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원수필 범우 한국 문예 신서 1
김용준 지음 / 범우사 / 200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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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의 근원을 보여준다는 의미에서 <근원 수필>인 줄 알았더니 작가의 호가 "근원"이라고 한다.아하!

1948년에 묶여져 나온 수필이다.선비의 성품이 짙게 배이신 작가가 자신은 수필을 쓰기엔 덜 살았는데도, 하고 싶은 말들이 넘쳐 나는 바람에 썼더니만 이 책이 됐다고 수줍어 하신다.요즘처럼  홍수처럼 쏟아져 나오는 너도나도 수필집을 보셨더라면 얼마나 혀를 차셨을지 안봐도 훤하다.속이 부글부글 끓어 올라서 수필에 대한 모독이란 글을 휘갈기시지 않으셨을지...

 넘치지도 모자라지도 않는 균형감각과 단백함이 있는 글들은 올곧고 단아했으며 한적했다.치열함을 걸러 낸 글들은 욕심 없어 보인다.그림을 그리시는 분이셔서 그런지 선조 화가들의 삶과 예술에 대한 글들이 많은 것도 눈에 뜨였고.예술을 위한 삶을 살았던 선배들을 흠모해 가난해도 마음은 풍요롭게 살려 하신 분,옛 것의 탁월함을 알아보는 안목을 지니셨던 분의 품격이 배여 있는 수필집이었다.좋은 글은 좋은 성품에서 나온다고 한다면 이 책은 바로 그 증거라고 할만하다.하지만 시대에 뒤쳐지는 느낌이 드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유익했다거나 재밌지도 않았으며,공감되는 면도 없었고.결국 맘에 와 닿지 않았다는 말이니,오래동안 뇌리에 붙들어 둘만한 문장이길 내심 기대했으나 책장을 덮자마자 휘발하는 걸 바라보자니 안타까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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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스케치 장 자끄 상뻬의 그림 이야기 4
장 자크 상뻬 지음 / 열린책들 / 2007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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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꼬마 니꼴라>의 삽화가 장 자끄 상페의 뉴욕,파리에 이어 프랑스를 그린 그림집이다.프랑스의 소박한 시골 정경과 생활상이 그의 욕심 없어 뵈는 특유의 데생을 통해 선보이고 있다.우산을 쓰고 뚜르드 자전거 경주를 구경하는 사람들,바쁠 것 하나없는 시골의 풍경들,북적이는 해변가의 수많은 사람들,방파제 뚝에 앉아 고독을 씹고 있는 소년,폭풍우 치는 바다를 구경하는 여행객,꼬맹이들을 데리고 계곡에 소풍 온 신부의 심난해 보이는 모습,결혼식,장례식,밴드의 모임,기다리는 사람들,지나가는 기차에게 손을 흔들어 주기 위해 달려온 소년,마담 보바리를 읽는 암닭,식당에 와서 뭐가 맛있을까 컨닝을 하고 있는 손님등...상빼의 날카롭고 다정한 눈에 포착된 프랑스 인들의 생활상,자세히 들여다 보고 있으면 미소를 짓게 된다.비오는 날의 풍경을 이 사람처럼 설득력있게 그리는 작가가 있을까.비,우산,자전거,술,사람들,사랑하는 사람들,거만하거나 ,웃고 있거나,뚱하거나,어디론가 달려가는 사람들의 소박한 이야기,단 한마디의 말도 들어 있지 않지만,상상하게 하고 짐작하게 하던 게 인상적이다.이 복잡한 세상에  다시 보게 될 것 같진 않지만 한번은 볼만 했던 한적한 그림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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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나긴 이별 레이먼드 챈들러 선집 6
레이먼드 챈들러 지음, 박현주 옮김 / 북하우스 / 200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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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에게 안녕을 고하는 일은 언제나 힘든 일이다.그것이 마지막 인사라는 것을 알고 있을 때는 더군다나 더...

