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코 파크 - 판타스틱 픽션 블랙 BLACK 3-12 RHK 형사 해리 보슈 시리즈 12
마이클 코넬리 지음, 이창식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3년 10월
평점 :
구판절판


마이클 코넬리의 책을 하도 많이 읽어서 그런가, 이젠 대충 그가 어떻게 쓰는지 짐작이 된다. 아니 익숙해 졌다는 표현이 더 맞을 것이다. 대충 이렇게 이야기가 전개되어 나가겠구나 정도는 아니라도, 그가 어떻게 쓰던 별로 충격이나 감명을 받지 않는다고나 할까? 연쇄 살인범 못지 않게 연쇄 추리 소설도 어느정도 횟수가 늘다보면 패턴이 읽히는가보다. 이렇게 하다보면 언젠가는 그의 작품은 식상해 하는 날이 오는건 아닌지 좀 무서워 지네. 그렇게 된다면 나의 큰 즐거운 하나가 사라지는 것일테니 말이다. 하여간 이번에도 LA 미해결 전담부서에서 형사로 일하고 있는 보슈의 이야기다. 제목이 에코파크인 것은 이번 작품에 나올 살인범이 그곳에서 잡혔기 때문...나 한번도 LA에 가 본 적은 없는데, 마이클 코넬리의 책을 읽다 보면 어느정도 지리에 익숙해지는 것은 아닐까 라는 생각이 문득 든다. 저자가 하도 엘 에이의 지리 여기 저기를 배경으로 해서 말이다.


하여간 간단하게 내용만 언급해 보자면 이렇다. 미해결사건 전담반에 배치된 뒤 틈틈히 13년 전에 벌어진 미제 사건을 들여다 보던 보슈는 우연히 잡혀 들어온 연쇄 살인범이 자신이 그 사건의 범인이라고 불자 의아해 한다. 하지만 그의 의심과는 달리 정황과 너무 맞아 떨어지는 범인의 이야기 더군다나 그는 끝내 찾지 못한 실종 여인의 시체를 묻은 곳을 알려 주겠다고 한다. 무언가 이상하다고 생각하면서도 졸래 졸래 범인을 따라 시체 묻힌 장소에 따라온 보슈는 생각지도 못한 상황에 처하고 마는데...


깜쪽같이 사라진 여인, 그를 쫓는 보슈의 집념을 이젠 너무 많이 읽었다는 것이 함정. 이 한권만 놓고 본다면 전혀 클리쉐라고 하지 않아도 될지 모르겠지만 그의 책을 다 읽어본 나로써는 읽는 자체가 어디선가 읽어본 듯한 느낌이 자꾸 들었다. 이렇게 꾸준히 자신의 복제품을 양산해 낸다는 점에서 마이클 코넬리에게 실망이었다. 그렇게 많이 쓰셨으면 이젠 조금 다른 장르로 도전해 보셔도 되지 않을까 싶은데, 여인의 실종과 살인, 그리고 경찰서 내부의 배신에 의한 것이라는 설정을 꾸준히 되풀이 하시는 것이 아닐까 싶다. 더군다나 후반부에 긴장감이 약하다는 점도 약점. 아무리 좋게 봐줘도 마이클 코넬리의 장점이 두드러진 작품이라고는 할 수 없지 않는가 한다. 뭐, 수작이 있으면 범작도 있는 법. 다음 번을 기대해 보기로 한다. 제발 다음 번에는 조금 다른 버전으로 독자들을 놀라게 해주시길...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이상한 조류학자의 어쿠스틱 여행기 - 멸종 오리 찾아서 지구 세 바퀴 반 지식여행자 시리즈 3
글렌 칠튼 지음, 위문숙 옮김 / 메디치미디어 / 2013년 7월
평점 :
품절


