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생 속으로 - 젊은 생태학자의 7년 아프리카 오지생활
델리아 오웬스.마크 오웬스 지음, 이경아 옮김, 최재천 감수 / 상상의숲 / 200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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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내가 가장 좋아하는 노래는 <밀림으로>란 동요다.산속의 깊은 산을 배를 타고(배를 타고) 밀림으로 들어가,푸드득 꿩과 쑤욱~ 쑥 물개, 도도톡 다람쥐와 어흥 호랑이를  만난다는 가사인데,적당히 액션까지 취해가며 부르면 재미가 그만이다. 평소 그러고 살고 있는 나였으니 이 책 제목 <야생속으로>를 처음 들었을 때 내가 쑤욱 쑥 노래를 하고 있더라 하는건 그야말로 내 무조건적 조건 반사신경을 여실히 보여주는 예라 하겠다. 어쨌거나 밀림이건 야생이건간에 동물에 관한 것이라면 재밌는가의 여부를 떠나 물불을 가리지 않고 일단 보고야 마는 나로써는 이 책을 놓칠리 없을 터, 치토스를 쫓아가는 치타처럼 " 내 꼭 보고야 말테야"를 부르짖다  마침내 보게 된 책이 되겠다.
 
음,이제 내 블러그에 어느정도 적응을 하신 이웃님들은 대충 짐작이 되실텐데, 내가 리뷰를 쓰면서 내용을 제쳐두고 줄창 딴소리만 하고 있으면 그건 내용이 별로 말할게 없다는 뜻이라는걸 말이다. 생태학 대학원생인 마크와 델리아는 결혼을 한 뒤 이때가 아니면 언제 떠날 수 있으리요라는 심정으로 무작정 아프리카 오지로 떠난다. 사람들이 정착한 적이 없다는 오지중의 오지를 골라 사자와 그 밖의 동물들을 관찰하던 그들이 장장 7년간의 일지를 모아 책으로 만들었는데, 그것이 바로 이 책이다.  물론 학자로써의 그들의 엄청난 열정은 대단하다지만, 어째 글 재주는 별로인갑다라는 생각이 들게하는 맥빠질만큼 고지식한 서술이 흠이었다. 쉽게 말하면 지루했다는 뜻이다. 글발이 출중한 다른 동물학자분들이 워낙 많다보니 고생 좀 했다는 것 갖고는 아무래도 명함 내밀기 힘들지 않는가 한다. 재밌는 동물 관찰기를 기대하신 분이라면 실망하실 듯. 사자에 대해 알고 싶은 분들 역시 그다지 유용한 정보를 전달해주지는 못할 것 같지만, 하이에나의 습성과 아프리카는 얼마나 더운가라는 것에 대한 생생한 정보를 원하시는 분이라면 혹 유용할지도...아님 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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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노
살만 루슈디 지음, 김진준 옮김 / 문학동네 / 2007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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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발 쉽게 좀 말해봐.>--자살을 시도한 친구가 이튼학교 출신답게 현학적으로 자살이유를 설명하자 주인공이 하는 말.

 난  살만 루시디가 다신 책을 못 낼 줄 알았다. "졸작도 상관 없는데"라는 기다림마저 지쳐 포기한 지 이미 오래... 그가 "한밤중의 아이들"이나 "악마의 시"를 쓸 당시야 팔팔하고 거칠 것 없었던 혈기 왕성한 때이고, 더군다나 사형선고를 받아 도망자로 한 세월을 보내야 하는 지도 몰랐던 때란 것을 감안하면 그에게 그와 같은 수작이 다시 나오는걸 바란다는건 무리라는 생각도 솔직히 했었다. 그래서 이 책이 나왔단 소리에 일단 무조건 집어 들면서도 반가워는 했을망정 기대는 안 했다. 그가 녹슬었다한들 무슨 상관이랴! 그가 누군가,살만 루시디 아닌가? 그저 감지덕지,책을 내주셨다는 것만으로도 무진장 반가웠다. 내가 누군가? 자칭 루시디 광팬 아닌가? 그를 위해서라면 눈멀은 심봉사 노릇도 기꺼이 할 작정이었던 것이다. 그런데, 이거 왠 횡재? 읽고 보니 다행스럽게도 그는 여전히 건재했다. 이 책속에서도 그는 연륜이 밴 그만의 톡특한 시선, 그 특유의 통찰력과 조롱섞인 유머, 냉소적인 말투, 현실을 직시하는 진실의 눈,신화와 언어에 대한 천재적인 감각들을 선보이면서 도도하게 시들지 않는 자신의 상상력을 유감없이 뽐내고 있었으니 말이다. 와,안도의 한숨을 쓸어 내렸다.

