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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9호 품목의 경매 ㅣ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147
토머스 핀천 지음, 김성곤 옮김 / 민음사 / 2007년 6월
평점 :
타파웨어 모임에 참석하고 돌아온 가정주부 에티파는 자신이 옛애인 피어스의 유산 관리인으로 지정이 되었다는 소식에 의아해 한다.아는게 없는데 하면서도 맡겨진 일이니 해 보자며 도시 전체가 피어스의 재산이라는 샌나르시소로 향하는 그녀.좋게 말하면 순진하고 험악하게 말하면 이분법적 사고에 전혀 불만이 없는 단순하고 속물적이며 따분한 삶의 주인공이었던 에티파는 그곳에서 자신이 상상도 하지 못했던 인간들과 상황들과 맞닺뜨리면서 점차 자신이 몸 담았던 세상이 전부가 아닐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충격속에 웅크리고만 있지 않는 당찬 그녀는 약음기가 달린 나팔기호를 단서로,<전령의 비극>이라는 연극에서 얻은 실마리들에 매달려 진실을 찾아 여기저기 들쑤시고 다닌다.그러다 자신이 눈치채지 못했을 뿐 늘 주변엔 다른 지하 세계가 엄연히 존재해 왔다는 결론에 도달하는데...그 사이 그녀 주위의 남자들은 자의든 타의든 하나둘씩 모두 떠나가 버려 그녀는 홀로 남겨진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진실을 알게 됐지만 난생 처음 혼자가 된 그녀,과연 그녀의 다음 행보는 어떻게 전개 될 것인가?
진실을 알기 위해 끊임없이 움직이는 주인공을 보고 있자니 적잖이 정신 사납던,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의 어른판처럼 보이는 책이었다.세간의 평가대로 수작이었다.작가의 넘치는 상상력은 다음에 어떤 일이 벌어질 것인가에 대한 평범한 독자의 추측을 가벼이 뛰어 넘고,창작해 낸 세상과 작중인물과 소품들은 얼마나 그럴 듯하고 생생하게 그려내던지 실재한다고 깜박 속을 정도며,마무리 역시 마감질이 완벽했다.순진하고 경계심이 강한 가정주부가 유산관리인이 되면서 바깥 세상이 어떻다는 것을 비로서 깨닫게 된다는,자신의 세계를 허물면서 또 다른 세계를 인정하던 여주인공의 유연함이 돋보이던 작품이였다.개인적으로는 호기심때문인지,아님 자신의 나이브함에 대한 충격이 커서인지 모르겠지만, 단서를 찾아 줄기차게 여기저기 찌르고 다니는 주인공의 모습이 맘에 들었다.열심히 다리품을 팔고, 용기를 내고,절망스런 일에도 좌절하고만 있지 않으며 ,상황에 신속하게 머리를 굴리고 반응하던 주인공의 모습은 귀엽고 대견 했으니...깨달음을 얻기 까지의 과정은 언제나 험난하고 피곤한 것이 아니겠는가.그래서 끈질기게 단서를 쫓아 가는 그녀가 자각을 얻고 난뒤 이젠 다음에 무엇이 올까 차분하고 의연하게 기다리는 마지막 모습을 보면서 안도감이 드는 것인지도 모르겠다.길을 잃지 않고 제대로 집을 찾아온 아이를 보는 듯한 그런 심정이었다고나 할까.
종횡무진하는 상상력과 안전한 새장속의 세상이 아니라 진짜 사람들이 살고 있는 세상의 다양함을 보여 주며 ,당신이 옳다고 믿고 있는 것들이 정말로 진실인지 어떻게 확신하느냐고 질문을 던지던 책.작가는 새롭다 할 만큼 익숙하지 않은 세상을 보여 주면서 그것 역시 우리가 살고 있는 세상이라고 설파하고 있었다.하지만,개인의 취향에 따라 느끼는 편차가 클 수도 있고, 게중에는 황당하다는 느낌을 받는 사람도 있지 않을까 하니 덥석 구매하시진 마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