불안하고 집요한 아이는 커서 어떻게 될까가 궁금하신 분들에겐 희소식. 알고보니 그들은 불안하고 집요한 어른으로 성장해서 나름 자신의 독특한 성향을 프로젝트에 반영시켜 괄목할만한 성과를 일궈낼 수 있다고 한다. 바로 이 책의 저자처럼 말이다. 불안하고 집요한데다 집착끼도 조금 있었던 저자는 자신의 전공인 조류학에 광기를 조금 보태 남들이 당최 상상도 하지 못하는 계획을 실현해 내겠다고 나선다. 바로 이미 백여년 전에 멸종해버린 까치 오리를 찾아 나서겠다는 것. 물론 아직도 어딘가 생존해 있을 것이란 믿음 하나로 까치 오리 상봉에 나선 것은 아니고, 이미 죽어서 박제가 되어 버린, 그래서 세계 곳곳 박물관에 소장되어 있는 박제 까치 오리들을 찾아 나선 것이다. 기겁하진 마시라. 다행히도 그들의 숫자는 50을 겨우 넘긴 정도이니 말이다. 물론 이곳 저곳 흩어져 있는 그들을 찾아서 만난다는 것은 가난한 조류학자의 박봉으로는 쉽지 않은 일이었지만서도 말이다. 이 책을 읽고난 감상을 짧게 서술해 보자면...


1.멸종해 버린 다음에 땅을 치고 후회해봐야 소용이 없다는 것. 박제로만 남아 있다는 여러 멸종 동물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니 이보다 허무할 수 없더라. 얼마전까지만 해도 멀쩡히 지구를 활보하고 있었는데, 이젠 죽은 시체가 전부라니 말이다. 보니 우리 지구가 얼마나 다양성이라는 점에서 점수를 잃고 있는지 새삼 실감이 났다. 이렇게 많은 종이 소리 소문없이 사라져 갔는가 안타까웠고, 또 그들 없이도 이렇게 잘 살아나가고 있는 우리가 이해가 가질 않더라. 아마도 지금은 우리 곁에 흔하디 흔하기 존재하는 어떤 종들도 백년 후에쯤에는 기록물이나 박제물로밖에는 남지 않겠구나 싶어 섬뜩했다. 이러다 결국 우리 인간만 남아서 과거 이런 생물들이 살았었다면서 기록으로만 동물들을 대하게 되는건 아닐런지 걱정이 된다. 물론 나야 그 전에 죽어 사라지겠지만서도, 멸종된 종들의 미래가 남의 이야기 같지 않아서 말이다. 왜냐면 그들은 영원히 사라지기엔 다들 너무도 아름다운 생명들이므로...우리가 아무리 과학이 발전한다 한들, 그리고 미적 감각이 뛰어 난다 한들, 이미 지구상에 존재하는 다채로운 생명체들에 비하겠는가. 제발 부탁이니, 더 이상의 멸종종들이 지구상엔 나타나지 않기 바라는 바이다.


2. 대학 교수라고는 하지만 거금을 들인 세계 여행을 마음껏 할 수 없는 처지의 저자가 예산의 압박감을 딛고 여행을 하던 것들이 재밌었다. 한번 시작을 하면 끝장을 보는 성미라서, 전세계에 남아 있는 까치 오리들을 다 손으로 만져 보고 조사하리라, 저자는 맨처음 그렇게 다짐을 했다. 그리고 사정이 허락하는 한에서는 적어도 그는 자신의 결심을 이뤄낸 듯하다. 수년에 걸쳐 마음 먹을 것을 이뤄 내는 끈기와 열정이 이 책을 밀고 나가는 동력,빌 브라이슨 급은 아니지만 찰랑찰랑 넘치는 저자의 유머도 자칫 지루해질 수 있는 단조로운 미션에 활기를 불어넣어주고 있었다. 무엇보다 저자만의 개성이 독특하다는 점도 무시못할 매력. 까치 오리를 연구할만한 딱 그만한 성품의 소유자였다고나 할까? 간간히 여행에 동참해준 아내와의 일화도 흥미롭기 짝이 없었다. 멸종해버린 까치 오리는 찾아 나선다는 무모하고 단조로운 여정을 설레는 열정으로 흥미롭게 서술한 점은 높이 살만하다. 저자의 열정 덕분에 주변에 있는 동물들에게 새삼 눈길이 돌려 지더라는 것은 이 책을 읽은 최대 수확일 듯 싶다. 저자의 애정에 감화된 탓에 말이다.이렇게 흥미로운 내용에 썰렁과 박장대소의 경계선 정도에 위치한 저자의 유머 감각, 그리고 줄기차게 밀어붙이는 까치 오리를 향한 집념이 이 책을 돋보이게 하는 점이었다고 한다면,


