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여행] 제주 만장굴 가던 길에 만난 풍경

 

얘네들 패싸움이라도 하는 듯~~

 

 

 

 

 

 

 

전날 딸들이 제주에 가면 말을 꼭 타보겠다고 하더니 말똥냄새가 난다고 타지 않아서일까 말이

있는 풍경을 보니 그냥 지나칠수가 없어 차에서 내려 잠깐 제주의 경치를 감상했다.바람도 알맞고

햇빛도 참 좋고 말들이 여유롭게 풀밭을 거니는 풍경을 보니 이게 제주구나 쉽다. 그런데 가만히

풀을 뜯고 있던 말들이 큰딸과 내가 녀석들 보러 살금살금 갔더니 그걸 알았나 두 패로 나뉘어

서로 쳐다보고 있다. 무슨 패싸움이라도 하는 듯이...서로를 바라보며 점점 가까이 다가와 어느

정도 거리를 유지하고 바라보는 녀석들은 우리는 또한 울타리 밖에서 바라보고 있는데 까마귀

한마리 날아와 녀석은 심판이라도 보듯 '까악 까악 까악 까악...' 울부짖는다.

 

봄까치꽃(개불알꽃)

 

제주엔 정말 봄이다. 울타리 안의 말들을 구경하고 차로 가는데 길가에 봄까치꽃이 피어 있다.

하나인가 하고 주위를 둘러보니 보라색 앙증맞은 꽃이 여기저기 흐드러지게 피어 있다.분명

제주는 봄이 왔다.봄을 제일 먼저 알려주는 키 작은 들꽃,봄까치꽃.그렇게 제주의 봄은 아주 낮은

땅 위에서부터 그렇게 오고 있었다. 이곳에 와서 미리 봄을 만나고 가는 기분이 들었다.

 

 

 

 

 

난 이런 길을 참 좋아한다... 

 

 

제주의 길은 참 좋다. 아열대성 나무들이 즐비하여 이국적인 풍경을 자아내기도 하지만 육지보다

도로폭도 좁고 구불구불한 길들이 많기도 하지만 도로에 차도 사람도 그리고 신호등도 없다는 것,

달리고 달려도 끝이 없을것만 같은 길에 무언가 생각지도 못한 것들이 나타나지 자꾸 호기심이

생긴다. 신호등도 차도 없는 길을 너무도 기분 좋게 달리다 어느 부분에서 담장이 너무 이뻐

차에서 내려 담장 사진을 찍었다.그런데 아뿔사,'여기서 이러시면 안됩니다..' 개콘의 김기리가

제주에 있는 것처럼 제주에서 내가 그런 말을 듣다니.. 그렇게 하여 담장이 이뻤던 곳은 내 기억

속에만 저장하게 되었다. 뭐 어떤가 이런것도 추억이고 모두가 추억인것을..웃으며 그 시간을

추억저장고에 담아 두고 다시 달려 달려 만장굴로 향했다. 파란 하늘과 길가에 까만 돌담장

그리고 그 안에 초록의 싱그러움이 담겨 있는 제주의 창 밖 풍경을 그저 바라보며 제주의 바람을

맞는 것으로도 행복한 하루가 될 듯 했다. 이런 여유로움을 담으러 우린 이곳에 왔는지 모른다.

여행은 낯선 곳에서 낯선 것과의 만남이며 낯선 것으로 늘 보아 무디어진 풍경을 잠깐 잠재우듯

낯설음을 채우는 것인지도 모른다. 오늘은 낯설음을 정말 많이 채울 듯 하다.

 

2013.2.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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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여행] 제주의 향기를 가득 느낀 아침, 조천읍 '뜰향기'

 

 

