뒷산에서 봄을 담고 봄을 캐다

 

 

개불알꽃(봄까치꽃)

 

 

 

 

산벚꽃

 

 

어제 뒷산에 가려다가 여시가 아픈 듯 하여 마음만 가득하고 가질 못했다.

오늘 아침,날이 흐리다. 그러니 또 가기가 싫은데 마음 한가득 뒷산에 가서 쑥을 뜯어다

'쑥전'을 해먹고 싶은 생각이 가득하니 통 아무것도 손에 잡히지 않는다.

 

아침 댓바람부터 택배가 오고 책을 가져온 우00택배 아저씨,'책을 많이 읽으시나봐요.늘 책이에요.'

하시며 웃으시며 가신다. 울집이 늘 첫번째인지 아홉시도 되기전에 오신다.

유독 이 아저씨만... 아줌마티 다나게 부수수한 모습으로 택배를 받아 들고 들어 오는데

택배가 있다는 문자가 계속,그런다고 뒷산을 미루기가 그렇다.

 

주섬주섬 뒷산에 쑥을 뜯으러 갈 채비를 한다.비닐봉지도 챙기고 칼도 챙기도 메밀차도

그리고 엠피와 디카도 챙겨 가방에 넣는데 어제부터 제정신이 돌아온 여시는 난리다.

엄마만 밖에 나간다고 저도 데리고 가달라고 꼬리를 흔들며 뱅글뱅글..그래도 안돼..안돼...

 

 

양지엔 양지꽃이 소담스럽게 피었다

 

진달래는 서서히 지고 있고

 

 

 

 

유채꽃

 

 

산의 초입에는 사유지를 개간하여 농작물을 심는 밭이 조성이 되었다.그러면 안되는데

그래도 땅을 놀리기 보다는 무엇 하나라도 심으려는 농심이 밭을 일구어 놓았고

오늘도 소일거리로 할머니 한 분이 말뚝을 박고 있다. 허리도 못 펴시면서 일을 하시는 모습을 보니

꼭 친정엄마를 보는 듯 하다. 울엄니도 밭에서 그렇게 일을 하고 계실텐데...

 

진달래는 이제 서서히 지고 있고 산벚꽃이 이쁘게 피었다.

주말에도 피지 않았더니 이젠 꽃이 지고 있고 초록 잎을 달고 있다.

사람들이 일구어 놓은 밭에 쑥이 있어 그곳에서 쪼그리고 앉아서 쑥을 뜯는데

산을 오르고 내려가시는 분들이 쳐다본다. 아구구..그런데 내 무릎이야...

오른쪽 무릎과 허리가 좋지 않은데 칼질 몇 번에 일어났다 앉았다..

그래도 한번 전을 해 먹을 만큼은 뜯어야 하기에 뜨거운 햇살을 받으며 뜯는데 좋다.

봄 아니면 할 수 없는 일이다.그것도 요맘때... 정말 한 번 할 수 있는 일을 하고 있다.

쑥 뜯는것 보다 쑥전을 먹을 생각에 더 행복하다.

 

 

 

 

 

 

 

 

 

하루 하루 정말 다른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정체된 듯 하지만 그 속을 들여다보면 정말 깜짝 놀랄 정도로 활발하게 움직이고 있다.

나뭇가지에 색이 살짝 입혀졌다. 연두빛도 아닌 초록빛도 아닌 갈색과 연두빛을 섞은 듯한

색들이 가지마다 물들어 있다. 그 가지에서 새들 또한 분주하다. 나뭇잎을 뒤져기며 먹이를 찾다가

나뭇가지에 올라 지저귀기도 하고 정말 산새소리를 듣는 것만으로 힘이 솟는 듯 하다.

 

쑥들 뜯어서 산을 오르지 않으려고 했는데 쉬엄쉬엄 오르기로 했다.

아니 정상까지만 가려고 했는데 가다보니 그게 아니다. 쑥은 쑥이고 산행은 산행이다.

그렇다고 남들처럼 빨리 오르고 내리는 것도 아니니 내 방식대로 산을 즐기며 간다.

