끊어지지 않는 실
사카키 쓰카사 지음, 인단비 옮김 / 노블마인 / 2008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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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어릴때부터 동네를 산책하면 갈 곳을 잃은 동물들이 다 들러 붙는다는 이상한 기를 가진 세탁소집 아들 가즈야는 대학 졸업을 앞두고 아버지가 갑자기 돌아가시자 아버지 대신 세탁소를 운영하기로 한다.하지만 세탁소 업계의 초보인 그가 할 수 있는 일이라고는 고작 세탁물 수거와 배달 일이 전부,엄마와 자타공인 다림질의 달인 시게 아저씨,그리고 송죽매 트리오라고 불리우는 파트 타임 아줌마가 든든하게 그의 곁을 지켜 주는 바람에 무리없이 세탁소의 나날은 흘러간다.세탁 일이 적성이 맞을 지 걱정했던 그는 점차 일이 익숙해 지면서 그동안 소홀히 생각했던 동네 사람들의 소사에 대해 관심을 갖고 지켜 보게 된다.배달을 하면서 이상한 사건들을 만나게 될 때마다 그는 대학 동기인 동네 까페 알바생 사와다에게 미스테리를 풀어달라면서 달려간다.둘은 단골 고객들이 알리길 꺼리는 소소한 사건들을 직감과 추리력으로 해결해 가면서 세탁소는 예기치 않게 사람들의 상처를 보듬어 가는 장소로 변하게 되는데...

 

세탁소라는 장소를 배경으로 선량한 마음 덕에 상처입은 사람들과 동물들을 불러 모은다는 가즈야가 사연 있는 사람들의 마음을 치유해가는 과정을 그리고 있는 소설이다.요즘 같은 시대엔  남들의 사연에 그다지 관심이 없기 마련이다.그렇게 단절된 사회 속에서도 세탁소에 근무하는 사람들이 단지 세탁해 달라고 맡긴 옷가지를  단서로 고객들의 아픔과 상처를 헤아린다는 설정이 특이한 소설이었다.나아가 그들의 시련까지 해결해 준다는 어찌보면 훈훈했지만 자세히 생각하면  황당한 이야기들로 신선한 소재에 개성 있는 주인공들과 듬직한 어른들의 모습이 보기 좋았던 점이 장점이었지만,간간히 등장하는 도를 넘는 착한 등장인물들엔 눈살이 좀 찌프려 졌다.전혀 걱정하지 않아도 될 듯 보이는 것에 유난을 떠는 모습이 영 호들갑스러웠기 때문이다.지극히 일본적인 설정들과 일본적인 사람들이 난무하던 것 역시 모른 척하고 넘어가긴 어색했고.그럼에도 감동까지는 아니래도 적어도 더불어 산다는 것이 훨씬 더 낫구나 하는 정도의 인간적인 따스함은 느끼게 해준 것을 보면 그럭저럭 볼만한 책이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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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벽한 결혼을 위한 레시피
케이트 캐리건 지음, 나선숙 옮김 / 문학수첩 / 2008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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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진실한 사랑은 강력하게 몰아치는 감정이 아니다.

            헌신이 동반되는 사려 깊은 결정이다.--M. 스캇 펙 <아직도 가야할 길 >

 

서른 여덟살의 프리랜서 푸드 스타일리스트 트레사는 곧 마흔이 된다는 조급한 마음에 1년간 사귄 아파트 건물 관리인 댄의 청혼을 덜컥 받아 들인다. 그리고 신혼 1달이 지나...그녀는 슬슬 자신의 결혼을 잘 한 것인지 회의하기 시작한다.과연 난 남편을 사랑하는 것일까,어떻게 이 남자와 평생을 보내지라는 위기감에 비명을 지르는 트레사.자신의 결혼이 실수가 아닐까 고민하는 그녀 앞에 엄마는 외할머니의 일기를 던져주고 간다. 일기를 들춰 보던 트레사는 완벽한 노부부의 표상처럼 보이던 외할머니에게 첫사랑이 있었으며 평생 그를 못 잊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서로에게 진실로 헌신하는 듯 보이던 외할머니 내외에게 그런 비밀이 있을 줄 상상 못했던 트레사는 더욱 더 결혼에 회의하게 되고.시댁에 눈치를 봐야 하는 현재와 비교해 자유롭게 살았던  과거를 그리워 하던 그녀는 과거 남자친구를 만나자 흔들리는 자신을 발견하는데...과연 결혼의 성공비결은 무엇일까,완벽한 결혼을 위한 레시피는 없는 것일까?만약 그런 것이 있다면 트레사는 늦지 않게 자신의 레시피를 찾게 될 것인가? 할머니의 일기를 읽어나가면서 트레사는 할머니의 연륜에 찬 지혜에 한번 더 기대를 걸어 보는데...

