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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설계 - 숨겨진 패턴을 발견하고 나만의 설계도를 만드는 법
론 프리드먼 지음, 이수경 옮김 / 어크로스 / 202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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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설계/ 론 프리드먼 지음, 이수경 옮김/ 어크로스

역설계란 배우고자 하는 대상을 체계적으로 분해해 탁월함의 비밀을 알아내고 중요한 통찰을 뽑아내는, 즉 성공의 패턴을 발견하는 접근법이다. 작가는 각 분야에서 성공한 사람들이, 어떻게 자신의 분야에서 최고가 될 수 있었는지, 그들이 어떤 역설계를 사용했는지, 구체적 사례를 들어 소개하고 있다. 그래서 독자는 작가의 글에 신뢰하게 되고, 작가가 제시하는 방법을 통해 자신도 그런 성취를 이룰 수 있을 것 같은 기대를 갖게 한다.

대다수의 사람들은 살던 대로 살고 하던 일을 하고 산다. 익숙함은 편안함을 준다. 때문에 새로운 도전이나 변화에 대한 시도 대신에 편안함을 선택하며 현실에 안주한다. 변화에 대한 두려움 대신에 편안함을 선택하는 것이다. 이것이 대다수 사람들의 살아가는 방식이고 패턴이다. 성공한 이들은 이런 패턴을 과감하게 벗어던진 이들이다. 무모한 도전일지라도 도전하기를 멈추지 않는다. 그들은 성장을 갈망한다.

이 책은 이런 간절함과 절박함이 우리를 행동하게 만든다는 진리를 다시금 상기시킨다. 유튜브에는 성공과 성취에 대한 방법론들이 넘친다. 그러나 그런 방법들을 통해 누구나 성공하는 것은 아니다. 그것은 방법의 문제가 아니고 개인의 신념과 행동의 문제다.

성공하고 싶다, 부자가 되고 싶다, 최고가 되고 싶다는 꿈에 다가서기 위해서 행동은 구체적이어야 하고 체계적이어야 한다. 계획이 많다고 좋은 것이 아니라, 꾸준함과 그 일을 해낼 수 있다는 자신에 대한 믿음이 전제되어야 한다. 이 책은 그런 방법들을 구체적으로 제시한다.

1. 수집가가 돼라
2. 차이를 발견하라
3. 설계도를 뽑아내라
4. 모방하지 말고 한 단계 더 나아가라
5. 비전과 능력의 격차를 받아들여라
6. 당신만의 점수판을 만들어라
7. 리스크를 최소화하라
8. 편안함을 경계하라
9. 미래와 과거를 이용하라
10. 똑똑하게 질문하라

저자가 제시한 성취를 위한 방법들이다. 이 방법들을 다 실천할 수는 없다. 저마다의 환경은 개별적이다. 그렇기에 누군가를 성공으로 이끈 방법이 반드시 같은 결과를 가져오는 것은 아니다. 그렇다면 성공은 자신의 능력과 한계를 제대로 아는 데서부터 출발해야 하는지 모른다. 성공은 생각을 바꾸고, 작은 행동 하나를 바꾸는 것에서부터 시작해야 한다는 것을 이 책을 읽으며 다시 새긴다. 저자가 제시한 방법 중 실천 중인 것이 하나 있어 반가웠다. 그리고 이 책에 제시된 방법 중 하나를 실천하자 결심했다.

변화에 대한 기대도 많고 결심도 많은, 그럴 때 읽으면 좋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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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비세계문학 42
프란츠 카프카 지음, 권혁준 옮김 / 창비 / 201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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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프카를 만나다-『성』

『성』은 카프카의 대표작으로, 마지막 장편소설이며, 미완성작으로 가장 난해한 작품으로 평가받는 작품이다. 이 책을 읽으며 고구마 백 개는 먹은 듯 답답함을 느꼈다.

토지 측량사 K가 한 마을에 도착해 성과 성의 관청으로부터 자신의 직업과 개인적 삶을 인정받기 위해 벌이는 투쟁이 이 소설의 주된 줄거리다. 그러나 K는 결국 성에 이르지 못하고 소설은 끝이 난다. 아니 처음 투쟁을 시작한 지점에서 한 발자국도 나아가지 못했다는 말이 더 맞을지도 모르겠다. K는 ‘토지측량사’라는 자신의 직업을 인정받고자 성에 이르고자 하나, 성으로 가는 길이 여러 갈래임에도 불구하고, 번번이 성에 이르려는 K의 의도는 무산되고 결국 출발점으로 되돌아온다. 더구나 마을 사람들은 끊임없이 그에게 ‘외지인’ 임을 상기시키며 K에게 배타적이다. 더구나 K의 행위가 무모한 짓이라고 한 목소리를 내며, 자신들의 제안을 따르라고 강요한다.

