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살 생일날 팀은 아버지에게 놀라운 이야기를 전해 듣게 됩니다. 바로 그들 가문의 남자들에게는 시간 여행이 가능하게 하는 능력이 있다는 것이었죠. 처음엔 아버지의 장난인줄 알았던 팀은 아버지 말대로 컴컴한 곳에 가서 두 손을 꼭 쥐자 자신이 가고 싶어하던 시간대로 갈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됩니다. 놀라움도 잠시, 곧바로 자신의 능력에 적응한 그는 바로 그것으로 어떻게 자신의 삶을 바꾸어 놓을수 있을까 궁리하게 됩니다. 그런 그에게 그의 아버지는 너의 인생에서 원하는 것이 무엇이냐고 물어봅니다. 자칫 잘못하다간 인생을 헛살 수도 있다는걸 알려 주면서요. 자신의 삶에서 사랑을 원했던 팀은 자신의 능력으로 첫사랑을 이뤄 보려 하지만, 시간 여행으로도 없는 사랑을 만들어 낼 수는 없다는 것만을 깨닫게 됩니다. 그렇게 첫사랑에 실패한 그는 런던으로 가서 초짜 변호사 일을 하게 됩니다. 아무런 일 없이 3년을 보낸 그는 어느날 우연히 메리라는 여인을 만나게 됩니다. 첫눈에 그녀가 좋아진 팀은 그녀에게 작업을 걸어보지만, 남을 도와주기 위해 시간여행을 쓴 덕분에 오히려 그녀와 멀어지게 됩니다. 결국 여러번의 시간 여행 끝에 메리의 마음을 얻게 된 팀, 과연 그녀와의 인연은 천생 연분이 맞았던 것일까요? 우연히 과거 첫사랑과 재회한 팀은 그녀의 유혹에 흔들리게 되는데요...





로맨스 영화라고 해서 뜨악해 하다가, 먼저 보신 리뷰어들의 호평에 궁금해서 보게 된 영화다.일단 제목이 <사랑에 관하여>가 아니라 <시간에 관하여>인 점에 주목을 해야 하지 싶다. 이 영화는 사랑에 대한 것도 물론 있지만 대체로는 한 사람이 자신의 일생을 어떻게 쓸 것인가 라는 점에 대한 이야기라고 보아지니 말이다. 시간 여행이 가능하다면 당신은 그 능력을 어떻게 쓸 것인가? 라는 물음에 이 영화의 주인공처럼 심플하게 사용하기란 어려울 것이라고 본다. 실제로 만약 그런 능력이 존재한다면 자신의 일 뿐이 아니라 다른 사람들의 사정을 위해서도 쓸 수 있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런 면에서 이 영화의 주인공 팀은 전적으로 가정적인, 그저 가정만을 위해서 사는 괜찮은 인간이다. 그에게 시간 여행을 바꾸어놓을만큼 대단한 일들이란 타인에게 예기치 않게 무례를 범하거나, 반한 여인에게 잘 보이기 위한 것이거나, 동거하는 여인의 부모님에게 안 좋은 인상을 되물리기 위한 것이었으니 말이다. 그나마 가장 심각한 일이라면 나쁜 남자에게 빠져 인생을 망치고 있는 동생을 위해 시간 여행을 했던 때 뿐...그는 수차례의 시간 여행을 통해 자신과 남의 인생을 보다 낫게 만들기 위해 최선을 다한다. 그러다가 어느날 깨닫게 된다. 오늘을 최선을 다해 살게 된다면 굳이 시간 여행이라는 것을 필요하지 않다는 것을 말이다. 해서 오늘도 내일도 최선을 다해 살자...라는 것이 이 영화의 교훈이지 않았는가 한다.

