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마들의 언덕
채영주 지음 / 문학동네 / 200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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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 채영주, 낯선 이름이다. 작품도 접해보지 못했다. 그럴만도 한것이 그는 2002년에 지병으로 안타깝게 생을 마감했다 한다. 그래서 더 작품이 눈에 띄지 않은 것일까,문학동네 때문에 접하고 알게 된 작가이다. 이 작품은 영광의 고아원을 배경으로 '동우' 라는 소년이 화자가 되어 써 나간 작품이다. '천사보육원' 태어나면서 아니 태어나고 자라던 어느 순간에 부모에게 버림 받거나 버려진 아이들이 모인 곳인데 이름은 '천사보육원' 이다. 아이들이 무슨 죄가 있겠는가.그들이 탄생을 선택한 것도 아니고 타의에 의해 세상을 선택하게 된 것인데 세상 빛을 구경하자마자 '천사' 가 되어 버려졌다는 것만으로 얼마나 서러운 이야기인가. 그런데 이곳은 거친 남자애들이 모여 있어 늘 싸움과 사건이 그치지 않는 곳이다.소설은 천사보육원에 있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하나 하나 단편으로 끝나는듯 하면서 함께 연결되는 '연작소설' 이다.소설을 읽는 동안은 마음이 조금 껄끄럽기도 했는데 마지막 책을 덮고 내려 놓는 순간에는 내 몸에 멍에가 벗겨지듯이 가볍게, 그들의 미래가 희망적이라 생각하며 놓을 수 있었다.

우린 태어나는 순간에 부모가 있든 없든 간에 '고아 있 수 있고 아닐 수도 있다' 는 그런 명제를 깔고 있는 듯 하다. 자신을 어떻게 생각하느냐에 따라 부모가 있어도 고아나 마찬가지 삶을 살 수도 있다는 것을 비친다.소설의 화자인 동우와 그의 형제들은 어떻게 하여 보육원에 오게 되었는지 부모가 생존해 있는지 없는지 갈피를 잡을 수 없다. 애매하게 처리해 놓았다. 그들이 과연 '고아' 일까.고아만 이곳 보육원에 오는 것이 아니다. 가정환경이 너무 않좋아서, 혹은 편부나 편모슬하에 극빈자이기에 어쩔 수 없이 이곳에 버려지듯 오게 된 아이들도 있다. 천사보육원에서 처음 시작되는 이야기는 화자의 동생인 '성우' 가 가출을 시도한다. 일명 '천사가출' 이다. 천사가 보육원을 나가면 천사가 될 수 있을까. 그는 단정한 외모새를 위해 옷부터 신발에 이르기까지 그리고 약간의 여비까지 꼼꼼하게 챙기고 고단수의 작전까지 짜서는 보육원을 탈출하고는 광주대공원으로 향한다. 멋진 계획까지, 그는 지금 있는 곳보다 잘 먹고 잘 입고 할 수 있는 고아원으로 가는 방법이 있다고 하여 시도하려고 탈출을 계획했는데 시도단계에서 붙잡혔다. 그의 계획은 수포로 돌아간 것이다. 그가 결국 오게 된 곳은 '천사보육원', '비비람 치는 들판이 싫어서 번개는 자꾸만 아픙로 달리지. 아버지 어머니도 보고 싶고 따듯한 집도 그립고 맛있는 것도 먹고 싶고..... 하지만 언제나 제자리를 맴돌 뿐이야. 번개는 단단한 쇠파이프에 등이 찔린 회전목가거든..... 그래서 내 말은...... 우리도 번개처럼 어디로도 달아날 수 없는 목마라는 거야.' 그래다, 그들의 등에는 그들이 알지 못하는 쇠파이프가 하나씩 등에 박혀 있는 목마라 이곳를 벗어날 수 없다는 것이다.회전목마의 목마들처럼 그저 이곳에서 빙글빙글 돌아야 하는 것이 그들이 인생인 것이다. 사실일까.