성은 외부 세계와 단절된 채 ‘아무것도 없어 보이는 허공’에 존재한다. 성에 이르지 못하는 것은 K뿐만이 아니다. 성과 성의 관리들은 마을사람들에게는 함부로 근접할 수 없는 외경의 대상이며, 성의 체제와 위계는 무조건 따라야 하는 굴복의 대상이다. 때문에 마을 축제에서 성 관리의 추잡한 구애를 거절한 아말리아와 그의 가족들은 마을 사람들에게 경멸의 대상이며 배척의 대상이다.

그러나 카프카는 K가 이르고자 한, 마을 사람들에게 외경의 대상인 성의 실체에 대해 밝히지 않는다. 때문에 성은 종교적 해석, 실존주의적 해석, 정신분석학적 해석, 사회학적 해석 등 다양한 관점으로 해석되며, 여전히 다양한 해석이 가능한 작품으로 많은 이들의 관심을 받고 있는 작품이다. 소설의 결말을 묻는 막스 브로트의 질문에 카프카는 “K가 기력이 다해 죽는 것으로 계획되었고, 영양실조로 죽어가는 K는 죽기 직전에 성의 관리로부터 마을에 살기를 원하는 K의 요청이 받아들여진 것은 아니지만, 주변의 정황을 고려해 여기 머물며 일하는 것을 허락했다는 소식을 듣게 된다”라고 밝혔다 한다.  K의 죽음에서 ‘변신’의 그레고르의 죽음을 떠올리게 된다. 끊임없이 자신의 존재를 증명받기를 희망하지만 그것이 좌절되자 스스로 죽음에 이르는 결말, 그의 전지적 생애와 흡사해 K가 카프카의 분신처럼 느껴졌다.

고구마 백 개를 먹은 듯한 답답함을 느낀 이유 또한 여기에 있다. 성에 이르고자 한 K의 의지가 번번이 실패하고, 아무런 소득 없이 끝나버리는 상황에서도 결코 자신의 행위를 포기하지 않았던 K, K의 답답함이 내게 전이됐다. K에게 성은 넘사벽의 존재였다. 그렇다면 카프카에게 그 성의 실체는 무엇이었을까?

카프카는 프라하의 중산층 가정에서 태어났다. 대다수가 체코어를 사용했고, 독일어 사용자는 소소였고, 독일어를 쓰는 유대인은 극소수에 불과했는데, 카프카는 그 극소수에 포함되었다. 그는 다수의 체코인에 속하지 못했고, 유대인인 까닭에 프라하의 소수 상층부를 형성한 독일인 특권층에도 속하지 못했다. 그의 관심은 문학과 글쓰기였지만, 서구 동화의 길을 걷던 유대인인의 전형이었던 아버지의 기대에 부응하기 위해 법학을 전공했으며, 아버지와 오래 갈등을 겪었다. 그에게 아버지는 K의 성처럼 넘사벽의 존재였다. 그는 또 전업 작가로서의 삶을 살지도 못했다. 낮에는 일을 하고, 밤에 글을 쓰는 생활을 이어갔다. 두 번의 약혼을 했지만 파혼을 거듭하며, 결혼을 하지도 않았다. 카프카는 어디에도 온전히 소속되지 못한 철저한 이방인이었다.

‘성’의 마을사람들은 끊임없이 K가 ‘외지인’ 임을 상기시키며, 그에게 배타적이고, 그들의 제안에 수긍할 것을 강요한다. K는 카프카의 분신인 셈이다. 가족의 멸시와 경멸로부터 벗어나기 위해 죽음을 선택한 그레고르나, 성에 이르고자 한 투쟁에서 기력을 다해 죽음에 이르는 K 역시 카프카의 분신이다. 평생을 어딘가에 소속되지 못한 카프카의 전기적 생애가 만들어 낸 그레고르와 K에게서 카프카가 읽힌다. 그의 무기력, 그의 좌절, 그의 절망이 느껴져, K가 카프카 같고 카프카가 K 같았다. 안쓰럽고 쓸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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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든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395
헨리 데이비드 소로 지음, 정회성 옮김 / 민음사 / 202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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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든을 읽었다. 소로의 눈으로, 소로의 사유로 본 소로적인 월든이었다. 월든을 가 본 적도 없고, 다른 이가 쓴 월든에 대한 글을 읽은 적도 없기에 내 마음속에 자리 잡은 월든 또한 소로적인 월든이다. 고요가 있고 쉼이 있는 곳, 수많은 생명체들의 숨결이 느껴지고 때로 그들에게 치열한 삶의 현장이 되는 곳, 월든은 그렇게 내 마음속에 자리 잡았다. 유독 몸도 마음도 힘든 계절이었다. 그래서 더 그곳의 고요와 소란을 동경하며 읽었는지도 모르겠다.

