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가운 피부 일루저니스트 illusionist 세계의 작가 1
알베르트 산체스 피뇰 지음, 유혜경 옮김 / 들녘 / 2007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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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우리가 증오하는 사람들과 결코 멀리 떨어질 수 없다.그래서 사랑하는 사람들에게도 진정 가까이 다다가지 못한다.>라는 인상적인 문장으로 소설은 시작한다.주인공인 나는 아일랜드의 복잡한 정치 상황에 질린 나머지 인간에게서 떨어져 1년간 홀로 지내야 하는 무인도 기상관에 자원한다.하지만 어렵게 도착한 무인도엔 선임 기상관은 보이지 않고,정신이 나간 듯한 등대지기 바티스 카포 뿐이다.그 섬에 대한 어떤 질문에도 대답할 수 없다는 카포를 무시하고 기상관저에서 첫날밤을 보낸 그는 섬뜩한 괴물들의 습격을 받고 혼비백산한다.다음날 간신히 목숨을 건진 나를 찾아온 카포는 그가 아직도 죽지 않았다는 것에 재밌어 하고,나는 괴물의 정체를 미리 알려 주지 않은 것에 화를 낸다.하나 살아남기 위해선 카포에게 매달려야 한다는걸 모를리 없는 나를 그는 냉정히 외면하는데...

 순식간에 독자를 공포속으로 몰아 넣으면서 재빠르게 전개되던 소설이었다.인간이라고는 달랑 둘 뿐인 무인도,다른 인간이 오려면 1년을 기다려야 하는 절망적인 상황속에서 살아 돌아가기 위해 괴물과 사투를 벌이는 주인공이 어떻게 될지 궁금해서 손에서 놔지질 않았다.독창적인 상상력과 인간에 대한 설득력있는 묘사들은 놀랍고 섬뜩하며,이야기는 정교하고 탄탄했다.공포 소설의 대부격인 스티븐 킹보다 더 낫지 않는가 싶을 정도다.긴장감 넘치고 군더더기 없는 글발의 신선한 상상력,이야기 자체로는 흠을 찾을 수가 없었다.단지 차가운 피부를 가진 괴물들과 싸우다 이해하고 사랑하게 되는 주인공의 모습엔 시껍했지만...새로운 것을 찾는 분들에겐 적당한 책이 아닐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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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원복 교수의 와인의 세계, 세계의 와인 1 - 와인의 세계
이원복 글.그림 / 김영사 / 2007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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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인은 커녕 술 자체가 내겐 기호품이 아니다.그래서 영화 사이드웨이(Sideways,2004)를 보면서 와인에 목숨거는 그들이 무지 부러웠었다.어떤 대상을 좋아하다 보니 즐길 정도가 되는 것,남들은 가지지 못한 세계를 가진 사람은 어쨌거나 대단해 보이지 않는가.하지만 영화를 부럽게 봤건 아니건 간에,아,나도 와인의 맛에 빠져 보고 싶다는 생각은 영화를 보자마자 휘발되고 없었다.결국 남의 세계를 잠시 들여다 본 것에 지나지 않았던 것이다.

그런 면에서 본다면 이 책도 영화와 같은 운명에 처해질 수밖엔 없는 책이다.읽고 나면 휘발해 버려 뭘 읽었는지 기억나지 않는,한마디로 시간 낭비가 될 가능성이 높았다.하지만 쉽게 설명을 해주시니 적어도 골치 아프진 않을거란 생각에 집어 들었다.역시 부담없이 읽을 수 있었다.무엇보다 이 원복님이 와인을 좋아하시는 분이시라 즐기면서 책을 만드신 티가 역력했다.와인을 시음하는 사진마다 웃고 계시는 표정이 다른 사람인줄 알았다니까...뭐,와인에 대해 궁금하신게 있으신 분들은 한가로이 읽기에 좋지 않을까 한다.와인의 역사와 와인 만드는 법,와인을 만드는 포도의 종류,그리고 현재 갑자기 와인이 각광을 받는 이유와 고급으로 치는 프랑스 와인에 비해 신세대 와인이 가격대비 품질이 우수하다는 정보가 수록되어 있다.결국 와인을 즐긴다는 것은 자신만의 취향을 찾아가는 것이라고,편견이나 남의 견해에 의지하지 말고 자신의 생각을 따라가는 것이 진정한 와인 애호가의 자세임을 강조하시면서.사실 그 자신만의 취향을 안다는 것이 말처럼 쉬운게 아니란 것이 문제가 아니겠는가? 와인 초보들이 우왕좌왕하게 되는 것도 그것 때문이고.모르는 것이 다 약이 아니다.모르는 것은 혼란을 초래할 뿐이다.그러니 다소간의 혼란을 줄여보고 싶은 와인 애호가 초보들에겐 적절한 책이 아닐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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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짓말의 진화 - 자기정당화의 심리학
엘리엇 애런슨.캐럴 태브리스 지음, 박웅희 옮김 / 추수밭(청림출판) / 2007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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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짓말이라면 질색을 하는 선배가 있었다.화이트 라이조차 (white lie--듣기 좋으라고 하는 무해한 거짓말)정색을 하고 싫어하던 그를 보면서 너무 지나치지 않는가 했던 기억이 난다.그러니까 그건  내가 어리고 순진했던 시절의 이야기다.거짓말에 크게 당해 본 적이 없어서 거짓말의 파괴력이 어느 정도인지 짐작하지 못했던 시절의 이야기,고로 세월이 흐르고 경험이 쌓인 지금 그를 생각하면 오히려 그 혜안에 감탄하게 된다.거짓말은 진화하기 마련이라는 것을 그는 알고 있었던 것이다.이 책이 나오기도 전에...

