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굴에 흩날리는 비 블랙 앤 화이트 시리즈 24
기리노 나쓰오 지음, 권일영 옮김 / 비채 / 201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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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기리노 나쓰오, 아마도 이 작가는 나완 인연이 없는 듯하다. 그녀의 책을 몇 번 읽어는 보았는데, 딱히 끌린다고 하는 구석을 발견하지 못했으니 말이다. 오죽하면 이 책 두번째로 드는 것인데도, 내가 전에 읽었던 책이라는 걸 몇 페이지 읽고 나서야 깨달았겠는가. 존재감이 이렇게 없기도 힘든데 싶다. 분명 그때 완독한 그 책 맞는데...당시 제목이 주는 어감에 비해선 그다지 흥미롭진 않군, 진짜 이게 에도와가 란포상을 탄 책이란 말이야? 라면서 조금 의아하게 생각한 기억은 난다. 리뷰를 남기지 않은걸 보면 꼭 써야 겠다는 생각을 들게 하는 책이 아니었다는 것은 분명하고. 그래도 얼마전 일인데, 그렇게 까맣게 잊고 있다니 놀랐다. 아마도 리뷰를 안 쓴 때문이야 라고 자책을 하면서 이번엔 꼭 증거를 남겨둬야 겠다고 결심했다. 그래야 다음번에 또 같은 책을 들고서는 어떤 내용일까 궁금해하는 일이 없지 않겠는가.


내용은 이렇다. 전설적인 사립탐정을 아버지로 두고 있는 미로는 남편이 죽은 뒤 상실감에 시달리며 살고 있다. 한밤중에 걸려온 전화를 받지 않은 후 찜찜한 기분으로 지내던 그녀는 나루세라는 남자가 자신을 찾아오자 당황한다. 그는 친구인 요코의 성실한 애인으로 친구로부터 누누히 이야기를 듣고 있던 사람이었다. 나루세가 찾아온 이유는 미로가 전화를 받지 않았던 그 밤에 요코가 실종이 되었는데, 혹시 그녀를 찾아온 것이 아니냐는 질문이었다. 요코가 갑자기 사라진 것은 물론 자신이 맡긴 돈 1억엔도 없어졌다면서. 미로가 알지 못한다는 대답에도 나루세는 믿으려 하지 않는다. 오히려 그 돈을 찾지 못하면 자신은 큰 일이 난다면서 미로를 의심하기에 이른다. 돈의 주인인 야쿠자는 나루세와 그녀에게 요코를 찾지 못하면 둘은 죽음 목숨이라고 협박을 하고, 그런 협박이 무서워서가 아니라 친구가 걱정이 된 미로는 요코를 찾아 나서기로 한다. 그녀가 누군가. 난다긴다하는 사립탐정의 외동딸 아니던가. 서당개도 3년이면 풍월을 읊는다는데, 친구 하나 추척하는 일쯤은 그녀에게 문제거리도 아니었다. 다만 문제라면 왜 요코가 사라졌는가 하는 것, 그녀의 뒤를 캐던 미로는 성공한 르포라이터로 보이던 요코에게 숨기는 것이 많았다는 것을 알게 된다. 더불어 그녀가 성공을 위해 어떤 거짓말로 자신을 포장해 왔는가를 알게 된 미로는 친구의 치부를 들쳐 보는 듯해 마음이 불편하다. 그럼에도 친구를 찾아야 한다는 사명감에 이것 저것 알아보던 미로는 어쩜 요코가 이미 죽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과연 그녀의 직감은 틀림이 없을 것인가? 그렇다면 요코를 사라지게 한 장본인은 누구인 것일까? 나루세와 함께 요코를 찾던 미로는 왜 친구가 그를 사랑하게 되었을지 짐작을 하게 된다. 남편과 사별한 뒤 처음으로 미묘하게 나루세에게 남자 향기를 맡던 미로는 사건을 파헤치면서 점점 그녀가 알고 싶어하지 않는 진실에 접근하게 되는데...