 

 

 

 

 

 

할미꽃

 

 

정상에서 내려가 할미꽃이 있는 곳으로 갔다.

작년에 이어 올해도 돌보지 않는 산소... 그래도 어김없이 할미꽃은 피고 꿀꽃도 피고

제비꽃도 피었다. 쑥을 뜯느라 칼을 가져갔기에 할미꽃이 너무 많아 하나 있는 것으로

캐볼까 했는데 단단하다. 그렇게 단단하게 땅속에 뿌리를 감추고 있어서 이쁜 꽃을 피웠나보다.

그냥 이곳에 와서 보는 것으로 만족하기로 했다. 더 담을까 하다가 을시년스런 풍경을 보니

괜히 마음이 짜안해서 그곳을 벗어났다.

 

 

 

 

 

 양지꽃과 곤충....?

 

 

내려가는 길에 양지꽃이 한무더기 노랗게 피어 있다.

그 앞에 잠시 내 발길을 붙잡는 작은 녀석...

날개를 파닥이며 정지비행을 하듯 양지꽃에 빨대처럼 생긴 대롱을 꽂고는 꽃과 조우하고 있는 녀석..

이 녀석을 따라 한참을 서서 벌서듯 나 또한 녀석을 잡고 있는데

'마음 울적한 날에~~~' 내 폰이 올린다. 이 소리는 친구 전화인데...

하며 받아보니 옆동네 친구,울집 앞을 지나다 전화 했다고.. 산에 있다니 내려와서 얼굴좀

보잖다. 난 쑥도 뜯고 산행도 더해야 한다고 했더니 쑥이 더 중요하다며 삐졌다.

이 풍경을 뒤로하고 어찌 그냥 내려가나.. 봄은 지금 아니면 아니 지금의 봄은 이 순간만

담을 수 있는데...오늘은 나도 큰맘먹고 올라 왔으니 안돼....

그리곤 좀더 양지꽃과 녀석과 봄놀이를 하는데 산행하시는 아줌마가 날 이상하게 보셨는지

한참 쳐다보며 지나가신다. 아마도 양지꽃과 이녀석을 못 보신듯...

봄은 이렇게 몸과 눈높이를 낮추어야 더 잘보일 때가 있다.

 

 

 

 

 

 

바람불면 '훨훨..' 날아가 버릴 여리디 여린 꽃잎이 바람에 살짝 흔들린다.

봄이 흔들린다. 살짝... 꽃이 피어 있어 가사나무를 헤집고 꽃이 핀 곳으로 가는데

낙엽 밟는 소리가 너무 좋다. '바스락 바스락 바스락 바스락..'

누군가 한번도 밟지 않은 듯한 낙엽을 밟으며 봄을 보고 봄을 담고 있다.

파릇파릇 돋아난 여리디 여린 새순도 이쁘고 갸냘픈 꽃잎도 이쁘고 봄은 정말 이쁘다.

 

 

 

 

 

큰나무 밑에서 동거를 하고 있는 현호색..

다방에 앉아 누군가를 기다리며 성냥개비를 쌓아 올리던 그런 때가 있었는데

그 모양처럼 꽃을 하나 둘 셋 넷 얼기설기 잘도 탑을 쌓아 올렸다.

폭격기 같기도 하고 입을 쩍 벌리고 있는 어린새 같기도 한 현호색...

봄이라고 그래도 잊지 않고 피었다.

 

 

 

 

 

 

 

 

아가배나무에 꽃몽오리 살짝 올라와 있고 조팝은 이제 서서히 피고 있다.

황매화도 노랗게 꽃몽오리를 달고 있는 것이 하루 이틀이면 필 듯 하다.

연결된 산을 갈까 하다가 그만 두고 돌아선다. 산벚꽃을 보며 천천히 오솔길을 지나

나오는데 꿀꽃이 이쁘게 피어 있다. 저걸 담을까 말까 하다가 올라갔다.

그곳은 묘지가 많은 곳이다. 산을 허물며 묘지를 이장하여 한 곳에 둔 곳으로

잔디가 심어져 있어서 그런가 제비꽃도 꿀꽃도 많다.