착한 영화다. 다소 무난하게만 이야기를 풀어 나간것이 아닌가 싶긴 했지만서도, 어찌보면 무난하지 않았다면 이야기를 풀어나가기가 어려웠을 거란 생각도 든다. 시간 여행이란 것이 어찌 쓰이냐에 따라서 여러 버전이 가능한데, 그 버전을 해석해 내기엔 우리가 시간에 대해 아는 것이 별로 없으니 말이다. 해서 내 생각엔 이 영화의 작가가 자신이 아는 최대한의 시간 내진 인생에 대한 이야기를 집어 넣은 것이 아닐까 싶었다. 그리고 그런 면에서 이 영화는 시간에 대한, 그리고 인생에 대한 특별한 깨달음을 들려주진 않는다. 아마도 그런 것을 알기엔 우리 모두 아는 것이 없는 것이 아닐까 한다. 해서 적어도 작가가 자신이 아는 것을 잘 풀어놓았다는 점에서만큼은 인정을 해줘야 할 듯 하다. 자신이 모르는 것을 아는 것처럼 집어 넣은 것이 아닌 아는 것만 설득력있게 풀어놓은 것이 정직해 보였다는 뜻이다. 그래서 영화가 하려는 말을 유추해 본다면,  우리의 인생을 최선을 다해 살자, 뭐, 이런 말이지 않는가 한다. 누구나 잘 알지만서도, 실천이 안 되서 문제인 주제를 가지고 시간 여행이라는 소재를 써서 설득력있게 풀어놓았지 싶다. 아쉬운 점이라면, 전반적으로 무난하긴 했는데, 그게 다였다는 것이다. 딱 1% 부족한 그런 느낌? 다시 한번 보고 싶게 만드는 그런 매력적인 장면이나 인물이 없었다는 뜻이다. 그런 면에서 < 러브 액추얼리>나 <노팅 힐> 은 참 잘 만든 로맨스 영화이지 싶다. 톡쏘는 매력이 남아 있는 영화였으니 말이다. 어느정도는 현실성 있으면서도 사랑을 이야기 한다는 것이 그만큼 어려운 일인가 보다. 뭐 ,이러니 저러니 토를 단다고 해도 인정해야 할 단 한가지...팀의 아버지를 연기한 빌 나이의 캐릭터만큼은 무척 매력적이었다는 사실이다. 그런 아버지 어디 없나요 싶게 지혜로운 아버지 상을 연기하시던데, 그가 하는 말 한마디 한마디가 다 심금을 울렸다 .특히나 아들의 결혼식장에서 한 들러리 연설은 최고...누구에게나 한번쯤은 새겨들어 볼만한 말이었지 싶다. 빌 나이가 무슨 말을 했는지 궁금하신 분들은 영화를 보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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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감 제로 - 분노와 폭력, 사이코패스의 뇌 과학
사이먼 배런코언 지음, 홍승효 옮김 / 사이언스북스 / 201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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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 이름이 낯익다 싶더니, 알고보니 바로 그가 <그 남자의 뇌 그 여자의 뇌>의 저자이시렸다. < 네모난 못>을 통해서 자폐아의 일인자시라는 소리를 익히 들어서 그런가 일단 저자의 이름을 보는 것만으로도 기분이 좋았다. 이번에는 또 어떤 재미나고 통찰력 있는 이야기를 풀어 내시려나 자못 기대가 되었었는데...


결론만 말하자면, 이번만큼은 저자의 견해에 100% 동의할 수 없었다는 것이다. 그가 말하려는 이야기의 골자를 추려 보자면, 일단 사람들마다 공감의 능력 정도에 차이가 난다는 사실은 자명해 보인다. 극도로 공감능력이 발달한 사람이 있는 반면, 공감 능력이 거의 제로에 가까워 살인을 하고도 아무런 죄책감을 느끼지 못하는 사람도 간혹 존재한다. 여기서 우리는 공감이라는 쉽게 간과하기 마련인 능력이 실은 우리를 인간적이게 하는 열쇠일 수도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여기까지는 나도 저자의 견해에 동의한다. 내가 의문을 표하는 것은 그 다음이다. 저자는 공감이 결여된 살인자들의 예를 들어보면서 실은 그들이 겉으론 멀쩡해 보여도 정신적으로는 정상이 아니라는 견해를 펼친다. 즉, 이혼뒤 잘 살고 있는 남편에게 고통을 주기 위해 자신의 자식들을 살해한 엄마와 같은 경우, 겉으론 그녀가 아무리 멀쩡해 보인다고 해도 실은 정신적으로는 이미 공감 제로의 정신병자라는 것이다. 그래, 물론 그럴 수도 있다. 그런데 문제는 그렇게 치자면 이 세상의 모든 범죄에 대해 면제부가 주어진다는 단점이 있다. 형법에서 정신 능력이 문제시 되는 것은 정신병자의 행동은 책임능력이 없다고 보아서 면제가 되거나 아니면 감형이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해서 그들에게 섣불리 정신병자라는 타이틀을 붙이지 않는 것이다 .왜냐면 정신병자이기 때문에 그들이 범죄를 저질렀다는 판정이 난다면 이 세상에 아무도 감옥에 갇힐 사람이 없을 것이기 때문에...


