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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메리칸 버티고
베르나르 앙리 레비 지음, 김병욱 옮김 / 황금부엉이 / 2006년 12월
평점 :
구판절판
<미국의 민주주의>란 책은 19세기 프랑스의 사상가 토크빌이 당시 미국 전역을 여행하고 느낀 것들을 쓴 것이다.프랑스의 철학자요 현재 잘나가는 작가인 레비가 그 토크빌의 발자취를 따라서 9.11사태 이후의 미국을 돌아 보겠다는 생각은 처음엔 진부하게 들렸다.하지만 다행스럽게도 내용은 전혀 진부한것과는 거리가 멀었다.오히려 그의 날카로운 시선과 명민함,그리고 내재된 휴머니즘이 선배의 명성에 버금가는 수작을 만드는 것을 보고는 바로 꼬리를 내렸다.
1년간의 대륙 횡단,유명 작가답게 그는 뜨내기처럼 발길 닫는 대로 가지 않는다.에이전트가 미리 계획을 세워서 스케줄대로 움직인 것.그래서 일반인이 접근하지 못하는 곳들과 감히 만나지 못하는 사람들에 대한 취재가 가능했다.논란이 있는 곳(관타나모 교도소,카트리나가 강타한 후의 마이애미,LA의 빈민가,라스베가스의 사창가등등), 미국의 갖가지 풍광을 바라보면서,(매력적인 서배너,버려진 도시들,시애틀,로스앤젤레스,시카고,샌디에고등등..),유명인사들도 만나고(우디 앨런,샤론 스톤,워런 비티,흑인 클린톤이라고 이름 붙인 오마바,짐 해리스,조지 소로스까지...)우파와 좌파에 대한 심층적인 분석에다,미국의 정신나간 듯 보이는 기독교 열풍의 진원지까지,그는 두루두루 들쑤시고 다니면서 매 같은 정확한 눈으로 꿰뚫고 있었다.마치 안 그랬다간 선배 토크빌에게 누가 될거라 생각하는 듯,강박적으로...
9.11테러 후의 미국,독재국가를 좌시해선 안된다고 이라크와 전쟁을 벌이면서도 자국의 빈민들은 나 몰라라 하는 미국의 현주소를 이렇게 적나라하게 보여 주는 작가는 못 봤다.생생한 저널리즘과 철학자다운 통찰력,그리고 엄청나게 해박한 지식들,읽으면서 내가 미국에 대해 막연히 느끼던 것들을 명쾌하고 쉽게 설명해 내는 것을 보고 얼마나 통쾌하던지 ...미국을 생각할 때 우리가 느끼는 모든 것들이 다 정리되어 있다.사고의 깊이나 통찰력,주제의 다양성,민감한 주제를 다루는 우아한 자세, 모순되어 보이는 것들의 이면을 파헤치려는 편견없는 호기심.재밌고 유익한 책이다.참고로 미국인들의 이 책을 어떻게 볼까 궁금해서 아마존을 들여다 봤더니 평이 별로 안 좋은걸 보고선 웃었다.하긴,자신의 치부를 남이 까발려 주는데 기분 좋을 사람이 어디 있겠는가 만은.기이하면서 청교도적이고 정신 나간 듯 보이면서도 합리적이고 교활하면서 박애적이기도 한 미국의 모든 것,<미국에 관해 쓰인 최고의 책>이라는 찬사가 그리 무색하지만은 않다.뭐, 최고라는 말은 좀 과장일지 모르지만,이 정도의 책을 거의 못 본 것은 사실이니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