 
줄거리는 한 아이의 아버지로 행복한 삶을 사는 것 같아 보이던 솔랑카 교수가 어느날 가출하면서 시작한다.칼을 든 채 자고 있는 아내를 바라 보고 있는 자신을  발견하고는 가족을 살해범이 될지도 모른다는 그 누구에도 말할 수 없는 비밀을 안고 미국으로 튀고 만 것이다. 아내는 가족을 허물 벗듯 그렇게 버릴 수는 없는거라고 난리를 치지만, 그 자신도 속에 있는 분노의 정체가 뭔지 몰라 전전긍긍하던 그는 아내에게도 사실을 털어놓지 못하고 만다. 세계의 모든 부가 몰리고 성공의 척도가 되어 버린 미국, 낯설고도 익명의 천국인 미국을 둘러본 그는 그곳의 천박함과 물질 주의 ,황색 언론, 광적인 언론의 새로운 영웅 만들기와 마녀 사냥들을 혐오감을 감추지 못한 채 바라본다. 그러나 그런 미국에도 사람들이 사는 곳 아니던가? 사람들과 엮이고 싶어하지 않아 자페적인 삶을 살고 있는 그 앞에 우연히 밀라라는 아가씨가 등장한다. 그가 유명한 인형극을 만든 사람이란 것을 알아 본 그녀는 반색을 하며 달려드는데...

다양한 사람들의 사연들이 쉴새 없이 등장하면 이야기를 흥미진진하게 끌어 가고 있는 소설이다.

2차대전때 독일의 유-보트에서 배관을 잘 고친다는 이유로 살아 남았다는 80세의 유대인 할아버지,유명작가었던 아버지와의 근친상간의 잔재가 남아 죽은 아빠의 대용품을 찾아 헤메는 밀라. 한때는 정의감에 불타는 기자로 불의가 있는 곳이라면 세계 어디나 따라 다녔지만, 어느순간 돈과 명예와 신분 상승의 욕망의 덫에 갇혀 버린 친구 잭, 잭의 애인으로 솔랑카가 첫눈에 반해버릴 정도의 미모를 가진 승리의 여신 닐라,아내를 저버린 솔랑카를 꾸짖으며 그의 아내 엘레나를 위로하다 오히려 자신의 아내를 저버리는 모건,그리고 솔랑카 자신이 그렇게 직시하기 힘들어하던 과거의 이야기가 닐라의 도움으로 마치 마법상자에서 자동으로 튀어 나오는 인형처럼 그렇게 통통 튀나오고 있었다.

 이 책에서 가장 주목을 하게 되는 것은 2000년 현재, 미국과 세계를 분석하는 살만 루시디의 통찰력이었다.지칠 줄 모르는 그만의 지성이  바로 지금 현재를 혀를 내두를 정도의 기민함으로 날카롭게 해부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놀라울 정도의 멋진 해부라서 보는 내내 계속된 고개 끄떡임에 고개가 아플 정도였다. 기괴하지만 살아 있는 듯 생생한 작중 등장인물들의 이야기를 통해서,그는 현대의 혼란스런 가치관과 극악스러움,인간성의 상실과 인간의 모순성과 위선을 설득력있고 자연스레 보여 주고 있었다.그의 천재성을 다시 한번 보는 듯해서 뿌듯할 뿐이다.

