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인 오늘의 일본문학 6
요시다 슈이치 지음, 이영미 옮김 / 은행나무 / 2008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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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이 악인이라고 해서 천인공노할만한 엽기 찬란 살인마가 등장하는 소설인가보다 했다.그래서 보기 전부터 맘을 가라앉히고,좀 읽기 힘든 장면이 나오더라도--시체를 토막친다거나 하는--초연하게 밀고 나가자 다짐을 했다.그런데 읽어보니 전혀 그럴 필요가 없었다.이 정도면 무난하다고,아니 평범에 가깝다고 할 정도의 잔혹도다.일본에서 잘 나갔던 소설이라던데,엽기로 시선을 끌지 않았는데 어떻게 팔렸을까 이해가 안 된다.그렇다고 이야기가 탄탄하거나 인간성의 심오한 면을 새롭게 알게 해준 소설도 아니던데....소문난 잔치에 갔더니 먹을 게 없다고 하더니만 딱 그꼴이다.뭐야.표지만 근사하고 말야.
그런데 이 책을 소개하는 말을 보니 가관이다.

“그 사람,악인인 거죠?”요시다 슈이치, 인간 심연의 악의를 날카롭게 파헤치다!

--이 책에 심연이랄게 있었는지 몰랐네,아니 그랬단 말야?

살인자에게 구원은 있는 것인가?

--이봐라.니가 무슨 <죄와 벌>인줄 아나?라스콜리니코프가 들으면 웃는다.가소롭게꾸로.

얄팍한 사회규범과 알량한 선의에 방아쇠를 당기는 소설,
범죄 이면의 ‘나약하고도 고귀한 인간’을 그리다.

--나약까진 그럭저럭 봐주겠지만,이런 주인공들에 고귀한이란 수식어가 적절한지 모르겠다.오마나,이젠 이런 사람들에게 고귀하다는 말까지 붙일 정도로 세상이 타락한거야?그런거야?

 

아마 소설을 읽지 않는 분들은 이게 뭔 말인가 하실 텐데,소개의 말이 책과 너무 동떨어진 것 같아 한마디 했다.책을 오도하는 추천의 말은 그냥 넘어가기 싫다니까.소설의 줄거리는 단순하다.20을 갓넘긴 여자가 살해 됐다.사람들은 살해된 여자에게 동정표를 던지면서 누가 그녀를 죽였는가 촉각을 곧두세우지만 알고보니 그녀가 죽어 마땅했다는 사실이 드러난다.챗팅 싸이트를 통해 만난 무작위의 남자들과 창녀처럼 놀아나던 그녀는 맘씨도,말씨도 곱지 않는 여자였다.결국 자신을 도와주려는 남자에게 경멸에 찬 소리를 늘어 놓다가 죽임을 당한다.여기서 작가는 우리에게 질문을 던진다.과연 누가 악인인가? 살인자인가?아님 살해된 자인가?여기에 악인 후보로 살해된 여자가 오매불망 쫓아 다니던 남자까지 가세해준다.겉모습이야 삐까번쩍 동화속 왕자님이지만 등장하는 내내 하는 행동이란게 개차반에, 개판 일보직전이었던 그는 소설이 끝날때까지 멀쩡한 유일한 사람이다.그에 비하면 살인자야말로 조부모를 모시고 살던 착실한 청년으로 여자를 잘못 만나 살인자가 되어 버렸다는 생각이 들게끔 살인과는 거리가 먼 소심한 사람이었다.오히려 살해된 여자에게 경멸에 찬 언어 폭력을 당하고 있는 것을 보면 가엾을 지경이다.어떻게 살인만 폭력이고 부정의겠는가? 언어 폭력도 마찬가지로 심각한 폭력이다.그렇게 단순히 겉으로 드러난 살인이란 사건만 가지고 가해자니 피해자로 구분하고 그들의 성품을 평가하는게 과연 정당한가 작가는 우리에게 묻고 있었다.

