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정 없는 세상 - 제6회 문학동네작가상 수상작
박현욱 지음 / 문학동네 / 201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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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번 하자."

"싫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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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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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번 하자."

"싫어,인마. 제발 정신 좀 차려라..."

 

이렇게 소설의 첫 시작 문장이 강렬하게 19금인 소설이 또 있을까? '이거 뭐야?' 정말 요즘 애들 말로 '멘붕'이다. 첫 시작부터 강하게 나가니 말이다. 19살인 팔팔한 준호는 오로지 머리속에 '동정'을 떼야만 한다는 생각 밖에 없다. 왜 그는 '동정'에 목숨 걸듯 하면서 그의 여자 친구인 서영에게 매달릴까? 저자의 연령이 나와 비슷한 시대를 살아 왔고 이 소설은 2001년 작이다. 그 시대를 준호 서영 경식 영석 그리고 서른이 넘어서도 집 밖을 나가지 않는 서울대 법대를 나온 그의 삼촌과 아버지의 존재를 알지 못하지만 미용실을 하며 아들 하나 의지하며 살고 있는 숙경씨인 그의 엄마를 통해 그 시대를 담아 내고 있다. 엄마 혼자서 삼촌과 준호를 책임지고 있지만 다른 집 엄마들처럼 준호에게 '공부해라' 라고 하지 않는다.그래서일까 고3이라지만 그는 아직 꿈이 뭔지 무얼해야 할지 대학에 가야할지 아무 생각이 없다. 그의 머리속을 꽉 채운 생각은 '동정을 언제 때나?' 경식이나 영석처럼 미아리에서 가서 아무나 하고 해야하나 하다가도 서영을 생각하여 뛰쳐 나오는 순진한 면도 있는 아직은 순애보적인 남자다.

 

아직은 십대,한참 방황할 나이다. 우리 딸들도 방금 스물고개를 넘었지만 그시간은 자신의 정체성에 대하여 무척이나 고민을 한다. 십대와 이십대라는 것은 아무것도 아닌듯 하지만 많은 차이가 있다. 아이에서 어른으로 소년에서 청년으로 성장하는 시간이기도 하면서 부모에게서 떨어져 독립을 하는 나이이기도 하다. 그 선의 턱걸이에 걸려 자신의 정체성과 꿈을 찾지 못해 잠깐 방황을 하지만 일탈은 하지 않는다. 그런 녀석들은 한참 그맘때 집중할 수 있는 불온사이트에 집중하고 빨리 어른이 되고 싶은 마음에 서두른다. '그 집' 애로 통하는 공부 잘 하는 서영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는 영석이 준호에게 서영을 소개해주고 그들은 별 탈 없이 사귀면서 서로 사랑을 하는지 자신 있게 말하지 못하지만 준호는 꼭 서영에게 자신의 동정을 떼고 싶다. '한번 하자'는 말에 서영 또한 맘이 잔잔하게 흔들림을 느낀다.그 나이는 새로운 세상에 눈을 뜨는 나이다.

 

성이란 감추면 감출소록 더 음지로 파고 들어가듯 그 시대 '구성애여사' 의 성교육이 한창이던 때였나보다. 그녀의 성교육에 발맞추듯 준호는 어른의 세계에 들어가고 싶은데 어른인 삼촌이나 엄마 숙경씨를 보면 시큰둥하다. 별 재미 없이 사는 것 같은데 한번  경험해 보고 싶다. 그런 그들이 고3 수능을 마치면서 그 시기의 교실 안 풍경과 수능을 끝낸 아이들의 재미 없는 일상이 재밌게 잘 그려진다. 시험만 끝나면 무엇이든 다 할것만 같았는데 막상 시험이 끝나고 나니 무료하고 재미 없는 날들의 연속이다. 시간은 왜 그리 가지 않는지. 한참 놀은것 같은데 '아홉시'다. 정말 말도 안된다. 우리나라 교육의 현주소처럼 수능만 끝내면 출석만 체크하고 더이상 가르칠 게 없다고 '하산'을 해도 좋다는 것처럼 아이들에게 별 관심을 둘지 않는 학교, 아이들은 늘 준호네집 방구석에서 모든 것을 해결한다.먹고 자고 티비보고 게임하고.수능전에는 재밌던 일들이 갑자기 모두 다 재미 없어졌다.이젠 뭘 해야 하나?

 

그런 아이들이 스스로 어른이 되려는,고치에서 벗아나 나비가 되려는 탈피의 시간의 고통을 재밌게 그려냈다. 번데기에서 나비가 될 수 있을까? 준호는 동정을 뗄 수 있고 친구들은 무엇을 해야 할까? 아니 준호도 무엇을 해야 어른이 될 수 있을까? 늘 방구석에 틀어박혀 책만 읽던 삼촌 명호씨도 그동안 움츠리고 있던 고치에서 벗어나 자신의 어린시절 꿈이었던 '만홧가게'를 개업하고 분주해졌다. 그러니 더욱 재미 없는 준호의 삶이 되면서 그는 자신을 뒤돌아 보게 된다. 늘 빈둥빈둥 하며 집에서 놀면 재밌을 줄 알았는데 무척 심심하다. 그래서 자신이 잘하는 쪽으로 대학을 가기로 했다. 그리고 서영과 그토록 원하는 '시간'을 갖게 되면서 비로소 '동정 없는 세상' 에서 '동정 있는 세상'으로 나아가게 된다. 만약에 삼촌이나 샵을 경영하는 엄마 숙경씨가 준호에게 '대학'을 강요했다면 그의 삶은 어떻게 변했을까? 어른들의 강요에 의해 자신의 삶을 선택했다면 그의 사회와 어른이 되는 첫 단추는 어떻게 기어졌을까?저자는 스스로 선택하게 만들었다.준호나 그의 친구들이 자신의 삶을 스스로 선택하게 만들었다.늘 뒹굴거리며 노는 철부지 아이들인듯 했는데 그들은 나름 자신들의 삶을 준비하고 있던 예비어른이었다. 그런 준호에게 선물처럼 서영과의 시간은 더불어 '사랑'도 알게 한다.