이곳에 모인 사람들은 하나씩 <상처> 를 가지고 있다. 아버지가 너무 많은 씨를 퍼뜨리고 다녀서 버려지게 되기도 하고 5.18에 부모를 잃어서 혹은 그 상처로 인해 이곳에 온 이들도 있다. 그중에 형국은 부모가 모두 죽은 곳에서 발견된 아이다. 부모의 썩은 시체와 함께 살아 있던 아이는 얼마나 큰 상처를 가지고 있을까.그는 지능도 떨어지지만 먹는 것에 집착을 한다. 그런 아이를 감싸던 이모가 있었다. 그에게 되지도 않는 공부도 가르치고 먹을 것도 챙겨주고 그가 아프면 다리가 되기도 했던 이모, 그런 녀석이 미워서 아이들은 그를 계단에서 밀어 다리를 다치게 하기도 하고 그를 골려 먹기도 한다. 그러다 드러나게 된 이모의 상처, 이모는 형국의 상처와 비슷하여 그로 하여금 상처를 씻으려 했는데 잘 되지 않았던 것이다. 어디 그만 상처를 가지고 이곳에 왔을까, 그들은 모두 가슴에 하나씩 보이지 않는 '각인' 처럼 새겨진 상처가 있는 것을.

천사보육원의 모든 것을 총괄하는 총무님은 '열쇠'를 무척이나 중요시 여기고 이곳 식당에서 나오는 밥찌끼를 가져다 염소를 키워 자식을 키우고 염소젓 배달을 하여 지금까지 살아 왔다. 그의 인생에서 염소가 없다면... 생각할 수도 없는 일이다. 그의 고물자전거에 염소젓을 담아 배달도 하고 염소들을 한번씩 둘러 보기도 하는 것이 그의 낙이고 보육원의 모든 물자관리 자물쇠를 그가 담당하니 어깨에 힘이 들어가 있다. 그런데 그의 삶에 큰 갈림길이 생겼다. 원장이 '새끼돼지' 를 한마리 사 놓으라 한 것, 이유인즉슨 식당에서 나오는 밥찌끼로 돼지를 먹인다는 것인데 총무가 제일 반대를 하였지만 원장의 힘으로 돼지가 한마리 들어오게 되었다. 그날부터 총무는 모든 것에 의욕을 잃어버리고 말았다. 아이들은 새끼돼지하고도 정이 들었지만 그 돼지를 없애기로 한다. 총무님에게 다시 힘을 넣어 주기 위하여... 아이들의 작전에 의해 돼지는 감쪽같이 없어지고 총무는 다시 보육원에서 열쇠꾸러미를 들고 큰소리를 치며 다닌다. 밥찌끼로 다시 염소를 키울 수 있었던 것이다.

이렇듯 보육원에서의 한사람 한사람에 대하여 보육원의 역사와 아이들의 성장과 함께 묘사를 세세하게 해 나간다. 그들이 비록 고아이지만 한데 뭉치면 남들보다 형도 많고 동생도 많고 이모들도 많고 총무님도 있고 집사님도 있고 원장님도 있고 그들에게 울타리가 될 수 있는 선배들도 있고 부모가 있는 '고아가 아닌 사람' 들 보다 더 많은 울타리를 가질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개개인이 모였지만 그들은 누구도 갈라 놓을 수 없는 '정말 커다란 목마들의 언덕' 이었던 것이다. 집사님을 좋아하는 숙희이모를 위해 갖은 애를 쓰며 둘이 결혼하게도 만들고 늘 수필집을 읽는 식당일을 하는 영진이 엄마를 위해 그들은 하나로 똘똘 뭉쳐 그들이 그곳에서 뿌리를 내리고 살 수 있게도 해 준다. 뭉칠 수 없는 모래알인듯 하지만 그들은 어느 순간 하나가 되어 있다. 그래서 광주로 성가대회에 나가서도 일등을 하게 된다. 뭉치면 큰 힘이 되는 목마들, 드디어 '동우' 에게도 이 곳을 벗어날 수 있는 절호의 기회가 온 것이다.

