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다미 넉장반 세계일주 블랙 앤 화이트 시리즈 7
모리미 도미히코 지음, 권영주 옮김 / 비채 / 200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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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니까 내가 왜 이 책을 읽었는지 모르겠다.물론 안다.다른 리뷰어가 재밌다고 해서 솔깃해서 본 책이다.하지만 <밤은 짧아 걸어 아가씨야.>의 작가가 쓴 책이라는것을 알았을때 좀 더 심사숙고해야 했다.무지 심사숙고했어도 됐었을텐데,아니 심사숙고하다 아예 집어들지 않았으면 더 좋았을텐데...아.쉽.다.어쨌거나 근래 들어 이렇게 막가자는 책을 본 적이 있던가 헤아려 봤는데 기억이 안난다.분명 있긴 할텐데 너무 충격이 커서그런가 안 떠오르는 것 같다.어쩜 <전락>을 읽은 후 이 책을 집어 든 것이 실수였을지도 모르겠다.뭐,하긴 이런 책도 필요하긴 하지.그래야 카뮈나 냅,스타이런 같은 사람이 얼마나 글을 잘 쓰는지 제대로 감사하게 될테니까 말이다.

 

내용은 대학 3학년 생인 내가 오즈라는 친구를 잘못 만나(?)공부는 뒷전이고 연애 방해자로 써클 추방자로 거듭나게 됐음에도 반성을 모르고 살다 어찌어찌 애인을 만나게 된다는 이야기를 네개의 다른 변주로 들려주고 있는 책이다.말하자면 똑같은 이야기를 네에번! 들려주고 있다는 뜻이다.재밌는 이야기도 두번 들으면 흥미가 사라지는데,같은 단어에 유치한 이야기를 같은 문장으로 네번 읽으려니 미칠 것 같았다.지루해서...그리고 화가 나서.예를 들어보자.

‘나’의 유일무이한 친구이자 ‘나’를 무간지옥과도 같은 악의 구렁텅이로 몰아넣은 장본인인 오즈에 대한 묘사다.

 

"야채를 싫어하고 즉석식품만 먹기 때문에 안색이 달의 이면에서 온 사람 같아 심히 소름끼치며, 밤길에 마주치면 열 중 여덟이 요괴로 착각하고,둘은 요괴로 보며,약자에게 채찍을 휘두르고, 강자에게 알랑거리고, 제멋대로고, 오만하고, 태만하고, 청개구리 같고, 공부를 하지 않고, 자존심은 터럭만큼도 없고, 타인의 불행을 반찬으로 밥을 세 공기 먹을 수 있는 무시무시한 인물”이다.가 네번 나온다.이 정도면 책 읽는동안 문장 외우게 된다.그러니 화가 난다는 것이다.봐라.이게 어디 외울만한 문장인가?

 

유치하고,유별나던 호들갑에,생전 처음 보는 기괴한 단어 조합(무늉무늉이란 단어 혹 들어보신 분?),읽기 껄끄럽던 영 부자연스런 번역,모든 사람들을 요괴나 변태나 귀신으로 만들어 버리던 희박한 상상력에 구린내나고,지루하고,지루하며,지루한 이야기를 반복까지 해대던...비추를 위해 작정하고 특별히 쓴게 분명하지 않을까 의심스럽던 책이 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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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락 알베르 카뮈 전집 3
알베르 카뮈 지음, 김화영 옮김 / 책세상 / 198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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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스텔담의 한 술집에서 과거 파리의 변호사였다는 한 사내가 옆에 앉은 취객(?)을 상대로 자신의 과거를 우울하게 읊조린다.한때 잘 나가던 인권 변호사로 고매한 인품을 만방에 떨치며 뭇 여성들의 인기를 한 몸에 받았다는 그가 어찌된 영문으로 타국의 외로운 술집에서 처음 본 사람에게 넋두리를 늘어놓게 된 것일까?