 

완벽한 결혼을 위한 레시피라,맛깔스럽게 들리는 제목이다.완벽한 결혼의 레시피라는건 없다는 걸 알고 있는 나로써는---어떤 인간관계건 완벽이란걸 기대하며 산다는 것은  비이성적일 뿐만 아니라 무엇보다 지루한 일이다.--작가가 자신이 던진 문제를 어떻게 풀어 나갈 것인가가 궁금했다.만약 제목만큼 맛있게 요리를 했다면 멋진 로맨스 소설이 되기에 충분할거라 기대하면서...결론만 말하자면 아쉽게도 멋진 소설이 되기엔 충분치 못했다.좋은 소재라 잘 풀어 갔다면 공감을 사기 어렵지 않았으련만,우선 주인공 트레사가 별로 상식적인 사람으로 나오지 않는다는 것부터가 점수를 깍아먹고 있었다.서른 여덟을 먹었다지만 딱 스무 살 철딱서니 없는 여자처럼 생각하고 행동하던 그녀가 자신의 기대만큼 지적이지 못하다는 남편 댄을 못마땅해하는 모습은 아무리 잘 봐주려 해도 편들고 싶은 마음이 전혀 들지 않았기 때문이다.오히려 왜 댄 같이 착한 남자가 개차반 일보직전의 그녀와 사는지 이해되지 않았으니...소설이건 영화건 주인공을 편들고 싶은 생각이 나지 않는다면 그 이야기는 실패한 것이라고 봐도 좋다. 현실속에서도 넘쳐나는 얄미운 인간들을 굳이 로맨스 소설에서까지 찾아보면서 응원하고 싶은 사람이 어디 있겠는가.사랑스럽지 않는 주인공은 로맨스 소설의 독이라니까.

 

"완벽한 레시피"를 찾아가던 중간 과정들이 들쭉날쭉 그다지 공감가지 않는 사건들로 채워져 있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결론이 무난했던 것이 그나마 다행이었다.결론적으로 공감 안 가는 튀는 사건들로 인해 아이디어의 참신성이나 결론의 감동을 말아 먹던 소설이었지만,그럼에도 그럭저럭 시간 때우기 용으로는 괜찮았다.물론 절박하게 완벽한 결혼의 레시피를 얻어야 한다시는 분들은 피하는게 낫겠지만서도,시간 낭비가 될 수도 있으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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닥터, 좋은 의사를 말하다
아툴 가완디 지음, 곽미경 옮김 / 동녘사이언스 / 2008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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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사의 선택은 어쩔 수 없이 불완전할 수밖에는 없지만 사람들의 삶을 바꾼다.현실이 이러하다보니,남들이 다 가는대로 가장 안전한 길을 택하는,그저 하얀 색 가운을 걸친 기계 톱니바퀴의 톱니가 돼버리는 경우가 종종 있다.하지만 의사는 그리해서는 안 된다.사회에서 위험과 책임을 떠 안은 사람은 그리해서는 안 된다.--296
 
엄마가 종종 아픈 바람에 난 내 의지와는 상관없이 다양한 의사를 상대해야 하는 편이다.덕분에 의사의 자질에 대해 의사나 환자보다 더 예민하게 되었는데--내가 이런 종류의 책을 자주 읽는 것은 우연이 아니다.--평소 가장 싫은 의사를 꼽으라면  윗 문장에 나오는 의사라고 생각하던 참이라 작가의 말에 크게 공감을 했다.그래,바로 그렇다. "가장 안전한 길을 택하는 톱니들"이 가장 문제다.
 