그곳에 천천히 올라 꿀꽃을 담으러 갔다.

 

 

고사리와 꿀꽃

 

 

괭이밥

 

 

꿀꽃(조개나물)을 담으려고 올라 갔는데 그곳엔 가세씀바귀가 있다.

작년에도 보았던 곳인데 뜯을까 말까 몇 번을 오르락 내리락 하다가 꿀꽃을 담고는

쪼르려 앉아서 가세씀바귀를 뜯었다. 씀바귀의 종류이지만 잎이 길어서 이곳 사투리인지

어려서부터 '가세씀바귀'라고 하니 입에 굳어졌다.

이것이 그냥 씀바귀 보다는 덜 쓰고 맛있다.어디에 많은지 아는데 잘 가지지 않는다.

혼자 가기엔 조금 으쓱한 감이 있어서..그런데 이곳에도 있다. 어디든 있겠지만...

 

쑥 한줌 뜯은 봉지에 그냥 가세씀바귀를 뜯어서 담았다. 그것도 참 재미있다.

어릴 때는 나물 캐는 것은 동네에서 둘째가라면 서러웠는데...모두 지난 얘기다.

그래서일까 지금도 누구보다 잘 보고 다닌다.

그렇게 보다가 '고사리'를 봤다. 2개...'너 고사리니~~~?' '앗싸..' 하면서 꺾어주셨다.

그리곤 가세씀바귀를 뜯고 있는데 뒤에 있는 산의 윗부분에서 뭔가 부시럭 부시럭하는

큰소리가 난다. 아무리 둘러봐도 사람도 없고 뭔가 심하게 움직이는 소리다.

뭘까 하고 일어나 휘둘러 보는데 '아고고...글쎄 노루다'

내가 산에 올 때마다 보았던 녀석..오늘은 확실히 공중분양하여 뛰어 도망가는

완벽한 모습을 보았다. 뭐가 그리 겁이 났는지 '껑충껑충' 뛰어서 사라졌다.

순식간에 일어난 일이라 누구한테 말하면 거짓말이라고 할 그런 찰나의 일이었다.

 

난 아무일도 없었던 것처럼 앉아서 다시 씀바귀를 뜯고 봄을 담고 봄을 캐고...

그렇게 혼자서 룰루랄라 봄을 즐겼다. 아니 봄을 담았다.

비닐봉지에 내가 뜯은 쑥과 씀바귀 그리고 고사리가 두개 들어 있는데

왜 그리 행복한지..봄을 가득 담은 것처럼 부풀어 산을 내려왔다.

 

 

 

 

 

쏙과 씀바귀를 뜯어서 손을 쓰고 쑥을 캐느라 쪼르고 앉아서 다리는 알이..

그래도 한번씩 이렇게 깨알같은 봄을,계절을 담고 나면 얼마나 좋은지...

혼자서 흥얼흥얼 봄노래를 부르며 내려 오는 길,부자가 따로 없다.

 

2012.4.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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햇살따라 씨앗도 심고 분갈이도 하고

 

 

 

 

 

 

오늘은 정말 따듯하니 봄과 여름사이다.

햇살도 좋고 날도 좋고 밖으로 마구마구 달려가는 마음,

뒷산에 갈까 하다가 여시가 어제부터 안좋은 듯 하여 그냥 집에 있기로...

 

울집 베란다에 '카라'는 주말에 벚꽃구경을 갔다가 왔더니 활짝 피었다.

녀석에게 신경을 못썼더니만 그 하루를 봐주지 않는 카라...

꽃대가 쭈우우욱 뻗어 나와서 베란다 중에 우뚝... 

아마릴리스도 카라에 못지않게 꽃대를 키우고 있다. 녀석도 곧 꽃을 볼 수 있을 듯.

 

 

 

달래와 청사랑초

 

 

오늘은 햇살이 좋아 그동안 작은 화분에 있던 비실비실 청사랑초를 옮겼다.

그런데 하나에 손을 대고나니 자꾸만 일거리가 생긴다.

