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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짓말의 진화 - 자기정당화의 심리학
엘리엇 애런슨.캐럴 태브리스 지음, 박웅희 옮김 / 추수밭(청림출판) / 2007년 12월
평점 :
절판
거짓말이라면 질색을 하는 선배가 있었다.화이트 라이조차 (white lie--듣기 좋으라고 하는 무해한 거짓말)정색을 하고 싫어하던 그를 보면서 너무 지나치지 않는가 했던 기억이 난다.그러니까 그건 내가 어리고 순진했던 시절의 이야기다.거짓말에 크게 당해 본 적이 없어서 거짓말의 파괴력이 어느 정도인지 짐작하지 못했던 시절의 이야기,고로 세월이 흐르고 경험이 쌓인 지금 그를 생각하면 오히려 그 혜안에 감탄하게 된다.거짓말은 진화하기 마련이라는 것을 그는 알고 있었던 것이다.이 책이 나오기도 전에...
우리가 소소한 거짓말을 한다는 것은 잊어 버리기로 하자,이 책은 소심한 우리들을 다그치려 쓴 것이 아니다.뻔뻔하기 그지 없는 거짓말을 했던 사람들,남에게 엄청난 피해를 가져오고도 진실이라고 주장하던 사람들을 분석한 것이니까.황우석,신정아,빌 클린턴...특히 마지막까지 왜 예일대에 자신의 학적부가 없는지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을 보이던 신정아씨의 억울해하는 표정은 아직까지 생생하다.내가 호기심을 가진 것은 그들 모두 자신의 거짓말이 진실이라고 확신하는 듯 보인다는 점이었다.물론 들통이 나기 전까지는....이 책에 의하면 그 추측이 맞다고 한다.그리고 그런 현상은 놀라운게 아니라 보편적인 현상이라고 저자는 설명한다.뇌의 구조상,자신처럼 괜찮은 사람이 거짓말을 할 리 없다는 인지구조가 그들의 뇌 속에 거짓말을 진실로 믿게끔 현실을 조작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결국 진실은 사라지고 거짓말에 맞게 기억까지 재구성한다고 하니,알고 보니 우린 우리 자신의 뇌 조차도 긴가민가 헷갈리게 되는 것인지 모르겠다.그렇게 거짓말이 진화해 가는 과정을 분석해 낸 저자는 충고한다.그 진화 과정에 동참하지 말라고...사실 우린 다르지 않다고 말이다.그리고 만약 그 거짓말에 동참하고 있는 자신을 발견하거든 ,되도록 빨리 바로 잡으라고 한다.그것만이 거짓말의 피해를 줄이는 최선의 방책이라면서.거짓말을 가리기 위한 또 다른 거짓말은 악순환을 가져올 뿐이라고 한다.그 누구도 거짓말에서 행복과 조화를 얻지는 못하더라는 관찰도 들려 주면서...
하지만 그런 거짓말의 악순환이야말로 우리 사회 어느 구석에서도 쉽게 목격할 수 있는 현상이 아니겠는가?의사와 환자간,검사와 피의자간,아내와 남편,부모과 자식간,가해자와 피해자사이의 거짓말은 종종 피를 튀기고 되돌릴 수 없는 상처를 남긴다.저자는 악순환의 고리에 참가하는 대신 진실의 선순환을 시작하라고 한다.실수는 저질러 질 수 있지만,바로 잡는다면 그건 실패가 아니라면서...김용철 변호사님이 떠오른다.작년 그의 양심 선언을 보면서 난 우리 사회에 저런 분이 계시다는 사실에 감격했었다.그리고 희망을 보았다.그런 현명한 분들의 행동이 있는 한 보다 깨끗한 사회,보다 투명한 사회로 향해 나아가자는 국민의 합의가 되돌려 지진 않을 거란 생각이 들어서다.우리 모두는 거짓말에 자유롭지 못하다.속이기도 하고,속기도 한다.하지만 그건 그 누구에게도 이득을 남기지 않는다.이 책을 읽고 나면 거짓말의 경제학 역시 깨닫게 될 것이다.고로 합리적이고 실리적인 선택을 하고 싶어하는 영리한 당신 모두에게 추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