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고 자는 곳 사는 곳
다이라 아즈코 지음, 김주영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2007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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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고 자는 곳 사는 곳"이라는 제목에 표지가 생뚱맞다.도무지 어떤 내용일지 자못 의아했는데,알고 보니 지극히 당연한 제목이었다.바로 "집"에 대한 이야기었으니까,집 공간을 말하는게 아니고 집을 만드는 건축 현장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라는게 키 포인트라고나 할까.

30살의 리오는 3년째 유부남 상사와 불륜관계에 있는 구인 정보지 부편집장이다.자신의 생일날 자신의 처지가 몹시도 한심해진 그녀는 술에 잔뜩 취해서는 눈에 보이는 건축현장 비계에 올라간다.올라가서 소리 크게 한번 지르고 내려올 생각이었는데,아뿔사.내려갈 수가 없는게 아닌가.올라왔으니 내려갈 수도 있을거라 생각한 것이 오산이었던 것이다.소리를 지른다도 인적이 드문 야밤의 건축 현장에 사람이 있을 리 만무,그녀는 생일날 내가 죽는구나 하는 생각에 무서워진다.그 순간 기적처럼 그녀를 구출해 낸 사람이 있었으니,그녀는 한 눈에 그에게 뽕 가버린다.천신만고 끝에 그가 그 건축현장의 비계 감독이라는 것을 알게된 리오는 당장  회사를 때려 치우고 건설 현상으로 달려 간다.

 

한편,가기야마 건설 회사의 창업주 딸인 아가씨는 사장인 남편이 바람을 피운 것을 알게 되자 이혼과 더불어 남편을 회사에서 내쫓는다.분에 못이겨 내 쫓은 것까지는 괜찮았는데 그 다음이 문제,회사를 이끌어 가야 하는 책임감이 자신에게 떨어지자 그녀는 당황하고 만다.폐업을 해야 할 것인가,아니면 전통을 이어 회사를 살릴 것인가 초짜인 자신의 능력에 모든 것이 달렸다는걸 깨달은 아가씨는 점차 자신감을 잃어 간다.더군다나 난데없이 건축 현장이 좋다면서 굴러 들어온 리오를 아가씨는 어떻게 받아 들여야 할 지 난감해 한다.하지만 어차피 쓸만한 인재가 없던 터,막가자는 심정으로 그녀는 리오를 채용하는데 과연 그녀를 채용한 것이 아가씨에게는 이득이 될 것인가?

 

잔머리를 대신 몸을 열심히 굴려 현장에서 일하는 사람들에 대한 존경심이 배여 있는 소설이다.한 남자에게 필이 꽂혀 안전이라는 모자를 쓰고 건설 현장에 투입된 리오가 여자라는 핸디갭을 열정으로 무너뜨리며 서서히 집을 짓는 것에 대해 알아가는 모습이나,아버지의 가업을 어설프게 이어받아 그 누구도 지원하지 않는다고 불평을 해대면서도 결국 건설 회사를 지켜내는 아가씨의 모습이 귀엽고 뿌듯했다.여자들에게는 생소한 건설 현장을 들여다 보는 재미가 쏠쏠했던 ,한번 쯤을 볼만한 야무지고 당찬 우량 소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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멋진 하루
다이라 아즈코 지음, 권남희 옮김 / 문학동네 / 200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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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먹고 자는 곳 사는 곳"이 생각보다 괜찮아서 집어든 그녀의 단편집이다.이 작가를 좋아하는 친구의 말로는 이 책이 좋다고 하던데 내가 보기에는 그저 그랬다.단편 6편을 모은 것으로,가장 마음에 드는 것은  맨처음의 "멋진 하루"라는 단편이다.

