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벌루션 No.3 더 좀비스 시리즈
가네시로 카즈키 지음, 김난주 옮김 / 북폴리오 / 2006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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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좀비란 말을 싫어한다.그리하야 "좀비스"를 자칭한다는 일단의 고등학교 학생들의 모험담을 일부러 멀리해왔었다.그런데 읽고 보니 전혀 그럴 필요가 없었다.그들이 말하는 좀비는 내가 상상하는 좀비와는 거리가 멀었기 때문이다.그들이 좀비스라고 불리는 이유는 다음과 같다.

 

1.그들 학교의 평균 학력이 뇌사 판정에 버금 가는 혈압수준밖엔 안 된다는 것,즉 그들의 학력이 살아있는 시체에 가까운 수준이라는 의미다.

2.죽여도 죽을 것 같지 않아서...

3.아메바 수준의 단세포 들이라서.

 

잘 나가는 우수 고등학교에 둘러 싸인 덕분에 삼류란 네임 밸류가 두드러지게 부각되고 있는 한 고등학교, 학벌 사회에서 패배자로써의 길이 보장되어 있는 그곳 학생들에게 희망의 서광이 비추기 시작한다.바로 다름 아닌 "세상을 바꿔 보겠다."는 취지하에 '좀비스'란 조직을 구성해 혁명에 나서기 시작한 것이다.명문 여고 축제에 무단 잠입에 성공함으로써 자신들이 아직 살아 있음을 알리는 일에서 시작된 좀비스들은 곧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끈끈하고 성공적인 우량 조직으로 거듭난다.역시 만화같은 전개에 개성 넘치는 주인공들,그리고 열등생들이 만들어내는 호쾌한 이야기들로 심심찮게 읽을 수 있는 성장 소설이었다.문제아들이라고 불리는 건강한 청준들의 멋진 조직 ,좀비스의 세상 변혁 프로젝트,재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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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장의 교실 - 20세기 일문학의 발견 12
야마다 에이미 지음, 박유하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199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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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풍장의 교실이라고 제목을 들었을때  내가 기대한 내용은 절대 이런 것이 아니었다.얼렁뚱땅 덜렁이인 나는 풍장 風葬을 풍경風磬으로 잘못 알아듣고는 학교에 물고기 풍경이 이리저리 흔들리는 가운데 선생과 제자 사이에 눈물 없이는 볼 수 없는 감동적인 스토리가 전개되는 소설쯤으로 맘대로 짐작해 버린 것이다.그런데 아무리 읽어도 감동적인 스토리가 전개될 생각을 도무지 안 하네.반어적인 제목인가보다 뜨악해 하면서 읽은 결과 드디어 알게 된 사실은! 그 풍경이 아니고 풍장이었다는 것이다.하필이면 작가가 풍장의 유래를 마지막에 소개하는 바람에 다 읽는 동안에도 전혀 눈치를 못챘으니 이걸 누구에게 탓해야 하는지 참으로 (물론 나지만!) 난감하다.그나 저나 초등학교 교실에 난데없는 풍장 風葬 타령이라니,어찌된  영문일까?( 風葬---들에 시체를 그냥 내 버려두는 매장법,자연이 알아서 시체를 해체 하도록 둔 뒤 몇 년 뒤에 남아 있는 뼈를 수습해 정식 장례를 치른다고 한다.)

 

야마다 에이미의 걸작 단편 셋을 모은 단편집이다.<풍장의 교실><나비의 전족>그리고 <제시의 등뼈>라는 단편들로,저자의 개성이 유감없이 일관되게 발휘되고 있던  완성도 높은 작품들이었다.첫번째 단편인 <풍장의 교실>에서는 전학 온 주인공이 서서히 반 아이들에게 왕따 당하게 되는 과정을 그렸는데 ,왕따에 못이겨 자살을 생각하던 주인공은 결국 다른 교우들을 마음속으로 죽임으로써 그들의 잔인함에 대응하게 된다. 풍장이란 마음속에 버려진 교우들의 시체를 상징하는 주인공의 비유다.<나비의 전족>은 우정이라는 미명하에 자신을 후광처럼 달고 다니는 친구에게 벗어나려 남자와 자는 소녀의 심리를 <제시의 등뼈>는 흑인 남자친구의 혼혈 아들을 돌보면서 생기는 갈등을 조명한 것이다.

