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러스트 유어 아이즈
린우드 바클레이 지음, 신상일 옮김 / 해문출판사 / 201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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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이별없는 아침><네버 룩 어웨이>의 작가, 린우드 바클레이의 신작이다. 앞에 나온 두 권을 재밌게 봤기에 주저없이 고르게 된 작품. 이 책을 보고 나서 확실하게 깨달은 것인데, 린우드 바클레이는 주로 누구를 믿어야 하는지 아니면 믿지 않아야 하는지 끝까지 알 수 없게 한다는 것을 트릭으로 주로 활용하지 싶다. <이별없는 아침>에서는 가족, <네버 룩 어웨이>에서는 아내, 그리고 여기선 동생이다. 제목에도 여지없이 들어가는 trust란 단어...이 험난한 세상을 살아가는데 있어 누군가를 믿고 그렇지 않은 것에 대한 결과가 워낙 참담해서 그런가, 믿는다는 것에서만큼 사람들을 헷갈리게 하는게 없지 싶다. 과연 내가 본 것은 믿을 수 있는가? 내가 봤다고 생각하는 것을 믿을 수 있을까? 내가 확실하다고 믿는 것은 과연 확실할까? 등등...이런 의혹의 연장 선상에 선 또 한 사내가 있다. 과연 그는 자신의 신념을 믿을 수 있을까? 


아버지의 장례를 치르고 난 레이 킬 브라이드는 자신의 동생을 어떻게 해야 할지 난감하다. 고기능성 자폐로 인해 평생 지도에만 집착하면서 집 밖으로도 잘 나가지 않는 그를 혼자 둘 수 없기 때문이다. 어머니가 돌아가신 뒤 은퇴한 아버지에게 동생을 전적으로 맡긴 채 나몰라라 하면서 살아온 것에 대한 벌이랄까, 갑자기 그에게 떨어진 동생이란 짐은 어떻게 감당해야 할지 감을 잡지 못한다. 그를 괴롭히는 것이 또 하나 있었으니,바로 아버지의 죽음과 관련한 이상한 정황...과연 그가 단순히 실족사를 한 것인지 아니면 누군가 그를 밀은 것인지가 애매한 가운데 레이는 동생 토마스가 뉴욕으로 가달라는 말에 아연실색한다. 그가 하루종일 눈빠져라 보고 있는 < 훨 360>이란 싸이트에 나와 있는 인터넷 지도에 살인 사건처럼 보이는 것을 발견했다는 것이다. 훨 360이란 세계 모든 곳의 지형을 차가 다니면서 동영상을 찍으므로써, 그곳의 지도 정보를 보다 생생하게 볼 수 있게 한다는 장점이 있는 싸이트였다. 토마스가 발견한 것은 뉴욕 어느 거리 3층 아파트 창문에 보이는 실루엣이 아무리 봐도 누군가 목졸라 살해 당하는 것처럼 보인다는 점이었다. 처음엔 토마스의 말도 안되는 짓거리중 하나라고 여겼던 레이는 자세히 살펴본 결과 그 역시도 토마스의 말에 수긍하게 된다. 문제는 그 장면에 몇 달 전에 찍힌 동영상이라는 것. 해서 레이는 토마스의 명령에 따라 혹시 그 즈음 살인 사건이 생기지 않았는지 물어 보기 위해 뉴욕으로 떠난다. 그리고 그것은 그들이 전혀 상상하지 못했던 일들을 불러 오게 만드는데...


