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날,큰딸 만나러 가다

 

 

 

작은오빠의 일요일 결혼식으로 하여 옆지기가 월요일을 경조로 쉬게 되었다.

값진 휴가,가까운 곳에 여행을 다녀오자고 미리 이야기를 했었는데 막상 월요일이 되니

큰딸에게 나녀와야 할 듯 하다. 며칠전 병원에 다녀오라고 전화를 했다고 골이 나 있던 큰딸,

지난 주 내게 삐져서 연락도 하지 말라고 하더니 일요일 늦은 시간 전화를 해 왔다.

'엄마,내가 미안해서... 외삼촌 결혼식은 잘 다녀왔어'

녀석 그럴거면서 투정을 부리기는... 반찬들 가지고 올라간다고 하니 오지말란다.

엄마와 아빠가 와도 학원에 있으니 안볼거라면서.. 아무려나..

 

그런데 아침에 일어나니 피곤해서 그런지 결석이 있는 신장에 통증에 있어서 일찍 일어나질

못하겠다. 누워서 조금 찜찔을 하고는 약간 가라 앉은 상태에서 일어나 아침을 먹고는

바로 내가 담은 얼갈이물김치와 친정에서 가져온 열무김치 지난주에 담아 놓은 깍두기며

오이부추김치 달걀장조림을 반찬통에 덜어서 담아 가져갈 것을 준비했다.

오고 가는 길에 먹을까 하고는 빵과 딸기잼 그리고 메밀차도 준비해서 넣었다.

작은오빠 결혼식에서 가져 온 폐백용품중에 대추와 밤을 친정에서 가져왔는데

막내도 몇 개 까서 생율을 싸주고 남은 밤을 모두 까서 큰딸에게 가져다 주기 위해 준비했다.

녀석들은 생밤 깐 것을 잘 먹는다. 그렇게 준비하고 나니 한가방이다.

 

아침 일찍 서둘렀으면 점심시간이나 오전에 도착했을 터인데 평일이라 고속도로가 밀리지 않으니

한시간여 달려서 갈 수 있었다. 도착하니 한시 반경,학원비 결제를 하고 샘과 상담좀 하고..

그러다 잠깐 기다리니 쉬는 시간이라 녀석의 얼굴을 잠깐 보고 가기로 했다.

샘이 말했는지 '엄마,아빠~~~' 하며 밝게 웃으며 나오는 녀석...

오지 말라고 하더니 좋아서 난리다. 쉬는 시간 십분,짧은 만남에 짧은 대화를 하고는

녀석이 사는 방에 가서 방청소도 하고 욕실청소도 하고 냉장고에 있는 빈 통들 정리하고

반찬을 새로 정갈하게 옮겨 넣고 정리했더니 시간이 훌쩍,낙원상가에 구경갔다가 내려 갈까 하고는

시간을 보니 들렀다 내려가면 늦을 것도 같고 피곤하기도 하여 다음에 시간내보기로 하고는

오늘은 딸을 만나고 반찬들 가져다 준 것으로 만족하자며 내려가기로 했다.

 

내려가는 길은 더욱 한산하니 정말 고고씽이다.그냥 바로 집으로 가면 재미가 없다며

옆지기가 고속도로 휴게소에 들렀다 가자고 하여 집 바로 근처 휴게소에 들러 떡라면과 우동을

먹었다. 뭐 이른 저녁겸이다. 그렇게 먹고나니 배도 부르고 집에 들어가기도 그러고 하여

집주변 저수지에 들러 한바퀴 산책겸 돌았다.딸 보고 온 것이 여행 다녀온 것보다 더 좋다며

이제 딸들 보러 다니는 것이 여행이 될것 같다며 말하다보니 우리가 부쩍 나이가 든 것 같은..

암튼 하루 별 볼일 없이 지나갔지만 딸의 밝은 얼굴을 보았으니 다행이다.

모두 힘내서 올 한해를 이겨낸다면 꼭 좋은 일이 있을 것이다.