공감이란 것이 인간을 인간답게 하는 주요한 능력이라는 점에는 동의한다. 하지만 공감 제로 성향의 사람들을 정신병의 범주에 넣어야 하는가에 대해서는 보다 신중한 논의가 필요한 것이 아닐까 한다. 우린 사람을 죽인 싸이코 패스에게 그들에게 공감능력이 없다는 이유로 동정을 보내야 하는 것일까? 2차대전때 유대인을 학살하고 개취급한 나찌대원들에게 그들 역시 공감 능력이 없는 사람이여서 그랬을 뿐이라고 이해를 해줘야 하는 것일까? 어쩌면 공감 능력이 100%인 인간적인 사람들을 상정하고 사는 사회가 그 자체로 비정상적인 것인지도 모른다. 우리 사회에서 그런 사람들은 싸이코패스와 연쇄 살인범, 그리고 가족 살해범처럼 드문 것인지도 모르는데 말이다. 공감능력이 발달한 사회가 물론 이상적이라는 것은 안다. 하지만 그것이 정상적이라고 할 수는 없지 않는가 하는 것이 이 책을 본 내 소감이다. 아직까지는 말이다. 우린 그렇게 좋은 사람들이 되지 못한다. 그래서 간혹가다 범죄를 저질러 감옥에 가기도 하고, 그런 짓을 했다고 손가락질을 받기도 하며, 경멸의 대상이 되기도 하는 것이다. 우리가 악마인 사람들의 공감 제로 까지 이해해야 한다는 것은 좀 지나치게 순진한 논리 전개가 아닐까. 그냥 우리 악한 사람들은 나쁘다고 손가락질 하면 안 될까요? 라는 것이 이 책을 읽고 난 내 소감이다. 이러한 논리 전개만 아니라면 공감 능력이 인간행동에 미치는 파괴력에 대해 신빙성 있게 이야기를 전개하고 있는 괜찮은 책이지 않았는가 한다. 다만, 이 책은 미성년자에겐 권하고 싶지 않다. 초반 나찌의 예를 드는데 공포 영화보는 것보다 더 무서웠기 때문이다. 공포 영화는 그나마 가짜라는 생각이나 들지, 역사의 남겨진 예를 통해 알게 된 인간의 가혹성은 그자체로 사실이니 말이다. 아마도 그래서 우린 그런 뉴스를 진지하게 받아들이지 않는 듯 싶다. 감당하기 버거워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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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옹 2021-01-27 15: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게 정신병이라고 해서 사법체계상 면죄부를 주자고 작가가 주장했나요?

이네사 2021-02-05 16:31   좋아요 0 | URL
오래전 읽은 책이라서 자세하게 --정확하게 --기억나진 않지만, 저자가 그런 주장을 하지 않았을 겁니다.
왜냐면, 이 작가는 심리학자이고 과학자라서, 법체계가 어떻게 돌아가는지에 대해서는 알지 못하는 듯 보였거든요.
