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는 누구인가 - 당신의 어머니가 당신의 삶에 미치는 영향
스테판 B. 폴터 지음, 김지양 옮김, 박하식 감수 / 글로세움 / 201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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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엄밀히 따지자면 어머니에 대한 이야기니, 엄마들에게 권해야 옳을 것이다. 그런데도 난 제목을 적어넣으면서 무의식적으로 자식들에게 권한다고 썼다. 잠시 자판을 두드리던 손을 멈추고, 내가 왜 그런 말을 한 것일까 생각해 봤다. 그건 아마도 일단, 내가 이 책을 엄마 입장에 아니라, 자식 입장에서 봤기 때문일 것이다. 자식이 없긴 하지만 조카가 있으니, 얼마든지 부모된 입장에서 책을 읽어도 됐으련만, 나는 조카 생각을 하며 이 책을 읽진 않았다. 조카에겐 올케라는 멋진 엄마가 있기 때문에 이런 책을 읽어가며 잔소리를 할 필요도 없지만서도, 그게 아니라도 내가 조카를 어떻게 대해야 할지에 관한 팁을 얻으려고 이런 책은 읽을만 했을 것이다. 하지만 도입부 부터 나는 조카는 잊어 버리고 말았다. 내 이야기였기 때문이다. 어른이 되긴 했지만 아직은 자식으로써 더 많은 고민을 하고 있는 나에 관한 이야기 말이다. 읽어 내려 가면서 그간 내가 가진 많은 고민들과 의문들에 해답이 척척 나오는데 순간 감사함이라고 해야 할까, 안도감이라고 해야 할까. 그런 감정들이 밀려 들어왔다. 어디에서도 찾지 못한 해답이 한꺼번에 이 책안에 있었으니 말이다. 그런점에서 요즘 사람들이 예전보다 책을 읽지 않는다고 하는데, 책에서 찾지 않는다면 과연 인생의 의문에 대한 해답을 어디서 찾을려는지 궁금하다. 가장 정확하고, 빠르며, 경제적인데다, 깊이 있는 분석도 가능하고, 그나마 쉽게 정보를 얻을 수 있는 매체가 책 아니겠는가.  

 

하여간 내가 가진 의문들에 답이 있어 반갑고 고마운 책이었다. <어머니란 누구인가?> 당신의 어머니는 과연 당신의 삶에 어떤 영향을 미치고 있는가? 당신 생각엔 어떻다고 보시나? 긍정적인가? 부정적인가? 그건 아마도 당신 자신만이 해줄 수 있는 답일 것이다. 어떤 것이건 간에, 모성애에 대한 신화는 잊어 버리시라. 부모는 무엇을 하건 잘못할리 없다는 거짓도 잊어 버리고, 혈육이기 때문에 무슨 잘못을 하건 용서를 해야 한다는 두리뭉실한 충고도. 그 모든 것들이 별로 가슴에 안 와닿던 사람에겐 이 책야말로 안성맞춤이다. 여기엔 그런 무지몽매하고 무책임한 충고는 없으니 말이다.  

 

자, 우리 모두는 누군가의 아들과 딸이다. 그리고 우리는 부모가 이 세상에서 우릴 가장 무조건적으로 사랑해줄 마지막 사람이라고 믿고 의지하고 생각하면서 자란다. 한치의 의심도 없이 말이다. 부모라면, 자식에게 절대 나쁜 일을 할리가 없다고 우리는 자동적으로 생각한다. 희생적이고, 헌신하며, 언제나 옳은 엄마란 신화의 뿌리는 어찌나 깊고 튼튼한지, 아무리 강력한 증거를 들이대도 꿈쩍도 안 한다. 만약 거기에 어떤 의문이라도 표시를 했다간 당장 이상한 사람이라는 손가락질을 받아야 할 것이다. 제대로 된 인간이라면 거기에 물음표를 달리 없으니 말이다. 하지만, 신화는 이야기일 뿐이다. 이야기는 총론적인 의미에선 맞을 지 모르나, 개개 인간들의 일상으로 들어가면 맞지 않는다. 각론에 무수히 많은 변종들이 가능한 것도 그때문이다. 그런 면에서 보자면 이 책은 충실한 각론이다. 이미지일뿐인 총론을 언급하는게 아니라, 일상에 점점히 박혀 있는 개개인들의 고총들에 대해 이야기를 하고 있으니 말이다.  

