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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라 없는 사람
커트 보니것 지음, 김한영 옮김 / 문학동네 / 2007년 8월
평점 :
우린 흔히 부시를 돌대가리라고 부른다.우리끼리야 그런 단어를 써가면 대화를 나눈다고 해도 별로 충격적이지 않지만,보네거트가 그렇게 말하면 그건 엄청나게 충격적이다.왜냐면 보네거트는 진지한데다 진심이기때문이다.그는 이 책에서 부시를 "영리하고 번듯하게 생겼지만 양심은 전혀 없는 정신병자"에 "예일대 C학점 점짜리만 불러 모으는 전 알콜 중독자"라고 거침없이 까발려 줌으로써 그에 대한 나의 존경심을 거의 경외 수준으로 끌어 올렸다.난 그중에서도 "돌대가리"란 단어가 젤로 맘에 든다.느낌이 확~~악 살잖아?
2004년 당시의 여러 가지 이슈에 대한 보네거트 자신의 단상을 모은 것이다.그때 그의 나이 82세,그의 트레이드마크인 삐딱함과 냉소,경치게 웃기는 유머에 인자한 할아버지의 걱정까지 보태진 잘 된 책이었다.글로만 봐서는 그가 노인이라는 것을 짐작하기 어렵다는게 놀랍다.세상이 돌아가는 것을 비판의식을 지닌 채 지켜 본다는 것이 쉽지 않는데,늘 그런 깨인 정신으로 사신 그분이 존경스러울 뿐이다.아마도 그래서 12살때부터 열심히 피어 왔다는 담배도 그를 죽이지는 못한 모양이다.담배회사를 협박죄로 고소하겠다고 분개 하시던데,이젠 고인이 되셨으니 만족하셨려나.
부시,유머에 대한 고찰,위선,대가족의 잇점,예수가 왜 멋진 인간인지,또 링컨은 얼마나 멋진 인간인지,스웨덴은 왜 자신에게 노벨상을 주지 않는가에 대한 탁월한 분석,환경 문제,미래세대를 위한 걱정,우체국 젊은 여직원에게 반한 이야기,이락크 전쟁에 대한 혐오,전쟁이란 미친짓에 대한 경멸등이 담겨져 있다.얇다.자칭 못말리는 수다장이라는 분이 떠든 양치고는 한심한 수준이다.더 들어드릴 용의가 무궁무진한데...여전히 삐딱하고,다정하며,유연하고,품위있으시던 보네거트님.그가 인간이란 것은 우리에겐 얼마나 다행인가? 예수가 인간이라는 건 같은 인간종으로써 안도되는 일이라고 말하는 그를 보면서 나 역시도 그에게 같은 말을 하고 싶었다.인간으로 태어나 주셔서 고마웠어요.보네거트님,그리고 이렇게 재미난 책을 남겨 주셔서도요.물론 노벨상을 타시진 못했지만,노벨상은 보르헤스도 못탔답니다.천국에서 <노벨상 못탄 작가 클럽>에 가입하셔서 재밌게 지내시길.제 생각엔 그 쪽이 더 재밌을 것 같기도 해요.그죠?충분히 동의해 주실거라 믿으면서...@@!
추신-제목이 재미 없게 지어졌다.나라면 <인간이 어떻게 기린을 갖게 되었나?>라고 하고 싶다.그건 이 책 안에 나오는 그의 그림 제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