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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르가니스트
로버트 슈나이더 지음, 안문영 옮김 / 북스토리 / 2006년 7월
평점 :
절판
<사랑하는 사람은 잠들지 않는다.>는 말이 책을 열자 마자 눈에 들어온다.
천재 음악가(22살에,천재성만 알린 채 죽었으니 완성되었다고는 할 수 없는 음악가)의 짧은 인생을 그린 책이다.
보좌신부와 시골 아낙사이의 사생아로 누런 색의 눈을 가진 기형이지만, 천재적인 음감을 타고 태어난 엘리아스가 마을의 처녀를 구해준 뒤 그녀를 사랑하게 되고,결국 그녀에 대한 사랑이 이루어 지지 않자 자살을 하게 된다는 내용의 비극적인 사랑 이야기다.
비극적이라기 보단 처절하고 절규하는 듯한 사랑이야기라는 말이 맞을 것이다.
정리를 해보자면...
사랑에 빠지고,그것에 기뻐하다,사랑이 이루어 지지 않자,그 열정이 사라진 것을 더 못 견뎌 하는 과정들에 대한 묘사는 훌륭하며 정확하다.
어쩔 수 없이 사랑에 빠지는 사람들이 그것이 사라졌을 때 느끼는 공허만큼 견디기 힘든 것이 있을까...희망 없는 열정이라도 열정이 없는 것보다 견디기 쉽다고 말하는 엘리아스,
자신에게 사랑으로 인도한 것이 신의 의지라는 생각에 복종했건만 그것이 아니였냐며 신에게 반항하는 엘리아스.자신이 실패한 것이 사랑이 완벽하지 못했기 때문이라며 완벽한 사랑을 보여주며 죽음으로 자신을 내모는 엘리아스.
아이고,사랑이 이렇게 절박하고 애절하고 고통스러워서야 어디 인간이 할 만한 것이라고 하겠나 하는 생각이 든다.이 정도면 나라에서 법으로 금해야 하는게 아닐까?ㅋㅋㅋ
어쨌거나,엘리아스는 말한다.
"순수한 마음을 지닌 남자라면,낮 동안만 여자를 사랑한다는 것은 진실한 것이 아니라고,왜냐면 밤엔 죽어 있는 것이니까"라고...
그래서 그는 한 여자를 진실되게 사랑한다는 증거를 보이느라 잠을 안 자다 결국 죽음에 이르게 된다는 것인데,그런 설정이 내겐 웃겼다.세상엔 별별 사람이 다 있으니까 어떻게 죽기를 선택하건 그거야 본인의 맘이지만,사랑때문에 잠 못자 죽었다는건 철딱서니 없는거 아닐까.그렇게도 할일이 없나?
물론 그것이 사랑의 대단한 증거라고 생각하시는 분들도 분명 있을 것이기에 더 이상 토달지 않겠다.
상상력이나 음악에 대한 묘사는 나무랄 데 없으며, 완성도는 높은 편이다.엘리야스를 사랑한 페터의 이야기도 뭉클했으며,정상적인 사람은 별로 살고 있지 않는 듯한 마을의 묘사도 그럴 듯 했다.그저 이 책을 읽기엔 내가 나이를 너무 먹었을른지도 모르겠다.
20대에 읽었다면 또 아는가? 철철 눈물을 흘렸을지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