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겨울 연못 속에서 깨어난 잭은 자신이 아무것도 기억하지 못한다는걸 알게 된다. 단지 그가 아는 것은 자신의 이름이 잭 프로스트라는 것, 그것조차 달님이 알려 줘서 그런가보다 할 뿐, 진짜 이름인지도 알길이 없다. 얼음이 언 연못에서 지팡이 하나를 주운 잭은 그것으로 세상 모든 것을 얼릴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그렇게 그는 얼음과 눈을 만들어 내는 자, 잭 프로스트가 된 것이다. 자신의 능력에 감탄한 잭은 마을로 내려가 사람들에게 자랑을 하지만, 놀랍게도 사람들은 그의 목소리도, 존재도 알아차리지 못한다. 자신의 몸을 그냥 통과하는 사람들을 보면서 놀라는 한편으로 실망하는 잭, 그는 자신이 어쩌다 그런 존재가 되었는지 도무지 알 길이 없다. 막막한 것은 자신의 존재를 설명해주는 사람이 아무도 없다는 것, 해서 잭은 자신이 누구인지 알지 못한 채 보이지 않은 존재로 살아가게 된다. 그런 세월이 300년 흐른 뒤, 잭은 겨울이 되면 여전히 사람들에게 즐거움을 선사하지만 아무도 그걸 몰라주자 화가 난다. 그런 저간의 사정을 알게 되면 그가 얼음처럼 냉소적인 사람이 되었다는 것이 십분 이해가 되실 것이다. 딱히 나쁜 사람이여서가 아니라도 소외와 좌절이 반복되면 성격이 변하는게 당연한 것일터이니 말이다. 그렇게 오랜 세월동안 보이지 않은 사람으로 살아 온 잭에게 어느날 황당 납치 사건이 발생한다. 부활절 토끼와 산타의 설인 둘이 찾아와 그를 자루에 넣어 북극으로 데려온 것이다. 영문을 몰라하는 그에게 산타는 기뻐하라며, 달님이 그를 새로운 가디언즈로 임명했다고 선언한다. 가디언즈란 아이들을 지키는 자라는 의미로 지금까지는 오로지 네명의 가디언만이 존재했었다. 세상에서 가장 유명한 인물이라 할만한 산타와 부활절 토끼, 이빨요정, 그리고 아이들의 꿈을 지켜주는 샌디맨이 바로 그들이다. 그들만으로도 아이들을 지키는 것이 충분했던 세계는 그간 자신이 소외되어 간다는 사실에 분노하고 있던 부기맨의 등장으로 조금씩 무너지게 된다. 아이들의 꿈을 악몽으로 바꾸어 놓은 것이다. 부기맨의 세계가 조금씩 넓어지면서 , 가디언즈를 믿는 아이들의 존재 역시 점점 줄어들어가고, 아이들의 믿음으로 힘을 얻던 가디언즈들 역시 조금씩 힘을 잃게 된다. 처음엔 가디언즈가 되는 것을 거절한 잭은 부기맨이 훔쳐간 자신의 이빨이 과거를 알 수 있게 해준다는 말에 부기맨 퇴치 작전에 돌입하게 된다. 하지만 그가 제대로 힘을 써보기도 전에 부기맨의 함정에 빠져 그의 마음과는 달리 기존 가디언들의 신임을 잃게 되고 만다. 과연 잭은 부기맨을 물리칠 수 있을까? 그리고 왜 달님은 이제서야 잭에게 가디언즈가 되라고 명령을 내린 것일까? 잭의 생각과는 달리 잭에게도 아이들의 가디언즈가 될만한 어떤 재능이 숨겨져 있는 것일까? 달님의 저의를 도무지 알길이 없는 잭은 혼란스럽기만 한데...

