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들의 7일 전쟁 카르페디엠 27
소다 오사무 지음, 고향옥 옮김 / 양철북 / 201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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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부터 해방구 방송을 보내 드리겠습니다. 우리를 눈물겹게 사랑하시는 꼰대 선생님과 부모님에게 전쟁을 선포합니다.' 꼰대와 부모들에게 전쟁을 선포한 녀석들,나이가 몇 살일까? 13살 14살인 중학교 1학년생인 녀석들이 여름방학 종업식 날 한 반의 남자 아이들이 모두 사라졌다. 유괴 되었냐고 아니다. 처음엔 모두 유괴가 된 줄 알았는데 단 한 명,산부인과 아들만 진짜 유괴가 되고 나머지 아이들은 사라져 버렸다.그렇다면 녀석들이 어디로 사라진 것일까? 아니 정말 어딘가에 블랙홀이 있었던 것일까? 아니다. 녀석들은 철저하게 준비를 했던 것이다. 15~6년 전에 부모님들이 겪었던,아니 경험담인 '해방구' 에 대한 이야기를 듣고 자란 녀석들 그와 똑같은 해방구를 저희들이 모두 모여 다시 재생시켜 놓은 것이다. 왜일까?

불만없이 살아가는 사람이 있을까? 자식은 부모에게 혹은 학교에 선생님들께 불만이 있을테고 반대로 부모들은 자식들에게 혹은 학생들에게 불만이 있을테고..물론 사회에도 불만이 있고 모든 것에 불만을 가지고 있겠지만 기성세대는 그 불만을 모두 토로하고 사는 것이 아니라 적응하면서 아니 길들여지면서 살아가고 있다. 자신들이 오래전에 품었던 꿈과 이상을 포기하고 사회에 길들여지면서 그런 생각을 품었었다는 것도 잊고 자신들 또한 밑에 세대들에게 손가락질 받을 짓을 하면서 그렇게 길들여지며 살아가고 있다.왜일까? 아니 나 또한 우리 또한 그렇게 살아가고 있다. 하지만 반기를 들고 일어난 대단하고 어처구니 없는 녀석들이 여기에 있다.그들이 모여 '7일간의 전쟁' 을 하면서 기성세대인 부모와 선생님들을 가지고 놀 듯 한다. 아니 그동안 자신들이 당했던 만큼 아니 배로 갚아주면서 즐기고 있다. 이곳엔 공부할 책도 없고 티비도 없고 불편하기 짝이 없지만 그들은 언제보다도 더 똘똘뭉치고 기지를 발휘하며 번득이는 지혜를 발휘하여 유괴범도 잡고 그들나름 어른들을 혼내주며 자신들만이 즐길 수 있는 방법으로 '7일의 천국'을 즐긴다.

겉표지의 재미난 그림처럼 녀석들 정말 대단하고 재밌다. 학교에선 드러나지 않던 그들 개개인의 능력이 십분 발휘되어 하나로 뭉쳐 누구도 상상해 낼 수 없는 어른보다 더 어른스러운 일들을 저지른다. 아니 정말 읽고 있으면 공감하는 부분이 많고 웃음이 나와 이거 읽고는 내 집의 아이가 아니 다른 아이들이 따라하면 어떻하나 하는 생각을 가져본다. 그러지 않아도 사춘기의 두딸,늘 학교와 선생님들에 대하여 불만이다. 집에 오기만 하면 그녀들의 입에서는 현교육제도와 학교 그리고 선생님들에 대한 불만으로 늘 업그레이드를 시켜야만 한다. 들어주지 않으면 나 또한 그들과 똑같은 범주로 취급을 하기에 호응을 해주어야 한다. 하지만 나도 그런 시대를 거치며 여기까지 왔기에 그들을 이해한다. 그 시기엔 무언가 바꾸어 보고 싶고 자신들이라면 그렇게 안할 것만 같은 생각이 절로 든다. 하지만 그들이 어른이 되었을 때,과연 그들이 생각하는 미래상대로 살아가고 있을까? 현실이 그렇게 바른 길로만 인도할까? 그럴수도 있겠지만 아니라고 본다. 그렇기에 공감하는 부분들이 많다.