청사랑초를 옮기고 작은 화분에는 바이올렛을 삽목하고

식목일에 과자에 있던 '금잔화' 씨를 빈 화분에 심었다.씨가 발아를 잘 할지는 모르겠지만..

그리곤 바이올렛 화분 한귀퉁이에 있던 달래를 옮겼다. 아파트 화단에 달래가 많이 있던데

조금 더 캐다가 심을까 하다가 내려가기 귀찮아 그냥 있는 것만 심어 주고

그동안 작은 화분에 있던 '마삭'도 옮겨주고 잘라서 작은 화분에 삽목했다.

뿌리가 날까 걱정이지만 살고 싶으면 뿌리를 내리리라.. 며칠 두고 봐야 할 듯..

 

 

 

더덕싹과 도라지싹

 

 

실외기 베란다에 있는 더덕화분에서 도라지와 더덕이 무척 많이 자랐다.

하루가 다르게 무쑥무쑥 크는 듯 하다.

다른 도라지 화분에는 작년에 받아 놓은 도라지씨를 조금 더 뿌려주고는

위에 분갈이용토를 더 덮어 주었다. 도라지는 생명력이 강해서 씨로도 금방 싹이 나온다.

 

딸기

 

 

버려지듯 실외기 베란다에서 도라지와 더덕과 함께 크면서

천덕꾸러기인 '딸기'에서 봄이라도 꽃망울이 올라왔다.

작년에 그래도 몇 개 따서 맛보긴 했는데 영양분이 없는지 딸기는 정말 볼품없다.

그래도 딸기꽃이 피면 벌들이 높은 곳까지 날아 올라온다.

몇 해는 그냥 새들이 먹게 놔두었는데 두어해 맛 보았다는...

 

 

난 꽃대와 카라와 제라늄

 

 

난은 그냥 있는지 없는지 관심 밖에 두어야 잘 큰다.

난 화분이 두개 있는데 녀석들은 생각나면 물을 주고 그냥 관심 밖에 두었더니

나도 모르는 사이 꽃대가 많이 올라와 있다..이쁜 녀석...

 

제라늄은 피고 지고 피고 지고...

화무십일홍이라고 했지만 제라늄은 정말 오래간다.

꽃이 하나 둘 피었다가 한참 동안 피어 있고는 스스로 하나씩 잎이 떨어져 내린다.

꽃이 지는가 싶더니 어느새 꽃대가 또 올라와 연일 이쁜 꽃을 보여주고 있다.

올해 두어개 더 들여 놓고 싶은 제라늄이다.

 

 

사랑초

 

 

창가에 사랑초는 완전 자기세상이다.

햇살을 좇아 모두가 창 밖으로 달아나듯 이쁜 얼굴을 밖을 향해 있지만

정말 이쁘다. 모두가 창을 향해 활짝 웃는 아이들처럼

옹기종기 모여서 어쩜 저렇게 꽃을 많이 피우고 있는지..

한참 올라오는 꽃대도 많다.

그러고보면 밝은 곳에서 자라야 사람도 꽃도 보기 좋고 이쁘다.

그리고 활짝 웃는 다면 더욱 이쁜 자신의 얼굴을 가질 수 있다.

 

오늘은 날이 좋아 금잔화와 도라지씨를 심고

청사랑초와 마삭을 옮기고 장미허브를 새로 삽목하고 바이올렛을 삽목하고

게발선인장도 떼어서 삽목했다. 꽃대가 올라오지 않기에

그냥 키만 크는 것 같아 잘라서 삽목하고는 다시 창가에 놓아 주었다.

녀석 해마다 이쁜 꽃을 보여주었는데 안에 들여 놓았더니 키만 키웠다.

작은 것들이지만 심고 삽목하고 나니 기분이 한결 가볍다.

군자란은 꽃이 지고나면 3개 정도의 화분을 분갈이 해야 할 듯 하다.

화분에 너무 많은 식구가 살고 있어서 제대로 자라지를 못하고 있다.

힘들어도 해야 할 일...날이 좋으니 녀석들과 함께 하는 시간이 좋다.