 
안녕, 긴 잠이여 블랙 앤 화이트 시리즈 50
하라 료 지음, 권일영 옮김 / 비채 / 201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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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죽인 소녀> <그리고 밤은 되살아 난다.>라는 작품을 잇는 세번째 사와자키 탐정 시리즈. 앞의 두 편을 재밌게 읽었기에 오매불망 그의 다른 작품은 나오지 않나 기웃대고 있었중 들려온 반가운 소식. 바로 이 책이 출간되었다는 것이었다. 즉시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들여다 본 결과는...사와자키 탐정의 필은 살아있었지만서도, 내내 어수선하게 이야기가 흘러가는 것이 전작들만 못하다는 것이었다. 뭐, 이 정도는 예상을 하고 읽은 것이긴 하지만서도--연작으로 세 편이 다 좋을 수는 없는 것이므로..아무리 작가가 애를 썼다고 해도 말이다.--그래도 약간은 실망이 되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 그나마 출판사에서 표지를 어찌나 예쁘게 만들어 주셨던지, 재미가 없어 손에서 놓을때마다 다시 집어 들게 하는 마법같은 효과를 제대로 내주셨지 않는가 한다. 예쁘지 않아도 물론 다 읽긴 했겠지만서도, 재미없다는 것을 인식못했을 정도로 예쁘게 만들었으니 올해의 표지상을 받아도 좋지 싶다.다행인 것은 이 작품은 마지막 결론을 읽어야 본전을 뽑는다고 할 수 있는 것이기에, 표지의 효과에 대해 칭찬을 하고 넘어가지 않을 수 없다. 하니 중간에 재미없다고 느끼시는 분들은 꾹 참고 끝까지 읽어 보시길...엄청나게 재밌다는 것이 아니고, 중반의 지루한 것들이 다 결론을 위해 달려간 것이라는 점을 알 수 있게 되실테니 말이다.


이야기는 도쿄에 1년만에 돌아온 사와자키 탐정의 모습을 보여주는 것으로 시작한다.  1년 넘게 사무실을 비워 놨으니 , 가뜩이 허름한 그곳이 어찌 되었을지는 안 봐도 뻔 한 일...그렇게 오랜 기간동안 탐정 일을 쉬었으니 의뢰인을 다시 찾기란 힘들겠다고 생각한 그는 사무소에 가자마자 노숙자를 만나게 되면서 자신의 생각이 틀렸다는 것을 알게 된다. 알고보니 그에게 얼마전에 의뢰인이 찾아왔었고, 그가 없다는 것을 안 의뢰인인 노숙자를 통해 일을 맡기고 갔었다는 것. 하도 오랫동안 놀아서 일이 궁해진 사와자키는 노숙자를 추궁해 일을 맡긴 의뢰인을 찾아 나서기로 한다. 하지만 막상 찾아간 의뢰인이 의뢰를 맡기지 않겠다고 하자 오히려 사와자키는 궁금증이 증폭되어 진다. 그 간의 이야기를 종합한 결과 사와자키는 의뢰인의 누나가 11년전 자살을 했고, 이에 의뢰인이 죄책감에 시달리고 있었다는 걸 알게 된다. 이제와서 누나의 죽음에 대한 진상을 밝힌다는 것이 과연 올바른 것인가는 차지하고서라도, 자살로 결론 내어진 11년 전의 죽음의 진상을 밝힌다는 것이 가능할 것인가? 망설이던 의뢰인은 누군가에게 심하게 폭행을 당한 뒤 사와자키를 진상을 알아봐 줄 것을 부탁하게 되는데...