 사립탐정 필립 마로는 우연히 테리 레녹스라는 사람을 만나 그와 친구가 된다.매력적인 인간성을 지닌 테리는 부잣집 딸과 결혼을 해 돈 걱정 없이 사는 사람,하나 그의 아내는 끊임없이 바람을 피는 색녀였다.그의 처지를 알게 된 마로는 그가 왜 그런 삶을 택해 살고 있는지 의아해 한다.그러던 어느날,초췌해진 테리가 나타나서는 자신을 멕시코로 도피시켜 달라고 부탁을 한다.그의 아내 실비아가 머리가 짓 이겨진 채 살해 된 것,테리의 무죄를 직감한 마로는 아무 것도 묻지 않고 도피시키나 후에 그가 범행을 자백하는 유서를 남기고 자살했다는 소식이 들려오자 괴로워한다.사건이 일단락 되었다고 생각할 즈음,실종된 알콜중독 남편을 찾아 달라며 꿈의 미모를 지닌 여인 아이린이 찾아 오는데...

 심오하면서도 완벽했다.두뇌회전 빠르고,냉소적이지만,인간적인 매력이 철철 넘치는 탐정 필립 마로의 개성은 이야기를 통통 튀게 만들고 있었고,사건을 만들어 가는 사람들 면면들 모두 흥미진진했다.남자다운 기백이 넘치는 테리와의 흔들리지 않는 우정을 기본 축으로 해서,우정을 위해 맞고,유치장에 갇히면서도 친구의 결백을 증명하기 위해 불철주야 머리를 굴리는 마로의 인간미와 테리에게 과거의 빚을 갚기 위해 물심양면으로 애를 쓰는 깡패들, 돈이 너무 많아 삶을 엉망으로 만들어 버리는 여인네들,미모를 무기로 여러 사람의 삶을 죽음으로 내모는 팜므파탈 아이린,냉정한 여인과의 사랑없는 결혼을 유지하다 살해되는 베스트셀러 작가 웨이드,그리고 그를 충성스럽게 지키는 수상한 하인,그리고 멍청한 듯 느물대지만 일이 돌아가는 것에 빠삭한 경찰등 개성이 넘치는 등장인물들이 이야기를 살아 있게 만들고 있었다.전혀 관련이 없어 보이는 사건들의 연관성을 찾아가는 탐정 미로의 추리력 또한 읽는 즐거움을 배가시킨다.게다가 작가가 사회를 통찰하는 면도 한낱 추리 소설에서 기대하기 힘든 깊이가 있었으니,추리 소설의 수작이라는 말이 어색하지 않던 작품이었다.영화화도 되었는데,줄거리에 약간 차이가 있다.영화도 수작이었지만,개인적으로는 책이 더 낫지 않는가 한다.주인공 마로 탐정의 매력을 살리는 데는 성공했지만 작가의 깊이 있고 다양한 성찰이 영화에선 빠져 있었기 때문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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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가렛타운
가브리엘 제빈 지음, 서현정 옮김 / 북폴리오 / 2007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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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와 여자가 만나 사랑에 빠지고 결혼을 해서 아이를 낳고 산다는 지극히 평범한 소재엔 굉장히 많은 변주가 가능하다.그 변주곡을 어떻게 설득력있게 그려내는가를 소설의 성공잣대중 하나로 보자면 이 책은 참담하게 실패한 소설로 분류되어야 할 것이다.왠지 뭔가 있어 보이는 제목과 표지에 반색을 하고 집어 들었다가 씁쓸한 마음으로 책을 내려 놓았다.누가 이거 좋다고 했더라? 탐정 필립 말로의 흉내를 내면서 추리를 해봤다.기억이 안 난다.하긴 기억이 나면 어쩌겠는가? 가서 멱살 잡고 흔들것도 아닌데.

 매기,마가렛,메그,메이,멕.그레타...마가렛 타운이란 여자의 별명이다.마가렛이란 흔한 이름때문에 가는 곳마다 이름이 바뀌는 것에 불만인 여자와 사랑에 빠져 제인이란 딸을 낳은 남자 N이 들려주는 그들의 사랑 이야기.자신이 저주를 받았다고 생각하는 마가렛,알고보니 그녀의 분신들이 그녀를 따라 다니고 있었다.일흔살의 마가렛,중년의 마지,스물 다섯의 매기,열일곱의 미아,일곱살의 메이등...매기와 결혼한 N은 그 모든 마가렛들이 수시로 바뀌여서 나타난다는 사실에 당황한다.하지만 결혼이란 참는 것이라면서 참을 인자를 되뇌이는데...