 

2012.4.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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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집엔 형만 있고 나는 없다 푸른숲 새싹 도서관 1
김향이 글, 이덕화 그림 / 푸른숲주니어 / 201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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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집이나 첫째를 먼저 챙기게 되는 것은 당연하다. 먼저 세상에 나왔으니 옷을 사도 무엇을 해도 꼭 먼저 형을 챙기게 되는데 밑에 동생은 그렇지가 않다. 투덜투덜,자신은 엄마의 자식이 아니냐며 몇 번씩 물어 보기를 한다. 우리집만 그런 것이 아니라 어느 집이나 첫째를 뺀 나머지 자식들의 공통된 불만사항이다. 그렇다고 부모가 첫째만 챙기고 밑에는 챙기지 않을까,물론 부모의 입장에서는 자식들 모두 똑같이 한다고 해도 밑에 자식은 늘 자신에게는 모자라다고 생각을 한다. 우리집은 딸만 둘 예외일 수는 없다. 첫째를 챙기면 막내가 난리를 피우고 막내를 챙기면 큰놈이 막내만 챙긴다고 성화다. 도데체 엄마보고 어쩌란 말인지. 내리사랑이라는 것을 녀석들은 아직 이해를 하지 못하니 '그래 그래 너도 자식 낳아봐라,엄마맘을 그래야 알지.' 한다.


수학학원에서도 단단히 깨져서 들어 온 둘째, 이가 아프다며 엄마에게 말했지만 엄마는 형이 오면 줄 맛있는 닭다리 요리를 하고 있다. 형이 먹고 싶다고 하니까 엄마는 형이 올시간에 맞추어 하고 계시고 민재가 이가 아프다고 해도 진통제가 어디 있는지 얼마나 아픈지 물어보지도 않는다. 심통이 난 민재는 생각한다. 약한 형을 때려 눕힐 수도 있는데... 그렇다 형은 약하여 민재가 더 힘이 세니 때려서라도 자신이 형이란 위치를 뺏을 수 있다면 하고 싶다. 형만 있는 것이 아니라 나도 있는데 엄마는 늘 형만 챙기고 난 눈에 보이지도 않나보다,아프다고 하는데.


속이 상한 민재, 형이 오고 엄마가 맛있는 저녁상을 차렸지만 먹고 싶지가 않다. 아니 배가 고파 배에서는 '꼬르륵' 소리가 나지만 참는다. 엄마가 한번만 더 부르면 달려가 먹을텐데 속상하고 치사하게 한번 물어보고 둘은 맛있게 저녁을 먹는다. 식탁에서는 맛있는 냄새와 달그락 거리는 소리가 나니 더욱 배가 고프다. 그냥 나가서 먹을 수도 없고.그런데 엄마가 '민재야 죽 먹자' 하고는 맛있는 죽을 쑤어 들어 오셨다. 그리고 할머니와 통화를 하시는데 내 칭찬 일색이다. 엄마가 나를 너무 잘 알고 계신다. 엄마는 형만 챙기는 줄 알았는데 아닌가보다.그리고 오늘은 시간이 늦었으니 내일 치과에 가자고 하신다. 민재가 오버를 한 것일까?엄마의 통화와 말에 갑자기 환해진 세상,형만 있던 세상에 나도 있다.


이런 경우 아이들을 키우다 보면 정말 많다. 우린 연년생이라 이런 말을 더 많이 들은듯 하다. 아무리 엄마가 두녀석 똑같이 사랑하고 챙긴다고 해도 녀석들은 이해를 하지 못한다. 큰놈 앞에서는 큰놈 얘기만 하고 막내 앞에서는 막내 얘기를 해야 불화가 없을 그런 사춘기시절도 있었다. 녀석들 눈치를 보느라 내가 다 속이 상하여 녀석들에게 하소연을 하던 때,하지만 다 안다. 왜 녀석들 속에 언니가 없고 동생이 없을까. 좀더 관심을 더 받고 싶고 사랑을 더 받고 싶은 그런 것이다. 부모에게는 어느 한 녀석 콕 집어 이쁜 것이 아니라 모든 자식이 다 이쁜 것인데 녀석들은 '우선순위'를 정하고 싶은 것이다. 사랑에 우선순위가 어디 있을까마나 그런 속에서 형제애가 더 짙어지고 사랑이 더 깊어지는 것 아닐까 한다.