'이다음에 우리가 모두 없어져도 별은 저렇게 빛날거야.'
해방구인 버려진 공장건물 옥상에서 하늘의 별을 바라보며 무심코 내 뱉는 아이들의 말이 가슴을 찌른다. 언제 하늘을 제대로 볼 수나 있는 시간을 살고 있는지. 늘 부모들의 리모콘처럼 바쁘게 움직이느라 하늘 한번 제대로 쳐다보지 못하고 살아가야 하는 불쌍한 아이들, 그들이 없어도 별은 빛나고 있건만 그런 보편적이고 평범한 것을 느끼지 못하고 살아왔고 또 그렇게 살아갈 것이다. 하지만 지금 이곳에서는 다르다. 그동안 눈에 보이지 않았고 느끼지 못하고 친구에 대하여 알지 못하던 것들을 세세히 알고 느끼게 되었다. 그동안 보이지 않던 것을 그들은 보게 된 것이다. 책이 아니고 학원이 아닌 곳에서 함께 뭉쳐서 힘과 지혜를 발휘해야 하기에 친구에게서 못 보던 부분들을 캐취해 내는 아이들, 그리고 그들은 더욱 친밀하고 가까워진다. 그동안에 자신들 사이에 있던 벽을 허무는 시간을 가지게 된 것이다. 아니 색안경을 끼고 보았던 친구를 이젠 제대로 보게 된 것이다.

그렇다면 그들의 부모들은 어떻까? 해방구에서 격한 전투세력이었던 그들은 조용히 학원을 하며 지내는가 하면 뒷거래를 하며 건설을 키우기도 하고 생명을 지운 돈으로 불륜을 저지르기도 하며 아이들 리모컨처럼 조종하며 엄마없이는 아무것도 못하는 아이로 키우고 있다. 중국집을 하며 모자람 속에서도 계속적으로 아이를 낳는 부모도 있다. 모두 맘에 들지 않는다. 그런 부모들에게 일침을 가하고 싶다. 해방구에 모인 아이들의 전쟁과 나오키란 친구의 유괴사건이 맞물려 정말 재밌게 돌아간다. 하지만 그 또한 아이들의 기지로 유괴사건도 잘 해결하고 교장의 비리도 해결하고 체육샘의 음흉함도 혼내주고 부모들의 우려와는 반대로 아이들은 어른보다 더 어른스러운 행동과 재치로 사회와 부모 학교에 따끔하게 큰 거 한방으로 일침을 가한다. 결코 십대라고 볼 수 없는 아이들의 행동, 가끔은 혼자 웃으면서 읽다가 심하게 당하는 어른들이 불쌍하기도 하고 하지만 왜 속으로는 통쾌하다고 생각이 드는지.읽어나가는 동안 아이들과 하나가 되어 행동하는 것처럼 너무 재밌게 읽었다.

이 작품이 85년 작이라니. 지금 읽어도 재밌고 뒤떨어지지 않는 재치와 유머 모든 것들이 다 함축적으로 들어가 있다. 그렇다고 감동이 없을까,있다.유괴범 아저씨를 돕기도 하고 보건샘을 돕기도 하는 귀여운 녀석들이다. 그들은 해방구에서 단합의 7일전쟁을 마치고 한뼘 정말 성숙하게 자랐을 것이다. '우리는 아이들을 '착한 아이'로 만들려고 합니다. 우리가 말하는 '착한 아이'란 대체 어떤 아이일까요? 그것은 어른의 꼭두각시죠. 다시 말해, 어른이 되었을 때 사회에 순응하는 구성원이 되도록 훈련시키는 게 교육이죠.' 현재 교육을 받고 있는 아이들에게 혹은 교육자들에게 따끔한 일침이 될 수도 있는 소설이다. 그리고 그런 아이들을 둔 부모에게도 '교육'이란 무엇인가 다시 한번 생각해 보게 한다. 웃다가 보면 무언가 목에 턱 걸리는 '가시' 가 있는 소설로 '우리들' 시리즈가 있다는데 작가를 한번 주목해 봐야겠다.아이들이 읽으면 '해방구' 를 외치며 일탈을 꿈 꾸고 싶게 만들 것만 같다.나도 한번쯤 학교가 아닌 공부가 아닌 성적이 다가 아닌 친구가 적이 아닌 부모들의 잔소리가 없는 그런 해방구에서 일주일만 아니 하루만이라도 살고 싶어 라고 외치는 아이들이 미소지으며 읽지는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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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구려 3 - 미천왕, 낙랑 축출
김진명 지음 / 새움 / 201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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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편에서 고구려의 왕이 된 을불,그리고 그를 따르는 많은 사람들이 다시금 고구려의 역사를 쓰기 위하여 이제는 고구려를 넘어 그 원대함을 드높이기 위하여 낙랑과의 전쟁을 벌이는 장면이 시작된다. 작가의 역사소설은 사실적이며 전개가 빨라 재밌다. 그리고 다시금 우리에게 '역사란 무엇인가?' 라고 질문을 하는 것 같다. 아니 역사를 제대로 알고 있어야만 한다고 그 뿌리를 전해주고 있다. 을불, 고구려의 왕손이었지만 자신에게 뻗어 오는 '죽음' 의 손을 피해 주변국을 떠돌어야 했던 그에겐 그것이 어쩌면 다행한 일이었다. 주변정세도 알게 되었고 그를 따르는 많은 사람들을 만날 수 있는 더없는 기회가 되기도 하여서인지 그런 시간과 인맥은 그가 고구려 왕이 되는 밑바탕이 되기도 한다.

