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달루시아의 낙천주의자 - 눌와의 창 8
크리스 스튜어트 지음, 신소희 옮김 / 눌와 / 2008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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햇볕 강한 스페인에서 살아 보는건 어떨까 한번  알아 보러간 크리스는 중계인이 보여준 안달루시아의 환상적인 경치에 그만 뿅 가버리고 만다.탐색만 하고 오겠다는 아내와의 약속은 까맣게 잊어 버린 채 덜컥 엘발레로라는 농장을 사버린 그는 벅찬 감격에 젖는다.이제 그 앞에 남은 것은 가혹한 현실 뿐,천국 같이 아름다운 그들의 농장이 실은 전기도 수도도 흔한 도로도 목욕탕도 오븐도 없다는 것을 아내에게 어떻게 전해야 할지 몰라 그는 전전긍긍해 한다.거기다 뒤늦게 주위를 돌아 본 크리스는 그의 농장이 완전히 물에 잠길 가능성이 있다는 것을 알아 차리는데 더 놀라운 것은 그것이 그 마을 사람들에겐 널리 알려진 사실이라는 것! 속은 것이 아닐까 찜찜해 하면서도 그는 자신의 직관을 믿기로 한다.

패쇄적이고 좀처럼 틈을 안 주는 토착인들과 뜨악해 하는 아내,그리고 기회가 있을 때마다 그를 등쳐 먹기 위해 주위를 맴도는 전직 농장 주인사이에서 그가 가진 농장에 대한 환상은 여지없이 깨져 간다.하지만 언제나 싫은 내색없이 의논 상대가 되어 주는 이웃 도밍고의 도움과 낙척적인 성품에 유머감각 만땅의 그는 좌절을 거부한 채 조금씩 자신의 농장을 그럴 듯하게 일궈 나가는데...

 

단지 아름답다는 이유로 덜컥 땅을 사는 작가를 보면서 글쎄,이 사람이 과연 정착에 성공할 수 있을까 했다.그런데 왠걸,그건 기우였다.좋은 면만 보자면 정 많은 사람들이긴 하지만 다른 면을 들여다 보면 문명화와는 거리가 먼  안달루시아 토착민들과 열심히 분투하며 잘 적응해 살아내고 있었기 때문이다.전형적인 시골 사람들 답게 뒷담화 좋아하고,상황에 따라 노골적으로 잇속 챙기기 바쁘며,독단적이고 ,관습에 의존하는 선량한 사람들 사이에서 아슬아슬하게 줄 타기 하는 사람처럼 살아가던 그,결국 주변의 추측과는 달리 그는 천국 같은 엘 발레로에 다리를 놓고 집을 짓고 고대하던 딸을 낳더니만 아예 뿌리를 내리고 만다.어찌나 흐믓하던지...현지 사람들이 손을 들고 나간다는 농장을 사서는 얼추 남들과 비슷한 농장주가 된 그를 가리켜 거창한 성공 신화라고 하기는 어려울 것이다.하지만 그럼에도 그의 이야기에는 뭔가 감동적이고 뭉클하며 공감되는 것들이 많았다.아마도  지극히 인간적인 것들이여서 그런건지 모르겠다.인간적인 것이 당신을 자유롭게 하리라 라는 문구를 생각나게 하던 한 낙천가의 재밌는 정착기,안달루시아의 소박하고 따사로운 정취를 맘껏 느끼고 싶은 사람에게 추천한다.참고로 말하면 작가가 재밌고 맛깔나게 글을 꽤 잘 쓰는 사람이었다.영국 사람들,글 재주 하나는 타고 나는건 아닐까 가끔은 부러워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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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득 - 굳게 닫힌 연인의 마음을 여는 열쇠 현대문화센터 세계명작시리즈 4
제인 오스틴 지음, 조희수 옮김 / 현대문화센터 / 2006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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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망 없다고 차버린 남자가 8년 뒤 성공해서 내 앞에 나타난다면 기분이 어떨까? 더군다나 나의 모든 전망치들이 일제히 하향 곡선을 그리고 있는 시점에서 등장해 준거라면 말이다.난감하고 수치스러우며 자존심 상하고 비참하겠지? 이 책은 바로 그 모든 것을 겪고 있는 한 처자의 사랑 되찾기 소동을 그린 소설이다.그렇다면 주인공의 이 난감한 상황을 영리한 제인 오스틴은 어떻게 펼쳐 나가고 있을까?