타고난 언변과 친화력을 바탕으로 성공 가도를 걷고 있던 그는 어느날 밤,다리 위를 지나가다 묘령의 여인과 마주치게 된다.다리를 다 건너기도 전에 들려오는 풍덩하는 소리,그는 그녀를 구하려는 어떤 시도도 하지 않은 채 그냥 가던 길을 간다.그 다음날도 그 다음 다음 날도 그녀가 누구인지,진짜 그녀가 자살을 한 것인지조차 알아보지 않았던 그는 점차 자신의 내면이 무너지는 소리를 듣게 되면서 자신에게 질문을 던지게 된다.과연 나는 남들이 말하는 대로 가치 있는 인물일까? 내가 한 모든 행동들은 다 연기가 아니었을까? 더 이상 자신의 거짓을 지탱하지 못한 그는 고통을 피해 암스텔담으로 숨어든다.그곳에서 무명인이자 야인으로 살아가면서 그녀를 구하려 하지 않은 자신을 비난하고 심판하지만 자신의 몰락이 자초된 것이었으며 고통을 피할 길도 없다는 것을 깨달은 그는 누군가가 자신을 벌해주기만을 간절히 바라게 되는데...

 

조울증에 걸린 사내의 우울한 넋두리가 주사처럼 펼쳐지고 있던 소설이다.이 책을 읽으면서 느낀 것을 간단히 적어 보자면..

1.카뮈는 정말 글을 잘 쓴다.내 인생 어느 시절에 읽건 그의 책은 감탄의 대상었는데,이번에도 여지 없었다.군더더기 없이,횡설수설 하는 말하는 듯 보이지만 실은 주제에서 한치의 벗어남도 없는 구성에 ,풍부한 상상력과 철학적인 주제,그걸 무리없이 풀어가는 능력과  통찰력,진지함,솔직함,신랄한 비판 의식,자아비판,신선함,그리고 고통을 직시하는 남다른 태도등등...짧지만 완벽했다. 이 정도의 완벽함이라면 도스토예프스키의 <영원한 남편>이나 카프카의 <변신>에 비견될 수 있지 않을까 싶었다.물론 카뮈의 <이방인>이나 <페스트>도 마찬가지지만...

2.이 책을 보면서 난 처음으로 카뮈가 조울증에 고통 받았을거란 사실을 명확하게 깨닫게 됐다.그가 자살에 대해 그렇게 고민하던 것도 무리는 아니었으니,<시지프의 신화>속에서 그토록 삶의 의지를 다잡던 것도 실은 이를 악물고 살아 보겠다는그의  의지의 천명이었던 것이다. 그만큼 병이 주는 고통이 컸다는 것인데 당시 의학 수준으로는 아마 그는 물론이고 다른 사람도 그걸 이해하기 어렵지 않았을까 싶다.

3.왜 그는 자살한 여자를 구하지 않았을까? 내 경험상 가장 쉽게 나오는 대답은 "아무도 보는 사람이 없어서"였을거라는 것이다.아무도 보는 사람이 없으니 구해낸다고 해도 칭찬해주는 사람이 없을 것이고,하니 굳이 영웅적인 행동을 할 필요를 느끼지 못한 것이다.그는 본문에서 자신의 삶이 한편의 연기였음을 열심히 설명한다.사랑도,봉사도,인류애 넘치는 행동도,거지를 도와주려는 마음도...그 모든 것이 가식이고 위선이었음을 자신은 알고 있었지만 다른 사람들은 다들 속아 넘어간다.드물게 민감한 여자를 제외하고는...그러다 그 어떤것도 뚫지 못할 것 같던 그의 양심이 다리위의 여자와의 만남을 계기로 구멍이 난 것이다.그보단 우울의 고통이 심해지자 자신의 양심을 들여다 보게 된 것일거라는게 더 정확할 지도 모르지만...어쨌거나 그의 우울한 고백을 들으면서 난 무척 통쾌했다.드러난 진실의 통찰력이나 그럼에도 양심이 살아있게 하려는 작가의 선량함에 공감 되어서...

현실로 말하자면,이렇게 가식적이고 위선적인 사람이 끝내 자신의 양심을 고백하는 경우는 난 거의 보지 못했다.아마도 카뮈의 인간성이 어느정도 반영되서 이런 작품이 나온게 아닐까 싶다.