 우울증에 걸린 여자와 결혼한 남자의 비애(?)를 다룬 책이라고 해야 할까? 두 남녀가 결혼을 하고 바람을 피다 이혼을 했는데,우연히 딸은 생겨서 그 딸에게 자신의 로맨스사를 들려 준다는...사랑을 지켜 낸다는 것은 생각보다 어렵고 힘들며,결혼 생활은 쉽지 않았지만 자신들은 그럭저럭 버텨 냈단걸  딸에게 들려 주고 있었다.아직은 덜 익는 작가의 머리속에서 나온 생각들이라 유치하고 횡설수헐했다.작가는 사랑도,결혼에 대해서도,아이에 대해서도,인생에 대해서도 아직 배워야 할 것이 많아 보인다.연륜이 짧은 작가에게 그나마 독자가 기댈 수 있는 것이 상상력이나 관찰력,천재성,번득이는 재치나 통통뛰는 생명력이라면 작가에겐 그 모든 것이 전무했다.그러니 대강 견적이 나오실 거라 생각된다.<사랑의 신비에 관한 감동적이고 놀라운 작품>이라고 표지에 써있던데...제발,사랑을 모욕하지 말아 줬음 좋겠다.책을 팔아 먹는데 사랑을 들먹이는 것만큼 편리한 티켓이 없다는 것은 알지만,때론 짜증이 난단 말이지.잘 알지도 못하겠거들랑 그냥 입 다물고 있는건 어떻겠는가?건의 하는 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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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섯째 아이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27
도리스 레싱 지음, 정덕애 옮김 / 민음사 / 199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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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로 집을 꽉꽉 채우면 행복이 저절로 찾아 올거라 믿은 부부가 있다.그들은 호텔같은 집을 사서 아이들을 줄줄이 낳고,친척들을 불러 모아 자신의 행복을 과시한다.고립되고 불행한 현대인들과는 달리 북적이는 사람들 속에서 행복하기만 한 그들은 자신들에게 한 치의 허영이나 허상, 위선이 없다고 자신한다.하지만 진실은 그들이 철저히 속물이라는 것이다.기를 능력이 없음에도 일이 잘못 되어갈 때마다 아이의 숫자를 늘리는 것으로 위기를 모면하려는 그들,아이들이 무슨 행운의 복권도 아니고 ,로또를 하듯 아이들을 뽑아선 안되지 않는가?하지만 그들은 다른 사람들이 자신처럼 살지 못하는 것을 안스러워 하면서 자신의 생활방식이 옳다는 것을 믿어 의심치 않는다.그래서 친척들이 자신을 무책임하고 이기적이라고 비웃고 손가락질 할때도 코웃음 칠 수 있었다.그렇게 그들은 사랑할 수도,행복할 수도,웃을 수도,다른 이에게 자신의 아이들 양육을  떠 넘길 수도,남을 비난 할 수도,심지어는 행복한 척 할 수도 있었다.다섯째 아이가 그들의 정체를 폭로하기 전까지는...

 
읽으면서 소름이 돋았다.왜냐면 이 소설 속에 나오는 주인공들과 똑닮은 부부를 개인적으로 알기 때문이다.아들만 낳으면 행복해 질거라 믿던 그 부부는 줄줄이 아이를 낳았는데,그 부부에 대한 주변사람들의 시선이 바로 이 책에 나오는 사람들과 똑같았기에 읽으면서 작가의 통찰력에 감탄할 뿐이었다.아이들로 집안을 채우는 것이 행복의 지름길이라는 신화는 부모가 감당할 있는 정도를 의미한다.그 이상은 비정상적인 것이다.무엇보다 아이들의 행복이 아닌 부모의 행복을 위해 아이들을 수집하듯 모으는 것은 심하게 보면 아동학대다.그걸 집어내는 작가의 통찰력이 놀라웠다.그리고 영국이라는 곳(서양)과 한국이라는 곳(동양)의 다름에도 불구하고 무책임한 사람들에 대한 반응이 똑같다는 것도.문제의 핵심을 잘 파악한 주제의식과 인물의 개연성이 압권! 실재하는 사람을 보는 듯 적확하기 그지없었다.묘사는 군더더기 없으며,딱 그에 해당하는 말만 하고 넘어간다.넘치지도 않고,그렇다고 부족하지 않는 상황의 개연성과 설득력 있는 장면 전환엔 혀를 내둘렀고...노벨상을 탈 만했다.그녀의 책을 처음 읽는 나로써는 뒤늦게 박수를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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