3. 이 책의 단점은 일단 간간히 몇몇 문장들을 읽으며 원문이 궁금해졌다는 것을 들 수 있겠다. 대체로 나는 번역한 책에 관대한 편이다. 왜냐면 번역을 한다는 것이 생각만큼 쉽지 않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해서 문맥이 이해만 가능하다면 별다르게 태클을 거는 편이 아닌데, 이 책은 종종 이게 무슨 말이지? 해석이 안 되면서 원문이 무엇이었을까 궁금하게 만들었다. 특히 초반에 그런 문장들이 몇 개 보이던데, 완벽한 번역을 바라는 것은 아니라도 문맥이 이해는 되어야 한다는 점에서 조금 미흡하지 않았는가 한다. 다행히도 그런 문장들이 후반으로 갈수록 없어지긴 하던데, 오랜만에 원문을 보고 싶게 했다는 점에서 그다지 매끄러운 번역은 아니었지 않는가 한다. 실제로 원문 그대로를 번역한 것이었다고 해도 말이다.


거기에 제목에 왜 어쿠스틱이라는 단어가 들어갔는지 끝까지 이해가 안 되더라. 차라리 환타스틱이나 미친이나 기발한이나 뭐, 그런 말을 집어 넣었더라면 이해가 되었을텐데, 어쿠스틱은 도무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 원래 아무 생각없이 집어넣은 단어인지 ,아니면 나름 생각을 해서 작명한 제목인데 내가 이해를 하지 못하는 것인가는 모르겠으나, 아무리 제목이라고 하지만 내용과의 연관이 있었다면 좋았지 않는가 한다.  연관이 없으면 어떠랴? 특이해서 주목만 받으면 되지 라고 말하신다면 할 말 없지만서도...


하여간 결론은, 꽤 읽을만했던 동물 여행기라 할만했다. 멸종된 까치 오리를 찾아서 사방팔방 돌아다닌 저자에게 박수를...이 책의 성공으로 그가 여행하느라 까먹은 연금을 채워 넣으셨기를 바라면서...


그리고 이 책을 읽으면서 기억에 남는 하나는, 멸종된 동물들 몇몇에 관한 이야기는 여전히 심금을 울린다는 것이었다. 세상에 자신의 종 가운데 마지막으로 남는다는건 어떤 기분일까? 조류들 중에선 집단이 아니면 번식이 불가능한 종도 있다고 한다. 한마리 두마리 가지고는 복원이 안 된다는 것이다. 혹시 악어를 최근에 보신 적이 있으신지...얼마전 tv를 우연히 보다가 악어의 정교한 아름다움에 감탄하고 말았다. 만약 언젠가 악어가 멸종하게 된다면 우리는 그들의 아름다움을 어떻게 후세에게 전할 것인가? 남아 있는 박제로 그들의 매혹적인 눈을 설명할 수 있을까? 멸종에 대해 우리가 좀 더 경각심을 가져 줬으면 하는 바람이다. 그들이 없어지고 나면 우리 지구는 과거보다 더 심심해질 것 같으니 말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육아 천재가 된 코믹 아빠 - 시트콤처럼 재미있는 육아 매뉴얼
게리 그린버그 지음, 이주혜 옮김, 지니 헤이든 그림 / 명진출판사 / 2013년 5월
평점 :
품절