26일 비와 안개 그리고 제주여행을 시작하느라 새벽에 일어나 모두 피곤했다.그래서 숙소를 콘도로

했다가 [황토마을]로 바꾸었는데 바꾸길 정말 잘했다. 황토마을은 방도 넓고 뜨뜻하니 좋으며

거기에 천연소금이 방바닥에 깔린 찜질방이 있어 피곤한 몸을 지지기에는 정말 좋았다.그렇게 찜질방

에서 자고 일어났더니 몸이 가뿐했다. 가격이 조금 비싸기에 너무 비싸다고 했는데 그래도 잘한듯

했다.아침에 황토마을을 나오며 사무실에 혹시나 주변에 아침을 먹을만한 식당을 추천해 달라고 했더니

황토마을에서 조천읍의 [뜰향기]라는 곳을 소개해 주셨다.황토마을에서 5분 거리라는데 타지인이라

그런가 5분 거리라고 해도 멀게만 느껴졌다. 그런데 제주에는 정말 까마귀가 많다. 새벽에도 까마귀

울음소리에 깨었는데 이곳을 오는 중에도 그리고 뜰향기에도 까마귀가 아지들 밥을 뺏어 먹기도 하고

아지들과 놀듯 날아 다니고 있다.이것이 제주만의 풍경이 아닌가 한다.

 

 

 

 

 

 

실은 이곳을 별 기대를 하지 않고 갔다. 전날 날이 좋지 않았는데 다행히 맑게 개인 하늘을 보니

기분이 정말 좋아 길을 나서며 정말 기분이 좋았다. 파라하늘에 하얀 구름 그림과 같은 날씨라

더욱 가는 길이 기분 좋았는데 이곳은 제주정취가 많이 느껴지고 아늑한 식당이기도 했지만

쥔장을 비롯하여 아줌마들이 모두 맘씨 좋으셔서 참 기분이 좋았다. [황토마을]에서 소개를 받고

왔다고 했더니 두부 한 접시를 덤으로 주셨다.우리는 쌈밥정식 2인분에 큰딸은 돌솥비빔밭을

막내는 순두부찌개를 시켰다. 쌈밥정식에 고등어구이도 나온다고 해서 시켰는데 우린 '보리밥'

이었다. 아침부터 한 상 가득 받으니 정말 기분 좋았다.오늘은 날이 좋으니 모두 든든하게 먹으라며

가득 차려진 음식을 흡인 수준으로 먹었다.모두 맛있다.큰딸은 지금까지 먹어 본 돌솥비빔밥 중에서

여기 제주 뜰향기의 비빔밥이 제일 맛있었다며 칭찬을 했다.

 

 

 

 

 

 

전날 사진을 찍느라 그러지 않아도 아픈 팔이었는데 더욱 아파서 쌈을 싸먹고 싶지 않았는데

보리밥에 쌈을 노릇노릇 고등어구이를 떼어 쌈을 싸먹었더니 정말 맛있다.반찬들도 맛있고

황토마을에서 왔다고 덤으로 주신 두부가 직접 가마솥에 쑨 두부처럼 단단하니 맛있다.

-두부 너무 맛있네요.. 손두부 같아요.. 했더니

-그거 두부 하는 곳에 직접 주문해서 가져오는 두부라 맛있어요.

하시면서 쥔장 아줌마는 아침으로 두부 한접시만 드셨다. 친정엄마의 가마솥 두부와 같은 맛이라

양념간장을 해서 모두 먹어 치웠다. 오래간만에 보리밥도 맛있어서 한그릇을 모두 비웠다.

전날 한끼 먹고 하루종일 돌아다녔기에 딸들에게도 먹을 수 있을 때 단단히 먹어두라고 했더니

녀석들 밥한그릇을 모두 다 비웠다.물론 반찬들도 깨끗하게,메뚜기떼가 쓸고 간것처럼 우린 정말

모든 접시를 비우고 말았다.

 

 

 

 

황매가 피었다 

 

목련도 곧 터지겠지

 

동백이 활짝~~

 