을불, 고구려의 왕만 제대로 된 생각을 가지고 있는 것이 아니라 그의 밑에 있는 인맥들이 또한 그가 뛰어난 왕이 되기 위한 기반이 될 수 있게 하는데 큰 도움이 되었다. 국상 창조리,누가보다 뛰어난 지혜와 지략을 펼칠 수 있는 인물이며 그외 많은 장수들과 그의 힘이 더욱 커질 수 있는 보탬이 될 수 있었던 '아영'인 왕비 또한 여자이지만 누구보다 뛰어날 지혜를 가진 여자이며 그외도 많은 인물들이 난세를 일으키는데 큰 도움이 되고 밑바탕이 되었던 것 같다. 그만큼 나라를 바로 세우는데 뜻을 같이 하는 사람들이 많았기에 그가 또한 고구려 뿐만이 아니라 그가 한때 몸담고 있었던 낙랑까지 혈전을 하면서까지 이겨내게 된 것은 아닐까.

고구려의 주변국이 숙신및 낙랑,낙랑으로 늘 보내오던 철,철은 그시대엔 나라의 힘이었다. 무기를 만들어야 하고 농기구를 만들어야 했던 철, 그 대부분의 고구려 철이 고구려도 부족한데 낙랑으로 가고 있다. 무언가 꾀를 내어야만 했다. 숙신 아달휼은 고구려가 보내는 철을 중간에서 가로채어 자신들이 훔친것으로 하지만 그 또한 을불과 통하였던 지혜, 그 철들은 무기가 되고 고구려의 밑바탕인 힘이 되어 더욱 큰 힘으로 막강한 힘을 가진 나라로 만드는,낙랑을 집어 삼킬 수 있는 힘이 되어준다. 그런가하면 다양한 농사법까지 바꾸어가며 좀더 백성이 배불리 먹을 수 있도록 안팍으로 힘쓴 을불,백성의 마음을 움직이고 군인의 마음을 움직였으니 승리는 그의 편이 되어주지 않을 수 없었던 것.

젊은 왕이라 패기 또한 대단했고 그 패기로 겁없이 뛰어 들려는 전쟁터를 창조리라는 지혜로운 국상이 옆에서 연륜을 더하며 좀더 안정되면서 더욱 단단한 힘이 될 수 있게 다져준 듯 하다. 나라는 임금 혼자의 힘으로 이끌어 가는 것이 아니라 그 밑에 백성이며 모든 사람들이 하나로 같은 뜻을 가지고 하나로 움직여줄 때 강직한 나라로 거듭난 다는 것을 을불은 잘 보여주고 있다.아영의 말처럼 ' 성공을 거두려면 누구보다 더 차갑고 교활해야 한다는 제 생각이 폐하를 보는 동안 서서히 무너졌어요...제게는 그런 따듯함으로 이기는 길이 보이지 않아요. 저는 눈물이 많은 계집이에요. 머리와 외모는 있는지 몰라도 인정은 없어요. 그러나 폐하께서는 그게 있어요. 당장은 손해를 보아도 결국은 승리로 이어지고 마는 내면의 힘, 그 힘이 저를 이끌었어요.저는 처음으로 인간의 길을 배웠어요.' 을불은 여인의 마음만 움직인 것이 아니라 백성의 마음도 군인의 마음도 그런가 하면 낙랑의 '최비' 또한 그가 승리자임을 인정한다. 물론 작가의 마음과 믿음이 많이 더해졌겠지만 강자는 강자를 알아보는 그 눈이 잘 그려져 있어 읽으며 기분이 좋다. 장수들은 자신들이 나아갈 때와 들어가야 할 때를 알고 행하는가 하면 자신들의 죽음이 필요할 때는 마땅히 죽음으로서 나라를 구할 수 있는 가교역할을 제대로 하며 역사 속으로 물러난다.

