뒷동산에 할미꽃 꼬부라진 할미꽃



할미꽃



날이 넘 좋다. 사월이 되고나니 봄빛이 완연하다.
날이 좋으니 아침부터 싱숭생숭, 마음이 뒷산으로 달려간다.
아침에 잠깐 볼일을 정리하고는 산에 갈 준비를 하는데 여시는 내가 모자만 써도
벌써 외출할것을 눈치채고는 깽깽 거린다. 저도 데리고 나가 달라고..
하지만 심장이 좋지 않다고 하니 산행은 무리다. 밖에 외출도 녀석에겐 추울 수 있으니 삼가.
혼자 가기로 하고는 물병을 챙겨 들고 베란다 문을 열어 놓고 나갔다.

점심시간이라 그런지 산에는 사람들이 보이지 않더니 한 둘 겨우 점심시간을 이용한 산행객들이 보인다.
사무실이 가까이 있는지 양복입은 신사들도 구두차림에 산을 찾는다. 낮은 뒷산이니 그리 무리는 없을듯..
그런 모습을 산에서 만나면 참 이상하지만 그래도 자주보니 이상하지도 않다.
혼자 쉬엄쉬엄 오르는데 양복아저씨들이 서너명 뒤에서 두런두런,
오라막이라 숨이 가빠 난 천천히 올랐다. 벌써 나무의 새순을 뜯는 사람들도 보인다.
이제 겨우 새의 부리만큼 나왔을래나 정말 세상구경 이제 겨우 며칠 한 것들 모두 뜯어 봉지에 담는
부부가 괜히 미워진다. 좀더 파릇한 봄을 더 많은 사람들이 즐기고 새순또한 더 많은 시간을 
세상구경하게 놔두지 이제 겨우 삐죽 나온것들을 모두 뜯을께 뭐람...

오늘은 어제보다 더 많은 새 잎이 나왔나보다. 약간 연연두빛 숲이 보인다.
마른가지만 있던 겨울숲하고는 색이 완연히 다르다. 오르다 잠시 멈추어 서서 바라보니
정말 작은 잎들이 보인다. 삐죽 세상에 나와 세상을 어떤 눈으로 바라보고 있을지.
양지꽃도 제법 보인다. 처음 양지꽃을 찾을 때는 잘 보이지 않던 것이
이제 여기저기 그래도 노랗게 눈에 띈다. 
정상에 올라 크게 숨을 들이 마시고는 묘지가 있는 곳으로 향했다.
그곳은 나의 아지트처럼 할미꽃이 지천으로 있는 곳이다. 사람들은 묘지라 잘 내려가지 않는다.
위에서 그냥 바라보고 만다. 하지만 내겐 그곳은 보물이나 마찬가지,제비꽃도 양지꽃도
그리고 할미꽃 봄구슬붕이 등 꽃이 참 많다. 개나리도 피려고 노랗게 물들었다.

할미꽃이 오늘은 활짝 피었다. 꽃이 피고나니 더 많아 보인다.
작년에 핀 꽃의 홀씨가 날려서 새로 돋아난 것들인지 아주 작은 것들도 많다. 
땅에서 손가락 한마디 두마디 정도 올라온 것들이 그래도 할미꽃이라고 꽃대를 올렸다. 귀엽다.
할미꽃을 여기저기 찾아 벌처럼 자리를 옮겨 다니며 조우를 했다. 
꽃이 활짝 피고 나니 더 이쁘다. 자주빛 속에 노란 얼굴이 숨어 있다. 
겉표면의 보송보송한 하얀 솜털은 정말 이쁘다. 
꽃이 피면 벌과 나비들은 어떻게 알고 찾아 오는지...

할미꽃을 만나고 생강나무 꽃의 향을 맡고는 하산길로 접어 들어 콧노래를 부르며
혼자 숲을 온통 다 차지하고 걷는다 생각하니 기분이 좋았다.
진달래는 이제 며칠 있으면 필 듯이 봉오리가 한참 부풀었다.
생강나무의 노란 꽃과 산수유 때문에 여기저기 노랗게 콕콕 점 찍어 놓은듯 물들어 
산은 서서히 잠에서 깨어난 듯 보인다. 