 

우리가 소소한 거짓말을 한다는 것은 잊어 버리기로 하자,이 책은 소심한 우리들을 다그치려 쓴 것이 아니다.뻔뻔하기 그지 없는 거짓말을 했던 사람들,남에게 엄청난 피해를 가져오고도 진실이라고 주장하던 사람들을 분석한 것이니까.황우석,신정아,빌 클린턴...특히 마지막까지 왜 예일대에 자신의 학적부가 없는지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을 보이던 신정아씨의 억울해하는 표정은 아직까지 생생하다.내가 호기심을 가진 것은 그들 모두 자신의 거짓말이 진실이라고 확신하는 듯 보인다는 점이었다.물론 들통이 나기 전까지는....이 책에 의하면 그 추측이 맞다고 한다.그리고 그런 현상은 놀라운게 아니라 보편적인 현상이라고 저자는 설명한다.뇌의 구조상,자신처럼 괜찮은 사람이 거짓말을 할 리 없다는 인지구조가 그들의 뇌 속에 거짓말을 진실로 믿게끔 현실을 조작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결국 진실은 사라지고 거짓말에 맞게 기억까지 재구성한다고 하니,알고 보니 우린 우리 자신의 뇌 조차도 긴가민가 헷갈리게 되는 것인지 모르겠다.그렇게 거짓말이 진화해 가는 과정을 분석해 낸 저자는 충고한다.그 진화 과정에 동참하지 말라고...사실 우린 다르지 않다고 말이다.그리고 만약 그 거짓말에 동참하고 있는 자신을 발견하거든 ,되도록 빨리 바로 잡으라고 한다.그것만이 거짓말의 피해를 줄이는 최선의 방책이라면서.거짓말을 가리기 위한 또 다른 거짓말은 악순환을 가져올 뿐이라고 한다.그 누구도 거짓말에서 행복과 조화를 얻지는 못하더라는 관찰도 들려 주면서...

 

하지만 그런 거짓말의 악순환이야말로 우리 사회 어느 구석에서도 쉽게 목격할 수 있는 현상이 아니겠는가?의사와 환자간,검사와 피의자간,아내와 남편,부모과 자식간,가해자와 피해자사이의 거짓말은 종종 피를 튀기고 되돌릴 수 없는 상처를 남긴다.저자는 악순환의 고리에 참가하는 대신 진실의 선순환을 시작하라고 한다.실수는 저질러 질 수 있지만,바로 잡는다면 그건 실패가 아니라면서...김용철 변호사님이 떠오른다.작년 그의 양심 선언을 보면서 난 우리 사회에 저런 분이 계시다는 사실에 감격했었다.그리고 희망을 보았다.그런 현명한 분들의 행동이 있는 한 보다 깨끗한 사회,보다 투명한 사회로 향해 나아가자는 국민의 합의가 되돌려 지진 않을 거란 생각이 들어서다.우리 모두는 거짓말에 자유롭지 못하다.속이기도 하고,속기도 한다.하지만 그건 그 누구에게도 이득을 남기지 않는다.이 책을 읽고 나면 거짓말의 경제학 역시 깨닫게 될 것이다.고로 합리적이고 실리적인 선택을 하고 싶어하는 영리한 당신 모두에게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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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속에 있는 여신들 - 심리여성학
진 시노다 볼린 지음, 조주현.조명덕 옮김 / 또하나의문화 / 200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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맨처음 책의 제목을 보고 든 생각--여신이라고라? 공주라 주장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눈총 받는 마당에 이젠 여신 타령까지 하라고라...였다.그런데 읽고 보니 그것과는 상관이 없었다.단지 그리스 신화속의 여신들의 성향을 바탕으로 여성들을 분석해 놓은 것이니까.그리스 여신들이 우리랑 닮았을거라고 누가 짐작을 했겠는가 만은 놀랄 정도로 닮아 있었다.이 책을 읽으면서 그리스 신화를 만든 사람들이 대단한 작가들이라는 것을 새삼 깨달았다.그들은 인간의 원형들을 어떻게 알아낸 것일까.인간의 투영이라고 보여지는 여신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그들의 상상력과 통찰력에 완죤 기 죽었다.그럼 현대인들을 쉽게도 바보로 만들어 버리는 그리스 신화를 들으면서 여자들의 정체를 밝혀 볼까나?