 

범죄학엔 "피해자학"이라는 분야가 있다.맞아도 싼놈,죽어도 싼놈들을 연구하는 분야인데,대걔 인간답게 살아주지 않았던 결과 범죄의 피해자가 되어버린 사람들을 연구하는 학문이다.아내를 줄기차게 때리다 어느날 아내에게 맞아 죽는 남편,아들을 무시하고 통제하다 결국 아들의 손에 죽임을 당하는 아버지,어머니를 때리다 아들의 손에 비명횡사하는 아버지,조카의 돈을 갈취하다 세상을 하직하는 외삼촌등,왜 그들은 피해자가 되었을까?라고 생각해보면 그들의 평소의 행동의 결과였다는 것을 알게 된다.범죄를 부르는 사람들.타인에게 인내심의 한계를 시험하고,범죄를 저지르도록 충동질하면서도 그걸 모를 정도로 둔감한 사람들,그런 사람들과 어떤 식으로건 관계를 맺어야 하는 사람들은 결국 가해자란 이름으로 악연의 끈을 끊게 된다.이 책 속에서도 살해된 여자를 차에 태웠던 개차반은 결국 그녀를 참지 못하고 차에서 던져 버린다.남자에게 살해당하기 딱인 여자라고 생각하면서.그리고 그 내던져진 그녀를 살해범은 다가가 위로한다.파국은 결정되어 있는 것이다.그렇다면 우린 이제 살해된 여자가 악인이고,살인을 하게된 남자는 어쩌다 운이 나쁜 것이라고 결론을 내려야 하는 것일까?사람을 제대로 알아보지 못하는 것도 마찬가지로 나쁜게 아닐까.더군다나 가족이란 굴레로 갇혀진 관계도 아니지 않는가?왜 살해범은 발길을 돌려 그녀를 떠나지 않았을까 안타까웠다.인간에 대한 무지도 때론 죄가 되는 법이다.그래서 결론은? 좋은 사람을 만납시다.어쩌다 개차반 같은 사람을 만났다면 아무리 외롭다고 해도 무시하고 삽시다.그게 당신이 악인이란 타이틀에서 벗어나는 지름길일지도 모르니까요.덧붙여 한마디 하자면 이 소설은 굳이 안 보셔도 되는게 아닐까 싶구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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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절한 사기꾼
후지무라 이즈미 지음, 김현영 옮김 / 시아출판사 / 2007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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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는 못속인다고 전설적인 사기꾼 아버지의 재능을 물려 받은 여자가 자신의 재능을 살려 복수를 하는 과정이 그려지고 있는 책이다.(폭력배보단 단수가 높다는) 신용 사기를 벌인 뒤 잠적한 아버지를 둔 리리코는 엄마가 돌아가신 뒤 혼자 살고 있는 아가씨다.성실한 사회 구성원으로 잘 살아 보겠다는 그녀의 결심은 친구와 상사,그리고 애인에게 차례로 배신 당한 뒤 무너지고 만다.실의에 젖어 세상을 버리고 싶어하는 그녀 앞에 우연히(?) 과거 아버지의 동료였다는 사람들이 나타나고,그들은 죽느니 사기꾼으로 거듭나라고 그녀를 꼬드긴다.이판사판 심정으로 사기꾼 속성반에 들어간 리리코는 생각지도 못한 자신의 재능을 발견하고는 살맛이 생긴다.결국 멋들어지게 왠수들에게 복수를 한 그녀는 자신의 암담하던 시절을 되돌아보고는 같은 처지의 사람들을 구제해 보겠다며 회사를 차린다.이름하야 복수 비지니스. 타인의 복수를 전담해 도와주는 마담 리리의 사업은 그렇게 시작되었으니 과연 그녀의 계획은 성공할 것인가?

 

당근 성공이지.현실속에선 가능하지 않는 일들이 가능한게 소설의 묘미 아니겠는가.일본 소설의 특징들이 대강 들어가 있던 책이었다.빠른 전개,다양한 사람들의 사연들,전문직종의 세계를 전문적으로 다뤄 준다는 점(물론 사기꾼을 전문직으로 봐야 하는가에 대해선 논의의 여지가 있긴 하지만서도.)법망을 피해가는 사람들이 있고,법을 무시한 채  정의를 찾는 걸 좋아하며,여성을 희롱하는 사람들에게 복수하는 장면이 꼭 들어가는데다,전혀 무게가 없는 가벼운 발상들...한편의 희화된 드라마를 보는 듯 유쾌했다.다양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볼 수 있다는 점에선 좋긴 하지만,읽고나면 재밌었다는것 외엔 남는게 없는게 단점이긴 하다.어쨌거나 일본 사람들은 마치 만화나 드라마같이 시간 때우기용 소설을 선호하는게 아닌가 싶다.복수를 원하신다구요? 마담 리리에게 의뢰해 보시죠.최고의 사기를 보여 드린답니다.물론 그건 어느 정도 과장 광고라는걸 주지하고 싶군요.진짜 최고의 사기라고 볼 수는 없었으니까요.하긴 사기꾼의 말을 누가 다 믿겠습니까 만은...그렇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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협박의 심리학 - 감정적 협박을 이기는 심리의 기술
수잔 포워드 지음, 김경숙 옮김 / 서돌 / 2008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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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통 사람들이 쉽게 읽고 이해할 수 있는 이런 저런 류의 심리학 책이 넘쳐 나는걸 보니 인간관계만큼 어려운게 없긴 한가보다.심리학이란 제목으로 검색을 해봤더니 대강 이 정도가 나온다.