 

하니, 완벽하고 희생적인 엄마라는 환상은 일단 접어 두기로 하자. 없는 것에 매달려서 시간을 낭비하긴 아깝다. 일단, 엄마들의 유형을 분류해보면 이렇다. 완벽주의 어머니, 예측 불가능한 어머니, 자기 중심적인 어머니, 절친형 어머니, 완전한 어머니등 5가지이다. 우리가 지향하는 목표인 "완전한 어머니" 는 고작해봐야 10% 불과하다고 한다. 완전한 어머니를 두지 않은 나로써는 그마나 위로가 되는 수치다. 그렇다고 완전한 어머니가 완벽한 엄마를 의미하지는 않는다. 21세기형 완전한 어머니란 <자식을 보살피는 것이> 자신의 의무라는걸 자각하는 사람이라고 볼 수 있다. 자식에게 공감과 지지를 보내주고, 자신이 할 일이란 게 아이가 커서 독립할 때까지 돌봐주는 것이라는걸 이해하는 사람이기도 하다. 어릴적엔 절대적인 보호를 해주어야 하는 사람이기도 하지만, 아이가 나완 다른 영혼을 가진 인격체라는 사실을 잊지 않아야 한다. 아이에게 자율과 고유한 정체성을 인정해 줘야 하고, 나이가 차면 자신만의 독립이 가능하도록 정신적인 탯줄을 끊어주는데도 주저하지 않아야 한다. 아이가 성장을 해서 사회로 나가 자신만의 삶을 찾아가는 것, 그것을 도와주는 것이야말로 부모의 최대 임무이자 권리이니 말이다. 이제 완벽한 엄마에 대한 정의를 내려봤으니, 거기에 미치지 못하는 엄마들의 이야기를 해 보기로 하자.  

우선, 완벽주의 엄마가 있겠다. 내면보다는 남에게 어떻게 보이는가가 중요한 이런 부모에게 자식이란 남들에게 자신을 돋보이게 하는 장식물일 뿐이다. 그렇다 보니, 완벽한 외모에 완벽한 스펙까지 갖추기 위해 자식들은 눈물겨운 노력의 시간을 보내야 한다. 내 자신이 아니라 엄마가 원하는 그런 사람이 되어야 하니 분열성 정신병에 걸리기도 쉽고, 무엇을 하건 간에 나는 별게 아니라는 수치심에 쌓여 산다. 완벽하지 않다면 실패라고 생각하고, 따라서 늘 자신을 실패자로 규정짓는다. 그들이 끝없는 노력에 노력을 거듭하면서도, 끝내 허무함과 공허함에 젖어 하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그들이 결국 알콜중독이나 갖가지 중독으로 인생을 망치는 것도 그때문이라고 한다.  

둘째 예측 불가능한 어머니가 있다. 그들과 함께 사는 것을 비유하자면 언제나 롤러 코스터를 타고 있거나, 드라마를 찍고 있다고 보면 된다. 우울증등 병이나 자신의 감정을 주체 못하는 엄마들이 주로 가진 유형으로 이런 엄마와 사는 아이들은 10분 뒤에 집안꼴이 어떻게 될지 예측하지 못하는 나날을 보내게 된다. 그렇다 보니 느는 것은 눈치요, 해결사 기질이다. 누군가 드라마를 찍었으면 누군가는 가족들이 일상으로 돌아오도록 뒷처리를 해야 하니 말이다. 그런 그들이 어린 시절부터 엄마와 가족들을 돌보는 신세가 되고 마는 것은 자연스런 일이다. 고로 그들에겐 어린 시절이란 존재하지 않는다. 어른 아이가 되버리는 것이다.  

