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유쾌한 동물 이야기
데스몬드 모리스 지음, 김석희 옮김 / 한얼미디어 / 200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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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가 이름이 왠지 어디선가 들어 본 것 같다는 생각을 했는데<털없는 원숭이>의 저자라는 것을 알고는 아,했다.어째,낯 익더라니...

역시나 <털없는 왠숭이>에서 보여준 탁월한 글솜씨가 유감없이 발휘되고 있던 책이었다.사실 <나의 유쾌한 동물 이야기>라는 제목은 이 책에 비하자면 진부하기 그지없다.동물들의 이야기가 물론 유쾌는 했지만,그를 넘어서 재밌고,유머감각이 넘치며,생생하고,배울 점도 많았기 때문이다.게다가 작가 본인의 살아온 이야기 역시 흔히 들을 수 있는 이야기는 아니라서 거의 모든 페이지가흥미진진 자체었다.소심하고 내성적인 아이었던 모리스가 자신의 천직인 동물학을 전공하다가 우연히 방송국의 동물 다큐멘타리 프로에 진행자로 섭외 되서 유명해지고,동물원 관장이 된 이야기가  쫘르르 숨가쁘게 펼쳐지고 있었다.그가 살아온 이야기나 (스승을 만난 이야기,여러 유명인들과의 일화,아내를 만난 이야기와 유명인들과의 미각 만찬에 초대되었던 때의 이야기들)그가 다뤘던 동물에 대한 이야기(동성애를 한다는 가시고기,추상화를 그려댄 원숭이 콩고,동물원 관장으로 있을 때 외로운 동물들의 짝을 맺어주기위해 중매장이로 나섰던 이야기등등)모두가 처음 듣는 이야기라서 귀가 솔깃했는데,어디서도 듣지 못한 풍성한 이야깃 거리,적확한 언어 구사,군더더기 없고 진부하지 않는 표현이 그의 세심한 관찰력과 정교한 기억력에 의해  재생되고 있었다.읽으면서 모리스란 작가의 능력에 저절로 감탄사가 나왔다.그가 유명해진 것은 전혀 우연이 아니며<털없는 왠숭이>의 성공이 아니었다 해도 언제고 두각을 나타냈을 실력이 탁월한 사람이란 생각이 든다.아,부러워라.머리가 얼마나 좋으면 연구 능력도 탁월한데다 글도 이렇게 잘 쓰실까.게다가 성격도 좋아뵌다.인생의 불공평을 들먹거리고 싶지만,그래도 책이 너무 재밌기에 봐준다.얇지는 않지만 단번에 읽히니 두꺼운 책은 싫다시는 분들도 겁먹지 마시길.

 그가 들려준 이야기중 여자들은 강의생으로 받아주지 않았다는 옥스퍼드교수가 기억에 남는다.2차대전중 남자들이 다들 징집이 되서 여자들만 남자,오늘은 학생이 한명도 나와주지 않아서 강의를 취소한다고 하시곤 나가셨다나? 귀엽다.이젠 그런 일들이 과거의 이야기가 되어 버려서  우스개소재가 될 뿐이니 얼마나 다행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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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통의 문제 (보급판 문고본) C. S. 루이스 보급판
클라이브 스테이플즈 루이스 지음, 이종태 옮김 / 홍성사 / 200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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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인생을 살아가면서 우리가 피할 수 없는 문제중 하나는 고통을 어떻게 이해하고 받아들이며, 다루어야 하느냐에 관한 것일 것이다.고통이 우리가 피하고 싶다고 피해갈 수는 없는 것이니,어차리 맞닺뜨려야 한다면 최대한 얻을 것은 얻고 ,이해할 것은 이해하며,수긍해야 할 것은 수긍한 채 넘어가는 것이 바람직할 터...마냥 피하려고만 한다거나,고통을 준 것에 원망하거나,왜 자신에게 이런 일이 벌어진 것일까 운명을 저주하며 살아봤자 고통이 어디 덜해지던가?그런 의미에서 이 책은 작가가 신학적인 입장에서 우리 인생에 고통이 있는 이유와 그 고통을 어떻게 이해해야 하는가에 대해 논증을 하고 있는 것이다.