 

"괴짜의 심리학"--음,알고보면 나야 말로 괴짠데.요건 읽어봐야 겠군,찜.

"설득의 심리학"--남을 설득하는건 젬병인데다 남에게 잘 설득당하지도 않는 편이니  패스!

"선택의 심리학"--선택을 하는데 심리학까지 필요해?이것도 패스!

"내 남자를 위한 관계의 심리학"--내 남자가 없으니 패스!

"유쾌한 심리학"--심리학을 유쾌하게 풀었다는 건지,아님 유쾌하게 살기 위한 심리학인지 모르겠으

                     나 늘 유쾌하게 사는 편이니 이것도 패스!

"여자 심리학"--여자니까 필요 없음,패스!

"긍정  심리학"--지금보다 더 긍정적이면 바보 같아 보일테니 패스!

"습관의 심리학"--읽어봤자 습관을 바꿀 리 없으니 패스!

"범죄 심리학"--소설과 영화로도 이미 알만큼 알기에 패스!

"나르시즘의 심리학"--나르시스트들이 왜 개차반인가 개략적으로 이해할 수 있던 유용한 책,

                         읽었으니 패스!

"유혹의 심리학"--음,어쩜 이게 내게 정말로 필요한 책인지도 모르겠군.

                     하지만 실천가능성 無 이기에 패스~!

"고부 관계의 심리학""부부 심리학"--음하하하... 패스!

"발달 심리학"--이미 다 발달했음.패스!

"야심만만 심리학""리더의 심리학"--둘 다 자격조건 미달이라 패스!

"자기 사랑의 심리학"--이미 너무 사랑하고 있기에 패스!

 

눈치 채셨는가는 모르겠는데 이렇게 주절주절 대고 있는 이유는 이 책에 대해 딱히 쓸 말이 없어서 그렇다.협박의 심리학이라...감정적 협박을 이기는 심리의 기술을 알려 준다고 해서 들여다 봤는데,읽어보니 내게는 그다지 필요가 없는 책이었다.아마도 내가 별로 협박을 당해가며 산 적이 없는 모양이다.아님,협박을 당하면 너무 기분이 나쁜 나머지 어떻게 해서든 수를 썼던지...자신의 부모나 연인,그리고 가족이나 절친한 친구에게 은밀한 협박을 당해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사람들을 위한 조언서긴 한데,탁월한 지는 모르겠다.아니 ,탁월하지 않는게 맞을 거다.탁월했다면 금방 입에 거품물었을 테니까.상대의 약점을 잡아 교묘하게 협박을 해서 자신이 원하는 것을 얻어 내는 사람들에게 어떻게 하면 대처할 수 있는가를 알려주긴 한다.기본적으로 침착하게 자신의 의견을 말하면 된단다.그런데 그거쯤이냐 뭐,굳이 심리학 전공자가 아니라도 알 수 있는 정보가 아닐까?관계 속에서 협박을 당하는 유형으로 처별형 협박자,자해형 협박자,피해형 협박자,보상형 협박자라고 구분을 해서는 이들의 협박에 굴복하다보면 자신의 정체성을 잃게 되니 조심하라고 하던데...그건 맞다.언제나 자신의 정체성을 잃지 않고 산다는 건 너무도 중요한 일이다.그런데 그런 문제들을 단지 협박의 문제라고 국한짓기는 좀 곤란하지 않을까?협박이란 사랑 없는 인간 관계에서 다른 인간을 이용하고 통제하는 하나의 수단에 지나지 않는게 아닐까?그러니 당신의 정체성이 흔들릴 정도의 인간관계를 맺고 계시다면 그것이 협박이건 다른 그 무엇이건 간에 다시 한번 생각하시는게 좋지 않겠나 싶다.