 

"뭐든지 하고 싶었던 그때에 해야 되는 거야. 시간이 지나면 왜 하고 싶었는지 잊어버리게 되거든. 나한테 미대는 그래. 이제 와서 가면 뭐하나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하고,고등학교 때처럼 강렬하게 가고 싶은 생각도 없고 말이지. 뭔가 하고 싶은 생각이 들었을 때 하지 못하면 나중에는 왜 하고 싶었는지 대해서조차 잊버리게 되거든.자꾸 그러다보면 결국에는 하고 싶은 것이 없어져버려.우물이라는 것은 퍼내면 퍼낼수록 새로운 물이 나오지만 퍼내지 않다보면 결국 물이 마르게 되잖니.

 

아버지 없이 큰 준호라 삐뚫어질 수 있는 부분을 명호 삼촌이 옆에서 잡아 주었다.그런가하면 삼촌은 준호 안에 숨은 '재능'을 보고 그를 인도한다. 아직 그의 꿈을 갖지 못하고 꿈을 찾지 못했지만 스스로 찾을 수 있게 길을 안내하는 '그 때'를 생각하게 하는 이야기다. 모든 것은 '때'가 있다. 동정을 떼는 것도 그렇지만 지나고 나면 별거 아니고 재밌던 일도 시간이 지나면 재미가 없듯이 '때'가 있다는 것이다. 노는 것은 더 시간이 지나고도 할 수 있지만 지금은 아직 놀 나이가 아니라 '꿈을 꿀 나이'라는 것을 삼촌은 말한다. 그것을 정동진 해돋이를 보고 오면서 자신들 안에 있는 꿈을 찾고 그 길로 향하듯 길을 떠나는 아이들,아니 청춘들의 성장소설.딸들이 이 시간을 바로 지나서일까 더 생생하게 다가오는 소설이었다. 자신들의 실력보다 몇 십점을 더 원하지만 현실을 그렇지 못하다. 그 현실을 받아 들이는 아이가 있는가 하면 굴복하지 않고 다시 도전하는 아이도 있다. 그렇게 꿈에 다시 도전하며 꿈을 꾼다. 그 나이이기 때문에 재도전을 할 수 있는 것이다.

 

처음의 '한번 하자'는 준호의 피 끓는 열망이 담겨 있다.어떻게든 해야만 한다. 그러나 '한번 하자'는 처음 느낌과는 다르다. '제발 정신차려' 라는 서영의 말처럼 이제는 벗어나 자신의 무언가를 향해 뛰어야 한다. 늘 그 속에서 갇혀 있을 수 있는 나이가 아니다. 이젠 어엿한 '스물고개'에 올라섰다. 아직은 어른아이지만 그래도 '어른'이다. 자신의 인생과 꿈을 향해 도전을 해야한다.정신 차리고 말이다. 야한 이야긴듯 하면서도 결코 야하지 않은 청소년 성교육 소설처럼 건전하면서도 귀여우며 그들의 꿈을 응원하고 싶다.준호의 꿈도 서영과의 사랑도 분명 밝게 빛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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컬처 쇼크 - 위대한 석학 25인이 말하는 사회, 예술, 권력, 테크놀로지의 현재와 미래 베스트 오브 엣지 시리즈 2
존 브록만 엮음, 강주헌 옮김 / 와이즈베리 / 201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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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엣지재단> "지식의 최전선에 닿는 방법이 있다. 세상에서 가장 세련된 정교한 지식을 가진 사람들을 한 방에 몰아 넣은 다음,스스로에게 묻곤 했던 질문들을 서로 주고받게 하는 것이다. 그 방이 바로 엣지다."

오늘날 세상을 움직이는 석학들이 한데 모여 자유롭게 학문적 성과와 견해를 나누고 지적 탐색을 벌이는 비공식 모임인 엣지는 1996년 존 브록만에 의해 출범했다. 현대 과학이 이룬 지식의 첨단에 다가서기 위해, 과학과 인문의 단절로 상징되는 '두 문화' 에 반기를 들고 새로운 지식과 사고방식, 즉'제3의 문화' 를 추구한다. 

 

엣지는 사람들이다. 엣지는 오늘날의 지적,기술적,과학적 경관의 핵심에 있는 과학자, 철학자,예술가,기술자,사업가들로 이루어져 있다.

 

엣지는 모임이다. 엣지에서 개회하는 특별 강연회와 연례 만찬회를 통해 '제3의 문화'에 속한 과학계의 지식인들과 선구자들이 한데 모인다.엣지 행사에 모인 이들은 우리 세계의 문화를 다시 쓴다...