 

2012.3.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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늦은 출발,행복하세요

 

 

 

 

일요일,드디어 마흔 아홉해 독신을 고집한것인지 때가되지 않아 못간것인지

암튼 식구들 속 어지간히 썩히며 그동안 여기서 저기서 터지고 다니기만 하던 울 작은오빠,

드디어 짝을 만나 결혼을 하게 되었다.

 

전날 왜 내가 잠을 이루지 못한 것인지..암튼 2010년에 먼저 가신 아버지도 생각나고

별별 생각에 잠을 못 이루다 일찍 일어나 결혼식장에 갈 준비를 하는데 정기외출을 하여 집에

와 있던 막내가 수행도 있고 가면 학교에 들어갈 시간과 준비도 빠듯할 듯 하다며 안간다고 하여

옆지기와 둘이 가게 되었다. 서울에 있는 큰딸도 참석 못하는 것은 마찬가지...

 

언니가 한복은 모두 찾아 온다고 하여 예식장에서 갈아 입기로 하고 한시간여 일찍 가기 위하여

집에서 정말 이십여년만에 첨으로 화장을 했는데 옆지기도 막내도 어색하다며 지우란다.

그런 얼굴을 보지 않았으니 영 어색하도 하는데 난 이런 날은 화장을 해야 한다며

알레르기도 참고 겨우 하고는 식장으로 향해서 한복을 갈아 입으려고 하는데

식구들은 먼저 갈아 입고 머리단장도 하고 화장도 했다.

 

마지막으로 옷을 갈아 입고 식장으로 향했는데 여기저기 날 보고 이쁘다고 하니 기분은

좋았다. 아는 어닌들이 '예,이십대랑 똑같다..' 빈말이라도 그런 말을 들으니 기분이 훨훨..

멀리서 와 주신 친지들 찾아 인사하고 사진에 담느라 정신이 없었다.

그리곤 신부를 찾아 사진도 함께 찍어 주시는데 언니와 난 똑같은 한복을 했더니만

지나가기만 하면 '시누이들 아냐..' 하며 말을 하는 것이 다 들린다.

암튼 내 결혼식도 아닌데 괜히 기분 설레이며,아니 언니랑 올케는 속치마가 얌전한 것인데

어찌 나만 페티코드,철망을 준것이다. 신발도 다른 이들은 꽃신을 주고 난 그냥 평범한 것..

늦게 옷을 맞추러 갔더니만...ㅜ 그래 그야말로 붕한 몸으로 식장을 휘저으며 사진을 찍으러 다녔다는..

 

오십을 앞둔 노친네 결혼이라 그런지 사진 찍는 이도 없고 난 내 기록 차원에서 마구마구 눌러

주셨는데 예식이란 눈깜짝 할 사이 지나가 버리고 가족들 사진 찍고 부케 던지고 친구들

자신찍고 했는데 난 그시간에 간만에 꽃단장을 하신 엄마와 오래간만에 모인 친지들

사진 찍느라 정신이 없었다. '작은엄마랑 고모도 찍으세요.. 애 너희들도 찍자..'

하며서 엄마랑 우리도 찍고 조카들하고도 찍고 사촌들 하고도 찍고 작은집 식구들 하고도 찍고..

암튼 부케 던지는 줄도 모르고 식구들과 사진 찍느라 정신이 없었다.

 

그리곤 바로 폐백을 한다기에 그곳에 가서 식구들하고 밀린 이야기 잠깐 사는 사이

폐백이 시작되어 곧 바로 찍사 노릇을 하느라 마구마구 순간을 담느라 정신이 없고

우리가 받을 때는 사촌들에게 찍으라 하여 겨우 처음부터 끝까지 완전하게 맘에 들지는 않지만

줄거리가 있는 작은오빠의 늦은 결혼식을 모두 담았다.

 

처음에 촛불으 켜고 자리에 앉으시던 울엄마 눈물을 줄줄 흘리고 계시다.

내가 바로 뒤에 앉았으니 보았지... 옆지기에게 내 가방에서 휴지를 꺼내 드리라고 하고는

난 바로 사진 찍느라 정신이 없었는데 주례사를 하는 동안 앞에 나가 사진을 찍고 돌아오니

울엄마 너구리가 되어 있다. 눈화장을 해 놓았는데 우셔서 그야말로 새까맣게 눈주위가 번져

너구리가 되었던 것. 부모님께 인사할 때 보니 작은올케도 작은오빠도 울고 있다.