셋째, 자기 중심적인 어머니다. 이런 어머니 사전에 그저 "나 , 나, 나 " 뿐이다. 자식이 들어갈 틈이 없다. 어쩌면 자식이란 명제가 아예 입력이 안 되는 뇌를 가진 사람들일지도 모르겠다. 온 세상이 자신을 중심으로 돌아간다고 생각하는 그들, 이 이세상에서 자신이야말로 가장 특별하고 독특하며 남들보다 우월한 사람이라는 그들의 사고방식은 자식에게도 똑같이 적용된다. 즉, 자식이 절대 자신보다 잘나서는 안 되고, 자식은 자신을 위해 존재하고 있는 존재일뿐이다. 그렇다보니, 그들의 자식은 자신의 정체성을 획득하는데 곤란을 겪고--너는 곧 엄마야, 고로 엄마가 하라는 대로만 하면 돼!가 가져온 부작용--노예처럼 사육되며, 자신의 감정을 잘 알아차리지 못하는데다,늘 자신은 부족하다는 열등감에 시달리게 된다. 그들의 겉모습이 어떤든지 간에 자기 파괴적인 충동에 시달리며 살게 되는 것도 그때문이라고 한다.  

네째는 절친형 어머니다. 요즘 유행하는 친구같은 부모를 떠올리시면 된다. 좋아 보이시는가? 겉보기엔? 실상은 그렇지 않다고 한다. 일반인들의 기대와는 달리 심각한 부작용이 있다고 하니, 들어보시기 바란다. 작가 말에 의하면 이런 어머니가 이상적인 어머니로 보이는게 더 큰 문제라니 말이다. 일단 친구와 부모는 양립할 수 없는 역활이라는데 주목해야 한다. 친구같은 부모가 되겠다고 선언하는 사람은 부모 되기를 포기했다고 보면 된다. 자신의 아이가 아이가 아니라고 선언하는 것이고, 아이를 양육하기를 거부한 것이라고 보면 되니 말이다. 왜 그렇냐고? 부모란 힘든 직업이다. 아이는 하루아침에 성숙하거나 성장하지 않는다. 무수히 많은 가르침과 실랑이와 의견충돌을 거쳐야 한다. 아직은 미숙한 아이에게 사회성에 필요한 가이드라인을 정해주는 것은 "어른"인 부모의 몫이고 책임이다. 친구가 그런 것을 해주나? 어림없는 일이다. 그렇다 보니 절친형 엄마의 자식들은 엄마의 부재를 가장 크게 느끼며 성장한다고 한다. 분명 물리적으로 옆에 있긴 했지만, 엄마라는 존재는 없었던 것과 진배없다는 것이다. 즉, 고아나 마찬가지다. 하지만 고아와 달리 그들에게 더 큰 짐이 지워지는 것이, 이런 엄마들은 자식들의 독립마저 막아서기 쉽상이기 때문이다. 공짜로 주어진 자신의 가장 친한 친구가 없어지는걸 포기할 정도로 그들이 성숙할 사람일리 없지 않은가. 그들에겐 자식들이 독립하는 순간이야말로 가장 두려운 것이다. 그렇다보니, 독립을 하려는 자연적인 자식의 욕구를 죄책감으로 포기하도록 종용하는 것이 그들의 장기이다. 혹시 분노에 가득차 있으면서도 의존적인 사람을 만나게 되거들랑, 그의 엄마가 이런 사람일거라 짐작해도 무리는 아닐 것이다.  

 

