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도하면서도 은은한 하얀 카라





베란다에 카라 네송이가 피고 또 한송이 올라오고 있다.
아침에 일찍 베란다에 나가니 카라향이 은은하다.
스프레이 해주고 물도 주고 꽃들과 조우하는데
개미 한 마리, '여기는 어디~~~' 하고 세상 구경을 하고 있다.
저 녀석 카라 꽃 속에 빠지면 그 세상을 뭐라 표현할까.
갑자기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개미> 라는 소설이 생각난다.
그 베르나르는 하루에 몇 시간씩 개미를 관할하는 것으로 소일을 했다는데 과연 대단..
카라 이야기를 하다가 삼천포...







가만히 보고 있음 무슨 카라의 블랙홀같다.
은은하면서도 섬세하면서 무언가 형언할 수 없는 그 무언가가 숨겨져 있다.


 

 

 




단순한듯 하면서도 어디를 어떤 각도에서 보느냐에 따라 달라보이는 카라,
그 오묘함에 한번 취하면 빠져 나오기 쉽지 않다.
섬세하게 단장을 한 여인네의 귀품이 풍기는 꽃이다.


2011.4.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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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빛 물들다





아파트 뒷산이 제법 봄빛이 물들었다.
하루가 다르게 변하는 뒷산을 바라보며 산에 가고 싶은 마음 굴뚝 같은데 
내일 비가 온다고 하더니 날이 흐리다. 날시탓인지 몸도 찌뿌드드.. 눈도 아프고...
어제 종일 책을 읽은 탓인지. 요즘은 하루종일 책을 읽으면 눈이 아프다.
이것도 아마 나이탓이겠지...그래도 뒷산에 산벚꽃이 하얗게 핀 것을
베란다 창턱에서나마 볼 수 있다는 것이 행운이다.

아침 일찍 밥을 안쳐 놓고 씻고 베란다 화단에 있는 초록이들 한바퀴 돌며 물을 주었다.
하루만 들어와보지 않아도 정말 다른 모습으로 변해 있는 녀석들,
그 찬란함으로 봄을 일찍 열어 주었던 군자란은 하나 둘 지기 시작이고
카라가 한창이다. 네 송이 피었는데 한 송이 또 올라오는 것이 보이고
아마릴리스도 두송이 올라와 있는데 색상이 다른 것을 들여다보니 이제서 삐죽 올라오고 있다.
꽃에도 세대교체가 일어나고 있는 것이다. 은행나무엔 잎들이 벌써 푸르게 나 이고
사랑초 잎들도 삐죽삐죽 올라오고 있다.

거실베란다엔 쟈스민이 한창이라 집안엔 온통 쟈스민 향이다.
무늬조팝과 말발도리는 이제 서서히 지고 있고 부겐베리아도 지기도 하고 피기도 하고
게발 선인장은 열심히 꽃망울을 부풀리고 있다.
시클라멘은 꽃이 한창이더니 씨가 맺힌 것이 하나 둘 보인다.
다육이도 지난 겨울엔 지지부진 하더니만 생기를 찾아 열심히 성장을 하고 있고 
꽃대를 올린 녀석은 얼마나 그 꽃대가 긴지....

애들방 실외기 베란다엔 라일락과 딸기꽃이 한창이다. 대파에도 꽃망울이 올라오고 있고
더덕과 도라지는 얼마나 많이 컸는지... 더덕은 나무를 타고 죽죽 올라가고 있다.
봄비가 내리고 나면 정말 몰라보게 올라온 녀석들, 녀석들에게 이제 자신들만의 세상이 열린 것이다.
대지가 서서히 초록빛으로 갈아 입으려는 때에 시기적절하게 봄비가 내려주니
그보다 더 좋은 생명수는 없으리.. 멀리 목장의 보리밭에서도 진초록 융단을 깔아 놓은듯
온통 초록빛이다. 구제역이 아니엇다면 몇 번을 갔다 왔을터인데
그곳에 가다가 09년에 교통사고가 난 후로는 가보질 못하고 그저 창 밖 풍경으로만 보고 있으니..