딸들은 밥을 먹기 전에도 밖에서 백구와 백구새끼들과 놀기 바쁘더니 아침밥을 한그릇 먹고는

무슨 외갓집에 온 것처럼 백구네 식구들과 잔디밭을 뛰고 노느라 정신이 없다. 우린 쥔장 아줌마께

주변에 갈만한 여행지를 물었더니 아줌마는 우리가 갈 동선중에 만장굴을 가려고 한다고 했더니

[비자림]과 오름도 한 두개 올라 보라고 하신다. 그리고 내일은 중문으로 향한다고 했더니 외돌개는

꼭 가보라 한다.시간이 허락한다면 모든 곳을 가고 싶은데 그렇게 할 수 있으려는지. 아침밥도

정말 맛있게 먹었는데 일하시는 분들이며 쥔장 아줌마며 모두 좋으신 분들이라 더욱 기분 좋게

뜰향기를 나설 수 있었다. 식당문을 열고 나와서 백구네 식구들과 놀고 있는 딸들을 부르다보니

식당 문 옆에 황매가 피었다. 오오 이럴수가! 제주에 와서 집집마다 뜰안에 있는 매화가 활짝 핀

것을 보았는데 황매도 피었다니 봄을 그야말로 맘껏 느낄 수 있고 꽃구경까지. 동백은 여기저기서

만나서인지 빨간 동백의 아름다움을 지나친듯 했는데 정말 아름답다.아침밥도 맛있게 먹고 봄꽃

구경까지 해서인지 정말 기분 좋은 아침이었다. 오늘은 모든 것이 행운과 같은 날이다.

 

2013.2.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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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식의 배신 - 불편해도 알아야 할 채식주의의 두 얼굴
리어 키스 지음, 김희정 옮김 / 부키 / 201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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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난 채식주의자도 육식주의자도 아닌 내가 먹고 싶은 것은 채식이건 육식이건 따지지 않고 몸이 원하는 것을 그리고 내가 먹고 싶은 것을 먹는다. 어릴 때에는 '먹지 않는 것'이 너무 많아 엄마의 속을 무척이나 썩이는 딸이었다. 심한 편식은 이십대가 되어도 고쳐지지 않았고 사회생활을 하며 겨우 조금 나아졌다고 봐야했지만 그래도 먹지 않는 것에 대한 분명한 선이 그어져 있었다. 소고기를 먹은 것도 몇 년 되지 않았고(소고기를 먹으면 비위가 상해서 먹지 못했다) 오징어국도 북어국도 그렇게 한가지 한가지 따져보면 밥은 먹어도 떡국은 먹지 않아 설날에 엄마는 날 위해 밥을 다시 하는 번거로움을 늘 감수하셔야 했다. 내가 나의 지난 시절을 뒤돌아보면 친정엄마를 너무 괴롭힌듯 하고 나자신이 너무 힘들게 살아왔기에 내 아이들은 편식을 하지 않게 하기 위하여 노력했지만 막내가 날 닮은 것인지 초등학교를 들어갈 때까지 먹는 것을 거부했었다. 그렇게 고생을 시키던 녀석이 갑자기 어느 순간부터 너무 먹어서 탈이 될 정도로 먹는 것을 잘 먹었다.이것저것 가리지 않고.지금은 왜 그때 강압적으로라도 먹게 시키지 그렇게 하지 않았다고 오히려 내게 무어라 한다. 하지만 억지로 되는 것은 없다.

 

요즘은 사람들이 건강을 위해 다이어트를 하고 자신이 몸을 위해 '채식'을 혹은 '육식'을 한다. 그렇게 분명하게 선을 그어 놓기 보다는 난 골고루 먹는 것을,그것도 재철에 나는 신선한 재료를 먹는 것이 제일 좋다고 본다.하지만 요즘은 제철보다 더 일찍 시장에 나와 제철에는 오히려 구경할 수 없는 것들이 있다. 밭에서 '기다림'을 가지고 우리의 밥상에 오기 보다는 하우스에서 미리 키워져 나오는 것들을 우린 마트에 가면 풍성하게 만날 수 있다. 무엇이 과연 옳은 것인지 모르겠지만 그렇다고 미리 나온 채소들나 과일을 먹지 않고 오로지 자신의 텃밭에서만 키워 밥상에 올릴 수는 없는 일이니 미리 먹어주는 대열에 낄수밖에 없다. 그렇다면 저자는 왜 '채식'의 불편한 진실에 대하여 말하는 것일까? 환경운동가이기도 한데.그는 20여년 동안 채식을 했지만 채식으로 인해 몸이 건강해 진것이 아니라 오히려 더 독이 되었다고 한다. 생리가 멈춘다던가 우울증이 온다던가 관절염이 생기고 그 모든 것을 오랜 시간이 지난 후에야 채식으로 인해 생긴 병이란 것을 알고는 육식으로 바꾸었다고 한다. 그렇다고 모든 결론들이 다 단정적이어서 읽는데 조금 껄끄럽다.