 

귀족이라는 신분에 목숨 걸고 사는 엘리엇 가문에 천덕꾸러기 둘째 딸 앤은 자신의 집에 세 들어 오는 사람들이 전 애인의 누나라는 사실에 울적해 한다.한때 지극히 사랑하는 사이였으나 주위의 반대에 설득당해 그를 버린 그녀는 그 후로도 그를 못잊어 몹시 괴로워 했었다.하지만 이미 8년전의 일,다 잊어 버리자 다짐을 하는 그녀 앞에 부자가 된 그가 당당하게 돌아온다.모든 미혼 여성들의 선망의 남자가 되어서...사려 깊고 침착하며 이성적인 앤은 흔들리는 모습을 그에게 보이지 않기 위해 노력하지만 여전히 다정다감한 그의 보이지 않는 배려는 그녀의 마음을 흔들어 놓는다.비록 본의 아니게 헤어진 것이라고는 하나 과거에 배신 때린 그녀를 과연 그는 용서해 줄까?너무 멋있어진 전 애인을 보면서 그녀는 희망을 가져도 되는 것인지 아님 지조 없었던 자신을 책망해야 하는 것인지 갈팡질팡해 하는데...

 

얼마전 본 서머셋 몸의 <불멸의 작가 위대한 상상력>에서 이 책을 언급하기에 호기심에 읽은 책이다.제인 오스틴의 열성적인 팬들 중에서는 이 책이 가장 낫다고 말하기도 하지만 서머셋 몸은 그래도 오만과 편견이 제일 완벽하다고 생각한다는 것이 요지였는데,내가 읽어본 결과 몸과 마찬가지의 결론에 도달했다.이 책도 물론 무척 재밌기는 했지만 완성도라는 면에서 보면 <오만과 편견>에 미치지 못하지 않는가 싶었다.그래도 책이 너무 재밌길래  BBC에서 만들었다는 드라마까지 (2007년도작)섭렵했는데, 그건 좀 실망이었다.무엇보다 주인공 여자가 맘에 안 들었다.어디서 그렇게 촌스러운 앤을 데려 왔는지...책 속에서 구박데기로 나오기는 하지만서도 그렇게까지 시골뜨기 같게 느껴지지는 않던데.책을 보면서 그려진 상상속의 지성적인 앤과는 거리가 멀어 심히 안타까웠다.그래서 1995판 영화를 찾아볼 생각이다.그 영화속의 앤은 책에서 걸어 나온 듯하다고 하니 주인공에 실망할 일은 없지 않겠는가 기대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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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상의 괴수 무벰베를 찾아라 - 와세다 대학 탐험부 특명 프로젝트
다카노 히데유키 지음, 강병혁 옮김 / 미래인(미래M&B,미래엠앤비) / 2008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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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그러니까 ,우리는 괴수를 찾아 가려고 합니다."

라는 엉뚱하기 그지 없는 멘트로 시작하는 책인데 ,놓치기 아까울 정도로 재밌으니 꼭 보라는 <와세다 1.5평 청춘기>역자의 말에 오매불망 기다리고 있던 책이다.마침내 책을 구해 첫 장을 펼쳐 보니 과연 역자가 언급한 문장이 첫줄에 당당하게 써 있는게 보인다.어찌나 반갑던지...그 문장을 읽는데 마치 내가 괴수를 찾아 콩고로 떠나는 사람 마냥 기대로 가슴이 부풀었다.그래,너희들은 괴수를 찾아 신나게 떠나 그래이,난 열심히 읽어 줄 끼구마,라는 심정으로 읽었던 책,역자의 단언 대로 재밌었다.혹 내 기대를 배반하진 않을까라는 걱정은 전혀 기우였던 것이다.덕분에 흐뭇해진 기분으로 책을 내려 놓고 이 리뷰를 쓰고 있다.

 

"일명 와세다 대학 탐험부 특명 프로젝트"에 나선 사람들의 이야기다.

