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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ost in Place: Growing Up Absurd in Suburbia (Paperback) - Growing Up Absurd in Suburbia
Salzman, Mark / Vintage Books / 1996년 5월
평점 :
"작가 자신의 청소년 성장기를 그린 책이다.
마크 잘즈먼은 "새장 안에서도 새들은 노래한다"나 "솔로이스트"를 통해 이미 내 리뷰에 이름이 올라 있는 작가인데, 확실하게 글을 재밌게, 솔직하게, 완성도 있게 쓸 줄 아는 사람이다.
이 책 역시 그런 믿음을 배반하지 않아 ,작가 자신만의 재치를 가득 담아 종횡무진 활약하는 재밌는 책을 만들어 냈다.
첼로, 가라테, 중국어,천문학 ,도가 사상등을 못말리게 극성맞은 열성으로 쫓아 다니면서 어린시절을 희한하게 보낸 작가의 자서전인데, 생뚱맞지만 진지하고 착하며 머리좋은 아이가 어떻게 정상적인(?)어른으로 성장했는가 하는 과정을 다룬 것이다.
생래적인 비관주의자라는 심리 상담가 아버지와 다정한 낙천주의자인 어머니 사이에서 "인조" 비관주의자라고 자신을 규정지으며 어린시절을 보낸 작가 마크의 찬란하고 실수 투성이인 험난한 어른이 되기 위한 과정인데, 그저 아이가 어른이 된다라는 류의 범위를 넘어선 아주 지적이고 ,웃기며 ,감동적이고, 솔직하고, 현명하며, 재밌는 책이었다.
그중 한 장면을 소개하자면,
마크는 고 2때쯤 학교를 다니며 배우는 과목이 자신에게 전혀 쓸모없다는 생각에 자퇴를 결심하고 아버지에게 통고한다.그러자 ,아버지 왈 ;
" 이제 17년만 있으면 나도 은퇴를 할 수 있단다 .난 그 정도 까지는 살고 싶은데,단지 아침에 일어나서 제일 먼저 드는 생각이,아 더 자도 되지! 라는 걸 깨닫기 위해서라도 말이다.제발 내가 심장마비로 쓰러지게 하지 말아다오.알았지? 그냥 날 그때까지만 살게 해주라?."
그 말에 마크는 다신 입도 뻥끗하지 못했다 한다!
부모를 졸라 피눈물 나도록 카라오테를 몇년간 배운 뒤, 여자친구랑 산책을 나섰다가 강도를 만났을 때 본인의 환상과는 달리--즉 옆차기를 시도하고 헤드락을 해서 완전 뻗게 해서 싹싹 빌게 한다--오히려 갑자기 그 강도가"너무도 착한 사람"같이 여겨져 자기가 가지고 있던 모든 것을 싹싹 털어주었다가 나중에 정신을 차리고 나서는 분해하는 실화나, 7살때부터 해온 첼로를 요요마의 공연을 한 번 본뒤로 완전히 손을 놓았다는 이야기, 길거리에서 만난 할아버지가 그의 걸음걸이를 교정해주는 걸 싫은 마음에도 따라 했는데, 알고 보니 그는 육군사관학교에서 오랫동안 교편을 잡던 사람이더라 하는 것등,본인만의 어린시절의 이야기가 따스하게, 엉뚱하게, 그리고 교묘하게 재치있는 필체로 쓰여져서 읽는 것이 매우 즐거운 책이었다.
무엇보다 이 작가의 부모를 알게 되는 것은 작은 기쁨이었다. 현명하지만, 냉소적이고 비관적인 마크의 아버지가 자식이 잘못된 선택을 할 때마다 지혜롭게 넘기는 것을 볼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런 부모가 있는데 어떻게 자식이 잘 못 될 수 있단 말인가?
마지막 에필로그에서 마크는 이제 여전히 비관적인 아버지를 다독이는 어른으로 성장한 자신을 보여준다.
브라보 !!! 마크& 그의 아버지!
보기 좋은 부자의 모습을 보는 것만으로도 기분이 넉넉해 지는 특이하고 예민하며 감상에 빠지지 않으면서도 감동적인 책이었다.
서둘러 리뷰를 쓴 탓에 이 책의 장점들을 다 적지 못한 점이 아쉴울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