오늘은 울집 딸들 중간고사 이틀째 날이다.어젠 큰놈이 전화를 걸어와
엄마의 목소리가 듣고 싶다며, 어리광이겠지. 얼마나 힘들고 스트레스를 받고 있을까.
그래서였는지 녀석 주관식 밀려 놓은것을 마킹도 않하고 그냥 냈다니...
피곤해서 일찍 자야겠다 하고 생각했는데 녀석 전화 받고 기분이 우울하여 
또 잠을 놓치고는 늦은 시간에 잠을 청했더니 피곤, 산에라도 다녀오면 좋으련만
날이 꾸물꾸물하니 집안 화초들 한바퀴 돌며 그것으로 만족...
베란다 창을 조금 열어 놓았더니 봄바람 타고 쟈스민 향이 더 진하게 들어온다.
그저 쟈스민 향처럼 오늘 하루 향기로운 날이길...


2011.4.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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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워드 Onward - 스타벅스 CEO 하워드 슐츠의 혁신과 도전
하워드 슐츠 & 조앤 고든 지음, 안진환.장세현 옮김 / 8.0 / 2011년 4월
평점 :
절판


스타벅스 커피 매장을 난 한번도 이용해 보지 않았다. 그렇다고 다른 커피 매장인 엔젤리너스나 카페베네를 이용하는 것도 아니다. 그런 카페들은 지나다니며 볼 뿐이고 카페베네는 집근처에 있어 한번은 가서 커피를 마셔가며 그 분위기를 체험해 보고 싶다는 생각을 가져 보았지만 아직이다. 요즘은 우리 동네 뿐만이 아니라 갑자기 커피 전문 매장이나 커피매장이 무척 많이 생겼다. 얼마전 모 방송에서 '커피스페셜' 을 하는 것은 잠깐 보았는데 커피 수입이 우리나라가 세계에서 몇 번째에 든다는 것을 본 듯 하다. 그만큼 커피 소비가 많은 우리나라, 커피전문매장은 이용하지 않지만 나 또한 커피 애호가이다. 식사후이거나 독서를 할 때는 늘 커피를 곁에 두고 있는다. 그렇다면 커피 한 잔에 담긴 경영은 어떠할까.

미국 뿐만이아니라 세계에 매장을 거느리고 있다면 '커피 한 잔' 에 대한 경영은 좀더 냉철하면서도 점점 늘어나는 브랜드들 속에서 살아 남으려면 고유의 자기만의 색깔을 가져야 할 것이다. 해외 여행에서 보았던 커피 한 잔으로 나누는 사람과 사람사이의 유대감이 좋아 시작하게 된 경영이 어느 정도 궤도에 오르고 나름의 경영철학이 보태져서 일선에서 물러났던 그, 하지만 고공행진을 거듭하던 스타벅스에게도 위기가 닥친 것이다. 서로 몸집만 불리려고 하다보니 스스로 우물을 판 것처럼 자신들이 처한 위기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있을때 냉철한 눈으로 현실을 보게된 그는 위기를 기회로 스타벅스를 다시 일으켜야겠다는 '이보 전진을 위한 일보 후퇴' 를 해야 한다는 냉철함으로 다시 일선에 뛰어 들게 된다. 그렇다고 전직 경영자가 잘못하고 있었던 것은 아니지만 지금, 바로 지금 무언가 특단의 조치를 하지 않으면 점점 위기로 내리막길을 걸으리란 판단을 내린 그는 자신의 믿음을 굽히지 않고 밀고 나간다.