무엇가 있을 것 같은 분위기를 잔뜩 풍기고는 있는데 알고보니 허무하더라....는 정도로 끝이 나버리는 소설이다.일본 하드보일드의 전설이라던지,< 그날밤 그 전화를 받았더라면, 이 모든 일은 시작되지 않았을지 모른다>라는 자극적인 문구로 흥미를 자아내게 하는 것은 같은데, 내용을 들여다 보면 진짜로 그런가? 라는 의문이 들게 한다. 연결도 그다지 자연스럽지 않고, 단지 친구라를 이유로, 전화를 마지막으로 건 사람이라는 이유만으로 사건에 휘말리게 된다는 것이나, 반전이라고 내민 것이 너무 뻔한 것이라서 조금 허무했다. 너무 뻔해서 반전이라고 생각하지 않았던 것이 반전이었으니 말이다. 아직도 왜 이 책이 전설이라는 것인지 이해가 되지 않았지만서도, 어쨌거나 리뷰를 썼으니 이제 잊어먹지 않겠지. 이 책을 이미 읽었다는 것을 말이다.그래도 제목 하나는 정말 좋다. 얼굴에 흩날리는 비라. 요즘 비가 안 온다고 난린데, 기다려진다. 얼굴에 흩날리는 비가 오게 되는 날을.그렇담 내 기꺼이 우산 없이 그 비를 맞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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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6-14 00:3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2-06-14 02:02   URL
비밀 댓글입니다.
 
가무사리 숲의 느긋한 나날
미우라 시온 지음, 오세웅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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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표지에 영화로 만들고 싶다는 말이 쓰여져 있는것에 놀랐다. 책을 읽으면서 영화로 만들면 정말 좋겠다는 생각을 쭉 하면서 읽었기 때문에 말이다. 개성이 넘치는 등장인물도 멋있고, 그들이 만들어 내는 이야기도 흥미진진하고, 그 등장인물들의 면면 역시 흐믓하기 그지 없어 영상으로 봤을시 재밌게 볼만한 작품이겠다 싶었다. 다만, 문제라면 배경으로 등장하는 가무사리 숲을 어떻게 발견해 낼 것인가 하는 것? 영화로 만든다면 아마 그게 가장 커다란 장애물이 되지 않을까 싶었다. 과연 일본 안에서 그런 곳을 찾을 수 있을까 싶었기 때문이다. 거의 천국처럼 보여지는 그런 곳이었으니 말이다. 아~ 이제 보니 영화로 만들고 싶다시는 분이 미야자키 햐아오라고 한다. 그렇담 이야기가 달라지지. 만화라면 얼마든지 영상으로 그릴 수 있는 것이니 말이다. 와, 만약 진짜 미야자키 상이 이 책을 영화로 만든다면 어떨까? 굉장히 아름다운 영화가 되지 않을까 싶다. 진짜로 그려 주신다면 좋겠다. 비록 일본인이 아닌 한국인이지만, 그런 만화라면 일착으로 달려가서 봐줄 용의가 있으니 말이다.


< 마호로역 다다 심부름집>의 작가 ,미우라 시온의 새 책이다. 제목만 봤을땐 좀 내용 없는  그런 책이지 않을까 했는데, 역시나. 마호로역을 만든 사람 답다. 내용이 있었다. 인간도 있었고, 가무사리 숲도 있었으며, 그 안에서 느긋하게 살아가는 사람들의 진솔한 이야기도 있었다. 무엇보다 이 책을 보면서 좋았던 것은 눈살을 찌프리게 하는 그런 장면이 없었다는 점이다. 그렇다고 마냥 착한 척만 하는 그런 맹한 책도 아니었는데 말이다. 그저 느긋한 삶과 자연과 공존하는 삶을 위해 일을 하는 사람들을 보여주면서, 그들이 자연속에서 살기 위해 시간을 어떻게 보내고 인생을 어떻게 살아가는지 하는걸 보여주고 있었는데, 어떤 천국보다 더 천국스럽지 않았는가 한다. 일을 하지 않아서가 아니라, 자연을 이해하면서 살아가는 그 모습에서 말이다. 일을 하고, 그 정당한 댓가 이상을 바라지도 않고, 자연을 이용하지도, 그렇다고 자연에 이용당하지도 않는 그런 삶, 자연의 변덕스러움과 위험함을 인식하면서 거기에 인간이 얼마나 미약한 존재인지 알면서 살아가는 가무사리 숲 사람들에게 고개가 끄덕여 지는건 왜인지 모르겠다.