작가의 역사 소설을 읽고 있다보면 정말 통쾌하다.아니 역사가 이렇게 재미 있다는 것을,다시금 역사를 배우고 알고 싶다는 것을 느끼게 된다. 그런가하면 소설을 읽다보면 재밌게 역사를 다시 배우는 느낌도 든다. <고구려3> 편은 읽는 중에 병법이 많이 나오니 왠지 영화 <적벽대전>을 보는 느낌도 들고 아니 영화의 한 장면을 그대로 옮겨 놓은 듯한 사실감이 더해져 재밌게 읽을 수 있으면서 인생을 살아가는 '처세술' 또한 배울수 있기도 하다. 강하다고 모두가 좋은 것이 아니라 강함 속에서 강함이 해가 될 수 있음을, 강함이 단점이 되는 약함이 될 수 있다는 것을 느끼게 한다. 대나무가 그리 오랜 시간을 견뎌낼 수 있는 것은 속이 비었기 때문이다. 너무 강하면 부러지거나 꺾일 수 있다고 했다. 그리고 쓸모 없는 인생이란 없다. 길에서 만난 거지라도 아니 자신보다 못한 사람이라도 언젠가는 자신에게 꼭 필요한 사람이 될 수 있다는 것을 한번 더 느끼게 해준다. 을불 그야말로 사람을 부릴 줄 알았고 사람을 볼 줄 안 인물이 아니었을까. 작가의 인생처세술이 소설속 인물들에 많이 반영되어 투영되었겠지만 너무 전설적이거나 무용화 시키지 않고 인간적이면서도 백성을 품을 줄 알았고 사람을 볼 줄 알았으며 야망을 가지고 있었던 인물로 한 점 흠없이 잘 그려낸 듯 하다.

을불 미천왕 편에서 난 누구보다 맘에 드는 인물이 '창조리' 이다. 난세를 일으켜 세운 인물로 최고를 뽑으라면 그가 아닐까 한다. 왕이 될 인물을 기다리며 그림자처럼 숨어 시대를 기다렸던 인물이고 그런 바탕을 만들어 놓았던 그였으며 을불이 왕이 되고는 그를 그림자처럼 따르며 자신의 지혜와 지략을 모두 펼쳐 놓았던, 아낌없이 주는 나무처럼 자신의 모두를 역사에 쏟아 놓고 사그러져 간 인물인 듯 하다. 스스로를 불 태울 수 있었던 창조리와 같은 인물이 있었기에 을불이라는 아니 고구려라는 역사가 다시금 빛날 수 있었지 않았을까? 그런 인물이 어디 창조리 한 명 뿐이겠는가. 국상 창조리에서 왕비 아영도 있고 여려극이라 불리는 여노며 숙신의 아달휼이며 그리고 밑으로는 백성들도 있고 모두가 역사를 만들어 내고 바탕이 된 사람들이지만 소설속에서 번득 번득 지혜를 보여준 창조리라는 인물이 정말 맘에 든다. 만약에 창조리가 아닌 임금을 나쁜 쪽으로 좌지우지 하는 인물이 곁에 있었다면 을불이란 인물이 빛이 났을까? 이런 대단한 인물들이 숨어 있어 소설을 읽는 맛을 더해준다. 한번 잡으면 시간가는 줄 모르고 빠져들게 하는 작가의 역사소설, 소설로 만나는 고구려이지만 그 행간이 어찌 되었든 간에 빨리 만나고 싶다. '인간이 모든 일을 다 머리로 짤 수 없고, 머리로만 짠 계략은 완전하지도 않다. 최고의 계략이란 우연이 섞일 때 이루어지는 것이다.' 작가의 최고의 계략인 우연을 만나 빨리 고구려를 모두 읽고 싶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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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현의 연애
심윤경 지음 / 문학동네 / 2006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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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의 작품은 처음이라 낯설다. 영혼을 기록하는 여자 이진, 그리고 그녀와 꼭 결혼을 하고 싶은 아니 계약결혼이라도 해서 살고 싶은 남자 이현의 사랑법이다. 한 여자에 적응하지 못하는 것처럼 평생을 약속하지 못하는 남자 이현,그는 이번이 네번째 결혼이다. 하지만 상대는 정말 특이한 여자이다. 아버지는 당대의 시인이지만 은둔하여 지내는 사람이고 그렇다고 딸을 애지중지 하는 사람이 아닌 그의 모든 재산은 사회에 환원처럼 그녀에게는 한푼도 물려주지 않는다. 재산 뿐만이 아니라 그들은 부녀지간이라 볼 수 없을 정도로 서로간에 교감도 없고 공감도 없다. 왜 그렇게 부녀지간에 간극이 생긴 것일까.