이상, 다양한 엄마 유형들에 대해 간략하게 서술해 봤다. 아마도 한군데 이상에서는 맞아, 나도 저랬는데 하실 거라 본다. 이 세상이란게 완벽한 곳이 아니니, 완전한 엄마를 갖는다는건 기적에 가까운 일 아니겠는가. 보통 우리 엄마들--키워진대로 아이들을 키우는 데에 한치의 의문도 없었던--은 대개 아이들을 키우면서 한 두 가지 실수들은 저질렀다. 그게 정상이었고, 또 사실이었을 것이다. 물론 진실이 아니라해도 무공해의 환상속에 사는게 난 마음이 편하다고 하시면 상관없다. 하지만, 진실을 찾고 싶다시는 분들에겐 이런 정보들은 유용하다. 자신이 가진 문제점들의 단서들을 찾아볼 수 있으니 말이다. 더불어 내 엄마가 내게 한 것과 같은 실수를 내 자식에게 물려 주고 싶지 않다시는 분들에게 그 노력의 시초로써도 좋을 것이다. 행동의 교정은 적어도 문제점을 인식한 후일때나 가능한 것이니 말이다. 그러니, 이 책이 단순히 엄마를 고발하는 책이라고 생각진 말아주십사 부탁드린다. 그보단, 어른이 되었지만 자신의 삶을 찾지 못한 자식들에게 그 출발선을 제시해주는 책이라고 보심 된다. 자신만의 삶을 시작하려는 자식들에게 자신의 감정을 알고, 한계를 긋는 법을 알려주는 책이기도 하고. 무엇보다 잊지 마시길, 언젠가 우린 반드시 엄마를 넘어서야 한다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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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애의 품격
신노 다케시 지음, 양억관 옮김 / 윌북 / 201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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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읽고난 지금에도 왜 제목이 <연애의 품격>인지 모르겠다. 연애도 그다지 많이 나오지 않지만 연애에서의 품격을 논하는 책은 아니었는데 말이다. 전작인 <공항의 품격>에 이은 후속작이라, 제목이 주는 품격이 워낙 맘에 들어서 버리기 힘들었는가는 모르겠지만, 어쨌거나 제목하고는 별 상관이 없는 그런 소설이 되겠다. 뭐, 그렇다고 해서 딱히 불만을 내세울 필요는 없어 보이지만서도 말이다. 그냥 그런갑다 하고 읽으면 되니 말이다. 설마, 이 책이 제목이 연애의 품격이라고 해서 연애의 품격을 배워보겠다는 일념으로 책을 드는 사람은 없겠지. 만약 그런 사람이 있다면 필시 낭패하게 되리니...분명이 밝히건데, 이 품격 시리즈엔 품격과는 별 상관이 없다는걸 알려 드리겠다. 붕어빵에 붕어가 없는 것과 마찬가지로. 그게 못마땅하신 분들은 출판사에 항의해 주시길...


전작인 <공항의 품격>에서 한직인 공항으로 밀려 났다고 징징대다가 드디어 슈퍼바이저로 우뚝 서게 된 엔도는 새로운 신입사원이 들어오자 긴장을 한다. 말로는 괌에서 잘 나가는 투어리스트 였다고 하나, 막상 일을 시켜보니 한없이 느리지, 요령은 없지, 가르쳐도 잘 알아듣지도 못하지...한숨이 절로 나오는 신입이다. 그 신입인 에다모토를 슈퍼바이저로 키워야 하는 엔도 입장에선 복장이 터질 일이다. 그를 과연슈퍼 바이저로 키워야 하나, 아니면 적당히 하다 내쳐야 하나 고민하던 그는 일은 못하면서도 열성 만큼은 지지 않는 에다모토가 적잖이 고민거리다. 다른 직장을 알아보라고 해야 할 판인데, 이 공항의 일이 너무도 좋다면서 열심히 가르쳐 달라고 부탁하니 말이다. 언젠가는 말해야지 하면서도 마음이 약한--다시 말해 소심한--엔도는 말할 기회를 찾지 못하고 날리고 만다.


그가 기회를 날리는 것은 해고 통고만이 아니다. 그간 자신의 옆에서 늘 든든한 지지를 해주던 모리오라는 부하직원에 대한 일도 그렇다. 늘상 그녀의 한마디에 위로를 받던 그는 모리오가 공항 상주 경찰과 만나는 것을 보고는 뜨끔하고 만다. 왠지 정상은 아니여 보이는 상주 경찰 아이다, 아끼던 모리오를 그에게 빼앗겨야 하는 것일까. 왜 내 연애 전선은 이다지도 흐린 것일까 상심하던 엔도는 아이다가 모리오를 스토킹 하고 있다는 사실에 식겁한다. 내 애인이 아니라도 부하직원인 모리오가 스토킹을 당한다는게 가만 있을 수는 없는 일, 그는 당장 행동에 나서지만, 오히려 아이다의 제지를 받고 만다. 네가 뭔대 내가 하는 일에 나서냐고 항의를 받은 것이다. 이에 엔도는 자신도 알지 못했던 진실을 그에게 털어놓게 되는데...

과연 그가 알지 못했던 진실이란 무엇일까? 삼십이 넘어도 연애 전선만큼은 여전히 먹구름 투성이던 그에게 드디어 햇살 비치는 날들이 찾아오게 될까나?