이 책도 내가 기대했던 것과는 차이가 있었다. 제목에서 연상이 되다시피, 나는 시트콤처럼 재밌는 육아 일지를 보게 되리라 기대를 했던 것이다. 종종 그런 책에서 예상치 않았던 감동과 재미를 맛 보았던 적이 있었던 차라, 이 책도 그런 책들 중 하나이지 않겠나 그렇게 생각했었는데... 막상 책을 펼쳐드니, 아니, 이게 뭐야?  이건 그냥 육아 서적이지 뭔가. 신생아를 둔 초보 생짜 아빠를 위해 만든 초보 육아 서적. 초보 아빠의 생생한 육아 일지를 깔깔 소리 내며 읽게 될거야 라면서 집어든 이 책은 초반부터 심각한 자세로 아기 육아에 대해 논의하고 있어서 실망하고 말았다. 조금은 사기를 당한 기분이었다. 왜냐면 분명 제목이 육아 천재가 된 코믹 아빠이다 보니, 어디선가 코믹한 아빠가 튀어 나와 줄 것이라고 기대를 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어디에서도 초보 아빠를 위한 육아 서적이라고는 말해주지 않던데, 제목만 보곤 코믹한 육아 일지를 기대한 내가 잘못한 것이려나? 그럼에도 이제 6 개월에 접어드는 내 조카를 위해 새롭게 읽어본 결과는...


드디어 이런 책이 나와줬다는 것에 반갑다는 것이었다. 그래, 아빠들을 위해서 아주 기초적인 육아 상식을 알려주는 책이 진작에 나왔어야 했다. 이제서야 이런 책이 나왔다는 것이 어쩜 뒤늦은 감이 있다. 그리고 그간 나는 왜 아빠들은 육아 서적을 읽지 않을까 궁금했었는데, 이 책을 보니 알겠더라. 육아 서적은 너무 여성적이고 자세해서 그걸 들여다볼 아빠들이 많이 않을 것이란 사실을. 이 세상에 나와 있는 모든 육아 서적들은 엄마들을 겨냥해 만들어 진 것이라는 것을 말이다. 그렇다보니, 아빠들이 육아 서적을 나몰라라 하는 것도 당연했다. 아빠들에게 육아에 동참할 것을 강력하게 주장하던 여성들이 간과하고 있는 것이 있었으니, 바로 아빠 눈높이에 맞춘 육아 서적 하나 정도는 있었어야 했다는 점이다. 그간 우리는 우리 눈높이에 맞춰서 우리보다 더 육아를 잘 하는 이상한 아빠들만 바라 보면서, 우리 주변 아빠들은 왜 그렇지 않는가 성토를 했었더랬다. 사실 아빠들이 그렇게 육아에 지극 정성을 쏟아야 아이가 잘 크는 것만은 아닌데도 말이다. 하여간 무식해서 내진 서툴러서 육아에 소외당하고 욕먹는 아빠들을 위해 지금이나마 이런 책이 나와 줬다는 것은 무척 고무적인 일이지 싶다. 대충 어떤 내용이냐고?