우선 그는 인생에 고통이 있고,세상이 이렇게 엉망으로 돌아가는 이유가 신때문이 아니라고 말한다.신이 만일 존재한다면 완벽한 세상을 만드셔야 하지 않겠는가하고 반문하는 무신자에게 작가는 말한다.완벽한 세상을 만드는게 신이 이루고자 했던게 아니라고.세상은 우리가 만들어 가는 것이고,신은 다만 우리가 어떻게 남들과 조화를 이루며 사는가 살펴 보시는 일을 하실 뿐이라고 말이다.고통은 바로 우리가 그 조화를 깨뜨리고,우리 자신이 신과 멀어지는 일들을 하기 때문이라면서...고통에 좋은 이유는 바로 우리 자신에게서 벗어나 타인에게 연민을 가지고 대하며, 어떤 삶이 좋은 삶인가 돌아보게 하는 힘이라고 말한다.자신이 아파보지 않는다면 어찌 남이 아프다는 것을 알고 그 고통에 공감하겠느냐면서...전적으로 그의 견해에 동의한다.고통이란 신이 우리에게 우리의 잘못을 알려 주시는 바로미터 같은 것이고,신이 우리를 사랑하기에,우리에게 관심이 있기에 올바른 길로 인도하는 길을 보여 주는 것이라는 말에도 동의 한다.모든 잘못을 오냐오냐 받아주는 게 진정한 애정의 모습이 아니라면서 사랑으로 가득찬 거만하지 않은 신의 모습을 독자앞에 보여주면서 신에게로 이르는 길을 제시해주시고 있었다.

이해하기는 어렵지 않고, 신자가 아닌 사람도 고통의 의미에 대해 한번 진지하게 생각해 보는데 적당한 책이다.하지만 그럼에도 크리스챤 아닌 사람에게 추천하기 곤란하지 않은가 한다.지루한데다 공감이 어려울 것이기 때문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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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라 없는 사람
커트 보니것 지음, 김한영 옮김 / 문학동네 / 2007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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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린 흔히 부시를 돌대가리라고 부른다.우리끼리야 그런 단어를 써가면 대화를 나눈다고 해도 별로 충격적이지 않지만,보네거트가 그렇게 말하면 그건 엄청나게 충격적이다.왜냐면 보네거트는 진지한데다 진심이기때문이다.그는 이 책에서 부시를 "영리하고 번듯하게 생겼지만 양심은 전혀 없는 정신병자"에 "예일대 C학점 점짜리만 불러 모으는 전 알콜 중독자"라고 거침없이 까발려 줌으로써 그에 대한 나의 존경심을 거의 경외 수준으로 끌어 올렸다.난 그중에서도 "돌대가리"란 단어가 젤로 맘에 든다.느낌이 확~~악 살잖아?

 

2004년 당시의 여러 가지 이슈에 대한 보네거트 자신의 단상을 모은 것이다.그때 그의 나이 82세,그의 트레이드마크인 삐딱함과 냉소,경치게 웃기는 유머에 인자한 할아버지의 걱정까지 보태진 잘 된 책이었다.글로만 봐서는 그가 노인이라는 것을 짐작하기 어렵다는게 놀랍다.세상이 돌아가는 것을 비판의식을 지닌 채 지켜 본다는 것이 쉽지 않는데,늘 그런 깨인 정신으로 사신 그분이 존경스러울 뿐이다.아마도 그래서 12살때부터 열심히 피어 왔다는 담배도 그를 죽이지는 못한 모양이다.담배회사를 협박죄로 고소하겠다고 분개 하시던데,이젠 고인이 되셨으니 만족하셨려나.