오솔길을 걸어 끝까지 갔다가 다시 온 길을 뒤돌아 나오는데 오르막이다.
양지녁에는 양지꽃이 노랗게 피어 있고 쑥도 제법 많이 나와 있다.
앉아서 쑥이라도 뜯어야 할 것만 같은데 제법 덥다. 오늘은 속에 얇은 티를 입은것이 다행이다.
모자속은 땀이 줄줄 흘러 내려 머리가 덥다. 조금 늑장을 부린 것이 이렇게 땀으로 보답을 한다.
내일은 미루지 말고 아침에 일찍 와야 할 것만 같다. 
하산길에 제비꽃을 한 번더 보고는 녀석을 담았다. 그리곤 시원한 물한모금 마시고 산을 벗어났다.
산에서 땅을 일굴 수 있는 곳은 벌써 사람들이 농작물을 심을 준비를 한다. 
봄은 모두를 바쁘게 한다. 꽃이 피니 벌과 나비도 바쁘고 사람 또한 바쁘다.
나 또한 날이 따듯하니 산을 찾기가 수월하다. 아니 날마다 산에 오고 싶어 싱숭생숭이다.
진달래가 피고 산벚꽃이 피면 더 이쁜 풍경일텐데 아직은 준비하는 봄이 싱그럽기만 하다.


2011.4.4










 

 

 

 
할미꽃


양지꽃



 








꽃잔디


생강나무 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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뒷산에서 만난 봄꽃들,제비꽃 할미꽃 양지꽃






오늘도 날이 너무 좋다. 아침에 일어나 밖을 보니 뿌연 안개, 날이 좋을것 같아
먼저 뒷산을 보고 저 멀리 저수지를 보니 나가고 싶다.
베란다를 돌며 한바퀴 초록이들 물을 주고 녀석들과 눈데이트를 마치고 
잠시 오늘의 모습을 담아 준 후에 나가려고 챙기는데 벌써 마음이 싱숭생숭,
그렇게 물 한병에 디카를 챙겨 들고 서둘러 나갔다.

한번 시작하고나니 이제 시작은 어렵지 않은데 날이 더워지고 있다.
어제와 다르게 오늘은 더 더운듯 하다.어제와 똑같은 복장인데..
팔을 걷어 올리고 웃옷의 지퍼도 내리고 그래도 모자속에서 땀은 줄줄..
오르막을 조금 오르고 쉬고 잠시 바람을 느끼다 다시 오르고 그렇게 몇 번을 쉬다가
정상에 도착, 내가 사는 곳을 한바퀴 둘러 보니 좋다. 
봄빛이 가득한 것이 느껴지는 동네...

그렇게 정상에서 잠시 멈추다 할미꽃이 있는 곳으로 발걸음을 옮기는데
그 부분에서 계시던 아저씨가 묘지로 향하니 자꾸 쳐다본다. 그래도 기분이 좋다. 할미꽃을 만나러 가니..
벌써 눈은 할미꽃을 찾고 있다. 그런데 어머나 어머나 지난날보다 더 많은 꽃들이 올라오고 
그리고 활짝 핀 것도 있다. 지난날엔 보이지 않던 녀석들도 언제 삐죽 올라와 있는지..
작은 것들이 땅 속에서 꾸물꾸물 무슨 꿈을 꾸고 있었길래 이렇게 수수하니 이쁠까..
녀석들과 조우하여 그 모습을 담는데 땀이 뚝 뚝 흘러 내린다. 
바람에 마른잎들이 스치는 소리가 누군가 뒤에서 덮쳐 오는것 같아 몇 번을 뒤돌아 보다가 포기,
혼자라는 것을 확인하고는 계속 할미꽃을 담았다. 이 할미꽃을 보니 동강할미꽃을 보고 싶다는 생각..
그래도 이렇게 산에서 할미꽃을 만난다는 것이 어디인가... 정말 보물찾기다.

