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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면 그곳은 아름다울지도
야콥 하인 지음, 배수아 옮김 / 영림카디널 / 2007년 4월
평점 :
품절
무거운 마음으로 책을 내려 놓았다.마음에 한톤이나 되는 짐이 얹혀진 듯한 기분이다.어찌 그렇지 않겠는가? 암으로 엄마를 잃은 자식의 애절한 회상과 자살로 딸을 잃은 아버지의 절절한 사랑을 읽고 난 참인데...어쩌면 그곳은(죽음 뒤의 세계) 아름다울지도 모른다며 암으로 투병중이던 작가의 엄마는 다른 환자를 위로한다.그래서 아무도 돌아오지 않는거 아니겠느냐고. 그럴 듯하다.만약 그렇다면 얼마나 좋을까싶기도 하다. 그렇게 멋지고 아름다운 곳이라서 돌아오고 싶지 않는 거라면 우리 산자들도 얼마든지 그리움쯤은 감수할텐데 ...당최 알 수가 없으니 제대로 대처하기가 어려운게 아닐런지.
<나의 첫번째 티셔츠>의 작가 야콥 하인,유쾌하고,엉뚱하며,재밌고,삐딱하면서도,지적인데다 ,진부하지 않은 글을 쓰던 ,점잖은 우디 알렌을 보는 듯 했던 작가였다.그래서 전작과 비슷한 분위기겠지 가벼운 생각으로 집어 들었는데 전혀 아니었다.정색하고 본인의 엄마가 돌아가신 일들을 적어 내려가고 있었기 때문에...게다가 독자를 웃기려고 애를 쓰지도 않고,상처를 회피하거나 아픔을 아름답게 미화하려 하지도 않는다.그저 자신이 겪은 것을 차분하게 써내려 가고 있을 뿐.다른 작가를 보는 듯했다.<첫번째 티셔츠>에서 약간 철딱서니 없어 보이던 아이가 엄마의 죽음을 겪은 뒤 이렇게 성장했구나 싶어 짠했다.우린 그렇게 누군가를 묻어야만 철이 드는가 싶어 죽음이 야속하다.갑자기 철이 들 정도로 커다란 상처가 가슴에 패인다는게 어떤 것인지 알기 때문에...그건 그다지 썩 유쾌한 경험이 절대 아니다.
야콥 하인의 엄마,2차대전때 유대인의 유복자로 태어나 끝내 자신만 알던 할머니 밑에서 자랐음에도 심성 고운 사람으로 커준 사람,평생 동독의 독재 체제안에서 살아온 사람임에도 영혼은 언제나 자유로웠던 사람,장난꾸러기,탁월한 안목을 지녔던 지성인,아들들에게 제대로 된 사랑을 전해 준 멋진 엄마,자식에 관한한 무엇이 옳고 그른지 판단이 명확했던 엄마,그녀의 유머감각,강인함,올곧음,그리고 선함...아들은 엄마가 암으로 죽자 그 모든 것들을 회상한다.그리고 놀란다.죽음이 자신을 그렇게 아프게 할 줄은 몰랐다는 것에...그가 쓴 망모가.애틋하고 애잔하며 인간적이다.사랑하는 가족의 죽음을 겪어본 사람이라면 아마 쉽게 공감하지 않을까 한다.이 작가의 전작 <나의 첫번째 티셔츠>를 읽으면서 다재다능한데다 머리좋고,매력이 넘치는 이 작가를 보면서 몹시 부러웠었다.이런 아들을 길러낸 부모님이 존경스러웠었고...그때의 부러움섞인 질투가 이 책을 보면서 사라지는 느낌이다.대단한 재능을 타고 태어난 사람임에도 거만하지 않던 겸손함이 어디서 나왔는지 짐작이 된다.결국,거만이란 사랑의 부재의 다른 말에 지나지 않을지도 모른다.사랑깊은 아이로 아들을 키워 낸 야콥 하인의 어머니에게 박수를 보내면서...아마 본인이 더 잘 알고 있었을테지만서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