고기능성 자폐를 가진 동생의 닥달에 마지못해 나섰다가 살인 사건에 휘말리게 된 형의 이야기를 그리고 있는 소설이다. 우연히 발견한 사소한 단서를 가지고 사건을 풀어 나가는 것이 압권.지도에 관한한 천재적인 기억력을 자랑하지만, 그외 현실 생활에서는 현실감 제로인, 대체로 환상속에서 사는 동생의 말을 어디까지 믿어야 하고, 어디까지 믿지 말아야 하는지 몰라서 혼란스러운 형의 입장을 충분히 그려내고 있지 않는가 한다. 내가 그 입장이라고 해도 레이처럼 곤혹스러워 하고 당황스러워 했을 듯...나보다 레이가 그래도 조금은 더 착한 결과, 동생의 말을 이리 저리 들어주었지만서도 말이다. 얼핏 <레인 맨>의 그림자도 설핏 스치긴 하지만, 스릴러라 그런지 감동적인 면은 조금 약하지 않았는가 한다. 마지막 페이지까지 긴장을 놓을 수 없다는 것만큼은 이 책이 가진 장점이지 싶다. 영화로도 만들어 진다고 하는데, 중급 정도의 재미는 보장하지 않을까 하면서...마지막 반전에 아마 모두들 소름 돋아 하지 않을런지 싶다. 만약 영화가 상영이 되고, 보게 되신다면 결론을 모른 채 가실 것을 권해 드린다. 식스센스급은 아니라도 반전이라 할만한 반전을 보게 되실 수 있을테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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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한 그림자의 춤
앨리스 먼로 지음, 곽명단 옮김 / 뿔(웅진) / 201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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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그저께 앨리스 먼로님이 노벨상을 탔다는 말에 반가워 하다가, 오늘 아침 맷 먼로의 The music played 란 노래가 머리속에 흥얼흥얼...그러고 보니 앨리스 먼노의 책과 맷 먼로의 노래 분위기가 닮았다는 생각이 들어 갑자기 흥이 나서 쓰게 된 리뷰다. 외롭고 탈출구가 없는 먹먹한 사람들에게 작게나마 반란을 꾀하게 하던 그녀의 단편들과 사랑하는 여인에게 고백하려던 차에 다른 남자에게 이끌려 춤을 추고 있는 그녀를 보고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한 채 물끄러미 보고 있는 자존심 강한 남자의 쓸쓸한 심정이 어디가 닮았다고 그렇게 느끼게 되는 것인가는 모르겠으나, 글쎄...둘 다 십분 이해 가능한, 하지만 놓치기 쉬운 인간의 찰나적인 마음을 잘 포착하고 있다는 점이 공통이라면 공통이려나? 선천적으로 루저일 뿐인, 삶에 있어서 무엇을 더 기대하며 살아가야 하는지 모르는 사람들에 대해, 다시 말해 우리와 아주 많이 닮은 소시민들의 심정을 보여준다는 점에서 친근감을 느끼게 되는가 보다. 하여간 왜 갑자기 그 노래가 생각났는지, 그리고 앨리스 먼로가...여기까지 쓰다 그만 크게 웃고 말았다. 세상에나...성이 같은 먼로네? 와, 정말 뇌는 혼자 생각할 줄 아는 모양이다. 내가 전혀 자각하지 못하는 사이에 둘을 묶어 놓았으니 말이다. 연상 작용이라는 것이 바로 이런 경우를 두고 하는 말일까? 글을 쓸때만 해도 알아차리지 못한 채 고전적인 분위기가 닮았나? 라고만 생각했었는데, 이제와 보니 앨리스 먼로라는 이름 때문에 먼로의 노래가 생각난 것이었다. 난 둘이 닮았다면서 무엇이 무엇이 닮았을까 어거지로 꿰어 맞추고 있었건만...이런! 오래 살다보니 이런 날도 오는구나. 나의 뇌가 내 의지와 상관없이 전혀 의식하지 못한 사이에 혼자서 컴퓨터처럼 검색을 하고 결론을 내려 놓다니 말이다. 흥미롭다. 이걸 어딘가에 써 먹을 일이 없다는 것이 대단히 아쉽긴 하지만서도...

 

 