넓은 세상에서 공부 할 수 있도록 먼저 보육원을 나가 자리를 잡고 있는 형들이 그를 거두기로 한 것이다. 피 한방울 섞이지 않았지만 그를 위해 자신의 어려움을 감내하며 그를 보살피는 광준이 형과 연미 누나 덕에 그는 어려움 없이 공부를 하여 서울에 대학을 들어간다. 보육원에서도 꿈을 가지고 있으면 얼마든지 공부를 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 '공부는 도시애들이나 하는 거야' 라고 늘 말하던 아저씨들의 말처럼 도시애들의 소유물로 여겨졌던 공부를 도시애들을 전부 제치고 동우가 일등을 하게 되면서 광준과 연미가 연결이 된다. 그런가 하면 자신의 딸은 고아원의 '고' 자도 모르게 키우겠다고 하던 행복할 것만 같던 원희 누나가 제과점을 하던 남편이 남의 모략에 빠져 감옥에 가게 되고 누나가 돈을 벌어야 하는데 딸인 '경은' 이가 걸려서 어쩌지도 못하고 있다가 그곳에 남겨 두고 떠나게 되었을때 그들은 '경은' 이를 키워주겠다고 한다. '천사보육원' 은 원생들에게는 '친정' 이나 '집' 과 같은 존재였던 것이다. 어쩔 수 없이 버려진,등에 쇠파이프가 하나씩 박힌 목마였지만 그곳에서 힘을 키우고 서로 의지하면서 스스로 '야생마' 로 거듭나 회전목마에서 벗어나 세상을 향해 힘차게 달려 갈 수 있게 된 것이다. 그 힘은 혼자가 아닌 모두가 발휘할 수도 있고 원하면 혼자서도 할 수 있는 것이다. 꼭 '고아' 여서 못할것은 없는 것이다. 어찌보면 '동우' 와 함께 한 소년들의 성장기라 할 수도 있고 그의 성장기라 할 수도 있지만 넓게는 '고아냐 고아가 아니냐' 세상을 살아가는데는 그것이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부모가 있건 없건 간에 세상은 스스로의 힘으로 살아가는 것이란 것을 말해주고 있다. 마지막 결말이 해피해서인지 마지막 순간에 가슴이 따듯해지면서 비로소 안심하며 책을 덮었다. 그들의 미래가 밟지 않았다면,영원히 목마로 있었다면 어떠했을까. '자연이란 건 참 이상하지. 저 산은 언제까지고 변함없이 저 모습으로 서 있을 것 같은데 봄이 오면 눈은 사라지고 파릇파릇한 신록이 우거진단 말이야...... 마치 우리한테 시간이 흐르면 모든 것은 변해야 한다고 말해주는 것 같거든. 철새들은 날씨를 따라 날아다녀야 하고, 사람들은 꿈을 좇아 부지런히 움직여야 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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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도 값진 선물,이해인 수녀님의 친필사인본 세트




 

 

 

 

 

 

 


택배 문자도 받지 않았고 어느 곳에서 당첨이 되었다고 연락을 받은 곳도 없었기에
이것 이전에 오전에 어제 주문한 인팍 도서가 배송된다는 문자만 받고
책을 배송 받았기에 또 다른 택배가 있을 줄은 몰랐다. 
우체국 택배 전화 오고 택배가 있다고 하여 다른 곳에서 당첨된 책이 한 권 오나보다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는데 박스로 왔다. <샘터사>... 구매한 적이 없는데..

갸우뚱하며 뜯어 보니 '와우~~~ 놀래라 <꽃이 지고 나면 잎이 보이듯이> 출간이벤트에
당첨이 되어 '이해인 수녀님 친필사인본 세트' 에 당첨이 되었다는 것이다.
이런 행운이 내게 올 줄 누가 알았을까. 되었으면 정말 좋겠다. 하고 
<사랑할 땐 별이 되고>를 미리 한 권 또 구매를 했었다. 너무도 갖고 싶었는데
정말 생생하게 꿈 꾸어서 이루어진 것일까.. 어안이 벙벙..

한 권 한 권 마다 '꽃 같은 사인' 을 이쁘게 남기셨을 이해인 수녀님, 
그 고운 친필 사인본을 이렇게 혼자 다 받아도 되는 것인지... 정말 감사합니다. <샘터>사님..
좋은 책들 값진 책들 잘 읽고 정말 고이 소장하겠습니다. 
정말 두고두고 자랑하고 싶어지는 근래에 들어서 제일 기뿐 행운인듯 하네요.
감사합니다. 어젯밤 통 잠을 못 이룬 보람이 있는 듯 합니다.
이렇게 기쁜 소식을 접하려고 했는지... 감사합니다~~~^^ 샘터사님
고맙습니다~~~^^ 이해인 수녀님~~^^


2011.5.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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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jy 2011-05-19 18: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기대하고 받아도 좋고, 뜬금없이 받아도 좋은 책선물~축하합니다^^
 

4월 5일부터 5월 12일까지 진행된  4월 한국소설 추천 작가전 이벤트에 참여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이벤트에 당첨되신 분들 모두 축하드립니다.
 