이야기가 지나치게 복잡하고 꼬여 있다는 점이 이 추리 소설의 최대 단점이다. 이렇게까지 꼬일 수가 있을까 싶을 정도로 어찌보면 단순한 이야기가 주변 사람들의 이기심때문에 이리저리 얽혀 버렸다는 인상인데, 그것이 그렇게 신빙성 있지도, 그럴듯해 보이지도 않았다는 것이다. 사건을 만들기 위해 인위적으로 만든 것이라는 인상이 짙던데, 그래서인가 주절 주절 어찌나 말이 많던지 말이다. 중간에 집어 던졌다고 해도 놀라지 않았을 것이다. 쓸데없이 사족처럼 늘어진 이야기들이 너무 많아서 도대체 누가 무슨 의뢰를 하고, 어떻게 이야기가 흘러 가는 것인지 , 주안점이 뭔지 알 길이 없더라. 그냥 쌈박하게 메인 살인 사건 하나를 물고 늘어졌더라면 오히려 더 보기 좋은 작품이 되지 않았을까 했다. 즉, 강렬한 한 방이 아니라 , 소소하게 잽만 쉴새없이 날리다 보니, 잽을 날리는 사람도 피곤하고 보는 사람도 피곤하다. 그간 다른 작품들에서 보여준 묵직하고 자신만만한 태도는 어디고 갔는지 실망이었다. 하긴 전작만한 작품을 또 만들어 낸다는 것이 쉬운 것은 아니겠지만서도...하여간 하라 료. 일본 작가 치고는 이름이 간단해서 좋았는데, 그나마 간신히 외운 이름이 소용이 없게 되는가 싶어 실망이다. 다음 작품까지는 그래도 기대를 해보겠지만서도, 다음 편도 이런 식이라면 아마 외우기 쉬웠던 만큼 쉽게 그의 이름을 지워야 할 듯...그래도 제목만은 멋있었던 추리 소설이었지 싶다 .물론 쓸데없이 제목만 근사한 느낌이 없지 않지만서도...분위기를 일단 냅다 뜨워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이 하드보일드 추리 소설 작가들의 기본 설정인듯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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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트] 트윈 스피카 1~3 세트 - 전3권 트윈 스피카
야기누마 고 지음, 김동욱 옮김 / 세미콜론 / 201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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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 살의 소녀 아스미의 꿈은 우주 비행사가 되는 것. 그녀가 7살때부터 품어온 이 꿈은 모든 사람들에겐 철없는 아이의 허황된 지껄임으로 들렸을지 모르지만, 정작 당사자인 아스미에게는 이보다 더 진지할 수 없다는 강렬한 소망이다. 아스미가 발담고 있는 현실을 생각하면 그녀가 우주 비행사가 되겠다는 생각 자체는 가히 꿈도 꿀 수 없는 고통이다. 2010년, 일본이 기대에 차서 기획한 우주 비행선 "사자호'가 공중 폭발하면서 생긴 사고로 그녀의 엄마는 돌아가시고, 사자호의 엔지니어였던 아빠는 죄책감에 무너져 버렸다. 사고 여파로 고아 아닌 고아처럼 자란 아스미, 사고 당시 아기였던 그 꼬마는 부모가 필요한 시절의 빈 자리를, 자라는 동안의 그 외롭고 외로운 시간들을 꾸역꾸역 우주를 바라보면서 채워 나간다. 그리고 언젠가는 그 광활한 우주에 나가보리라 그렇게 꿈을 키워 나간다. 아무도 지지해주지 않은 그 꿈을, 불가능하다고 굳이 말해줄 필요조차 없었던 그 희망을 향해 그녀 혼자 꾸준히 밀고 나간 것이었다. 물론 그녀의 꿈을 믿고 지지해준 단 한 명의 존재가 있긴 했지만 그는 이미 이 세상 사람이 아닌 유령의 신세...바로 아스미가 라이온 오빠라고 부르는 사람이다. 