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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호 측 증인
고이즈미 기미코 지음, 권영주 옮김 / 검은숲 / 2011년 10월
평점 :
제목만 보면 요즘 나온 책 같지만, 실은 63년에 나온 추리 소설이다. 추리 소설의 생명이 다른 소설에 비해 길다고 할 수 없다는 점을 감안하면 63년 생이 지금도 돌아다닌 다는 자체가 잘 쓴 책이라는 반증이 될 것이다. 실은 이 책은 세간의 뇌리에서 잊혀져 있다가 지금 한창 주가를 올리고 있는 일본 추리 소설 작가인 미치오 슈스케의 소개로 다시 각광을 받게 된 책이라고 한다. 잊혀진 책이었는데, 한 작가의 애정 어린 칭송에 힘입어 되살아 났다는 것이 흥미를 자극했다. 어떤 내용이길래...라면서 보게 된 책, 보고난 느낌은 지금 읽어도 어색하지 않은 이야기 전개이긴 했지만 그럼에도, 미치오 슈스케가 말한 <남에게 알려 주기 싫은 나만 알고 싶은 책>이라는 설명이 조금 과장되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뭐, 취향은 각자의 것이니, 그가 좋아한다는걸 뭐라 하긴 그렇지만서도, 그래도 남에게 알려주기 싫은 비밀의 책 정도가 되기엔 조금 함량 미달이지 않은가 싶은 것이다. 아마도 미치오 슈스케에겐 비밀의 책이 너무도 많아서 이런 책도 들어가는 건지 모르겠다. 슈스케처럼 나도 이 책을 주변에 추천하진 않을텐데, 다만 나는 이 책이 그닥 재밌지 않아서이니, 이유는 달라고 결론은 마찬가지라 하겠다.
내용은 이렇다. 부모가 어린 나이에 사망하는 바람에 먹고 살기 위해 클럽에서 스트립 댄서를 하던 미미 로이는 재벌 가문의 외아들의 청혼을 받고는 승낙한다. 방탕하기로 유명한 스기히코는 미미를 만나 정신을 차렸다면서 결혼을 서두르고, 이런 행운을 놓치고 싶지 않았던 미미는 모두의 우려를 뒤로 하고 결혼을 하게 된다. 재벌가의 결혼이라고 하기엔 초라한 결혼식, 하지만 미미로써는 그마저도 과분할 따름이다. 분가를 해서 따로 살줄 알았던 미미는 시아버지와 함께 사는 본가로 들어가야 한다는 말에 식겁한다. 하지만 이 결혼을 절대 지키겠다고 다짐한 그녀는 각오를 다지고 본가로 들어간다. 불안한 신혼 생활, 무서운 시아버지, 시아버지의 돈 없이는 아무것도 못하는 무능한 남편, 그 사이에서 자신의 자리를 찾기 위해 미미는 분주히 노력한다. 그런 노력도 시아버지가 살해된 채 발견됨으로써 막을 내리고, 미미는 남편이 죄를 뒤집어 쓸까 두려워 증거를 인멸해 버린다. 과연 범인은 누구일까? 남편일까? 아니면 그도 아닌 제 3의 인물일까?
반전이 대단하다고는 하지만서도, 뭐랄까, 놀랍지는 않은 그런 반전이었다. 만약 놀랐다고 한다면 가장 먼저 염두에 둘만한 트릭이여서 그렇다고나 할까. 다른 대단한 반전을 기대했는데, 고작...이라는 생각이었다. 추리 소설로써 이야기 자체는 그렇게 대단하지 않았다는 뜻이다. 이 책에서 그보다 더 괜찮다고 생각되던 점은 살인에 이르기까지의 과정을 그려간 점이었다. 미미가 힘들 거라는 것을 알면서도 재벌가에 시집을 가게 된 것, 그녀를 바라보는 대외의 시선, 미미를 언제나 지지하는 스트립 댄서계의 대모 에다등의 이야기가 제법 그럴 듯 했다는 점이었다. 그대로 드라마를 만들어도 좋을만큼 이야기가 신빙성이 있었다. 하여간 모든 것을 감안해보면 걸작이라고 하기엔 부족하지 않은가 한다. 요즘 걸작들이 너무 많이 나와주니 말이다. 그저 한번 읽어봐도 좋을만한 책 정도면 알맞지 않을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