전작에 이은 엔도의 공항 일대기다. 하루 하루를 공항에서 여행자들을 접객하면서 보내는 공항 근무자들의 일상에 대해 알게 해준다는 점이 좋았다. 특별히 강렬하게 충격을 가하는 그런 사건들은 없었지만, 소소하게 일을 해나가는 다양한 사람들의 이야기가 흥미를 끈다. 우리 주변의 보통 사람들의 이야기라서 그런게 아닐까 싶다. 공항에 근무한다는 한정된 공간이 있긴 하지만 , 그들이 만들어 내는 이야기가 보통 사람들의 평범한 이야기라는 점이 좋았다. 일본 사람들 이야기지만서도, 그다지 낯설지 않게 다가오는건 그만큼 인간적인 이야기라서 그럴 것이다. 아무리 국경은 상관없다지만서도, 한국 이야기가 나오는 부분에서는 아무래도 더 귀가 쫑끗했다. 한류 배우에 빠진 일본 중년 여성들 이야기나,  재일 한국인들의 비애들  공항에서 볼 수 있다는 점이 흥미로웠다. 한류라고 해서 왠만큼 한국인의 위상이 좋아지지 않았는가 했는데, 알고보니 그 덕분에 그나마 재일 한국인의 비애를 재조명해서 보고 있는 정도에 지나지 않는 모양이었다. 과연 한류가 없었을때 일본인들이 우리를 얼마나 무시했을까. 바로 견적이 나와서 기분이 별로였다. 뭐, 너희들이 우리를 그렇게 무시하니까, 우리도 너희들을 그렇게 좋아하지 않는 거였다는거 혹시 아나 모르겠어? 라고 묻고 싶었다. 뭐, 그건 이 책의 본문과 별 상관이 없는 이야기고.


그냥 시간 때울 용으로 한가하게 읽으시면 좋을 책이다. 대단한 철학이나 인생은 없지만 그저 우리 주변에 있음직한 이야기들을 과장되지 않게 써내려 갔다는 점이 좋았지 않나 한다. 타인의 인생을 엿 본다는건 언제나 흥미진진한 일이니 말이다. 특히나 공항에 근무한 적이 없는 분들에겐 그곳에서 어떤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알게 되는 기회가 될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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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항의 품격
신노 다케시 지음, 양억관 옮김 / 윌북 / 201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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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른살을 앞둔 엔도는 자신의 현재가 마땅치 않다. 6년간 사귄 여자친구에겐 마마보이라는 이유로 차이고, 직장인 여행사에서 한직이라고 여겨지는 공항으로 쫓겨 났기 때문이다. 공항에서 여행을 떠나는 예약객들을 맞이하고 떠나 보내는 일을 맡게 된 엔도는 자신의 처지가 한탄스럽기만 하다. 이럴줄 알았으면 상사에게 대들지 말 것을...이라면서 뒤늦게 후회해 보지만서도, 이미 때는 늦어 버렸으니 후회한들 무엇하리, 그저 새로 근무하게 된 곳이 끔찍한 곳이 아니기만을 바랄 뿐이다.


그런 그를 느긋하게 바라보는 상사들을 보면서 엔도는 그들이 이해되지 않는다. 아무리 생각을 해봐도 보람이 있거나 대단한 일을 하는 것 같지 않은 일이었기 때문이다. 오히려 자신의 일에 자부심을 가지고 열심히 일하는 선배들과 동료들을 보면서 이상하게 생각하던 엔도는 점차 일에 익숙해지면서, 겉으로는 보여지지 않았던 일의 묘미에 대해 알아가게 된다. 즉, 여행을 떠나는 사람들은 무사히 안전하게 여행길에 오를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 자신의 일이라는걸 알게 된 것이다. 단지 티켓 확인만 하고 모든 것이 끝나는 것인줄 알았던 그는 의외로 많은 사건들이 여기에 벌어진다는 것을 알게 된다. 그 모든 상황들을 수습해 가면서 엔도는 점차 공항의 접객원으로 거듭나게 된다. 과연 그는 공항에 어울리는 품격을 이뤄낼 수 있을까.