거만한 의사,위선적인 의사,우물안 개구리 의사,돈만 밝히는 의사,의사라는 직업 자체를 혐오하는 의사,무능한 의사,책임을 회피하는 의사,미안하다고 말하지 않는 의사,의사를 제외한 모든 사람들이 바보인줄 아는 의사,자신이 꽤나 대단한 사람인줄 아는 의사,실수를 눈 가리고 아웅하는 식으로 은폐하는 의사등 모두의 경우를 골고루 한번씩 겪어 봤지만 그럼에도 가장 안전한 길을 택하는 의사가 질이 가장 나빴다.왜냐면 그들은 아예 대화 자체를 거부하기 때문이다.나는 어떤 경우에도 움직일 생각이 없으니 시간 낭비하지 말라는 표시를 인사를 하기도 전에 알려주는 그들을 보면서 섭섭하기도 했지만,한편으로는 그들이 딱하게 생각되기도 했었다.왜 저러고 살까.조금만 머리를 굴리면 훨씬 더 풍부하고 존경받는 삶을 살 수도 있을텐데...그래도 다행인 것은 드물지 않게 괜찮은 의사를 만난다는 사실이다.그런 사람들을 분석해 보면서 난 그것이 머리의 문제라기 보다는 유연성의 문제라는 사실을 알게 되고 놀라곤 했었다.역시 성격이 관건이었던 것이다.그리고 이 책을 보면서 정말 다행이네 싶었던 것도 그걸 의사 본인들이 자각하고 있다는걸 알게 되었단 사실일 것이다.그들이 문제를 파악하고 있다면 해결책은 어디선가 나오지 않겠나 했다면 너무 낙관적으로 들릴려나 모르겠지만서도,우선 속은 시원했다.
 
이 책의 작가는 의사란 모름지기 사회에 책임을 다해야 하는 위치라고 주장하면서, 인간적인 좋은 의사란 어때야 하는가 그 모델을 보여주려 동분서주하고 있었다.그 자신이 의사기 때문에 더욱 더 사명감을 느끼는 것 같던데,그는 이라크 야전병원과 인도 소아마비 발생지,사형장의 의사들과 의료 소송 법정을 둘러 보면서 사회에 필요한 좋은 의사가 되기 위한 조건과 그것을 힘들게 하는 여타 조건들에 대해 자신이 고민한 바를 풀어 놓고 있었다.냉철하면서도 인간적인 따스함이 느껴지던 많은 의사들의 면면들을 보면서 가슴이 훈훈해지는 기분이었는데,요즘 같은 이기적인 시대에도 여전히 타인을 위해 고민하고 수고하는 사람이 있다는 사실은 얼마나 가슴 벅찬 일인가 싶었다.
 
이 책을 보면서 의사들에게 우리가 만일 그들에게 존경을 보낸다면 그건 그들이 많은 돈을 벌어서도,지식이 많아서도,멋진 차를 몰고,대단한 지위에 있어서도 아니란 것을 알아줬음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그리고 사회 시스템이 불량하거니 미비할 시 우리가 기댈 수 있는 마지막 보류가 <인간>이라는 사실에 새삼 감격해서는 아직까지 내 주변에 존경을 보낼만한 의사를 만날 수 있다는 것을 감사하기도 했고.
오,제발,바라건데 우리나라가 앞으로 의사와 환자사이에 불신과 냉소의 벽만 더 높게 키우는 사회로 더 나아가는 일은 없게 되길 기도할 뿐이다.지금도 우린 충분히 멀리 있다.가까워 져도 나쁘지 않을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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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alph 2010-01-31 17: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왜 저러고 살까.조금만 머리를 굴리면 훨씬 더 풍부하고 존경받는 삶을 살 수도 있을텐데...

아닙니다. 의사도 생각보다 골치아픈 직업이랍니다. 정치인, 상인, 선생님, 경찰, 목수, 농부, 공장 노동자, 작가, 전업주부와 마찬가지로요..

이네사 2010-02-01 00:14   좋아요 0 | URL
아, 물론이죠. 그걸 모르지는 않습니다. 저 역시도 만일 의사가 되었다면 그들보다 나았을거란 내진 완벽한 의사가 되었을거란 생각은 안 하니까요.
단지 뭐랄까. 제가 사람을 보는 기준이 좀 높거든요. 의사는 더군다나 아픈 사람들을 치료해주는 사람들이니까, 일반적인 사람들보다는 기준을 더 높게 올렸던 것 같아요. 그들도 다른 사람들과 다르지 않다는걸 생각지 못한 것이죠. 지금은 그런 환상에서 벗어나서 의사들을 대하기가 무척 편하답니다.^^
 
미친척 하고 성경 말씀대로 살아본 1년 - 상
A.J.제이콥스 지음, 이수정 옮김 / 세종(세종서적) / 200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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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읽기전 괜찮은 책이면 어떡하나 걱정이 됐다. 제목도 제목이거니와 목자를 연상하게 하는저 촌스런 표지라니...누가 읽겠다고 집어 들까 싶었다.냉소가 유일한 삶의 자세고,내 맘대로 거침없이 사는게 쿨한 거라고 생각하는 사람들 속에서 성경 말씀대로 1년간 살아보겠다니?흠,자진해서 <미친 척하고>라고 말하지 않아도 사람들이 미쳤다고 생각할거란게 눈에 훤했다.요즘 같은 세상에 종교에 미친 사람의 말을 듣고 싶어 할 사람들이 어디 있겠는가.그래서 책을 받아 들기 전 내 걱정이 저랬던 것이다.수작이면 어떡하지? 잘 설득할 수 있을까?자신이 없는데...

