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의 일상은 늘 궁금하다. 사는 모습이 비슷하기 때문에 아니 똑같은 시간을 살아가고 있고
늘 바쁘고 이쁘게 살아가기에 그녀의 일상은 늘 궁금하며 그녀를 보면 내 모습을 보는 듯 하다.
힘들어도 항상 밝은 모습도 좋고 서로 나누지 않아도 모든 것을 나눈것처럼 풍족하게 느껴지는
그녀,내가 먼저 잘 지내는지 문자를 보내고 하루가 지난 후에 시간을 내어 답을 보낸 그녀,
'우리 연중행사 얼굴함보자~~'라고 시작한 문자로 인해 우리는 갑자기 만나게 되었다. 가까이
살고 있으면서 정말 멀리 사는 친구보다 얼굴보기 더 어려운 친구,난 언제나 자유부인이라고
아무때나 연락하기..했더니 그녀가 여유 있는 시간에 만나자는 연락이 왔다. 마침 옆지기는 퇴근
후에 일이 있어 늦는다 하고 큰놈은 혼자 있으면 되니 녀석의 저녁만 해결해 놓고 나가면 된다.
그 전에 정시모집을 챙겨보라고 했건만 무사태평한 녀석 서울에서 친구들과 모임이 있다며
가겠다고 하더니 전날 올라잇 콘서트를 보고 오더니 힘들었던지 가지 않겠단다. 원서접수도
있고해서 가지 말라고 했더니 처음엔 삐진듯 하다가 저혼자만 올라갔다 내려왔다 하는것이 싫었던지
가지 않겠단다. 그렇게 하여 하루종일 뒹굴뒹글 하는 녀석을 보다가 나도 갑자기 약속이 잡혀
바빠졌다. 큰놈의 저녁으로 집앞 수제돈까스집에서 돈까스를 시켜다 주기 위하여 나갔고 그렇게
기달려서 돈까스를 계산하는 사이 녀석에게 전화,다급한 목소리로 제가 써야할 곳의 원서접수가
3분 남았다며 빨리 카드결제방법을 알려 달란다. 정말 녀석의 일상은 롤로코스트다.분명 미리
체크하라고 했건만 친구들과의 만남은 잘 기억하며 제가 꼭 해야할 일은 미루어 놓고 있더니만..
나도 덩달아 다급하면서도 차근차근 알려주고 빨리 순서대로 따라서 결제하라고 했더니 시간안에
겨우 결제를 마쳤다며 다행이라고 하니 잘못되었나 해서 아파트 정문에서부터 돈까스를 들고
뛰었다. 그랬더니 아파트 정문앞 수퍼에서 나오던 우리 동에 밑에 층 사는 아줌마는 날 보더니
덩달아 뛰는 것이다. 내가 가서 현관문 열고 엘리베이터 누르고 올라가면 기다려야 하니 나와
함께 달린 것이다. 엘리베이터에 타서 카드결제 찍힌 것을 보고 안심하고 있는데 무슨 일이냐고
묻는 아줌마,아니 아줌마는 왜 달린거에요...힘들게...
저녁시간이라 좀 일찍 서둘러 버스를 타러 나갔건만 길은 너무 막힌다. 신호등마다 한참을 서서
기다리는 버스,그렇게 약속 시간에 바짝 맞추어서 나갈 수 있었는데 친구는 미리 와서 기다리고
있었나보다. 추운데... 추워서 따끈한 것을 먹기 위하여 '복창동순두부'집에 들어갔다. 울막내가
즐겨 먹는 집. 순두부를 시키고 우리들의 수다 삼매경은 시작되고,아니 일방적인 나의 이야기다.
며칠전에 실행에 옮긴 일이 도마위에 오르고 그렇게 친구와 수다를 떨며 순두부를 먹고 카페로
이동했다. 터미널 앞에 벽화골목에 있는 그곳으로 가자고 했지만 친구는 추운지 그냥 가까운 곳
으로 가자고 하다 이왕 가려면 멋진 곳으로 갈까 하며 옮겼다. 벽화가 그려진 카페로.