모두가 예스한다고 그게 옮은 것이라 할 수 없을때가 있듯이 한사람이 예스한다고 그게 잘못된 방법이라 할 수 없다. 'Onward'를 하기 위하여 지금,바로 브레이크를 걸지 않으면 안 되는 상황에서 발생된 이메일 사건 이후 그는 다시 경영에 복귀하여 정말 스타벅스가 처한 위기가 무엇인지 문제가 무엇인지 처음부터 하나하나 짚어 나간다. 기업이건 가정이건 인생도 마찬가지이지만 오르막만 있는 것은 아니다. 어느 정도 정상이라고 하는 지점에 이르게 되면 하양곡선을 그리게 되어 있다. 정상유지를 이어간다는 것은 힘든 일이다.하지만 잘못된 길을 걷고 있다는 것을 알지만 막대한 손해를 감당해가면서 그 위기를 다시 개선한다는 것은 힘든 일이다. 그런 일을 그는 해낸다. 전국의 매장이 하루 문을 닫는다면 얼마의 손해가 오는 것일까. 문을 닫아야 하는 매장 몇 천개를 닫는다면 그로 인해 빚어지는 손해란, 공식에 대입하여 손해를 따진다면 문을 닫는다는 것도 매장을 없앤다는 것도 힘든 일이겠지만 더 나은 전진을 위한다면 누군가는 해야 한다.

'커피는 단순한 음료가 아니라, 사람과 사람을 이어주고 유대감을 형성하는 매개체였어!' 매장의 몸 부풀리기를 하다보니 원래 가졌던 뜻에서 벗어나고 있다. 그 처음 가졌던 것을 찾기 위하여 커피 머신을 바꾸어 보고 새로운 맛의 커피도 찾아내게 되고 무엇보다 기초가 되는 바리스타들의 교육부터 다시 시킨다. 잘못되었으면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는 것이다. 그런 마음자세로 모든 것을 새롭게 고쳐 나간다. 매장 분위기가 잘못되었다면 고객의 의견을 들어 고쳐 나가기도 하고 동종매장과 매출비교를 하여 몸부풀리에 나서기 위하여 팔기 시작한 샌드위치를 과감히 빼야한다는 것도 찾아내지만 그동안 익숙하게 당연하게 생각되어졌던 노른자와 같은 것을 빼낸다는 것은 용납이 안되었지만 스타벅스만의 색깔을 찾기 위하여는 과감해질 필요가 있다. 스타벅스 안에서도 시끄럽고 밖인 언론도 시끄럽지만 당장은 피를 보게 되더라도 그 상처가 아물고 새살이 돋아 나오면 더 단단한 스타벅스를 만나기 위하여는 모두가 이겨내야 하고 지금 당장은 변화된 이윤이 눈에 보이지 않더라도 미래를 위해서는 어쩔 수가 없는 일이다.

'상인이라면, 고객의 마음속에 마법을 부릴 수 있어야만 했다. 그리고 그날 이후 나는 늘 마법을 찾아다녔다'.  고객은 움직이는 것이다. 그런 유동의 고객을 잡기 위한 피나는 노력의 결과물로 여러가지 부분들을 수정해 나가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고객에 대한 '믿음' 이다. 그 믿음을 저버리지 않았기에 다시금 수익곡선은 올라가지 않았나한다. 폐점된 매장의 직원을 다른 매장에서 일할 수 있게 하기도 하고 고객 한 명의 소리에도 귀 기울일줄 알아 무심히 넘겨 버리기 보다는 고객의 본심을 기억해줄때 매장을 찾는 횟수는 줄어 들어도 잊지 않고 다시 찾을 수 있게 하기도 하며 이윤만 추구하는 것이 아닌 지구 환경에도 널리 함께 이로울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하기도 하고 생각지 못했던 커피 한 잔에 담긴 더 깊고 넓은 세계를 경험하게 해 주었다. 요즘 '공정무역' 이라 하여 모방송에서 '공정커피' 라는 이름으로 커피 한 잔으로 나누고 도울 수 있는 방법을 알게 되었다면 이 책은 한사람의 마인드가 경영에 미치는 영향에 대하여 큰 울림을 보게 된 듯 하고 그위기를 벗어나고자 하는 노력은 비단 혼자만이 아닌 모두가 모여 머리를 맞대어 '자유발상' '자유토론' 으로 문제의 핵심을 파헤쳐가는 모습들이 인상적이었다. '발상의 전환' 이 가져다 주는 무한한 능력이 한 기업을 다시 살려내는 과정을 보면서 실패의 쓴 맛을 경험으로 바탕으로 도전과 혁신을 이어나가 전진을 하는 스타벅스의 힘은 하워드 슐츠 혼자만의 능력이 아닌 모두가 함께 일구워낸 힘임을 본다.