그는 사자호의 탑승했던 우주 비행사중 하나로 그 사고로 인해 목숨과 꿈과 사랑을 잃은 사람이다. 무엇때문인지 저 세상으로 가지 않고 이승을 떠돌던 중 우연한 기회에 아스미의 눈에는 자신이 보인다는 사실을 알고는 기겁한다. 살았던 죽었던 간에 외롭던 두 사람이 만난 터, 더군다나 다른건 몰라도 우주에 미쳤다는 점에서만큼은 그들은 쌍둥이처럼 닮았었다. 해서 아스미의 꿈이 우주 비행사라는 것을 알게 된 그는 전적으로 그녀를 도와주기 시작한다. 그렇게 시작된 둘의 프로젝트는 일단 아스미가 신설된 <우주학교>에 입학하게 되면서 터닝포인트를 맞게 된다. 이제 본격적으로 우주 비행사가 되기 위한 공부에 돌입하게 된 아스미는 혼자서는 우주에 갈 수 없다는 라이온 오빠의 말대로 학교 친구들과 도움을 주고 받게 된다. 아스미의 후원자를 자청하면서 티격태격 그녀를 도와주는 고향 친구 후추야, 쾌활한 성격의 케이, 이기적이고 냉담한 성격임을 굳이 숨기려 하지 않는 아름답지만 밉살맞은 마리카, 그리고 천재 소년 슈까지...처음엔 도무지 화합이 될거라 믿어지지 않았던 다섯 명의 친구들은 함께 학창 생활을 해나가면서 점차 동지애를 다지게 된다. 150 센티미터도 되지 않는 키에 연약하기 그지 없는 아스미의 신체조건은 우주에 대한 해박한 지식과 도전정신, 융합할 줄 아는 성격과 불같은 열정에도 불구하고 그녀가 하려는 일마다 그녀의 발목을 붙잡는다. 전국에서 엄선한 최고의 인재들 중에서 단 한 명의 비행사만 선정한다는 가혹한 경쟁 속에서 그녀는 과연 살아남을 수 있을까? 각각 다른 개성과 약점을 지닌 친구들이지만 우주에 대한 열정 만큼은 똑같은 다섯명의 친구들, 과연 그들의 미래는?


세미 콜론이 출간한 책이라는 말에 솔깃해져서 보게 된 책이다. 아무런 정보 없이 읽게 된 것인데, 알고보니 일본에서는 꽤나 유명한 만화책이었고, 이를  바탕으로 드라마로도 제작되었다고 한다. 일본 작가들이 다른건 몰라도 소재에 있어서만큼은 다양하다는 점에 늘 감탄하고 있었는데, 순정만화 필이 나는 만화에 우주 비행사가 되기 위한 꿈을 그려냈다는 점에 다시금 놀라고 말았다. 전혀 어울리지 않은 조합인데, 의외로 먹혔다고나 할까. 실은 처음엔 순정만화일 것이라고는 상상도 못했는데, 점점 읽다 보니 그런 모양새라서 당황했다. 그러니까 나는 이 책의 분위기가 스타워즈나 그래비티, 내진 스타트랙같지 않겠는가 읽기전 그렇게 단정짓고 있었다. 행여 복잡한 용어들과 철학적인 멘트들로 골치 아프면 어쩌나 걱정했었는데, 알고보니 전혀 그럴 일이 없더라. 오히려 진지하게 받아들이면 말이 안 되는 상황이 태반. 그런데 이상한 것은 만화속에 나오는 유령에는 태클을 걸지 않으면서 ( 2024년도의 고등학생용 )우주 학교라는 설정에는 심하게 반발하게 되더라는 건 어떻게 생각해야 하는 건지... 둘 다 허무맹랑하기는 막상막하인데, 라이온 오빠라는 유령에는 눈살을 찌프리지 않으면서, 우주 학교라는 설정에는 말도 안 돼! 라고 주장하고 싶은 심리는 과연 무엇일까? 현실성에라는 점에서 이 둘이 다르다고 생각한다니 뇌라는건 참으로 속이기 쉬운 기관이지 싶다. 하여간 내가 말하려는 것은, 심각하게 읽지 않아도 된다는 것이다. 우주비행사가 되고 싶어하는 열정적인 꼬마 숙녀를 내세워 무언가 우주에 대한 대단한 비전을 설명하려는가 라고 생각하실지도 모르는데, 그보단 고통을 이겨내고 꿈을 이루려는 순수한 열정과 미숙한 10대들이 서로의 약점을 보듬고 성숙한 사람으로 성장하는 과정을 그린 학원물이라고 보심 된다. 건전하고 올바르며 착한 만화책이다. 다만 배경이 우주 학교라 진짜로 우주 비행사가 되기 위한 과정을 대리 경험하게 해 준다는 것이 다른 책과 차별되는 특이한 점. 순정 만화 느낌이 나긴 하지만 낯부끄러운 로맨스가 남발하는 것이 아니라 꿈을 향해 나아가는 순수한 10대들을 그린 점은 높이 살만하다. 