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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는 누구인가 - 당신의 어머니가 당신의 삶에 미치는 영향
스테판 B. 폴터 지음, 김지양 옮김, 박하식 감수 / 글로세움 / 2010년 12월
평점 :
절판
엄밀히 따지자면 어머니에 대한 이야기니, 엄마들에게 권해야 옳을 것이다. 그런데도 난 제목을 적어넣으면서 무의식적으로 자식들에게 권한다고 썼다. 잠시 자판을 두드리던 손을 멈추고, 내가 왜 그런 말을 한 것일까 생각해 봤다. 그건 아마도 일단, 내가 이 책을 엄마 입장에 아니라, 자식 입장에서 봤기 때문일 것이다. 자식이 없긴 하지만 조카가 있으니, 얼마든지 부모된 입장에서 책을 읽어도 됐으련만, 나는 조카 생각을 하며 이 책을 읽진 않았다. 조카에겐 올케라는 멋진 엄마가 있기 때문에 이런 책을 읽어가며 잔소리를 할 필요도 없지만서도, 그게 아니라도 내가 조카를 어떻게 대해야 할지에 관한 팁을 얻으려고 이런 책은 읽을만 했을 것이다. 하지만 도입부 부터 나는 조카는 잊어 버리고 말았다. 내 이야기였기 때문이다. 어른이 되긴 했지만 아직은 자식으로써 더 많은 고민을 하고 있는 나에 관한 이야기 말이다. 읽어 내려 가면서 그간 내가 가진 많은 고민들과 의문들에 해답이 척척 나오는데 순간 감사함이라고 해야 할까, 안도감이라고 해야 할까. 그런 감정들이 밀려 들어왔다. 어디에서도 찾지 못한 해답이 한꺼번에 이 책안에 있었으니 말이다. 그런점에서 요즘 사람들이 예전보다 책을 읽지 않는다고 하는데, 책에서 찾지 않는다면 과연 인생의 의문에 대한 해답을 어디서 찾을려는지 궁금하다. 가장 정확하고, 빠르며, 경제적인데다, 깊이 있는 분석도 가능하고, 그나마 쉽게 정보를 얻을 수 있는 매체가 책 아니겠는가.
하여간 내가 가진 의문들에 답이 있어 반갑고 고마운 책이었다. <어머니란 누구인가?> 당신의 어머니는 과연 당신의 삶에 어떤 영향을 미치고 있는가? 당신 생각엔 어떻다고 보시나? 긍정적인가? 부정적인가? 그건 아마도 당신 자신만이 해줄 수 있는 답일 것이다. 어떤 것이건 간에, 모성애에 대한 신화는 잊어 버리시라. 부모는 무엇을 하건 잘못할리 없다는 거짓도 잊어 버리고, 혈육이기 때문에 무슨 잘못을 하건 용서를 해야 한다는 두리뭉실한 충고도. 그 모든 것들이 별로 가슴에 안 와닿던 사람에겐 이 책야말로 안성맞춤이다. 여기엔 그런 무지몽매하고 무책임한 충고는 없으니 말이다.
자, 우리 모두는 누군가의 아들과 딸이다. 그리고 우리는 부모가 이 세상에서 우릴 가장 무조건적으로 사랑해줄 마지막 사람이라고 믿고 의지하고 생각하면서 자란다. 한치의 의심도 없이 말이다. 부모라면, 자식에게 절대 나쁜 일을 할리가 없다고 우리는 자동적으로 생각한다. 희생적이고, 헌신하며, 언제나 옳은 엄마란 신화의 뿌리는 어찌나 깊고 튼튼한지, 아무리 강력한 증거를 들이대도 꿈쩍도 안 한다. 만약 거기에 어떤 의문이라도 표시를 했다간 당장 이상한 사람이라는 손가락질을 받아야 할 것이다. 제대로 된 인간이라면 거기에 물음표를 달리 없으니 말이다. 하지만, 신화는 이야기일 뿐이다. 이야기는 총론적인 의미에선 맞을 지 모르나, 개개 인간들의 일상으로 들어가면 맞지 않는다. 각론에 무수히 많은 변종들이 가능한 것도 그때문이다. 그런 면에서 보자면 이 책은 충실한 각론이다. 이미지일뿐인 총론을 언급하는게 아니라, 일상에 점점히 박혀 있는 개개인들의 고총들에 대해 이야기를 하고 있으니 말이다.