그에 반해 이현이라는 남자는 여섯 살에 본 결혼식,다름아닌 이진의 부모님의 결혼식을 보고는 신부에게 반해 그들의 딸인 이진과 결혼하고 싶어한다. 그때 느꼈던 살구빛 향기를 그가 근무하는 재정경제부 매점에서 백치미처럼 계산도 어둡고 무엇하니 제대로 하는 것 없지만 그녀가 그곳에 있음으로 해서 이상하게 매상이 올라가는, 아니 모두가 그녀를 한번이라도 더 보기 위하여 찾아가는 그곳에서 그 또한 그녀에게 반해 여섯살 그가 품었던 그 마음을 전달하고는 그녀와 계약결혼을 하자고 한다. 삼년 이란 시간 동안 서로에게 얽매이지 않고 터치하지 않으며 결혼생활을 해나가면 그녀에게 자립할 수 있는 경제력을 주겠다는 것이고 그녀가 살아 있는 영혼들을 만나고 기록하는 일을 터치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그런 사랑이 가능할까? 아니 여섯살 때 보았던 결혼식의 신부의 느낌을 어찌 그의 딸에게 느끼며 결혼을 결정할 수 있을까? 그런 사랑과 결혼은 과연 어디까지 가능할까?

이진 그녀가 기록하는 영혼들의 이야기와 이현과 이진의 이야기가 씨실과 날실처럼 겹쳐지면서 무언가 다른 듯 하면서도 이야기는 어느 순간에 하나로 이어져 나간다. 죽은 영혼들의 이야기가 아닌 살아 있는 영혼들의 이야기를 쓰는 여자 이진, 그녀는 다른 사람들의 이야기를 쓰면서 그들의 삶 속으로 파고드는 것도 아니고 자신의 삶 안으로 끌어 들이는 것도 아니다. 그저 바라보는 입장에서 기록되어지는 이야기들, 그들의 삶은 어느 순간 한계치에 다다른다. 그리고 분출시키려고 아니 분출되어야만 할 듯 한 순간에도 삶은 이어진다. 그리고 그와 마찬가지로 이현과 이진의 삶 또한 그 한계점을 향해 달려간다. 서로에 대한 터치가 없이 잘 이어져가던 그들의 결혼생활,삼년이라는 시간이 다 되어가는 시간이 닥쳐 오면서 그들에겐 한가지 문제점이 발생한다. 이현 그가 정치계로 입문하려고 하고 부총리가 그를 이끌어 주려고 하는데 문제의 인물인 부총리는 요즘 이진이 기록하고 있는 인물이다. 왜 그의 삶이 그들의 결혼생활까지 파고 든 것일까. 부총리는 그들의 결혼생활을 어떻게 좌지우지 할까.