<의좋은 형제>라는 이야기도 있다. 서로가 서로를 챙기는. 하지만 요즘은 많이 낳는 것이 아니라 하나 아니면 둘을 낳으니 서로 비교는 물론 남과도 비교를 무척 많이 한다. 결코 그것이 자신에게 득이 되지 않는다는 것을 한참 관심을 받고 사랑을 받고 있을 때는 모른다. 좀더 커봐야지 형은 동생을 더 잘 챙기고 동생은 형을 더 잘 챙기는,세상에 둘은 누구도 갈라 놓을 수 없는 그런 존재라는 것을 알게 될 것이다. 그것을 강압적이라기 보다는 그럴수록 보듬어 안아 품어 주듯이 한다면 느끼고 시간의 흐름속에서 자신 또한 귀한 존재라는 것을 알게 될 것이다. 투덕투덕 싸우다 정 들 듯이 그러면서 더욱 형제애도 깊어지고 가족간에도 정이 깊어지는 것은 아닐까. 민재가 넘 귀엽고 사랑스럽다. 아이들 어린시절을 보는 듯 하다. 초등학교 3학년 교과서에 수록된 동화라고 하니 한참 그런 것에 민감한 아이들에게 감동 한 줌 남겨 줄 듯 하다.

<이미지 저작권은 출판사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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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은 인연인가보다

 

 

 

어제 벚꽃구경을 하고 집에 돌아와 피곤하여 쉬고 있는데 낯선 번호의 전화가 울렸다.

가만히 보니 옆지기가 핸펀을 잃어버렸을 때 전화를 걸어왔던 후배의 전화번호인듯 하여

얼른 받아보니 '형수님~~' 하는 후배의 목소리,옆지기와 함께 근무하는 후배가 맞다.

 

이런 시간에 왜 일까 했는데 다름이 아니라 옆지기가 잃어버린 핸펀을 찾았단다.

현장에서 일하시는 아줌마가 주워서 후배의 이름으로 전화를 걸었었나보다.

잃어 버리고 나도 걸고 후배 전화로도 걸고 그렇게 해도 못 찾았던 전화를 찾은 것이다.

좋은 소식인데 어떻게 전해야 할까...ㅋㅋ

 

그렇게 하여 옆지기는 오늘 찾은 핸펀으로 문자를 보내 왔다.

아니 내가 먼저 핸펀은 괜찮은지 문자를 했더니만 핸펀 액정에 구름이 떠 다닌단다..

습기가 차서일까 액정에 약간 이상이 생겼지만 쓰는데는 문제가 없다는..

그럼 다행인가..그래도 바꾸라고 문자를 보냈다.

핸펀을 잃어버려 4일동안 연락할 수 없자 정말 이상한 세상에 사는 듯한 느낌이 들기도 하고

너무  조용한 것이다. 울릴 것이 울리지 않으니...다시 이제 문명세상이 연결되었다고 해야하나.

아직 녀석은 우리와는 인연인 듯 하다.

 

오늘 뒷산에 가려다가다 그만 두었다. 산에 가서 쑥을 뜯을까 했는데

어제 돌아다녀서 밀린 일이 있어 하다보니 조금 늦어져 가기가 그랬다.

집안에서 바라보는 뒷산은 괜히 내 마음을 흔들흔들 흔들어 놓는다.

내일은 꼭 뒷산에 가봐야지..금요일쯤엔 다시 봄비가 내린다고 하니...

 

옆지기가 퇴근하고 핸드폰에 대하여 이야기를 하다가 여시를 보았는데

뭔가 얼굴이 이상하다. 가만히 보니 오른쪽 눈 밑이 퉁퉁 부었다. 낮에 그곳을 만지려고 하니

기겁을 하고 '깨깽' 거리더니 이가 아픈것인지 다른 곳이 아픈것인지..

도통 알 수가 없다. 이럴 때는 정말 여시가 말을 할 수 있다면...