 

데이터에 의한 것이라고 해도 너무 '이것이 아니면 저것이다'라고 결론지어 마무리지어 놓은 생각들이 강하다고 해야하나,자신의 생각과 데이터에 의한 결론을 너무 극단적으로 이어나가 어떻게 받아 들이면 읽어야 할지 난감한 부분이 많다. 자신의 책이니 자신의 생각을 쓴다는 것은 뭐라 할 수 없이지만 그렇다고 채식주의가 인간과 지구를 파괴하는 것이라는 극단적인 결론을 내린 것은 독자로 하여금 '환경' 에 대한 중요성을 알리기 보다는 더 반감을 사게 하는 부분이 있다. 그렇다고 모든 면에서 다 맘에 들지 않고 너무 극단적이어서 읽어볼 가치도 없다고는 할 수 없다. 분명 그녀가 들려주려는 소리 가운데 우리가 귀 기울여야 하는 부분도 있다. 얼마전 어느 프로의 다큐였던가 중국에서 참새를 대량으로 살생했던 사건을 다루었다. 참새떼가 먹어 치우는 나락은 굶주림에 허덕이는 많은 사람들을 구하는 수였기에 정부는 대대적으로 참새를 잡는 운동을 펼쳤다. 그렇게 하여 참새는 씨가 마르듯 했지만 참새가 다 없어진다고 나락이 잘 보존되어 사람들이 굶지 않게 된 것은 아니다. 참새가 존재할 때보다 더 많은 사람들이 죽어갔다. 참새가 사라지니 그 천적이 더 늘어나고 생태계의 파괴로 인해 사람은 더 고통받았다는 것이다. 그런가하면 우리나라의 한라산에서 사는 노루는 한라산의 상징이며 영물처럼 여겨져 보호를 받았고 그렇게 개체수를 늘려간 노루는 이제 보호동물에서 해로운 동물로 변하고 말았다. 과한것은 모자람만 못하다는 말이 있듯이 너무 과하면 차고 넘쳐나 문제가 생기는 것이다.

 

인간이 동물과 식물의 생존에 개입하게 되면서 여러 문제가 발생하지만 그렇다고 식물이 동물의 피와 뼈를 먹고 자랐다고 채식을 하지 않는다는 것은,육식을 한다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본다. 그렇게 따진다면 세상에 먹을 것이 존재할까? 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냐는 질문처럼 난해한 생각과 결론들이 좀더 내 밥상에 오르는 '먹거리'에 대하여 생각해 보게 한다. 한 톨의 밥알이 내 밥상에 오르기 위해서는 무수히 많은 시간과 땀의 결실을 거치며 왔다. 밥알 하나라도 소홀히 하는 사람들은 농부의 땀방울의 소중함을 모르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직접 시골에서 한번 작은 텃밭이라도 가꾸어 보든가 요즘은 베란다텃밭을 가꾸는 이들도 많은데 그런 체험을 해본다면 내 밥상에 오른 먹거리에 대하여 '감사'하게 된다. 그것이 어떻게 하여 채식이 되고 육식이 되기 보다는 소중함과 감사함을 알게 된다면 그리고 텃밭을 가꾸어 본 사람들은 그 즐거움 또한 남달라서 먹을 것에 대하여 함부로 하지 않는다. 내 몸에 이상이 생겼다고 해서 그것이 꼭 '채식' 때문이라고 단정하기는 어려울 듯 하다. 동양과는 다른 서양의 먹거리,요즘 사찰음식이 더욱 많은 사람들에게 각광을 받고 있는 것은 바른 먹거리이면서 건강도 지키기 때문일 것이다. 내가 알지 못했던 부분에 대하여 좀더 지식적인 면에서 읽게 된 것은 좋았지만 자신의 의견을 너무 강하게 내세워 결론지은 부분은 맘에 들지 않는다. 참고로 나 또한 베란다정원을 가꾸고 있고 많은 식물을 가꾸고 있는데 늘 '민달팽이'와 싸우고 있다. 녀석들을 오늘 한마리 살려주면 그 다음에는 떼로 나타나 기어다니기에 난 녀석들을 보는 즉시 어떻게 해서든 죽이는 쪽으로 결론을 낸다. 우리집에서 민달팽이는 해충이고 내 화단에서는 사라져야 할 것이다.그렇다고 내가 자연을 보호하고 사랑하지 않는 사람은 아니다. 민달팽이보다 내 초록이들을 더 아낄 뿐이다.