울엄마도 우시고... 아버지가 계셨더라면 정말 좋았을 자리인데...

아버지는 마지막 가시면서 늘 엄마께 '작은놈 장가를 보내지 않아 내가 마지막에 눈을 못 감을 것 같어'

라고 늘 말씀하셨다면서 엄마가 아버지 가시고 말씀 하셨었다.

'그런데 어떻게  니아버지 그런 말씀 하시더니 그렇게 편안하게 눈을 꼭 갘고 가셨는지 모르것다.'

라고 하시던 엄마,엄마는 아마도 사람들 없었다면 펑펑 소리내서 우셨을 것이다.

'엄마 울지마셔요..화장 다 번지네.. 좋은 날 왜 우셔.. 이제 좋은 일만 있을거야.'

라고 해서 겨우 눈물을 진정시켜 놓았는데 계속 눈을 못 뜨고 계시던 울엄마...

 

그래도 예식이 끝나고 '엄마 우리랑 사진 찍자..언제 이렇게 꽃단장 할 날이 있겠어..'

했더니 '사진 안 찍어... 지랄한다.. 뭔 사진이래..' 하시더니만 잘도 찍으시던 울엄마,

그렇게 하여 엄마랑 모처럼 꽃단장 한 울 딸들이 함께 사진도 찍고 사위랑도 찍고

혼자 되신 작은엄마랑 고모랑도 찍고 식구들과 추억의 사진을 마구마구 눌러 주셨다.

예식이 끝나고 바로 자유여행으로 신혼여행을 가겠다는 작은오빠와 작은올케를 보내고

집에 돌아와 막내를 학교에 들여보내기 위하여 준비를 하고는 시골에 갈 준비도 했다.

막내는 식장에 가지 못한 것을 사진으로 만나고 학교에 들어갔다.

막내를 보내고 언니와 함께 친정으로 향하여 큰오빠네와 함께 엄마와 함께 저녁을 먹었다.

아버지가 없으니 늘 빈것 같은 느낌,하지만 이제 작은오빠가 짝을 찾았으니 덜하리..

그리고 겨울엔 큰오빠의 딸도 결혼식을 하게 되었다. 조카사위를 보게 된 것이다.

올핸 정말 바쁘게 생겼다. 울딸들 대입도 있어서 위로 아래로 왔다갔다 해야 하는데...

 

친정엄마와 저녁을 먹고 큰올케와 오빠는 먼저 가고 언니와 난 남아서 엄마와 이야기를 나누다

쓸쓸해 하지는 엄마를 혼자 남겨 놓고 오기가 무엇해서 밤 11시 넘어서까지 있다보니 피곤,

언니네 들려서 엄마의 김장김치를 그곳에 가져다 놓았다고 해서 김치도 담아오고

언니가 준 막걸리에 간장에 잰 달래도 얻어 오고 그렇게 하다보니 집에 오니 12시가 훌쩍 넘었다.

피곤한 하루,생각해보니 정말 긴 하루였다. 지나고나면 별거 아닌데 준비하는데 탈도 많고

말도 많고..그래도 무사히 모든 일이 끝나고 신혼부부는 여행 잘 떠나서 다행이다.

엄마도 이제부터는 두다리 쭉 펴고 주무실 듯 하다. 모든 시름 다 내려 놓으시고 건강하시게

그저 오래오래 우리 곁에서 사시길 바랄 뿐이다.

늦은 출발을 하는 울오빠는 남들보다 배로 행복하게 살기를...

 

2012.3.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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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삭아삭 오이부추김치

 

 

 

 

*준비물/오이,부추,양파,당근,그외 양념류

 

*시작/

1.오이를 먹기 좋은 크기로 깍둑 썰듯이 한다.

2.부추도 알맞은 크기로,오이에 맞게 잘라 준다. 너무 길게 잘라주면 굴러 다닐 수도 있다.

3.양파는 얄팍얄팍하게 채썰어 준다.

4.당근도 얄팍하게 채썰어 준다.