☞ 관련 이벤트 : http://www.aladin.co.kr/events/wevent_book.aspx?pn=110405_author 

댓글 사인본 세트

박*순 yesi2***@naver.com

댓글 적립금 5천원

신*철 heiik***@hanmail.net
서*정 jjun***@nate.com
최*주 cyj7***@nate.com
강*정 aoia***@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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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 지원금 1만원

윤*식 yoonj***@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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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진 cho***@kyungnam.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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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합니다. 추천 작가의 사인본 세트를 받게 되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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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사람을 본 적이 있나요? (무선) 보름달문고 44
김려령 지음, 장경혜 그림 / 문학동네 / 201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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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널목이 있는 도로는 왠지 마음이 놓이잖아. 도로에서는 최소한의 안전장치니까.'
최소한의 안정장치가 되어 주는 건널목, 하지만 우리는'정지선' 도 지키지 않고 남보다 먼저 가려는 '1초의 기다림' 도 지키지 못하고 남보다 인생을 먼저 종결짓기도 한다. 무수한 사고들이 '건널목'에서 더 많이 일어난다. 나 또한 몇 해 전에 건널목이 없는 T자형 삼차로에서 심한 교통사고를 당했다. 난 보행자였고 4.5톤 트럭 운전자는 내가 지나는 길은 보지 않고 자신이 차를 돌려야 하는 부분만 쳐다보고 그냥 차를 돌렸던 것이다. 난 차들이 정지 해 있으니 천천히 길을 건너고 있는데 갑자기 화물차의 급한 질주, 영화에서 보던 장면처럼 커다란 차가 나를 향해 달려오고 난 젓 먹던 힘까지 빌어 큰소리를 질렀더니 그제서 앞을 바라보는 청년, 하지만 이미 상황은 끝났다. 난 그 차에 치여 나가 떨어진 것, 그렇게 하여 일년여를 고생했다. 처음엔 죽은 줄 알았는데 다행히 숨은 쉬고 있었지만 너무도 힘든 상황,그도 젊은 청년이었고 당황했다.사람을 죽인 줄 알고. 그렇게 하여 응급실로 갔지만 달리 나타나지 않는데 죽을 것만 같다. 않아픈 곳이 없다. 그러다 발견하게 된 늑골및 허리뼈 골절등 큰 부상으로 인해 정말 정신적 육체적 고생을 많이 했다. 지금도 그 후유증인지 않좋은 부분이 있고 수술이 남아 있다. 그 상황에서 그곳에 건널목이 있었다면 운전자도 보행자도 조금더 '안전' 을 고려했을 것이다. 하지만 그곳은 건널목이 없는 부분이다. 그런 부분에서 사고가 많다. 특히나 아이들은 급하고 조심을 하지 않기에 더욱 사고가 잦다.

이야기는 작가이지만 별다른 히트작도 없이 그리고 별다르게 쓰는 글이 없다는 이유로 식구들에게 눈치밥을 먹고 있는 '오명랑작가' 가 식구들의 눈치에서 벗어나기 위하여 아니 밥벌이의 지겨움에 빠져 드는 한 방편으로 아이들을 상대로 하는 자신이 정말 잘하고 적성에 맞는 '이야기 교실' 을 운영한다는 광고를 붙이고 가족들에게 대대적으로 큰소리르 치지만 늘 이상한 전화만 오다가 드디어 '수강생' 이라 할 수 있는 한달간 무료기간에 다른 학원에 가기 싫어서 어쩔 수 없이 이 '이야기 교실' 을 택한 세 명의 아이들이 온다. 그들을 데리고 오명랑 작가가 이야기 할 것은 '건널목씨' 이야기로 수강생 아이들은 듣기만 하면 된다. 하지만 글쓰기의 기본은 '경청' 경청이 얼마나 힘든 것인지 이 글에서 작가는 그 또한 한부분을 보여준다. 남의 이야기에 토를 달지 않고 잘 듣는 것만으로도 힘든데 종원이와 소원이와는 다르게 나경이는 꼼꼼하게 받아 적어가며 언젠가 동화작가가 되겠다며 '건널목씨' 이야기를 정말 기자처럼 묻고 적고 세세하게 기억해 나간다.