가장 인상적이였던 것은 나무에 대해 알게 된다는 것이었다. 인간은 그저 나무만 심으면 환경 보호인줄 안다고 , 하는 말에 왜 그렇게 통쾌하던지...실제로는 그들을 돌봐주는게 더 나무를 생각하는 것이고, 나아가 환경을 보호하는 것이라는 그들의 말에 동감하고 말았다. 내가 나무를 다루는 사람이 아니라고 해도 이해하는데 무리가 없는 말이지 싶다. 거기에 죽음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는 점도 좋더라. 절대 일어나서는 안 되는 일인양 호들갑을 떠는게 아니라, 자연의 순환이니 겸허하게 받아들인다는 그 모습이 존경스러웠다. 아마도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 경지에 까진 이르지 못하겠지. 어떻게 된게 점점 더 사람들이 죽음에 대해 두려움을 가지는 듯하다. 왜 꼭  죽음을 거부해야만 하는 두려운 일이라고 생각해야 하는 것인지 의아하다. 그렇다고 해서 우리가 죽음을 벗어날 길도 없는데 말이다. 결국 죽음을 받아들이지 못하는건 평생 성장하지 못한다는 것과 동의어가 아니겠는가. 근엄하게 죽음을 맞이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사람들이 점점 줄어들면서 사람들은 점차 어떻게 하는 것이 인생을 제대로 마감하는 것인지 잊어버리는 듯하다, 아니면 다들 호들갑을 떨면서 죽어야 정상이라고 믿는 것인지도, 다른 수도 얼마든지 있을텐데도 말이다.


성장소설이라고 봐도 된다. 아무 생각없이 살아가던 유키라는 청년이 자신의 의지완 상관없이 가무사리 숲으로 보내지면서 임업에 종사하게 된다는 것이 기본 줄거리인데, 그가 거기서 인생을 배우고, 임업도 배우며, 그곳에 사는 사람들로 동화되어 가는 모습이 보기 좋았다.  읽는 내내 흐믓하며 읽고 나서도 흐믓하다는 점이 장점. 느긋하게 치유 소설 하나 읽고 싶다시는 분들에게 추천한다. 마음이 평화로워질 수도 있으니 말이다. 가끔은 이렇게 마음을 정화하는 듯한 소설을 읽는 것도 나쁘지 않다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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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종자 2 - 상극 타카시로 시리즈
도바 순이치 지음, 한성례 옮김 / 태동출판사 / 201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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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술과 두통때문에 정신이 사나운 그에게 남자 중학생 타카미가 찾아온다. 이유는 자신의 친구 노조미가 실종된 것 같다는 것, 그건 그 아이의 부모가 신고를 해야 한다는 말에 그의 부모가 신경을 쓰지 않으니 자신이 찾아온 것이라면서 친구를 찾아달라고 애원을 한다. 뭔가 있을 것 같다는 생각에 속는 셈치고 아이의 부모에게 전화를 해 본 타카미는 본능적으로 무언가 잘못되었다는걸 직감한다. 엄마는 아이가 가출을 한 것은 아니라면서 아버지에게 물어보라고 하고, 그 아버진 딸이 가출을 했다면서 종종 있는 일이니 상관하지 말라고 했으니 말이다. 다만 가족 일이라고, 우리가 상관하지 않는데 왜 당신들이 나서서 난리냐고 호통을 치는 통에 타카미는 오히려 뻘쭘해진다. 아이들 가운데서도 천재쪽에 속했다는 노조미, 친구들은 그 아이는 절대 가출 같은걸 할 아이가 아니라고 장담을 하자 타카미는 노조미가 유괴를 당한 것이 아닐까 우려를 한다. 노조미의 부모가 엄청난 부자였기 때문이다. 유괴에 이은 협박 때문에 경찰에 신고를 하지 않고 있는건 아니냐고 노조미의 아버지에게 물었다가 그렇게 하는 일이 없냐고 된통 야단만 맞자, 타카미는 본격적으로 파봐야 겠다고 생각한다. 혹시나 부모가 노조미를 죽여서 정원에 파묻었다고 해도 아무도 모르는 일이니 말이다.