소로는 월든의 일부였고 월든은 소로의 일부였다. 월든에 기대 사는 수많은 나무, 새, 꽃, 동물, 물고기 등 모든 생명체들보다 우위를 차지한 소로가 아니라, 그들과 동등한 소로를 만났다. 그래서 좋았다. 자본주의적 시선, 소유적 시선이 아닌 그저 함께이고 일부인 그 시선이 좋았다.

소로는 월든 호숫가에서 2년 2개월 2일 동안 살았다고 했다. 그의 생애 전체로 본다면 긴 시간은 아니지만, 소로의 시간은 월든에서의 삶 이전과 이후로 나눌 수 있을 것이다. 스스로 가난을 선택하고 숲을 연구하고 자연과 생태를 연구하면서 기꺼이 자연의 일부로 존재하고 했던 사람, 법정 스님께서 월든을 사랑한 이유를 알 것 같았다.

소로는 우리에게 조언한다. "나는 자신을 겨냥하는 것이 더 고귀한 사냥이라고 믿는다. 자기 내면의 강과 바다를 찾아 나서라. 기왕이면 내면에서 자아의 위도가 높은 지역을 탐험하라"라고. 소로 역시 월든 호수라는 지리적 공간을 선택했지만, 그곳에서 자기 내면의 강과 바다를 발견하고자 했을 것이다.

내가 땅바닥에 깔린 솔잎 사이를 기어가며 내 시야에서 몸을 숨기려 애쓰는 벌레 한 마리를 바라보면서 어쩌면 은인이 될지도 모르고, 그 종족에게 기쁜 소식을 전해 줄 수도 있는 내게 왜 저렇게 겁을 먹고 도망가려고 애쓰는 걸까 자문할 때 저 위에서 더 위대한 은인이자 지존의 존재가 인간 벌레인 나를 내려다보는 장면이 떠오른다.

인간은 늘 흔들리며 방황한다. 삶의 불확실성은 늘 불안을 동반한다. 그 불안의 기저에는 위대한 은인이자 지존의 존재에 대한, 아니 우리 자신에 대한 믿음과 확신의 결여가 도사리고 있을 것이다. 그 존재의 힘을, 자신의 내면을 힘을 믿고 자신을 향해 나아가라는 소로의 조언이 월든 호수의 잔물결처럼 고요한 파동으로 전해진다. 쉼 없이 그러나 고요하게.

소로의 문장은 아름다웠다. 많은 문장에 줄을 그었다. 긴 산문이지만 한 편의 시 같았다. 읽는 내내 번역하기 힘들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모든 문학 작품에는 번역불가능성이 제기되지만, 시적 언어에서는 더욱 그럴 것이다.
그의 사유 또한 풍부했다. 그리스 신화와 인도 신화, 동양의 공자 사상까지, 그의 철학적 사유와 만난 월든은 더욱 풍부하고 깊이를 가진 공간으로 재탄생되었다.

이 책이 내게 특히 의미가 있었던 이유는 번역을 맡으신 정회성 선생님께서 직접 책을 보내주셨기 때문이다. 내가 쓴 '1984'에 대한 독서 후기를 우연히 읽게 되었다고 하시면서 이번에 월든 교정본이 나왔는데 보내주시겠다는 연락을 해 왔다. 행복에 겨운 경험이었다.

책을 읽으며, 소로의 오두막 근처를, 월든 호수의 한복판에 쪽배를 띄워놓고 물결 따라 흐르는 소로 곁에 머무는 상상을 하곤 했다. 소로적인 월든을 간직하기로 했다. 지친 날, 잠시 그곳에 가서 쉬기로 했다. 그리곤 숲과 호수가 건네는 생명 에너지를 내 몸에 가득 채우고 다시 이곳으로 돌아와 현실의 삶을 살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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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길이라 부르는 망설임 - 카프카 드로잉 시전집 민음사 세계시인선 리뉴얼판 58
프란츠 카프카 지음, 편영수 옮김 / 민음사 / 202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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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프카가 시를 썼다고? 하는 호기심에서 주문한 책이다. 그의 소설적 문체로 미루어 '이상의 시와 닮았을지 몰라' 하는 막연한 생각을 갖기도 했다.