 

4.이 책의 마지막 단락을 읽으면서 카뮈란 작가를 다시 보게 됐다.이 사람은 도무지 인간 정신의 어디까지 이해하고 탐구하며 알아낸 것일까? 나와 자아를 분리하는 고찰은 어디서 얻은 것일지 소름이 끼쳤다.덧붙일 것도 없이 탁월한 지성이다.철학자요 문학가라는 말이 어디서 왔을지 이 책만으로도 충분했다.어떻게 한 책속에 두가지를  이렇게 모순없이 녹아낼 수 있는 지 카뮈의 재능에 기가 질리는 기분이었다.프랑스 문학은 죽지 않았다고 올해 노벨상 받으신 르 클레지오가 말씀하셨다던데,글쎄.카뮈에 비하면 현재 프랑스 문학은 죽지는 않았어도 절음 발이상태라고 봐도 과언은 아닐까 한다.고전에 버금가는 묵직한 무게가 느껴지던 완벽한 소설,프랑스에서는 카뮈가 잊혀지고 있다는 말을 얼마전 책에서 읽었다.안타까운 일이다.이런 작품은 되풀이해 읽어도 부족해 보이지 않는데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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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보다 개가 더 좋아
캐롤라인 냅 지음, 고정아 옮김 / 나무처럼(알펍) / 2007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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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를 암으로 차례로 여윈 뒤,오랫동안 그녀를 매혹시켰던 술과의 전쟁같은 사랑을 힘들게 끝낸 캐롤라인 냅은 상실감에서 벗어나지 못해 고통스러워 한다.그 공백을 메워줄 대상을 찾지 못해 암담하게 살고 있던 그녀는 개나 한번 키워보는건 어떨까 라는 생각에 아무 기대 없이 개 보호소에 들린다.거기서 강아지 루실을 발견한 그녀는 바로 "이 개"라는 생각에 충동적으로 루실을 입양한다.그때부터 시작된 개와의 동거는 그녀의 삶에 새로운 활력을 가져다 주고,남들 못지 않은 극성으로 개사랑에 열정적으로 동참하는 자신을 보면서 본인도 놀라움을 금치 못하는데...

 

원제가  Pack of Two로 우리나라 말로 번역을 하면 "우리는 짝꿍"정도가 되겠다.자극적이란 점에서 보면 <남자보다 개가 더 좋아>가 나을지 모르겠지만 실은 원제가 더 이 작가의 의도에 부합한다는 점에서 원제의 어감을 살리는게 더 낫지 않았을까 싶었다.그녀가 말하려는 건 정확히,남자보다 개가 더 좋다는 말이 아니라,개가 그녀에게 어떤 의미였는가 라는 것이었으니까.

 

우선 이 작가의 이력에 대해 말을 해야 겠다.저명한 정신과 교수인 아빠,화가인 엄마,명문가 출신의 브라운 대학 우등 졸업에 빛나는,한마디로 남들이 부러워할만한 이력의 소유자인 그녀는 하지만 20대를 거식증과 알콜 중독에 빠져 아찔하게 보낸다.자신의 알콜 중독에 대한 가슴 아픈 이야기를 <술 ,전쟁같은 사랑의 기록>이라는 책에 풀어 놓으면서 비로서 자신이 왜 그렇게 알콜 중독에 빠질 수 밖에는 없었을까 자문하게 된 그녀,해답은 그리 멀리에 있지 않았다.완벽 그 자체인 가족 구성원들이었지만 실은 온기라고는 찾아볼래야 볼 수 없었던 냉냉한 집안에서 성장한 냅은 자신이 따스함을 찾아, 공허함과  낮은 자존감을 채우기 위해 ,불안과 두려움을 잠재우고,모든 감정들에서 벗어나기 위한 방편으로 술을 들어 부었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하지만 어디 술을 끊었다고 여지껏 존재했던 문제들이 하루아침에 사라지나? 오히려 이젠 술도 없이 그 모든 것을 감당해야 한다는 생각에 질식할 듯 절망하고 있는 그녀에게 바로 기적처럼 루실이 찾아온 것이다.그녀는 루실을 보살피면서 비로서 자신이 "긍정적이고 좋은 인간이며 괜찮은 인간"이라는 자신감을 얻게 되었따고 한다. 더군다나 7년간 사귀었지만 커플이란 생각이 들지 않았던 남자친구와의 결별 하게 된 후 그녀에겐 루실의 존재가 더욱 더 커다랗게 다가올 수밖에는 없었던 것이다.루실이 없었다면 그 시기를 어떻게 견뎠을 지 모르겠다고 하는 말에 친구가 이해를 못하자 그녀는 이 책을 쓰기 시작한다.개에게 의지하며 살아가는 사람들을 이상한 사람 취급하는 세파에 맞서 그녀는 이해를 구하고 싶었던 것이다.실은 그들은 절대 이상한 사람이 아니라는 것을.개가 인간이 주지 못하는 위로를 주고 ,치유를  해주며 , 삶의 온기를 보태주고 ,따스한 애교와 판단하지 않는 애정을 준다는 것을 그녀는 설명하고 싶어 했다.제발,알아 달라고.난 그 누군가에게 이렇게 감사한 적이 없었는데,바로 그 상대가 "개"라는 것을 말이다.