이현은 지난 결혼생활에서 애를 갖지 않기 위하여 수술을 했다. 그렇기에 이진과의 결혼생활에 문제가 되지 않았는데 마지막 순간 그의 발목을 잡은 것은 '이진의 임신' 아니 그녀를 꼭 닮은 아이를 그가 맞게 되었다는 것, 어떻게 된 것일까.분명히 자신은 수술을 받아 아이를 가질 수 없는 입장이었는데 죄의 씨앗은 죄를 낳 듯 이진의 엄마가 그녀와 똑같은 '이진' 을 낳았듯이 이진 또한 그녀는 사라지고 그녀와 똑같은 '작은 이진'을 남겨 놓고 죽고 말았다. 이세공의 마지막 말인 '잘해봐라.' 가 아니 그의 맘을 이제서야 절실히 깨달을 수 있고 그만이 그를 이해해 줄것만 같다. 이 비극은 어디에서부터 시작일까. 부총리의 삶을 기록하던 이진,그런 그녀의 기록을 들춰부게 되고 그녀가 기록한 것을 찢으며 강하게 거부했던 순간이 그에겐 마지막 이었다. 그리곤 그녀는 그 순간 그녀의 몸에서 '생' 이 모두 빠져 나가듯 '임신중독증' 으로 인해 사망에 이른다. 아기만은 포기할 수 없다는 의사진들은 그의 결정을 무시하고 그에게 작은 이진을 안겨 주었다.이세공은 왜 그에게 '잘해봐라' 라고 했을까. 그 많고 많은 말중에서 아니 살아 생전 그들의 결혼생활도 딸인 이진의 삶도 받아 들여주지 않았던 부정, 죽는 그 순간까지 떨쳐버리듯 했던 딸과 사위인 그들에게 잘해봐라라니 그와 똑같은 삶을 살아보라는 것인가.나 또한 딸들이 말을 듣지 않으면 '너도 시집가서 너랑 똑같은 딸을 낳아 고생좀 해봐라' 라고 말하면 딸들이 난리인데 그와 같은 의미인 듯 하지만 비극이 똑같은 비극을 낳아서 더 애처롭다.

그런 삶에서 둘은 벗어날 수 없었을까.'그땐 몰랐다네.저네처럼 터무니없이 희망에 들떠 있었지. 영혼을 기록하는 여자는 마음이 없어. 지구상에서 가장 못돼먹은 애완동물이야. 사랑을 베풀어도 고마워할 줄도 모르고, 오히려 상대방을 괴롭히거든. 고양이라도,영혼을 기록하는 여자보다는 은혜를 알 게야.' 영혼을 기록하는 여자는 '마음이 없다.' 정말 상대에 대한 마음이 없었을까,아님 서로 사랑하는 방법이 달랐을까.부부는 같은 곳을 바라보는 것이라 했는데 그들이 바라보는 것은 서로 달랐던 것일까?  동상이몽처러 같은 이불을 덮고 있으면서 다른 꿈을 꾸고 있는 것처럼 그들은 '부부' 라는 이름으로 하나가 되었지만 둘처럼 늘 나뉘어져 있었던 사람들,그들이 공감할 수 있었던 것은 아니 교감을 나눌 수 있었던 것은 그리 많지 않았다.그래도 결혼생활은 무난했고 세월이 흘러가면서 서로에게 점점 적응해 간다고 생각했는데 그녀의 마음이 영혼들에게 빼앗긴 것일까,아님 너무 자신에게 애정이 없었거나 무지했던 것일까? 어찌 그럴수가 있지. 아무리 남자가 수술을 해서 아이를 가질 수 없는 입장이라고 해도 그 시간이 지나도록 임신사실을 모를수가 있을까,채식하는 사람이라고해도 말이다. 이 소설을 읽으며 한강 작가의 <채식주의자>가 생각이 났다. 철저하게 채식을 하면서 자신은 식물이라고 생각하는 여자, 이진은 엄마부터 육식은 거리가 먼 그런 DNA를 가지고 태어난 듯 하다.그렇게 해야만 영혼과의 거리감이 없어지는 것은 아닐까.아니 꼭 다른 영혼들에 대한 기록을 해야만 했을까. 그녀가 떠나고 그녀를 잊지 않기 위해 '기록을 하는 남자,이현' 그녀가 그랬던 것처럼 아니 그녀의 딸에게 어머니를 남겨 주기 위하여 기록을 하는 남자로 전락한 남자 이현, 그의 사랑법을 이해한다는 것은 힘들지만 우리 또한 살아가다보면 그런 메마른 삶을 살아가고 있는 것은 아닐까 생각이 들 때가 있다. 처음엔 살구빛 향기든 다른 그 무엇으로 강하게 이끌렸다 해도 점점 처음의 생각과는 거리가 멀게 빛이 바래 가는 것이 사랑이고 삶이다. 서로의 삶에서 '교감이나 공감' 이 없어지면 서로에게 무의미해진다. 그럴수록 교집합이 될 수 있는 부분을 만들어 나가야 하는데 그런 삶에 점점 익숙해져 가는 것이 보통의 삶인 듯 하다. 그리고 그 삶은 대대로 이어지고 있는 것은 아닐까.그녀를 다른 작품에서 더 만나봐야 할 듯 하다. 이 작품으로 해갈하기엔 모자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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뒷산을 오르다