5.위의 재료를 넣고 천일염을 알맞게 넣은 후에 입맛에 맞게 액젓,새우젓,고추가루,통깨,

다진마늘,생강가루,그외 양념류를 입맛에 맞게 약간 넣고 버무려 준다.

 

 

마트에 가니 오이가 하나에 '990원' 이다. 지금은 모두가 비닐하우스 제품들이지만

그래도 봄이라고 한번 입맛을 들이니 새것이 맛있다.

올해 오이부추김치는 벌써 몇 번째인지 모른다. 큰딸에게도 담아다 나누어 주고

막내가 올 때도 늘 식탁 위에 올려주고..봄 부추는 대문도 걸어 잠그고 먹는다는데

봄부추 가격도 만만치 않다. 겨우 한줌도 넣지 않은 것이 '1500원'..

오이4개,부추 한 줌,양파 반개,당근으로 오이부추김치를 간단하고 빠르게 담아

저녁 식탁에 올렸다. 바로 버무려서 먹어도 아삭아삭 맛있는 것이 바로 오이부추김치다.

울집 막내는 특히나 이 오이부추김치중에 '오이'를 무척이나 좋아하기에 녀석이 올 때마다

바로바로 버무려서 주고는 한다.어젠 얼갈이열무물김치를 담았는데

나와 옆지기는 먹기 좋은데 맛있고 녀석은 익지 않았다며 투정...

익으면 바로 시어져서 먹기 싫은데 애들 입맛은 또 다른다. 나 역시나 어릴 때는

부글부글 끓어야 먹었다. 친정엄마가 늘 하시는 말씀이,

-제는 부글부글 하는것이 뭐가 그리 맛있다고 밥 말아 먹었는데 지금은 먹지도 않어.

그랬다. 예전에는 정말 하얗게 곰새기가 껴야 먹었는데 지금 그런 것은 바로 '아웃'인데

옆지기가 또 이런 것을 좋아해서 얼마나 좋아하는지...

 

봄이라고 이런 입맛 한 번 들여놓으니 김장김치 먹기가 싫다.

그래도 김치 냉장고에서 금방 꺼낸 김장김치를 썰어 황태국에 밥 말아

김장김치를 올려 먹으면 얼마나 맛있는지..오늘 저녁은 얼갈이열무물김치에 깍두기에

오이부추김치 부대찌개 미니프랑크계란장조림에 상추초무침등 식탁이 풍성하다.

그야말로 봄이 온 듯한 밥상이다.이런 채소는 미리 먹어서 그런지 제철에는 또 식상하기도 하다.

요즘은 그야말로 식탁에서부터 미리 계절을 느끼는 듯 하다.

 

2012.3.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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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독의 권유 - 시골에서 예술가로 산다는 것
장석주 지음 / 다산책방 / 201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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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가 사는 곳은 나에겐 추억이 있는 곳이기도 하며 가끔 가는 산인 서운산이 있는 곳이라 더 와 닿는다. 옆지기와 연애를 하던 시절,그는 차를 몰고 어디론가 시골길을 달려갔다. 분위기가 좋은 카페가 있다고 하며.그렇게 달려 간 곳이 금광저수지고 그 근처에 있는 미술관겸 카페다. 그곳에 한번 가고 나서부터는 가는 길도 좋았고 그곳에서의 추억도 있고 해서 아이들이 어려서도 몇 번 갔던 곳이다. 산이 둘러서 있어 참 좋은 곳이라는 생각을 했는데 그곳이 고향이 친구를 만나고 그렇게 하여 내겐 더없이 마음에 드는 곳으로 낙점,그렇게 하여 산행도 잘 하지 못하면서 서운산 산행도 가끔 가기도 하여 건강을 다지고 자연과 좀더 친해지는 계기가 되었다. 그곳에만 가면 마음이 안정되고 왠지 모르게 안식처를 찾은 것처럼 좋다. 가끔 시간이 나면 옆지기에게 가자고 하여 그 주변을 가기도 하는데 산도 좋고 물도 좋고 볼거리도 많고 정말 좋은 곳이다.