확실히 야마다 에이미는 다른 작가와는 차별되어 보였다.극단적일만치 섬세한 심리묘사도 그랬지만 섹스를 다루는 범상 찮은 태도라니...그녀의 소설이 히트를 친 후 그녀의 사생활이 논란이 되었다고 하는데 전혀 이상할 게 없었다.너무도 적나라하고 거침없는 표현들을 보고 있자니 나 역시도 실제 경험을 그린게 아닐까 호기심이 들었으니까.작가가 글을 잘 쓰긴 한다는걸 확실히 보여주는 예라고 하겠다.거기에 탄탄한 문장에 섬뜩하게 공감시키는 심리묘사,유려한 문체에 영리한 전개등은 그녀가 무게 있는 소설가임을 짐작할 수 있게 했다.일본 소설의 특징인 가벼움에서 탈피해 진지한 주제 의식을 가지고 있던 작가,단 한편만 읽은 상태에서 이렇게 말하긴 좀 그렇지만 요시모토 바나나가 아직도 소녀적인 감성에서 벗어나지 않은 듯 했다면  그녀는 초등 시절에 이미 소녀시절과 바이 바이 한게 아닐까 싶게 조숙했다.실은 너무 조숙해서 현실성이 없어 보였다. 되바라진 적이 없었던 내가 현실성 운운한다는게 우스운 일일지 모르겠지만서도.예민하고 삐딱하며 영악하고 발악하듯 현실에 대처하던 다양한 연령층의 여자들을 만나 볼 수 있던 소설,잘 쓴 소설이지만 내 취향은 아니었다.나와 취향이 다른 분들에게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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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애 소설
가네시로 카즈키 지음, 김난주 옮김 / 북폴리오 / 2006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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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좀비스 시리즈로 각광(?)받고 있는 가네시고 가즈키의 단편 소설 세 편을 모은 것이다.<연애소설>에서는 주변의 친한 인물들이 차례로 죽어 나가는 바람에 사신이라는 별명을 가진 남자의 순애보가 <영원의 환>에는 주인공이 문병 온 친구에게 청부살인을 부탁하는데 하필이면 그 넘이 신출귀몰한 청부업자였다는 아귀 딱딱맞는(?)이야기가 <꽃>에는 언제 죽을 지 모르는 병에 걸린 한 남자가 죽어가는 노 변호사의 여행에 동참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들이 실려 있었다.

 

그럼 그렇지...자네시로의  슬프도록 아름다운 연애학 개론이라고 해서 왠일인가 했다.

전혀 안 어울린다.역시 이 작가에겐 불량 청춘들의 삐딱하고 엉뚱한 전투적 일상이 제격이다.줄거리의 신빙성이나 이야기 구도도 형편 없었지만 ,무엇보다 그 특유의 유머 감각이나 만화같던 묘사등 그의 트레이드 마크 처럼 생각되던 특징들이 어설프게 녹아 있던 점이 별로였다.거기다 왜 그렇게도 죽음에 집착하던지...이 책이 <햄릿>도 아니고 말야 나오는 등장인물들이 다 죽음에 직면해 있다는것은 좀 억지 같아 보였다.등장인물들의 삶에 좀 더 애정을 쏟아 주심 안 될까 싶다.소설속 등장 인물들에게 노조란게 있다면 분명이 이 책엔 출연하지 않겠다고 파업할 게 분명해 보이니 말이다.

 

도대체 언제적 작품일까 라는 의문이 든다.왜냐면 아무래도 습작처럼 보였기 때문이다.작가로 성공하기 전 쓴 거라 이렇게 엉성한 것인지 ,아님 작가가 잘 모르는 분야인 연애를 그려서 형편없는 건지는 잘 모르겠지만 한가지는 확실했다.

가즈키님, 사랑은 다른 작가에게 맡겨 주셔요.당신에게는 안 맞습니다.당신 아니라도 연애학 박사들은 넘쳐 나거든요?전 세계적으로 그렇다고 보심 됩니다.그러니 괜히 남들 한다고 따라하지 마시고,그냥 탁월하게 잘 하시는 분야인 "싸움"에 올인해 주옵소서,같은 동포로써 충정심에 드리는 말이었습니다.이상,총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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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라이, 대디, 플라이 더 좀비스 시리즈
가네시로 카즈키 지음, 양억관 옮김 / 북폴리오 / 2006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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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금쪽 같은 내 하나밖엔 없는 외동딸이 다른 놈에게 폭행을 당했다. 것만으로도 기 막힌데,이 죽일 넘이 미안해 하는 기색도 없네.이럴땐 복장이 터진다는 표현으로는 그 심정을 나타내기 어려울 것이다.그래서 나,40대의 배가 출렁출렁 아무 생각 없이 살아온 회사원이었던 나는 딸을 위해 칼을 든다.호기 있게 그 넘 학교까지 갔지만 뜻밖엔 좀비스들에게 제압당한 나는 내가 학교를 잘못 찾아 왔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나의 절망에 공감한 순신 일당--즉 좀비스는 그런 나를 도와 주겠다고 하는데 과연 내가 그 넘에게 복수할 수 있을까? 나의 트레이닝을 맡게된 순신은 힘들면 그만두라고 하지만 나는 그럴 때마다 이를 악물며 버티는데,과연 나는 딸에게 자랑스런 아버지로 거듭날 수 있을 것인가?