아침부터 다림질에 다른 날과 드르게 아침을 시작하고 나니 아침이 무척이나 길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피곤하기도 한데 오늘은 딸들이 집에 오는 정기외출날이고 큰놈이 감기가 무척 심한 듯 하여 그러지 않아도 알러지비염 때문에 환절기를 힘들게 나는데 요즘 스트레스가 이만저만이 아닌데 감기까지 겹쳐 힘들어 하는 듯 하여 대청소를 시작했다. 청소기 돌리고 스팀청소까지 하고 나니 땀이 나는데 그 길로 그냥 물 한 병 담아 들고 뒷산으로 향했다. 필 받았을 때 운동을 해야지 내일 내일 미루다 이 가을 또 다가고 말 것 같아 잠깐 이라도 올라갔다가 내려와야지 하면서 나가는데 덥다. 또한 여시는 엘리베이터를 누르고 기다리는데 그때까지 저를 안데리고 나간다고 현관앞에서 우는 소리가 한참동안이나 들린다.

더울것 같아 여름조끼를 걸치고 나왔는데 햇볕도 따가운듯 하고 점심시간이라 그런지 오가는 사람도 없다. 혼자서 산에 오르는데 코스모스가 바람에 한들한들 반겨주니 기분이 좋다. 어제 그제 한참 코스모스와 조우를 했으니 오늘은 그냥 내쳐 올라간다.전날에는 많이 피어 있던 나팔꽃도 많이 지고 코스모스도 사람들이 꺽어서 버린 것이 길에 떨어져 시들어 있는 것도 보이고 역시나 풀벌레 들은 여기저기서 펄쩍펄쩍, 가끔 깜짝놀라며 뒤돌아 볼 때도 있다. 혼자서 산을 오르다 보면 '무서움증' 이 가끔 엄습할 때가 있는데 오늘 특히나 그렇다. 그래도 꿋꿋하게 오르는데 반가운 현수막이 눈에 들어온다. 선재스님이 가까운 곳에 오신다는 글을 만나니 내가 오늘 이것을 보려고 산에 온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풀벌레 소리와 새소리를 들어가며 쉬지 않고 오르다 중간쯤에서 내려오시는 할아버지들을 피하느라 잠깐 멈추어 섰다.잠바차림이지만 정장에 가까운 차림이다. 구두까지 신으시고는 이 산을 오르셨는지 오르막은 괜찮을지 몰라도 구도로는 내리막은 미끄러울 듯 하다. 아니나 다를까 조심조심 내려가시는 모습을 한참을 서서 바라 보았다. 그러다 내 길을 가며 혼자서 벤치에 앉아서 쉬며 증거사진도 찰칵,앞 바위에 디카를 놓고 셀프타임을 눌러 증거사진을 남겨 본다. 산에 혼자 있다고 생각하니 이런 사진까지 찍고 혼자서 웃으며 올라보는데 쉼터에도 아무도 없고 적막하니 좋다. 바로 정상에 도착하여 크게 숨을 들이켜고는 내리막길을 걸어 내려가는데 호젓하니 좋다.