이 책을 읽은 지는 한참 되었는데, 읽을때는 감동을 받아서 몇 자 적는다고 하다가 시기를 놓쳐버려 유야무야 된 경우다. 앨리스 먼로는 모두 아시다시피 단편을 주로 쓰시는 분이고, 그래서 장점은 이야기가 금방 끝이 난다는 것이다. 단점이라면 각 편마다 작품성이 천차만별이라는 것. 정말 대단한데? 에서부터 무슨 말을 하려는 거야? 까지 무엇을 만날지 알 수가 없다는 것인데, 초코렛 선물 상자 한 박스를 받은 듯 말이다. 그래서 기대 안 하고 보다 보면 간간히 헉하고 소리가 날 정도로 통찰력 있는 글들과 조우하게 되는 반면, 이건 말도 안 되잖아? 라면서 궁시렁대게 되는 작품들도 만나게 된다는 것이 그녀에 대한 내 인상이다. 이 책 전에 읽었던 책이 별로여서 이 책에 대해선 별 기대 안 하고 봤다가, 기대 이상의 내용으로 감동을 받았던 책이다. 이 작품들 속에서 가장 기억에 남았던 단편은,  병이 든 노모를 양로원에 모시고 주말마다 꾸준히 찾아가는 한 딸의 모습을 그린 것으로, 자신을 당연히 보살펴야 된다고 불평하는 노모와 그런 그녀에게 싸우며 대꾸하고 설득하는게 아니라 그저 양로원에 모시고 꾸준히 찾아가는 것으로 자신의 도리를 다 하는 딸의 팽팽한 신경전에 관한 이야기다. 이기적인 부모가 자식의 인생을 어떻게 망쳐 놓는지, 그것에 대해 어떻게 전혀 죄책감을 갖지 못하게 되는지 여실히 보여주고 있던데, 그 통찰력에 놀란 경우. 대체로 이런 상황일시, 보통 사람들이 제대로 현실을 간파하지 못한다는걸 잘 알기에 먼로의 통찰력을 다시 보게 된 경우다. 우리가 보고 싶어하는 허상이 아니라 회피하고픈 현실의 단면을 있는 그대로 보여준다는 점에서 허를 찔린 느낌? 속으로 꽁꽁 감추고 있는 추한 감정--하지만 실은 가장 자연스런 감정--을 까발려 준다는 점에서 고맙기도 했고 말이다.  아, 나만 이렇게 사는게 아니라 다들 이렇게 고민하고 좌절하면서, 하지만 그럼에도 자신을 버리지 않으면서 살고 있구나 라는 것을 알게 되서 말이다. 어떤 상황에서건, 아무리 비루한 현실속에서도 남들이 해준 생각대로 사는게 아니라 자신만의 생각대로 살고자 하는 사람들이 나온다는 것도 좋다. 인간에 대한 전형적인 틀을 깨트린다는 점에서 식상한 전개가 아니라는 것도 그렇고 말이다. 어쩜 우리는 속마음을 숨긴 채 이 생을 묵묵히 견디고 있을 뿐이라는 것에서 한발 나아가, 그 속마음을 표현하는데로 나아가는 빙퉁맞아 보이는 사람들이 자주 등장하는 것도 특징. 어쩜 우리의 본 모습 역시 그렇지 않을까? 내뱉으면서 살아가진 못하지만서도 말이다. 해서 어떤면에선 먼로가 우리의 정신상담의 같다는 생각이 들더라.  우리의 속마음을 , 있는지도 알지 못했던 속마음을 투명하게 보여준다는 점에서 말이다. 그외에 자신의 방을 가지고 싶어 각방으로 노력하는 한 가정 주부의 이야기나 왕따를 당하는 친구에게 섣불리 친절을 베풀었다가 그녀가 친하게 나오자 발을 빼고 싶어하는 소녀의 이야기가 기억에 남는다. 앨리스 먼로를 알고 싶다시는 분들이라면 안성맞춤인 책이 아닐까 하면서...다 읽고 난 다음에 제목을 보고는 실소한 기억이 난다. 왜냐면 앨리스 먼로의 책에는 대체로 행복한 사람들이 나와주는걸 못 봐서 말이다. 알고보니 평생 수 많은 단편들을 쓰셨던데, 이 참에 더 많은 책들이 번역되어 나오길 기대해 본다. 뭐, 이 책에서는 감동을 받았었지만, 그럼에도 원서를 봐야 겠다고 수선을 피워 대지 않은걸 보면 나의 마음을 온전히 끌어 당기는 강렬한 매력은 없었지 싶다. 뭐, 아직 그녀의 책을 다 읽어 보지 않아서 모르는 것일지도... 앞으로 그녀의 매력을 온전히 알게 되기를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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썸데이 2013-10-12 12: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책 커버 이쁘지 않아요? 저도 자기만의 방을 가지고 싶어하던 여자 얘기가 인상적이었어요. (서재 브리핑 제목만 보고선 금발의 먼로씨 얘긴 줄 알았다는..)

오늘 brutal telling 배송 왔어요. 완전 이 가을에 어울리는 커버에요. ㅎㅎ

이네사 2013-10-12 13:05   좋아요 0 | URL
그죠? 제목을 뭐로 쓸까 고민하다 표지가 예뻐요...라고 쓸까 했었네요. 잠시...그런데
내용보다 표지가 예쁘다는 소리로 들릴까봐서, 다른 것로 했어요. 그런데 그것도 내용을 설명해주진 못하는가 보네요.그죠, 지금까진 먼로로 유명하신 분은 앨리스가 아니라 마를린이였죠. 아마 그건 한동안 변하지 않겠죠?

책 읽은 직후에 생생할때 써야 제대로 된 리뷰인데, 이건 정말로 충동적으로 쓴 것이라서--진짜 갑자기 노래를 흥얼거리다가 작성하게 된 리뷰여요.--많이 엉성하지 싶네요. 뭐, 내용은 각자 책을 충실하게 읽으면 될테니 알아서들 하심 되겠다 싶네요.