아빠 눈높이에 맞춰서 그들의 고민과 불안을 잠재워준 책이라고 보심 되지 싶다. 거기다 아빠들이 읽기 쉽게 단순하고 간단하게 핵심만 짚어서 서술한 점도 높이 사고 싶다. 일단 무언가를 읽으려면 읽을만해야 하는 것이 먼저이니 말이다.한마디로 난생 처음 아가를 받아들고 쩔쩔대는 아빠들이 읽기엔 딱 적당한 책이다.  그들이 엄마처럼 학자 포스를  풍기면서 육아 서적을 탐독할 일도 없고, 그럴 마음이 설사 있다고 한들 시간이 없을 터이며, 작정하고 읽기 시작했다 한들 육아 서적 대부분은 지나치게 자세하고 복잡하며 읽고 나서도 왠지 건지는 것이 별로 없는 듯한 기분이 들어 집어치우기 쉽상이니 말이다. 그에 비하면 이 책은 초보자 아빠용으로는 부족하지도, 그렇다고 넘쳐 나지도 않는, 아가들 연령별로 아빠들이 알아야 할, 하지만 남들이 알려 주지 않는한 알지 못할 육아 상식들도 빼곡히 채워져 있었다. 더군다나 말도 많지 않다. 군더더기 없이 증상과 상황 처방이 전부다. 만화가 옆에 그려져 있어서 뭐, 그닥 도움이 되지는 않지만 시각적으로 설렁 설렁 읽힌다는 느낌은 준다. 그러니 아마 아빠들이 읽는다면 나보단 더 열광하지 않을까 한다. 여자인 나보단 훨씬 더 공감이 될터이고 말이다. 전적으로 아빠들용이기에, 아빠들이 아기가 생긴 뒤에 느낄만한 여러 감정들을 다루고 있다는 점도 좋다. 그건 아빠가 아니라면 느끼지 못한 감정들이므로, 아기가 생긴 뒤 남모를 감정 때문에 고민이신 분들은 이 책을 읽고 나면 아~~ 난 정상이었구나 라면서 안도하실지도 모르겠다. 그리고 아가에 대한 이해가 높아지면서, 아가와 함께 하는 시간들이 보다 즐겁고 행복해지지 않을런지...책 하나로 행복까지 바란다는 것은 좀 오바일지도 모르겠지만서도, 하여간 아기가 태어남과 동시에 아빠들은 가족안에서 좀 찬밥 신세가 되는 경향이 있다는걸 생각하면, 실은 그런게 아니라는걸 알게 해주는 것도 나쁘지 않다 싶다. 우리에게 아가들이 중요한 것은 그만큼 아빠들이 중요하기 때문이라는 것을 그들이 잊지 않았으면 좋겠다. 아가들은 바로 아빠들의 자식 아니겠는가. 하여간 모든 아빠들에게 건투를 빌어본다. 엄마가 되는 과정 만큼이나 아빠가 되는 과정 역시 드라마틱하고 즐거우며 행복한 이야기가 있는 과정이니, 그들이 그 과정을 놓치지 않고 다 누리길 바라마지 않는 바이다. 


그나저나 아빠용 육아 서적이라는 말을 당당하게 붙이지 못하고 은근 슬쩍, 육아 서적이 아닌 육아 일지여요~ 라는 듯 코믹아빠라는 타이틀을 붙인 것이 재밌다. 차라리 길을 잃느니, 길을 물어 보지는 않는다는 남성들의 성향을 보여주는 것이 아닐런지...하지만 남자들이여! 육아에 관한한 물어보는 것이 낫다. 나중에 후회하거나, 자책하게 되는 것보다는 말이다. 하니 ,불안에 쩌는 초보 아빠라면 이 책을 집어 드셔라. 천재도 코믹 아빠도 되지 않을지는 모르겠으나, 적어도 초보에서는 벗어날 수 있을터이니...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매스커레이드 호텔 매스커레이드 시리즈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양윤옥 옮김 / 현대문학 / 2012년 7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난 왜 이 책에 그렇게 기대를 했던 것일까? 그럴 필요 없었는데 말이다. 책이 나왔을때의 열광적인 리뷰어들의 반응들 때문이었을까? 아니면 우리는 누구나 가면을 쓰고 살아간다는 표제의 문구 때문이었을까? 그도 아니면 가면을 쓴 자의 호텔이라는 제목때문이었을까? 히가시노 게이고에 대해선 딱히 좋아하지도 싫어하지도 않았던 탓에 작가의 이름 때문이라는건 조금 의문이 있고, 그나마 가장 내가 이해 가능한 것은 호텔이라는 공간에서 일어나는 여러 사람들의 색다른 면모를 뷔페 차린 듯이 볼 수 있지 않을까 라는 상상을 혼자 열심히 했었다는 것일 것이다. 그러니까, 나는 이 책을 읽기 전에 이런 저런 상상을 했었더랬다. 이런 저런 내용이 있지 않을까 라는...그리고 작가의 명성에 미뤄 짐작컨대, 사람들의 이야기를 정말로 맛깔나고 재미지게 서술하지 않았을까 라는 느슨한 믿음 정도? 상상과 믿음이 만났을때 그것은 어설프게 부풀어지게 마련이고, 그럴때 내가 조심해야 하는 것은 실망할 수도 있다는 점에 대한 안전판을 만들어 놔야 했다는 것인데, 왠일인지 이 책에는 그런걸 전혀 마련하지 않았더란 것이다. 그래서!  어떻게 됐냐고? 추락밖에 할 게 더 있겠는가. 한없이 높아져 올라간 기대치의 다이빙 보드에서 바닥으로 아무런 장치 없이 떨어지는 경험을...줄곧 내려오기만 하다 보니,한번이라도 올라가려고 애를 쓰지 않아도 된다는 것이 그나마 좋은 점이라면 좋은 점이더라. 혹시나 라는 기대를 하지 않게 해준다는 점에서 말이다. 하여간 기대 잔뜩하고 봤다가, 도무지 왜 이 책에 그렇게 기대를 했던 것일까 그럴 필요 전혀 없었는데 라는 자조를 하게 했던 책이 되겠다.