 

이 책 전에 <마음의 과학> 또한 같은 맥락의 책이라 볼 수 있는데 이 책은 '문화' 에 대하여 이 시대 최고의 석학 25인이 말하는 사회,예술, 권력,테크놀로지의 과거 현재 그리고 미래에 대하여 논하고 있다. 요즘은 정말 자고 일어나면 세상이 변하여 있는 것처럼 '변화'를 따라간다는 것이 숨가쁘게 느껴질 때가 있다. 새로운 것을 구매하고 뒤돌아 서면 업그레이드 된 또 다른 제품이 나와 있어 제품과 제품 사이의 변화 시간이 너무 짧다는 것을 느낀다. 이렇게 세상이 빠르게 변할 줄 알았을까. 컴퓨터가 우리네 삶을 지배한 것은 그리 오래되지 않은 것 같은데 지금은 컴퓨터가 없으면 아무것도 할 수가 없다. 컴퓨터와 인터넷이 급속도로 우리네 삶을 지배해 버렸다. 스마트폰 역시나 역사나 길지 않은데 지금은 모두들 스마트폰의 노예처럼 손에는 하나씩 자신의 뇌를 사용하는 것이 아닌 스마트폰의 답에 따라 움직인다.

 

인간은 유전적으로 결정되는 부분과 문화로 결정되는 부분 사이에서 살아간다. 인간의 자유는 바로 거기에서 잉태된다. 예술 작품, 예컨데 윌리엄 셰익스피어의 희곡,제인 오스틴의 소설,빌헬름 리하르트 바그너와 베토벤의 악보, 렘브란트와 가쓰시카 호쿠사이의 그림 등은 지금까지 완성된 가장 자유롭고 가장 인간적인 행위들이다. 이런 창작물들은 궁극적인 자유의 표현이다.

 

요즘 사람들은 전화번호를 열개도 못 외우는 사람들이 대부분이라는 이야기를 들었다.스마트폰에 저장된 전화번호를 눌러서 상대에게 전화를 걸기 때문에 스마트폰을 잃어 버리거나 가지고 있지 않으면 모든 것이 올스톱 되는 것처럼 안절부절 하는 이들이 대부분이다.컴퓨터와 인터넷 스마트폰에 의해 우리의 뇌는 점점 그 사용능력을 잃어 가고 있는 것 같고 뇌가 해야할 일은 '인터넷'이 모두 하고 있다. 인터넷에 질문하고 답을 찾아 그대로 향하는 이들이 많다. 인터넷이 인생의 정답처럼 되었다. 스마트폰 하나에 모든 것이 담겨지듯 하나만 있으면 모든 생활을 즐길 수 있다. 오래전 모든 것을 가졌다고 하는 왕들도 생각지도 못하고 누리지도 못한 호사를 우리가 지금 누리고 있지만 그렇다고 우리가 현재에 만족하느냐면 그것도 아니다.변화해 가는 문화에 빠르게 발맞춰 따라 가느라 힘겹다.

 

오래전 다큐에서 마야문명에 대하여 본 기억이 있다. '홍수'로 망했다고 했는데 그들이 '기록' 이라는 것을 했다면 수백년전부터 이어져 온 기록을 보면서 홍수에 대비해 망하지 않을 수도 있었지 않았나 하는 이야기를 읽다보니 과연 그럴까? 미래 예측을 할 수 있다면 우리네 삶이 컴퓨터와 인터넷의 지배를 받을 것이라 몇 년 전에 감히 생각이나 했을까? 요즘은 거기에 SNS까지 더불어 해야만 하는 세상이 되고 있다. 그런가 하면 SNS는 정치에도 이용이 되고 있는가 하면 상업적 개인적인 면에서 다용도로 사용되고 있기도 하며 SNS를 통해 지구촌은 더 가깝게 느껴지고 있다.

 

인터넷이 우리네 삶을 지배했다면 '비만'도 네트워크를 통해 확산될 수 있을까? 제일 흥미롭게 읽었던 이야기인듯 하다. 요즘은 누구나 네트워크로 연결되어 있으니 비만도 패션 유행처럼 친구에 의해 친구에게 번져갈 수 있다는 이야기를 읽으며 요즘 우리나라에서 '아웃도어'시장이 사그라드는 것이 아니라 들불처럼 더 번져다고 있다고 하는 이야기를 종종 마주한다. 외국에서도 이해되지 않는 이야기라고 하여 우리나라에 와보고나서야 이해를 한다는데 요즘은 정말 아웃도어매장도 여기저기 많지만 '산악회'나 '산행'이 유행이다. 주말이나 평이라나 산에 가보면 울긋불긋 갖가지 아웃도어매장을 방불케한다. 이 또한 네트워크를 통한 확산으로 난 본다. 스마트폰을 통하여 서로의 모습을 공유하면서 더 뭉치기도 하고 움직이는 것 같다.그러니 비만이 아니라 '다이어트'가 내 나이에는 더 확산이 되고 있는 것 같다.건강이 중요한 시기이니 친구들의 모습을 SNS를 통해 보면서 더 건강에 불을 지피기 위하여 아웃도어와 산행에 집착하게 되기도 한다.'비만,행복,선행'등은 사회 연결망으로 확산됨이 입증되었다고 한다.

 

완전히 다른 매커니즘으로, 행동의 확산이 아니라 규범의 확산을 가정해볼 수 있도 있다. 예컨대 내가 주변을 둘러보며 사람들의 체형이 점점 뚱뚱해지는 것을 보았다고 해보자. 이런 변화를 보면서 무난한 체형에 대한 나의 인식이 의식적으로나 잠재의식으로 서서히 바뀐다. 체중이 늘어난 주변 사람들 때문에 뚱뚱한 체형과 마른 체형의 의미가 재설정되고, 그 의미가 사람들 사이에 확산되어 새로운 규범이 된다. 사람에게서 사람으로 전달되는 일종의 밈이다. 물론 우리가 일반적으로 알고 있는 밈은 아니다.