한때 잘 나가던 여자 주인공은 실연과 동시에 실직을 하면서 절망의 나락을 떨어져 버린다.하루 하루를 버텨 내기도 어려운 나날들이 이어지자 그녀는 3년전 자신이 돈을 꾸어준 옛 애인을 찾아가 돈을 갚으라고 닥달한다.그런데 당황하면서 발뺌 할 줄 알았던 이 남자 싱글 거리면서 그날 안에 돈을 갚겠다고 하는게 아닌가?그리하여 정말 황당하게도 만 하루동안 그녀는 옛 애인을 따라다니게 된다는게 줄거리다.하루 동안 돈 꾸러 다니는 옛 애인을 반신반의 하면서 지켜본 그녀가 어느덧 각박해진 현실에 매몰되었던 자신을 돌아보게 되었다는 약간은 비현실이지만 읽다보면 어느덧 감동에 젖게 되는 이야기였다.허허실실한 옛애인에게 돈을 다 받고난 여자 주인공이 의기양양해져서 --돈 때문이 아니니 오해는 마시길.--세상을 향해 나가는 모습에 응원의 미소를 보내게 되던...아,때로는 바보 같이 속아주며 사는것도 괜찮다 싶은 마음이 든다니까.사실 우린 언제나 신경을 곧두세우면서 다른 누군가에게 피해를 입게 되지 않으려 조바심 내면서 산다.그것이 약간은 비정상이라는 것도 자각하지 못한 채...그런 것들을 생각나게 하는 소설이었다.<공중 그네>의 이라부랑 설정이 비슷하던데,그런걸 보면 일본 사람들은 이런 천진파에 대한 동경이 있는게 아닌가 싶긴 하다.

 

6편 모두 조금은 정상이라고 하는 궤도에서 벗어난 사람들의 이야기들였다.진짜 그들은 그렇게 살까 라는 생각이 들만큼 내가 잘 모르는 세계의 사람들 이야기 였는데,나름 설득력있게 이야기를 풀어가는 점이나 인간적인 면들은 높이 살만했다. 하지만 그다지 재밌지 않았다는 점이 별로였다.물론 그점이야 말로 매우 치명적인 단점이었지만서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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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가족을 믿지 말라 스펠만 가족 시리즈
리저 러츠 지음, 김이선 옮김 / 김영사 / 2008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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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광고에 낚였다."이렇게 엉뚱한 불량가족은 처음이다","감각적이고 매력적인 코믹휴먼시트콤"이라고 표지에 쓰인 말에...이렇게 내가 좋아하는 단어들로 도배되어 있으면 대충 쉽게 유혹에 넘어가기 마련이다.흑,유혹에 약한 자,그들은 후회하게 마련이나니...나 지금 후회하고 있다.그런데 이 후회는 정당한 것일까?흠,그건 잘 모르겠다.

 

사립 탐정 회사인 스펠만 기업을 가업으로 이끌어 가고 있는 스펠만 부부에게는 자식이 셋이 있다.

 태어날 때부터 완벽을 구가하며 살아온 30살의 변호사 장남,완벽한 오빠에게 치인 나머지 할 수 없이 틈새 시장인 불량 인생으로 맞짱 뜨고 있는 큰 딸 이사벨(28살),그리고 가업을 이을 천부적인 재능을 타고 태어나 어릴때부터 가족들의 비리를 캐내 협박하는걸로 용돈을 해결하는 늦둥이 작은 딸 레이(14살)까지....평범하지 않은 직업을 가진 관계로 평범한 인생이 어떤 것인지 모르는 가족들이 행복을 되찾기 위해 고분 분투하는 과정을 그려지고 있었다.얼핏 추리소설로 보일런지 모르지만 실은 칙릿에 가깝다.이야기의 주요 테마가 큰 딸 이사벨의 애인 만들어주기 프로젝트였으니까. 다른 칙릭과 다른 점이 있다면 가족 내력이 워낙 그런지라,애인이 생기면 신용 조회부터 전과자 기록 조회,미행에 도청부터 시작하는 것이었다고나 할까?제목은 네 가족을 믿지 말라지만 실은 그 누구도 믿지 않는 한 가족들이 그나마 콩가루 집안으로 전락하지 않기 위해 애쓰는 과정이 눈물겹게(?)펼쳐지고 있었던 소설이었다.

 

재밌던가? --그럭저럭...

기발한가?--어느 정도는...

