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전 분명히 배웠고 읽어 보았을터인데 기억이 잘 나지 않는다. 그런 의미에서 이번 <금오신화>는 기억을 되살리는 기회이기도 하며 다시 한번 각인하는 좋은 기회가 되었다. 우리나라 최초의 소설이라는 의미에서 '최초' 는 어떻게 쓰여졌을까 했는데 지금 읽어도 그리 껄끄럽지 않은 것을 보면 사람 사는 이야기는 예나 지금이나 별반 다르지 않다는 것을 느낀다. 소설은 '만복사저포기' '이생규장전' 취유부벽정기' '남염부주지' '용궁부연록' '서갑집후' 로 나뉘어 있다. 이승과 저승의 삶이 한데 어우러지기도 하고 인간계와 선계가 어우러지는가 하면 혹은 염라국과 혹은 용궁과도 모든 세계를 아우른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그 이야기들은 해피엔딩이 아니다. 작가의 현실이 잘 녹아 있다고 하는데 그가 어려서부터 뛰어난 재능을 가지고 있었지만 현실과 적절하게 부합하지 못함이 작품속에 그대로 녹아 있는 것인가 이야기의 끝은 '일장춘몽' 처럼 자고 일어나니 흩어져 없어진 것처럼 사라지고 만다. 취유부벽정기에 이런 귀절이 나온다. '아스라이 생각해 보니 꿈인 것도 같고 아닌 것도 같고, 생시인 것도 같고 아닌 것도 같았다.' 그의 작품에 대하여 이야기 하는 듯 하다. 모든 이야기들이 꿈인 듯 생시인 듯 손가락 사이로 모두 빠져 나간 시간처럼 느껴진다. 만복사저포기...남원에 사는 양생은 만복사에 가서 부처님과 저포놀이로 내기를 한다. 따지고 보면 부처님과 내기를 했다기 보다는 혼자서 놀이를 한 것인데 부처님전 앞에서 했으니 그리 이야기 할 수도 있겠다. 자신이 염원을 하고 바로 아리따운 여인이 나타나자 그녀와 정을 통하게 된다. '오늘 저는 부처님과 저포 놀이를 할까 합니다. 만약 제가 지면 음식을 장만해서 공양을 드리고,만약 부처님께서 지시면 아름다운 여인을 얻고 싶은 제 소원을 이루어주시는 겁니다.' 어찌보면 부처님전에서 무지막지 했지만 그래도 이쁜 여인을 만나게 되었지만 그 여인이 다름 아닌 이승의 여인이 아닌 저승의 여인,하지만 그들은 아름다운 시를 통해 정을 나눈다. 작가의 장점이 잘 드러나는 부분이다. 어찌되었든간에 현실감이 없는 사랑은 여인의 한을 풀어주고는 꿈인 듯 생시인 듯 그런 이야기로 종결이 나고 만다. 이생규장전도 만복사저포기처럼 사랑이야기다. 하지만 그와 비슷하게 현실감이 없는 이야기로 비현실적이면서도 아름다운 시로 서로의 마음을 통하는 그들의 사랑, 그리고 전쟁으로 모든 것을 잃게 되고 정인마져 잃어버리게 되었지만 마지막 사랑을 나누듯 현실에서 사라져 버리는 물거품과 같은 비극적인 사랑으로 끝나고 만다. 왜 해피엔딩의 사랑이야기는 없을까. 아니 이승의 사랑은 이승의 사랑과 연결이 되었다면 더 좋았을텐데 처음부터 이루지 못할 대상인 저승의 여인과의 만남이다. 그렇게 연결된 사랑은 짧지만 일장춘몽과 같은 시간을 겪고는 사라져 버린다. 비현실적인 이야기보다는 좀더 현실적인 이야기였다면 어떠했을까 하는 생각을 가져본다. 하지만 그 이야기들 속에는 아날로그식 '연시' 가 등장을 하니 맛이 새롭다. 