 물론 여전히 냉소적이고 빙퉁맞긴 하다. 그리고 쉬워지긴 했다.약간 통속적이여 보일 정도다.하지만 이 작가가 살만 루시디라는 것을 잊진 말기 바란다.그의 상상력과 지성과 지식들이 그대로 그의 머리속에서 살아 있는 한 그의 책은 다른 작가의 책들과는 차별되는 가치를 지닌다는 것을 말이다.예전처럼 우리의 머리 꼭대기에 앉아서 우릴 조롱하고 가르치고 있었다.그의 조롱이 새들의 즐거운 지저귐처럼 마냥 감미로웠으니.폭발하는 듯한 분노로 사람들을 밀어 내는 자신을 발견하고는 고민하는 사람이나, TV에서 보여 주는 사회상에 불만이 가득하신 분들,그리고 현재의 절망감에 절어서 헤어나지 못하시는 분들에게 적극적으로 추천한다.흔히 보기 힘든 통찰력을 놓치지 마시라는 말을 덧붙이면서.물론 그것을 해석해 내는 것은 독자의 몫이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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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관에 간 사자 웅진 세계그림책 107
미셸 누드슨 지음, 홍연미 옮김, 케빈 호크스 그림 / 웅진주니어 / 2007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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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날 어슬렁대며 거리를 배회하던 사자는 마치 세상에서 가장 자연스런 일이라는듯 도서관에 스윽하고 들어간다. 난데없는 사자의 출연에 사람들의 반응이 어떨지는 안 봐도 뻔 한일. 무서움에  떨거나 호기심에 눈이 휘둥그레지거나, 절대 와선 안 되는 동물이 등장했다고 호들갑을 떨거나...하지만 왜 이 난리람? 난 그저 도서관에 온 사자일 뿐인데... 라며 그 소동과 자신은 아무 상관 없다는 듯 느긋하고 천진난만한 표정으로 도서관을 둘러보는 사자, 도무지 갈 생각을 하지 않는 것 같다. 새 책 냄새도 맡아보고, 여기 저기 구경도 하고, 느른하게 한잠 자더니만, 사서 아줌마의 이야기 시간이 되자 일어나 아이들과 함께 열심히 이야기를 경청한다. "재밌었나요? " 라는 물음에 당연하다는듯 으르르르렁~~~~도서관에 떠나가라 대답을 한 사자. 당장 관장님의 주의를 받게 된다. '여긴  도서관이여요.조용히 할 생각이 없거들랑 나가요.' 관장님의 꾸중에 사자는 자신은 그런 줄 몰랐다며 고개를 푹 숙이고 사과 한다. 그 다음날부터 도서관으로 출근을 하는 사자는 모든 이들에게 없어서는 안될 친구가 되어 사랑을 듬뿍 받게 된다. 여전히 의혹에 가득찬 시선으로 사자를 바라보는 맥비 사서만 빼고...

 

요즘 조카가 제일 좋아하는 그림 동화책이다.어른인 내가 보기엔 다소 뻔한(?) 줄거리라 아이가 좋아할까 했는데,의외로 뽀뇨와 함께 요즘 조카의 완소 그림책으로 당당하게 등극해버린 책이 되겠다.도무지 왜 이 책이 아이들에게 사랑받을까 생각을 해봤는데,대충 이런 이유 때문이 아닐까 한다.

1.우선 그림속 등장인물들의 표정이 생생하게 살아있어 글을 못 읽는 아이들이 그림만으로도 내용을 짐작할 수 있다는 것이 좋았다. 특히 주인공 사자는 사람처럼 표정이 생동감 있었는데, 미안해하거나 시무룩해하거나 행복해 하는 얼굴들의 특징을 어쩜 저리도 섬세하게 잡아낼까 감탄스러웠다.