책이 왔군요~~~! 한동안은 뿌듯하시겠어요. 다람쥐가 곳간에 도토리 쟁여 놓은 기분처럼 말여요.
맞아요. 가을에 어울리죠? 그것도 마음에 들었는데, bury your dead는 하얀 눈 숲을 배경으로 한 겨울 표지여요. 그것도 마음에 들더라구요. bury your dead는 표지가 여려 버전인가 보던데, 이왕이면 그걸로 사셔요. 내용하고 잘 어울린다는...^^표지만 봐도 기분이 흐믓해지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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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ury Your Dead (Paperback)
Penny, Louise / Sphere / 201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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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일주일 전에 다 읽었는데, 그 이후로 후유증이 만만찮다. 이보다 더 재밌는 책을 찾지 못할 것 같아서 만사가 귀찮고 심드렁하고 우울하다. 분명 다 읽고난 직후에는 기분이 굉장히 좋았었는데, 어쩌다가 이렇게 되어 버렸는가 알다가도 모를 일이다. 이래서 너무 재밌는 책을 만나는 것도 그다지 썩 반갑지 않단 말이지. 뭐, 초등학교 시절부터 쭈욱 겪어왔던 증상이다 보니 지레 짐작이 되기도 하고, 뻔하게 예상이 되기도 하는데도, 겪을때마다 여전히 기분이 안 좋다. 이걸 어떻게 해결해야 할지 ...루이즈 페니의 책들 중에서 아직 읽지 못한 책들을 보게 되면 증상이 조금 가라앉을려나, 하여간 간만에 극심한 트라우마를 남겨주고 있는 루이즈 페니의 책이 되겠다.

 

 이 책은 전작brutal telling 과 연결이 되어 있다. 그녀의 책을 다 읽어본 것이 아니라서 두 작품 사이에 다른 책이 끼어 들었는가는 모르겠으나, 시간상으로 보자면 아닌 것이 확실한 듯하다. 하여간 brutal telling의 시점이 가을이었다면 이 책은 다음 해 겨울이다. 쓰리 파인즈의 사건을 해결한지 7~~8개월이 지난 시점으로, 전작이 여행하기 딱 좋은 선선한 날이었다면 이젠 길가에 오래 서 있었다간 동사를 걱정해야 하는 겨울이다. 그간 우리 주인공들에게 많은 변화들이 있었다. 전작 brutal telling의 범인으로 잡힌 올리비에는 선고를 받고 감옥에 수감중이고, 가마슈 경감은 하얗게 눈이 내린 퀘벡의 거리를 걸으면서 그간 일어났던 일들을 골똘히 생각중이다. 그에게는 그간 엄청난 일들이 일어 났고, 지금 그것의 결과물에 시달리고 있는 중이다. 무엇보다 그는 그 모든 것이 자신의 실수에서 기인한 것 같아 괴롭기만 하다. 자책하는 마음으로 거리를 거닐던 그는 그간 자신이 거만했던 탓에 진실을 보지 못했던 적은 없었는가 되돌아 보게 된다. 그런 회의감은 가마슈로 하여금 작년에 해결한 올리비에 사건을 다시금 파헤치도록 만들게 한다. 부하를 시켜 다시 한번 쓰리 파인즈에 가보도록 지시한 가마슈는 이번에는 올리비에를 변호하는 입장에서 사건을 파헤쳐 보도록 지시를 한다. 부하는 이미 꼼꼼하게 살펴본 사건을 다시 들여다 보라는 가마슈의 지시가 못마땅하긴 하지만, 가마슈가 누군가. 아무 이유없이 무언가를 지시할 사람이 아니질 않던가. 투덜대는 마음을 억누른 채 가마슈 없이 쓰리 파인즈에 내려 가게 된 그는 그간 피상적으로만 알아온 마을 주민들과 직접 대면하게 된다. 이제 문제라면 그에게 과연 이미 결론이 내려진 사건의 결말을 뒤업는 진상을 알아낼 정도로 능력이 있을까 라는 점. 과연 천하의 가마슈가 그 사건에 있어 실수를 하는 것이 가능하긴 할까?  아니면 단지 충격적인 사건에 휘말려 마음이 약해진 가마슈 경감의 실수에 대한 강박증이 불러온 불안에 불과한 것일까? 가마슈도 해결하지 못한 것을 어떻게 자신보고 해내라는 것인지 부하는 자신이 없다. 

