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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혜를 어디서 찾을 것인가
해럴드 블룸 지음, 하계훈 옮김 / 루비박스 / 2008년 2월
평점 :
절판
어쩌다 보니 앞에 리뷰를 쓴 "불멸의 작가,위대한 상상력"(서머싯 몸)과 같이 읽게 됐다.똑같은 비평서인데도 어찌나 비교되던지...재미란 분야만 놓고 보자면 하늘과 땅 차이였기 때문이다.뜨악서는 어림도 없고 경악서로 분류하고 싶을 정도로 지루했다.세상에...천하의 해럴드 블룸이 이렇게 글을 못 쓸 줄 누가 상상이나 했겠는가?그렇게 책을 많이 읽는다고 정평이 나신 분이 어쩜 이다지도 못 쓰신다냐, 참으로 충격적이었다.안타까운건 책의 이 책이 보통 신경을 써서 만든 책이 아니라는 점이었다.기독교 성경에서 시작,그리스,세르반테스와 세익스피어,몽테뉴와 베이컨,괴테와 에머슨,니체,프로이드에 프루스트까지... 유럽 문학의 정수라 할만한 사람들을 모아 그들이 말했다는 지혜에 대해 들려주고 있는 책인데,이름만 들어도 해박함을 자랑하기 충분했을거라는걸 짐작하실 수 있을 것이다.실은 그게 문제였다.지혜를 알려준다기 보다는 자신이 얼마나 아는게 많은가 자랑하는듯 보였으니까.책의 아무 페이지나 펼쳐보시라. 플라톤,단테,세르반테스,세익스피어,프로이트,프루스트,아우구스티누스 기타등등 하나라도 빠지면 큰일이라도 난다는 듯 유럽 문화계 천재들 이름이 줄줄이 계보처럼 꿰고 있는걸 발견하실 수 있을테니.책의 절반은 대명사로 채워지지 않았는가 싶던데,이게 어떻게 지혜를 찾는 책인가? 사람들 이름 속에서 길 한번 잃어 보라는 책이지.세상에,이름 감상하고 싶어 책을 읽는 사람이 누가 있다고.결국 알맹이는 하나도 건지지 못한 채 이국적인 사람 이름만 잔뜩 주워 들은채 책을 내려 놓았다.
"이 책은 위안을 얻을 수 있고 노화와 중병으로부터 회복할 수 있는,사랑하는 친구를 잃은 슬픔으로부터 생긴 상처를 말끔히 씻어줄 수 있는 지혜를 추구하고 있다."고 그는 쓰고 있다.의도하신 대로 되었다면 얼마나 근사했겠는가만은,아무리 머리 속을 뒤져봐도 위안을 받은 기억이 나질 않는다.물론 본인에게 대단한 위안이 되었을거라는건 의심치 않지만서도.
결론적으로 어깨에 힘이 너무 들어갔고,무게만 디립다 잡고 있으며,자신의 지식을 과시하기만 바빠 정작 그가 들려 주고 싶어 하던 지혜를 설득력있게 설명하지 못한 듯 보였다.일관성 있기를 하나,명확하기를 한가,조리가 있나, 아귀가 맞나,유머가 있길 하나...블룸은 아무래도 책만 너무 읽으신게 아닐까? 지상으로도 가끔 내려 오셔서 우리 단순한 인간들이 어떻게 사는지 보셨다면 좀 더 좋은 글이 나올 수 있지 않았을까 싶었다.도무지 이걸 가지고 어떻게 노화나 질병,사랑하는 친구를 잃은 슬픔을 씻어내라고 하는지,나도 사랑하는 가족을 잃어 봤지만 이걸로는 택도 없다.
재미있는 것은 그가 온갖 책에서 발췌한 멋진 문장들이 블룸이 설명하는 순간 그 광채를 잃는다는 것이었다.블룸에게 통찰력이 없는 건지,내가 무식해서 이해를 못하는건지,아님 보는 시야에서 차이가 나는건지,것도 아님 단순하게 번역이 잘못 된건지 도무지 알 수 없는 일이었다.누군가 이 책을 읽게 된다면 나보다는 운이 좋기를 빌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