할미꽃을 만나고 생강나무가 있는 곳으로 갔다.
향이 좋아 그 향을 쫒아 온 벌들이 벌써 윙 윙 거리며 이 꽃 저 꽃 바쁘다.
노란 생강나무 꽃이 활짝 피었다. 앙증맞은 보슬보슬한 꽃이 노랗게 점점이 있어 
누군가 콕 콕 한 점 한 점 찍어 놓고 간 듯 하다.
거기에 벌들이 있으니 더욱 생기가 넘쳐난다. 꽃에는 역시 벌이 있어야...

생강나무 노란꽃도 만나고 오솔길을 따라 하산길을 접어 드니 괜히 콧노래가 나온다.
흥얼흥얼 노래를 부르며 내리막을 지나 오솔길로 접어 들어 소나무숲이 있는 곳으로 갔다.
가슴 깊이 피톤치드를 들이마시듯 소나무향을 맡으며 오솔길을 걷고
길이 끝나는 곳에서 시원한 물을 마시고는 다시 턴, 그렇게 왔던 길을 따라 오는데
멀리 밭에는 봄나물을 뜯는 모습도 보이고 봄이라 그런지 흑염소 한 마리 길을 잃고 헤매인다.
녀석의 '음메...음메....' 하는 소리가 봄바람을 타고 멀리 멀리 흩어진다.

흑염소 소리를 듣다가 하산길을 살펴보니 어머나 오마나 '제비꽃이다'
마른 풀잎 속에 숨어서 그 소박한 보랏빛 꽃을 앙증맞게 피우고 햇살 속에 웃고 있다.
올해 처음 만난 제비꽃이라 더욱 마음이 설레인다. 오늘은 노란나비도 몇 마리 보고
정말 행운이다. 제비꽃을 찍고 보니 양지꽃도 있다. 양지에서 피는 양지꽃,
봄은 이렇게 겨울을 이겨낸 단단한 땅의 저 밑바닥부터 오는가 보다.
몸을 낮추고 눈을 낮추어야만 봄을 찾을 수 있다. 
좀더 낮은 자세로 한 해를 맞고 낮은 자세로 삶에 임하라는 자연의 가르침처럼 
오늘은 할미꽃 양지꽃 제비꽃을 따라 몸을 낮추고 눈을 낮추고 마음을 낮추어 봄을 맞는다.
아니 봄을 찾는다. 그렇게 찾은 봄이 정말 값진 보물처럼 내 안에 자리한다.
하나를 찾으니 두번째 찾는 것은 더 쉽다. 아니 더 많이 보인다.
무엇이든 처음 시작이 어렵고 처음 찾기가 어렵다. 찾고 나면 쉬워진다.

봄꽃들을 만나고 나니 정말 몸이 가볍다. 마음도 가벼워 집안에서는 느끼지 못하던
그 무언가가 가득 찬 느낌이다. 햇살도 좋고 바람도 좋고 새소리도 좋고
그리고 봄꽃인 생강나무꽃 할미꽃 양지꽃 제비꽃 만나고 가는 길이 정말 즐겁다.
산을 벗어나 아파트 담장에서 노란 민들레도 만나고 활짝 핀 산수유도 만났다.
아파트 화단 오솔길에서는 새 한마리다 날아가지도 않고 쫑알쫑알,
녀석도 몹시 바쁜가보다 봄맞이로..
오늘은 그렇게 봄맞이로 바쁜 노란나비며 벌이며 흑염소며 산새며
그리고 봄꽃들로 그야말로 봄을 가득 충전했다.


2011.4.1





 

 

 




할미꽃




 


양지꽃



 
제비꽃







생강나무에 꽃이 피었다. 벌이 무척이나 바쁘다

 
나무도 사람도 서로 의지하고 살아가는 것이다.