 

한편, 퀘벡을 거닐면서 소일삼아 캐나다의 역사를 공부하던 가마슈는 한 남자가 도시의 가장 오래된 도서관에서 잔인하게 살해된 채 발견되었다는 소식을 듣게 된다. 자신의 관할이 아니기에 상관하지 않으려 했던 가마슈는 도서관 건물을 관리하는 유지로부터 사건을 해결해 달라는 부탁을 받게 된다. 문제는 죽은 사람이 퀘벡에서도 미친 걸로 유명한 사람이었다는 것. 그가 유명해진 이유는 퀘벡의 시조라 할 수 있는 champlain의 무덤을 찾기 위해 평생을 바친 사람이었기 때문이다. 프랑스계의 영웅인 champlain의 무덤을 찾던 사람이 영어권계의 중심부인 오래된 도서관에서 죽은 채 발견되었다는 사실은 퀘벡 주민들을 의아하게 만든다. 영어계 시민들과 불어계 시민들 사이의 해묵은 정치적인 갈등이 가라앉지 않은 시점에 발견된 프랑스계 시민의 죽음은 자칫 잘못하면 혼란으로 이끌 수 있는 파괴력을 가진 사건이었던 것이다. 일단 범인을 잡기 위해 단서 추적에 나선 가마슈는 범인으로 지목될만한 사람들이 늙고 힘이 빠진, 영어권계의 유력 골수 분자들 뿐이라는걸 알게 된다. 과연 그들중 누군가가 그렇게 잔인한 살인을 할 수 있을까가 의문인 가운데, 그보다 먼저 왜 살인을 하게 된 것일까 의문을 품게 된다. 이에 가마슈는 범인을 잡기 위해선 오래전 죽어 어디에 묻혀 있는지조차 알 길이 없다는 퀘벡의 시조 champlain의 무덤을 먼저 찾아야 한다는 것을 알게 되는데...과연 가마슈는 역사가들조차 찾지 못했다는 퀘벡의 아버지를 찾아낼 수 있을까? 그리고 그는 자신을 사로잡고 있는 망령으로부터도 자유로울 수 있을까? 어느때보다 괴롭기만한 가마슈는 자신의 지혜로도 풀지 못하는 것들이 있음을 통감하게 되는데...

 

무려 세 가지 사건들을 가지고 저글링을 하던 루이즈 페니의 추리 소설이다. 그녀의 데뷔작인 <스틸 라이트>에 못지 않는 수작으로, 어떻게 이야기를 이렇게도 촘촘하고 긴장감 있게 풀어 나가는지 감탄을 하면서 본 책이 되겠다. 사건이 세 개나 되는 통에 자칫 복잡해지기만 한다거나, 연결 고리를 잃는다거나, 사건들 중 하나가 흥미가 덜할때 지루할 수도 있을텐데도, 어찌나 영리하게 사건들을 구성해 놓았던지 한 순간도 지루하지 않게 읽을 수 있게 했다는 점에서 작가에게 허를 찔린 느낌이었다. 가히 불가능해 보이는 것을 가능하게 만드는 대단한 신공이지 싶다. 더군다나 이 책속에서는 퀘벡의 정치와 역사를 아우르며 이야기를 전개해 나가는데, 그 치밀함과 해박함에 두 손 두 발을 다 들고 말았다. 하여간 루이즈 페니의 책을 읽을때마다 느끼는 것인데, 늘 어느 부분에서는 감탄을 하게 만든다는 점에서 대단한 작가이지 싶다. 한 작가에게 매번 놀라게 되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인데, 그녀는 그렇다. 해리 포터를 쓴 조앤 롤링도 작품마다 정도에서는 차이가 있었지만 매번 나를 놀라게 했었는데, 루이즈 페니도 그런걸 보니, 그녀만큼 영리한 사람이지 싶다. 하여간 작가에 대한 칭송은 아무리 해도 부족할 것 같으니 이쯤에서 그치기로 하고... 이번 작품에서는 가마슈 경감의 고뇌가 짙게 깔려 있다는 점이 특징이다. 초반의 장면부터 자신의 실수를 곱씹는 가마슈 경감을 보는데, 이건 그 답지 않다고 생각했다. 그만큼 완벽한 경찰은 없었으니 말이다. 왜일까? 궁금했는데, 알고보니 그럴만한 일이 있었다. 그는 최선을 다해 수습을 한다고 했지만, 결과는 참혹했다. 사랑하는 부하가 죽고, 그는 부상을 당했다. 하지만 무엇보다 가장 견딜 수 없는 것은 눈에 보이지 않는 마음의 상처다. 과연 그는 자신의 상처를 추스릴 수 있을까? 그리고 여전히 자신은 범인이 아니라고 주장하는 올리비에는 감옥에서 나올 수 있을까? 가마슈는 다시금 불가능한 일들에 도전을 하게 되는데, 그것을 지혜롭게 해결하는 과정이 볼만한 추리 소설이었다. 도전이 있고 극복이 있고, 그걸 풀어가는 과정들의 지혜가 있다. 그리고 무엇보다 작가가 가마슈 외에 다른 등장인물들에게 성장할 기회를 만들어 준다는 점이 참 좋다. 가마슈를 주연으로 하는 영웅담이 아니라, 등장인물들 모두 다에게 주연할 기회가 주어지는 민주적인 작품이라고 할까? 다들 각자가 자신의 입장에서 목소리를 내고, 공감이 가는 대사 하나쯤은 날린다는 점에서 말이다. 등장인물들 모두를 영리하게 활용하는 것을 보면서, 이 작가가 인간을 보는 시야가 참으로 넓지 싶더라. 뭐, 이 분의 인간 본성에 대한 통찰력이이야 이미 입증이 된 것이니 말해봤자 입만 아프고...하여간 재능이 출중하다 못해 넘치시는 듯 보이는 작가를 만나서 너무 반가웠던 책이다. 이렇게 즐거운 독서를 하게 해주셔서 작가에게 고마웠고, 책이 너무 재밌었기에 리뷰는 간단하게 잘 쓸 수 있을 것이라 믿었는데, 이렇게 버벅거리는 나를 보려니 안타깝다. 이보다 잘 쓸 줄 알았는데, 희망이었을 뿐인가보다. 그러니 말하건데, 행여나 이 리뷰만으로 이 책에 대한 인상을 단정짓는 우는 범하지 마시길...내가 아무리 리뷰를 잘 쓴다고 해도 이 책의 진가를 다 말하진 못했을터인데, 그나마도 잘 쓰지 못했으니 말이다. 그러니 혹시 나중에 이 책이 번역되어 나온다면 아무것도 따지지 말고 일단 보시길. 어느때 읽으시건 간에 재미는 보장해 드리니 말이다. 거기에 덤으로 벅찬 감동에 진한 인간애마저 느낄 수 있으니, 안 보면 오히려 손해인 책이 아닐까 한다. 그나저나...나는 이제 또 무엇으로 이 책을 읽고난 시름을 달래리요? 아마도 한동안은 궁싯대면서 괴로워하고 있어야 할 듯 싶다. 되도록이면 빨리 다음 타자가 등장해주기를 바라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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썸데이 2013-10-07 23: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안녕하세요. 루이즈 페니 책을 찾아보다가 저보다 더 가마슈 경감 시리즈를 열심히 보는 분이 있구나 해서 반가운 마음에 댓글 남겨 봅니다. 저도 번역본 두 권 보고 아쉬워서 나머지도 챙겨 보다가 A rule against murder (Brutal Telling 전 편이요)까지 보고 말았었거든요. Bury your dead 다음에 한 권 더 나왔나요? A trick of the light? 재밌다고 하시니 저도 계속 봐야겠네요. 기대 돼요~ :D