 

삼십여년의 서울생활을 접는 다는 것은 큰 결심 아니고는 가시 힘들 듯 하다. 지금은 귀농이다 뭐다해서 일부러 자연을 찾아 내려오는 사람들도 많지만 십여년이 지난 시간의 여유가 있으니 마음을 단단히 잡았을 듯.거기에 정말 어마어마한 양의 책을 가지고 계시다고 하니 우리집 같은 경우도 이삿짐이 많아서 이사를 할 때 남들의 배의 배도 넘는 이사비용을 내야했지만 짐을 옮기는 분들이 정말 고생을 했다. 뭔 짐이 이렇게 많냐고.하지만 지금이 더 많아졌는데 책의 양이 장난이 아니었을 듯 하다. 하지만 책에게도 사람에게도 집을 장만하여 내려온다는 것은,자연과 하나가 되는 장소에 안주한다는 것은 부러운 일이기도 하다. 하지만 막상 시골생활은 머리로 하는 것이 아니라 늘 시골분들이 하는 말처럼 몸이 고달프다고 부지런히 몸을 놀려야 하는 생활이다. 모르면 배우고 물어보고 그렇게 이웃이 되고 자연과 하나가 되어가다보면 그 또한 자연인이 되어가리.

 

투두둑 빗방울 소리보다 큰 알밤 떨어지는 소리를 벗하고 산에 걸린 안개와 함께 하며 누리는 고달픔은 왜 그리 낭만으로 들리는지. 도시에서는 전혀 눈에 들어오지 않던 야생화며 나무들의 열매와 꽃과 그리고 느리게 가는 시간을 여유자적하는 생활이 고달프면서도 언젠가는 나도 누리고 싶은 로망의 시간이라 그런가 한 줄 한 줄 그저 알밤을 까먹듯 오도독 오도독 씹어 먹어 본다. 자연을 향유하며 고독을 향유하는 그 긴 시간들이 더디 가는 속에서 시 한 편 써서 들려줄 견공이 있고 텃밭을 지키는 노모가 있고 뒷산에는 밤나무 숲이 있어 하루가 심심하지 않을,산책하는 시간에는 함께 시골길을 걷고 싶은 생각이 절로 난다.

 

도시의 생활은 어쩌면 네트워크의 시간이다. 무언가 연결되지 않으면 소외 된 듯 하고 늘 손에서 놓을 수 없는 핸드폰마져 몇 시간 없으면 안절부절,그야말로 무인도에 홀로 떨어지는 기분이겠지만 시골 생활이란 그런 모든 기계적인 것에서 멀어진다고 볼 수 있다. 기계로는 얻을 수 없는 더 많은 것들을 소유할 수 있고 향유할 수 있고 그러기에 그는 '권유'라고 하지 않았을까.시행착오를 거쳤지만 해보니 몸에 좋은 함께 누리고픈 시간들의 여유가 한 줄 한 줄 모두에 꼭 꼭 담겨 있어 나 또한 읽는 동안에는 그 오래된 추억속의 그 길을 떠올려 보며 그속으로 잠영해 본다. 하지만 우리네 몸은 언제부터 도시의 시계에 맞추어져 있는 것인지 늘 마음 속에만 여유로운 시골생활을 저장해 두고 막상 용기를 내어 꺼내어보질 못한다. 나 또한 그런 삶을 원하면서도 한 편으로는 꼭 물음표를 마지막에 써본다. 남이 누리는 생활은 여유롭지만 내가 누린다면 정말 여유가 될까? 그 속에서 책을 읽고 글을 쓰고 시를 쓰고 산책을 하고 음악을 듣고 그동안 저 깊은 곳은 동굴속에 감추어 두었던 희망을 꺼내어 그곳에서 갈무리 하여 빛을 내볼 수 있을까?

 

'봄은 꽃들의 난장이다. 촛불 같은 꽃봉오리를 피워올린 목련이며,담장마다 무더기로 피어나 땅을 향해 둥글게 휘어지는 노란 개나리꽃 덤불, 진달래꽃 따위가 한꺼번에 만개한다. 온갖 봄꽃들이 시끌벅적대는데,무청에 파란 싹이 돋아나는 동안 골목엔 사각사각 연필 깎는 고요가 소리 없이 익어간다.'