그렇다면 오명랑 작가가 아이들에게 이야기 해 주는 '건널목씨' 는 왜 아파트 단지 앞에서 자신이 만든 '카펫 건널목과 신호등 모자' 를 쓰고 건널목이 되어야 했을까. 그는 정신 이상자일까.아님 천사일까. 그의 그런 모습을 처음 접하는 사람들은 그를 이상하게 생각하는게 당연하다. 건널목이 없는 곳에 건널목이 그려진 횡단보도 카펫을 펴고 신호등이 붙은 노란 모자를 쓰고 직접 교통정리를 하는 아저씨, 그에게 과연 무슨 깊은 사연이 있길래 그는 날마다 아파트 앞에서 건널목이 되어야 했을까.이상한 차림새의 건널목씨 아저씨의 이야기를 꺼내는 순간,아이들은 정말 이상하다고 생각했지만 차츰 차츰 이야기가 진행됨에 따라 이야기에 빠져 든다. 건널목에 쌍둥이 아이를 잃은 슬픈 건널목씨 아저씨의 사연이 드러나고 자신의 아이들과 같은 피해자가 더이상 발생하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에 손수 자선 건널목이 되는 아저씨,도로에 최소한의 안정장치가 되어주는 고마운 아저씨 였지만 그의 생활은 너무도 어려웠던 것이다.

그가 행해주는 고마움에 점점 아파트 사람들의 마음의 문이 열리고 고물상 한 켠에서 숙식을 했던 아저씨가 아파트의 빈 경비실로 옮겨 옮으로 하여 아파트에는 질서도 잡히고 깨끗해진다. 그런데 이 아저씨, 아파트에서 청소하고 분리수거하고 그런 착한 일만 하는 것이 아니었다.자신도 가진것이 없는데 어려운 아이들을 돕고 있었던 것이다. 병으로 고생하시다 돌아가신 아빠를 잃고 집나간 엄마를 기다리며 지하방에서 어렵게 살고 있는 두 남매 태희와 태석을 도우며 그 아저씨는 남모르게 천사처럼 살고 계셨던 것, 같은 아파트 단지내의 15층에 사는 도희라는 아이의 엄마와 아빠가 자주 싸워 그가 있는 경비실에 숨어 들게 되고 그는 도희를 데리고 태희 남매에게 가게 되면서 도희 또한 좀더 자신의 마음의 문을 열게 되었던 것, 그렇다면 건널목씨는 얼마나 많은 사람들에게 '행복한 건널목' 이 되어 주고 있는 것인지, 하지만 자신의 삶에 진정한 건널목을 가지지 못했던 사람.

태희 남매를 보러 가면서 도희 또한 새로운 세상을 발견하게 되고  어느 날 태희 남매 앞에 이년 전 집을 나갔떤 엄마가 돌아 오고 건널목씨와 만나게 되지만 태희는 엄마가 자신들을 버렸다고 부정하게 된다. 그 후로 건널목씨는 그곳에서 자취를 감추게 되고 그들은 엄마와 함께 새로운 삶을 살게 된다. 그렇다면 이 모든 이야기들은 누구의 이야기일까, 그렇다 오명랑이 아이들을 상대로 이야기 교실을 열때마다 늘 뒤에서 그녀의 이야기를 숨죽여 듣고 있던 엄마, 그 건널목씨 이야기는 태희가 자신이 받아 들이지 못했던, 자신이 벗어나야 했던 엄마와의 그 이별의 시간에 대한 이야기였던 것이다. 건널목 하나에 많은 사람들의 이야기가 얽혀 있고 풀지 못했던 '엄마와 태희의 과거' 를 풀어 버러야 비로소 태희가 '오명랑 작가' 로 우뚝 설 수 있을 것 같아 자신의 이야기를 풀어 냈던 것이라 엄나는 늘 조마조마하게 듣고 있었던 것이다.