한편, 수사 1과에서는 실종과에 한 남자를 찾아달라고 부탁을 해온다. 범죄를 목격했다고 전화로 신고를 한 남자가 그날 이후로 실종이 되었다는 것이다. 전혀 연관성이 없어 보이던 두 사건은 노조미의 작은 아버지가 실종된 그 남자와 이름이 같다는 사실에서 돌파점을 찾는다. 둘의 이름이 같은건 단순한 우연이었을까? 아니면 필연이었던 것일까? 노조미의 작은 아버지는 왜 두 사건에서 이름이 불려지게 된 것일까? 노조미 아버지의 회사를 수사하던 중에 타카미 일행은 노조미의 작은 아버지가 5년전 횡령으로 회사에서 물러났다는 사실을 알게 되는데...


전도유망한 중학생 소녀가 사라졌다. 친구들은 그녀가 절대 가출을 할 아이는 아니라고 증언을 한다. 그런데 문제는 부모다, 아이가 없다는 것은 인정하지만, 단순히 가출을 한 것이라면서 경찰에서 찾아주겠다고 하는데도 손사레를 친다. 자신의 가족 문제이니 간섭하지 말라고 하면서 말이다. 자, 당신이 굳이 형사가 아니라고 해도 무언가 이상한 낌새를 알아차리실 수 있을 것이다. 형사는 그 낌새를 물고 늘어지려고 하지만, 가출했다는 부모는 재력을 무기삼아 그들의 접근 자체를 막아서려 한다. 과연 그녀의 부모가 숨기고 있는 것은 무엇일까? 평소 가족들간의 사이가 좋아보이진 않았다는 말에 신경을 바짝 곤두세우는 실종과  형사들 , 과연 그들은 이 사건을 어떻게 풀어나갈 것인가? 그리고 왜 노조미의 부모는 딸을 찾으려 하지 않은 것일까?


딸이 가출을 했다는데도 찾지 말아달라고 난리를 치는 부모를 만난다면 과연 어떻게 해야 하는 것일까? 이 책을 읽어보니 정말 딱히 사건성이 없다면 손을 댈 수 없겠다는걸 알게 됐다. 즉, 그녀의 부모가 그녀를 살해했다고 해도 알길이 없다는 것이다. 그런 섬뜩함 때문에 끝까지 책을 손에서 놓을 수 없었던 책이 되겠다. 재밌다. 신빙성 있게, 글을 계속해서 읽어 갈 수밖엔 없도록 이야기를 끌어가는 솜씨가 예사롭지 않다. 결국 밤을 새서라도 어떤 이유인지 들어봐야 겠다는 오기가 생겼다고나 할까. 하니, 바쁜 일이 있으신 분들은 집어들지 않으심이 좋을 듯. 궁금해서 참을 수가 없을 수도 있으니 말이다. 결론을 알기전엔 말이다.