 

'자연에서 멀리 떨어져 사는 우리들에게는 어떻게 보일지 모르지만 먹고 먹히는 행위는 도덕이나 정치와는 상관없다. 이 역시 공생의 문제다. 먹고 먹히는 행위는 정교하게 짜인 자연의 씨줄과 날줄인데 인간이 이 문제에 '모종의 개입'을 하면 이 모든 것이 순간적으로 풀려 버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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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여행] 26일 저녁으로 먹은 흑돼지주물럭과 숙소

 

 

 

이른 새벽부터 서둘러 일어나 제주여행을 하였더니 정말 피곤한 하루가 되고 말았다.거기에 오후부터

날시가 이상하게 변하여 비와 자욱한 안개로 인하여 더이상 구경한다는 것은,아니 낯선곳에서 이동한다는

것은 정말 어려운 일이라 그냥 저녁을 먹고 숙속에 들어가 쉬기로 했다.그런데 숙소로 정한 콘도가

그리 맘에 들지 않아 [황토펜션]으로 바꾸었다. 물어 물어 찾아가서 예약하고 주변에 먹거리를 찾아

이동하는데 맛집을 검색할 여유도 없이 그냥 보이는 곳으로 들어갔다. 숙소에서 5분여 거리라고

산굼부리 지나서 식당이 몇 곳 있어 들어갔는데 그렇게 썩 마음에 들지는 않았지만 시장이 반찬이라고

이날은 우리가 아침 일찍 공항에서 김밥 한 줄 먹은 것이 밥으로는 다다.그러니 밥을 보자마자 모두가

맛있게 먹었다. 모두 다 비싸기도 하고 제주에 왔으니 흑돼지는 먹어봐야할 듯 하여 딸들이 그냥

주물럭은 괜찮을 것 같다고 하여 김치찌개와 시켰는데 시장해서인지 더욱 맛있게 먹었다.두툼하게 썬

돼지고기와 김치찌개도 그런대로 맛있게 먹었는데 주인들이 손님 대하는 것이 시큰둥하니 그게 마이너스,

이런 곳은 두번 가라면 가기 싫다.주변에 맛집을 검색해서 가보지.

 

선흘리 황토펜션

 

 

 

날이 정말 안좋았다. 한치앞도 보이지 않아 저녁을 먹고 바로 근처에 있는 숙소를 못찾아 헤매어

다녔다.네비 또한 이상하게 검색을 작동을 하였는지 다른 오작동을 하듯 다른 곳으로 데리고 가고.

암튼 밖에 있으면 안개에 홀릴것만 같기도 하고 제주의 길이 오솔길이 많다보니 사람이 아무도

지나 다니지 않는 꼬불꼬불한 길에서 그것도 잘 모르는 곳에서 무어라도 나올것만 같은 날씨,

빨리 숙소에 가서 뜨근한 찜질방에서 지지고 싶은 마음이 간절했다.저녁을 배부리 먹고 식당쥔들에

대하여 이런저런 말을 하다보니 같은 곳을 맴돌듯 하고 있어 조금 시간을 지체하다가 아주 작은

마트에서 맥주와 간식을 사들고 숙소에 들어갔는데 정말 좋다. 뜨끈 뜨끈 발을 디딜수도 없을 정도로

뜨끈하고 거기에 찜질방까지 있다.찜질방은 밑에 천염소금을 깔고 그 위에 대자리를 깔아 놓았는데

누워보니 등짝이 뜨끈한 것이 피로가 한번에 싹 가신다.시골집 아랫목처럼 참 좋다.옆지기와 큰딸은

맥주를 한모금씩 마시고는 피로를 풀겠다고 하는데 난 뜨끈한 찜질방에 누웠다가 일찍 잠이 들고

말았다.새벽에 옆지기는 너무 뜨겁다며 애들이 자는 방으로 나갔는데 물론 그곳도 뜨끈뜨끈하다.