'직원 평가와 임금 인상 역시 일관성 있게 이루어지지 않았고 교대 일정 또한 융통성이 없이 한 사람이 여러 사람의 일을 하는 경우도 있었다. 그러니 그들은 그저 바리스타라는 직업 자체에 대해 월급쟁이 이상의 어떤 의미도 부여하지 않았을 것이다. 점장들 역시 사정은 마찬가지였다. 그들에게 스스로 매장 운명의 주도권을 쥔 경영자라는 마인드를 심어주려면 적적한 교육 과정과 인센티브 제도가 선행되어야 했다. 이런 내부적인 문제들은 간과한 채 오직 매장 수를 빠르게 늘리는 데만 박차를 가했으니, 지금의 결과는 어찌 보면 당연한 것이었다. ' 어찌보면 스타벅스는 '질이 아닌 양'으로만 커져나갔던 것이다. 그렇다면 이젠 '양이 아닌 질' 로 승부를 걸어야 한다.그러기 위해서는 '지금 진흙에 손을 넣읍시다' 지금 손에 흙을 묻혀야만 한다. 한사람이 아닌 모두가 진흙에 손을 넣고 함께 고통분담에 동참해야 하며 함께 힘써야 위기에서 벗어나 기회를 성공으로 돌릴 수 있는 것이다. 나 혼자 살기 위한 길이 아닌 모두가 살기 위한 길을 모색해 나가는 과정이 기업의 경영에만 해당이 될까, 가정이나 개인의 삶 또한 한번 뒤돌아 보게 한다. 흙에서 시작하여 고객에게 한 잔의 커피로 돌아오기까지 수많은 길을 거쳐오게 되는 커피,그것이 기업윤리 뿐만이 아니라 환경경영까지 참여를 하며 보다 폭넓은 기업마인드로 거듭나기 위하여,불확실한 미래로의 전진을 위하여는 지금 위험요소가 따른다 하더라도 지금 하지 않으면 안되는 것들을 가지치기를 철저히 하여 위기를 잘 극복한 스타벅스, 책을 들고 가서 커피 한 잔을 마셔보며 모든 것을 느껴보고 싶게 만든다.한편으로는 냉철하면서도 한편으로 인간미를 잃지 않는 그의 경영은 앞으로의 스타벅스를 더 주목하게 한다. 그저 비슷비슷한 커피 매장이 많기에 그런 매장중에 하나뿐이라고 생각했는데 그의 위기관리를 철저히 하여 다시 부활한 드라마와 같은 이야기를 읽고나니 스타벅스라는 것이 새롭게 각인된다. 하나의 커피향으로 조화를 이루기 위한 부단한 노력과 '사람과 사람 사이에 유대감을 형성해주는 매개체' 라는 말에 깊게 공감을 하며 그의 도전과 열정을 살짝 훔쳐 내 삶에 적용해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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늦은 오후에 만난 외암리민속마을의 봄정취





봉곡사를 다녀오던 길에 외암리민속마을에서 저녁을 먹으려고 잠깐 들렀다.
언제나 시작은 그렇게 한다. 낮엔 무척 덥더니만 시간이 지날수록 쌀쌀해진다.
봉곡사에서 너무 추워 손이 굽고 추위에 몸이 움츠러 있던 것이 이곳에 와서도 여전하다.
늦은 시간인데도 여행객들이 많다. 체험학습을 온 아이들 소리도 크게 동네를 울리고
오느 집에선 저녁을 하는지 하얀 연기가 하늘높이 올라가고 있고
잠깐 들러본다는 것이 어찌하다보니 조금 더 시간을 지체하게 되었다.
너무 오래간만에 왔던 것이다. 그리고 봄의 외암리민속마을은 또 다른 풍경으로 
다른 이야기를 해주고 있었다. 


