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의 시효
요코야마 히데오 지음, 김성기 옮김 / 노블마인 / 200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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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범죄를 미워하라고? 그럼 안되지, 그게 우리 밥줄인데..."

신임 경찰 서장의 훈시를 두고 형사들의 뒷담화중 한토막이다. 듣고보니 그럴 듯하다.말이야 바른 말이지,범죄가 없으면 형사가 뭘 먹고 살겠는가?그렇게 범죄를 해결하는것을 자신의 밥줄이라고 생각하며 불철주야 뛰는 형사들의 활약상을 그린 단편 6개를 모은 것이다.무게 디립다 잡는 형사가 아니라 현실적인 형사들을 그린점이 장점이다.그들도 실수도 하고,뇌물 받아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가 하면,어리버리 범죄에 이용당하거나,치열한 서열싸움에 밀리지 않기 위해 사건 해결에 모든 것을 거는 모습들이 인간적으로 다가왔다.거기에 추리소설답게 사건을 해결하는 그들의 기지 역시 대단해서 신출귀몰한 그들의 활약에 허를 찔린 듯 통쾌했다.단편 6개중 <제 3의 시효>는 살인 사건의 범인을 잡기 위해 시효의 시효를 연장함으로써 마침내 범인을 잡게 되는 형사들의 활약을 그린 것으로 형사체계의 헛점을 역이용한 트릭이 돋보이던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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둠즈데이 북
코니 윌리스 지음, 최용준 옮김 / 열린책들 / 200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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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한번 수다쟁이 아줌마 코니 윌리스의 책이다. 2054년 고집쟁이 대학생 키브린은 2년동안 교수들을 들들 볶아 드디어 꿈이 그리던 중세로 시간여행을 가게 된다.하지만 그녀가 떠난 후 시간 여행을 담당했던 기술자가 뭔가 잘못되었다는 말을 남긴채 쓰러지고,옥스퍼드 대학엔 정체불명의 바이러스가 퍼진다.키브린이 여행을 떠나기 전부터 걱정이 태산이던 던워디 교수는 직감적으로 그녀의 여행에 문제가 생겼음을 알아차리지만 도시가 전염병으로 혼란스러지는 통에 어떻게 된 것인지 파악조차 못한다.한편 중세에 도착한 키브린이 우여곡절끝에 마을에 적응해 가고 있던 중, 손님으로 왔던 신부 일행중 하나가 병으로 쓰러진다.순식간에 마을 사람들은 같은 질병으로 쓰러지고,그 병이 페스트라는 것을 알아차린 키브린은 자신이 1320년이 아니라 다른 시대에 도착했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시간여행을 준비하면서 불안해 했던 모든 일들은 벌어지지 않았지만 대신 불안해 하지 않던 모든 일이 벌어지고 있는 키브린의 시간 여행,과연 그녀는 무사히 돌아올 수 있을 것인가?그녀를 데려오려는 던위디의 노력마저 그의 발병으로 주춤하게 되는데...

 

<개는 말할 것도 없이>보다 더 재밌다고 하길래 기대만발해서 들여다 본 책이다.다른 사람들은 이 책이 더 낫다고 하던데 내겐 <개는..>이 더 재밌었다.둠즈데이를 연상하게 하는 페스트 창궐 묘사가 책의 절반을 차지하는데다 사람들이 죽어나가는 장면이 줄줄이 이어지는 것이 그닥 흥미롭지는 않았었기 때문이다.키브린이 무사히 구조되려나 끝까지 보긴 했지만 나중엔 어찌되건 상관이 없다는 심정이 되더라.어른들 말 안 듣고 고집 피우다 고생하는 애들은 그래도 싸다 싶다고나 할까.그래도 새로운 이야기를 생동감있게 풀어 나간 점에는 점수를 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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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칠한 가정부
죠반니노 과레스끼 지음, 김운찬 옮김 / 부키 / 2007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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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칠한 가족>에 이은 과레스키의 가족일기다.마음만 먹으면 (집안 일을) 다 잘 할 수 있다고 큰소리지만 어차피 마음 먹어봐도 별볼일 없는 아내 마르게리타를 위해 하늘이 가정부 "조"를 보내 준다.원래 이 가족에 뭔가 새로운 것이 왔을 시 제대로 된 것이 올리 만무하다.아무리 하늘이 보내 주었다고 해도.아니나 다를까,이 조 역시 온 첫날부터 과레스키 가족에 못지 않은 개성을 드러내면서 과레스키의 속을 뒤집어 놓는다.거기에 뒤질세라 손자 손녀들도 연이어 합세함으로써 아들 딸의 결혼으로 적적해진 과레스키 부부의 일상은 다시금 바람잘 날 없어 지는데..기가 센 여자들 틈바구니에서도 균형감각 잃지 않고 중심 잘 잡아 주시는 과레스키의 넉넉한 유머가 여지없이 펼쳐지고 있는 가족일기,과레스키 부부가 손자손녀 틈바구니에서 행복해 하는 모습이 흐믓했던 책이다.역자 말대로 거의 반세기 전 이야기임에도 낡았다는 생각이 들지 않는다는 것이 놀랍다.과레스키의 인간미가 여전히 유효하다는 반증이 아닐런지...하지만 다른 책들에 비해선 유머가 좀 떨어지는 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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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렌디피티 수집광
앤 패디먼 지음, 김예리나 옮김 / 행복한상상 / 200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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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렌디피티"란 단어가 왜 제목에 들어간건지 도무지 모르겠다.이 작가가 다소 수집광적인 면이 있긴 했지만 우연한 행운하고는 아무 상관 없어 보이던데...더군다나 Serendipity는 명사다. 우연한,행운의 수집광이라는 뜻으로 지은 것이었다면 한국말로 해도 괜찮지 않았을까,그랬음 적어도 문법에는 맞았을테니 말이다.겉멋만 든 국적 불문의 내용과는 별 상관이 없는 제목이라...내용이 별볼일 없다는 반증이 아닐까 싶다.<서재 결혼 시키기>를 신선하게 읽었던 나로써는 다소 실망스러운 책이 분명하긴 했으니까.읽으면서  <글쓰기 생각쓰기>의 윌리엄 진서가 이 책을 본다면 어떻게 평가할지 궁금했다.군더더기 없이 매끈한 작품이라고 생각했을까? 공들여 썼다는 것만은 분명했다.그럼에도 내겐 어딘지 부족해 보였고,거기다 몇몇은 정말로 지루했다.책을 내던지고 싶을 만큼...적어도 독자가 책을 내던지고 싶어했다면 진서 역시 잘 된 작품이라고 생각하진 않겠지 싶다.