내용은 이렇다. 최근에 벌어진 세 건의 살인 사건을 수사하던 경찰은 그것이 연쇄 살인 사건이며 , 다음번 타겟이 모 호텔에서 벌어질 것이라는 단서를 얻게 된다. 이제 남은 것은 언제 벌어질지 모르는 살인에 대비해 잠복 근무를 하는 것. 문제는 살인의 수법상, 누가 범인인지 누구를 대상으로 살인을 벌일 것인지 미정이라는 것. 그저 무작정 수상한 사람을 탐지해 내야 하는 사건의 성격상 형사 하나가 호텔리어로 잠복 근무에 나서게 된다. 처음엔 호텔리어라는 직업 자체를 무시하던 형사는 점차 그들의 일이 쉽지 않다는 것을 알게 된다. 투덜투덜대면서 전혀 호텔리어로써의 기본 자질을 숙지하려 하지 않던 형사는 시간이 지남에 따라 그들의 일의 성격을 이해하게 된다. 하지만 그가 할 일은 살인범을 잡는 일...하지만 정체를 모르는 살인범을 알아낸다는 것은 이모저모로 꼬여만 가는데...


일단 정체를 모르는 살인범을 잡겠다고 이렇게 솔선수범해서 호텔을 점령하는 경찰들이 있다는 점에 의문이 들었다. 예고 살인을 하는 것도 아니고, 그저 그가 흘린 단서들을 주어 모아 수수께끼 풀 듯 풀어낸 것에 불과한데, 그걸로 경찰 수뇌부들을 움직였다는 설정 자체가 신빙성이 들지 않더라. 일본의 경찰들이 이렇게 한가할 수 있는가도 금시 초문이고, 부하들의 말에 이렇게 전적으로 믿음을 보내는 상사도 본 적이 없으며, 경찰이라는 상명하복 지휘하에 있는 사람들이 그런 미심쩍은 단서 하나에 부서 전체가 움직인다는 설정을 과연 어디까지 믿어 줘야 하는지 의문이었다. 거기에 호텔리어로 근무하게된 형사와 진짜 호텔리어 사이의 티격태격이 어찌나 유치하던지, 둘이 처음엔 그런 사이였다는 설정으로 가지 않는다면 이야기가 되지 않는다는건 이해한다고 쳐도 정말 재미 없더라. 조금 이해 가능하게 굴었더라면 둘의 캐미가 그럭저럭 볼만했을지 모르겠으나, 형사는 무조건 인간 모두이 의심투성이에 불만이고, 직업이 호텔리어인 여자는 무조건 저자세로 일관하던데, 천편일률적인 인물 묘사에 짜증이 나다 못해 하늘을 뚫은 지경이다. 맛깔나다는 표현과는 거리가 먼 그런 어설픈 모습에 감동이나 재미를 느낄 수는 없는 법이지. 요즘엔 드라마에서도 그렇게 극단적으로 인물 묘사를 하지 않는데 말이다. 세번째로 마음에 들지 않는 것은 살인범을 잡기 위해 추리를 해나가는 과정이다. 무언가 대단한 것이 있다는 듯이 꼬아 놓기만 한 듯한 느낌? 일본 추리 소설에서 자주 보게 되는 위험한 트릭인, 전적으로 추리 소설만을 위해 만든 추리 소설용 살인 사건이라고나 할까? 그리고 그것을 풀어나가는 과정 역시 그다지 신빙성 있어 보이지 않았고 말이다. 거기에 호텔에 나오는 인물들은 어찌나 일본스럽던지...왕따등의 가학 문제가 심한 나라라고 들었는데, 다른 한편으로는 왕따의 정도만큼 내성적인 피학도 못지 않게 심각한 나라가 일본이 아닐까 라는 생각이 들었다. 민감성이라고 해야 하나? 부끄러움이라고 해야 하나? 아니면 소심함? 뒷끝 작렬의 나라? 하여간 오래전 당한 일로 사람을 함부로 갈구는 것이 당연하다는 듯이 묘사되는 일본 소설을 보게 되면 피곤해진다. 읽는 것만으로도 말이다.


