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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난 친구들의 도쿄 표류기
다카노 히데유키 지음, 강병혁 옮김 / 미래인(미래M&B,미래엠앤비) / 2008년 5월
평점 :
절판
"아무도 가지 않는 곳에 가서 ,아무도 하지 않은 일을 하며, 아무도 모르는 것을 찾아낸다.그리고 그것을 재미있게 써서" 먹고 살아 가자는 모토하에 생을 살고 있다는 다카노 히데유키의 논픽션(?)이다.그의 다른 책들에선 작가가 필사적으로 감행했다던 일본 탈출기가 주 내용인가 보던데,이 책은 그와는 다르게 일본으로 마실 온 외국인들과 만나면서 벌어진 일들을 쓴 것이다.외국인과 함께 걷다 보면 동경이 갑자기 TOKYE로 변하고 익숙한 풍경들이 낯설고 생소하게 느껴진다는 작가,그의 엉뚱함이 외국인을 만났다고 어디 가겠는가? 비행기장에서 내린 외국인을 그는 어디로 데리고 가야 할지 몰라 우왕좌왕한다.아는 곳 별로 없어요,지리 잘 몰라요,그러다 보니 외국인이 그를 데리고 다닌다거나,유적지의 역사와 가치를 그에게 강의하는 일까지 심심찮게 벌어진다.참, 나 역시도 남 말할 처지가 분명 아니지만서도, 웃음이 배실배실 새어 나오는걸 어쩔 수 없었다. 그렇게 국내 실정 어두운 양반이 어떻게 외국에 나가서는 헤매지 않고 잘 살아 돌아 왔을지 신기할 뿐이다. 여행 가이드로 나섰다면 쫄딱 망하지 않을까 싶던데,그런 면에서 보자면 직업을 잘 고른다는 것도 매우 중요하단 생각이 든다.
내용은 작가가 동경에서 만난 여러 외국인 친구들 이야기다. 성실한 학생 다카노의 열정을 도외시 한채 대책 없이 심드렁하게 불어를 가르치던 프랑스인 실비아,일본의 마이클 잭슨이 되길 희망했으나 좌절하고 만 콩고인 윌리, 유럽인 답지 않게 남의 일에 참견하기 무지 좋아하던 스페인 강사 팔로마, 물리학&화학 박사에 세계적인 글을 쓰는 작가지만 할 줄 아는 일이란게 오로지 그것 뿐이라 아내에게 바가지를 긁히고 산다는 콩고인 동가라씨,아무리 봐도 인디오건만 죽었다 깨나도 일본인 혼혈 3세라고 우기던 페루인 우에키, 도라에몽처럼 생긴 중국인으로 대륙의 호방함을 유감없이 보여주던 루다후,이라크로 유학을 준비 하던 철딱서니 없는 작가에게 현실을 일러주던 이라크인 알리,그리고 맹인이지만 프로 야구 광으로 라디오 야구 해설을 통해 일본어를 배웠다는 수단인 마후디까지...특이하고 별난 사람들의 살아 있는 생생한 이야기가 펼쳐 진다.재밌다.예리한 관찰력 덕분에 공감 하기 쉽게 쓴 것도 맘에 들었고. 외국인을 도와 주려 하는 작가의 따스한 성품도 보기 좋던데, 특히 마지막 장에서 야구장으로 놀러 갔다가 라디오가 없어 경기가 어떻게 진행 되는지 알지 못하는 맹인에게 직접 해설을 해주던 모습은 훈훈하지 그지 없었다.세계인이 되고자 열망했다는 작가,자신의 중심은 지키면서도 동경에 표류하는 외국인들을 다독이고 이해하려 애쓰는 모습이 가상했으니...외국인과 공존하는 공간으로써의 동경,역시 새로웠다.일상적인 밍밍한 사건들을 특별하게 만들어 내는 재주가 있는 이 작가의 다음 작품을 기다려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