 

<술,전쟁같은...>에서도 느낀 것인데 이 작가 정말 글을 잘 쓴다. 유머감각에 솔직함,날카로운 분석에 따른 명료함과 넘치지 않는 균형 감각, 설득력과 ,그리고 무엇보다 루실에 대한 사랑이 곳곳에 넘쳐나 편하게 읽을 수 있었다. 이 책 역시 쉽게 풀어나가는 것을 보고선 역시 그녀 답군 했다.

 

<술 ,전쟁같은 사랑의 기록>의 표지에 보면 캐롤라인 냅과 루실의 사진이 박혀 있다.이 책을 읽고 나니  왜 냅이 자신의 프로필 사진에 개와 함께 포즈를 취하고 있는지 이해가 됐다.아,이 개가 루실이로군요.정말 멋진데요? 그녀에게 한마디 던져 본다.그녀는 2003년 페암으로 별세했다고 한다.이 책에서 냅은 주인이 병이 들었을때 그 주인을 하루종일 지킬 수 있는 것은 아내도,자식도,부모도 아닌,개라고 말한다.그녀가 외롭고 힘들게 죽어갈 때 루실이 그녀를 지켜 주었을거란 생각은 얼마나 나를 안도하게 하는지.늦게 나마 그녀의 명복을 빌어본다.그 처절했던 삶을 뒤로하고 이젠 평안히 쉬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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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코필리아 - 뇌와 음악에 관한 이야기
올리버 색스 지음, 장호연 옮김, 김종성 감수 / 알마 / 200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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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단코 애매작...지루함.>

이라고 달랑 한줄 써놓고는 잊고 만 책이 되겠다.

 

인간에게 음악은 어떤 의미인가? 라는 질문에 대해 여지없이 꼼꼼히 대답을 해주고 있는 뇌신경학자 올리버 색스의 신작이다.번개를 맞은 뒤 갑자기 천재 음악가가 되어 버린 박사의 이야기에서부터,반대로 뇌졸증을 앓은 뒤 선율을 해석하지 못하게 된 음악 교수,아이큐는 60도 되지 않지만 음악에 과잉 반응을 보이는 윌리암스 증후군자들, 음악계의 서번트들,치매로 모든 기억을 잃었음에도 자신이 불렀던 파트만은 잊지 않는 합창 단원,뇌종양 때문에 음악만 들으면 발작하는 환자등등...우리가 아무렇지도 않게 듣는 음악에 대해 이렇게 다양한 반응을 보이는 사람들이 있을줄 몰랐건만,그가 만나본 환자의 경우는 그야말로 천차만별이었다.올리버 색스는 그들의 연구를 통해 인간이 어떻게 음악을 듣고 창착을 하며 뇌의 어떤 부분을 사용해 음악의 천재가 되는가 하는 점들을 알려주고 있었다.이렇게 특이한 환자뿐만 아니라,흔히 우리가 일상적으로 간과하지만 늘상 음악과 관련되어 있던 문제들,즉,뇌는  어떻게 음악을 머리속에서 재생해 내는가 하는 의문,음악은 지루해 하지 않는다는 점 ,절대 음감과 상대 음감을 가진 사람들의 차이점과  음악의 신동은 어떤 사람들일까라는 등의 흥미로운 이야기를 들려주고 있었다.

단지 그 이야기들이 중첩되어지면서 종래 지루해진다는 점이 문제긴 했지만...