이네사 2013-10-08 10:06   좋아요 0 | URL
전 A rule against murder 는 아직 못 봤구요.그 전에 <잔인한 계절>이라는 책이랑 Brutal Telling 그리고 Bury your dead 본게 다네요. A trick of the light도 재밌다고 해서 보려고 하고 있구요.< 잔인한 계절>은 다른 작품만 못하긴 하지만 그래도 마지막 장면에서는 크게 한 방 먹이더라구요.
Brutal Telling은 <잔인한 계절>보단 낫지만 뭐, 중간에 조금 지루하게 전개 되지만 안 읽을 수 없는게 다음의 Bury your dead와 바로 연결이 되요. 루이즈 페니의 작품은 그냥 아무 생각없이 출간 순서대로 읽는게 좋지 않을까 싶네요. 작품마다 다소의 차이는 있지만 어느정도는 등장인물들이 연결이 되기 때문에 뭐랄까...드라마 보는 듯이 보면 되지 않을까 싶네요.
저도 계속해서 루이즈페니의 책을 읽어 보려구요.A rule against murder도 재밌나요? ㅋㅋㅋ
뭐, 재미 없다고 하셔도 읽긴 하겠지만서도....뭐라 답하실지 솔깃하긴 하네요.^^

썸데이 2013-10-08 22:00   좋아요 0 | URL
음.. 저는 잔인한 계절은 재밌게 봤어요. Brutal Telling이 더 낫다고 하시니 게다가 Bury your dead는 최고 수작이라니 하핫 ;) 마침 타이밍도 좋게 다른 서점에서 Brutal Telling만 세일하더라구요. 금욜에 맞춰 주문해서 이번 주말에 봐야겠어요.

A rule against murder는.. 그냥 평작이에요. 게다가 배경이 쓰리 파인스가 아니라 가마슈가 다른 마을로 휴가 갔을 때 일어나는 얘기라 그 동네 특유의 느낌이 없어서 전 좀 아쉬웠어요. 그냥 시리즈 전체 다 보고 허전하다 싶을 때 읽을만한 정도랄까요?