 

작가 자신의 신변 잡기를 쓴 수상록으로 수필 12개를 모은 것이다.어릴적 오빠와 함께 한 자연채집에 대한 열정을 추억하던 <자연채집>에서는 나보코프의 인시류학으로 관점이 확장되고,그녀가 좋아한다는 수필가 찰스 램에 대한 감상적인 단상이 <온순하지 않는 램>이란 작품에서 펼쳐진다.글을 쓰면서 탐욕이 아니라 "연구"라는 수식어를 붙일 수 있었기에 너무도 좋았다는 <아이스크림> 역시 아이스크림에 반한 그녀의 편집적인 열정을 그대로 느낄 수 있었고,<올빼미>에서는 현대 사회에서 늘어난다는 밤에 일하는 사람들의 목록에 작가인 자신을 추가하더니,<도망자 콜리지>에서는 사생활과 문학 작품사이의 상관관계를 독자는 어떻게 봐야 할까에 대해 그녀의 생각을 들려준다. 깊이 있고 독창적인 수필을 쓰려 애를 쓴 티가 역력한 수필들이었다.너무 심하게 노력했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이젠 한물간 장르로 여겨지는 수상록을 좋아한다는 그녀다 보니 어쩜 장르 부활의 사명감을 느끼면서 썼을지도 모르겠다.수상록이 나르시즘과 호기심으로 결합된 자신의 성격에 딱 맞다고 단언하면서 사랑과 존경을 담아 썼다 하던데,과연 그녀의 야심에 찬 이 작품은 성공작으로 분류될 수 있을까?

 

아니,그렇지는 않았다.나르시즘은 어떤 장르를 막론하고 좋은 작품을 쓰는데 있어 걸림돌이라는 것만 발견했을 뿐...이 책을 보면서 질린다는 느낌을 받게 되는 것도 바로 그 지점이었다.그녀의 나르시즘,난 그녀를 이렇게나 속속들이 알고 싶은 생각이 전혀 없었다.주구장천 읊어대는 그녀의 내면이나 공감 안 가는 어린 시절,그리고 그녀의 가족들 이야기가 그다지 매력적이진 않았으니까.결국 그녀의 이야기들은 귀 따거운 함성처럼 들려왔다.이 작가는 찰스 을 좋아한다면서 왜 그의 작품이 수작인지 모르겠던가 의아할 따름이다.찰스 이 그런 작품을 쓸 수 있었던 것은 그가 찰스 이었기 때문이다.그만큼 수상록이라는 분야는 만만한 장르가 아니다.작품 속에 자신의 모든 것이 고스란히 드러나는데다 그걸 감당해낼만큼 인격이 된 사람은 매우 드므니 말이다.작가는 장황한 정보로 대충 가리면 얄팍한 내면은 어느정도는 가려지리라 생각한 모양이던데,그건 그녀의 착각일 뿐이다.결론적으로 잘 된 작품은 아니었다. 꼭 써야 했던 작품도 아니였고.지금이야 개나 소나 내는게 수필이라고 하지만 ,과거엔 수필집을 대단히 신중하게 생각했다고 들었다.자신의 보잘것 없음을 사방팔방에 전시하게 되는건 아닐까 적어도 두려워 했다는 의미다.때론 두려움에 귀 기울일 필요가 있다.처참한 실수를 막기 위해서도, 또 종이를 위해 쓰려지는 나무에게도 미안하지 않기 위해서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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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담배 - 어느 사랑의 이야기 일루저니스트 illusionist 세계의 작가 5
브루노 프라이젠되르퍼 지음, 안성찬 옮김 / 들녘 / 2007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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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연을 시작하다"라는 말로 시작하긴 하지만 딱히 금연 할 생각이 없어 보이던 한 사내의 금연일지이자 연애담이다.뒤늦게(?) 고등학교시절부터 담배를 피우기 시작했다는 그는 특이하게도 자신을 스쳐 지나간 여자친구들을 담배 습성으로 분류하고 기억한다.쉽게 말하자면 그녀들과 함께한 담배의 추억이라고나 할까.