그래,이름은 들어 봤나? 콩고에 산다는 괴수 무벰베? 단지 누가 누가 봤더라는 풍문에 귀가 솔깃해진 이 책의 저자 다카노는 탐험부 사람들을 설득해서 그 괴수의 실체를 확인하기 위한 탐험에 나선다.준비 기간만 장장 2년,마침내 콩고 탐사에 나선 10명의 탐험부 대원들은 드디어 괴수를 만날 생각에 기대에 부푼다.하지만 일본과는 환경이 생소한 아프리카,짐을 챙기는데 골몰하다 미아(?)가 생긴 것도 몰랐을 정도로 어수선한 가운데 콩고에 도착한 그들은 곧 괴수를 기다리는 것이 생각만큼  환상적이지 못하다는 걸 알게 된다.차례로 열병에 걸려 흐느적대는 대원들에 ,눈치껏 식량을 빼돌리는 원주민들,반란을 일으켜 철수해버린 가이드들과 떼거지로 달겨드는 다양한 곤충들, 툭하면 고장나는 기자재에 무엇보다 그들을 맥 빠지게 하던 아무리 바라봐도 미동 하나 없었다던 막강 텔레호 호수까지...과연 괴수를 찾아나선 그들의 탐험은 실패로 끝날 것인가 아님 성공으로 막을 내릴 것인가?그들이 찾는 무벰베는 과연 존재하는 것일까. 궁금하신 분들은 직접 책을 보셩...

 

이 책을 읽는데 얼마전 읽은 <럼두들 등반기>가 저절로 떠올랐다.비슷한 점이 많았기 때문이다.끔찍한 맛의 현지 음식에,오역이 난무하는 통역,오지랖 넓고 의지야 강하지만 무대포의 눈치 없는 리더,제일 먼저 병에 걸리다 결국 혼수상태까지 빠지는 의무 대원,실제로 탐사팀을 좌지우지하던 현지 가이드들에 종래 현지에 적응해 가는 대원들의 모습까지...럼두들이 전적으로 작가 보우먼의 상상력으로 그려낸 책이라면 이 책은 그야말로 실화가 아닌가.누가 더 대단한건지 우열을 가리기 어려워 보였다.상상력으로 그려낸 책이 실제와 똑같다는 점에서 보면 보우먼이 대단한 것일 것이고,웃자고 쓴 엉뚱하기 그지 없는 코메디를 그대로 현실화 했다는 점에서 보면 무벰베 팀이야말로 대단한 것이니 말이다.

흐드드드 낄낄대며 봤다.괴짜들은 다 모인듯한 개성 넘치는 탐사대원들과 그들의 고난으로 첨철된 탐험길,결코 폭소 없이는 볼 수 없는 드라마였다! 심각성 제로의 탐험기를 무리없이 그려낸 작가의  무게 잡지 않는 글솜씨 역시 무척 신선하게 다가왔으니,다카노 히데유키가 작가가 된 건 우연이라지만 그가 유명 작가가 된 것은 절대 우연이 아니지 싶다.

 

마지막으로 그의 다른 책이 번역되기를 고대하면서 난 말하고 싶다.난 아직도 그의 책이 고프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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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동네 이발소
야마모토 코우시 지음, 안소현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2007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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늘 "죄송합니다."라는 말을 입에 달고 사는 말단 직장인 고우타,강도를 만난 후 간담이 서늘해져 버린 아가씨 가와데가,산속에서 정신을 차려 보니 기억상실증에 걸린 자신을 발견하게된 나,취직을 하기 위해 면접을 다니지만 어디도 마음에 들지 않아 고민인 마미,소심한 탓에 남의 무리한 청을 거절 못하는 자신이 한심하기 그지 없는 사키,평생 일한 직장에서 퇴직한 후 무기력해져 버린 할아버지...그들에게 언뜻 공통점이 없어 보일지 모르나 실은 한가지 있다.바로 이러저러한 이유로 동네 이발소에 가서 머리를 자른 후 인생이 180도 달라진 사람들이라는 것,어떻게 머리 스타일 하나 바뀌었다고 인생이 달라지나 하시겠지만 ,이 책에선 그렇다. 철저히 바뀐다.그래서 인생이 활짝 핀다.환타지로 분류해야 할 정도로 막 나가는건 아니었지만 적당히 현실성은 없다고 보심 되겠다.그래도 줄거리가 탄탄해서인지 현실성 없다는 생각은 들지 않는다.역시 글은 잘 쓰고 볼 일이다.

 

이 책의 장점을 꼽자면 우선 다양한 사람들을 볼 수 있다는 점이다.위에 나열한 사람들이 전부 등장인물들이니 이해가실 것이다.선량한 소시민들,소심한 나머지 조직의 비리나,길거리 범죄,상사의 횡포에 절절 매던 사람들이 용기를 내서 맞서가는 모습이 어찌나  박력있던지,거기에 각기 자신의 모습을 찾아가는 과정들이 신빙성 있게 보인다는 점도 높이 살만했다.