문명의 이기에 사라져 버린 손글씨로 쓴 손편지나 연서등을 오래전 이야기처럼 잊고 있었다면 아련함을 아니 좀더 정적인 면을 아름다운 시에서 느껴보는 것은 어떤가.모든 이야기들은 비현실적이고 비극이라면 소설속에 등장하는 아름다운 시들은 진정한 그의 마음일지도 모른다. 이야기는 조금 현실감이 없지만 사람이 살고 죽는 것은 예나 지금이나 같은 길, 비현실적인 이야기 속에서 또 다른 세상을 느껴본다.문득 소설을 읽다 여고시절 작품을 무척인 재밌게 읽어 주시던 선생님의 모습이 떠올랐다. 오래전 시간인데 갑자기 어제일처럼 생각난 것은...읽어야 함을 느끼면서도 자의든 타의든 이제서라도 작품을 만나 것은 행운이다.
'네 소원은 무엇이냐?' 라고 묻는다면 '내 소원은 대한 독립이오.' 라고 말할 것이다. 그 다음 소원은 무엇이냐? 하면 '우리나라의 독립이오.' 또 그 다음 소원은 무엇이야? '나의 소원은 우리 나라 대한의 완전한 자주 독립이오.' 라고 대답할 것이다.' 라고 말한 백범 김구선생의 탄생에서 죽음까지 그의 일생이 보여주고 있는 그 모든 것들을 총망라 한 책이라 볼 수 있다. 그가 자신의 후대에게 말해주기 위하여 오십세가 넘은 나이에 쓴 자서전을 좀더 쉽게 풀어 놓은 책이라 그런지 다른 책보다 쉽게 다가갈 수 있는 책이다. 그의 이야기를 비롯하여 그와 맞물린 사건 인물 역사의 이야기들이 사진과 지도 등으로 좀더 다양한 면에서 보여 주고 있어 그의 생을 좀더 멀티적으로 다가갈 수 있으며 한인물만 드러낸 것이 아니라 우리나라 격동기의 역사와 인물들이 얽혀 있어 그 시대의 역사를 읽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역사에 대하여 모르는 것이 많기에 이 책이 아니 다른 책으로 그를 읽으려 했는데 손을 대지 못하고 있다가 고등학교 딸이 이 책을 읽는 것을 보고는 나도 우연히 펼쳐 들었다가 읽게 되었다. 언젠가 느낌표 책으로도 선정이 되고 아이들 수행평가 책으로 많이 이용되는 책인 듯 한데 그만큰 격동기의 우리 역사에서 큰 획을 그은 사람으로 자신이 평가하는 것보다 남이 그리고 후손이 생각하는 평가치가 크기 때문이 아닐까 한다. '내가 이 책을 발행하는 데 동의한 것은, 잘난 사람으로서가 아니라 못난 사람이지만 민족의 한 분자로 살아간 기록이기 때문이다. 하층민 백정과 평민의 범부를 의미하는 백범白凡이라는 내 호가 이것을 의미한다. 내가 만일 민족의 독립운동에 조금이라도 공헌한 것이 있다면,그만한 것은 대한사람이라면 누구나 할 수 있는 것이다.' 과연 그럴까? 대한사람이라면 누구가 할 수 있는 일일까? 책을 읽다보니 대단하다. 아니 누구나 할 수 있는 일이 아닌 듯 하다. 뜻이 있고 생각이 있고 행동으로 옮길 수 있는 패기가 있는 사람만이 할 수 있는 대단한 일들이 많다. 어찌보면 남보다 더 용기가 뛰어났던 사람이라고 해야 하나.누구'나 자신의 목숨을 내 놓으면서까지 나라를 구하고 백성을 구하려고는 하지 않는다. 그는 뼛속까지 '나라와 국민' 이 박혀 있는 듯 하다. 양반이었지만 선조의 잘못으로 양반임을 숨기고 고향에서 멀리 해주땅으로 숨어 들어 양반들 틈에서 치욕을 당하며 살아야 했던 억눌린 삶에서부터 그의 불의의 보면 못 참는 성격이 형성이 된 듯 하기도 하다. 