하니, 완벽하고 희생적인 엄마라는 환상은 일단 접어 두기로 하자. 없는 것에 매달려서 시간을 낭비하긴 아깝다. 일단, 엄마들의 유형을 분류해보면 이렇다. 완벽주의 어머니, 예측 불가능한 어머니, 자기 중심적인 어머니, 절친형 어머니, 완전한 어머니등 5가지이다. 우리가 지향하는 목표인 "완전한 어머니" 는 고작해봐야 10% 불과하다고 한다. 완전한 어머니를 두지 않은 나로써는 그마나 위로가 되는 수치다. 그렇다고 완전한 어머니가 완벽한 엄마를 의미하지는 않는다. 21세기형 완전한 어머니란 <자식을 보살피는 것이> 자신의 의무라는걸 자각하는 사람이라고 볼 수 있다. 자식에게 공감과 지지를 보내주고, 자신이 할 일이란 게 아이가 커서 독립할 때까지 돌봐주는 것이라는걸 이해하는 사람이기도 하다. 어릴적엔 절대적인 보호를 해주어야 하는 사람이기도 하지만, 아이가 나완 다른 영혼을 가진 인격체라는 사실을 잊지 않아야 한다. 아이에게 자율과 고유한 정체성을 인정해 줘야 하고, 나이가 차면 자신만의 독립이 가능하도록 정신적인 탯줄을 끊어주는데도 주저하지 않아야 한다. 아이가 성장을 해서 사회로 나가 자신만의 삶을 찾아가는 것, 그것을 도와주는 것이야말로 부모의 최대 임무이자 권리이니 말이다. 이제 완벽한 엄마에 대한 정의를 내려봤으니, 거기에 미치지 못하는 엄마들의 이야기를 해 보기로 하자.
우선, 완벽주의 엄마가 있겠다. 내면보다는 남에게 어떻게 보이는가가 중요한 이런 부모에게 자식이란 남들에게 자신을 돋보이게 하는 장식물일 뿐이다. 그렇다 보니, 완벽한 외모에 완벽한 스펙까지 갖추기 위해 자식들은 눈물겨운 노력의 시간을 보내야 한다. 내 자신이 아니라 엄마가 원하는 그런 사람이 되어야 하니 분열성 정신병에 걸리기도 쉽고, 무엇을 하건 간에 나는 별게 아니라는 수치심에 쌓여 산다. 완벽하지 않다면 실패라고 생각하고, 따라서 늘 자신을 실패자로 규정짓는다. 그들이 끝없는 노력에 노력을 거듭하면서도, 끝내 허무함과 공허함에 젖어 하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그들이 결국 알콜중독이나 갖가지 중독으로 인생을 망치는 것도 그때문이라고 한다.
둘째 예측 불가능한 어머니가 있다. 그들과 함께 사는 것을 비유하자면 언제나 롤러 코스터를 타고 있거나, 드라마를 찍고 있다고 보면 된다. 우울증등 병이나 자신의 감정을 주체 못하는 엄마들이 주로 가진 유형으로 이런 엄마와 사는 아이들은 10분 뒤에 집안꼴이 어떻게 될지 예측하지 못하는 나날을 보내게 된다. 그렇다 보니 느는 것은 눈치요, 해결사 기질이다. 누군가 드라마를 찍었으면 누군가는 가족들이 일상으로 돌아오도록 뒷처리를 해야 하니 말이다. 그런 그들이 어린 시절부터 엄마와 가족들을 돌보는 신세가 되고 마는 것은 자연스런 일이다. 고로 그들에겐 어린 시절이란 존재하지 않는다. 어른 아이가 되버리는 것이다.
셋째, 자기 중심적인 어머니다. 이런 어머니 사전에 그저 "나 , 나, 나 " 뿐이다. 자식이 들어갈 틈이 없다. 어쩌면 자식이란 명제가 아예 입력이 안 되는 뇌를 가진 사람들일지도 모르겠다. 온 세상이 자신을 중심으로 돌아간다고 생각하는 그들, 이 이세상에서 자신이야말로 가장 특별하고 독특하며 남들보다 우월한 사람이라는 그들의 사고방식은 자식에게도 똑같이 적용된다. 즉, 자식이 절대 자신보다 잘나서는 안 되고, 자식은 자신을 위해 존재하고 있는 존재일뿐이다. 그렇다보니, 그들의 자식은 자신의 정체성을 획득하는데 곤란을 겪고--너는 곧 엄마야, 고로 엄마가 하라는 대로만 하면 돼!가 가져온 부작용--노예처럼 사육되며, 자신의 감정을 잘 알아차리지 못하는데다,늘 자신은 부족하다는 열등감에 시달리게 된다. 그들의 겉모습이 어떤든지 간에 자기 파괴적인 충동에 시달리며 살게 되는 것도 그때문이라고 한다.
