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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이나 로드
랍 기포드 지음, 신금옥 옮김 / 에버리치홀딩스 / 2008년 7월
평점 :
품절
지난 20년간 학생으로 또 기자로 중국에 살았던 저자는 영국으로 떠나기에 앞서 중국을 보다 더 잘 알기 위한 프로젝트에 나선다. 이름하여 상하이에서 실크로드까지 국도 321번을 따라 여행하기! 장장 4825km에 이르는 길, 일단 나서보면 누군가는 만나겠지라는 막연한 생각으로 나섰던 그는 상상하지도 못했던 다양한 중국인과의 만남에 희열을 감추지 못한다. 청나라의 몰락과 난징학살, 마오쩌둥의 문화혁명등으로 지독한 시련을 겪어야 했던 중국인들, 이제 21세기 떠오르는 용으로 세계가 무시못할 경제대국으로 성장한 그들의 성공담은 눈이 부실 정도다. 하지만 빛이 있으면 어둠도 있는 법, 저자가 321번 국도에서 만난 사람들 대다수는 성장에서 소외된 사람들이다. 중국인의 영혼에 안식을 주려하는 수다스런 토크쇼 진행자, 나라의 발전과는 상관없이 여전히 가난한 농부들, 전 애인에게 복수하기위해 매춘에 나선 창녀, 지방관리의 부정부패에 넌더리를 내는 식당 주인, 핸드폰 판매 사원, 산아제한을 위한 낙태 전문가, 에이즈 마을 사람들, 한족어 교사인 티벳트인, 한족에 동화되어가는 민족의 정체성을 걱정하는 위구르인, 야심에 가득찬 암웨이 외판원에 다음에 올땐 핸드폰으로 연락 바란다는 산속의 도인과 실크로드에서 만난 소란스런 사람들까지...속내를 잘 안 드러내기로 유명한 중국인들도 그들 못지 않게 중국을 잘 아는 저자의 관심에 힘입어 서서히 입을 열기 시작한다. 그렇다면 다양한 중국인들의 입을 통해 그려진 중국의 진짜 실체는 어떤 모습일까?
중국을 떠나는 외국인들은 딱 두 부류로 나뉜다고 한다. 지독하게 혐오하거나 지독하게 사랑하거나...다행스럽게도 이 책의 저자는 중국에 대한 사랑이 넘치는 사람이었다. 중국에 대한 애정이 넘쳐나는 외국인이 들려준 중국의 실체. 20년동안 중국에 산 사람답게 비교적 중국에 대해 정확히 알고 있다는 점에서 우선 신뢰가 간다. 복잡하기 짝이 없는 이야기를 간단하고 쉽게 설명하는 것을 보곤 놀랄 정도였는데, 피상적이지 않은 해박한 지식이 아니면 불가능한 글이란걸 잘 알기에 감탄스러웠다. 이 한권만 읽어도 중국의 과거와 현재를 대충 그려볼 수 있다는 점이 장점이다. 게다가 그것을 이야기하는 방식이 설명하는 식의 지루한 논조가 아니라 실제 중국인들과의 인터뷰를 통해 흥미롭게 풀어내고 있다는 점도 좋았다. 이젠 존중을 희망하는 소박한 중국 사람들, 어떤 부정의와 불합리에도 과거보단 살만하기에 참는다는 중국인들, 인내만이 그들의 유일한 무기라고 말하는 그들의 모습에 같은 동양인으로써 공감을 보내기가 어렵지 않았다. 저자가 삐딱하긴 하다지만, 스벤 헤딘의 고서적 약탈을 미안해하는 장면에서 알 수 있듯 우월감에 젖은 백인의 시선이 없다는건 또 얼마나 다행인지...표지에 쓰여져 있지만 "알다가도 모를 나라"가 바로 중국이다. 왜 그들이 알다가도 모를 나라가 되었는지, 그리고 왜 그다지도 중국의 실체를 손에 잡히지 않는지 알고 싶다시는 분들에게 권한다. 빌 브라이슨에 맞짱 뜰 정도는 아니지만 그래도 넉넉하니 인간적인 유머도 책의 재미를 더하고 있었고, 어깨에 힘이 안 들어간 성품에다 무엇보다 중국을 바라보는 애정과 통찰력이 믿음을 가게 한다는 점도 알려 드리고 싶다. 혹 실크로드에 로망이 있다시는 분들에겐 반가운 책일 수도...아, 이제 실크로드도 중국 321번 국도를 따라 차를 타고 가면 된다고 한다. 낙타여,이젠 안녕~~~! 흑흑흑!
추신--그런데 저 표지,정말 싼티난다. 세상에, 요즘 같은 세상에 누가 저런 표지를 읽고 싶어 하겠느뇨. 내용이야 어찌되었건간에 표지만은 휘황찬란, 뭔가 있는 듯 폼재는 멋진 표지들이 넘쳐나는 세상에 말이다. 하니, 부탁건에, 표지만 보고 속단 마시길. 적어도 이 책은 내용이 표지보단 확실히 낫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