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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는 가출 중
미츠바 쇼고 지음, 양억관 옮김 / 한즈미디어(한스미디어) / 2008년 2월
평점 :
절판
명퇴 당한 아빠가 가출을 했다.퇴직금 약간을 남겨 놓은 채...엄마는 눈치껏 술에 절어 살고,누나는 밤거리를 헤매는지 일찍 들어 법이 없다.집으로 컴백한 형은 갑자기 가장 행세를 하며 잔소리를 해대고,할아버지의 치매는 더 나빠졌다.그래서 술에 취해 지내기엔 너무 어리고,밤놀이에 정신을 팔기엔 돈이 없고,설교를 하기엔 머리가 나쁘고,망령이 들기엔 너무나도 정신이 또렷한 나는 이 사태를 어떻게 받아 들여야 할지 갈피를 못잡고 있다.짜증도 내봤지만 걸로는 이 심난하기 그지없는 사태에 대한 반응으로는 부족하다.그래서 고민끝에 열 넷의 나는 운동장에서 달리는 걸 접어 버리고,혼자 세상을 달리기로 결정을 했다.즉 풀어서 설명하자면 자퇴하기로 했다.그러니 아무도 날 말리지 말란 말이야!!!--<열 네살의 막내 케이.>
제목대로 아빠가 가출=다른 말로 하면 스스로 실종해 버렸다.운동선수였던 14살의 막내 케이는 그나마 잘하던 육상부를 그만두려 하나 아무도 말리지 않자(?)다시 전력 질주 모드로 나선다.17살의 카나는 무책임한 아빠를 생각하기도,대책없이 사는 엄마도 보기 싫어 오뎅 바의 밤 아르바이트를 시작한다.하지만 철없는 중년 남자들에 대한 경멸은 자신을 딸같이 대하는 단골 아저씨들 덕분에 차츰 무너진다.스물 일곱 살의 류는 갑자기 가장이 된 후로 급진지해져 버린다.더군다나 마침 덜컥 직장을 그만 둔 후라 생활비를 어떻게 조달할 지 막막하다.계모인 카오루마저 대책없이 낙관적인 통에 그의 고뇌는 깊어만 간다.마흔 둘의 엄마는 술과 술 해장 사이를 반복하며 눈치껏 살고 있다.복잡한 가족사를 한데 묶는 구심점이 되어야 한다는 점은 잘 알지만,능력이 모자라는걸 어쩌란 말이냐,배 째라는 자세로 살고 있는 엄마,그럼에도 미워할 수 없는 건 우리네와 너무 닮아서가 아닐까 싶다.마지막 73세의 신조,치매로 정신이 오락가락함에도 가끔 정신이 들어 이 가족이 어떻게 될건가 걱정하는 자칭 생선중독자 할아버지다.자신도 입양아였고,아들도 입양아였다.혈연관계는 없다지만,사랑으로 한 세상을 버텨온 베테랑답게,치매 환자임에도 가족의 구심점 역활을 톡톡히 해낸다.물론 자신이 그랬는지 기억을 못하긴 하지만서도...
아빠가 가출했다니,이 가족은 도대체 어떻게 될까?궁금했다.그리고 다 읽고 나서는 훈훈했다.막 나가고,무뚝뚝하고,대책없고,잔소리 심하고,대화 안 통하고,무책임하고,서로를 배려하는 소리라곤 다 귀찮기만 한 가족들,우리네와 별반 다르지 않다.그렇기에 그들이 끝내 엇나가지 않고 가족이란 이름하에 뭉치는 것을 보자니 반가웠다.그래,가족이라면 그래야지,아빠가 가출했다고 다들 막장 인생으로 돌변하면 곤란하지 않는가?아빠의 가출로 인한 아픔을 나름대로 치유하고,아빠가 남긴 빈자리를 가족의 사랑으로 메우려 애를 쓰는 가족들의 모습, 대견했다.재밌고,군더더기 없으며,재치있고,적확한 묘사가 책장을 휙휙 넘어가게 한다.가족들 하나하나의 주장들과 사연들이 공감하기 어렵지 않은데다,대체로 엽기적인 일본 소설과는 차별이 되는 점도 좋았다.일본의 보통 사람들은 이렇게 살지 않을까 생각되던 책,그래서 세계 어디나 사람 사는 모습은 비슷하구나 했다.아빠는 가출중이지만,그래도 가족들의 역사와 희망을 계속된다.쭈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