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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에게 가는 길
밥 그린 지음, 강주헌 옮김 / 푸른숲 / 2008년 12월
평점 :
절판
머리 식히려 휴가차 플로리다 해변을 걷고 있던 이 책의 작가 밥 그린에게 메시지 한통이 전달된다.그의 50년지기 친구 존이 암에 걸렸다는 것...즉시 모든 일정을 접고 존에게로 달려간 그는 유치원 시절부터 친구였던 5명의 친구들을 다 불러 모은다.사회적으로 성공한 친구에서부터 소매상에 이르기까지 사회적 레벨이야 크게 달라졌지만 그래도 우정만은 여전한 그들은, 늘 함께일 줄 알았던 친구가 떠날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두려움에 젖는다.유치원이 낯설은 소심한 다섯살짜리 밥을 위해 용감하게 "밥이 다쳤어요!"라고 선생님에게 외쳤던 존,그날 이후로 시작된 그들의 우정은 각박한 사회속에서 서로를 지켜주는 든든한 안전장치였다.존이 힘겹게 암과 싸우는 과정을 보면서 밥은 그를 위해 무엇이건 해주려 노력하지만 그런 노력마저 그를 살리는기에는 역부족이란 것에 슬퍼한다.이별을 준비하면서,어린 시절부터의 우정과 현재를 되돌아보던 밥은 어른이 된다는 것이 어렸을 적의 생각했던 것과 다르다는 깨닫는다. 존을 떠나 보내고 난 뒤 신문 부고난에조차 나지 않는 평범한 사람이지만,그 누구보다 멋진 인간이었던 그를 밥은 아련하게 회상하기 시작하는데...
작가와 그 친구들의 훈훈한 우정에 절로 마음 따스해지는 책이었다.요즘 세상에 이렇게 멋지게 우정을 지켜내는 사람들이 있다는것에 새삼 감동받았으니까.이용가치가 있어서가 아닌, 단지 네가 내 친구고, 그것이 맘에 든다는 이유로 우정을 이어나가는 사람들의 이야기이니 안 그렇겠는가.이 지구상에 별별 사람이 다 많다는 이유를 들어 우린 우정이나 사랑에 철저히 냉소적일때가 많다.좋은 인연보다는 결국 화를 내고 돌아서게 되는 인연이 더 많으니 그럴만도 하다.우리가 겪어 보지 않았다는 이유로 없다고 단언하게 되는 인간의 배려와 사랑과 우정과 친절이 얼마나 많을지 우리가 감히 어찌 다 안다고 자신하겠는가.바로 이 책에서도 비록 소박해 보일지 모르지만 내가 평소 갖고 싶었던 그런 진한 우정을 보여 주고 있었다.특히 아내가 죽은 상실감에 세상과 절연해 살고 있는 밥을 위해 만날 수 있을거란 희망없이 그저 비행기 타고 날라온 존의 이야기는 왜 밥이 그를 그토록이나 아끼는지 짐작하게 하고도 남았다.존의 죽음이 안타까웠지만,그럼에도 그 슬픔보단 인생의 어려움을 함께 견뎌 나가는 그들의 우정에 더 가치를 매기게 되는 것도 그때문이었다.솔직히 부러웠다.죽음도 이기지 못하는 우정이라...난 그 누군가에게 이런 친구였던 적이 있던가 자문하게 된다.아니라는걸 보니 역시 좋은 친구가 된다는것 쉬운 것이 아닌 모양이다.무엇보다 난 인격이 부족해서 안된다.그러고보니 올 한해 목표를 보다 좋은 친구가 되는 것으로 잡아야 할으면 어떨까?설마 이것도 작심 삼일,공수표가 되는건 아니겠지?오늘 뉴스에 보니 새해 계획을 세우는 것이 정신건강에는 안 좋다는데 말이다.....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