 

'저수지 주변에 띄엄띄엄 서 있는 나무들은 오래된 침묵을 가사처럼 두르고 있다. 수행이 깊은 노스님 같다. 해가 뜨기 전까지 나무들은 침묵을 감싸안고 있는 안개 가사를 두르고 물을 굽어볼 것이다. '걷는 자'는 아직 미숙한 인생을 살고 있지만, 걷기의 쾌락에 빠져 천천히 나무 아래를 지나가는 것이다.'

 

그곳에 가 본지 정말 오래 되었다. 근처에 가 본 기억도 가물가물하고. 하지만 기억속의 미루나무하며 초록빛 물이며 한겨울 따듯한 유자차를 마시고 있던 카페에서 내다 본 창 밖 풍경,갑자기 소리도 없이 함박눈이 내려 온세상의 풍경을 바꾸어 놓았던 그 시간들은 고스란히 저장되어 어제일 처럼 기억이 난다. 물빛도 나무도 모두 초록빛이었는데 따듯한 유자차를 한 잔 마시는 사이 세상이 하얗게 변했다. 소복소복 쌓인 눈 속을 조용히 조용히 빠져 나오던 그 시간, 그 시간이 그리워지게 만드는 글들이다.커다란 창으로 자연이 내다 보이는 곳에서 새벽에 조용히 홀로 깨어 책을 읽고 글을 쓰는 기분은 어떠할까? 고독을 벗하여 오롯이 그 시간을 나의 것으로 만드는 시골생활의 맛은 어떤 것일까? 그가 내디딘 모두의 걸음은 알 수 없어도 어느 한 걸음은 그 맛을 알것도 같은 기분,청룡이 머문다는 그곳으로 가서 시원한 바람을 맞고 싶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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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비 내리는 날,군자란이 활짝

 

 

 

화단에 날마다 들어가지만 정말 들어갈 때마다 깜짝깜짝 놀란다.

어쩜 하루가 다르게 활짝 활짝 피고 있다.

아직은 반정도 피었다고 볼 수 있는데 그래도 드문드문 활짝 핀 것들이 있어서일까,

그야말로 군자란 꽃불이다. 주황빛 꽃불이 일어난 것처럼 울집 화단은 화안하다.

 

 

 

 

군자란

 

 

보면 볼수록 녀석의 매력에 빠져든다.

겨울을 호되게 베란다에서 나야만 이렇게 이쁜 꽃을 피운다.

워낙에 화단에 가득찬 화분이라 옮기지도 못하지만 꽃도 사람도 고통의 시간을 지나야

아름다운 꽃을 피울 수 있다. 인내의 시간이 필요한 것이다.

그리고 아름다움은 하나가 있는 것보다 무더기로 모여 있을 때 더 아름답다.

군락고 있으면 저마다 시샘을 하는지 먼저 피는 녀석도 나중에 피는 녀석도..

저마다 개화의 시간은 다르지만 그래도 비슷하게 피워주니 반갑다.

미리 가을과 이른 겨울에 핀 녀석도 있다.그때는 꽃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았었는데

인고의 시간을 거치고나니 그야말로 화안하다.

 

 

울집 화단은 우리보다도 건너편 집들에서 더 많이 볼 듯 하다.

우린 들어가야 비로소 그 아름다움을 볼 수 있는데

건너편에서는 바라보면 보이니..

 

유리창밖은 봄비가 부슬부슬...

유리창안은 봄이 가득...

그야말로 창 안과 밖의 세상이 모두 봄이다.

 

아젤리아

 

 

군자란 옆에서 아젤리아가,나도 봐 주세요~~~

하듯이 내 발길을 잡는다.

어제 오늘 마트에 갔더니만 봄이라 작은 화분들이 있다.

아젤리아 꽃베고니아 장미허브....

꽃베고니아와 아젤리아를 데리고 오고 싶어 어제도 오늘도 앞에서 왔다갔다...

올봄 어떤 녀석을 울식구로 데리고 올진 모르지만

무튼 꽃이 있으니 몸은 피곤해도 마음은 화안해서 좋다.

 

2012.3.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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