카페 쎄나클~
난 춥다고 해서 두꺼운 기모옷에 내복까지 껴입고 양말 또한 두꺼운 등산얄말을 신고 나갔다.
나이가 나이인지라 멋이 아니라 춥지 않은 것이 최고다. 머플러도 둘둘 두르고 단단히 무장을
하고 나가서 그런지 추운줄을 모르겠는데 친구는 춥단다. 두껍게 껴입고 나오지... 벽화 골목이
있는 곳의 천사의 날개 그림이 있는 카페 '쎄나클'에 가서 카페 라떼와 난 고구마 라떼를 시키고
앉아 다시 수다 삼매경,왜 그리 해도 해도 사는 이야기는 끝이 없는지. 난 조용하게 콕 박혀
있는듯 하지만 하루하루 일상이 이야기도 그녀 또한 늘 바쁘게 살기 때문에 할 이야기가 많다.
자주 만나는 것도 아니고 가끔 이렇게 얼굴 보니 할 이야기가 많다. 해도 해도 정말 끝이 없다.
그런데 카페가 따뜻하지 않고 춥다는 것이 문제,안에 장작 난로라도 하나 있었더라면 분위기
좋고 따뜻하니 더 좋았을텐데 아쉽다. 한참을 수다 삼매경에 빠져 있다가 내일을 위해 마감을
하고 나오는데 친구는 몹시 춥다고 하고 난 그럭저럭,역시나 내복의 힘은 위대한가 보다. 오래전에
입던 내복을 찾아 입은 것이 참 잘했다. 택시를 잡는 기다리는 그 시간도 몹시 춥다.가는 길에
그녀가 먼저 내리고 울집으로 향하는 택시안,밤의 시간이 참 낯설다. 예전에는 이런 시간을 갖지
않았는데 요즘 몇 번 외출을 하다보니 괜히 바쁜듯 보이기도 하고 그래도 시간을 내서 친구들을
만났다는 것이,살아 있음의 증거라도 되듯 참 좋다. 많은 이야기를 나누지 않아도 맘이 통하는
친구라 그런지 함께 하는 시간만으로 참 좋다. 연중행사로 볼 것이 아니라 월중행사로 실행하자고
했는데 우리 지킬 수 있겠지. 난 언제나 오케이.친구를 위해서라면 시간을 비울 수 있지.
기분 좋게 택시에서 내려 아파트로 향하는 발걸음이 가볍다. 그리 늦은 시간도 아니고 옆지기가
기다리고 있을까 했는데 그가 내가 늘 자신을 기다리는 자리에서 날 기다리고 있는 모습이 안쓰럽다.
그런가하면 엘리베이터에서 '백원'을 주웠다. 누군가 흘리고간 흔적... 집에 들어와 백원 주웠다고
하고 있는데 친구에게서 전화,또 한번 수다를 나누며 깔깔.방금 헤어져 돌아 온 길이지만 헤어져서도
뭐가 그리 할 말이 많은지..집에 들어오니 큰놈과 옆지기의 얼굴 표정이 다르다. 딸은 엄마를 응원
하는 얼굴이고 옆지기는... 내가 늘 자신을 기다린 시간을 이젠 옆지기가 하고 있으니 인생 공부를
다시 하고 있는 기분일 것이다. 누군가를 기다린다는 것은 많은 생각을 하게 하는데 난 친구와 행복한
시간을 보낼 때 그는 무슨 생각을 하고 있었을까. 암튼 오래간만에 친구와 만나 즐거운 시간이었는데
친구야,감기에 걸리지는 않았는지 모르겠다. 젊을 때는 늦은 시간도 참 즐겁게 돌아다녔는데 이젠
나이가 나이인가보다. 담에 좀 따뜻한 날에 만날까. 건강하게 남은 시간 잘 보내고 희망찬 새해 맞이하길.
2012.12.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