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n the Road (Paperback)
잭 케루악 지음 / Penguin Group USA / 1976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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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트 제너레이션을 대표하는 작가로 추앙받는 잭 케루액의 대표작이다.그가 40년대 말,미국 전역을 여행하면서 겪었던 일들을 지극히 냉정하고 초연한 필체로 서술한 자전적 소설.너무 유명해서 안 들여다 볼 수가 없었다.보는 책마다 그의 이름과 책이 언급 되어 있으니 안 읽고 배길 재간이 있나? 어쨌거나 보긴 봤는데...내 기대완 거리가 멀어서 좀 실망스러웠다.뭐야 뭐야?내가 뭔가를 놓친것일까?켕기는 심정이다. 

 이혼을 하고 난 뒤 정처없이 살고 있는 살 파라다이즈(sal paradise)는 여행하기에 완벽한 친구 딘을 만나게 된다.떠나 보라는 주위의 권고와 세상을 둘러 보고 싶다는 꿈,그리고 목표 없이 살고 있던 삶에서 벗어 나고 싶었던 살은 딘과 함께 미국 횡단에 나선다.1940년대 말,히치 하이킹이 보편화 되어 있던 시절에 길거리에서 차를 얻어 타고,돈을 꾸어 버스를 타고,걸으면서 꾸준히 나아간 여정들이 마치 일기처럼 그려지고 있었다.

 하지만 살(sal)이 여행을 하면서 단지 경치만 감상한 것은 아니다.오히려 그런 부분은 적다.기행문에 흔히 등장하는 지나치는 사람들에 대한 묘사 역시 거의 전무하다.그보단 가는 도시마다 만나는 친구들의 기행들이 책의 대부분을 메우고 있었다.마약에,술에,재즈에,섹스에,여자에,파티에 절어 사는 친구들.마치 어른이 되어서도 책임 지지 않고 자기 하고싶은 대로 살아도 된다는 것을 알고는 신이 난 악동들처럼 그들은 그렇게 살고 있었다.이 책이 나온 것이 50년대 말이라는 것을 감안하면 이 책이 준 충격이 엄청났을거라는 생각이 든다.보수적이고,기독교적이며,섹스나 마약,술에 절어 사는 것을 금기시 하는 미국의 사회적 분위기 속에서 이 책이 어떻게 받아들여 졌을지 짐작이 되지 않는가? 자기 하고 싶은 대로 하고 살아도 여전히 멀쩡하더라는,게다가 여행이 주는 자유로움을 만끽하며 산다는 로망,새로운 신세계를 제시해준 책처럼 여겨졌을 것이다.특이 이 책의 나레이터인 살이 영웅처럼 받들던 딘,그의 행적을 보면 가관이다.만나는 여자마다 임신을 시키고,결혼을 하기 위해 이혼을 해대는 남자,여자를 험하게 다루는 남자,술이 만취해서 110킬로로 운전하는 남자,이 세상에 자신이 못할 것은 없다는 듯 가는 곳마다 규율을 어겨대는 남자,그리고 불리해지면 친구고 아내고 아이들이고 그냥 버리고 가는 남자,극단적으로 넘치는 에너지를 차를 사서는 여행을 하는 것으로 해결하는 남자,아무 것에도 신경 쓰지 않는 그의 성격에 살(Sal)은 cool하다고 생각하면서 언제나 그를 두둔한다.물론 딘의 개성이 독특하긴 했다.한데 문제는 그의 친구들이 한결같이 그 모양이니 종래는 지루해진다는 것이다.책의 중반을 넘어가면 도시의 이름이 바뀔 때마다 그들이 어떤 행동을 하게 될지가 저절로 그려진다.친구를 불러내고,여자를 꼬시고,돈을 꾸고,음식을 구걸하고,누군가를 열받게 하고,그러다가 또 길을 떠나고...아, 읽는 사람은 지겹던데,반복하는 당사자들은 지겨워 하지 않는다는게 참 이상했다.