다만, 결론을 알게 되면 조금은 김이 샐 수도. 뭐, 그전까지 워낙 박진감있게 밀고 나갔었기 때문에 결론이 다소 약한 부분에 관해선 용서해 주기로 했다. 이렇게 밀고 나가는 추리 소설도 그다지 많은게 아니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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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종자 1 - 식죄 타카시로 시리즈
도바 순이치 지음, 한성례 옮김 / 태동출판사 / 201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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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형사 타카시로를 주인공으로 하는 소설의 첫번째 편이다.7년전, 형사 타카시로는 일곱 살 난 딸을 잃어버린 뒤 술로 위안을 삼으며 살아왔다. 흔적도 없이 사라진 딸을 형사의 직감으로 죽었다고 판단한 그는 더이상 딸을 찾으려 하지 않았고, 그 때문에 사이가 벌어진 변호사 아내와는 이혼을 했다. 그 후 알콜에 절어서 인간 구실도 제대로 못하는 그를 동료들은 그 마음을 알았기에 눈감아 주었고, 그 덕에 여지껏 직장에서 잘리지 않고 견뎌오고 있었다. 과거엔 수사 1과에서 이름을 날리던 형사였지만 이젠 사무실 일도 제대로 할지 걱정이 되는 퇴물신세, 그런 그를 실종과 수사 과장이 불러 들인다. 실종과를 제대로 혁실할 참인데 그가 필요하단 이유에서 였다. 글쎄, 혁신을 하려면 좀 더 상태가 좋은 사람을 부르는게 좋지 않을까도 싶었지만서도, 막상 실종과에 가보니 그는 그래도 엘리트 측에 속했다. 이렇게 모으기도 힘들겠다 싶을 정도로 경찰서 내에서 미움을 받거나, 무능력하다고 찍히거나, 머리가 나쁘다고 정통에 났거나, 언제 심장마비로 죽을 지 몰라서 간당간당한 목숨을 유지하고 있거나... 그런 한물간 사람들이 온통 모여 있는 곳에서 자신의 가족이 실종되었다는 간절한 호소를 지닌 사람들을 어떻게 상대하려는지 타카시로를 암담하기만 하다. 거기다 실종과는 그야말로 찾아주기만 하는 과라서, 실종이 사건이나 사고, 자살과 연관이 되었을시에도 수사를 이어가기가 쉽지 않았다. 그럼에도 사라진 가족을 찾는 사람들의 마음을 누구보다 잘 알기에 최선을 다해보기로 한 타카시로는 심기일전해서 접수자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려 한다. 그렇게 실종과에 들어온 지 첫 날, 결혼을 얼마 앞두지 않은 약혼자가 사라졌다며 약혼녀가 신고를 해온다. 절대 그는 말도 없이 사라질 사람이 아니라면서, 이런 저런 가능성을 일축하는 약혼자와 가족들, 서른을 넘긴 남자가 사라졌으니 가출일 가능성이 높다면서 사건 가능성을 배제하려는 동료들에 맞서, 타카시로는 사건을 수사해 보기로 한다.그러던 중 그는 실종된 사람에게 스무살 시절 1년간의 공백이 있었고, 그가 그에 대해 절대 입을 열지 않는다는 사실에 주목하게 되는데... 과연 그가 사라져야 했던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그를 아는 사람들이 이구동성으로 외치는 성실하고 배려심이 강한 그의 인상은 과연 옳은 것일까? 사건을 파헤쳐 가면 갈수록 타카시로는 그가 말못할 이유때문에 사라질 수 밖엔 없었다는 것을 직감하게 되는데...