어찌 한가지만으로 인성이 형성되었을까 만은 정말 범부로서 감히 품지 못하는 생각들이 그에겐 그득한 듯 하다. 시대가 영웅을 낳은 것일까. 양반이었지만 양반임을 숨기고 상놈으로 궁핍하고 굶주린 삶 속에서도 배우고자 하던 욕심을 버리지 않고 교육을 받고 있는 자가 아닌 없는 자의 편에 서서 아니 옳은 일에 뜻을 두고 움직인 그,그의 스승인 고선생을 만나 일생의 가야할 길이 더욱 굳건하게 정해지고 또 그렇게 움직이며 살지 않았을까. 한참 질풍노도의 시기에 '치하포 사건' 으로 일본인을 죽여 왕비를 시해한 그들에게 일개 백성으로 복수를 하 듯 떳떳하게 자신의 행동을 감추지 않고 드너내 놓고 응당 자신의 죄에 합당하는 댓가를 치른 것에서부터 그의 질곡의 인생은 시작인 듯 하다. '가지를 잡고 나무에 오르는 것은 대단한 일이 아니다. 벼랑에 매달려 잡은 손마저 놓는다면 가히 대장부로다.' '마음 좋은 사람' 되는 것이 소원이었던 사람 김창수,그가 가는 길엔 늘 사건이 따르고 사람이 따른다. 낭중지추라 했다. 감추려 해도 뛰어난 것은 언젠가는 드러나게 되는 법,범부 속에 숨으려 해도 늘 모든 사람 위에 우뚝 드러난 사람 백범은 자신의 위해 움직인 것이 아니라 백성과 나라를 위해 움직이느라 평민으로 해야 할 결혼마져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았지만 늦은 나이에 그래도 뜻이 맞아 연을 맺었지만 그 또한 긴 행복으로 이어지지 못하였다. 하지만 그의 뒤에는 늘 '어머니' 라는 존재가 우뚝 서 있어 그의 버팀목이 되어 주었다. 그의 인생이야기를 읽다보니 '어머니' 또한 대단한 인물이었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자식이 저지르는 일을 올바르다 생각하고 늘 자식편에 서서 자식의 뒷바라지를 했던 든든한 버팀목,그런 어머니가 있었기에 더욱 그가 소신것 행동하며 나라를 위해 아니 독립을 위해 한 발 나아갈 수 있지 않았을까. 그의 삶을 다른 사람이 아닌 그가 썼기에 더욱 특이할 만하고 와 닿는다. 부풀려지거나 거짓됨보다는 자신의 삶을 되돌아보듯 자신의 삶을 남겨 놓았기에 좀더 그의 인간적인 면에서 '백범 김구' 라는 인물에게 다가갈 수 있는 길이 되지 않았을까.책 속에는 '상권과 하권' 이 함께 존재한다. 그의 젊은 시절이야기가 상권이라 하면 후반부의 생과 그의 소원등에 관한 이야기는 하권으로 나뉘어 좀더 이해를 돕기 위한 지도와 사진등으로 다가오며 '격동기의 역사와 한인물의 역사' 가 얽혀 파노라마처럼 펼쳐진다. 격동기의 역사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맞물려 역사와 함께 일생을 보낸 김구,그의 첫번째 소원도 두번째 소원도 세번째 소원도 '대한 독립' 이었다. 그가 그토록 원하던 독립된 나라에서 그의 정신이 흐트러지지 않고 잘살고 있는지 질문을 하는 듯 하여 뜨끔하며 읽었다. 부모를 살리기 위하여 무명지를 자르진 못해도 나라를 구하기 위하여 한 목숨 내 놓진 못해도 내 자신 남에게 싫은 소리 듣지 않도록 올바르게 살아가야함을 느끼며 다음엔 다른 책으로 그를 만나볼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