 

개인홈페이지에서 블로그로 그리고 SNS로 이어지며 이렇게 급속도로 발전해 나갈 것이란 생각을 못 했다.이렇게 변한 것이 오래전의 일도 아니고 나 또한 그 길 위에서 변화의 물결에 휩쓸리며 홈페이지에서 블로그로 그리고 SNS까지 모두 사용하고 있지만 트위터나 페이스북에 매달려 하지는 않는다. 아직은 블로그에서 글 보내는 수준이지만 하나에서 정지한 것이 아니라 모든 것이 연동되어 하나처럼 연결되어 있다. '인터넷을 비롯한 현대 시스템들, 즉 테크놀로지가 인간의 행동,즉 인간이 자신을 표현하는 방법과 실생활에서 생각하는 방법을 어떻게 바꿔놓았을까?' 현재 우리네 삶을 보면 하루 아니 단 한 시간이라도 테크놀로지의 힘이 없으면 살아 갈 수 없는 세상이 되었다. 그 속에서 나 또한 글을 쓰고 사진을 올리고 날 표현하고 있지만 백프로 날 공개하지 않는다고 해도 점점 대담하게 표현하기도 하고 부정적이기 보다는 '긍정적'으로 바뀌어 가고 있는 자신을 본다. 그런가하면 어떤 이들은 댓글과 조회수를 올리기 위하여 '낚시밥' 제목과 글을 올리는 경우도 있다. 어떻게보면 '진실을 왜곡'하기가 너무 쉽기도 한 것이 요즘 세상이다. 정보의 홍수 속에서 중요하고 중요하지 않은 것 역시나 내가 취사선택을 해야 한다. 그만큼 쓰레기정보도 넘쳐나는 세상이고 전문가보다 아마츄어가 더 전문가 같은 세상이기도 하다. <컬쳐 쇼크> 모든 부분을 다 이해하긴 어렵지만 이 시대의 문화 전반에 대한 석학들의 이야기에 귀 기울이고 싶다면 한번 펼쳐 현시대를 읽어보는 기회를 가져보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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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행] 은방울꽃과 은난초가 피었네,뒷산 산행

 

은방울꽃

 

토요일에도 뒷산 산행 일요일은 홍성 용봉산 산행,어제 저녁에도 아무것도 못 하고 곯아 떨어져

잤는데 아침에도 일어나지 못하고 늦잠을 잤다. 자다가 깜짝 놀래서 깨어 보니 환하다. 몸이 조금

무겁기도 하고 다리가 뻐근하기도 하고.암튼 산행 후의 후유증은 있는 듯 하다. 시골집에서 늦에

올라와서 더 그런것 같기도 하고.그래서 얼른 아침을 챙겨 먹고 뒷산에 갈 준비를 했다. 신 열무김

치를 넣고 밥을 비벼 먹고 나니 기운이 폴폴 난다. 물 한병 챙겨 들고 기온이 높은 듯 한데도 초록

의 산에 갈 생각을 하니 기운이 나서 모자 눌러 쓰고 다리는 조금 무겁지만 산으로 고고.

 

 

 

 

 

아파트에서 뒷산으로 걸어 오는 동안 태양빛이 뜨거워 더우니 땀이 난다.거기에 다리도 무겁고

실은 팔이 무척 아프다. 어제 사진 찍고 아픈 팔로 옆지기가 잡아 주면서 바위를 올랐으니 팔에

통증으로 인해 밤새 낑낑 앓으면서 잔 듯 하다. 팔이 너무 무겁고 아프고.그래서 오늘은 뒷산

산행을 그냥 산행만으로 족하려고 올랐다. 산 입구까지 오는데 헉헉.그야말로 땀이 비오듯 한다.

땀을 흘리고나니 개운하다. 노폐물이 모두 나오고 있는듯한 기분이 들어서인가.산은 이제 완전히

초록세상이다. 곤충들도 많아 지고 새들이 얼마나 지저귀는지 가다가 가만히 멈추어 서서 들으며

여기저기서 새들의 소리,정말 합창이 따로 없다. 산새소리를 듣는 것만으로도 산에 오면 기분이

좋아진다. 자연의 소리가 마음에 안정을 준다.

 

 

 

은난초

 

토요일에도 이정도가 아니었는데 그렇다면 숲의 시계는 또 얼마나 빠른거야... 하루 이틀 사이에

은난초가 피었으니 말이다. 오늘 오지 않았다면 후회를 했을 뻔했다. 금방 피고 지는 야생화,그 시간

을 세세히 알 수 없으니 날마다 눈도장을 찍어야 이런 풍경을 만나다. 꽃은 기다려주지 않는다.

자신의 시계에 충실할 뿐이다. 땀이 비오듯 흘러 내리는데도 스틱을 옆에 놓고 숨을 들이 마시고

내뱉지도 못하고 멈추어 은난초를 담았다. 그리곤 크게 토해내고 또 담고. 녀석의 시간을 살짝

훔쳤을 뿐인데 기분이 좋다. 내가 훔친 것은 '순간'인데 모두인 것처럼 행복하다.이 작은 생명이

늘 제 시간에 꽃이 피고 지고 씨를 맺어 준다는 것이 기쁨 그 자체이다.