그러나 카프카의 시는 이상의 시처럼 난해하거나, 그의 소설처럼 리좀적이지 않다. 그의 시는 간결하고 깔끔하다. 언어를 아끼고 감정을 절제했다. 물론 표지의 화사함과 내용적인 괴리감은 있지만.

5부로 구성된 시편은 각 부를 구성하는 시편에 번호를 매겨놓아 연작시 느낌을 준다. 그러나 연작시는 아니다. 그리고 카프카가 정식으로 발간한 시집도 아니다. 그러나 그는 청소년 시절부터 생의 마지막 해까지 꾸준히 시를 썼다고 한다. 그리고 그가 남긴 드로잉 작품들이 함께 수록되어 있다.

이 카프카 시선집은 카프카의 일기, 편지, 살아 있을 때 출판한 작품과 유고 등에서 카프카의 시(적인 것) 116편을 따로 떼어서 한국어로 번역한 최초의 시도이다. 총 5부로 구성된 이 시선집은 1부는 고독, 2부는 불안, 불행, 슬픔, 고통, 공포, 3부는 덧없음, 4부는 저항 그리고 5부는 자유와 행복의 모티브를 중심으로 묶었다. (작품 후기 참조) 키워드들이 카프카의 삶을 대변하는 듯하다.

그러니 이 책은 카프카가 남긴 모든 글에서 시적인 것을 샅샅이 찾아내 엮은 것이다. '사후 100주년 기념 시선집'이라는 띠지가 붙어있다. 그만큼 카프카의 글은 여전히 두터운 독자층을 형성하고 있는 것이다. 그의 시적 단상이나 드로잉조차도 그냥 묻히는 것을 안타까워하는 독자들이 있는 것이다.


1부-광야를 통과해야 한다

1

오고



이별이 있다

그것도 자주----재회는 없다


2부-지옥의 가면을 쓰고 있다

18

공허, 공허, 공허.

무력함,

자기 파괴,

땅을 뚫고 나온

한 줄기 지옥의 불꽃의 끝.

19

청춘의 무의미.

청춘에 대한 두려움,

무의미에 대한,

비인간작인 삶의 무의미한 상승에 대한

두려움.

20

나는 구석구석 찾지만

자신을 찾지 못한다

33

절 도와주세요!

스스로 당신을 도우세요

당신은 저를 버릴 건가요

네.

제가 당신에게 무슨 짓을 했는데요?

아무것도 하지 않았어요.

43

목표는 있으나,

길은 없다.

우리가 길이라고 부르는 것은,

망설임이다.

51

사랑은,

당신이 내게

칼이라는 사실이다

나는 그 칼로

내 마음을 들쑤신다


4부-이미 가장 밑바닥에 와 있다

67

항상 죽고 싶은

욕망뿐이지만

그래도 견뎌내는 것,

그것이 유일하게 사랑이다

70

모든 것이 이해될 수 있다.

왜냐하면 모든 것이 바로 나 자신이기 때문이다.

79

옛날이

나의 동경이었다,

현재가

나의 동경이었다,

미래가

나의 동경이었다,

그리고 이 모든 것과 함께

나는 죽는다

길가 작은 초소에서,

옛날부터 곧추선

괸 속에서,

국가 소유의

토지에서.

내 인생을

나는 보냈다,

삶을 파괴하는 것을

자제하는 것으로.

80

내 인생을

나는 보냈다,

삶을 끝내고 싶은

욕구에

저항하는 것으로.


5부-춤을 추며 뛰어오르라

96

믿음은

단두대의 칼처럼,

그렇게 무겁고,

그렇게 가볍다.

103

네가 서 있는

땅은

두 발이 서 있는

땅의

면적만큼일 수밖에 없다는

행복을 이해하라.

116

"주인 나리, 어디로 가시나요?"

"모른다" 나는 말했다.

"단지 여기에서 떠나는 거야, 단지 여기에서 떠나는 거야.

끊임없이 여기에서 떠나는 거야,

그래야 내 목표에 도착할 수 있어."

"그러시다면 나리께서는 목표를 아신단 말씀인가요?" 그가 물었다

"그렇다네" 내가 대답했다.

"내가 이미 말했잖아;

'여기-에서-떠나는 것', 그것이 내 목표야."