난 찜질방에서 자고 일어났더니 피로가 싹 물러가고 몸이 너무 가뿐해서 좋았다.우리집에 찜질방을

옮겨 놓고 싶은 정도로 좋았다.주변에 오름에 있다는데 우리는 몰랐고 너무 피곤해서 오름에 올라 볼

생각을 하지 못햇다.밤에도 그렇고 이른 새벽에도 까마귀가 울어 잠을 깨웠다. 제주에는 돌도 많고

바람도 많다더니 정말 새벽에 일어나 창을 열어보니 바람이 거세다.식구들은 뜨끈한 방에서 모두

뒹굴듯 잠에 빠져 있고 난 혼자 일찍 잤으니 일찍 일어나 제주의 새벽을 홀로 느껴 보았다. 나뭇가지마다

빗방울이 맺혀 있어 날이 또 흐리면 어쩌나 하며 걱정을 했다.그리고 까마귀가 우는 낯선 곳에서의

하룻밤은 정말 어떻게 가는지도 모르게 보내고 말았다. 

 

2013.2.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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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존자
이창래 지음, 나중길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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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을 겪은 세대들은 영원히 전쟁을 잊지 못하며 살아간다. 하지만 전쟁을 겪지 못한 세대는 아무리 전쟁중의 힘들었던 시간을 이야기 해주어도 믿지 못한다. 그만큼 경험이란 삶에 얼마나 중요한지,준과 헥터 그리고 실비의 이야기를 통해 그들이 전쟁을 겪고 또한 그 시간을 이겨내며 어떤 삶을 살아왔는지 보여주는 다큐와 같은 긴 과거와 현재 속에는 그들이 겪은 전쟁은 트라우마처럼 그들의 삶에 발목을 잡고 놓아주지 않으며 물 밑 깊숙한 곳으로 가라앉듯 한다.그들이 한국전쟁의 어떤 시간속을 지나왔기에 삶은 베베 꼬인 새끼줄처럼 그들을 물고 늘어지는지 두께도 장난이 아닌 '생존자'는 쉽게 다가왔다가 무겁게 나를 놓아주지 않았다.

 

사람은 행복했던 기억보다 자신이 힘들었던 순간을 더 오래도록 기억하는 듯 하다. 나의 아버지 또한 아버지가 겪은 전쟁과 부모님을 잃던 그 시간을 두고두고 이야기를 하며 아버지가 어떻게 힘든 시간을 이겨내며 동생들을 건사했는지 어린시절 무릎에 앉혀 놓고 이야기를 했지만 아버지의 이야기는 소설속의 이야기처럼 혹은 이야기책의 다른 사람의 이야기처럼 내것이 되지 못했다. 준 또한 전쟁중에 아버지와 오빠의 죽음을 그리고 어머니와 언니의 죽음을 직접 눈 앞에서 보아야 했고 그 후 힘들게 남의 것을 훔쳐 동생들을 먹여 살렸지만 기치사고로 인해 동생들을 잃게 되고 혼자 남게 된다. 하지만 그녀는 혼자 살아 남은 '생존자'가 되어 전쟁속에서도 살아 남았듯이 앞으로 이어지는 현실의 삶 또한 이겨내야 했다.

 

혼자 남겨진 준이 이후에 핏줄로 연결된 '가족'으로 가지 된 '니콜라스'라는 아들,그러나 그 아들은 엄마의 삶과 함께 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삶을 찾아 떠나듯 그녀의 곁을 떠나버렸다.그런 아들을 찾아 가려하지만 그녀의 삶은 이제 얼마 남지 않은 말기암환자,그렇게 하여 그녀는 니콜라스의 아버지인 헥터라는 인물을 찾아내어  긴 여행을 함께 할 것을 부탁하게 되지만 그는 니콜라스가 자신의 아들이라는 것을 받아 들일 수가 없다.준과 헥터의 결혼생활이란 것이 그만큼 가족이라는 끈끈한 울타리가 아니었다는 것,그들은 어떻게 만나고 아들을 낳고 그리고 헤어졌을까? 그 중간에 다리처럼 '한국전쟁'이라는 고난의 시간이 있다. 그리고 그들을 이어주듯 또 한사람 '실비'라는 고아원 목사 부인이 있다. 그들의 운명은 한국전쟁이라는 같은 시간에 맞물려 비극적으로 흘러가고 만다.

 

'니콜라스가 헥터의 아들이라는 사실은 헥터에게 그다지 의미가 없을 것이다. 하지만 그게 니콜라스에게는 의미가 있는 일이길 그녀는 바랐다. 그래서 미래의 어느 날,그가 세상살이에 절망하고 좌절을 느낄 때 자신이 세상에서 혼자가 아니라는 사실을 깨닫기를 바랐다.'