 

 

어제가 오늘 같았다면 나의 산행은 어떻게 변했을까.어제와 오늘이 말이다. 오늘 같은 날씨였다면

홍성 용봉산 산행을 더 욕심냈을 것이다. 그렇게 했다면 엄마와의 시간은 더 단축되었을지 모르고

아니면 엄마를 뵙지도 못하고 왔을지도 모른다. 어쩌면 모든 게 다 순조로움이다.바람도 말이다.

오늘의 뜨거움은 날 또 산에 오게 만들었고 어제의 무거움을 민들레 홀씨처럼 다 날아가게 했다.

내 몸에 붙어 있던 무거움이 홀씨처럼 날아가는 것이 보이는 듯 하다. 땀을 줄줄 흘리면서 점점

가벼워짐을 느낀다. 정상에서 멀리 보이는 다른 산을 보고는 내려가는 길로 접어 들었다.그곳에서

다시 은난초를 만나 기뻤다.

 

 

 은난초

 

 

 

 

 

 

 

은방울꽃

 

정상에서 내려오는 길에는 은방울꽃 군락이 여기저기 있다. 가만히 한 두곳을 살펴 보았더니

오마나 몇 곳에 은방울꽃이 활짝 피어 있다.정말 하루 이틀 사이에 큰 변화다. 은방울꽃 앞에서

그 작은 꽃을 담기 위하여 가만히 숨죽이고 있는데 은은하게 은방울꽃 향이 퍼진다. 예전에는

산이 개발되기 몇 해 전에 은방울꽃이 완전한 군락지가 있었다.그곳은 그야말로 은방울꽃 밭처럼

너무도 많아 은방울꽃을 꽃다발처럼 따서 집에 가져와 꽂아 놓기도 했는데 여긴 꽃대가 몇 개

없으니 그러진 못하고 그냥 마음에 담기만 한다. 그 향도 함께 담아 본다.정말 좋다.오늘 은난초

와 은방울꽃을 본 것만으로도 너무 행복하다. 오늘 하루를 선물받은 기분이다.

 

 

 

 

내가 오늘 갈 수 있는 곳은 여기까지이다.내려오는 길에 핸펀에 저장된 신날새의 해금연주를 들으

며 오는데 멀리 사람들이 많이 보인다.유치원에서 아빠와 함께 프로라도 온 것인지 아이들도 보이

길래 얼른 이어폰을 꺼내어 꽂았다. 음악을 크게 켜고 가면 그들에게 방해가 될까봐 이어폰으로

듣다보니 크게 들을 수도 있어서 더 좋았고 음악이 정말 좋다. 들으면서 힐링이다. 그것도 초록세상인

산에서 들으니 정말 좋다. 내가 갈 수 있는 곳까지 가서 메밀차를 시원하게 마시고 숨을 크게 들이

마시고는 다시 끝은 시작이니 다시 시작을 한다. 산 주변으로 대단지의 아파트며 원룸 큰 건물들이

마구마구 들어서고 있어 몹시 시끄럽기도 하다. 그러니 이쪽 산에서는 음악을 듣는 것도 좋다.

 

 

때죽나무

 

 

다시 산을 돌아 나오며 보니 엄마와 아빠 그리고 아이가 함께 산을 깨끗이 하는 프로그램을 진행중

인가보다. 주변 회사 직원들이 함께 시간인지 쓰레기도 줍고 산에 풀이 우거진 곳은 풀도 베고...

뒷산과 이어진 작은 산을 벗어나 오솔길의 뒷산도 걸어 나오다보니 온 몸이 땀에 젖었다.그래도

몸과 마음이 가벼워졌다. 산의 초입인 체육시설이 있는 곳에서 의자에 앉아 남은 메밀차를 마시고

앉아서 계속 음악을 들었다. 신날새 음악에서 장사익으로 음악으로 바꾸어 듯는데 정말 좋다. 잠시

음악으로 힐링의 시간을 가져보며 온전히 나만의 시간에 젖어 본다. 간간이 불어오는 바람이 초록

바람인양 싱그러움이 몸에 감긴다. 그렇게 앉아 음악을 듣다 산을 내려왔다. 초록세상을 벗어나니

정말 덥다. 오늘은 봄날이 아니라 완전한 여름날씨다.

 

 

 

 

대파꽃도 피고 아팝꽃도 피고...

 

힘들땐 조금 더 몸을 피곤하게 단련시킬 필요가 있다. 게으름도 무기력도 내가 만드는 것이고

그것에서 벗어나는 것 또한 내가 하는 것이다. 올해는 좀더 건강에 충실하기 위하여 조금 더 뒷산

산행에 채찍질을 해야할 듯 해서 강행군을 해보았는데 땀을 쫙 흘리고 나니 기분이 좋다. 거기에

내가 좋아하는 은난초에 은방울꽃을 보았으니 더욱 기분이 좋다. 제 계절에 피는 꽃들을 꼭 봐야지

그 계절을 맞은 기분이다. 요즘 처럼 봄과 가을이 짧아 왔는지 모르게 가고 마는 이상기온의 시간

속에서 뒷산의 꽃이라도 제 시간에 맞추어 피어주니 그나마 여름이 아니라 지금이 언제인지 알겠다.

땀을 줄줄 흘려가며 집으로 향하는 길에도 아파트 산책길로 해서 오는데 나무가 모두 초록으로 뒤덮

여 그늘을 만들어주니 그게 더 시원하다. 더운날 뒷산에 잘 다녀왔다.