 


지난 겨울의 흔적


진달래는 요만큼~~~


노란 민들레도 피었어요




노란 산수유도 피었어요

 
새들도 바쁜 봄날~~


봄은 무슨 색일까요.. 봄은 무슨 색으로 먼저 시작될까요..
갑자기 궁금해지네요. 노란색 보라색 분홍색...
오늘 찾은 색은 노란색과 보라색인데 또 어떤색으로 피어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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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자란이 활짝 피었습니다













오전에 찍은 꽃







 


오후에 찍은 꽃



울집 화단에 불이 난것 같다. 군자란 꽃이 활짝 피어 그야말로 주홍빛으로 물들었다.
봄이면 화려함을 내게 선사는 녀석들...
올봄에도 내게 믿음을 군자란 때문에 행복하다.

오전에 잠깐 들어가보니 몇 개 안피고 모두 핀 듯 한데
오후에 햇살이 좋을때 들어가니 더욱 화려한다.
며칠동안은 녀석들 보는 재미에 살 듯..
삼월 그리고 사월 녀석들이 있어 행복 그리고 환희...

내일도 녀석들은 오늘보다 조금 더 활짝 핀 모습으로 반겨줄 것이다.
그리고 어떤 것은 마무리를 준비할 것이다.
삶도 인생도 그런 것이다. 피는 날이 있으면 지는 날도 있는 것이다.
그렇게 활짝 핀 모습으로 사월이 밝았다. 
군자란이 활짝 핀 것처럼...


2011.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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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jy 2011-04-01 14: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너무 화사하고 좋습니다..멀리있는 꽃도 아니고 그야말로 코앞 베란다에서 이 생생함을 느끼시니 서란님 행복하시죠? ^^

서란 2011-04-01 14:59   좋아요 0 | URL
요즘은 날마다 녀석들 보는 재미에 산답니다.
군자란이 활짝 피어 그야말로 환해요..,봄이..
 
고백 블랙 앤 화이트 시리즈 18
미나토 가나에 지음, 김선영 옮김 / 비채 / 2009년 11월
평점 :
구판절판


아 도대체 이를 어쩐단 말인가요. 정말 난감한 고백을 들은것 같네요.봄방학 종업식날 담임인 유코선생님은 반 아이들에게 '우유' 마시는 것에 대한 이야기를 장황하게 늘어 놓습니다. 한참 성장기의 아이들에게 물론 우유는 중요하죠.그런데 반 아이들이 방금 마셨던 우유에 깊은 뜻이 숨어 있었네요.그녀는 그에 대한 이야기를 술술 풀어갑니다. 연초 그녀의 4살된 딸인 마나미가 학교 수영장에 빠져 죽는 사고가 일어났고 단순한 사고사로 결론이 났지만 엄마이며 과학선생님인 유코는 딸의 죽음에 대하여 의문점을 가지게 파헤쳐 들어가다가 단순사고가 아닌 타살이란 것을 알아냅니다. 그 마나미는 정말 귀하게 태어난, 남편이 될 뻔한 남자가 에이즈에 걸렸다는 사실 때문에 포기하려다 낳은 아이라 더욱 소중했지요.그런 아이를 맡아줄 곳이 없어 어찌하다보니 어린이집이 끝나는 시간에 학교에 데려오게 되었는데 그사이 사고가 나고 만것입니다. 그로 인해 담인은 종업식과 함께 자신은 그만 일을 접는다고 합니다. 자신은 이제 선생님이 아니라는 것이죠.

왜 그녀가 사표를 내야만 했을까? 자신이 선생님이라면 학생을 보호해야 하는 책임을 가지고 있는데 자신은 이젠 선생님이 아니니 아이의 죽음에 대한 복수를 직접 하겠다고 합니다. 그 이야기에 대한 장황한 설명을 해 나갔던 것이죠. 그런데 우유와는 무슨 상관이 있을까? 그 우유는 다른 우유가 아닌 남편의 에이즈피가 들어가 있었던 것, 자신의 딸을 죽인 살인자 두명이 그 반에 있었던 것. 그래서 자신의 손으로 복수를 하려고 남편의 피를 가져다 그 학생들의 우유에 넣었다는 것인데, 그럼 방금 그 우유를 마신 아이들은 어떻게 되는 것인지. 그녀는 그 살인자들에 대한 이야기를 해 나갑니다. 아이들은 13살, 형법에서 벗어나는 나이, 죄를 저질렀다고 해도 법과는 아무런 상관이 없지만 그들은 엄연한 살인자, 그것도 자신들보다 어린 아이를 죽였으니 마땅히 죄값을 받아야 하는데 13살 살인자들은 너무도 당당하다는 것이 문제, 자신들이 살인을 저질렀다는 것에 대한 양심도 없는듯 어제와 똑같이 학교생활을 하고 있는것.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할까. 그래서 유코샘은 직접 복수를 하겠다며 나선 것인데 선생의 말을 듣던 아이들은 점점 굳어갑니다. 자신들이 살인자와 함께 있고 친구가 살인자라는 것에 대해.