 

인생은 혼자 왔다 혼자 가는 것이다. 하지만 혼자 남겨진 자신의 아들 니콜라스에게 가족을 만들어 주고 싶었던 준,마지막 여행이 될 이번 여행에서 헥터를 찾아 니콜라스에게 가족을 만들어 주고 싶었던 것은 그녀가 전쟁중에 모든 가족을 잃었고 그로 인해 그녀의 삶이 고단했음을,니콜라스는 그런 삶을 살지 않기를 바라며 모든것을 주고 싶었던 것이다. 하지만 다른 이들도 그녀의 맘과 같을까? 헥터는 한국전쟁으로 인해 세상과 문을 닫고 살아간다. 한국전쟁 때 포로로 잡힌 소년을 보호하지 못했고 고아원에서 목사 부인인 실비와 비극적인 사랑을 하면서 그의 삶은 점점 세상에 벽을 만들어 가고 말았다. 바닥과 같은 삶이지만 그는 그래도 자신의 세운 규칙을 지키듯 반듯하게 살아가지만 남에게 보여지는 삶은 구질구질하다. 마지막 여자처럼 만난 여인을 불운하게 잃고 준을 마지막을 지켜주게 되는 헥터,그가 니콜라스를 만나 닫힌 세상의 문을 열고 살 수 있을까.

 

어찌보면 준이 마지막 여행으로 택한 니콜라스를 찾는 여행은 그녀의 과거와 현재를 용서하고 받아 들이는 그런 시간이 되었다. 물론 헥터도 마찬가지다. 전쟁으로 닫혔던 세상과의 문을 준을 만나 조금식 열어 나가듯 그도 과거와 맺혔던 매듭을 풀어 나간다. 준과 헥터가 겪은 전쟁은 과거였지만 현재 또한 그 전쟁속에 갇혀 있듯 닫힌 삶이고 또한 현재의 삶도 전쟁과 같은 삶을 이어나간다. '전쟁은 엄격한 스승이다'라는 말이 가슴 깊이 남겨지듯 과거도 현재도 전쟁과 같은 삶을 어떻게 살아가느냐에 따라 그들의 운명은 달라진다. 전쟁과 같은 삶에서 이겨내는 것 또한 자신이며 그 시간 속에서 자유를 찾는 것 또한 자신이다.

 

그들의 삶은 소용돌이처럼 닮고 닮아가는 것을 보며 참 우습다고,어쩌면 이럴수가 있지 하며 읽게 되었다. 전쟁중에 동생들을 먹여 살리기 위하여 도둑질을 했던 준,그녀는 자신이 도둑질을 해 보았기 때문에 아들의 도벽을 눈감아 준다.어쩌면 그 도벽으로 인해 아들은 죽은 것이다. 그런가하면 헥터는 고치고 닦고 자신의 손으로 하는 것을 잘한다.그의 아들 니콜라스 또한 골동품 가게에서 딱고 고치고 하는 것을 좋아한다. 어쩜 그렇게 닮은 것인지.분명 핏줄로 이어진 삶이지만 그들은 결코 가족이라는 울타리를 가지지 못하고 '세상 천지에 전부 고아야!' 라는 말처럼 그들은 고아와도 같은 고난한 삶을 살아간다. 전쟁은 그들을 모두 고아로 질곡의 삶을 살아가게 만들었지만 준은 끝까지 가족이라는 끈을 놓고 싶지 않다. 자신의 아들이 아니지만 마지막까지 자신의 아들이라 믿었고 헥터 또한 그녀의 남편이라 할 수 없지만 그녀의 죽음을 지키는 마지막 살아 남은 자가 된다. '생존자' 살아 남은 자는 먼저 간 자의 모든 것을 기억해야만 하는 고난의 시간을 가진다. 그것이 지난 시간에는 괴로움이었지만 준의 죽음을 대하며 헥터는 탈피를 거친 나비처럼 새로운 세상을 볼 수 있는 가슴을 가지게 된다. 그의 삶은 지난 삶과는 분명 다른 삶을 살게 될 것이다. 전쟁이 세 사람의 인생을 어떻게 변하시켰는지 그들은 전쟁으로 잃은 것도 많지만 분명 얻은 것도 있다. 과거도 전쟁이었지만 오늘도 전쟁이다. 하지만 우리는 살아 남아서 생존자가 되어야 한다. 내일은 살아 남은 자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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