 글 하난 똑소리 나게 잘 쓰는 사람이었다.적확하기 그지없는 간결한 묘사,기자가 되었어도 탁월했을 것 같다.하긴 기자를 하기엔 너무 게으르고 윤리의식도 희박했으니,작가가 딱이긴 했지만서도. 기행처럼 자신의 글솜씨를 자랑했다는 잭 캐루액,자신의 탁월한 글만큼이나 다른 이의 글을 보는 안목도 있었던 재능있던 남자,그는 47의 나이에 알콜중독으로 죽었다고 한다.이렇게 살고도 그렇게 오래 살았다는 것이 놀라울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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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오리와 들오리의 코인로커
이사카 고타로 지음, 인단비 옮김 / 황매(푸른바람) / 2007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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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점 습격 사건>

책을 좋아해서 인지 서점을 습격해보자는 제안을 살아오면서 몇 번 받은 적이 있다.나만 좋다면 함께 할 의향이 있다면서...커다란 카트에 책을 있는대로 쓸어 담고는 영화에서처럼 정신없이 뛰다가 차 뒤 트렁크에 다다닥 던져 넣고는 도망가면 된다는 구체적인 제안은 얼마나 황홀하게 들려왔던가.잠시 몽상에 잠기기도 했었다.그런데 문제는 내가 책을 좋아할 뿐 허기 진 적이 없는 사람이라는 것이다. 그래서 그 제안들은 늘 기막힌 제안이라면서 킥킥대며 웃는 것도 끝이 나곤 했었다.그랬기에 책을 열자마자 서점을 습격하는 장면이 나오는 순간 허를 찔린 듯한 기분이 들더라는 건 이해가 가실 것이다.앗! 내가 주저하는 사이 누가 서점을 습격했단 말이지.그래,그리고 어떻게 되었을까? 궁금증에 귀가 쫑끗해 졌다.

 

<애완동물 살해범을 잡아라!>

잘생긴 얼굴을 무기로 섹스의 다다익선의 구현하고자 하는 가와사키,윤회를 믿는 부탄에서 온 도르지,펫삽 점원 고토미,인형같은 미모를 가진 펫삽 주인 레이코들의 사연이  2년의 시차를 두고 어리버리 대학생 시나가 마지막에 합류함으로써 끝을 맺게 되는 소설이다.2년 전 애완동물 살해범이 동네를 활보하자 사람들은 그들의 잔학성에 학을 떼면서 잡으려 하나 쉽게 단서가 잡히지 않는다.그 와중에 애완동물 점원인 고토미는 우연히 만난 삼인조가 애완동물 살해단이라는 심증을 굳히고는 복수심에 불타는데...

 

<집오리와 들오리를 구별하는 방법>

일본말이 어눌해서 은근히 왕따당하는 부탄인 도르지는 멋지게 생긴 가와사키가 자신의 일본어 선생을 자원하자 반갑기 그지없다.죽기 아님 살기로 일본어를 배우라는 가와사키의 말에 녹음기까지 준비하고는 선생이 남겨준 말 하나하나를 열심히 복습하는데...

 