2.사람들과 어울리고 싶지만 아직 세상의 규칙을 잘 몰라 뜬금없이 야단을 맞는 일이 많은 (아이들의 입장에서 보면 억울하기 짝이 없는) 아이들로써는 사자의 고난이 남의 일 같이 않게 여겨질 것 같았다. 그래서 마침내 사람들이 사자의 선의를 이해하고 받아 들여진다는 결말에 아이들 역시 자신의 일처럼 안도하게 되는것이 아닐런지...

4.사자의 행동이 아이들의 그것과 너무도 닮아 있었다. 호기심 많고,도움이 되려 노력하며,이야기를 좋아하고, 다른 사람들과 어울리는 법을 모르지만 마음 한 가득 선의와 또 그 선의가 미숙함때문에 오해를 산다는 점에서...모습은 비록 닮지 않았지만 자신과 같은 처지의 사자를 보면서 그들과 동일시를 하게 되는건 아닌지 싶었다.

5. 그림의 완성도가 높다는 점. 미적 감각은 타고 내어나는 것이라고 하더니(다른 말로 하면 아가들도 예쁜 것을 좋아한다는 말씀.) 역시 아이들도 아름다운 그림은 알아본다.

6.아이들은 동물을 좋아한다.그림 동화책속에 그렇게도 많은 동물들이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것은 절대 우연이 아니라니까.더군다나 아이처럼 행동하고, 이야기를 좋아하는데다, 것도 모자라 도서관에 출근하는 사자라니...아이들로써는 자신들의 로망이 실현된 것 처럼 느껴지지 않았을까?

한마디로 신경 써서 잘 만든 동화는 아이들도 알아본다는걸 깨닫게 해준 책이 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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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더링
앤 엔라이트 지음, 민승남 옮김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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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런던에서 되는대로 막 살고 있던 오빠 리암이 자살했다는 소식을 접한 베로니카는 언젠가는 오고야 말 일이 벌어졌다는 생각에 비탄에 잠긴다. 고통스러운 삶을 위태롭게 이어가다 자살로 생을 마감한 오빠, 베로니카는 그가 왜 자살할 수 밖엔 없었을까를 생각하다 그들의 어린 시절을 반추하게 된다. 소원한 부부 사이였음에도 토끼처럼 꾸준히 새끼를 내지르던 부모 사이에서 태어난 리암과 베로니카 형제들은 부모의 살뜰한 보살핌은 상상도 못한 채 방목하듯 자라났다. 평생에 걸쳐 한 일이라곤 열 두명의 아이 생산과 일곱번의 유산,(이 책의 배경인 아일랜드는 카톨릭 국가로 낙태와 피임이 금지되어 있다.) 즉 생식이 다였던 엄마와 무책임한 가장이었음에도 아버지로써의 권위는 목숨처럼 지켰던 아빠. '대가족이시군요' 라는 타인의 능글거리는 비웃음보다 엄마가 자신의 이름을 기억조차 못한다는 사실이 더 상처였다고 고백하는 베로니카리암의 인생을 영원히 바꿔 놓았던 그 여름을 회상한다. 계속되는 임신에 지친 엄마는 아이들을 친정 엄마,즉 아이들의 외할머니에게 맡겨 버렸고,그 여름에 리암은 할머니를 짝사랑하던 옆집 할아버지에게 성폭행 당하고만다. 그 비밀을  유일하게 알고 있던 베로니카는 그 사건 이후 리암의 인생이 변질되었다면 분노한다. 장례식을 위해 간만에 모인 가족들의 무심함에  베로니카는 오빠의 죽음이 한층 더 안스러워지지만, 가해자인 할아버지도, 그런 일을 방치했던 할머니도, 아들의 탈선에 이유가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은 해보지도 않은 채 폭력을 행사하던 아빠도 이미 이세상 사람들이 아니니 이제와서 누구를 잡고 항의 해야 하냐며 속상해 한다. 아이들을 낳기만 했을 뿐, 정신병자처럼 자신의 세계에 갇혀 살았던 엄마에게라도 오빠의 억울함을 하소연해 보려 한 베로니카는 이게 다 무슨 소용있겠냐며 물러서고 마는데...