거기에 나오는 등장인물들의 사연들이 제각각이라서 나중에 그들의 미래가 어찌 될지 사뭇 궁금하게 만든다는 점도 좋았다. 각자가 다른 과거의 사연들을 가지고 현재에 모여 있다는 점이 3권까지 어느정도 이해가 된 상황이라면 그들의 과거가 어떻게 미래에 영향을 미치게 될지가 앞으로 나올 이야기의 주안점일텐데, 도무지 짐작이 되지 않는다. 과연 어떻게 이야기가 풀려 나가게 될지 말이다. 그렇게 후속작을 궁금하게 하고 ,기대하게 만든다는 점에서 합격점을 받아도 충분한 작품이 아닐까 한다. 우주에 대한 모든 것이 궁금하신 분들에겐 아마도 괜찮은 간식거리가 되지 않을까 생각하면서, 색다르면서 괜찮은 학원물을 보고 싶다시는 분에게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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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넘브라의 24시 서점
로빈 슬로언 지음, 오정아 옮김 / 노블마인 / 201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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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의 가장 큰 장점은 제목이다. 페넘브라의 24시 서점. 페넘브라라는 이름이 주는 어감도 좋지만 무엇보다 매력적인 것은 24시간 내내 열린다는 느낌을 왕창 주는 24시 서점. 왜 진작에 생각하지 못했을까 라는 자괴감이 들 정도로 눈이 번쩍했더라는 것이다. 도서관도 아니고 24시간 편의점도 아닌, 24시간 서점이라...설정만으로도 뭔가 땡기지 않는가. 정말로 나는 이 제목에 혹했더란 말이다. 그리고 일단 배경을 저렇게 생각해 놓은 이상 뭔가 있으리라고, 해리 포터의 킹스로드 9와 3/4 승강장 정도의 막강한 상상력이 아닐지라도 뭔가 있을 거라고 강력하게 믿었던 것이렸다. 그리하여 파블로프의 개 모냥 침을 질질 흘려대면서 이 책을 읽어본 결과는? 제목이 제일 나았더라는 희한한 결론? 이렇게 좋은 설정을 가지고 이렇게밖에 뻗어 나가지 못하는 상상력을 가졌다는 것은 이 책을 쓴 작가에게 대단히 안타까운 일인터, 어찌보면 이 작가는 타고난 작가가 될만한 능력이 부족한 사람이 아닐까 싶은 생각마저 들었다. 대걔 이 정도의 착상이라면 뭔가 대단한 것이 나와 주는 것이 보통이라는 것을 생각해 보면 말이다. 


초반까지는 그래도 그럭저럭 봐줬지만서도, 초반을 살짝 넘어가면서부터 정신이 사나워 지더니, 도무지 어디로 이야기가 흘러 가는지 감을 잡을 수 없었다. 무슨 이야기를 하려는 것인지도 알 수 없었을 뿐더러, 종착점을 몰라도 이야기가 재밌다면 그럭저럭 꾹 참고 읽어 내려가련만, 하~~ 그 이야기도 하도 재밌지 않더란 것이지. 뭔가 대단한 것이 있을 거란 분위기가 디립다 띄우다 결국 아무것도 건지지 못한 채 끝나 버린 이야기가 아닌가 싶었다. 길기는 또 왜 이렇게 길고, 이야기는 또 왜 이렇게 복잡해. 잡다하게 뭔가 이야기를 하려고 한 듯은 한데, 그리고 작가 자신이 책을 엄청 많이 읽었다는 티를 내려고 한 것은 같은데, 그것이 한가지 이야기로 맛깔나게 종합되진 못한게 아닐까 싶었다. 시간 때우기 용으로 기대를 내려 놓으시고 읽으시면 좋다는 말을 어디선가 들은 것 같은데, 사람들이 시간 때우기 용에 대해 잘못 생각하고 있지 싶다. 일단 시간 때우기 용이 되려면 재밌어야 한다는 사실 말이다. 해서 이 책은 시간 때우기 용으로도 적합치 않은게 아닐까 싶었다.