 이 책은 우선 여자들을 두 군으로 나눈다.일 군엔 처녀 여신들로 아르테미스,아테나,헤스티아.그리고 이 군엔  상처 받기 쉬운 관계지향 여신들에는 헤라,데메테르,페르세포네,아프로디테가 들어간다.선머슴 같은 아르테미스,지헤의 신 아테나,부엌때기신 헤스티아,그리고 조강지처 클럽의 수호신 헤라,어머니의 여신 데메테르,딸의 여신 페르세포네,그리고 미의 여신 아프로디테...개성 강한 여신들의 특징과 취향을 읽다 보니 내 자신이나 내 친구들의 성격들이 착착 분류가 되면서 명확하게 이해되었다.게다가 작가가 서두에 밝혔듯이 우리 안의 여신들의 속성들은 타고난 것이라고 한다.의지로 바꾸어 지는 것이 아닌...그러니 변하지 않을 타인의 성향을 인정함으로써 그들을 이해하는데 드는 어려움을 줄여 보는 것도 좋지 않을까 한다.예를 들면 나 같이 헤스티아 적인 성격이 강한 사람은 헤라나 아프로디테적인 여자들을 잘 이해 못한다.머리로는 가능할 지 모르지만 가슴으로는 안 된다.그리고 그것은 그 반대 역시 마찬가지일 것이고.둘의 다름이 단지 성향 차라는 것을 깨닫지 못하면 서로를 비난하기 쉽상인데 그 싸이클에서 벗어나기 위한 분석서로 그만이었다.고로 자신이나 남을 이해하기 위한 길잡이서로 유용하지 않을까 한다.단지 아쉬운 것은 이 책이 성격을 개조한다거나 인생을 바꾸어 놓는 책은 아니라는 것이다.작가는 책의 분석을 통해 각자의 보다 풍요로운 삶이 가능하다고 설파하지만 읽는 나는 회의적이다.자신의 헛점을 깨달아 보다 나은 삶을 위해 머리를 쓴다면 얼마나 좋겠는가 만은 글쎄...자신이 어떤 여신의 속성을 타고 태어났는가를 아는 것만으로도 만족할 만한 독서가 아닌가 한다.그나 저나 남신의 정체 역시 궁금하단 말이시..다음을 기둘려 주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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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거울
로제 그르니에 지음, 김화영 옮김 / 문학동네 / 200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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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이 버겁기만 한 다섯 사람들의 이야기가 섬세한 필치로 그려진 다섯편의 단편을 모은 것이다.실연 뒤 세상을 등지고 살았던 대필 작가는 우연히 사랑에 빠지지만 남자는 자살한다.한때 잘 나가던 여배우는 젊은 시절 자신을 숭배 했다는 동창생을 만난 잠시 미래를 꿈꾸나 그가 거짓말장이 유부남이었다는 것을 알고는 일상으로 돌아온다.이 남자 저 남자를 거치면서 20여년의 세월을 보낸 금발 여자는 마지막 남은 남자를 찾아 매달리나 그는 그녀를 외면한다.그녀가 남자에게 불행을 가져 오는 것 같다는 말을 남기면서.그리고 우울중에 걸린 아내의 회복을 믿으면서 오늘도 아내를 병원으로 데려다 주는 서글픈 남편등 대체로 희망 없이 살아가는 소시민들의 이야기다.적확하고 군더더기 없는 묘사가 돋보이는 작품이었으나,작중 인물들의 삶들이 너무 비루하니 종래 지루해진다.책을 덮자 마자 기억에서 휘발되는 사람들의 이야기,극적인 이야기가 없다는 것이 장점일 수도 있지만 그것이 또 단점,아무리 설득력있는 이야기라도 와 닿지 않는 이야기라면 쉽게 잊혀지는구나 싶은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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