이상 사이비 심리학자의 탁월하기 그지없는 조언이었다.믿거나 말거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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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비를 팔다 - 우상파괴자 히친스의 마더 테레사 비판
크리스토퍼 히친스 지음, 김정환 옮김 / 모멘토 / 2008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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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교적 얇은 책이다.그런데 밑줄 그을 말이 너무 많아서 책을 거의 베껴야 할 판이다.와우,얼마나 똑똑해야 이런 책을 쓸 수 있을까?아니,쓸 마음이라도 먹을 수 있을까?결코 쉽지 않은 작업이다.작가 말대로 누가 야위고 쭈굴쭈굴한 늙은 여인네를,세월에 좋이 찌든 노파를,더군다나 가난한 자와 버림받은 자를 위해 평생을 바친 사람을 헐뜯을 수 있겠는가? 하지만 히친스는 해냈다.왜냐면 그것이 진실이기 때문이다.다행스러운 점은 내용의 무게에 비해 논조는 전혀 신랄하지 않다는 것이다.똑같은 상황에서 보통의 작가라면 분노하거나 냉소적이 되거나 좌절하거나 화를 내다 무기력해 졌을텐데도,그는 매력적일만큼 침착하게 자신의 논조를 풀어 나가고 있을 뿐이다.이렇게 선명하면서도 절제된 지성은 <주기율표>의 프리모 레비 이후 첨이다.표지엔 우상파괴적이고 심술 궂으며 신성 불가침을 건드리고 있어서 만약 지옥이란게 있다면 히친스는 거기 가게 될 거라고 엄살을 떨고 있지만, 읽어보면 그다지 그악스럽지 않다.오히려 성인으로 추앙받으며 명성에 가려 감춰졌던 마더 테레사의 본 모습이 적나라하게 드러나자 속이 시원했다.비로서 완전한 그림을 보는 듯한 느낌이라고나 할까.난 그동안 마더 테레사가 있는 곳은 왜 그다지도 더럽고 가난하며 병자들도 꾀죄죄할까 궁금했었다.많은 돈을 받았을텐데,그 돈으로 도무지 뭘 하시나 하는 의문이 이 책을 보니 풀린다.많은 돈을 받은 것은 맞다.하지만그 돈을 쓰시진 않았다고 한다.열악한 환경에서 고통을 받고 있는 사람들을 봐야 사람들이 돈을 더 줄거란 계산에서...어찌보면 한편의 코미디같다.가난한 인도를 경멸한 한 저널리스트에 의해 그곳에서 봉사를 하고 있던 마더 테레사가 기적으로 언론에 보도된다.그녀의 이야기가 신화가 되어 펴져 나간다.말보다는 이미지로 승부하는 미디어 시대,마더 테레사가 무슨 말을 하던 안하던 간에 언론은 좋은 쪽으로 해석한다.더 많은 돈을 구걸하기 위해 가난하고 아픈 이들을 그대로 방치한 사실은 은페된다.아마 알려 졌다고 해도 아무도 믿지 못했을 것이다.그곳에서 자원 봉사를 하던 사람과 고통속에 죽어간 사람을 제외하고는...게다가 마더 테레사 자신은 돈을 준다는 곳이면 피범벅인 독재자건 사기꾼이건 정치인이건 손을 잡고 사진을 찍었다고 한다.이것이 바로 현대판 성녀의 진실이다.환상을 만들어내는 미디어와 신화에 목마른 대중,이미지를 조작하고 이용하는 사람들의 타이밍이 절묘하게 착착 맞아 들었던 거대한 사기극에 불과했던 것이다.사실을 알고나니 씁쓸했지만,그래도 기분은 좋았다.왜냐면 언제나 진실이 거짓보단 더 낫기 때문이다.설령 그것이  받아 들이기 불편한 진실이라 해도...