 

2013.5.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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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밥상 나물밥상

 

 

 

용봉산에 산행을 갔다가 오는 길에 시골집에 가기로 했는데 시골집에 가기전에 옆지기가 지난번에

산달래를 많이 캤다며 또 가서 캐자고 해서 갔는데 산달래가 생각만큼 없다. 지난번에 많이 뽑아

오기도 했지만 또 다른이들이 캐갔나보다. 그리고 조금 있는 것은 씨를 맺어야 또 다음에 뽑아

먹을 수 있다며 그냥 달래장을 할 것 한주먹만큼만 뽑고 그냥 돌아 나왔다.애써서 찾아 갔는데

그렇게 되어 어쩔 수 없었다. 용봉사에서 내려오며 용봉사 입구에서 그곳에서 채취한 고사리와

곤드래나무을 샀다. 고사리가 통통한 것이 맛있어 보여서 엄마한테 가서 저녁 반찬으로 해 먹으

려고 샀는데 한 바가지에 만원,그리고 칡즙을 한 잔 사셔 마셨다.피로가 풀리도록 말이다. 그래서

인지 오늘은 그리 피곤하지가 않다.

 

엄마한테 전화도 않고 무작정 가는 것이라 엄마가 집에 계실까 했는데 텃밭에서 감자순을 따고

계신 엄마,마을회관에 차를 주차하며 차창을 내리고 '엄마...엄마...'하고 불렀더니 울엄니 깜짝

놀라신다. 전화도 없이 내려왔다고 말이다. 그렇게 집에 들어서니 엄마는 아직 저녁 시간도 아닌데

밥을 해야겠단다. 아직 멀었으니 천천히 해도 된다고,내가 사간 나물을 삶아서 고사리는 엄마가

맛있게 생긴 것이라 아깝다고 해서 하우스에 널었다.아버지 제사 때 쓰려고. 그리고 곤드래 나물도

삶아서 무쳤다.난 곤드래나물밥은 먹어봤는데 나물은 처음이라 무슨 맛인지 모르겠다. 엄마도

처음이고 입맛을 잃으셔서 내가 다 무쳤더니 내 입맛이다. 그런데 또 언니에게 전화,친구분이

다래순나물을 작은오빠에게 주었다며 가게에 있는데 시골에 가져 올 것이라며 삶아서 무쳐

한 그릇 병원에 가져다 달란다. 언니도 병원에서 입맛을 잃었다고.그런데 오빠가 언니네 가게

텃밭에 무얼 심는지 올 생각을 안해 텃밭의 상추를 뜯어 무쳐 먹으려고 준비하고 시금치도 뜯었다.

 

 

곤드래나물무침

 

머위나물

 

다래순

 

취나물..울엄미가 푹 삶아서리..그래도 산과 울집 뒷뜰에서 뜯은 것이라 향이 좋다.

 

 

간만에 집에 갔다. 엄마는 지난번에도 뵈었지마 보면 볼 때마다 더 엄마의 시계가 빨리 가고 있는것

같아 안타깝다. 감기를 한동안 앓아 입맛도 잃고 힘드신데 요즘 밭농사일도 하시느라 더 많이 지치

신듯 하다. 엄마는 작은오빠가 나물을 가져오면 얼른 데쳐 내려고 불 때는 아궁이를 하나 남겨 놓은

가마솥에 물을 넣고 물을 끓이시고 난 저녁 준비를 했다. 내가 사간 나물을 삶아 무치고 언니친구분이

준 나물을 다듬어서 데쳤는데 취나물과 다래순이 있어 따로 삶았다.취나물은 얼마 안되어 엄마가

집주변에 씨를 뿌려 심은 취의 잎을 더 뜯어 삶아 그것을 나물로 하는데 울엄니 가마솥에 넣고 아궁이

에 나무를 더 넣어 취나물이 푹 삶아졌다. 조물조물 무쳤더니 향이 얼마나 강한지.머위나물도 한줌

뜯어 오셔서 그것도 나물로 무쳤다. 언니에게 반찬을 가져다 준다니 엄마가 한가지라도 더 뜯어

오신다. 그래서 나물이 곤드래나물,머위나물,취나물,다래순나물에 상추를 초무침 했더니 맛있다.

모두 자연식이고 이런 밥상은 돈 주고 못 먹는 것이라며 모두가 맛있게 먹었다.

 

엄마는 간만에 우리와 작은오빠가 왔는데 반찬이 없다고 걱정,냉장고에서 '게'를 꺼내 놓으며

찌개를 끓이라고 하시는데 거리가 없으니 시금치를 넣고 게를 3마리 넣고 된장을 넣고 찌개를

끓였더니 국물이 시원하니 맛있다. 나물반찬과 함께 찌개를 먹으니 나는 나물무침을 하며 간을

본 것으로도 배가 부르다. 옆지기는 맛있다며 밥을 두그릇,작은오빠도 두그릇을 뚝딱 비워낸다.