유코는 A, B라고 살인자를 지칭했지만 모두가 알만한 아이들, 유코샘은 일에서 물러나고 살인자라고 지목된 아이들은 그럼 어떻게 될까. 살인자인 나오키와 슈야는 한명은 학교에 나오고 한명은 자신이 에이즈에 걸렸다고 생각하여 학교에 나오지 않고 집에서 은둔생활을 하게 된다. 이 소설은 독특하게 유코가 살인자를 지목하여 우유에 에이즈 피를 넣었다고 하고 사라졌지만 나머지 살인자에 대한 처분은 주위사람들에 의해 또 다른 사건으로 변질된다. 학교에 나온 아이는 모두가 왕따를 시킨다. 그가 에이즈에 걸렸을지도 모르지만 살인자라는 이유로 자신들만의 방식으로 그를 처단한다. 집에 갇혀 지내게된 또 다른 살인자는 스스로 이겨내지도 못하지만 그 이야기를 들은 엄마가 자신을 법으로 처벌하려는 것이 아닌 감싸고 돌자 엄마와 전쟁을 치르듯 하지만 그 엄마도 그런 아들을 받아 들이지 못하고 죽음을 선택한다. 누가 죽인것인지 모르게 엄마는 존속살인으로 인정이 된다. 하지만 발견된 그녀의 일기장은 사건에 대한 이야기를 모두 해주고 있다.

그렇다고 학교생활을 당당하게 했던 슈야 또한 죄가 사라진 것일까. 그 또한 불우한 삶을 살았던 것.엄마에게 버림받고 엄마의 인정을 받기 위하여 그의 명석함이 암흑을 걷고 있었던 것, 하지만 끝까지 그의 앞에 나타나지 않고 엄마를 찾아가도 엄마를 제대로 못 보는 슈야 또한 모든 행동들이 엄마의 주목을 받으려고 했던 것이 드러나면서 그 또한 불행한 사고를 또 자행하고 만다. 죄의식이 뭔지 모르는 아이들, 부모의 삐뚫어진 사랑법이 아니 교육이 아이들을 어떻게 변화시키는지 소설은 무섭게 숙주에서 변이된 듯한 사고들로 그 끝을 보여준다. 엄마의 삐뚫어진 사랑법과 관심이 결국 살인자 아들을 만들었고 엄마의 냉대와 자신을 위한 길을 찾아 나선 이기심이 또 한명의 어린 살인자를 낳고 말았다. 마나미의 살인에서 파생된 사건들은 정말 끔찍하고 무서울 정도로 파국으로 치달았다. 