죽을 고비를 한번 넘겼고 4월25일은 '호야'가 죽은 날이기도 하여 마음이 짠하다.

그런데 오늘 여시가 이렇게 아픈것을 보니 어쩐다...걱정이다.

아직 녀석은 우리와 함께 할 시간이 많이 남은 듯 한데...늙긴 늙은 것인가...

 

2012.4.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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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벚꽃 구경 갈까요

 

각원사 좌불상

 

친구와 인근 학교에 벚꽃축제 구경을 가서 좋은 시간을 보내고 있는데

친구의 남편도 구경을 하러 왔다. 집이 근처라 왔던 것.

둘이서 신나게 사진 찍고 수다 떨고 하고 있는데 슬며시 다가오는 친구의 남편,

그렇게 함께 남은 공간을 구경하고 내려가는데

'왕벚꽃 구경'을 가자고 한다,태조산 각원사로..

여기도 아직 벚꽃이 다 피지 않고 조금 이른감이 있는데 피었을까..

암튼 바람 쏘이러 가자고 하니 좋긴 한데 괜히 미안하다. 그래도 친구랑 함께 고고..

 

 

 

  

 

 

 

벚꽃축제에 간 것도 3시가 넘어서였는데 각원사에 온 것은 조금 늦었다 싶은 5시30분...

올라오니 바람도 차고 땀이 식어서일까 바람이 차다. 벗었던 바람막이를 다시 입고 올라갔는데

에고,아직 왕벚꽃이 피질 않았다. 몽오리만 종종 매달려 있다..

다른 곳에도 마찬가지이다. 이곳은 벚꽃도 아직이다.

산이라 그런가 늦은가보다.

그래서 그냥 각원사 좌불만 구경했다.

 

 

 

 

 

 

 

 

 저녁 예불인지 타종을 하는 스님..종소리가 너무 좋다.

 

윤달이 끼어서일까 좌불상 앞에는 '윤등' 이 달려 있다.

갖가기 소원은 빨간등 노란등 파란등에 매달려 바람이 흔들흔들~~~

물론 등은 모두 프라스틱이다. 소원이며 주소 이름도 번지지 않게 매달려 있고

나도 올해는 딸들을 위해서 등을 달아야 할텐데..

 

약간 높다가 바람이 차다.

한바퀴 돌고 왕벚꽃도 피지 않아서 그냥 내려가자고 했다.

가는 길에 친구부부가 저녁을 먹고 가라고 한다.미안하게..

그렇다면 내가 사줘야겠다 하고는 추어탕을 먹으러 갔는데

친구네가 잘 가는 곳은 문을 닫았고 다른 곳으로 향하였는데

그곳은 난 처음 가는 곳이다.

 

 

 

 

 

그래도 친구네와 함께 먹으니 맛있다.워낙에 나도 추어탕을 자주 먹으러 다니기에..

추어탕을 먹고 작은 무쇠솥에 밥을 해주고는 누른밥까자 해 주어서 그것까지 몽땅...

아구구 배가 불러서 일어나려는 순간, 친구가 계산을 하고 말았다..

이런..미안하게..그리곤 우리집까지 태어다 준다는..

그렇다면 지저분 환타스틱하지만 울집에 잠깐 들렀다 가라고 했다.

벚꽃구경을 하기 전에 친구네 집에 들렀더니 예전에 준 군자란을 얼려서 죽였단다.

마침 난 분갈이를  해 놓았던 것이 있으니 하나 가져가라고 했더니 미안하다며

올라가지 않겠다고 하는 것을 친구 남편까지 지저분해도 올라오라고 해서

군자란 화분 하나와 아마릴리스 씨앗으로 키운 것을 주었다.

거기에 친구는 책 두권까지....ㅋㅋ

오늘 친구한테 미안하기도 하고 고맙기도 하고..암튼 너무 좋은 시간을 가졌다.

기분이 꿀꿀하기도 하고 혼자 방황하기 보다는 이렇게 친구와 좋은 시간을 가졌으니

정말 좋다. 친구와 언제 한번 진짜 우리만의 여행을 떠나고 싶다.

 

2012.4.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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