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Guards! Guards! (Paperback, Reprint)
Pratchett, Terry / Harper Torch / 2001년 8월
평점 :
품절
(환상의 나라) 디스크 월드의 최대 도시인 안-몰폭 ( Ankh-Morpork)에 새로 임명된 총리는 경제성을 우선시 한다는 명분하에 모든 불법을 합리적인 선에서 허용하기로 결정한다. 어차피 법으로 막아봤자 강도,살인,절도,암살,사기, 매춘이 사라질리 없으니, 차라리 그들을 양성화시킴으로써 자기들끼리 자체적 규제를 하도록 하자는 것이었다. 예를 들면 도둑들에겐 도둑길드란 직능 단체를 구성케 함으로써 그들의 합의를 통해 일정량의 쿼터 이상은 훔치지 못하도록 한다는 것,얼핏 그럴 듯하게 들리는 이 정책으로 도시는 순식간에 거들먹거리는 범죄집단으로 술렁이게 된다. 범죄자를 잡지 못하게 해놨으니 경찰이 할일이 없어지는 것 당연지사, 위신이 떨어진 경비대는 졸지에 도시의 비웃음거리가 되어 버린다. 그러던 와중 탄광촌에서 상경한 순진한 청년 캐롯이 경찰이 되겠다고 자원을 해온다. 경비대의 유일한 대원들인 캡틴 샘 빔과 어리버리 졸개 둘은 그런 케롯을 정신 나간 사람 취급하면서도 막내로 받아들인다. 자신을 받아준 것이 한없이 고마웠던 캐롯은 경찰이 된 첫날밤에 절도 단체(길드)의 대표를 잡아 들이므로써 사회에 물의를 불러 일으킨다.
한편,보이지 않는 대학의 도서관의 유일한 사서 오랑우탄은 누군가 서가에서 책을 훔쳐갔다는 사실을 알게 되고는 분노에 떤다. 다른 것은 다 용서해도 책 절도범만은 용서하지 않는다는 신조로 살아가고 있던 그는 할 수 없이 무능력의 대명사인 경비대를 찾아가 수사를 의뢰한다. 그 시각, 도시는 오래전 멸종할 것으로 알려진 용이 밤마다 나타나 도시를 불태우는 바람에 비상사태에 빠진다. 사실 그 용은 도시의 부와 권력을 원하는 비밀집단에 의해 마법으로 불려나온 환상에 불과했으나 시간이 지나면서 점차 현실이 되버려, 결국 드래곤이 왕이 되어 도시를 지배해버리고 만 것이었다. 용을 제거하기 위해 대장 샘 빔은 도시의 유일한 용 전문가 레이디 램킨을 찾아간다. 유서깊은 가문의 유일한 자손으로 엄청난 부자지만 평생 용만을 연구하며 살아온 노처녀 레이디 램킨은 무뚝뚝한 냉소주의자인 샘에게 호감을 느낀다. 비가 오면 젖는다는 이유로 순찰도 마다하던 샘, 평소 경비대 대장이라는 것에 자부심이라고는 눈꼽만큼도 찾아보기 힘들었던 그는 도시가 용의 공포속에 들어가자 용의 퇴치를 위해 앞으로 나선다. 하지만 드래곤 왕과 손잡은 총리는 갑자기 정의를 구현한다고 설쳐대는 샘이 걸리적거리자 그를 그만 해고해버린다. 이제 용을 막겠다고 나서는 사람이라곤 경비대 졸개 셋인 콜론과 노비와 캐롯, 그리고 절도건을 신고한 인연으로 명예 경비대로 임명된 사서 오랑우탄뿐! 무식하면 용감하다고 풍부한 것이라곤 무식뿐인 그들은 샘을 위해 그리고 용의 희생물로 잡혀간 레이디 램킨을 위해 용 제거 작전에 돌입하게 되는데, 과연 그들의 계획은 성공할 것인가?
한마디로 신랄하고 정신없이,무지막지 극악스럽게 웃기던 책이 되겠다. 대충 리뷰를 읽어보신 분들은 짐작하실 지 모르겠는데,어떻게 이런 생각을 해낼 수 있는지 감탄스러움을 넘어 존경스러울 정도로 테리 프래쳇의 상상력은 대단했다. 자신을 난장이로 알고 있는 팔척 거구 캐롯과 ( 그는 난장이 부부에게 입양된 입양아로 그의 출생의 비밀은 끝까지 미스테리로 남는다.) 삐딱한 냉소주의자임에도 정의감만은 살아있는 대장 샘 빔, 제대로 하는 일이라곤 대충 하나도 없는 오합지졸의 대명사 콜론과 노비, 그리고 책 도둑을 잡기 위해 두 손 불끈 쥐고 나선 오랑우탄에, 평생 용을 연구하고 살아온 괴팍한 노처녀지만 순정만큼은 감미로운 레이디 램킨까지...캐릭터의 성공이라고 봐도 좋은 정도로 탄탄한 개성을 자랑하던 인물들이 총출동하던 소설이었다. 너무 사랑스럽고, 아기자기하고, 홀딱 반하게 매력적이며 ,기 막히게 그럴듯했던 탓에 이 책을 읽는 동안 나를 만났던 사람들은 모두 이 책의 줄거리에 대해,그리고 어째서 테리 프래쳇이 천재인가에 대해 거품물고 떠들어 대는 나를 참아줘야만 했었다. 이 자리를 빌어 그건 절대 나의 탓이 아님을 밝히고 싶다. 그건 전적으로 이렇게나 탁월한 상상력의 소유자인 프래쳇 탓이니 말이다. 아,정말이지 너무 잘 쓴다. 교묘하게 상식을 비트는 위트에 뻔뻔할 정도로 기발한 글발, 게다가 따스한 인간미와 문자를 해독하는 동시에 전자동으로 포복절도하게 만드는 그의 유머감각에는 도무지 그 누가 대적할 자가 있을런지 의문이 들 정도다. 갑자기 디스크 월드 시리즈 전권이 우리나라에 번역되지 않았다는 사실이 안타까워진다. 요즘처럼 시대 자체가 우울한 시기엔 이런 정신나간 책도 좋은데 말이다. 내 개인적으로 암담하기만 했던 병실에서 틈틈히 읽으면서 위로를 받았던 책으로 영원히 기억에 남을 것 같다. 때론 시간을 이겨내는 방법을 터득하는 것도 살아가는 지혜 아니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