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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친 별 아래 집 - 어느 동물원장 부부의 은밀한 전쟁 이야기
다이앤 애커먼 지음, 강혜정 옮김 / 미래인(미래M&B,미래엠앤비) / 2008년 6월
평점 :
절판
“하여간 이 집은 정신이 없다니까! 사람한테 동물 이름을 붙이고, 동물한테 사람 이름을 붙이니, 원! 사람 이야긴지 동물 이야긴지 헷갈린다니까요. ‘검은담비’는 도대체 사람이오,동물이오? 도대체 이게 진짜 이름인지, 암호명인지, 사람 이름인지, 동물 이름인지 알 수 없다니까. 아유, 정신없어!”
이 책의 성격에 대해 이보다 더 간단하게 압축한 문장은 없는 듯해서 옮겨 봤다.그렇다.한마디로 이책은 하여간 정신없었다.하지만 그것이 사람한테 동물 이름을 붙이고,동물한테 사람 이름을 붙여서는 절대 아니다.그냥 글을 잘 쓰지 못해서 그렇다.어찌나 형편없던지 도무지 어떻게 이 책이 이러저러한 상을 받았다는 것인지 이해할 수 없었다.이 책 하나 보는데 장장 일주일 걸렸다.몇 페이지 넘기기도 전에 꼴딱 잠이 들어 버렸었기 때문이다. 나를 잠재우는데 한번도 실패한 적이 없던 책,가히 기록감이다.장소 불문하고 잠을 불러 들이던데 내가 불면증 환자도 아니고,호감 갖기 매우 어려웠다.
어째서 이 작가가 글을 못쓴다고 생각하는지 대략적으로 풀어 보자면...
줄거리는 2차대전 폴란드 동물원 원장이었던 자빈스키 부부의 실화를 바탕으로 한 것이다.그 부부는 유대인을 돕는 사람에게 사형에 처한다는 공문에도 불구하고 동물원에 유대인들을 숨겨서는 약 300여명의 인명을 구했다고 한다.줄거리 만으로도 궁금증을 유발하는 미담인데다 매력적인 실화다 보니 그냥 있었던 사실대로 썼다 해도 감동받기 어렵지 않았을 것이다.
그런데 이 작가는 너무 많은 자료를 모은 나머지 어떻게 그걸 풀어 내야 할지 감을 못 잡은 모양이었다.서술의 중점을 어디다 맞출 지 결정하지 못한 채 그저 모든 자료를 몽땅 집어 넣고는 두서없이 서술해 대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다 보니 결국 내용은 어디로 튈지 모르는 중구난방에 ,문장은 그야말로 쓸데없이 장황하기 그지 없었다.
본문과 별 상관없음에도 줄기차게 끼여들던 지식들,논리적인 연결 무시에 옆길로 반드시 새고야 마는 이야기 전개,기승전결에서 기승만 보여주고 전결은 대충 무시하는 문장들을 400페이지 가까이 읽으려니 고문이 따로 없었다.
거기다 시도때도 없이 등장하던 동물에 대한 묘사들,아무리 배경이 동물원이라고 해도 그렇지 줄거리와 상관없거나 전혀 안 써도 지장없는 이야기를 꼭 써야 했는지 짜증을 절로 났다.
특히 작가에게 등장인물들에 대한 통찰력이 보이지 않는다는 사실은 놀라웠다.그런거야 기본적으로 작가가 갖춰야 하는 능력 아니겠는가.과거 실존 인물들에 대한 글을 쓰려면 무엇보다 그들을 잘 아는게 우선인데,이 작가에겐 그것이 전무했다.자신이 잘 모른다는 것을 몰랐을리는 없고,작가의 무대포 정신에 고개를 흔들 수 밖에는 없었다.(엮인 글 참조--전기문이라면 적어도 이 정도의 통찰력은 있어야 한다.)
2차대전 위기에 처해진 유대인들을 도왔던 인간적인 한 동물원장 부부의 감동적인 실화,소재만으로도 남들의 시선을 끌기 충분했을 것이다.그러니 이렇게 좋은 소재를 형편없게 망쳐 놓던 작가를 보자니 무척이나 끔찍했다.
진부하고 연결 안 되는 문장에 지루하기 한량 없던 책을 번역해 낸 역자가 한 없이 존경스럽게 여겨지던 책,나의 생생한 경험에 비춰 혹 이 덥고 습한 여름 불면증에 고생하시는 분이 있으시다면 약 대신 권한다.누가 알겠는가? 놀라운 효능을 발휘할 지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