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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는 말할 것도 없고
코니 윌리스 지음, 최용준 옮김 / 열린책들 / 2001년 9월
평점 :
구판절판
시간 여행이 자유로워진 21세기의 중반,1940년대 당시 폭격으로 부서진 코번트리 성당을 복원하기 위한 프로젝트가 마침내 완성을 코앞에 두고 있다.하지만 성당 복원을 조건으로 시간 여행의 연구비를 지원했던 갑부 미망인 슈라프넬은 1940년 폭격 당시 있었다는 주교의 새 그루터기를 찾지 못했다는 이유로 연구원들을 들들 볶는다.자신의 증증증조모였던 할머니의 일기 속에서 그 그루터기가 아름답다는 정보를 입수한 슈라프넬의 집념이 꺽이지 않는 가운데 연구원들의 시간 도약은 점차 위험수위가 점차 높아져 간다.그루터기를 찾기 위해 시간 도약을 계속 감행하던 연구원 네드가 결국 시차 증후군에 걸려 쉬여야 한다는 진단을 받자 상사 던위디씨는 슈프라넬을 피해 그를 빅토리아 시대로 보낸다.그런데 문제는 그가 시차 증후군때문에 자신에게 주어진 임무를 기억하지 못한다는 것,설상가상으로 네드는 열차 플랫폼에서 만나 사랑에 빠지기로 되어 있던 연인을 실수로 갈라 놓는다.한바탕 소동 끝에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여인을 만난 그는 그녀가 바로 그와 접선하기로 되어 있던 베리티임을 알고 반색한다.그것도 잠시 베리티가 고양이 아주먼드 공주를 데리고 왔느냐고 묻자 네드는 패닉상태에 빠진다.그의 임무가 그 고양이를 베리티에게 데려다 주기로 한 것이었음이 그제서야 생각난 것,베리티가 그 고양이를 미래로 데리고 간 덕에 생긴 시간의 간섭을 되돌려 놔야 했기 때문이다.그때부터 네드와 베리티는 미래를 교정하기 위해 안간힘을 쓰지만 그들의 노력은 번번히 실패로 돌아간다.연합군의 승리가 위태로운 가운데 그들은 과거를 제자리로 돌려 놓을 수 있을 것인가?그리고 그들이 찾고 있는 주교의 새 그루터기는 과연 미래와 어떤 연관이 있는 것일까?
이 책의 장점을 들자면 맨먼저 이 작가가 수다쟁이로 소문 난 아줌마라는 사실을 밝히고 싶다.정말 말이 많다.그런데 놀라운 것은 그렇게 말이 많음에도 결코 길을 잃는 법이 없더라는 것이다.따라 읽기도 버거운 이 두꺼운 책 안에 어찌나 이야기를 맛깔나게 풀고 있던지...그녀에 대한 찬사가 넘쳐나는 것도 무리는 아니지 싶었다.
둘째는 이 작품의 성격이다.시간 여행이라는 SF물적인 성격을 띠고는 있지만 실은 로맨스 소설로도 추리 소설,역사 소설,문학 소설로 봐도 무방했기 때문이다.한 책 안에 이렇게 풍부한 이야기를 풀어 놓으면서도 전혀 어색하지 않다니,다양한 장르를 한번에 아우르는 작가의 능력에 감탄했다.다시 한번 강조하지만 이 작가,정말 수다쟁이 맞다니까.
세째는 영화를 책으로 옮긴 듯했던 소설이라는 점이었다.빠른 이야기 전개,마치 연기자의 표정을 읽어 주는 듯했던 재치 있는 설명,상상력이 유감없이 발휘되던 사건들과 등장 인물들 하나하나의 입체적인 개성이 왜 이 책이 아직도 영화화 되지 않았는지 궁금하게 했다.각색도 필요없이 그냥 그대로 찍기만 하면 될 듯 보였는데 말이다.
네째는 주교의 새 그루터기를 찾는다는 추리 소설 기법이 주는 긴장감이 압권이었다는 점이다.계속 복선을 흘려대면서도 그것을 긴가민가 하게 만드는 작가의 의뭉스러움은 어찌나 영리하던지... 박수를 쳐주고 싶을 정도다.
다섯째는 탁월한 유머 감각에 삐딱하지만 성실한 주인공들,그리고 쉽게 동조& 동감하게 되던 설득력있는 정의관념들이 독서 자체를 유쾌하게 만들고 있다는 점이었다.한마디로 무난,무해,유쾌 ,상쾌 ,통쾌한 멋진 책이었다.독서의 잔잔한 재미를 천천히 음미하고자 하는 분들에게는 딱인 책이 아닐까한다.제목에 ,책의 두께에,생소한 작가 때문에 망서리셨던 분들이라면 그냥 한번 집어 들어 보시라고 권하고 싶다.충직하게 읽다보면 어느덧 이 책의 진가를 알게 되시리니...
이 책을 보면서 한가지 든 의문은 줄곧 이 책의 패러디로 쓰인 제롬 K.제롬의 <보트를 탄 세 남자>를 작년에 읽었을때 그렇게 재밌다는 인상을 못받았다는 점이었다.이렇게 재밌는 책을 쓴 작가가 감탄하고 있을 정도라면 분명 탁월한 책이란 말인데,왜 난 그걸 잡아내지 못했을지 이해되지 않았다.뭐야뭐야,내가 뭘 빠트리고 읽은 것일까? 아니 번역이 잘못된 것일까? 아무래도 다시 확인을 해 봐야 겠다.
팁--<은하수를 여행하는 히치하이커를 위한 여행서>를 흥미롭게 읽으신 분들이라면 놓치지 마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