어려운 시간을 이겨내고 태희는 작가로 오빠는 직장일을 마치면 건널목씨가 했던 것처럼 그 또한 건널목이 되어 많은 사람들에게 '안전장치역할' 을 해 주고 있고 엄마는 지난 과거에 대한 미안함에서 벗어나려 하지만 숙제처럼 남겨졌던 부분이 딸이 아이들을 상대로 이야기 교실을 운영함으로 하여 '엄마와 딸' 숙제가 스르르 플리게 된다. 그렇다면 우리의 '건널목씨' 는 어떻게 되었을까. 지금도 어디에선가 모든 이들에게 행복한 안전장치가 되어 '건널목' 이 되고 있을까. '아이들한테 건널목 씨라는 얼느은 전혀 무섭지 않은 존재였지. 어디 아이들뿐일까 사람들은 참 이상하지. 왜 말없이 웃어 주면 속도 없는 줄 아는 걸까? 왜 그런 사람 앞에서는 우쭐한 척을 못 해서 안달일까? 왜 그런 사람한테는 자기가 늘 머리 꼭대기에 있다고 착각하는 걸까? ' 건널목씨가 묵묵히 자신의 일을 웃으며 하고 있을때 처음엔 이상하게 생각했던 사람들, 하지만 좋은 사람은 어디에서 무얼해도 '좋은 향기' 가 나게 마련이다. 그 사람의 겉모습이 볼 품 없다 해도 말이다. ' 참 이상하지? 근사하게 생긴 사람도 아닌데. 가진 게 많아서 듬뿍듬뿍 퍼 주는 사람도 아닌데, 사람들은 건널목 씨를 좋아했어. 많은 사람들 사이에 건널목 씨 한 사람 더 와서 사는 건데 아리랑아파트 분위기가 다랄졌다니까. 이웃끼리 인사도 더 자연스럽게 했고 더 상냥해졌지. 좋은 사람이란 그런 거야. 가만히 있어도 좋은 에너지를 뿜어내는 사람. 내가 이걸 해 주면 저 사람도 그럴 해 주겠지? 하는 계산된 친절이나, 나 이 정도로 잘해 주는 사람이야,하는 과시용 친절도 아닌 그냥 당연하게 남을 배려하는 사람, 그 사람이 바로 건널목 씨야. 그런 사람이 뿜어내는 에너지는 참 많은 사람을 행복하게 해.'

건널목씨 한 사람이 아리랑아파트에 왔다고 하여 그렇게 변할 수 있을까. 임시 건널목이 하나 생겼다고 하여 우리들의 삶이 더 많이 별할 수 있을까? 잔잔한 호수에 돌을 던지고 나면 파문이 오래도록 멀리 퍼져 나가듯 이 이야기는 잔잔하게 시작하여 모두의 가슴을 울려 주고는 그렇게 멀리까지 퍼져 나가 가슴을 먹먹하게 만든다. 댓가 없이 남을 배려하고 내 자신을 다 내어 놓 듯 남을 먼저 생각하는 사람, 요즘 우리가 흔하게 볼 수 있는 사람이 아니다,건널목씨는. 겉모습은 정말 보잘것 없는 사람이지만 그 사람이 지난 '좋은 향기' 는 모두를 변하게 만들고 말았다. 아이들을 버리고 떠나야 했던 엄마가 아이들에게 책임감을 가지고 돌보고 했고 내가 사는 곳이지만 남의 일에 관심이 없던 사람들에게 서로에게 벽이 없이 다가가고 건널 수 있는 '건널목' 을 만들어 주고 떠난 건널목 아저씨, 비단 어린이 동화라고 하여 가볍게 읽으려 했던 마음에 '풍덩' 커다란 바윗돌 하나가 떨어져 내린 것처럼 가슴이 아프다. 내 건널목 교통사고도 생각나게 하고 앞으로는 건널목씨의 좋은 향기를 닮아가며 살아야 할 것만 같다. 세상을 살아가다 보면 자신의 욕심을 채우기 위하여 남의 말을 경청한다는 것이 무척 힘들다. 자신의 목소리를 키워도 살아 남을까 말까 하는데 '경청' 그리고 '배려' 가 얼마나 중요한지 그리고 부모로서 자식을 돌보는 것 또한 중요한 일임을 살짝 꼬집듯 이야기 한다. 자식과 부모의 인연으로 맺어졌지만 무책임하게 생각하여 얼마나 많은 사건과 사고가 발생하는가,적어도 기본적인 책임은 져야 한다. 모든 것은 기본은 '가정' 에서 비롯된다. 가정이 무너지고 부모와 자식간의 무너짐으로 해서 많은 문제들이 발생한다. 서로에게 안전한 거리를 유지하면서 '건널목' 과 같은 안전장치가 필요함을, 사회적 문제를 생각해 보게도 만드는 소설, 가볍고 얇은 소설이지만 그 깊이만큼은 결코 얇지 않고 가볍지 않은 소설이다. 더불어 부모와 자식간에도 생긴 벽, 벽을 허물고 서로에게 안전한 거리만큼 다가가야 가정이 바로 설 수 있다. 두꺼운 자기계발서 한 권보다 큰 값어치를 하는 책을 만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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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발선인장과 더덕




