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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담배 - 어느 사랑의 이야기 ㅣ 일루저니스트 illusionist 세계의 작가 5
브루노 프라이젠되르퍼 지음, 안성찬 옮김 / 들녘 / 2007년 12월
평점 :
"금연을 시작하다"라는 말로 시작하긴 하지만 딱히 금연 할 생각이 없어 보이던 한 사내의 금연일지이자 연애담이다.뒤늦게(?) 고등학교시절부터 담배를 피우기 시작했다는 그는 특이하게도 자신을 스쳐 지나간 여자친구들을 담배 습성으로 분류하고 기억한다.쉽게 말하자면 그녀들과 함께한 담배의 추억이라고나 할까.
"나"라는 주인공의 여자들을 들어보면 멜라니,카르멘,파울라,안네,필리네,그리고 전처 크레타등이다.말아 피우는 담배에 중독된 나머지 집을 담배공장으로 만들어 버렸다는 멜라니,담배를 끊겠다고 선언한 후 열흘간 죽지 않을 정도로 피워댔다는 카르멘(대신 다른 종류로 바꾸었다고.)주인공과 함께 담배를 모티브로 한 소설을 읽던 중 흡연의 늪에 빠져버린 필리네,모든 금연법을 다 시도해봤지만 성공하지 못한 금연계의 모르모트 안네, 뛰어난 지성의 소유자이나 흡연 욕구 하나 통제 못하는 자신에게 실망한 나머지 분열된 인격 파울을 내세워 담배를 피우는 파울라.그리고 남편의 외도를 알게 된 후 서서히 멀어져 갔다는 하루 9개비 고수자 전처 크레타..."나"는 그녀들과 함께 했던 시간들의 소소한 에피소드들을 담배라는 매걔체를 통해 그려낸다.중간중간 담배의 창시자 장 니코의 일화와 명사들의 애연 습관등 담배와 관련된 이야기들도 엮어서...그야말로 "담배에 의한 담배를 위한 담배의 책"이 되겠다.이 작가 말에 의하면 자신은 대하 소설을 쓴 재목이 못되어 이런 소박한 책을 쓴거라 하던데 참,다행이란 생각이 들었다.담배에 관한 대하 소설이었으면 어쩔뻔했겠는가라며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1.내가 비흡연자라서 그런지 대충 공감 안가던 소설이었다. 하지만 그렇게 따지자면 캐롤라인 냅의 <술,전쟁같은 사랑의 기록>에서도 아무 느낌이 없어야 했을테니 아무래도 단순히 작가의 역량때문이 아닌가 싶다.냅의 책엔 무지하게 감동 먹었었으니까. 담배에 관한 이야기이긴 했지만 실은 자의식 만땅인 "나"에 관한 이야기가 줄줄줄...여섯명이건 육백명이건 간에 별다르지 않는 연애담이 뭐그리 재밌었겠는가.그녀들이 그녀들만의 담배 취향처럼 성격도 제각각이란 것에 "나"는 무지 감명 받은 듯 보이던데, 원래 우리들이(여자들이) 똑같지 않다.뭐 그게 새삼스러운 일이라고 호들갑을 떨어 대시는지...
2.정말로 짜증나던 것은 글 사이사이에 "흡연 기호가 나올때만 담배를 피우시기 바랍니다." 라는 말을 끼워넣던 것이었다.가뜩이나 재미없는 글을 흐름까지 망쳐 놓다니...폭탄도 이런 폭탄이 없었다.작가 자신은 나름 귀엽고 탁월한 재치라고 생각하는 모양이던데,하나도 안 웃기거든? 다음부터는 생각이란걸 하고 문장을 넣어주셨음 싶었다.
3.담배에 관한 이야기긴 했지만 금연에 관한 것이기도 했다.금연이 얼마나 어려운지 구구절절히 읊고 있었으니까.금연을 결심했다 뒤엎는 과정을 되풀이함으로써 담배의 유혹이 얼마나 치명적인가 말하고 있었는데,솔직히 관심없었다.흡연자라면 그리고 금연에 실패한 분이라면 공감이 되시려나는 모르겠지만,내게는 참 할 일도 없는 호들갑스런 사람이로구나 라는 생각이 들게할 뿐이었다.
4.그래도 이 책을 보면서 한가지 얻은 소득이라면,담배 종류가 굉장히 많다는걸 알게 된 것이다.그건 이 작가가 담배들의 종류에다 좋아하는 이유까지 적어 주었기 때문인데,이 책을 보면서 내가 담배에 얼마나 무식한지 알게 되었다.담배에 관한 지식을 늘리시고 싶은 분이 있으시다면 추천한다.비흡연자들은 별 재미 없으실테니 안 보시는게 나을 것 같고,담배를 끊을 생각을 가진 분들은 읽지 말라고 하던데,글쎄...과장이지 싶다.흡연 충동을 조장하려 난리 부르스를 추고 있긴 했지만 그다지 성공한 것 같아 보이진 않았으니까.혹 흡연자들이 보면 다른 해석이 나올수도 있을거란 여지는 남겨두고 리뷰를 마치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