 

한 부부에게 적당한(?) 자식 수는 몇명으로 봐야 할까? 전문가 말에 의하면, 자식이건 애완동물이건 식물이건 간에 적정하다고 말할 수 있는 숫자는 바로 그들이 제대로 돌볼 수 있는가에 달려있다고 한다. 세계 여러나라를 돌면서 끊임없이 아이들을 수집했던 미아 패로나 현재 수집중인 안젤리나 졸리에게 의혹의 눈길이 머무는 것도 그때문이다. 과연 그들은 아이들을 제대로 건사하고 있기나 한걸까? 아이들을 키운다는 것이 단지 먹이고 입히는 것만의 문제로 끝나는건 아니니 말이다.진정한 양육이란 한 인격체로서 사랑을 주고 관심을 갖는 것이라고 해야 옳지 않을까. 이 책 속 가족들의 경우를 보자. 돌보지 않는 부모 밑에서 다들 제 살기에 바빴던 그들은 혈연임에도 서로에게 냉담하고 무심하다. 그들에겐 가족이라고 할만한 유대가 전혀 없었던 것이다. 베로니카 역시 형제중 자신이 유일하게 사랑했다던 오빠지만 자살소식을 듣고 나서야 관심을 가진다. 한때 나이답게 천진했던 소년을 그렇게 변하게한것은 무엇일었을까 그때서야 고민을 해보지만,이미 때는 늦은 것 아니겠는가. 분노의 화살을 이리저리 돌리며 괴로워하던 그녀는 결국 자신의 가정에마저 불신의 눈길을 보내게 되는데, 과연 그녀는 방황을 끝내고 자신의 집으로 돌아갈 수 있을 것인가. 어린 시절의 상처를 자신의 아이들에게만은 되돌려주고 싶어하지 않는 베로니카의 선택은 어떻게 될까.

 오빠의 죽음을 배경으로 대가족의 붕괴와 가족애를 솔직하게 그리고 있던 작품으로, 무책임한 부모와 그 슬하에서 고통받고 자라는 아이들의 문제를 수려한 문체로 형상화하는데 성공한, 지극히 아일랜드적인 소설이었다. 다만 사건의 본질을 직시하지 못한 채 변죽만 울려대며 돌고 돌고 또 도는 장황한 전개방식에다 주제에서 벗어나지 않았다는 것이 신기할 정도의 산만함, 베로니카가 자신의 가족들에 대하는 애증처럼 모든 현실을 양가감정으로 해석하던 것등이 (남편과 아이들,과거 남자친구와 기타등등에 대해 그녀는 좋다가 밉다가를 끊임없이 되풀이한다.) 읽는 내내 무척 혼란스런 인상을 준다는 점이 별로였다. 분명 탄탄한 문장력과 예리한 관찰력은 인상적이었지만, 깊이있고 선명한 통찰력은 부족하지 않았는가 싶다. 마치 피려다 만 꽃을 보는 듯 찜찜한 기분이었다고나 할까.이 책을 보면서 2007년 노벨상 수상자인 도리스 레싱이 얼마나 탁월한지 새삼 깨달았다.대가족의 허상을 파헤친다는 레싱의  <다섯째 아이>와 비슷한 주제임에도 그것을 풀어가는 상상력과 결단력에 현격한 차이가 있어 보였기 때문이다. 역시 대가의 지성은 아무나 흉내낼 수 있는게 아닌가 보다. 비교적 잘 쓴 소설이긴 하지만 감동을 기대하고 집어 드시진 마시란 의미에서 애매작으로 넣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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링컨 차를 타는 변호사 - 판타스틱 픽션 블랙 BLACK 3-21 판타스틱 픽션 블랙 Black 3
마이클 코넬리 지음, 조영학 옮김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8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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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이 돈을 위해 변호사를 하고 있다는 사실을 너무도 잘 알고 있는 미키 할러,주로 범죄를 저지른 사람들의 형량 감량을 위해 변호를 하고 있는 그에겐 의뢰인을 동정한다거나 굳이 애를 써서 돌봐줄 여지란 것이 전혀 없었다.단지 돈을 확실하게 받고,의뢰인이 자신이 왔던 상황보다 더 물 먹이는 일만 없으면 된다고 생각하며 살아가고 었던 것.얼핏 악덕 변호사처럼 들릴지도 모르지만,그가 다루는 사람들이 마약 범죄자에 폭행범,강간범,갱단원들이라는걸 감안하면 수긍이 가는 접근법이란 생각도 든다.그렇게 늘 골수 범죄자만 다루던 그에게 무죄라고 주장하는 백만장자 의뢰인이 찾아온다.자신은 함정에 걸린 것이라면서 벌벌 떠는 의뢰인을 보면서 할리는 난생처음 자신이 무죄인을 변론하게 될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희열에 젖는다.게다가 그가 풍기는 찐한 돈의 냄새,할리는 자신의 무능으로 의뢰인이 감옥에 가는 일은 없게 하겠다고 다짐을 한다.그런데 문젠 창녀를 폭행하고 살인 미수로 현장에서 잡힌 의뢰인 루이스의 범죄 증거가 너무 확고했기에 검사측 역시 자신만만했다는 점이다.결백을 주장하는 루이스의 행적을 조사하던 할리는 천진난만해 보이는 이 부동산업자가 겉보기완 다른 사람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전율하는데...