부시,유머에 대한 고찰,위선,대가족의 잇점,예수가 왜 멋진 인간인지,또 링컨은 얼마나 멋진 인간인지,스웨덴은 왜 자신에게 노벨상을 주지 않는가에 대한 탁월한 분석,환경 문제,미래세대를 위한 걱정,우체국 젊은 여직원에게 반한 이야기,이락크 전쟁에 대한 혐오,전쟁이란 미친짓에 대한 경멸등이 담겨져 있다.얇다.자칭 못말리는 수다장이라는 분이 떠든 양치고는 한심한 수준이다.더 들어드릴 용의가 무궁무진한데...여전히 삐딱하고,다정하며,유연하고,품위있으시던 보네거트님.그가 인간이란 것은 우리에겐 얼마나 다행인가? 예수가 인간이라는 건 같은 인간종으로써 안도되는 일이라고 말하는 그를 보면서 나 역시도 그에게 같은 말을 하고 싶었다.인간으로 태어나 주셔서 고마웠어요.보네거트님,그리고 이렇게 재미난 책을 남겨 주셔서도요.물론 노벨상을 타시진 못했지만,노벨상은 보르헤스도 못탔답니다.천국에서 <노벨상 못탄 작가 클럽>에 가입하셔서 재밌게 지내시길.제 생각엔 그 쪽이 더 재밌을 것 같기도 해요.그죠?충분히 동의해 주실거라 믿으면서...@@!

추신-제목이 재미 없게 지어졌다.나라면 <인간이 어떻게 기린을 갖게 되었나?>라고 하고 싶다.그건 이 책 안에 나오는 그의 그림 제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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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카피라이터와 아티스트의 시선
박웅현 지음, 박규호 사진 / 예문 / 200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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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 절판이 되어 버린 책.박 규호씨가 사진을 찍은 것에 박 웅현씨가 글을 붙인 것이다.
박 웅현님은 유명한 카피라이터.그가 말하는 광고쟁이들의 광고적인 시선들의 편린들을 볼 수 있던 책이었다.

광고는 전혀 심오하면 안 된다.그렇기에 광고인들은 찰나적이고 즉흥적이며 즉각적으로 공감이 되는 문구를 위해 시선을 고정시킨 채 살아간다.
훌훌 책장을 넘기면서 ,직업때문에 늘 이런 시선을 유지한 채 모든 사물을 대하며 살아야 한다면,난 갑갑해서 미칠거란 생각이 들었다.

사진은 아름답고 글은 적확하나, 태생적으로 깊이의 한계를 지닌 문장들이 끝내는 애처로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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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식 - 일본 현대문학 대표작가 에센스 소설
아쿠타가와 류노스케 지음, 노재명 옮김 / 하늘연못 / 200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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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5살에 자살로 생을 마감한 천재 일본 작가 류노스케의 단편 소설을 묶은 것이다.
아쉽게도 내겐 단 한편도 굉장히 재밌다거나 유용했다거나 심지어는 기억에 남을 것이라거나 하는게 없었다. 그저 마지못해 지루하게 끝장을 보기 위해 넘겼을 뿐...
대단한 작가축에 드는 것은 사실이다.풍부한 상상력과 군더더기 없이 이야기를 끌어가는 능력이 출중한 것이 딱 눈에 들어온다.러시아 소설가 고골리를 연상케하는 작품도(코) 보이고,남의 아내를 사랑하게 되면--사랑이 아닌 욕정일지라도 --남편을 죽여야 한다고 생각하는 결벽증도 보이며, 세상을 해석하는 탁월한 눈을 가진 사람이긴 했다.
하지만,결정적으로 인간미가 없었다.

불안,인간을 믿지 못함,유머가 아닌 냉소,자아분열,자살에 대한 집착,냉정함,궁극적으로 신에게도 냉소를 보내는 --신을 믿어야 한다는 의미에서 하는 말이 아니다.단지 그걸 밝히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할 만큼 그가 처절하게 불행했다는 것이 안타까워서 하는 말이다.--시선들이 몹시 불편해서 불쾌한 기분이 들었다.만나자 마자 1분만에 기분을 잡치게 하는 친구를 만났다고 생각하심 이해가 빠르실려나.
어쨌거나 몇 년동안 자살을 준비하다 결국 성공을 했다는 작가를 보면서 생각한다.그는 광기로 얼룩진 자신의 삶을 자랑스러워 했을까?고통스럽게 광기를 견디다가 결국 견디지 않기로 결심하고 자살을 한 이 작가를 보면서 생각한다.자살을 해야 할 만큼의 광기는 전혀 낭만적이지 않다고.
1920년대 일본이 근대로 넘어가는 시기에 올곧게 자신의 내면의 자아를 보여준 이 천재 작자를 보면서 그의 사후의 명성이야 어찌되었건 간에 그의 고통을 안스러워하면서 책장을 덮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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