하지만 내용에 비하면 좀 두꺼운게 흠이다.절반까지는 아니라도 2/3정도로 줄였다면 적당하지 않았을까 싶었다.그랬으면 지루하진 않았을 텐데 싶다.거기에 가족조차 믿지 못해 차로 미행하고 도청하고 일을 꾸미는 가족이라는 소재라니...아무리 해피엔딩으로 끝이 났다고 해도 읽다 보면 질리는 부분이 나온다.자신을 미행하는 부모의 타이어를 칼로 긋고,서로의 테일 라이트를 부시고,사사건건 서로를 의심하는건 지나치지 않는가.그렇게 믿지 못해 어떻게 가족이라고 하는지.스토커를 귀엽게 형상화 하는데는 성공했지만,그것이 기본적으로 역겨운 발상이라는걸 생각나게 하는 소설이었다.시간 때우기용으로 적당한 책이며 감동이나 폭소는 다소 약한 편이다.영화처럼 읽힌다.영화로 만들어진다고 해도 전혀 놀랄 일은 아닐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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빌 브라이슨 발칙한 유럽산책 - 발칙한 글쟁이의 의외로 훈훈한 여행기 빌 브라이슨 시리즈
빌 브라이슨 지음, 권상미 옮김 / 21세기북스 / 200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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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카노 히데유키가 지옥에서 떨궈놔도 재밌는걸 들고 올 사람이라면 ,천국에 데려다 놔도 삐딱한 뒷담화를 가지고 탈출할게 확실해 보이는 빌 브라이슨의 유럽 여행기다.재밌을거라고 짐작은 했지만 이렇게 웃길 줄은 몰랐다.저러다 숨넘어 가는게 아니냐고 주위 사람들이 걱정스러워 할 정도로 웃어 댔는데,무엇때문에 그렇게 웃냐는 질문에 대답을 못 할 정도였다면 감 잡히실 것이다. 하도 웃는 바람에 힘이 달려 한번에 다 못 읽은 책은 이게 첨이다.하긴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일런지도 모르겠다.보풀이나 해열제에 관한 글을 써도 우릴 웃길거라는 사람이 유럽을 갔으니,이 정도도 웃기지 않았다면 그게 오히려 이상한 일 아니겠는가.뉴욕 타임스에서는 그를 가리켜 "해박한 여행 가이드"라고 하던데,솔직히 이 책에서 해박한 것은 눈에 들어오지도 않는다.낄낄 대고 웃느라 정신이 팔려서 말이다. 좀팽이에다 기회가 날 때마다 끊임없이 불평을 늘어 놓은 호들갑 100%의 사나이 빌 브라이슨! 그의 불운에 기뻐하고,그의 삐딱한 시선에 딱 걸린 유럽의 실체에 공감을 표하며,그에게 닥친 상황에 같이 황당해 하다보니 시간이 어떻게 갔는지 모를 정도로 정신없이 읽었다.독서의 참맛이란 바로 이런게 아니겠는가?장기 두다 도끼 자루 썩는 것도 몰랐다던 선인이 이랬겠지 싶다.시간 감각을 마비시키는 글솜씨라니....빌 브라이슨에게 경의를 표하는 바다.스티븐 킹의 <미저리>를 보면서 작가에게 집착하는 주인공이 도무지 이해되지 않더니만, 이젠 심하게 이해 된다.가둬 놓고서라도 글을 쓰게 하고 픈 우리의 익살꾼 빌 브라이슨! 이 책을 다 읽고 나니 너무 허전해 할 수 없이 예전이 읽은 <나를 부르는 숲>을 다시 집어 들었다.그거라도 꿩대신 닭으로 읽을 생각이다.그의 신작이 나오긴 전까지 그렇게라도 하루 하루를 버텨나가야지 어쩌겠는가?

결론적으로 탁월하게 글 잘 쓰는 작가의 절대 유머 유발 기행집 되겠사오니 안 읽으면 당신 손해 되시겠다.그러니 알아서 챙겨 보시길....내용은 각자 읽어 보시라고 일부러 생략합니다.절대 귀찮아서가 아니란 걸 강조하고 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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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락 타이 생활기 - 쾌락의 도가니에서 살다
다카노 히데유키 지음, 강병혁 옮김 / 시공사 / 200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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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지가 정말로 촌스럽다.아니 정확히는 무섭다.다카노 히데유키에게 관심이 없었더라면 거들떠 보지 않았을 만한 표지다.일부러 이렇게 만든 것일까 의문이 들었지만 곧 영화 <주노>에서 남자 주인공이 했던 대사가 떠오른다."나 이거 엄청 신경 쓴거야"...정확치는 않지만 이 비슷했던 것 같다.그래서 표지에 대한 불만은 접어 두고 내용에 신경 쓰기로 했다.다행히 표지의 심난함과는 상관없이 내용은 괜찮았다.하긴 내용이라도 괜찮아야지,그렇지 않으면 이런 표지로는 살아남기 심히 어렵지 않겠나 싶다.