부대끼며 살아가는 타인끼리 서로에게 영향을 미치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지만 특히나 긍정적인 영향들,서로를 이해하고 아끼고 보살펴주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보는 것은 언제나 기분 좋은 일이다.다섯 명의 사람들,서로에겐 타인일 뿐인 사람들이 서로를 걱정하고 염려하고 생각해주는 마음들이  책 속의 비극적인 사건에도 불구하고 따스하게 느껴지던,미소를 짓고 보게 되던 소설이었다.집오리와 들오리를 구별하는 방법을 알고 싶다면 한번 이 책을 보는 것도 좋지 않을까 한다.재밌고 잘 짜여진 소설이다.유치하지도 않고,잘 모르는 것을 억지로 써낸 듯한 느낌도 없다.번역본이라 일본인 어투가 남아 있는 것이 가끔 눈에 거슬리긴 했지만 무시해도 좋은 정도의 흠이다.일본소설을 좋아하지 않는 나였지만 이 책은 간만에 맘에 들었다.하긴 서점을 습격하는 로망이 실현되는 소설을 만났으니 어찌 내 마음에 안 들리있겠는가 만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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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면의 생
에밀 아자르 지음, 김남주 옮김 / 마음산책 / 2007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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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맹가리에 대한 모든 전설은 잊어 버리기로 하자.그가 무려 40년동안 쓴 것이라고 선전하는 것은 무시하자.청춘과 장년을 거쳐 예순살이 넘어 완성되었다는 문구에 현혹되진 말아줬음 싶다."자기 앞의 생"이나 "새들은 페루에 가서 죽다""유럽의 교육"을 읽은 사람들이 애잔한 심정으로 이 책을 드는 일은 없기를 바랄 뿐이다.왜냐면 난 그 모든 과정에서 탈락한 결과 이 책을 보았기 때문이다.그리고 실망했다.대가의 작품 중에서도 실패가 있다는것은 알지만 이건 좀 심했다.얼치기 신인도 아닌 작가가 이런 책을 써내다니...그의 조울증 편차 만큼이나 다른 책들과 간극이 컸다.이런 횡설수설을 왜 출간한 것일까.세상에 대한,독자에 대한 조롱밖엔 안 되는 이런 글을 왜 ?자신이 얼마나 대단한 작가였는지 세상에 선포하고 싶어서? 안타까웠다.그가 자살한 것은 이해하지만,그의 정신마저 오락가락했다고는 생각하고 싶지 않았으니까.자신에 대한 통제력을 상실한 듯 보이는 그의 글들,읽는 것마저 고역이었다.

광기를 없애기 위해 글을 써야 하는 나,문학을 위해 자신이 희생한 댓가가 엄청나다고 불평중이다.그의 재능을 이용하려는 삼촌은 그가 글을 쓰게 하기 위해 정신병원에 그를 가두고,나가고 싶으면 글을 쓰라고 한다.마침내 책이 나오자 사람들은 그의 존재가 실재하는 것인지를 의심하고,그 역시 자신의 존재를 의심하게 된다.과연 그가 쓴 글은 자신이 쓴 것인가?아니면 재능이 말라버린 그의 삼촌이 쓴 것일까?<자기 앞의 생>을 썼을 당시의 논란과 혼란을 로맹가리 자신은 어떻게 받아 들였는가가 그대로 투영된 책이었다.

 제 정신이 아닌 듯 느껴지는 횡설수설,익명으로 남기를 원하는  결벽증은 익명에 저항하는 그의 속물근성에 부딪혀 늘 좌절되고,자신이 근친상간의 결과물은 아닌가 하는 의문,아버지를 모른다는 불안감,자신의 뿌리에 대한 집착과 미련, 착하고 성스러운 엄마의 과거를 의심해야 하는 괴로움,부정의에 대한 절망,광기의 고통,그 모든 것을 이겨 내고 살아간다는 것의 중압감,그를 혼란스럽게 하던 모든 것들이 한 테이블 위에 올려져 있었다.전혀 정제되지도,통제되지도,여과되지도 않은 채...그가 우리에게 보여준 것들이 앞면이었다면 이 책은 그의 뒷면을 보여준다.그리고 그 뒷면은 좀 정신사나웠다.말년의 그의 정신세계가 심난했다는걸 제대로 확인할 수 있는 책이었으니...책이 좋다해도 작가의 인간성이 좋다는걸 보장하는건 아니라고 그가 말한다.물론이다.책만 가지고 인간성을 짐작할 수는 없다.하지만 적어도 작가의 정신상태 정도는 짐작할 수 있는게 아닌가 한다.혼란스러운 글이었다.작가의 허물어가는 정신을 눈앞에서 보는 듯해서 적잖이 당황스럽고 난처했다.읽지 않았다면 더 좋았을거란 생각을 하며 내려 놓았다.빨리 머리에서 휘발되길 기도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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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 전달자 블루픽션 (비룡소 청소년 문학선) 20
로이스 로리 지음, 장은수 옮김 / 비룡소 / 2007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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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의 어느 마을,모든 것이 똑같이 통제되고 있다.인간의 피부색과 머리 색의 기억은 한가지로 통일되고,아기는 신청에 의해 분양된다.노인, 장애인, 쌍둥이등 부적합판정을 받으면 그 즉시 제거되며,행복도,사랑도,미움도,증오도,공포,고통이란 감정은 진즉에 삭제되어 때때로 점검받는다.성욕마저 두통처럼 약으로 통제되는 마을, 12살이 되어 미래의 직업을 지정받게 된 조너스는 기억 전달자로 지정을 받자 흥분한다.마을의 미래를 이끌어 가야 하는 자리라는 말에 그는 중압감을 느끼는데...