소설에서 그는 수많은 탈출구를 만들었지만 결국 그곳에서 탈출하지 못하고 스스로 죽음을 택하거나, 지쳐서 죽는다. '여기-에서-떠나는 것'이 목표였던 카프카, '삶을 끝내고 싶은 욕구에 저항하는 것으로 인생을 보낸 카프카, 누구보다 고독했던 그, 사후 100년이 지나도 여전히 누군가는 그의 작품을 읽고, 그를 기억한다는 사실이 그에게 위로가 될 수 있을까? 그랬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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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판본 작은 아씨들 1 (1896년 오리지널 초판본 표지디자인) - 영화 원작 소설 더스토리 초판본 시리즈
루이자 메이 올콧 지음, 박지선 옮김 / 더스토리 / 202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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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책은 나름의 가치를 지닌다고 믿는다. 그러나 어떤 책은 유독 그런 가치를 지닌다. 그러나 또한 책의 가치는 사람마다 달라서, 어떤 이에게는 한 권의 책이 인생을 송두리째 바꿔놓기도 하지만, 어떤 이이게는 아무런 의미를 지니지 못하기도 한다.

세 권의 책을 선물 받았는데 그 중 한 권이다. '사람이 온다는 건 사실은 어마어마한 일이다'는 정현종 시인의 시처럼, 세 권의 책은 선물의 의미를 넘어 인연의 소중함을 생각하게 한다.

"우리나라 사람 중에 '홍길동'을 모르는 사람은 없지만, '홍길동전'을 제대로 읽은 사람은 드물다"는 구절을 읽은 기억이 있다. '작은 아씨들' 역시 '홍길동전'이나 우리에게 익숙한 책이고, 어린시절 한 번쯤은 읽었을 책이다.

시간이 지나면 많은 감정이 사라지기도 하고 퇴색되기도 한다. 오십 대 중반이 되어 다시 읽은 '작은 아씨들'은 여전히 퇴색되지 않은 채로 남아있던 내 유년의 어느 한 귀퉁이를 만나게 해 주었다.

어린시절, 책이 귀했다. 초등학교 2학년 때 교실 바로 옆에 도서관이 있었다. 도서관이라 해 보았자 교실 하나를 중간에 커튼을 쳐 분리해서 과학실과 도서관으로 이용하던 작은 공간이었다. 그러나 나에게는 신세계의 세상이었다. 담임 선생님께서 이야기를 정말 정말 재미있게 해 주시던 분이었는데, 시험이 끝나거나, 특별한 날에 우리들에게 이야기를 들려주곤 하셨다. 그런데 선생님께서 들려주시던 이야기가 도서관에 있는 책에 있다는 사실을 발견하곤, 도서관은 나에게 동경의 대상이 되었다. 선생님께 들어서 알고 있는 이야기를 다시 읽어도 재미있고, 새로운 이야기를 만나도 좋았다.

어느 햇살 환한 날, 사선으로 비껴들던 햇살을 받으며, 책장에서 책을 고르던 내 모습은 아직도 내 기억 속에 남아있는 유년의 따스함이다. 고학년 때는 과학실 청소 당번을 자주 했는데 과학실은 청소할 게 별로 없었다. 그럴 때면 도서관에서 책 한 권을 들고 와, 실험용 기구들을 정리해 놓은 탁자 다리에 기대앉아 책을 읽기도 했다.

그때의 책 읽기는 설렘이었고 책 속 세상은 동경의 대상이었다. '작은 아씨들'을 읽으며 그 시절의 나를 만났다. 그래서 내내 설렜고 내내 아련했다.

네 자매들의 세상이 펼쳐지는 책 속에 내가 있는 듯한 착각에 빠지기도 했다. 그들의 결핍이 안타까웠고, 그들이 짊어진 짐이 내 짐인 냥 무거웠다가, 그들의 배려와 사랑이 온통 내 감정인 냥 스스로 충만해지기도 했다.

풍요로움이 삶의 목표가 되어버린 요즘, (특히 물질적인 풍요) 결핍을 통해 가족을 더 이해하게 되고 사랑하게 되는 네 자매의 이야기가 시사하는 바가 크다. 행복은 풍요로움을 기반으로 완성되지 않는다. 사랑, 배려, 관심, 존중 등이 진정한 행복의 원천임을 알게 된다.

그리고 비로소 마치 부인의 보이기 시작했다. 엄마로서, 가난한 이들의 이웃으로서, 아내로서의 그녀가 보여주는 행동과 말은 숭고하고 아름다웠다.

저마다의 개성을 가진 네 자매의 이야기. 서로를 통해 함께 성장하는 네 자매의 유쾌 발랄한 이야기 속에서 헤어 나오고 싶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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