언니에게 가져 다 줄 나물반찬을 네가지나 담아 놓았는데 우리가 먹고 남은 반찬은 울엄니는

작은오빠를 다 싸주란다. '엄마,난 팔 아픈데도 저녁 준비했는데 난 하나도 안가져가고..' 했더니

울엄니는 암말도 안하신다. 올케의 음식이 아직 입맛에 맞지 않아 투덜거리는 작은오빠가 딱해서

한 말인것은 알겠는데 괜히 심통이 나서 한마디 하고는 모두 오빠를 싸 주고 난 상추 남은 것을

한 줌 싸가지고 왔다.모두가 맛있는 건강식 저녁을 먹고 배가 부르고 행복한 시간,작은오빠가

먼저 올라간다고 반찬들 챙겨 가고 난 엄마와 조금 더 있다가 왔다.엄마가 삶은 나물을 하우스에

널어야 한다고 해서 그것을 널고 있는데 동네 엄마 친구분들이 마을회관에 놀러 가자며 오셔서

막내딸이 왔다고 또 한바탕 소란이시다. 그래도 아버지 가시고 친구분들이 있어서 외롭지 않게

사시고 있는데 그래도 가까이 계시니 자주 찾아 뵈어야 하는데 그게 맘처럼 쉽지가 않다. 내 일을

먼저 챙기고 엄마를 나중으로 챙기게 되니 찾아 뵙는것도 가끔이다.그래도 늘 좋아서 없던 입맛도

돌아오게 하는데 자주 찾아뵈어야 할 듯 하다.엄마,건강하게 오래 오래 하셔요.

 

2013.5.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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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행] 홍성 용봉산 마애석불에서 용봉사

 

용봉사

 

 

 

 

 

 

 

용봉산 산행을 구룡대를 지나 병풍바위로 해서 전망대 그리고 쉼터에 이르기까지 산행을 하고는

바람 때문에 포기를 하는것처럼 난 그만 하산을 하기로 했다. 바람은 핑계고 석탄일이 가까워오니

[용봉사]를 구경하기로 그리고 친정에 들러 엄마도 뵙고 가기로 해서 반나절 산행만 하기로 했다.

쉼터에서 점심으로 삶은 달걀에 오렌지 커피를 먹고 나니 기운이 다시 퐁퐁 솟는다. '오늘은 산행을

하지 않은 것 같애.이상하지.' 하면서 그에게 말했더니 그도 힘들지 않았단다. 바람이 조금 덜했다면

좋은 산행이 되었을텐데 완벽한 인생이 없듯이 산행에 모든 것을 갖춘 날씨를 만나기도 힘들다.

비가 오면 비가 오는 대로 눈이 오면 눈이 오는 대로 오늘 같은 날은 바람이 불면 부는 대로 황사와

함께 산행을 하는 것이다. 자연을 인간이 바꿀 수는 없으니. 쉼터에서 [마애석불]로 내려오는 길이

잘 되어 있다.예전에는 이러지 않는 듯 한데 쉼터 공간도 여기저기 있고,그만큼 많은 이들이 여길

찾는 다는 것이고 이제 충남도청까지 이전을 하는 곳이니 더 많은 이들이 찾을 것이다.

 

 

 

 

 

마애석불 조금 밑에 [대피소] 라는 곳이 있다. 이곳에서는 [병풍바위]를 보기에 정말 좋다.전망

좋은 곳이다. 중간 중간 이렇게 대피소라고 하여 쉼터라는 곳이 있는데 안전한 산행을 위한 곳인듯

한데 이곳은 병풍바위가 바로 앞에 보이니 정말 좋다. 미리 알았으면 이곳에서 점심을 먹는 것인데.

우리그 정말 힘들게 바람과 싸우며 지나왔던 곳이 저 멀리 보인다. 마치 대피소에서 병풍바위를

보니 꼭 설악산의 [울산바위] 같다는 생각을 가져봤다. 이곳이 왜 [소금강산]인지 잘 보여주는

곳인듯 하다. 정말 멋진 풍경이고 바위의 웅장함에 놀란다.

 

 

 

 

 

마애석불에서 용봉사로 내려가는 길 

 

노루발풀

 

 

 

 

 

오르막은 인생이나 산이나 참 힘들다. 힘들게 땀을 뻘뻘 흘리며 헉헉거리며 올라도 가도 가도 끝이

없는 듯 한데 내려오는 길은 정말 한달음에 내려온다. 계단을 쫑쫑 거리며 마애석불을 지나 대피소

를 구경하고 돌계단을 돌아 내려오며 잠시 서로 사진 찍어 주기를 하다보니 너른 곳에 묘가 하나

보인다. [풍양 조씨]의 묘라고 하는데 그곳이 원래 [용봉사] 자리였는데 풍양 조씨의 세도에 밀려

절이 지금의 자리로 옮겨졌다고 한다. 석탄일이 얼마 남지 않아서인지 용봉사에는 등이 달려 있어

더 운치 있다. 그 풍경을 나무 사이로 구경하고 천천히 절로 이르고 있는데 다람쥐 한마리가 폴짝

폴짝 뛰어 다니며 우리를 인도한다.다람쥐를 따라가다보니 절의 마당에 이르렀다.

 

 

 

 

 

 

 

 

 

 

 

대웅전 앞에 내 걸린 등을 구경하며 절을 한바퀴 돌다보니 목도 마르고 옆지기는 먼저 약수로 목을

축이고 기다리고 있다.얼른 가서 시원한 물을 한모금 마셨더니 갈증이 사라진다. 절이 7년전보다

조금 바뀐 듯 하기도 하고 여기저기 정비를 하며 널리 많은 이들에게 자비를 주고 있나보다. 대웅전

앞에 작약이 탐스럽게 피었다. 그 향기가 절로 피어나는 듯 하여 돌계단을 올라 꽃향기에 맡아보니

취한다. 화려한 꽃이 석탄일을 맞아 피었으니 더 멋스러운 풍경을 자아낸다. 대웅전 마당에 멋진

배롱나무가 한그루 있다. 배롱나무가 있는 것을 분명 예전에도 찍었는데 다시 보게 된다. 목백일홍

이 피는 8월경에 와도 멋진 풍경을 자아낼 듯 하다. 어떤 색의 꽃인지 모르겠지만 말이다.

