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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한 조류학자의 어쿠스틱 여행기 - 멸종 오리 찾아서 지구 세 바퀴 반 ㅣ 지식여행자 시리즈 3
글렌 칠튼 지음, 위문숙 옮김 / 메디치미디어 / 2013년 7월
평점 :
품절
불안하고 집요한 아이는 커서 어떻게 될까가 궁금하신 분들에겐 희소식. 알고보니 그들은 불안하고 집요한 어른으로 성장해서 나름 자신의 독특한 성향을 프로젝트에 반영시켜 괄목할만한 성과를 일궈낼 수 있다고 한다. 바로 이 책의 저자처럼 말이다. 불안하고 집요한데다 집착끼도 조금 있었던 저자는 자신의 전공인 조류학에 광기를 조금 보태 남들이 당최 상상도 하지 못하는 계획을 실현해 내겠다고 나선다. 바로 이미 백여년 전에 멸종해버린 까치 오리를 찾아 나서겠다는 것. 물론 아직도 어딘가 생존해 있을 것이란 믿음 하나로 까치 오리 상봉에 나선 것은 아니고, 이미 죽어서 박제가 되어 버린, 그래서 세계 곳곳 박물관에 소장되어 있는 박제 까치 오리들을 찾아 나선 것이다. 기겁하진 마시라. 다행히도 그들의 숫자는 50을 겨우 넘긴 정도이니 말이다. 물론 이곳 저곳 흩어져 있는 그들을 찾아서 만난다는 것은 가난한 조류학자의 박봉으로는 쉽지 않은 일이었지만서도 말이다. 이 책을 읽고난 감상을 짧게 서술해 보자면...
1.멸종해 버린 다음에 땅을 치고 후회해봐야 소용이 없다는 것. 박제로만 남아 있다는 여러 멸종 동물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니 이보다 허무할 수 없더라. 얼마전까지만 해도 멀쩡히 지구를 활보하고 있었는데, 이젠 죽은 시체가 전부라니 말이다. 보니 우리 지구가 얼마나 다양성이라는 점에서 점수를 잃고 있는지 새삼 실감이 났다. 이렇게 많은 종이 소리 소문없이 사라져 갔는가 안타까웠고, 또 그들 없이도 이렇게 잘 살아나가고 있는 우리가 이해가 가질 않더라. 아마도 지금은 우리 곁에 흔하디 흔하기 존재하는 어떤 종들도 백년 후에쯤에는 기록물이나 박제물로밖에는 남지 않겠구나 싶어 섬뜩했다. 이러다 결국 우리 인간만 남아서 과거 이런 생물들이 살았었다면서 기록으로만 동물들을 대하게 되는건 아닐런지 걱정이 된다. 물론 나야 그 전에 죽어 사라지겠지만서도, 멸종된 종들의 미래가 남의 이야기 같지 않아서 말이다. 왜냐면 그들은 영원히 사라지기엔 다들 너무도 아름다운 생명들이므로...우리가 아무리 과학이 발전한다 한들, 그리고 미적 감각이 뛰어 난다 한들, 이미 지구상에 존재하는 다채로운 생명체들에 비하겠는가. 제발 부탁이니, 더 이상의 멸종종들이 지구상엔 나타나지 않기 바라는 바이다.