< 가디언즈 다섯이 처음으로 모였다. 아이들을 지킨다는 임무를 완수하기 위해. 왼편에서부터 샌디맨, 부활절 토끼, 산타, 그리고 이빨요정과 잭 프로스트 , 그리고 간간히 보이는 꼬깔 모자 쓴 녀석들은 산타들의 요정들이다. 그들이 처음으로 모여 달님의 의중을 토의하고 있는 중. 잭은 자신이 가디언즈가 되라는 말에 흥미를 보이지 않는다.>

< 가디언즈를 진심으로 믿는 마지막 아이, 제이미는 우연히 잠에서 깨었다가 모두가 함께 자신의 방에 모여 있는 것을 발견한다. 하지만 제이미 역시도 잭을 알아보지 못한다. 이에 무척 실망하는 잭.>

< 악몽을 몰고 다니는 자 부기맨, 사람들의 뇌리에서 자신의 존재가 잊혀져 가는 것에 분노하던 부기맨은 오랜 세월동안 절차부심한 결과 가디언즈를 모두 없앨 계획에 돌입하게 된다. 아이들의 꿈와 희망을 두려움이라는 악몽으로 대치하려는 그의 계획은 과연 성공할 것인가?>
산타가 나온다는 말에 혹시나 작년의 <아더 크리스마스>의 악몽이 재현되는건 아닐까 우려했었다. 물론 어제 보신 분들이 다들 수작이라고 엄지 손가락을 쳐드시는 것에 다소 안심이 되었던 것은 사실이었지만서도, 뭐, <아더 크리스마스>때는 안 그랬나? 다들 재밌다고 하길래 안심하고 갔다가 기함을 하고 나왔었으니 말이다. 하여간 설마 또다시 크리스마스의 악몽을 되풀이 하진 않겠지, 적어도 기본만 해달라는 심정으로 시사회장에 갔는데, 이거...처음부터 끝까지 눈을 뗄수가 없었다. 이야기가 너무 흥미진진하고, 감동적인데다, 압도적인 영상미에 현란한 색채감, 그리고 풍부하고 섬세한 표현력은 가히 탁월이라는 말이 부족할 정도였으니 말이다. 거기에 순발력 넘치는 개그감은 보는 내내 폭소를 터뜨리게해주고 있었다. 심지어는 마지막 장면이 끝나는데 감격해서 조금 울컥해지는 기분이었다. 훌륭한 피날레였다. 완벽하고 아름다운 교향악이 장엄하게 끝났을때의 여운이 느껴졌다고나 할까. 아이를 위해 만든 만화 영화가 이렇게 다 큰 어른들의 심금을 울릴 수가 있다니...역시나 <드래곤 길들이기>를 만든 드림웍스다웠다. 그들의 명성에 걸맞게 자신들의 전작과는 다른 감동과 재미로 2시간여 가까운 상영시간을 조금도 지루하지 않게 하더라. 상영시간 내내 눈이 호사하는 기분으로 휘둥그레져서 봤는데, 일단 이야기가 유치하지 않게 탄탄하다는 것이 최대 장점이지 싶다. 아무리 그림이 아름다워도, 3D가 출중해도 이야기가 진부하거나 유치할 시 구제할 길이 없는데, 적어도 그것에서만큼은 자유로웠다. 이야기도 신선했고, 모순 없이 시종일관 흘러간데다, 종종 격한 감정을 느낄 정도로 감동적인 순간이 있었던 반면에, 억지로 감동이건 재미를 짜내려 질질 끄는 장면들이 없다는 것은 이 애니가 얼마나 탁월한 스토리텔러인지 짐작하게 했다. 이야기가 빠르고 신속하게 전개된다는 것은 다른 말로 하면 지루할 새가 없다는 뜻으로, 그것으로도 이 영화를 만든 사람들이 자신들의 이야기에 어느정도로 자신만만해 하는지가 읽혀졌다. 이야기가 재밌다는 것을 본인들도 알고 있었다는 뜻이고, 단 한 장면이라도 진부하고 지루한 이야기를 채워넣지 않아도 될만큼 하고 싶은 이야기가 많았다는 뜻이니 말이다. 그렇게 그들이 관객들에게 들려줄 이야기도 풍성했지만, 보여주는 것들 역시 대단했다. 캐릭터의 열전이라고 해도 좋을만큼 개성 넘치는 주인공들이 넘쳐났는데, 그림만으로 주인공의 성격을 짐작할 수 있게끔 단순하고 명확하게 설명한다는 것이 좋았다. 