그렇다면 유코는 정말 아이들이 마신 우유에 '에이즈피' 를 섞었을까. 그 진실을 반장은 이미 알고 있었다. 그녀는 이 일이 일어나고 바로 우유팩을 가져다 시약검사를 해 보아서 우유에 피가 들어가 있지 않다는 것을 알았지만 입을 다물고 사건을 지켜본다. 우유에 에이지피가 들어가지 않았다는 것을 유코도 나중에 남편으로 들어 알게 되지만 사건을 조정하듯 한다. 어떻게 복수가 이렇게 변이하여 또 다른 괴생물체를 낳은것처럼 또 다른 복수를 낳고 점점 발전을 해 나가는지. 우리 모두에게는 숨겨진 음이 자리하고 있어 어느 순간 자신도 모르는 사이 고개를 드나보다. 그것을 실천하느냐 하지 않느냐에 따라 살인자와 그렇지 않은 평범한 사람으로 나뉘게 되지만 이 소설은 아이들이 13살이라는 것에 주목을 한다. 그들이 양심에 대하여,아니 죄의식에 대하여 깊은 생각이 있을까.죄의식이나 양심에 대한 생각이 있었다면 그런 장난과 같은 살인을 저지르지도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그들은 또한 법의 처벌도 받지 않는 나이이다. 그렇다고 그들이 살인자가 아니라는 것은 아니다. 그렇다면 어떻게 처벌을 해야 할까. 아이취급하여 부모들도 그들을 살인자 취급하지 않는다는 것이, 그들을 감싸고 돈다는 것이 문제다. 아직은 어리지만 그들은 살인을 저질렀고 양심도 없는 아이들처럼 자신들이 저지른 살인에 대하여 당당하다. 한낱 장난을 저지른 것처럼 여기도 있다. 어떻게 그럴수가 있나. 

일본 소설을 읽다보면 '13살 살인자' 에 대한 이야기가 종종 있다. 그것은 그 나이의 살인자가 문제가 되고 있다는 것이다. 살인을 저질렀는데 나이가 문제가 될까. 법에서 심판하는 나이가 문제가 되어 살인자이며 살인자를 벗어나는 비살인자가 되는 아이들, 그들을 그렇다면 누가 처벌할 것인가. 그들의 죄를 그냥 놔둔다면 갱생의 길을 걸을 수 있을까. 무엇으로라도 13살 살인자들을 처벌할 수 없어 스스로 복수를 하려고 나선 유코, 하지만 그녀가 하기 이전에 스스로가 됐든 주위 사람들이 되었든 그들의 죄를 인정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법의 그물에서 벗어났다고 하여 사회에서 그들을 받아주고 인정해준다면 더 많은 살인이 일어날 것이다. 누군가는 아니 진실은 꼭 심판대에 올라 그 값을 치룬다는 것이다. 치밀하고 탄탄한 구성으로 처음엔 시시하게 시작되는 듯 하다가 점점 끝을 알 수 없는 재미에 빠져들게 한다. 누가 처벌을 내리든 점점 죄어오는 숨통, '저는 두 사람이 생명의 무게와 소중함을 알았으면 합니다. 그것을 안 후에 자신이 저지른 죄의 무게를 깨닫고, 그 죄를 지고 살아가길 원합니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장난처럼 시작된 살인은 걷잡을 수 없는 결말로 치달아 스스로 목을 조르듯 죄값을 받는 살인자들, 한사람의 고백은 복수를 낳고 그 복수가 또 잔인한 살인을 불러오는 연쇄사건의 이야기는 숨막히게 한다. 영화로도 나왔으니 영화 또한 원작과는 다르게 어떤 재미를 줄지 보고 싶다. '처음부터 친구라고 생각한 적 없으니까.능력도 없는 주제에 자존심만 센,그런 놈들이 제일 싫거든. 발명가인 내 입장에서 보면 너는 어디로 보나 인간 실패작이야.' 라고 하던 슈야의 냉혈한 말이 자꾸 뇌리에 남는다. 정말 섬짓하다. 어린 아이가 이런 말을 하다니.13살이 아닌 그 이상의 나이처럼 아이가 아이 같지 않았던 것은 부모와 사회가 그렇게 만들지 않았나 하는 안쓰러움과 안타까움이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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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유의 악보 - 이론의 교배와 창궐을 위한 불협화음의 비평들 자음과모음 하이브리드 총서 1
최정우 지음 / 자음과모음(이룸) / 2011년 2월
평점 :
구판절판


사실 이 책 제목만 보고 선택한 것은 나의 잘못이었다.내겐 너무 먼 책이다. 인문쪽의 책은 손에 꼽을 만큼밖에 보지 않는 내게 '생각의 접붙이기' 에 대한 책이나 정말 방대하고도 그 깊이를 따라가지 못해 몇 번을 헛발을 디디듯 하면서도 읽어나가려 했지만 멈춤 멈춤 그리고 또 멈춤 아직 다 읽지 못했다. 다음에 정말 내게 진정한 시간이 허락하고 저자에게 약간 미안하지 않을때 다시 빼서 읽고 싶은 어찌보면 한없이 밉고 어찌보면 정말 매력덩어리인 책이다. 아는 사람에게만 보이는 진주내지 보물이라고 해야 할 듯 하다.한번에 모두를 보기는 아까운 책이다.