 불쌍한 사람들을 열심히 돕는 듯 보였던 자원 봉사자들이 실은 중증의 나르시스트자에 지나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게 될때가 종종 있다.열등감이 너무 심해 주위에 자신보다 더 열등한 사람들이 필요한 사람들,결국 그들의 위선은 도움을 받아야 할 정도로 힘든 사람들에게 더 큰 고통을 주는 것으로 끝이 난다.그걸 알기에 마더 테레사의 행적을 읽으면서도 놀라지 않았다.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아니,충분히 있을 수 있다.단지 이렇게 무식하고 무능할 줄은 상상 못했지만.어차피 세상은 속고 속이는 것이니 대단한게 아니라고 생각하실 분이 혹 있으실지 모르겠다.음,실은 그렇지 않다.왜냐면 그녀의 독단때문에 고통속에 죽어간 사람들 역시 귀중한 생명이기 때문이다.이 책을 읽고 나니 만약 지옥이 있다면 마더 테레사야 말로 거기 가 계시지 않을까 싶다.거기서 그녀가 설교한 대로 그 망할 놈의 고통과 열심히 친해지시길 바랄 뿐이다.그렇다면 고통에 대한 견해가 좀 달라지시지 않겠나 기대해 보면서.

끝으로 명성으로써 마더 테레사의 말과 행동을 판단하는 대신 그녀의 말과 행동으로 명성을 평가해 보려는 프로젝트를 성공적으로 마친 히친스에게 박수를 보낸다.Good Jo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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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금술사 2008-05-07 14: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더테레사 전기를 한번 읽어보세요.
종류가 매우 많을 텐데 제가 잘 기억은 안나지만
카톨릭신자가 아닌 힌두교신자 인도인이 쓴 책이 있습니다.

양극단에 선 두 책을 다 읽어보셔야 옭은 결론에 다다르실듯하네요

진리는 가린다고 가려지지않습니다.
 
보르헤스에게 가는 길 - 열여섯 소년, 거장 보르헤스와 함께 책을 읽다
알베르토 망구엘 지음, 강수정 옮김 / 산책자 / 2007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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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전 매트릭스 1을 우연히 보다 깜짝 놀랐다.심오하게 철학적인 내용이란걸 깨달았기 때문이다.게다가 곳곳에서 느껴지는 보르헤스의 숨결이라니,뜻밖이었다.특히 네오가 가상의 공간을 걸어가는 장면에선 네오 대신 보르헤스가 걸어가는 듯한 착각이 들 정도였다.중년에 장님이 된 보르헤스는 그가 사랑하던 부에노스아이레스의 거리를 누군가의 팔장을 끼고 그렇게 걸어 다녔다고 한다.그가 지각하던 공간 감각은 분명 우리완  달랐을 것이다.부에노스아이레스 거리 중심에 서서 무언가를 느끼고 상상했을 보르헤스,세상의 중심에 선 사람처럼 서서 그는 무언가를 알아내려 자신의 모든 감각을 열어놓고 있었을 것이다.마치 네오처럼...가상 공간에서의 네오와 부에노스아이레스의 보르헤스,전혀 공통분모가 없어 보이는 그 둘은 생각보다 많이 닮아 있었다.그나저나 이 겸손하고 능글맞아 보이는 보르헤스란 작가는 도대체 얼마나 대단한 사람인걸까? 그가 알고 있는 진실들에 소름이 끼친다.거기에 그가 깨달은 수많은 진실들 중 우리가 제대로 해석해 낸 것이 얼마나 될까를 생각하면 진땀마저 흐른다.그에겐 내가 파악하는 이상의 뭔가가 있을거라는 어렴풋한 짐작이 점차 확신으로 변해간다.그를 알아가면 알아 갈수록.하지만 이제 겨우 난 기껏 짐작만 할 수 있을 정도이니...그를 정확하게 알아 낼 수 없다는 사실이 현재로선 안타까울 뿐이다.