네째는 절친형 어머니다. 요즘 유행하는 친구같은 부모를 떠올리시면 된다. 좋아 보이시는가? 겉보기엔? 실상은 그렇지 않다고 한다. 일반인들의 기대와는 달리 심각한 부작용이 있다고 하니, 들어보시기 바란다. 작가 말에 의하면 이런 어머니가 이상적인 어머니로 보이는게 더 큰 문제라니 말이다. 일단 친구와 부모는 양립할 수 없는 역활이라는데 주목해야 한다. 친구같은 부모가 되겠다고 선언하는 사람은 부모 되기를 포기했다고 보면 된다. 자신의 아이가 아이가 아니라고 선언하는 것이고, 아이를 양육하기를 거부한 것이라고 보면 되니 말이다. 왜 그렇냐고? 부모란 힘든 직업이다. 아이는 하루아침에 성숙하거나 성장하지 않는다. 무수히 많은 가르침과 실랑이와 의견충돌을 거쳐야 한다. 아직은 미숙한 아이에게 사회성에 필요한 가이드라인을 정해주는 것은 "어른"인 부모의 몫이고 책임이다. 친구가 그런 것을 해주나? 어림없는 일이다. 그렇다 보니 절친형 엄마의 자식들은 엄마의 부재를 가장 크게 느끼며 성장한다고 한다. 분명 물리적으로 옆에 있긴 했지만, 엄마라는 존재는 없었던 것과 진배없다는 것이다. 즉, 고아나 마찬가지다. 하지만 고아와 달리 그들에게 더 큰 짐이 지워지는 것이, 이런 엄마들은 자식들의 독립마저 막아서기 쉽상이기 때문이다. 공짜로 주어진 자신의 가장 친한 친구가 없어지는걸 포기할 정도로 그들이 성숙할 사람일리 없지 않은가. 그들에겐 자식들이 독립하는 순간이야말로 가장 두려운 것이다. 그렇다보니, 독립을 하려는 자연적인 자식의 욕구를 죄책감으로 포기하도록 종용하는 것이 그들의 장기이다. 혹시 분노에 가득차 있으면서도 의존적인 사람을 만나게 되거들랑, 그의 엄마가 이런 사람일거라 짐작해도 무리는 아닐 것이다.
이상, 다양한 엄마 유형들에 대해 간략하게 서술해 봤다. 아마도 한군데 이상에서는 맞아, 나도 저랬는데 하실 거라 본다. 이 세상이란게 완벽한 곳이 아니니, 완전한 엄마를 갖는다는건 기적에 가까운 일 아니겠는가. 보통 우리 엄마들--키워진대로 아이들을 키우는 데에 한치의 의문도 없었던--은 대개 아이들을 키우면서 한 두 가지 실수들은 저질렀다. 그게 정상이었고, 또 사실이었을 것이다. 물론 진실이 아니라해도 무공해의 환상속에 사는게 난 마음이 편하다고 하시면 상관없다. 하지만, 진실을 찾고 싶다시는 분들에겐 이런 정보들은 유용하다. 자신이 가진 문제점들의 단서들을 찾아볼 수 있으니 말이다. 더불어 내 엄마가 내게 한 것과 같은 실수를 내 자식에게 물려 주고 싶지 않다시는 분들에게 그 노력의 시초로써도 좋을 것이다. 행동의 교정은 적어도 문제점을 인식한 후일때나 가능한 것이니 말이다. 그러니, 이 책이 단순히 엄마를 고발하는 책이라고 생각진 말아주십사 부탁드린다. 그보단, 어른이 되었지만 자신의 삶을 찾지 못한 자식들에게 그 출발선을 제시해주는 책이라고 보심 된다. 자신만의 삶을 시작하려는 자식들에게 자신의 감정을 알고, 한계를 긋는 법을 알려주는 책이기도 하고. 무엇보다 잊지 마시길, 언젠가 우린 반드시 엄마를 넘어서야 한다는 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