특히 이 애니에선 말이 없는 등장인물들의 활약이 두드러졌는데, 아마 이 영화를 보신 분들은 <샌디맨>을 눈여겨 보시게 되지 않을까 싶다. 이번 크리스마스 선물로 가장 핫하게 팔릴 듯한 샌디맨은--만약 인형이 만들었졌다면--아이들의 꿈을 관장하는 요정이라 말이 없지만 그럼에도 가장 풍부한 표현력과 상상력을 보여주는 녀석이었다. 아마 그 누구도 샌디맨의 매력엔 저항하긴 힘들지 싶다. 그저 보기만 해도 사랑스러운 캐릭터니 말이다. 그외에도 아이들의 이빨을 모으는 아름다운 이빨 요정이나, 다소 빙퉁맞은 성격이긴 하나 아이들에게 있어서만큼은 다정하기 짝이없는 부활절 토끼, 그리고 우리의 대장 산타와 산타를 보필하는 요정과 설인들, 그리고 해리포터의 아즈카반의 간수들의 새로운 버전같던 부기맨등은 1초를 등장하건 10분을 등장하건 간에 본인들의 사명을 다하고 있었다. 하여간 그들의 활약 덕분에 시종일관 정신없이 빠져들어 보다 끝이 난 영화였다. 솔직히 영화가 좀 더 길었음 했다. 마지막 장면이 올라가는데 조금 서운하더라. 뭐, 할 이야기를 다 했으니 끝이 나야 하는건 당연했지만서도 말이다.
그렇게 사랑스럽고 매력적이며 개성 넘치는 주인공들 속에서도 가장 기억해야 할 자는 잭 프로스트다. 잭이 기억을 잃고, 자신이 누군지 모른 채 떠돌아 다니다, 결국 자신이 왜 그런 신세가 되었는지 정체성을 알게 된다는 것이 영화의 기본 줄거리중 하나였는데...그의 과거 이야기를 듣다가 눈물을 흘릴뻔했다. 내 주변에 그런 사연을 가진 사람이 있어서 말이다. 자세한 이야기는 스포일이 될 터이니 궁금하신 분들은 영화를 보시고, 하여간 잭에게 그런 과거를 만들어준 작가에게 감사하고픈 마음이었다. 누군가 잭과 비슷한 일을 당한 사람이 있다면 이 영화를 보면서 위로를 얻을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자신이 누구인지 모를 때에도 자신이 대한 믿음을 잃지 않는다는 것은 쉬운 일은 아닐 것이다. 넌 괜찮은 사람이라고 생각해주는 사람들이 없는 한 자신을 괜찮다고 생각하기 힘들다는걸 잭을 보면서 깨달았다. 그런걸 보면 선량함을 지켜주는 힘은 나 자신의 강함도 있겠지만 주변 사람들의 몫도 있는게 아닐까 싶다. 우리를 괜찮다고 여겨주는 사람들이 없는 한, 그런 생각 자체가 공허한 메아리가 될 수도 있으니 말이다. 바로 가디언즈가 되기를 거부했던 잭이 그런 경우가 아니었을런지...종합해보면, 믿음과 꿈과 희망과 두려움에 대해 말하고 있던, 그리고 가디언즈에 대한 이야기였다. 아이들을 지켜주겠다고 앞장 선 가디언즈들에게 부기맨은 이렇게 되묻는다. " 그렇담, 너희들은 누가 지켜주는데? " 라고...그에 대한 대답이 이 영화에서 가장 감동적인 장면이었는데, 진짜로 멋진 대답이었다. 대답이 궁금하신 분들은 영화관에서 확인하시길...더불어 보실 생각이라면 3D로 보시라고 권하고 싶다. 장면 장면이 화려하기 그지 없다는 것도 화면에서 눈을 떼지 못하게 하는 이유였지만, 3D 효과 역시 탁월했으니 말이다. 하긴 누가 하늘을 나는 썰매의 매력을 거부할 수 있겠는가? 산타 말대로 다들 썰매라면 사죽을 못쓰니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