 열여섯살의 알베르토는 장님이 된 자신에게 책을 읽어주지 않겠냐는 보르헤스의 부탁을 받고는 그의 집으로 간다.그로부터 4년 남짓 보르헤스를 방문하면서 알게된 이야기들을 과장없이 적고 있는 수필집이다.그 방문이 특권이란것을 깨닫지 못한 소년 알베르토는 하루 하루를 보르헤스와 별다르지 않게 보낸다.그와 대화를 나누고,책을 읽어주며,책과 생리적인 교감을 나누고 있는 듯한 보르헤스는 지켜 보면서.그때의 기억들을 통해 멩구스는 보르헤스가 어떻게 자신의 상상력과 생각을 소설속에 녹여 냈는가 들려 준다.그 덕분에 " 원형의 폐허들"이나 "바벨의 도서관","끝없이 두 갈래로 갈라지는 길들이 있는 정원",그리고 "세익스피어의 기억","알렙"에 대한 새로운 이해를 할 수 있어 좋았다.하지만 무엇보다 보르헤스의 진면목과 에피소드들을 알게 된 것이 더 큰 수확이었다.인간적이고,말할 것도 없이 지성적이며,개구장이처럼 짖굳고,<시네마 천국>의 알프레도 아저씨처럼 다정하고 지혜로운 사람이었던 보르헤스,그런 인간을 만나는 것이 맨날 일어나는 흔한 일은 아니니 말이다.수천년부터 시작 돼 한번도 끝이 난적이 없는 대화를 자신이 이어가고 있음을 본능적으로 인식했다는 천재,작가이기에 앞서 책이란 독자들에 의해 재탄생하는 거란 사실을 잘 알고 있던 열정적인 독자였던 보르헤스,그가 궁금하신 분들에게 추천한다.얇다.솔직히 이런 책은 더 두꺼워도 상관없는데...

 
<책속에서>

우주를 도서관이라고 부르고 낙원을 '도서관의 형태로'상상한다고 실토한 사람의 서재치고는 그 규묘가 실망스러웠는데,어떤 시에서도 말했듯이 언어란 단지 '지혜를 모사'할 수 있을 뿐이라는 걸 알고 있었기 때문인지도 모른다.그를 찾아오는 사람들은 책이 넘치는 공간,책으로 터져나갈 것 같은 책장,원고더미가 길을 막고 빈 틈새마다 빼곡한 잉크와 종이의 정글을 기대했다.그런데 정작 와서 보면 몇 귀퉁이에만 얌전하게 책이 꽃혀 있었다.50대년대 중반이었으니 아직 젊었던 마리오 바르가스 요사가 보르헤스를 찾아갔다가 집이 소박하다면서,거장께서 왜 좀더 품위있고 화려한 곳에 살지 않느냐고 물었다.보르헤스는 그 말에 심기가 몹시 상했다.
"리마에서는 그러는지 모르겠군."그는 생각이 짧은 페루 작가에게 이렇게 말했다.
"하지만 여기 부에노스아이레스 사람들은 허세 부리는걸 좋아하지 않는다네." p.28

보스헤스의 현실의 정수는 책 속에 있었다.책을 읽고,책을 쓰고,책에 대해 이야기 하는 것이 그 알맹이었다.그는 수천 전에 시작돼서 한번도 끝난 적이 없는 대화를 이어가고 있음을 본능적으로 인식했다.책은 과거를 복원했다....그는 유행을 쫓는 문학이론에 질색했고,책이 아니라 학파와 파벌에 몰두한다며 특히 프랑스 문학을 비판했다.아돌포 비오이 카사레스는 언젠가 문학계의 지인 가운데 "관습과 관행,또는 나태에 무릎을 꿇지 않은 사람"은 보르헤스뿐이라고 얘기했다.

 "나는 즐거움을 추구하는독자야.책을 구입하는 것 같은 사적 영역에 의무감이 끼여들게 한 적은 한 번도 없어."

 젊은 작가에게--마누엘 무히카 라이네스

전진의 꿈을품는 것은

부질 없나니.

바다만큼 많은 글을 쓴다고 해도

이미 보르헤스가 썼을 테니까.

 보르헤스의 보에노스아이레스는 세계의 형이상학적 중심이기도 했다.베아트리즈 비테르보네 지사실로 이어지는 열 아홉번째 계단에서는 온 우주가 수렴하는 점인 알렙이 보이고 칼레 멕시코 거리에 있는 국립도서관은바벨의 도서관이 된다.

보르헤스는 예민한 몽상가였고,꿈 얘기를 즐겨했다.꽉 움켜진 생각들이나 두려움을 놓아 버릴 수 있고,그렇게 자유롭게 풀어놓은 것들이 제 나름의 이야기를 꾸며낼 수 있다고 느꼈다.특히 잠들기 전의 짧은 시간,'의식이 사라지는 것을 의식할수 있는'잠과 깸 사이의 시간을 좋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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