실종수사과라는 경찰서 내에서도 애물단지 취급을 받는 부서의 활약을 그린 형사물이다. 퇴물이라 할만한 사람들이 모여서 어떻게 하면 일은 안 하고 월급을 받을까 라는 생각을 하는 것 같은 분위기 속에서도, 각자 자신이 가진 하나의 재능으로 사건 수사에 도움을 준다는 전형적인 팀 플레이를 그럴 듯하게 보여주고 있었다. 딸을 잃은 뒤 알콜중독으로 자신이 살았는지 죽었는지도 별로 관심이 없지만서도, 그럼에도 일을 시작하면 감 하나로 밀어 붙이는 타카시로 형사의 듬직함도 멋졌고, 은퇴를 앞 둔 심장병 환자로 무리를 하면 안 된다는걸 알면서도 정보통으로써의 활약은 대단했던 선배나, 승진을 위한 깜짝 실적을 위해 실종과의 부활을 지휘하고 있다고는 하지만 그럼에도 실종수사 자체에는 심혈을 기울이는 팀장이나 그외 여자로써나 후배로써의 매력이라고는 눈꼽만큼도 찾아보기 힘든 메구미 신참과 그가 티격태격하는 모습도 재밌기만 했다. 세부적인 묘사들이 출중했던 덕분에, 자연스럽게 읽힌다는 것이 장점이지 싶다. 도무지 막힘없이 술술 흘러가게 하는 필력은 어디서 배웠는지 모르겠다. 이렇게 세부적인 대화마저 자연스럽게 흘러가게 하는건 쉽지 않은데 말이다. 하여간 글을 잘 쓰는 새로운 추리 소설 작가를 만난 것 같아서 기뻤던 작품이다. 도바 순이치, 그의 이름을 기억해둬야 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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밥이좋다 2012-06-25 18: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약혼자의 실종이라 "화차"와는 다른 재미로 읽었네요. 몇년전에 대학생들의 다단계(전 직장 근처에도 그 무리들이 있었지요)가 문제가 되었는데, 지금은 나아졌을까 궁금해졌습니다. 일본처럼 졸업후엔 PC방에서 살아내고 있을까요?

이네사 2012-06-26 06:42   좋아요 0 | URL
그렇죠? 저도 약혼자의 실종이라구? 이거 '화차'잖아. 또 우려 먹어도 돼? 했는데, 읽어보니 또 다른 매력이 있더라구요. 완벽한 추리 소설이라고는 못하겠지만, 나름 재밌게 읽었네요. 보니 '밥이 좋다'님도 읽어보신다음에 덧글 쓰신 모양인데, 같은 책을 읽고 이야기 하니 좋은데요?

제가 사는 동네가 대학생 다단계로 유명한 동네인데, 요즘은 안 보이더라구요.
없어졌을 리는 없고, 지금은 수면 밑으로 가라앉은게 아닌가 싶어요.
한동안 잠잠하다 어느순간 기승을 부리겠죠. 그런데 게네들은 적어도 작은 방에서는 생활더라는...뭐, 수준은 PC방하고 다를게 없어 보였지만서도요.
다단계니 폰지 사기는 인간이 존재하는 한 없어지지 않지 싶어요. 그걸 그럴듯하다고 믿는 절박하고 순진한 사람들이 늘 새로 공급되니 말여요. 피해자가 되지 않고 살아가는 것만으로도 어쩜 성공한 인생일지도...넒은 의미에서 성공을 정의한다면 말이죠.^^
 