공항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드라마나 다큐를 보는 듯 그려내고 있던 소설이다. 아마도 작가가 공항에서 일한 경험을 소설로 풀어놓지 않았을까 싶은데, 그가 6년동안 잘 나가던 직장을 때려친 뒤 한동안 노숙자로 살았다는 이야기를 감안컨대, 아마도 좋은 면만 부각해서 쓴게 아닐까 싶다. 물론 이 책이 좋은 면만 쓰여있었다는건 아니다. 한직이라고 불리는 공항 근무, 그곳에서 있는 듯 없는 듯 월급만 축내면서 야망없이 살아가는 듯한 선배들, 그들과는 달리 공항에 근무한다는 자체로 박봉에도 열심히 일하는 여성 근로자들. 이런 저런 사람들들과 일하고 부대끼면서 갈등하는 것들을 써 놓았으니 말이다. 여러 사람들의 사정과 그들의 이야기를 비교적 객관적으로는 서술하려 했다는 뜻. 다만, 품격이라는 제목에 맞게 그곳이 품격 있는 곳이 아닐 거라는 생각을 하게 되는건 결국 이 작가가 그곳을 견뎌내지 못하고 퇴사했기 때문이 아닐까 한다. 어느곳이건 사회 생활을 한다는게 쉽지많은 않겠구나 느끼게 해주었고, 일을 한다는건, 이런 저런 일들을 해결하면서 사회인으로 성장해 나간다는건 어쩜 허무한 일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게 해줬다.


공항에 근무한 적이 없는 사람들에게 재밌게 읽힐지도. 자신이 가보지 못한 곳들을 세세하게 들려주고 있었으니 말이다. 그곳에선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나 궁금하신 분들을 읽어 보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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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고양이 씨 - 세다리스의 뻔뻔한 동물우화집
데이비드 세다리스 지음, 조동섭 옮김, 이언 포크너 그림 / 학고재 / 201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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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저자의 이름만 보고 반가워서 고른 책. 저자의 나쁜 점들이(엽기적이고, 저질 화장실 유머 남발, 심하게 비틀린 유머, 냉소가 지나쳐서 눈살을 찌프림) 총 출동한데다, 그것을 굉장히 재밌다고 생각하는 듯해서 곤란한 느낌. 내용이 어찌나 끔찍하던지 등장하는 동물들이 매우 가엾었음. 하긴 뭐 인간을 비유한 것이긴 하지만서도, 차라리 인간으로 대치하는 편이 더 낫지 않았는가 그런 생각을 했음. 왜냐면 동물들에 대한 심한 비하처럼 느껴짐. 그보단 동물들에 대한 오해가 지나친 것일지도 모르지만서도. 그나저나 동물들도 항문섹스를 한다고? 음...믿겨지지 않는 주장이로고...만일 그게 사실이 아니라면 동물 대변인으로부터 명예훼손으로 고소를 당해야 하는건 아닐런지. 어쩜 그걸 노려서 동물들을 주인공으로 한 것인지도 모르겠지만서도.


2. 내용보다 그림이 낫다고 보여짐. 그렇다고 그림이 볼만했던건 아니지만서도. 기대를 안 하시고 보심이 좋을 듯.


3. 내공있는 역자의 빛나는 글발이 못내 진심으로 아까웠음.


4. 비위가 약하신 분들은 읽기를 자제하심이 좋을 듯. 임산부나 노약자나 12세 미만 아이들도. 동물 우화집이라고 해서 모든 연령층이 다 볼 수 있는건 아니라는걸 깨닫게 해준 책