2. 대학 교수라고는 하지만 거금을 들인 세계 여행을 마음껏 할 수 없는 처지의 저자가 예산의 압박감을 딛고 여행을 하던 것들이 재밌었다. 한번 시작을 하면 끝장을 보는 성미라서, 전세계에 남아 있는 까치 오리들을 다 손으로 만져 보고 조사하리라, 저자는 맨처음 그렇게 다짐을 했다. 그리고 사정이 허락하는 한에서는 적어도 그는 자신의 결심을 이뤄낸 듯하다. 수년에 걸쳐 마음 먹을 것을 이뤄 내는 끈기와 열정이 이 책을 밀고 나가는 동력,빌 브라이슨 급은 아니지만 찰랑찰랑 넘치는 저자의 유머도 자칫 지루해질 수 있는 단조로운 미션에 활기를 불어넣어주고 있었다. 무엇보다 저자만의 개성이 독특하다는 점도 무시못할 매력. 까치 오리를 연구할만한 딱 그만한 성품의 소유자였다고나 할까? 간간히 여행에 동참해준 아내와의 일화도 흥미롭기 짝이 없었다. 멸종해버린 까치 오리는 찾아 나선다는 무모하고 단조로운 여정을 설레는 열정으로 흥미롭게 서술한 점은 높이 살만하다. 저자의 열정 덕분에 주변에 있는 동물들에게 새삼 눈길이 돌려 지더라는 것은 이 책을 읽은 최대 수확일 듯 싶다. 저자의 애정에 감화된 탓에 말이다.이렇게 흥미로운 내용에 썰렁과 박장대소의 경계선 정도에 위치한 저자의 유머 감각, 그리고 줄기차게 밀어붙이는 까치 오리를 향한 집념이 이 책을 돋보이게 하는 점이었다고 한다면,
3. 이 책의 단점은 일단 간간히 몇몇 문장들을 읽으며 원문이 궁금해졌다는 것을 들 수 있겠다. 대체로 나는 번역한 책에 관대한 편이다. 왜냐면 번역을 한다는 것이 생각만큼 쉽지 않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해서 문맥이 이해만 가능하다면 별다르게 태클을 거는 편이 아닌데, 이 책은 종종 이게 무슨 말이지? 해석이 안 되면서 원문이 무엇이었을까 궁금하게 만들었다. 특히 초반에 그런 문장들이 몇 개 보이던데, 완벽한 번역을 바라는 것은 아니라도 문맥이 이해는 되어야 한다는 점에서 조금 미흡하지 않았는가 한다. 다행히도 그런 문장들이 후반으로 갈수록 없어지긴 하던데, 오랜만에 원문을 보고 싶게 했다는 점에서 그다지 매끄러운 번역은 아니었지 않는가 한다. 실제로 원문 그대로를 번역한 것이었다고 해도 말이다.
거기에 제목에 왜 어쿠스틱이라는 단어가 들어갔는지 끝까지 이해가 안 되더라. 차라리 환타스틱이나 미친이나 기발한이나 뭐, 그런 말을 집어 넣었더라면 이해가 되었을텐데, 어쿠스틱은 도무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 원래 아무 생각없이 집어넣은 단어인지 ,아니면 나름 생각을 해서 작명한 제목인데 내가 이해를 하지 못하는 것인가는 모르겠으나, 아무리 제목이라고 하지만 내용과의 연관이 있었다면 좋았지 않는가 한다. 연관이 없으면 어떠랴? 특이해서 주목만 받으면 되지 라고 말하신다면 할 말 없지만서도...
하여간 결론은, 꽤 읽을만했던 동물 여행기라 할만했다. 멸종된 까치 오리를 찾아서 사방팔방 돌아다닌 저자에게 박수를...이 책의 성공으로 그가 여행하느라 까먹은 연금을 채워 넣으셨기를 바라면서...
그리고 이 책을 읽으면서 기억에 남는 하나는, 멸종된 동물들 몇몇에 관한 이야기는 여전히 심금을 울린다는 것이었다. 세상에 자신의 종 가운데 마지막으로 남는다는건 어떤 기분일까? 조류들 중에선 집단이 아니면 번식이 불가능한 종도 있다고 한다. 한마리 두마리 가지고는 복원이 안 된다는 것이다. 혹시 악어를 최근에 보신 적이 있으신지...얼마전 tv를 우연히 보다가 악어의 정교한 아름다움에 감탄하고 말았다. 만약 언젠가 악어가 멸종하게 된다면 우리는 그들의 아름다움을 어떻게 후세에게 전할 것인가? 남아 있는 박제로 그들의 매혹적인 눈을 설명할 수 있을까? 멸종에 대해 우리가 좀 더 경각심을 가져 줬으면 하는 바람이다. 그들이 없어지고 나면 우리 지구는 과거보다 더 심심해질 것 같으니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