 

잘 만든 추리 소설이다.흥미진진한 긴장감과 꼬리를 무는 반전에 지루한줄 모르고 읽을 수 있었던.세상 물정 빠삭하게 안다고 자부하던 속물 변호사 미키 할러,그 누구도 자신을 물먹일 수 없다고 자신하던 그가 무죄를 주장하는 순진한 백만 장자를 만나 인생이 꼬이는 모습이 매우 재밌었기 때문이다.동업자가 살해되질 않나,자신의 과거 변호했던 사람이 무죄였다는 것도 알게 되질 않나,꼬리를 물고 사건들이 터지더니 결국 자신과 딸의 목숨마저 위태롭게 되어버린다.과연 그는 천진한 악마가 처 놓은 함정에서 무사히 빠져 나올 수 있을 것인가? 무엇보다 이 책의 묘미를 들자면 변호사의 세계를 들여다 볼 수 있게 해준다는 점일 것이다.그들을 근사하게 포장하는 그런 면이 아니라,돈을 위해 영혼을 판다는 말을 들어야 하는 진짜 변호사의 세계...하긴 왠만한 정신을 가진 사람이라면 근처에 가기도 꺼릴만한 범죄인을 변호한다는게 뭐 그리 신나는 일이겠는가?이 책에서 가장 흥미롭던 점은 변론을 하다 알게 된 의뢰인의 범죄를 고지할 수 없다는 변호사 강령을 그가 어떻게 빠져나갈까 하는 것이었다.진퇴양난에 빠진 듯한 그가 머리를 써서 그 과정을 헤쳐 나가는걸 보는 것은 과연 대단한 지적 재미였으니...당신이라면 어떻게 하겠는가? 돈을 억만금 준다면 범죄를 저지른 자를 유유히 풀려나게 하고,정작 범죄를 저지르지 않은 자가 감옥에 있는걸 그대로 눈감을 수 있겠는가?세상을 떠들썩하게한 OJ심슨의 재판 결과를 생각하면 그럴 수 있는 변호사가 많을거란 것은 쉽게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단지 그런 능력이 되지 못함을 한탄하는 변호사가 있을지는 몰라도...자신을 지극히 속물이라고 떠들어던 미키 할러의 선택에 속시원함을 느끼게 되는 것도 어쩜 그 때문인지도 모르겠다.왜냐면 그는 능력은 있으나 단지 하지 않았음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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