 

착한 소설이다.등장 인물도 착하고,나쁜 사람들은 다 골탕을 먹는 권성징악을 표방하는 점도 그랬으며,그들의 변신이 결국 사회에 이바지 하게 되더라는 설정도 그랬다.그리고 바로 그것이 이 책의 한계와 맞물린다. 천편 일률적으로 모든 상사와 사장의 아들은 무능하고 부덕하다는 것이나 악을 응징하기 위해선 악을 사용해도 된다는 안이한 사고,조직 사회는 무조건 나쁘다는 논리들이 다소 어설픈 흑백논리처럼 보였기 때문이다. 한마디로 깊이 있는 책은 아니었다. 그럼에도 암담한 인생을 살아가던 착한 사람들의 180도로 인생 역전기,그 누가 응원을 마다 하겠는가. 부담 없이 가볍게 읽기 좋으며 보고 나면 흐믓하다.그리고 어쩌면 나도 헤어스타일을 좀 바꿔봐?라는 결심을 하게 되실지도 모른다.혹시 아나,당신도 인생 역전에 성공하게 될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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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O
가네시로 카즈키 지음, 김난주 옮김 / 북폴리오 / 2006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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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맺힌 절규보다 크게 한번 웃기는 것이 설득이라는 면에서 효율이 높다는걸 알게 해준 소설이다. 이 책을 읽어야 겠다고 마음 먹게 된 것은 다카노 히데유키의 <별난 친구들의 도쿄 표류기>를 읽을 때였다. 그 책 속에 등장하는 일본 주재 외국인이 이 책을 감명깊게 읽었다면서, 차별이라는게 얼마나 웃기는 일인가 잘 보여 주는 수작이라고 엄지를 치켜 들었다는게  아닌가. 당장 귀가 솔깃해졌다. 재일 한국인이 쓴 책인데,걸작이라고?그럼 당근 읽어봐야지....




 



줄거리는 비교적 간단하다.재일 한국인인 스리하라는 폐쇄적인 조총련계 중학교에서 일반 고등학교로 입학한다.자신은 그저 자신일 뿐이라는 소신에서 한 행동이었지만 과거의 친구들에게는 배신자로,그리고 새 학교에서는 이방인 신세로 낙인 찍혀져 그는 곧장 외로워진다.그나마 다행스러운 것은 싸움으로 다져진 몸과 특이한 방식이긴 하지만 자식을 끔찍이도 사랑하는 부모님이 있었다는 것 정도? 그렇게 학교 안팍에서 외로운 파이터로 종횡무진 활약을 거듭하고 있던 그에게  난데없이 어여쁜 여학생이 대시를 해 온다. 둘의 로맨스가 무르익자 그는 자신이 재일 한국인임을 여자친구에게 어떻게 알려야 할 지 고민스럽기만 한데...

 

서두에 오해하지 말라고 누누히 강조하듯 이 책은 그저 주인공의 연애담이다.그리고 그래서 더 공감하기 쉬웠다. 정치적이었거나 편견을 시정해야 한다는 식의 친절 넘쳐주신 구호였다면 이렇게 마음에 와 닿지는 못했을 것이다.스기하라, 그가 원하는것은 대단한 것이 아니다.평범하기 그지없다. 재일 한국인이란 차별 없이 친구들과 우정을 나누고 여자친구와 사귀고 싶을 뿐이다.하지만 일본 사회에서 재일 한국인이란 타이틀은 평범이들의 일상을 뒤집는 힘을 갖는다.결국 일본 사회에서 특별 취급(?)을 받는 재일 한국인들이 살기위해 극단적으로  똘똘 뭉치게 되는 과정들이 극히 이해되기 쉽게 설명되고 있었다. 조총련이라...분단 국가란 현실 속에 살고 있는 우리  남한인에게 조차 이해되지 않는 그들의 비상한 단결력이 실은 차별 때문이란 사실은 무척 짠하게 다가왔다.이 책을 보면서 우리 자신안에는 그런 차별이 없는지 다시 한번 생각해 볼 일이다.

 

만화같은 전개방식에 심각한 주제를 쿨하게 풀어나가던 순발력 있는 재치가 돋보이는 소설이었다. 등장 인물들의 개성 또한 만만찮았는데 스기하라 못지 않는 개성을 보여주던 그의 아버지도 압권이었다. 아들 사랑이 지극하던 나머지 배신자 소리를 들으며 한국 국적을 포기하는 그의 모습에서 우리나라 아버지의 듬직한 상을 발견하게 되던데,뜬금없이 마냥 뿌듯했다.덤으로 재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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