 

예상했던 것보다 빠르게 출간된  다카노 히데유키의 신작이다.물론 일본에서야 오래전에 나왔겠지만,우리나라에선 처음 나온 것이니 신작이라고 해도 무방하겠지.히데유키의 타이 생활 체험기인데,재밌고,날카로운데다,재치 있고,나름 통찰력도 있어 역시 나를 실망시키지 않았다.특유의 생명력과 친화력,거기에 세계인으로 살아가기에 끄떡없는 균형감각으로 무장한 저자가 약간은 엽기적이고 특이한 타이의 진면목을 폭로하고 있었는데, 이젠 지옥에 떨어졌다해도 뭔가 재밌는 이야기를 들고 살아 돌아오지 않을까 싶을 정도로 작가에게 믿음이 간다.

그가 타이로 가게 된 이유는 지극히 단순했다.타이 대학에서 일본어 강사를 구하고 있었는데,월급이 너무 적다 보니 지원자가 없어서 자원을 한 그가 뽑혔다는 것,마침 그도 일본만 아니면 어디라도 좋았다고 하니 우연을 가장한 필연이었을지 모르겠다.그렇게 해서 시작된 타이와의 인연으로 책 하나를 만들었으니 뭐 딱히 손해나는 인연은 아니었지 싶다. 타국에서 살아가는 생소함과 이질감에 외국인들이 이해하기 힘든 현지인들의 특이성들을 어느정도는 객관적인 시각으로 유머러스하게 까발려줘서 흥미로웠다.신기했던 건 일본인과 우린 엄청 다른 사람들인줄 알았는데 타이를 바라보는 시선에서는 별로 시각차가 없다는 점이었다.너무 쉽게 공감이 된다.외국인이라는 공통 분모때문인지,아님 일본의 평균적인 사람축에선 많이 벗어난 듯 보이는 작가의 넓은 시야 때문인지 모르겠지만서도...우리나라 사람이 쓴 것처럼 무리없이 친숙했다.

이 책에는  그의 시선에 잡힌 타이의 여러 모습이 실려 있는데,우리가 갖고 있는 편견과 거리가 있는 타이의 실제 모습을 다룬 것이 많았다.엽기적이고,애국심이 없으며,프로 정신도 없다지만,불합리하게 돌아가는 시국 정세와 불황에 유연하게 대처해 나갈 줄 아는,거대한 메콩강의 큼지막한 느긋함을 가졌다는 타이 사람들...그들이 우리와 다른 면들을 색안경을 쓰고 보지 않도록 절묘하게 쓴 점이 마음에 든다.표지에 "카오산로드에서는 절대 만날 수 없는 가면을 벗은 태국의 알몸이 있다"고 쓰여져 있는데,태국의 알몸이란 표현은 좀 그렇지만서도 카오산로드에서 만날 수 없는 태국이라는 말엔 수긍이 된다.다른 카오산로드를 다룬 책을 보면서 왠지 식상한 공익 광고를 보는듯 찝찝했었는데,이 책에선 전혀 그런게 없었으니까.히데유키가 착함 만을 보여주고 강요하는 책을 쓰진 않는다는건 얼마나 다행인지,속 시원한 청량제를 마신 듯한 기분이었다.그의 다른 책도 번역되고 있다는데 벌써부터 기대된다.

 

책속에서 밑줄 그은 말.

자민족에 대해 이야기 하는 것을 거의 취미로 삼고,"일본인론"을 다룬 책이 언제나 베스트셀러 상위에 오르는 ,자의식의 왕국에 사는 인간에게는 거의 불가사의하게 느껴지는 일이었다.--타이인에게 애국심이나 민족애가 없다는것을 발견 한 뒤 일본과 비교해서 그가 하던 말.14

타이의 담배갑에 쓰여져 있다는 다양한 경고문중에서 발췌--

*담배는 성기능 장애를 일으킵니다.-->남자에게 죽음보다 두렵다

*담배를 피우면 빨리 늙습니다.-->여자에게는죽음보다 두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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