밤나무 밑에도 둘러 보았고 여기저기 지난 날에 둘러 보았기에 오늘은 그냥 내리막길을 그냥 내려간다. 시간이 정말 많이 절약된 산행, 이렇게 산행하고 나면 재미가 없는데 그래도 오늘은 간략하게 산행을 해 본다.그리곤 오솔길에 접어 들어 룰루랄라 허밍으로 노래를 부르다 벌개미취가 있는 곳에 다다라 나비들이 꽃과 조우하는 모습을 한참 바라보다 다시 뒤돌아 오던 길을 되집어 나오는데 아가배나무에 열매가 보인다. 몇 년 전만해도 아가배가 무척 많이 열렸는데 지난해에도 그리고 올해는 정말 아가배가 찾아봐야 눈에 보일 정도이다. 올해는 특히나 비가 많이 와서 꽃이 얼마 피지 않은 듯 하다. 그래도 아가배가 있다는 것을 확인했으니 오늘의 산행미션은 완료.

그리곤 다시 벤치가 있는 곳으로 왔는데 학생 한 명이 서서 운동기구를 타고 있는데 장애아이다. 어떻게 혼자 왔을까 했는데 아파트 바로 옆 학교에서 체육시간에 산을 올랐는지 한참후에 여학생들의 소란스런 소리와 함께 줄줄이 내려오는 친구들, 여학생들은 몸이 불편한 친구를 돌아 가며 산을 내려가고 더 많은 친구들이 줄줄이 내려와 길을 비켜 주듯 그녀들을 보내고 코스모스와 잠시 조우한 후에 음악을 들어가며 내려오다보니 정말 기분이 좋다. 한시간여 혼자만의 산행이 점점 좋아지고 있다. 몸도 첫날보다 더 가벼워진 듯 하고 산에 혼자 있는 그 시간도 넘 좋고 하루가 다르게 가을이 깊어 가고 있다는 것을 느끼게 해 주는 산, 그런 산이 곁에 있어 좋다. 기다릴 때는 오지 않던 택배가 산행중에 왔다고 하여 경비실에 맡겨 두라고 했기에 택배를 찾아 집으로 향하는 발길이 가볍다. 내일은 옆지기와 함께 올라야 할 듯 하다.

2011.9.23
























나비가 접었다 폈다 하는 그 박자를 세고 있다가 찰칵~~






이게 뭘까요...ㅋㅋㅋ 아가배나무 열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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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구마줄기김치






 


고구마줄기 한 단에 삼천원 오이고추 이천원어치 사 온 것을 무생채를 하고는
생채를 소로 넣고 오이고추김치를 담고도 오이고추가 많이 남았다.
고구마줄기를 살짝 삶아 볶아 먹으려다가 새로운 '고구마줄기김치' 를 담아 보기로 했다.
연한 것으로 해야 아삭아삭 하니 맛있다고 하는데 지금은 조금 질기기도 할텐데 그냥 해보기로...

고구마줄기를 물에 씻어 알맞은 크기로 잘라 놓은 후에
먼저 겉절이양념처럼 다진마늘 생강가루 새우젓 다시마 통깨 까나리액젓 슈가약간 고추가루를 넣고
양념을 버무려 놓은 후에 오이고추를 반 갈라 어슷어슷 네다섯개를 잘라 놓으 후 양파도 채썰고
하여 모든 재료를 넣고 버무렸다. 과연 맛이 어떨까... 버무려 맛보니 아차차 천일염을 빼놓아
이것저것 들어가 약간만 넣은 후에 버무려 하나를 맛보니 맛이 괜찮다. 질길줄 알았는데
먹을만 한것이 아삭아삭하다. 오이고추도 어슷하니 썰어 넣은 것이 아삭하니 맛있다.

이런것은 많이 해 먹는 것보다 조금 하여 얼른 먹는 것이 더 맛있다.
많은것보다 양이 적어야 더 맛있는 것처럼 아쉬움이 남는 것이다. 한번 먹어보고 맛있으면
담엔 더 많이 사다가 담아야 할 듯 하다.

** 저녁을 먹고 들어 온 옆지기에게 맛보라 하고는 하나만 집어 먹어보라 했더니
-맛있는데..맛있다. 오이고추도 아삭하니 맛있고..괜찮네...
나도 맛보니 간이 배고 맛이 배들었는지 맛있다.애들 입맛은 어떨지 모르지만
옆지기와 내가 맛있으니 우리끼리라도 맛있게 먹으면 되지...

2011.9.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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