5. 데이비드 세다리스 님~~ 수필에 매진에 주셔요. 소설이나 우화는 아무래도 아닌 듯 합네다. 창작을 하기엔 당신의 내면이 지나치게 더럽다는 생각이 들어요. 당신의 수필을 읽으면서도 종종 더러운 화장실 잡담에 눈살을 찌프리긴 했지만서도, 그게 어쩌다 나온 문장들인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라 그게 당신의 주된 관심사더군요. 아니, 관심사 일지도 모른다는걸 이 책을 보면서 알게 됐어요. 당신의 내면과 별 상관없는 주변을 관찰한 결과를 내놓는 수필, 차라리 그게 읽기 더 낫습니다. 뭐, 굳이 창착이 아니면 어떻습니까? 유머러스한 수필가! 좋잖아? 괜찮았다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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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구나무 서는 여자 - 하버드 정신과 의사가 만난 기이한 환자들
개리 스몰 지음, 원은주.이규빈 옮김 / 파이카 / 201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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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원제가 재밌다. 정신과 의사가 만나본 가장 기이한 환자들. 제목만으로도 흥미진진하지 않는가. 지난 30년간 정신과의로 재직한 저자는 그간 자신이 치료한 환자들 가운데서 도저히 상식적으로는 판단이 불가능했던 몇몇 환자들에 대해 이야기를 늘어놓는다. 의사가 자신이 치료한 환자의 치부를 드러내놓는 것이 아니냐고 혹시 생각하실 분이 있을까봐 말해두는데, 절대 그런 류의 책은 아니다. 그가 관심을 갖는 것은 도덕적이거나 윤리적인 판단이 아니라, 지극히 지적인 호기심였을 뿐이니 말이다. 그러니까, 상식적이지 않는 기괴한 병에 걸린 환자를 돌보는 의사인 나는 그들보다 우월하다는 식이 아니라, 고통을 당하고 있는 사람이기 때문에 내가 도와줘야 겠다는 따스한 심성이 저자의 근본을 이루고 있었다. 환자를 단지 조롱하기 위하거나, 특이한 케이스를 가진 객체로 바라보기 보단 살아가고 존중 받아야 하는 대상으로 인식한다는 점에서 일단 책을 읽어 내려 가는데 부담감이 없어 좋았다. 아무리 내가 이상한 증례를 가진 환자가 아니라고 해도, 치유할 길이 없어 곤란한 환자를 조롱하는 듯한 글이 유쾌할리 없으니 말이다. 곤란에 빠진 사람들을 보면서 하하 웃는 이상한 취향이 아니란건 얼마나 다행스런 일인지...어쨌거나  이 저자, 원래 성품이 훌륭하신 것인지 아니면 다년간의 교육의 결과인건지는 모르겠으나--전자라고 생각되어지지만서도--그가 정신과 의사란게 참으로 다행이란 생각이 들었다. 환자들을 진지하게 믿어 주는데다, 치료 방향에 대해 끊임없이 재고하고, 자신이 믿는 것에 대해 고집을 가지고 밀고 나가는 자세들을 보자니 그런 생각이 든다. 결국 그런 자세들이 환자들을 치유의 길로 이끌어 갔다는 것은 놀랄만한 일도 아닐 것이다. 하지만 정신과 치료의 경우엔 완치라는 것이 흔치 않은 일이고, 무엇보다 지금까지도 종종 확실하고 정석인 치유책이 없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놀라워 해야 하는 것이 맞다. 더군다나 그가 정신과 의사를 시작한 것은 30년 전이다. 정신과를 낙오자들의 집합소 정도로 여기고, 주술사가 하는 일과 별다르지 않게 취급을 받던 정신과의 원시 시대 부터 일을 시작하신 것이니, 그가 이룩한 업적에 대해서 과소 평가를 하면 안 되지 싶다. 저자와 같은 분들 덕분에 그래도 이나마 인간의 정신에 대한 이해가 축적된 것이니 말이다.