아마존에 보니까 시리즈가 하드 커버로 한 권 더 나온거 같더라구요. 가을 내내 읽을 책이 충분하겠어요. 가마슈와 쓰리 파인스는 왠지 가을과 어울리지 않나요? 아마 스틸 라이프 단풍잎 커버 인상이 강했어서 그런가봐요 ^^

이네사 2013-10-08 22:22   좋아요 0 | URL
맞습니다. 가마슈 경감하고 쓰리 파인즈하고는 왠지 가을이 더 어울리죠. 캐나다라는 곳 자체가 북쪽에 위치해서 인지 여름보다는 가을 느낌이 강한기도 하구요. 지도에 이름조차 나와 있지 않다는 외진 곳 쓰리 파인즈라는 곳 자체가 주는 쓸쓸한 느낌도 그렇고 말이죠. 가을에 딱 읽기 좋죠. 루이즈 페니의 책은...살인범이 싸이코 패스나 자극적이지 않아서 전 좋더라구요. 주변에서 있음직한 일들에, 어딘가 있을만한 사람들이라는 친근한 느낌이 들잖아요. 실제로 영어나 불어는 쓰는 것도 아니고, 캐나다에 사는 백인도 아닌데 친숙한 느낌을 갖게 한다는 것은 그만큼 작가가 글을 잘 쓴다는게 아닐까 하네요.