 

 

 

 

 

 

 

 

 

 

 

절 바로 밑에 [부도]가 있었는데 없다.어디로 간 것일까 하면서 내려가는 길을 따라 걷다보니

문득 이 길이 참 좋다는 생각이 든다. 걸어 올라오다보면 산책이 따로 없을 듯 하다. 예전에는 길

옆에 바윗돌이 있었던 듯 한데 야생화길로 바뀌었다. 이쁘게 꽃을 가꾸어 절을 찾는 이들에게

소소한 기쁨을 주고 있는 듯 하다. 길을 조금 더 내려오다보니 [부도]가 보인다. 화장실 아래쪽으로

넓은 곳에 부도 자리를 새로 마련한 듯 하다.

 

 

 

 

 

용봉사 부도

 

 

 

용봉사 부도도 용봉사와 마찬가지로 풍양 조씨로 인해 아픈 과거를 가지고 있음을 말해준다. 앞으로

그런 일은 없을 듯 하고 이젠 그런 일이 있어서도 안될 것이다. 그런데 용봉사는 지금의 자리가

더 멋진 풍경이다. 뒤로 병풍바위가 보이니 정말 멋지다.이젠 아픈 역사를 씻어 내고 앞으로 좋은

기억으로 역사로 모두에게 남겨지기 위하여 애쓰듯 야생화 길이 아기자기 하여 좋다. 더불어 용봉산

휴양림도 들어서고 용봉산이 이젠 더 많은 이들의 쉼터로 거듭나고 있는 듯 하여 보기 좋다. 부도가

무척 오래 되었다. 앙증맞은 모양새하며 석공의 솜씨처럼 살짝 들려 올라간 부분이며 손으로 만져보니

아직도 그 숨결이 느껴지듯 거칠거칠한 질감이 안겨지는데 보여지는 것은 그렇지가 않다.정말 앙증

맞다. 꼭 장난감처럼 아담하다.

 

 

용봉사 마애불 입상

 

 

마애불 입상앞에서 기도도 하고 구경도 하는데 갑자기 어떤 아줌마의 큰 소리가 울린다.

다람쥐 한마리가 쫑쫑 거리고 그 아줌마의 이목을 끌었는가보다. 소곤소곤 말해도 도망가지 일쑤인

다람쥐인데 큰소리로 쫒으며 말하니 다람쥐가 더 놀래서 도망가는데 마애불 입상 옆으로 바위를 타고

오른다. 워낙에 빨라서 사진을 찍으려고 해도 못 찍겠고 소리를 지르던 아줌마는 다람쥐가 도망가니

아줌마도 시들해서 올라가셨다. 그리곤 우리는 말 한마디 안하고 다람쥐를 눈으로 좇으며 사진을

찍으려 하는데 다람쥐가 바위를 오르다 이제 안심이다 싶었는지 바위에 달라 붙어서 오줌을 싼다.

오줌이 줄줄 바위를 타고 흐르는데 옆지기는 위에서 물이 흐르는 것이라고...암튼 다람쥐 한마리가

우리의 하산에 또 한가지 재미를 준다.마애불은 단순하면서도 서민적이면서도 그 몫을 모두 하고

있지 않나 싶다.

 

 

 

 

일주문

 

 

 

 

 

 

 

 

 

 

오늘 옆지기와 난 서로 다른 세상을 찍고 있는듯 하면서도 서로 같은 풍경을 담고 있다.난 옆지기를

담고 옆지기는 날 담고 있다. 디카를 가지고 혼자 날 노는 옆지기,그 뒤를 따라가며 나도 옆지기를

담았다. 내 풍경 안에 말이다. 용봉사에서부터 천천히 걸어서 내려오며 용봉사 부도도 구경하고

용봉사 마애불 입상도 구경하며 내려오니 힘든지도 모르겠고 초록의 싱그러움과 함께 하여 너무

좋다.

 

 

 

 

 

 

구룡대

 

구룡대에서 병풍바위로 향하는 길로 오르다보면 용봉사를 지나쳐 간다.그러니 산행을 마치고

용봉사를 보려고 일부러 그쪽으로 내려오는게 낫다.용봉사는 두번째인데 절 구경은 해도 해도

재밌다. 철마다 다른 모습인데 이번에는 석탄일 전이라 연등이 달려 있는 풍경을 마주하니 연꽃이

핀 것처럼 절이 화사하게 보인다. 절 옆으로 흐르는 물이 접하기 편하게 되어 있는 계곡이라면 좋을

텐데 너무 범접하기 힘든 물길이다. 탁족을 하면 좋을텐데 그냥 물이 조금 흐르는 것만 쳐다보며

내려오는데 야생화길이 있어 야생화 구경까지 하며 오다보니 기분이 좋다. 구룡대 전에 나무계단이

있어 그곳을 잠깐 올라가 봤다.그곳으로 오르면 노적봉이 1.2km인가 란다. 다음엔 그 길로 한번

올라봐야겠다. 용봉초등학교 길로도 올라보고 용봉사를 몇 번 더 와봐야 할 듯. 용봉사까지 구경을

했으니 용봉산을 반은 구경했다. 산행도 무리하지 않고 하고 바람이 조금 거세서 문제였지만 그게

또한 재미를 준 산행이 되었다. 언제나 여행과 산행에는 아쉬움이 남는다. 그래도 오늘 움직인

덕분에 많은 것을 담았다.다음에는 우리가 못 가본 길을 꼭 가봐야겠다.

 

2013.5.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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