 

 



 

 




어느 집에서 저녁을 나는 것일까 밥 짓는 연기가 추억을 불러 일으킨다.
어릴때 이런 집에서 이런 동네에서 살았던 기억이 있다.
그땐 가마솥에 밥을 했고 짚을 때야만 했다. 불당번은 꼭 막내인 나였다.
엄마는 내가 불조절도 잘하고 군소리 안하고 잘한다고 늘 내게 시켰다.
난 밥을 할때마다 불을 때고는 아궁이에 남은 불에 튀겨 나오는 튀밥을 주워 먹길 좋아했다.
그런 반면에 친정아버지는 그 불에 내 신발도 말려주고 들에서 놀다 적셔온 양말도 말려 주시고
그리고 고구마도 맛있게 구워서 주셨다. 늘 막내의 신발을 따듯하게 데워 주시곤 하셨는데
이젠 그럴 아버지도 않계시고 그런 시간도 다시는 오지 않는다.
그땐 힘들다고 지겹다고 하던 일들이 지금은 너무도 소중하고 행복한 추억이 되었다.
외암리에 오니 지난해 연말에 보내드린 아버지 생각이 더 떠오른다.
추억은 그런 것이다. 모락모락 연기처럼 피어 오르다 사라져 버리고는 아무일도 없다는듯이 시치미뚝...



봉곡사의 소나무도 멋있었는데 이곳도 멋지다

 
ㅋ~ 임신을 한듯한 배부른 고양이가 제자신을 잊고 개구멍으로 들어가려다 걸렸다 다시 대문으로



 


오랜 역사를 간직한 돌담길이 아름답다. 구불구불 사람사는 이야기가 저 구비만 넘어가면
무언가 '툭' 하고 튀어나올것만 같고 그 골목과 닮은 인정 많은 촌로가 나올것만 같고
돌담을 닮은 올망졸망한 아이들이 나올것만 같다,그 돌담 골목길에서...
현지인보다 여행객들이 더 많고 돌담은 너무 높아졌다. 무언가 이야기를 숨기려 하는것 같아
조금 낯설다. 예전에 돌담들은 이웃집과 먹을것을 나누고 이웃의 얼굴을 보며 
식구들 흉도 보고 이런저런 가슴속 이야기도 나누었는데...
돌담은 우리 사이에 놓인 벽과 같이 높아만 가는 것 같다.


 




박태기꽃망울...






600여년이 넘은 느티나무는 그렇게 동네에 뿌리를 내리고 
동네사람들의 모든 역사를 기억하고 있다. 그러나 잠잠할 뿐..
그들의 생과 사,그리고 희 노 애 락을 함께 하며 나이테를 한 겹 한 겹 부풀리며 세월의 더깨를 
덧붙였던 나무,이젠 그 그늘이 너무도 크다. 그 나무만 보아도 그저 숙연해진다.
나무 앞에서 사람의 생은 보잘것 없음을 느낀다.
지금도 나무는 이웃 할머니의 나들이 뒷모습을 지키고 있다


 



 

 

 

 




너무 늦은 시간에 이곳을 찾았다.
조금 더 일찍 왔더라면 더 많은 것을 느끼고 보고 담고 했을 터인데 아쉽다..
아쉬움이 있어야 다음을 기약하지만 말이다.
옆지기는 600여년이 넘은 나무 앞에서 그 세월에 감탄하고 있다.
600여년의 세월이란 얼마만큼일까... 그리고 시간을 나무는 어떻게 견디며 살아왔을까..


 



지금 우리의 시간을 나무는 기억해 주겠지..
그렇게 뒤돌아 나오는 길,체험학습을 온 아이들이 초가집에서 <아바타>를 보고 있다.
뭔가 극과 극인듯 하면서도 이야기는 통해 있는 것 같다.
늦은 시간에 잠깐 들러 좀더 둘어 보았으면 하는 아쉬움과 다른 계절에 이곳을 다시 찾아야겠다는
희망을 남겨 놓고 나왔다. 마을입구에서 저녁을 먹으려고 했는데
그가 그냥 집으로 가자고 한다. 나도 또한 맘에 맞는 것이 없다. 그래서 저녁은 집에 가서 먹기로 하고
외암리민속마을을 벗어 났다. 무언가 가슴 밑바닥에 깔려 있던 지난 추억을 잠시 만나고 온 듯한
추억속을 잠깐 거닐다 온 듯 하다.