 

감성 선을 교묘하게 자극하며 자유자재로 독자를 울리다가 웃기는 군더더기 없는 소설이었다.웃기고 감동적이고 읽기 부담 없고,무엇보다 이야기가 살아 있어 좋았다.식상하지 않는 소재를 찾아 내는 이 작가의 재주에 감탄하게 되던 책,아직 안 읽으신 분이 있으실지는 모르겠지만 그래도 강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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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유 - 제120회 나오키상 수상작
미야베 미유키 지음 / 청어람미디어 / 200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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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둥이 치는 음습한 밤에 한 고급 아파트에서 네 구의 시체가 발견된다.살해된 것이 분명한 세 구와 자살인지 타살인지 구별이 안되는 한 구의 시체,사람들은 십 억대를 호가하는 고급 아파트에서 그렇게 끔찍한 일이 벌어졌다는 사실에 사람들은 경악한다. 언론에서 난리를 치는 가운데 경찰은 그 시체가 그 집에 임차임으로 고용되었던 버티기꾼이었다는 사실을 밝혀 낸다.버티기 꾼이란 부동산이 경매로 넘어 갔을 때 한푼이라도 더 받아내려  매도인이 경낙인 몰래 가짜로 임차 계약서를 만들어 거주하게 한 사람들을 말한다. 경낙인 입장에선 임차인을 내쫓을 방법이 없어 결국 궁여지책으로 돈을 더 집어 주게 될거란 점을 악용한 것,마침 그 날 밤에 아파트에서 피를 흘리며 도망친 중년의 남자가 경락인이라는 사실을 알게 된 경찰은 자연스레 그에게 혐의점을 두게 된다.하지만 그는 사라져 행방이 묘연한 채 사건의 전말이 하나둘씩 밝혀지고 있던 어느 날 ,한 여관 집 딸이 경찰서에 달려와서 도망 중인 그 경낙인이 자기 여관에 투숙하고 있다고 신고를 한다. 그 아저씨는 아무도 죽이지 않았다는 말을 전하면서...정녕 그는 범인이 아닌 것일까? 그가 죽이지 않았다면 왜 그는 일부러 경찰의 눈을 피해 달아난 것일까? 과연 그들을 죽인 자는 누구인가?

 

바벨탑을 연상 시키는 고급 아파트에서 일어난 살인 사건을 파헤치는 과정에서 그와 연관된 다양한 인간 군상들의 모습을 꼼꼼하게 잘 그려낸 작품이었다.화려하고 삐까번쩍하나 실은 고립되고 인간다운 살가움이 느껴지지 않는다는 호화 아파트란  공간을 배경으로 ,한 아파트를 둘러싼 다양한 인간 군상들의 모습이 적나라하게 그려지고 있었다.사람들의 욕망과 이기심,갈등이 복잡하게 얽혀 결국 파국을 불러 일으키는 과정들이 너무 자연스럽고 사실적이여서 실제로 일어난 사건을 취재해 쓴 르뽀인가 의심될 정도였다.<In cold blood>의 카포티 처럼 말이다.그런 설명이 없는걸 보면 결국 상상력 하나로 그려냈다는 건데, 만만찮은 두께의 책을 무리없이 소화해 썼구나 싶었다.등장인물들의 성격에 대한 모순 없는 묘사,사람들의 갈등을 탁월하게 풀어내던 구성력, 사회를 바라보는 통찰력 있는 시선과  탄탄하기 그지 없던 묘사력으로 긴장을 늦추는 법 없이 끝까지 자신의 할말을 다 하던 꽤 잘 된 추리 소설이었다.그녀의 책 중에서 가장 잘 쓴 작품이지 않는가 싶다.물론 지금까지 읽은 것 중에서 말이지만.

굳이 단점을 꼽자면 말이 너무도 많다는 것이었다.말 못하다 죽은 귀신이 들렸나...잘 쓰지 못했다면 읽기 싫어질 정도의 두께다. 작가가 하고 싶은 말이 많다는거야 좋은 일이긴 하지만서도,좀 더 문장을 압축하고 다듬는다면 더 쌈박하게 읽히지 않겠나 싶었다.하지만 뭐,작가의 스타일이 그렇다면 어쩌겠는가?독자가 적응하는 수밖에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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