기이한 환자들이라고 말했지만 정말로 기이한 케이스들 뿐이다. 벌거벗고 물구나무 서기를 한 채 병실에서 만난 환자 같은 경우엔 그것이 충격을 주었던 것이 그 환자가 자신이 그러고 있는줄 몰랐더라는 사실에 있다. 다시 말해 제 정신이었다면 절대 그런 포즈를 취할 사람도 아니었을뿐더라, 자신이 그러고 있다는 사실조차 자각하지 못하고 있었다는 뜻. 어떤 연유로 멀쩡하고 수줍음을 타던 사람이 벌거벗고 물구나무를 서게 된 것인지, 그걸 풀어내는게 정신과 수련의인 그에게 내려진 과제였으니, 저자가 당황했던 것도 무리는 아니지 싶다. 몇개 되지 않은 단서로 결국 원인을 밝혀낸 저자는 나중에 완치되고 만난 환자를 보고 깜짝 놀랐다고 한다. 너무도 얌전한 19살의 처녀였기 때문이다. 그녀의 정신 상태가 정상이 아니라는걸 알지 못했다면 아마도 사람들은 그녀를 음란한 여자로 여겼을 테지. 원인은 전혀 다른 곳에 있고, 그 원인을 알게 되면 너무도 음란과는 거리가 멀어서 실망하게 될텐데도 말이다. 그외에도 자신의 왼팔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면서 절제해달라고 부탁해온 환자의 경우엔 과연 어느것이 정상인지를 생각하게 해줬다. 물론 이 환자의 경우엔 드문 정신병에 걸린 것이었지만, 주변을 둘러보면 괜찮은 얼굴임에도 마음에 안 든다면서 성형 수술을 하는 사람들도 많지 않은가. 과연 그런 사람들과 왼손이 맘에 안 드니 잘라달라고 부탁하는 환자가 어떻게 다르다고 할 수 있는 건지 의문이라고 하던 저자의 말이 기억에 남는다. 그밖엔 아내와의 관계가 소원해져서 상담을 해보니 자신의 페니스가 작아지고 있다고 두려움을 호소하던 사람이나, 남편과 사별한 뒤 아들만을 집착하고 산 나머지 의대에 간 아들과 소통하겠다고 의대병에 걸려 버린 여자의 이야기나 물을 너무 많이 마셔서 치매 증상이 나타나던 CEO의 경우가 흥미로웠다. 남편이 이상해요...라면서 정신과 상담을 신청한 여자의 이야기도 주목을 끌만 했는데, 재밌는 것은 뭔지 모르지만 남편이 숨기는 것이 있다고 했던 그녀의 판단이 결국엔 맞았다는 점이었다. 물론 그전까진 아내가 이상한거라는 남편의 말을 철썩같이 믿을 수 밖엔 없었지만, 나중에 알고보니 그 남편은 딴집 살림을 차리고도 시치미를 뚝 떼고 살던 싸이코 패스였다고 한다. 그 편의 제목이 <가스등>인 것도 무리는 아닌데, 사람 하나 바보 만드는 것은 정말로 쉽더라. 실제로 그 남편은 아내가 너무 예민해서 모든 것을 상상해 낸 것이라고 말했다고 하니 말이다. 그럼에도 무언가 잘못 되었다고 줄곧 느끼고 살았다는 아내의 감이라는 것도 무섭고, 아내의 추궁에도 꿈쩍하지 않는 남편의 거짓말에도 신물이 났다. 저자가 말하길, 공감능력이 제로에 가까운 싸이코 패스는 생각하는 것만큼 드물지 않다고 한다. 확률적으로 100명중 하나라고 하던가? 물론 그들중에서 연쇄 살인을 벌일 정도로 극악스런 경우는 드물지만서도, 하여간 생각하는 것보단 비교적 많다고 하니 제발 부탁건데, 살아가면서 그런 사람들과 엮이는 일만은 없었으면 한다.


재밌다. 저자를 탁월한 이야기꾼이라고 하던데, 틀린 말은 아니지 싶다. 유머감각을 적절히 섞어서, 자신의 이야기도 변죽으로 울리면서 어떻게 하면 사람들이 이야기에 흥미를 느끼게 할지  본능적으로 아시는 분 같았으니 말이다. 기이한 사례들을 보면서 인간의 정신의 한계에 대해 알아가는 것도 흥미롭고, 지난 30년간 정신분석학이 어떻게 변해왔는가를 보는 것도 좋았다. 저자가 처음 정신의로 발을 들여놓던 초기 시절부터 글을 쓴 것이기 때문에, 정신학의 발전과 더물어 저자 자신의 발전을 보는 것도 재밌었다. 저자의 어리버리한 초년 의사 시절에서부터, 사랑하는 여자를 만나 결혼을 하고 아빠가 되더니, 이젠 든든한 정신과 의사가 되어 있는 현재를 보여주고 있는데, 솔직하고 유머가 넘쳐서인지 그 이야기도 흥미롭게 들려왔다. 환자들의 이야기뿐이 아니라 자신의 이야기도 곁들여 들려 준다는 점에서 오히려 더  친근하게 다가오지 않았는가 싶다. 마치 추리 소설이나 미국 드라마처럼 생생하고 흥미진진하게 읽히는게 특징으로, 쉬운 심리학을 원하신다면 집어드셔도 좋을 듯, 더불어 인간에 대한 이해를 높인다는 것은 덤이지 않을까 한다. 하여간 인간의 심리만큼 복잡하면서도 매혹적인것도 드물다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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