2011.4.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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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픔을 간직한 소나무와 진한 솔향을 맡으러 봉곡사로






큰딸을 학교에 들여보내놓고 집으로 오려다 딸들이 초등시절 한 번 들렀던 봉곡사,
그곳에 가보자고 했다. 시간이 조금 늦은 감도 있었지만 근처라 잠깐 들러 솔향만 맡고 와도 
좋지 않을까 하여 가는 길은 현충사를 지나 충무교에서 무척 붐볐다. 나들이 차량들이
병목현상을 빚고 있는 듯 하여 조금은 짜증도 내고 돌아갈까 했지만 너무 오래간만에 가는 길이고
지난 결혼기념일도 그냥 지나쳤으니 그날 여행을 취소한것을 만회라도 하듯 가자고 했다.

현충사 은행나무길도 이젠 나뭇잎이 나와 색이 달라져 있고 곡교천변엔 유채가 심어져 있어
초록사이로 노란 유채꽃이 스멀스멀 올라오고 있다. 이곳 또한 유채가 만발하면 한 번 와봐야 
할 곳이지만 지금은 목적지가 ’봉곡사’ 이다.
병목지점을 지나서 시내를 통과하고 외암리방향으로 향하는 길은 꼬불꼬불 산 길,
산이 빛을 달리했다.분홍빛 진달래도 이젠 활짝 피어 있어 여기저 눈에 들어오고
물오른 나무에도 잎이 돋아 나와 연한 연연두빛 산으로 바뀌었다.
초가집과 한옥이 있는 외암리를 지나 봉곡사로 향하던 중, 송악저수지에서 잠깐 멈추어
봄을 만끽하고는 다시 봉곡사로 향했다.

시골의 정취가 물씬 풍기는 작은 동네를 지나 봉곡사 주차장에 도착했다.
예전에는 볼 수 없던 주차장에 대형버스들, 산행길이 개발되었나보다. 요즘 올레길이 인기인데
이곳도 올레길과 MTB길이 들어선 듯 하다. 우리 아이들이 어릴적에 왔을때에는 
많이 알려지지 않았고 이만큼 바뀌지도 않았는데 십여년의 세월은 많은 것을 바꾸어 놓았다.
주말산행을 나오신 분들을 지나 우리도 주차장에 차를 주차하고 소나무들이 울창한 소나무길에 들어섰다.

이곳은 유독 소나무들이 많다. 그런데 그 소나무들이 그냥 소나무가 아니라 역사를 간직한 소나무들이다
일제에 의해 이런 자연까지 피해를 입었다는 것이 정말 맘이 아프다. 소나무들에는 대부분 ’V’ 자 홈이 
파져 있다.송진을 얻기 위하여 저질러진 흔적들이 지워지지 않고 고스란히 간직된 채 
오늘에 이르르고 있는 것이다. 그야말로 아픔의 상흔을 그대로 간직한 채 서로 보듬으며 부대끼며
그렇게 세월을 이겨내고 있는 소나무들이 너무도 멋진 곳이다.
아픔을 상흔을 세월의 훈장처럼 달고 있는 소나무들 사이로 난 길을 걸어 가는 길은 정말 좋다.
 이 길이 포장이 되지 않았다면 더 좋았을터인데..그래도 이 소나무들이 소나무재선충을 이겨내고
견디어 내준 것이 다행이다. 소나무 밑에는 야생화들이 지천이다. 
남산제비꽃,제비꽃,털제비꽃,고깔제비꽃..현호색, 쇠별꽃,산괴불주머니...
가지각색의 모양으로 휘어진 소나무들을 굽어 보노라면 정말 세월이 느껴진다. 
어느 소나무 하나 그냥 지나칠 수 없을 정도로 멋지고 아름답다. 그것들이 모두 아픔을 이겨내고
아픔을 간직하고 있어서인가...정말 아름답다. 나이가 들면 소나무가 좋아진다더니
내가 나이가 들었다는 이야기인가... 세월을 이겨낸 소나무의 겉껍질을 바라보고 만져보고
소나무를 온 몸으로 느끼듯 걸음도 천천히 호흡도 깊고 천천히 하다보면 
소나무 숲 길 그 끝에 봉곡사가 있다. 공주 마곡사의 말사인 봉곡사, 
봉수산 품에 아늑히 안겨 있는 절은 현재 개보수중이다. 초파일 전까지는 모두 마친다니
그때가면 더 좋은 모습을 볼 수 있지 않을까 한다.