 

이 책을 읽으면서 어릴적 내 추억들이 떠올랐는데, 한가지는 초등학교 2학년때 내 짝궁 은주에 대한 것이다.그  당시 우리 학교 가장 예쁜 꼬마였던 은주는 선척적 뇌 장애로 다른 아이보다 지능이 모자란 아이였다.특히 노래를 시키면 음정,박자,제대로 맞는거 하나 없는 음치의 절정을 보여주던 친구였는데, 음악 시간만 되면 나서서 노래 부르겠다고 손을 번쩍 드는 통에 선생님을 난처하게 만들곤 했었다.(아,이 생각을 하니 가슴이 뭉클해진다.) 매번 모른척 하기 힘들었던 선생님은 우리에게 웃지 말라고 엄하게 노려 본 뒤 은주에게 노래를 시키곤했는데,그때마다 그녀는  얼마나 행복해 했던지...이 책을 보니 음치들은 자신이 음치인줄 모른다고 한다.이제 왜 그녀가 그리도 당당하게 손을 들었는지에 대한 의문이 풀렸는데,은주는 자신이 얼마나 엉망인지 전혀 몰랐던 것이다! 어찌보면 다행스런 일이라는 생각도 든다.

 

다른 하나는 내 기억에 관한 것인데,난 어릴적 추억을 떠올릴때면 항상 똑같은 색깔로 영상이 남아 있는것이 늘 의문이었다.이 책을 보니 어린 아이들의 음감은 어른들과 다르게 예민하며 그것을 색깔로 구분할 수 있다고 한다.어른이 되면서 그 능력을 잃어 버린다고 하는데,아마 그래서 내 기억속 과거가 같은 멜로디에 같은 색깔로 입혀진게 아닌가 추측해볼 수 있었다.한마디 덧붙이자면, 아이들이 들을 수 있는 주파수 영역은 어른들보다 훨씬 더 넓다고 한다.청각적인 반응에 아이들이 민감함 것도 다 그 때문이라고...

 

뇌와 음악과의 상관 작용에 혹 궁금한게 있으신 분들에게 이 책은 유용한 길라잡이가 될 것이다.하지만 재미 삼아 이 책을 읽으실 생각이라면 취침용으로 전용되기 쉽다는 점을 알려 드리는 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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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우구스투스 - 로마 최초의 황제
앤서니 에버렛 지음, 조윤정 옮김 / 다른세상 / 2008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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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지의 문구가 의미 심장하게 다가온다."내가 발견한 로마는 진흙으로 되어 있지만,내가 남기는 로마는 대리석으로 되어 있을 것이오."라...자부심이 느껴지는 말이다.자신이 어떤 일을 하고 있는지 잘 알고 있는 자의 말이며,세계 곳곳을 둘러 보아 견문이 넓어진 자의 말이기도 하고,인간의 미래가 간혹 퇴보도 있을 수는 있겠으나 결국은 조금씩 앞으로 나아갈 것이라는 걸,그리고 그렇게 발전된 미래에도 자신이 한 일의 의미가 퇴색하진 않을 거라는걸 짐작하고 있던 자의 말이라는 생각이 든다.바로 그가 이 책의 주인공 아우구스투스다.로마 최초의 황제라는 닉네임이 붙는 사람...

 

난 아우구스투스를 대단한 인물로 생각해본 적이 없었다.증조부 카이사르의 그늘에 가려진,그의 암살로 인해 어부지리로 권좌를 물려 받은 기회주의자 쯤으로만 생각하고 있었기 때문이다.그래서 이 책을 통해 그가 기회주의자라기보다는 현명하게 위험한 시대를 헤쳐 나간 영리한 사람이라는걸 알고는 놀랐다.그는 증조부의 선례를 보고 친구에게 암살당하지 않으려면 독재는 피해가야 함을 깨달은 자였고,시행 착오를 통해 천천히 목표를 이뤄나간 사람이었으며,인내를 가지고 기다릴 줄 아는 사람,말보다는 행동으로 자신의 의중을 알린 사람,정치판에서는 연기가 필요하다는걸 간파하고 있던 사람이었다."나는 인생이라는 소극에서 내가 맡은 역활을 충분히 잘한 걸까?" 라고 반문했다는 그의 말에서 짐작할 수있듯이 어쩜 그의 인생은 그가 힘들게 연기해낸 한편의 드라마가 아닐까 싶었다. 그렇다면 로마 최초의 황제라 불리는 아우구스투스, 그의 일대기는 어떻게 그려지고 있을까?

