하기 위해서라면 모든지 하겠다고 마음을 먹는 순간, 운명의 장난인지 마피아 두목인 세르게이 파블로비치의 눈에 들게 된다. 국회의원이 되겠다며 출마를 선언한 세르게이는 빅토르에게 머리를 빌려 줄 것을 부탁한다. 반체제적이긴 하나 늘 운명에 수동적으로 끌려 다니는 빅토르는 세르게이의 청을 감히 거절하지 못한다. 세르게이의 당선을 도우면서 그가 괜찮은 사나이라는 것을 알게된 빅토르는 자신이 펭귄을 찾는 중임을 밝힌다. 세르게이의 정보 덕에  펭귄이 러시아로 팔려 간 것을 알게된 빅토르는 러시아로, 또 전쟁중인 체첸으로 마샤를 찾아 떠난다. 이렇게 힘들 줄 알았으면 절대 집을 나서지 않았을텐데, 라는 비명이 저절로 나오는 험난한 여정속에 그는 마침내 마샤를 만나게 되는데...과연 빅토르는 수양딸 소냐와의 약속대로 마샤를 집으로 데려 올 수 있을 것인가? 마샤의 현주인인 체첸의 거물 무기상은 펭귄 찾는 전단지를 들고 전쟁터까지 쫓아 온 빅토르를 도저히 믿을 수 없다는 듯 쳐다보는데...

 

하긴 누가 그렇지 않겠는가?  고작 애완용 펭귄 찾아서 전쟁터까지 왔다는걸 그 누가 쉽사리 믿으려 하겠는가 말이다. 그런데 이 책의 주인공 빅토르가 바로 그런 사람이란 것이지. 전편처럼 동유럽 사람들의 따스한 인간미와 낙천성이 작품 전반에 철철 흘러주고 있던 소설이었다. 마치 아기처럼 뒤뚱대는 펭귄, 추운 고향이 그리워 우울증에 걸렸다는 펭귄 찾아 나선 삼만리 여정...갖은 모험과 모함과 폭력, 죽을 고비를 넘겨가면서도 펭귄을 찾겠다고 이를 앙 다문 빅토르의 무용담이 쉴새없이 펼쳐지고 있던데, 전편이 우크라이나의 국내 정치 상황을 풍자했던 것이라면 펭귄을 찾아가는 여정이 현재 슬라브 민족의 고난사를 관통하고 있다는 점에서 국제적으로 판을 키운 느낌이었다. 전편보다 책 값이 두배쯤 되길래 비싸다고 불평했더니만 알고보니 두께도 두배더라. 아, 어찌나 수다스럽던지... 비록 빅토르의 움직임을 상세히 묘사해 줌으로써 실제로 눈으로 보는 듯 했던 것은 좋았지만, 너무 말이 많다 보니 숨이 찼다. 할 말을 메우기에도 바쁜 탓인지 그의 트레이드마크였던 재치있는 블랙 유머나 날카로운 풍자가 무뎌진 것도 아쉬운 점이었고. 그럼에도, 개성 넘치는 등장인물에다 조폭이건 무기상이건 부패 은행장이건 간에 인간적인 선량함이 있다고 믿는 작가의 인생관,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지는 사건들때문에 지루할 새 없이 읽을 수 있긴 했다. 책을 덮고 난 다음의 소감은 이런 것이었다. 역시 안드레이 쿠르코프는 재밌군. 하지만 다음 펭귄 시리즈가 나온다면 절대 사양하겠어.라고... 실종된 펭귄을 찾는건 너무 힘들었다. 지쳐 버렸다. 아마 작가도 역자도 나와 비슷한 심정이 아닐런지...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가을 기다림 - 바깥의 소설 23
샤를르 쥘리에 지음, 이재룡 옮김 / 현대문학 / 2003년 1월
평점 :
품절


농부 시인,사랑을 노래하는 은자, 프랑스 문학계의 고독한 아웃 사이더라는 샤를르 쥘리에의 단편 세 개를 모은 것이다. < 가을 기다림>은 이혼 후 앞으로 뭘 하고 살아야 할 것인가를 고민하던 주인공이 시골에 내려갔다가 노동의 소중함과 정이 있는 삶의 따스함,그리고 마침내 사랑도 만나게 된다는 이야기를 <마리아>는 우연히 만난 여배우에게 홀딱 빠진 화가가 오랜 기다림 끝에 그녀와 조우 하게 된다는 이야기를 <소용돌이>에서는 자수성가한 기업 사장이 사막 여행을 나섰다가 사진 작가와 사랑에 빠지게 되면서 일어나는 이야기를 다루고 있었다. 섬세한 내면 묘사와 겉 멋 들지 않는 소박한 문장들이 저절로 눈길이 머물도록 하고 있었으며, 지적이고, 거짓이 없으며, 솔직단백한 작가의 올곧은 시선이 느껴지던 책이었다. 다만 불만이라면 세 편 다 주인공들이 사랑을 통해 인생의 전환점을 맞이하도록 한다는 설정이었다. 사랑이 아니면 인생은 완성되지 않는다는 것이 작가의 사상인것 같던데, 그건 이제 좀 한물간 생각이 아닐까? 맨처음 한편만 봤을때 충분히 설득될만한 이야기였지만 세번이나 반복되니 짜고 치는 고스톱처럼 작위적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작가의 문장력과 진지함을 고려하면 아쉬운 점이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