소나무길 끝에는 고목인 산벚나무도 있고 토종 목련 나무도 있다. 
고목에 꽃이 피듯 산벚나무에도 서서히 하얀 벚꽃이 터지기 시작이고 목련은 흐드러지게 피어 
달콤한 목련향이 나그네의 발길을 잡는다. 그 사이로 봉곡사를 보니 공사중이지만 
그래도 아늑하니 참 좋다. 옆지기와 둘러 보고 있는데 보살님이 나오셔서 말을 섞으신다.
옆지기는 기와불사를 하고 있고 나는 보살님과 대화를 나누다 보니 우리가 여기에 왔던 것이
정말 오래전처럼 여겨진다. 보살님은 봉수산에 올레길이 생기고 정말 많은 산행객이며 탐방객들이
늘어나서 봉곡사로 많이 변해야 함을 절실히 느끼고 하나 하나 실행에 옮기고 있는 중이라니 반가운 소리다.
정말 좋은 곳이니 지역에서도 무언가 지원이 있어야 하지 않을까.
이곳과 연계하여 가 볼만한 아산의 여행지로는 옆에 외암리민속마을도 있고 아산현충사를 비롯하여
도고의 세계 꽃 식물원과 도고온천이 있고 아산 피나클랜드, 아산만과 삽교천 그리고 아산 공세리성당등..
정말 연계할 곳이 많으니 이곳 봉곡사가 새단장을 하고 산행객과 함께 많은 이들을 소화해낼 수 있다면...

산이라 그런지 역시 해가 일찍 넘어간다. 우리가 늦게 온 이유도 있지만 산이라 그런지 손이 다 시렵다.
보살님들은 주말에 있은 객들을 위하여 머위나물도 뜯으시고 먹거리를 준비하느라 바쁘기고
우린 대웅전등을 둘러 보고는 삼성각에 올라가보니 봉곡사가 다 내려다 보인다.
이곳엔 목단과 함박꽃 자목련이 이쁜데 아직이다. 그대신 매화가 모두 피어 향이 진하다. 
매화에 새와 벌이 날아와 바쁘다. 삼성각 밑에 감로수 주변에는 바위취가 무척 많다. 
꽃이 피는 계절에 오면 또 하나의 볼거리일 것이다. 지금은 잎만 무성하지만...
낮엔 그렇게 날이 덥더니만 춥다. 바람도 불고..산이라 더 춥다. 
그가 다리가 아프다며 내려가자고 하는데 오던 길에도 소나무길이 멋지더니
내려가는 풍경은 또 다른 풍경으로 다가온다. 
그는 앞서서 내려가고 난 다시 만난 소나무숲 길을 가슴에 새기며 천천히 내려갔다.
봉곡사에는 초파일에 다시 오겠다는 약속을 남겨 놓고...


2011.4.16




 

  





  



  

 
봉수산 정상으로 가는 등산로...

 



 
현호색과 남산제비꽃

 
쇠별꽃과 머위꽃

 
꽃마리와 봄마중

 

 




봉곡사

 

  

  

  







  



  

  
아픔을 간직한 나무들 끼리 어우러져 하나가 되어 살아가고 있는 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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