                                < 몬테카를로 앞 바다에 나타난 4인방, 포스 하난 진지하기 그지 없다.>


펭귄들이 비행기를 탈취해 달아난 이후, 알렉스의 향수병이 점점 심해지자 친구들은 그의 생일날 뉴욕시 모형을 선물한다. 하지만 알렉스는 더이상 모형으로 만족할 수 없다며 행동에 나설 것을 선언한다. 이에 마다가스카 4인방--알렉스(사자) 마틴(얼룩말) , 멜빈 (기린) , 글로리아(하마)--은 펭귄을 찾아 몬테 카를로로 향한다. 펭귄일당이 카지노 도박장과 호텔에서 머무르며 돈을 왕창 벌고 있다는걸 알게 된 마다가스카 일행은 치밀하게 4단계 계획을 세운다. 일단 사람들 모르게 펭귄들을 생포한 뒤, 동물적으로(?) 그간의 서운함과 오해를 털어낸 후, 뉴욕으로 가는 방법을 찾아내자는 것,  그러나 그들은 실행에 나서기도 전에  누가 리더냐를 두고 티격태격하다 계획이 엉망으로 만들고 만다. 결국 카지노를 발칵 뒤업고만 마다가스카 일행은 펭귄들을 생포하기는 커녕 그들의 도움으로 카지노를 빠져 나오게 된다. 펭귄 일당을 만난 것도, 무사히 카지노에서 빠져 나온 것도 좋아할 사이도 없이 그들은 동물 포획 전문가라는 뒤부아 여사의 레이다에 걸리고 만다. 7살때부터 동물을 잡아 박제를 만들어 온 경력의 소유자 뒤부아 여사는 자신의 컬렉션에 아직 사자가 없다면서 흥분 한다. 알렉스를 노리며  끈질기게 따라오는 뒤부아 여사를 간신히 따돌린 동물들은 유럽에서 도망자 신세가 된다. 이제 문제는 어떻게 사람들 눈에 뜨이지 않고 유럽을 빠져나갈 것인가 라는 점. 경찰을 피해 도망가던 그들은 눈 앞에 나타난 서커스 기차에 생각할 것도 없이 승선해 버린다. 서커스 단원들에게 자신들을 서커스 전문가라고 속인 알렉스 일행은 이제 자신들이 진짜 서커스를 할 줄 안다는 것을 증명해야 하는 처지에 놓이게 된다.  자, 앞으로 그들의 미래는 어떻게 펼쳐 지려나?


  

     < 미션을 시작하기도 전에 계획이 몽땅 탄로나 버린 뉴욕 4인방, 그들에게 미션 파서블을 임파서블로 만드는건 일도 아니다. > 



뒤부아와 경찰을 피해 도망가던 동물 일행들은 다급한 마음에 서커스단 열차에 승선하게 된다. 우연찮게도 이는 그들의 운명과 직업을 바꾸어 놓는 계기가 되는데...>


 뉴욕으로 가기 위해 어떻게든 머리를 굴리던 마가가스카 일행들의 활약이 돋보이던 만화 영화다. 도망자 신세를 모면하기 위해 서커스에 입단하고, 입단한 김에 아예 서커스를 사버린 뒤, 망해가는 서커스를 일으켜 성공적인 공연을 보여준다는 것이 대략의 줄거리로, 3D 영상의 장점들을 적절히 활용해서 스펙타클한 영상을 보여주고 있었다. 특히  뒤부아 여사가 동물들을 추적하는 씬이라던지, 대포를 이용 동물을 발사하는 장면과 새로운 서커스 공연을 보여주는 장면들에선 3D로 보는 맛을 제대로 느끼게 해주고 있었다. 다만 그 장면들의 자극이 너무 컸던 나머지(즉, 신이 났던 나머지) 다른 장면들은 다소 맥빠지게 느껴진다는 점이 단점이다. 짜릿한 스릴에 익숙해지다 보니 그냥 평범하게 이야기가 흘러가는 것엔 재미가 없었던 것이다. 무슨 3D가 이래? 라고 조카의 투덜대는 소리를 들으며, 앞으로 3D로 만드는 영화 종사자들은 고민이 많겠다 싶었다. 기대치가 한껏 높아진 관객들이 이젠 왠만한 장면으로 만족할 생각을 안 할테니 말이다. 



<의욕에 차서 새로운 공연 레파토리를 구성하고 있는 알렉스, 그는 매너리즘에 빠진 기존의 맥빠진 묘기 대신 참신하고 특별한 것을 보여줄 생각이다. 문제라면 그 참신함이 위험과 아슬아슬한 경계선상에 놓여 있다는 것 정도?>