 
게발선인장


어쩌다 보니 다른 다육이들과 한마디가 섞여 우리집에 오게된 녀석 <게발선인장>,
그런데 이젠 제법 모습이 나온다.아니 꽃도 잘 피고 있다.
빨간 꽃을 참스럽게 지금도 활짝 피우고 있고 더 필 꽁봉오리도 있다.
다육이를 키워볼까 하고 몇 개의 다육이를 들여놓게 되었다.옆지기가 다육이도 키워 보자고
화원에서 몇 개 들고 오기도 했지만 키우는 것은 나인데 키우다 보니 별재미가 없어
일부러 죽게 내버려두듯 한것처럼 하나 둘 내 화단에서 그림자를 감추고 있는데 
그나마 이 녀석은 이렇게 꽃을 이쁘게 피워주고 있으니 없앨수도 없고.. 
한마디씩 따서 다시 심어주는 수 밖에.. 귀퉁에에 박아 놓듯 하고 관심을 안 두어서인지
녀석의 꽃은 올핸 더 화려하다. 그래서 거실 책장 앞 작은 향나무 찻상위에 올려 놓았더니 집안이 환하다.
이녀석을 들이기전에 그곳에 바로 <아젤리아>가 있었는데 꽃이 지고 흉물스럽게 변하여
자리교체를 했다. 녀석은 지금 창가에서 햇볕에 강해지고 있다.
이 녀석은 며칠전에 옮겨 심어서 꽃이 안피는 것 아닌가 했는데 아니다 낮에는 활짝,밤에는 수줍은지
오모라 들어 있다. 그러다 아침이 되면 다시 활짝.. 꽃을 보면 괜히 마음이 꽃처럼 활짝 핀다.
그래서 더 집안에 들여 놓았다. 꽃이 지고 나면 마디를 나누어 심어야 할 듯 하다. 객체가 더 늘어나게..




 
더덕

올 봄 도라지가 무척 컸다. 그리고 더덕도 무척이나 컸다. 지금은 아파트 베란다 난간을 타고
옆으로 옆으로 그 세력을 넓혀 가고 있는 중이다. 한여름엔 이쁜 종모양이 꽃이 필 것이다.
올해는 꽃이 많이 필 것 같다. 뿌리가 실해졌는지 줄기가 좋다. 작년에 핀 녀석들은
올해 다시 새로운 개체가 되어 태어났지만 이녀석들 밑에서 지금 그림자처럼 크고 있다.
다른 곳으로 옮겨 심어 줘야 하는데 시골 갈때 뽑아 간다는 것이 까먹었다. 아니 생각도 못했다.
아니 엄마의 집 주변에도 큰오빠가 일년생 더둑을 얻어다 심었다. 우리집처러 작은 녀석들도 있어
나도 기대를 하고 있는데 정작으로 이 녀석들이 갈 곳이 없다는 것이다.
그렇다고 지금 다른 것으로 가득 찬 화단에 심을 수도 없고...엄만 뽑아서 먹으라고 하지만
난 꽃이 좋아 녀석들을 심고 가꾸고 있다. 이렇게 난간을 타고 번져 나가다 여름이 되면 보여주는 꽃,
정말 이쁘다. 그렇게 녀석들과 나의 인연도 바람에 흔들리면서 깊어지고 있다.


2011.5.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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