A rule against murder는 평작이라구요. 그럼, 잔인한 계절보다 못하단 말인데, 거기에 쓰리 파인즈가 배경도 아니구요. 흠....패스해도 괜찮겠네요.
잔인한 계절 재밌게 보셨다면, 다른 두 권은 실망하지 않으실 거여요. 전 치명적인 은총이란 잔인한 계절은 좀 별로였거든요. 다른 작가의 책에 비하면 별로라는 말을 들을만한 퀄리티는 아니지만서도, 스틸 라이프에 비하면 좀 덜 재밌다 싶었어요. 그래서 더이상 안 보고 있다가 이번에 보게 된 것인데, 잘 했다 싶더라구요. 재밌었거든요.
뭐, 이러니 저러니 해도, 결론은 요즘 작가들 중에서 루이즈 페니처럼 쓰는 작가도 드물다는 거여요.
다른 작가들은 뼈다귀처럼 줄거리 빼면 남는게 없는 경우가 많은데, 루이즈 페니의 책은 읽고 나면 뭐랄까, 뭉클한 여운이 남아요. 어떻게 이렇게 쓰지 싶은 통찰력 있는 문장들에 반하게 되고 말이죠.
어쨌거나 반갑네요.^^
루이즈 페니를 좋아하시는 분을 만나서 말이죠. 좋아하는 것에 함께 공감할 수 있다는건 참 기분 좋은 일이잖아요. 입에 거품 물면서 설명할 필요도 없고...
앞으로도 책 읽으면 제깍제깍 리뷰 올려 드릴께요.
어떤게 제일 나은지 우리 다 읽어 제껴 봅시다, 그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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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4 D현경 시리즈
요코야마 히데오 지음, 최고은 옮김 / 검은숲 / 201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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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몇 장을 읽어 나가자마자, 이렇게 사소한 것에 목숨을 거는 사람들이 있나 라는 생각에 피곤해졌다. 절세 미인인 엄마가 아닌 추남인 아빠를 닮아서 고민이던 사춘기 딸이 가출을 했다는 설정에서부터 말이다. 처음엔 그런 일이 가능할 수도 있다는 생각에 식겁했는데, 계속 읽어 내려 가는데 이건 아니지 싶은 것이다. 사춘기 시절에 외모에 집착할 수도 있고, 그것때문에 고민이 될 수도 있는건 사실이지만서도, 그것이 과연 가출의 결정적인 이유가 될 수 있을까? 아니, 되어야 하나? 라는 가소롭다는 느낌...사는 것에는 그보다 더 큰 일이 많고 많은데, 고작 그것때문에 사랑하는 부모에게 대못을 박고 무책임하게 가출을 한다는 것이 이해가 되지 않아서 말이다. 아니, 물론 그런 일들이 얼마든지 일어날 수는 있다. 다만, 그것이 이렇게 소란을 떨면서 감정 이입을 해줘야 하는 사항인지가 이해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그런 지극히 일본스러운 호들갑이 처음부터 이 책에 대한 집중을 방해했다. 재밌다는 느낌보다는 굉장히 피곤하다는 느낌만 들어서 말이다. 10년 동안 작가가 두문불출하면서 쓰셨다고 하던데, 작가도 이 책을 쓰시면서 얼마나 피곤하셨을까 그런 안스러운 마음이 들 정도였다. 읽는데 이렇게 피곤하다면 쓰는데는 더 할 것 같아서 말이다. 하여간 열심히 쓰셨다는 작가에게 고맙다는 마음보다 안스럽다는 마음이 들었다는 점에서 보듯, 10년만에 내놓으신 작품이라는 명성에 걸맞는 퀄리티는 아니었지 싶다. 그나마 피곤함을 무릎쓰고, 꾸역꾸역 읽어 내려 갔더니만, 결말에 가서는 조금 탁 트이는 기분이 들더라. 결론을 위해 그렇게 미련하고 답답하게 초반을 꾸려 나갔구나 라는 생각...하지만 결론으로 초반의 지루함을 만회하기엔 이미 너무 많이 점수를 잃었다는 것이 이 책의 최대 함정. 결론만 보자면 참 괜찮은 소설이 될 수도 있었을 것 같은데, 적어도 작가가 꽤나 많이 구상을 했구나 라는 생각이 들게끔 말이다. 그런데 초반에서부터 중반까지가 읽기가 힘들 정도로 재미가 없다. 공감도 안 되고, 여기 저기 답답한 구석 뿐이며, 암울하고, 지루한데다, 피곤하기까지 하다. 어떻게 이런 책이 일본에서 히트를 쳤다는 것인지 좀 이해가 되지 않았다. 물론 아귀조차 맞지 않은 형편없는 소설들에 비하면 이 책은 그나마 이야기에 완결이 된다는 점에서, 그리고 결말이 박진감 넘친다는 점에서 봐줄만한 구석이 있는건 사실이지만서도, 걸작이라는 이름이 붙기에는 많이 부족하지 않았는가 한다. 그럼에도 만약 이 책이 드라마화 된다면 아마 굉장히 재밌는 내용이 되지 않을까 싶기도 했다. 일본 드라마 작가들이 워낙 별게 아닌 내용들로 맛깔난 작품들을 만들어 내는걸 봐와서 말이다. 어쩌면 드라마화된 <64>를 보면서는 걸작이라고 두 엄지를 치켜 세우고 있을지도...뭐, 아직 일어나지 않은 일이니 미래의 일은 나중에 생각하기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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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미야 잡화점의 기적 (양장)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양윤옥 옮김 / 현대문학 / 201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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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가시노 게이고의 새로운 작품으로, 고민을 들어준다는 잡화점에 얽힌 사람들의 30여년이 넘는 인연들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던 책이다. 잡화점의 기적이라고 해서 무슨 내용일지, 어떤 상상력으로 나를 놀라게 할지 자못 궁금했던 나로써는 일단 궁금증을 풀었다는 자체로는 만족을 했지만, 내용적인 면에서는 기대하던 것에 미치지 못해서 실망하게 된 책이 되겠다. 고민을 들어준다는 잡화점의 선량한 주인장 노인네의 선한 품성과 그의 의지가 30년 넘게 이어진다는 취지에는 감동을 받았으나, 등장인물들의 이렇게 저렇게 얽힌 이야기들은 그다지 재밌게 읽지 못했던 탓이다. 좀 억지스러운 느낌이 많이 들었다고나 할까. 이야기가 자연스럽게 연결된 것이 아니라, 이야기를 위해서 열심히 짜 맞춰서 날조되었다는 인상이 짙었다. 30년의 시차를 두고 과거에서 온 편지에 답장을 한다는 구성 자체에는 이견이 없지만, 과거에 사는 사람들에게 미래에 이미 시간이 어떻게 흘러 가는지 알고 있는 사람들이 조언을 해준다는 그런 방식은 식상하지 않는가 한다. 그리고 다른 무엇보다 신빙성이 떨어졌고 말이다. 고난에 처한 착한 사람들이 거기서 묻혀 버리지 않고 행복한 미래를 영위하라고 이런 저런 조언을 아끼지 않는다는 마음은 이해가 되지만, 아무리 소설이라고 해도 어딘지 신빙성이 있어야 일단 믿음이 갈 것 아닌가. 우리가 해리 포터에 열광하는 이유는 그것이 진짜로 있지 않음에도 있는 것 같은 신빙성을 주기 때문이 아니던가? 그런 점에서 이 책은 도무지 상황 전개가 믿음직스럽지도, 공감이 가지도 않는다는 생각에 몰입이 쉽지 않았다. 한마디로 그렇게 재밌지 않았다는 말씀. 히가시노 게이고가 자신이 그간 써오던 진지한 작품에서 벗어나 가볍게 써 내려 갔는데, 성공적이더라고, 누군가 그러던데... 글쎄올시다 싶다. 난 전혀 성공적이라고 생각되지 않으니 말이다. 미야베 미유키의 에도 시대물의 성공과 비교해보면 아무래도 히가시노 게이고는 현대 추리물이 더 어울리지 않는가 한다. 갈릴레오 탐정 좋잖아~~ 갈릴레오의 활약을 다시 한번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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