그리고 책을 펼치자 마자 난 내 걱정이 기우가 아니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한편으로는 좋은 책을 만나 기쁘면서도 한편으로는 이걸 어떻게 설명할까 부담감이 생기는것은 어쩔 수 없었다.

 

브리태니커 백과사전을 처참(?)하게 한권으로 추려 준 바 있는 <한권으로 읽는 브리태니커> 저자 A.J.제이콥스가 이번엔 영적인 도전에 나섰다.첫아들 재스퍼가 태어나자 간이 콩알만한 아버지 되어버린 그는 아들이 보다 나은 세상에서 살게 하려면 어떻게 해야할까로 적잖이 고민이 되었다고 한다.그런 부성애 가득찬 눈으로 세상을 둘러보니 자연스럽게 눈길이 종교에 머물더라나? 자유와 방종을 구별 못하는 사회속에서 자라날 아이들의 혼란을 생각해보니 어떤 기준이 필요하겠다는 생각이 절실해진 것이다. 

 

하지만 내가 잘 알지 못하면서 어찌 아이들에게 지키라고 말할 수 있겠는가?그래서 이미 지적인 도전을 끝낸 경험이 있던 그는 호기심 백배, 의무감 천배하여 본격적으로 영적인 도전에 나선 것이다.한번 했다하면 끝장을 보는 성격의 그가 성경을 따라해 보겠다니, 내가 만약 그의 친구였다면 도시락 싸들고 다니면서 말렸을 것 같은 해괴한 아이디어지만, 친구가 아닌 관계로 어떻게 그가 이 프로젝트를 완성시켜 나갔을 것인가만 궁금했다.비종교적인 유대 가정에서 자라난 불가지론적 성향의 발칙한 뉴욕커라는 그가 이 과정을 통해 어떻게 변하게 될 것인가도 궁금했고.과연 그는 나의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다.남들의 비웃음에도 진지하기 짝이 없는 열정으로 밀어 붙이던 그는 믿음직스러웠을 뿐 아니라 지극히 상식적인 사람이라 공감하기 어렵지 않았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재밌는 책이다.성경 말씀대로 살아보기라는 기괴한 프로젝트가 이렇게 명랑 일지로 탄생할 지 누가 알았겠으리만은 정말로 그랬다.이유는 적당히 삐딱하고 대충 살던 그가 제대로 살아보려 하니 걸리는게 한두가지 아니었기 때문이다.그걸 황망하게 대처하는 모습이 우습기도 했지만  어려운 걸림돌이라고 생각하기보다 유쾌한 도전쯤으로 받아 들이고 유연하게 대처해 나가는 모습은 끝내 존경심을 불러 일으켰다.결국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는 문제는 사태를 어떻게 받아 들이는가 하는 마음 가짐에  달린 것이겠다는 생각이 드는 장면이었다.

 

거기에  다양한 시각을 가진 사람들과의 만남을 통해 완성되어진 책이란 점에서도 믿음직스러웠다.그는 근본주의,문자주의,랍비,전통 신학자,목사,성경학 교수,사이비교주등을 부지런히 만나면서 성경 말씀대로 산다는 것의 의미가 무엇인지 끊임없이 묻는다.그 덕에 마치 종교 백화점에 가서 모든 상품을 대강 둘러 본 듯한 기분이 들 정도로 왠만한 종교는 다 들여다 볼 수 있었는데,그들의 생각과 사고 방식을 제대로 이해하는 것이 내 종교의 한계를 긋는 시발점이 될 수도 있겠다는 점에서 매우 반가웠다.