나쁜 의미로 일본 작가의 지극히 일본적인 소설. 그리고 히가시노 게이고에 대한 실망이 극에 달한 소설. 뭐, 이 책이 그동안 읽었던 히가시노 게이고 소설 중에서 제일 못했다는 뜻이 아니라, 그만큼 기대를 많이 하고 봤는데 실망이 컸다는 뜻이다. 낙차가 너무 컸던 탓에 이제 왠만하면 이 작가의 책은 읽고 싶지 않을 듯하다. 뭐, 더 쓰고 싶은 말은 남은 것 같지만서도, 이 정도면 이 책에 대한 실망에 대해 충분히 아쉬움은 토로한 듯 하니 여기서 접기로 한다. 그나저나 나 이 작가, 히가시노 게이고와는 별로 연대가 맞지 않은 듯 싶다. 그나마 그동안 쌓아온 이 작가에 대한 기대감이 이번 한방으로 완전히 날아가 버렸다. 히가시노 게이고, 드디어 내 그녀의 이름을 외웠는데 하필이면 그 책이 너무 마음에 들지 않아서 였다는 점은 참으로 안타깝다 하겠다. 그녀의 책을 더이상 기대하지 않으면서...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3시의 나
아사오 하루밍 지음, 이수미 옮김 / 북노마드 / 2013년 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제목 그대로 매일 매일 오후 3시 자신이 무엇을 하고 있는지 작가가 꾸준히 기록한 그림 일지다.어떤 이벤트를 한게 아니라 그냥 자연스럽게 3시에 나는 무엇을 하고 있는지를 그리고 있는 것이 특징, 그렇다보니 어느 정도는 책이라기 보단 그냥 남의 일기를 훔쳐 보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내 말하건대 내 일기건 남의 일기건 읽다 보면 졸립다니까. 이 얇은 만화와 짧은 문장 몇개로만 구성 되어 있는 이 책을 다 읽는데 3일에 대 여섯번은 졸다 잡다를 반복하면서 읽어 치웠는데, 그때 알았다. 사람들이 너도 나도 일기를 책으로 내지 않는데는 다 이유가 있다고 말이다. 한마디로 드라마틱한 것이 없고, 걸러 내지 않는 일상들은 아무리 재밌게 그린다고 한들 따분해 지기 마련이라는 것이다. 더군다나 40은 족히 넘은 듯한, 일러스트가 직업인 여성 작가의 일상이라...일본 여성들은 크게 두 부류로 나뉜다고 하던데--야한 쪽과 지극히 정숙한 쪽--이 분은 지극히 정숙하고 얌전하며 지적인 부류에 속하는 분이었다. 타인에 대해 많은 이해를 하기 위해 많은 시간을 할애하고는 있는 분같던데, 아주 착한 분이시고 말이다. 다만 다소 재미가 없다는 점이 약간의 단점이라면 단점이려나? 해서 눈살을 찌프릴만한 사건은 단 하나도 일어나지 않았음에도, 그러니까 내용 자체는 타박할 만한 구석을 찾지 못했음에도 그렇다고 굉장히 우수했다고 할만한 것도 찾지 못했던게 아닐까 한다. 그러니까, 이 책의 최대 장점은 1년동안 매일 매일 3시의 자신을 기록한 성실함이 어쩜 다 일지도 모르겠다. 잘 했어요~~! 라고 등을 두들겨 주긴 할망정, 공감을 살만한 구석은 별로 없었다는 말씀. 이 작가의 다른 책이 기대되지 않은 이유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