"나"라는 주인공의 여자들을 들어보면 멜라니,카르멘,파울라,안네,필리네,그리고 전처 크레타등이다.말아 피우는 담배에 중독된 나머지 집을 담배공장으로 만들어 버렸다는 멜라니,담배를 끊겠다고 선언한 후 열흘간 죽지 않을 정도로 피워댔다는 카르멘(대신 다른 종류로 바꾸었다고.)주인공과 함께 담배를 모티브로 한 소설을 읽던 중 흡연의 늪에 빠져버린 필리네,모든 금연법을 다 시도해봤지만 성공하지 못한 금연계의 모르모트 안네, 뛰어난 지성의 소유자이나 흡연 욕구 하나 통제 못하는 자신에게 실망한 나머지 분열된 인격 파울을 내세워 담배를 피우는 파울라.그리고 남편의 외도를 알게 된 후 서서히 멀어져 갔다는 하루 9개비 고수자 전처 크레타..."나"는 그녀들과 함께 했던 시간들의 소소한 에피소드들을 담배라는 매걔체를 통해 그려낸다.중간중간 담배의 창시자 장 니코의 일화와 명사들의 애연 습관등 담배와 관련된 이야기들도 엮어서...그야말로 "담배에 의한 담배를 위한 담배의 책"이 되겠다.이 작가 말에 의하면 자신은 대하 소설을 쓴 재목이 못되어 이런 소박한 책을 쓴거라 하던데 참,다행이란 생각이 들었다.담배에 관한 대하 소설이었으면 어쩔뻔했겠는가라며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1.내가 비흡연자라서 그런지 대충 공감 안가던 소설이었다. 하지만 그렇게 따지자면 캐롤라인 냅의 <술,전쟁같은 사랑의 기록>에서도 아무 느낌이 없어야 했을테니 아무래도 단순히 작가의 역량때문이 아닌가 싶다.냅의 책엔 무지하게 감동 먹었었으니까. 담배에 관한 이야기이긴 했지만 실은 자의식 만땅인 "나"에 관한 이야기가 줄줄줄...여섯명이건 육백명이건 간에 별다르지 않는 연애담이 뭐그리 재밌었겠는가.그녀들이 그녀들만의 담배 취향처럼 성격도 제각각이란 것에 "나"는 무지 감명 받은 듯 보이던데, 원래 우리들이(여자들이) 똑같지 않다.뭐 그게 새삼스러운 일이라고 호들갑을 떨어 대시는지...

 

2.정말로 짜증나던 것은 글 사이사이에  "흡연 기호가 나올때만 담배를 피우시기 바랍니다." 라는 말을 끼워넣던 것이었다.가뜩이나 재미없는 글을 흐름까지 망쳐 놓다니...폭탄도 이런 폭탄이 없었다.작가 자신은 나름 귀엽고 탁월한 재치라고 생각하는 모양이던데,하나도 안 웃기거든? 다음부터는 생각이란걸 하고 문장을 넣어주셨음 싶었다.

 

3.담배에 관한 이야기긴 했지만 금연에 관한 것이기도 했다.금연이 얼마나 어려운지 구구절절히 읊고 있었으니까.금연을 결심했다 뒤엎는 과정을 되풀이함으로써 담배의 유혹이 얼마나 치명적인가 말하고 있었는데,솔직히 관심없었다.흡연자라면 그리고 금연에 실패한 분이라면 공감이 되시려나는 모르겠지만,내게는 참 할 일도 없는 호들갑스런 사람이로구나 라는 생각이 들게할 뿐이었다.

 

4.그래도 이 책을 보면서 한가지 얻은 소득이라면,담배 종류가 굉장히 많다는걸 알게 된 것이다.그건 이 작가가 담배들의 종류에다 좋아하는 이유까지 적어 주었기 때문인데,이 책을 보면서 내가 담배에 얼마나 무식한지 알게 되었다.담배에 관한 지식을 늘리시고 싶은 분이 있으시다면 추천한다.비흡연자들은 별 재미 없으실테니 안 보시는게 나을 것 같고,담배를 끊을 생각을 가진 분들은 읽지 말라고 하던데,글쎄...과장이지 싶다.흡연 충동을 조장하려 난리 부르스를 추고 있긴 했지만 그다지 성공한 것 같아 보이진 않았으니까.혹 흡연자들이 보면 다른 해석이 나올수도 있을거란 여지는 남겨두고 리뷰를 마치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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