 

소위 독실하다고 자처하는 신자들이 넘쳐나는 세상이다.가슴 아픈 말이지만 그들 중 진심으로 성경 말씀을 지키는 사람들은 얼마나 될까? 그런 점에서 난 자신을 불가지론자라고 밝히면서도 성경 말씀대로 살아보겠다고 나서는 그의 모습이 무척 신선했다.거기에 그 과정을 소모적인 실험에 그치지 않고 가뿐히 자신을 성장시켜 나가는 모습에는 놀랄 수밖에는 없었고...재치있는 유머와 진지함,선량함, 부성애,지성, 인간애등 작가의 좋은 성품들이 그의 외골수적인 개성과 잘 어우러져 어디를 펼치고 읽어도 미소를 지으면 읽게 된다는 점도 마음에 들었다.포장하지 않는 진솔한 영성 체험을 보게 될 줄 몰랐던 나로써는 흥미진진하고 흐믓한 체험이었다.

 

다 쓰고 보니 어째 나의 걱정이 그대로 현실이 되버린 느낌이다.약간 비관이 되긴 하지만,어쩌랴.

할 수 없다.그래도 시도는 해 봤으니 이젠 배째라는 자세로 나갈 수 밖엔...

아쉽지만 그것이 내 한계임은 한탄하면서,이 책을 제대로 알고 싶으신 분들에게는 제목에 속단하지 마시고 한번 읽어보시길 권한다. 이 어줍잖은 리뷰가 부끄러울 만치 좋은 책이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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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것이 산산이 부서지다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171
치누아 아체베 지음, 조규형 옮김 / 민음사 / 2008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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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리카의 대표적인 토속 작가로 손꼽히는 치누아 아체베의 대표작이다.19세기말 아프리카의 우무오피아라는 마을의 오콩고라는 사람을 중심으로 아프리카의 신화,전설,민담,관습등을 배경삼아 아프리카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었다.서구인의 시선이 아닌 현지인의 시선으로...

 

탱자탱자 노는걸 좋아하는 아버지 밑에서 가난하게 자란 오콩고는 어릴때부터 자신의 힘으로 일어서겠다고 다짐을 한다.두려움을 감추는 무식과 엄청난 힘 덕에 용사가 된 그는 아버지가 누리지 못했던 부와 칭호를 차곡차곡 얻어 나간다.하지만 3년간 친아들처럼 길렀던 포로 소년을 겁장이로 보일까봐 자신의 손으로 죽인 다음부터 그의 운도 다하는 조짐을 보인다.실수로 다른 집 아이까지 죽이게 된 그는 외가 마을로 7년간 유배되고, 그 공백 사이 마을은 몰라보게 변화하기 시작한다.기독교 선교사가 들어와 마을 사람들을 개종시키면서 전통을 옹호하는 사람들과 긴장감이 고조되자,아버지가 친형제처럼 지냈던 포로 소년을 죽인걸 알게 된 오콩고의 장남은 아버지를 버리고 기독교로 개종해 그의 위신을 떨어뜨린다.간절히 족장이 되고 싶어했던 오콩고는 달라진 현실에 적응하지 못해 좌절하고, 기독교 선교사로 대변되는 서양 세력과 마을의 갈등을 이용해 과거 자신의 영광을 되돌이키려 애를 쓰지만 허사로 돌아가고 만다.섬세한 면이 없기는 하지만 통이 크고 사나이 다운 기백이 넘쳐났던 오콩고는 마을 사람들에게 선교사와 정부에 대항해 싸워 볼 것을 제안 하지만 다들 두려움에 물러 서는데...

 

아프리카에는 문자가 없어서 아프리카인들은 자신의 이야기를 기억력에 의해 다음 세대로 전해 준다고 한다.그 아프리카의 서사의 힘이 여지없이 느껴지던 마치 강력한 주술처럼 읽혀지던 소설이다.군더더기 없이 이야기만 전달하고 있는데도 어찌나 많은 이야기가 들어 있던지 지루한 줄 모르고 쭉 읽었다.아프리카인들의 지혜,무지,신비한 주술,관습,지성,가족애등이 이 책 하나에 들어 있어서 아프리카의 진면목을 알게 하는데 부족함이 없었는데,세대간의 갈등과 가족간의 사랑,기독교 세력과 전통과의 충돌등을 통해 아프리카인들의 생활상을 설득력있게 그려낸 점과 아프리카 인들이 야만인이거나 무식한 사람들이라는 편견에서 벗어나 그들도 우리와 다름없는 인간이라는 점을 잘 부각시켰다는 점에서 수작으로 봐도 좋은 책이다.그런데 어찌된 일인지 번역을 해 놓으니 원서에서 뿜어져 나오던 언어의 힘이 반감된 느낌이었다.혹 원서로 읽으실 수 있다면 원서를 보시라고 권한다.군더더기없는 쉬운 단어들에다 짧은 문장들로 되어 있어서 도전해볼만 하실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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