 

당시 로마의 시대상황을 배경으로 그가 권력을 잡게 된 사정과 내전을 이끌게 된 과정,그리고 마침내 정적을 처단해 권력과 권위를 한손에 얻은 프린켑스로 등극, 실질적으로 로마의 일인 통치자가 되는 과정들이 마치 드라마처럼 생생하게 펼쳐지고 있던 책이다.기원전 44년 카이사르가 암살되자 하루 아침에 권좌에 오르게 된 그는 평소의 소심함을 뒤로 하고 결단력있게 자신의 행운을 거머쥔다.열일곱의 나이라는 것이 무색하게도 당차게 거센 로마 원로원들과 다른 정적들에 맞서 현명하게 싸워 나간 그는 정치적 혼란을 가라앉히기 위해 피할 수 없었던 내란과 살생부 소동,그리고 영토 확장을 위한 끊임없는 전쟁, 음모와 암살,타협과 반목속에 오랜 세월 핏바다 속을 거닐어야 했지만, 마침내 기나긴 정권 장악기가 지나 로마에도 평화가 도래하자  비로서 본인의 진가를 발휘하기 시작한다.기본적으로 투쟁가나 쌈닭보다 차분한 통치자가 적성에 맞았던 그는 적법하지 않은 법령들을 폐지하고,나라를 공정하고 효율적으로 통치하기 위해 고심하며, 기근이 들었을시엔 기꺼이 사재를 털어 시민을 위해 나눠주는 등 현명한 군주의 모습으로 거듭났다고 한다.더불어 여자라면 마다하지 않았다는 끊임없는 여성편력과 아그리파와의 우정,안토니우스와의 기나긴 애증사,섹슈얼리티의 대명사 클레오파트라,그리고 그의 핏튀기는 가족사이야기도 들을 수 있었는데,500여 페이지속에 겹치는 사건 하나 없는걸 보면서 당시 로마 사람들의 얼마나 파란만장하게 살았는지 짐작하고도 남았다.

 

이 책을 보면서 내가 느낀점 몇가지 요약하자면...

1.통치에 자신있는 군주는 언론의 자유를 최대한 보장한다는 사실이었다.아우구스투스 시절에도 언론의 자유라는 개념이 있었고,이를 통제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했다는 아우구스투스의 자신감과 유연함에 고개가 숙여졌다.

 

2.이 책은 기본적으로 사실에 입각해 쓴 책이다.뭐뭐 ~~카더라...라는 야사를 최대한 배제하고 사료중 객관적인 진실이라고 확신하는 것만 골라 쓴 덕분에 로마를 다룬 다른 책에 비해 다소 밋밋해 보이는 것도 사실이다. 독살설이라든지,중상 모략이라든지,자극적이고 원색적인 장면이나 표현들이 기대하고 이 책을 집어 들으셨다면 아마 실망하실지도 모른다.하지만 그것이 이 책의 신중함과 진실성을 보여 주는 것 같아 난 좋았다.예를 들면 <나는 황제 클라우디스다.>에서 독살맞은 마녀로 묘사되던 아우구스투스의 아내 리비아가 이 책에서는 지극히 현명하고 정많은 여인으로 묘사되던데,도무지 같은 사람이 맞나? 할 정도였다.결국 어떤 것이 더 사실에 맞을까 결정하는것은 독자의 몫이긴 하지만 이 작가의 말마따나 가장 그럴 듯하지 않은 것들은 배제하는 것이 옳지 않겠는가 싶다.

 

훌렁훌렁 페이지를 넘기면서 이렇게 쓰기도 쉽지 않은데 감탄했을 정도로 쉽게 쓰여진 역사서다.하지만 아우구스투스라는 인물을 통찰하기엔  작가의 상상력이 부족했다는 점이 좀 눈에 거슬렸다.등장인물에 대해 뚜렷한 그림을 그리지 못한 채 책을 쓴 탓인지 인물들에 대한 묘사에 일관성이 없었고,그 일관성 없음은 곧 혼란과 짜증을 불러왔기 때문이다.개연성있는 완벽한 심리 묘사만 갖춰줬다면 탁월한 인물 역사서로 손색이 없었을텐데 싶어 아쉬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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