그러게 제목에 이 책에서 제일 맘에 든다고 하지 않았나. 거기에 표지도...이 정도면 올해의 표지상에 제목상을 줘도 무방하지 않을까 한다. 거기에 이렇게 더럽게 재미없는 책을 꼼꼼하게 번역해준 역자에게도 박수를...나에게 이 책을 번역하라고 맡겼다면 난 절대 다 번역해내지 못했을 것이다. 하여 전체적으로 이 책은 출간해준 출판사에게 모든 영광을 돌려야 하는게 아닐까 한다. 이 책의 모든 장점은 작가가 만들어 낸 것이 아닌 출판사가 만들어 낸 것이므로. 혹시나 자신의 책에 자신이 없다시는 분들은 이 출판사에 의뢰를 하시길...적어도 내용보단 알차게 출판해줄 것 같으니 말이다. 어쩜 월등하게 찬란한 책을 만들어 줄 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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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11-20 17:32   URL
비밀 댓글입니다.

이네사 2013-11-21 23:45   좋아요 0 | URL
블러그를 오래 하다보니 점점 게을러 지네요. 감을 잃어서인가 요즘은 예전에 제가 쓴 글을 읽으면서 놀란다니까요. 어떻게 이렇게 썼지 하면서요. ㅋㅋㅋ 아마 그 시절이 다시 오진 못할 것 같아요.
앨리스 먼로의 책을 읽으셨군요. 우리나라에 나온 그녀의 책들은 그닥 흥미롭진 못해요, 그죠? 물론 잘 쓴 단편이긴 하지만 노벨상을 탈 정도야? 라는 느낌은 안 들잖아요. 아마도 좋은 작품들 대다수가 우리나라엔 아직 소개가 다 안 되었는가봐요. 내놓으라 하는 작가들이 그녀를 칭송하는걸 보면 분명 뭔가 더 있을텐데 싶거든요. <미움...>은 아마도 재출간이지 않나 싶은데...예전에 읽은 기억이 나거든요. 맞아요. <행복한 그림자>도 완벽하진 않죠? 저도 뭔가 빠진듯하다 싶었는데, 그래도 그 중에서 제 상황하고 겹치는 단편이 있어서 인상이 남았네요. 이번에 노벨상 받은 덕분에 새로운 작품들이 나온다고 하니, 기대해 봐야 겠어요. 좋은 작품들이 소개되지 않을까, 이번에야말로 먼로의 매력에 좀 빠져 보고 싶네요.

로랑 코세란 작가는 처음 듣네요. 그런데 용두사미라니...ㅋㅋㅋ 그래도 이 책에 비하면 낫네요. 처음이라도 재밌다니 말여요. 이 책은 제목이 클라이막스고 ,그뒤로 쭈욱~~ 내리막길이거든요. 물론 이런 책을 좋아하는 분들도 있긴 하겠지만서도, 정신 사납기만 하더라구요. 착상은 좋았는데, 작가가 안 됐더라구요 .이걸 못 살리나 싶어서 말이죠.

맞습니다. 시작보다 끝을 어떻게 맺는가가 더 어렵죠. 물론 가끔 아주 드물게~~~끝이 흐지부지한 것도 무시하고 칭찬해주고 싶은 작가를 만나긴 하지만서도, 그건 정말 드문 일이고요. 완성작을 만들어 낸다는 것이 실은 타고난 작가가 아니면 어려운 일이지 싶네요.그렇게 보자면 수작들을 만들어 내는 작가들이야말로 대단한 사람들이여요. 나이를 먹어가면 갈수록 그들의 천재성에 감탄하게 되네요. 나이가 드는 것의 장점중 하나가 아닐까 해요. 가늠하게 된다는 것이 말여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