'사유의 악보' 제목만 보면 무슨 음악에 대한 이야기인가, 혹은 음악가들에 대한 아니 예술에 대한 이야기인가 하겠는데 정말 모든 방면을 총망라한다고 해야하나 어느 한부분 건드리지 않고 그냥 지나치지 않고 그의 사유는 정말 대단한 잡식성처럼 음악 영화 문학 인문 예술 철학 모든 방면을 다 아우르면서 '생각 접붙이기' 를 하니 그 스피드를 따라 잡기도 힘들지만 열 살에 서점 한귀퉁에서 호기심에 무심코 뽑아 읽었던 니콜로 마키아벨리의 <군주론>에 대한 어떤 '오독' 으로 인하여 인문학 책들을 읽기 시작했다니 정말 대단하다. 그 세월도 세월이지만 열 살때부터라고 한다면 지금까지 얼마나 많은 양의 인문학 책을 접했을까 짐작도 가지 않지만 나름의 그만의 철학 또한 방대한 양으로 가지치기를 하고 있으리라. 그런 그에 비해 겨우 손에 꼽을 정도의 인문책을 보고 거기에 <군주론>은 근처에도 가지 않았으니 처음부터 이 책을 이해한다는 것은 격이 안맞고 너무 힘에 부친다.

베토벤이나 모짜르트 그외 쟁쟁한 음악가들만 자신의 악보에 비밀을 숨겨 놓은 것은 아닌듯 하다. 그 또한 그만이 해석할 수 있는 악보를 만들어 놓은 듯 하다. 십여년에 걸쳐 쓴 글들이라 하는데 어찌 내겐 이중 한단락도 쉽게 이해가 가지 않는지,동시대를 살고 있었나 싶다. 보는 방향이 다르고 관심이 달라서라고도 하겠지만 그가 보는 텍스트의 사유는 책에서 뿐만이 아니라 문학 음악 그림 영화등 글에 갇혀 있던 텍스트를 영화속에서도 끄집에 내는가 하면 소설 속에서도 혹은 철학 속에서 끄집어 내어 그만의 새로운 또 다른 가지를 쳐 나간다. 철학이나 그외 지식은 예전 학창시절에 머무르고 있는 수준에 그가 쏟아내는 방대한 양의 지식을 한꺼번에 넙죽 받아 소화를 시킨다는 것은 보지 않아도 뻔하다. 소화불량. 이래서 점점 독자에게서 인문책이 멀어지고 기피되고 있는 것은 아닌가. 좀더 쉽게 독자에게 다가갈 수 있는 접근성이 용이하고 누구나 쉽게 읽을 수 있는 공감성을 갖춘다면 좀더 많이 읽게 되고 많이 찾게 될 터인데 나부터 힘들다고 자꾸 놓고 싶은 생각을 가지게 하니 정말 아쉽다. 하지만 읽어 나갈수록 빠져드는 알 수 없는 마력이 있다. 어찌보면 읽으면서 사유의 폭이 자신도 모르게 확장되고 있는지도 모른다. 그렇게 사유란 것은 자신도 모르는 사이 이곳 저곳에서 알맞은 음표를 찾아 접붙이기를 하다보면 하나의 교향곡이 될 수 있다는 말인지도 모르겠다. 