 

우리가 지금처럼 지지고 볶고 사는게 훨씬 낫다는걸 알기 위해 300페이지를 읽어야 할 필요는 없는게 아닐까.어차피 우린 이렇게 살 수 밖엔 없으니 말이다.아무리 SF작품이라고 해도 어느 정도는 그럴 듯 해야지 말야,감정도,색깔도,본능도,거울마저도 아예 없앴다는 마을이라니...(이 책이 청소년용이란걸 감안하시길)내용에 전혀 흥미가 가지 않던 가운데 표지 모델을 어디서 구했는지가 정작 궁금하던 책,이 책의 일등공신이 아닐까 싶다.딱 뭔가 있어 보이는 얼굴 아닌가? 책도 그렇다고 나처럼 오해하진 마시길 바라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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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는 정말 별나, 특히 루퍼스는...
도리스 레싱 지음, 설순봉 옮김 / 예문 / 1998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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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가 평생 길러온 고양이들에 대한 보고서다.마치 인간을 관찰하듯 고양이를 예리하고 세심하기 관찰하던 그녀,우리 인간과 고양이란 동물이 차이가 별로 없다는 결론에 도달한다.어쩜 내 착각일 지도 모른다는 뉘앙스를 달아서...동물을 기르면서 생긴 사건들에 대해 우리가 섣불리 뭐라 단정하기 어려운 것은 동물은 말을 못하기에 우리가 제대로 이해한 것인지를 확인할 길이 없다는 것이다.그래서 '내가 느끼긴 그랬다',로 말을 마무리 지으면서도 내내 찜찜해 하게  된다.설명하기 곤란하거나 ,설명 가능하다 해도 남이 믿어 주지 않을 거란 생각이 들거나,내 자신조차 그것이 맞는 것인지 확신할 수 없다는 난처함 때문에.그래서 그런 책들은 종종 "나는..."이라는 주관적 단어를 확실히 달아서 네가 믿거나 말거나로 끝을 맺게 되는게 아닌가 한다.이 책도 그랬다.

 도리스 레싱이 들려주는 고양이들의 이야기들은 인간만큼이나 개성이 다양했다.모성이 전혀 없는 동네 마담 격 고양이,주인의 홀대를 못참곤 가출해서 들고양이가 되었다가 태풍으로 자신의 새끼들이 위험에 처하자 도움을 구하기 위해 자존심을 버리고 전 주인에게 달려온 고양이,학대받은 과거로 인해 아무리 잘해줘도 끝내 의심을 버리지 못했다던 루퍼스,몸집은 작아도 모성만큼은 강해 침입자를 향해 몸을 날렸다던 검정 고양이 등등...세밀한 관찰력과 설득력 있는 묘사,그리고 품격있는 문장들은 레싱이 뭘 써도 제대로 쓴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그리고 바로 그 그것이 이 책에선 문제였다.재미있게 썼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만은,고양이 문학세계의 노벨상이라도 타실 작정이신가,너무 진지하고 무겁다.돌 안 달아도 그냥 물 속에 가라앉을 것 같다.고양이가 인간과 별로 다르지 않다는 통찰을 얻기 위해 지루함까지 견뎌내야 하는 줄은 몰랐다.어쨌거나 고양이는 고양이일 뿐이지 않은가.고양이에 대해 알고 싶으신 분들은 차라리 노튼 시리즈를 읽으시라고 권한다.적어도 고문은 안 당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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