아이들이 좋아할거라 해서 조카와 함께 본 영화인데, 틀린 말이 아니었다. 아이들과 보기 딱 알맞았으니 말이다. 일단 아이들이 좋아하는 동물들이 대거 출연하고, 아이들이 열광하는 펭귄들이 손발 척척 맞는 활약상을 보여주는데다, 딱히 영리하진 않지만 리더 역활을 해야 할 때 리드할 줄 아는 사자 알렉스나 호들갑과 오도방정의 대가인 얼룩말 마티, 서로를 잘 보완해주는 멜빈과 글로리아등 주인공들의 캐릭터가 살아있다는 것, 톡톡 튀는 유머로 아이들로 하여금 쉽게 호감을 느끼고 이해하도록 하고 있었다. 그외에도 절체절명의 순간마다 나타나 사태 해결의 실마리를 제공하는 영악한 펭귄들,  늘 "정상"  과는 거리가 먼 행동으로 우리에게 웃음을 선사하는 마다가스카 3인방, 이 시리즈에 새로 등장하는 동물들인  삐딱한 천재 호랑이 비탈리나 아름다운 표범, 그리고 순둥이 바다 사자등, 개성 만점의 캐릭터들이 어떻게 이야기를 끌고 나갈지 기대하게 만들었다. 더불어 서커스의 화려한 볼거리나, 유럽의 아름다운 뒷 배경들도 화면이 지루하지 않도록 눈을 자극하고 있었는데, 그럼에도 난 이 영화가 <리오>보다 낫다는 다른 블러거의 평엔 동의할 수 없었다. 자연스러운 이야기 전개나 덜 소란스럽다는 점에서 리오가 더 낫지 싶었던 것이다.다소 짧지 싶은 것도 아쉬움을 더했고 말이다. 뭐, 둘 다 수작이라고 할 만한 작품이니 우열을 가릴 필요는 없겠다 싶지만서도.


벌써 아이들용이라는 소문이 나서인지, 내가 간 영화관에도 아이들 투성이었는데, 아이들과 함께 영화를 보는 것도 색다른 재미였다. 남 눈치 보지않고 제 멋대로 떠들어 대는 것하며, 영화가 시작되었음에도 진정되지 않는 소란, 영화 시작 전에 틀어준 3D 화면 조정 시간의 왁자지껄한 소동들이 다른 영화관에서라면 상상도 못한 일이었을테니 말이다. 특히 3D 조정 화면이 나오자 보여준 아이들의 열광적인 반응엔 저절로 미소를 짓고 말았다. 다들 자기의 눈 앞으로 공이랑 벌레랑 꽃등이 날라오는걸 보고선 난리를 펴댔기 때문이다. 어른들만 있었다면 속으로 신기하네 하고 말았을텐데, 아이들이다 보니 지글지글 웅성대고, 낄낄대며 좋아하고, 헉하고 놀라고, 크하하하 웃어 제끼고, 벌레가 날라 왔다고 소리치고, 비명 지르고, 손을 뻗어 눈 앞의 것을 잡으려 하는등, 한꺼번에 다양한 반응들을 폭탄처럼 내보였다. 그 천진난만함이 어찌나 사랑스럽던지, 나도 같이 동화되고 말았다. 자고로 아이들이 함께 웃는 소리처럼 아름다운건 없다는걸 깨닫게 해준 순간이었다. 내 아이만 떠드는게 아니라 다른 아이들도 동시에 떠들어대기 때문에, 마치 집에서 가족들과 관람 하는 듯 편안한 마음으로 볼 수 있는 것도 좋았다. 정색하지 않아도 감상이 가능한 분위기를 만들어 낼 수 있다는 것은 아마도 아이들만이 가진 특권이겠지. 하여간 아이들과 함께라서 더 재밌었던 영화였다.


하니, 아이들과 함께 할 무언가를 찾고 계신다면 옵션 목록에 넣어도 좋지 않을까 한다. 영화를 보기 전에는 (아이와 함께 봐야 하기에 필수 사항인) 우리말 더빙이 어색하지 않으려나 뜨악해 했었는데, 감상하는데는 아무런 위화감도 없더라. 아이와 함께 보신다면 더빙으로 보셔야 하는 것에 억울함을 안 느끼셔도 좋을 듯. 다만, 아이들을 싫어하는 분이라면 심야나 자막으로 된 것을 선택하심이 좋지 않을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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