새로운 사유,새로운 글쓰기.
요즘 책을 많이 읽지는 않지만 읽은 책에 대한 리뷰를 쓰다보면 처음과는 다르게 변질되고 새로운 글을 쓰고 있는 자신을 가끔 발견하게 된다. 생각의 가지치기,접붙이기를 하고 있는 자신 말이다. 그런 모습은 내가 읽거나 혹은 보거나 듣거나 모든 것들이 그 이야기에 맞게 접붙이기를 할 수 있는, 어떤 잡학에 가까운 것들을 흡입했다는 것이다. 그것들이 모여 자신도 모르는 사이 점점 새로운 접붙이기가 되고 처음엔 짧게 끝나던 리뷰가 점점 길어지고 자신이 조금 더 잘 알고 있는 종류의 이야기라면 더없이 길어지고 할 말도 쓸 말도 많다는 것이다. 이 책 또한 그런 맥락으로 보고 싶다. 그가 인문과 함께 한 세월과 양이 남과 다르기에 생각의 접붙이기 또한 남과 다르게 특별난 것이다. 그 생각을 따라잡기란 쉬운 일이 아니기에 책을 모두 이해할 필요도 그의 생각이 모두 옳다고는 보지 않지만 '사유' 란 꼭 필요한 것임을, 중요성 정당성을 읽을 수 있다. 내가 보고 싶었던 영화,보지 못했지만 크린트 이스트우드 주연의 <그랜 토리노>에서 ' 복수가 성공할 수 있었던 것은 역설적이게도 바로 이러한 지연과 그에 대한 자연스러운 불안의 감정, 곧 법치에 대한 일종의 '뒤틀린' 믿음 그 자체 때문이었을 것.' 이라 표현해 놓았다. 어찌보면 그는 영상이나 그외 정형화되지 않은 텍스트를 어찌보면 글이란 그만의 텍스트로 너무 매력있게 정형화 시키는데 뛰어난 재능을 가지고 있지 않나싶다. 그만큼 지식의 양도 다양하고 방대하겠지만 말이다. 

좀더 나의 지식의 깊이가 있었다면 정말 재밌게 읽었을 책이다. 아니 조금 시간이 흐르고 나서 다시 읽게 된다면 좀더 재밋게 있을 수 있으려나.아직은 내겐 너무 어려운 책이다. 어렵다고 책장 한 켠에 모셔두고 싶지도 않은 책이다. 그의 생각을 뒤쫒을 수 있을 때까지 몇 번 읽어보고 싶은 책이다. 이 책을 읽으며 느낀 것은 인문책을 좀더 많이 읽어봐야겠다는 것,나의 독서 편식이 이 책에서 드러난다. 그동안 잘 사용하지 않던,흔히 쓰지 않던 용어들을 만나면서 내 사유의 폭은 얼마나 넓어졌을까. 아니 '사유의 악보' 앞에서 움츠러든것은 아닌가 걱정도 된다. 내가 소화는 하지 못한 책이지만 정말 매력적인 책이라는 것은 알만하다. 누군가 정말 맛잇게 읽어줄 이가 분명히 있을 것이고 이 분야를 좋아한다면 그와 난형난제하듯 재밌게 읽지 않을까 한다. 그리고 나의 반성, 너무 깊이 없는 책읽기를 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 하는 뒤돌아 보는 자신을 본다. 어찌보면 나의 책읽기에 일침이 될 수 있는 책이기도 했다. '세계는 구성되어 있는 것이 아니라, 자신이 구성해 나가는 것이었다.' 라는 말처럼 구성된 것을 따라가기 보다는 만들어 가야할 듯 하다. 사유라는 것 또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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람혼 2011-04-15 00: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소중하고 섬세한 서평 감사히 잘 읽었습니다. 말씀하신 '사유라는 것'의 길이 제게 또 다른 길을 안내하는 것 같습니다. 깊은 감사의 마음을 전합니다.

서란 2011-04-17 23:04   좋아요 0 | URL
리뷰가 부족한데 흔적 남겨 주시고 정말 감사합니다.
좋은 책인데 제가 인문을 멀리해서 조금 거리감은 있었지만
재밌게 읽었고 다음에 한번 더 기회를 만들어볼까 한답니다.